뭔가 유치하지만 매우 자연스러운 쏜살 문고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박소현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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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맨스필드 <뭔가 유치하지만 매우 자연스러운> 중 [로자벨의 피로] 

2021년 7월에 읽은 책. 
젊고 가난한 노동자 로자벨의 고단함...


그렇게 밤이 흘러갔다. 지금은 새벽의 차가운 손가락들이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그의 손에 바짝 다가와 있다. 희미한 회색 빛살이 칙칙한 방안을 가득 메웠다. 로자벨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짤막한 숨결 몇 마디를 토해 낸 뒤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자기가 지닌 유산은 오직 비극적인 낙관성뿐이었으므로, 어쩌면 그것은 너무나 흔히 젊음이 유일하게 상속받은 유산이기도 하니까. 여전히 반쯤 잠에 취한 상태로 그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입가 주변으로 불안한 경련이 얇게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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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6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서은혜 옮김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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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더 유명한 작품이나 정작 제목만 들어봤지 내용은 이제야 알게 됐다. [라쇼몬]과 [덤불 속] 두 작품을 엮어 각색했다는 것도.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다. 큰스님의 [코]를 포함한 우화나 설화 같은 이야기들도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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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없는 기분
구정인 지음 / 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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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연한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과 함께 찾아온 깊은 우울감.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님을, 외면하고 밀쳐둔 감정을 들여다볼 시간임을, 애도할 시간임을 알려주는, 기분이 없는 기분을 잘 표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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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허무와 끊어오르는 생명력

뭐, 사내를 죽이는 것쯤이야,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엄청날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여자를 빼앗게 되면 반드시 사내는 죽는 거거든요. 다만 나는 죽일 때 허리에 찬 칼을 쓰지만 당신들은 칼은 쓰지 않고 그저 권력으로 죽이고 돈으로 죽이고 여차하면 위해 주는 척하는 말만으로도 죽이죠. 그러면 피는 흐르지 않고, 사내는 멀쩡하게 살아 있지. 하지만 그래도 죽인 겁니다. 죄의 깊이를 생각해 보면 당신들이 더 나쁜지 내가 더나쁜지, 어느 쪽이 더 나쁜지 알 수 없지요.(비웃는 듯한웃음.)

- 덤불 속 - P29

인간의 마음에는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감정이있다. 물론 타인의 불행에 동정하지 않는 자는 아무도없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 불행을 어찌어찌 빠져나오게되면 이번에는 이쪽에서 뭔가 부족한 듯한 심정이 된다.조금 과장해 보자면, 다시 한 번 그 사람을 같은 불행에빠뜨려 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든다. 그리하여 어느 틈엔가소극적이기는 해도, 그 사람에 대해 일종의 적의를 품게되는 것이다. 큰스님이 이유를 알지 못하면서도 어쩐지불쾌한 기분을 느꼈던 이유는, 이케노오 승속들의 태도에서 바로 그런 방관자의 이기주의를 자기도 모르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 코 - P53

"대단한 부하로구먼."
오위는 순진한 존경과 찬탄을 흘려 가며, 여우까지 턱짓으로 부려 대는 야인의 얼굴을 새삼스럽게 우러러보았다. 자신과 도시히토 사이에 얼마나 큰 간격이있는지, 그런 것은 떠올릴 틈도 없었다. 그저 도시히토의의지로 지배되는 범위가 넓은 만큼, 그 의지 속에 포용되는 자신의 의지도 그만큼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을 마음든든하게 여길 따름이었다. 아부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이럴 때 가장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리라. 독자는 앞으로 딸기코 오위의 태도에서 연회 자리의 어릿광대비슷한 무언가를 발견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공연히 이 사내의 인격을 의심하지 말았으면 한다.

- 마죽 - P48

‘봄의 감각‘을 가장 잘 이해한 작가라는 수식어도 하나 보태고 싶습니다. 삶의 허무와 끓어오르는 생명력, 역설적인 두 감정을 인간의 내면이 동시에 품을 수도 있다고 말했던 사람이기 때문이죠.

- 편집자 레터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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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라는 비상상황 앞에서 기후대응은 언제까지나 뒷전으로 미루어도 좋은 것일까. 현재 기후과학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일은 온난화로 인해서 영구동토층과 심해에 묻혀 있는 메탄이 대기 중으로 풀려나서 지구온난화가 손쓸 수 없이 가속화하는 것이다. - P3

이제 경제성장은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를 떠나서, 가능하지 않다. 경제가 궁극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물질적 기반인 자원들(토양, 석유 등)이 급속도로 소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이 아니다. 끝없는 이윤추구(자본축적)라는 단 하나의 동기밖에 없기 때문에, 투자수익이 성장의 비용을 감내하지 못한다는 것이 밝혀지면 곧장 무너지게 되어 있다. 역사학자 존 M. 그리어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이미 장기침체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파생상품이나 금융(카지노경제)부문을 제외한다면 2009년 이후 세계경제는 마이너스 혹은 제로 성장을 하고 있다. - P5

지금까지 과학이 확실하게 밝혀낸 한 가지가 있다면,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 P6

햇빛이나 바람은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없고 한곳에 집중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는 태생적으로 분산적·민주적 구조와 어울리지만, 에너지밀도가 높은 화석에너지는 권력집중적 속성을 갖는다. - P8

산업문명에 대한 불복종 저항은 구체적으로 내 삶에서 시장(기업)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나가는 일이다. - P10

산업적 경제성장으로 문명생활과 인간해방이 가능하다는 것은 뿌리 깊은 근대적 미신이다. 산업화의 결과로 ‘풍요‘를 누리게 된 것은 아무리 크게 잡아도 세계 인구의 25%를 넘지 않는다. 현대인에게 허락된
‘자유‘는 욕망의 노예가 될 자유 이상의 것이 아니다.

- 발행인 김정현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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