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생물학의 폭정법

재생산 노동의 젠더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인공자궁을 활용할 수 있다는 발상은 설득력이 있다. 아마도 오래 묵은 사회적 난제들을 시정하고 깊이 뿌리내린 구조적 장벽을 해체하는 일에 비하면, 임신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는 편이 간단해 보이기 때문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 기술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기술적 해법을 찾는 또 다른 사례이다. 인공자궁은 성별에 관계없이 부모에게 허락되는 1~2년의 법정 유급 육아휴직의 대체재일 수 없다.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이거나 보편적인 무상 교육의 대체재일 수도 없다. 임신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한부모에게도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분명 그 자체로는 임신과 출산을 겪는사람들의 건강문제에 대한 연구비 투자 부족을 해결하지도 못할것이다. 임신의 신체적·정서적 위험과 돌봄 노동의 평가절하가여성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끼쳤다는 스마이도르와 켄달 같은 평론가들의 주장은 타당하다. 하지만 이들이 같은 문제에 사회가 대처하는 방법을 인공자궁에 대한 개발 투자라고 말 - P236

한다면,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여성은 임신할 수 있고 남성은 그럴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문제는 생식 생물학이 아니다. 임신을 중요한 문제로 여기지 않고적절히 다루지 않아 생기는 위험은 오히려 성차별주의와 의학의가부장적 간섭주의의 책임이다. - P237

세상에 오직 두 가지 성만 존재한다는 신념이 너무나 견고한 - P242

나머지, 우리는 여성들이 홀로 임신을 책임지는 현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임신을 몸에서 완벽하게 분리해내는 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사실이 아니다. 생식 생물학은 파이어스톤의 생각과 달리 ‘정‘의 주체가 아니다. 실제 폭정은 성과 젠더에 대한 구시대적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의무능력에서 기인한다. ‘암female‘과 ‘수male‘의 부모 역할이라는 이분법적 발상을 지양하는 가족을 계속해서 만들어 온 것은 시스젠더와 이성애 관계 밖의 사람들이다. 이 ‘정‘은 사회적 · 법적·정치적 현상이다. 즉 폭정은 성에 대한 환원적이고 배타적인 생각을 계속 강화하고 엄마, 아빠, 부모가 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편협한 정의를 강요하는 제도들이다. ‘여성‘을 암컷으로 태어난 사람들로 환원시키고, 생식 생물학 때문에 여성들이 근본적으로 ‘억압받는다‘고 상정하는 페미니스트 사고는 이 문제의 일부분이다. 이런 사고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제한적인 성역할을 악화시킬 뿐이다. 브리튼 여성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자칭 ‘젠더 비판적‘ 평론가가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독설을 내뱉은 일은 실제이 결과를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이다. - P243

임신을 ‘탈젠더화‘하는 데에는 임신을 자동화하는 수단이 필요치 않다. 성별과 무관하게 임신하고 부모가 되는 일을 가로막는 의학적 · 법적·사회적 관행들을 실질적으로 무효화하는 일이필요하다. 이 길을 가로막는 장벽은 우리의 신체적 한계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젠더를 관리하고 가족에게는 임신하는 어머니와임신하지 않는 아버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제도들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생식 생물학의 폭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도구를 이미 가지고 있었다. 즉 자신의 성별을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고, 임신 관련 돌봄에 대한 접근성과 여성이아닌 임신 부모의 친권을 보호하는 일이 바로 그런 일들이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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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고개를 든다는 것은, 두렵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두렵고 힘들 수 있지만 용기를 내보겠다는 강력한 몸의 메시지다. 뇌는 이것을 인지하고 호르몬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행동을 지배한다. 이 과정이 몸에서 시작해 삶의 변화가일어나는 흐름이다.
몸이 마음가짐에 영향을 미친다는 비밀의 퍼즐이 맞춰진다. 정신과 교수님의 고백처럼 몸의 자세가 마음의 자세를 이끈다. 마음이 감당하기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의 힘이 발휘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고개를 숙이지 않는 몸의 태도다. 어떤 스트레스 상황 앞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말고 짧은 시간이라도 고개 들고 가슴을 펴고 천천히 숨을 쉬어 보자.
그러면 나를 두렵게 하고 위축하게 만드는 코르티솔 호르몬은멈출 것이다. 대신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용기를 이끌어 줄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의 농도가 상승할 것이다. 스트레스 앞에서도 긍정의 마음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다시 내 몸에 DHEA 호르몬 농도를 상승시켜 내 몸을 더 건강하게 해 줄 것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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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어머니 기계

흑인 환자가 증상이나 통증을 알린 뒤 치료 지연이나 거부를겪는 이야기는 임신한 사람들과 영아의 건강 결과에 나타나는인종 차별에 대한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다루어지는 주제이다. 여기에도 인간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인종차별적 연구로 유명한우생학의 잔재가 깊숙이 관여되어 있다. 마틴 쿠니의 순회 전시가 시작되기 얼마 전, 질경"을 발명한 매리언 심스J. Marion Sims는 나중에 마취 상태의 상류층 백인 여성에게 시행할 수술 기법을 개발할 목적으로, 노예가 된 흑인 여성에게 마취 없이 고통스러운침습적 수술을 시행했다. 해리엇 워싱턴Harriet Washington이 《의료 아파르트헤이트 Medical Apartheid》에 기록하고 있듯이, 심스는 흑인 아기들에게도 폭력적이고 치명적인 실험을 수행하면서 이들의 죽음을 아기 엄마 또는 흑인 조산사의 탓으로 돌렸다. - P148

사회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적 평가에 초점을 맞추면, 편견이개입될 여지가 줄어든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보건의료 종사자와 윤리학자 팀이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에 근거하여 인공자궁을 안배해야 한다면, 이런 결정은 과학적 자료에 근거한 평가와 달리 주관적인 위험 평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생학의 잔재와 인간 대상 연구에 대해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듯이, 과학과기술은 진공 속에서 개입하지 않는다. 중립적이라고 선언하는 첨단기술들은 개발 방식과 적용 방식 모두가 기존의 차별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안면 인식과 음성 인식 기술을 생각해보자. 이런 기술은 애초 개발 단계부터 백인 남성들의 자료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피부색이 어두운 여성한테서는 오류율이30퍼센트를 넘는 반면, 백인 남성에 대해서는 오류율이 극히 낮 - P152

다. 따라서 치안 유지와 같이, 이미 인종차별로 인한 위해가 상당한 상황에서 같은 기술이 사용된다면, 흑인과 유색 인종을 감시하고 표적으로 삼는 구시대적 관행을 이어 나갈 새로운 도구가될 것이다. - P153

처음부터 정의를 염두에 두고 체외발생 기술을 개발할 수는없을까? 그러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 기술이 도입될 때 세상이훨씬 더 평등하고 재생산에 관련된 건강을 진정한 인권으로 보호하는 곳이 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인공자궁이 실제로 모든임신한 사람과 신생아들에게 정말로 이롭기를 바란다면, 먼저 건강 불평등에 맞서고 모든 사람에게 재생산과 관련된 돌봄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불공정한 세상에서는 어떤 기술도 그 자체로 기적을 낳을 수 없다. - P164

5장 임신중지의 해법

인공자궁이 임신중지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일소할 것이라는생각의 이면에는 물리적으로 임신을 종결하려는 욕구만이 이 시술을 받으려는 유일한 합리적인 임신중지 동기라는 가정이 깔려있다. 결국 무엇을 선택하든 당사자가 결정을 내릴 때는 ‘내가 임신을 원하는지, 혹은 원하지 않는지‘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안들 - P185

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임신중지를 받으려는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이유 따위는 없다. 임신중지를 도덕적 문제가 아닌 필수불가결한 보건의료 서비스로 이해하기 위해, 보다 중요한 점은 임신중지를 선택하는 사람이 처음부터 그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거부한다는 사실이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사람의 몸에서 진행되는 임신은 그 사람의 신체적·정신적경험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체외발생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임신중지를 보건의료 서비스로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다루는법체계는 상황에 따라 필요도 달라진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유연성과 융통성을 발휘할 것이다. 페미니스트 법학자 사라 랭포드Sarah Langford는 인공자궁이 임신중지의 ‘해‘라는 발상이 임신한 사람들을 ‘사람이 아니라 태아 인큐베이터‘로 규정하는, 믿기힘든 비인간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태아를 단순히 한 인큐베이터(여성의 몸)에서 다른 인큐베이터(가짜 자궁으로 옮기면 된다고전제한다‘는 이야기이다." 임신한 사람의 몸과 인공자궁을 완전한등가물로 간주하기 위해서는 임신한 사람의 욕구, 필요, 이해를삭제해야만 한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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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인문학 -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정아 옮김 / 반비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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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기 시작했는데 진도가 너무 안나가고 재미가 없어서 중단했다가 5월에 다시 읽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글자도 아주 빽빽하다. 밀도가 너무 높아서 숨막힌다. 책이 무거워서 지하철에서 들고 읽기도 힘들어서 퇴근하고 집에서 읽으니 진도가 더 안나간다. 걷기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고대부터 시작하여 연대기별로 걷기 또는 보행에 대한 인물, 이야기, 역사, 건축 등으로 종횡무진하는데, 내가 기대한 걷기에 대한 느슨한 사유가 아닌 너무 방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초중반 다소 지리하다가 중반 이후 근대와 현대의 걷기 이야기는 - 시골과 도시의 걷기, 런던의 골목길, 파리의 산책, 미국 주요 도시의 공원과 길들, 광장, 축제, 시위, 혁명, 집회, 여성의 걷기, 거리의 여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헬스장에서의 걷기 등등 - 다소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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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이완이 마음의 안정
지난 수십년 간 학계는 ‘마인드 바디 Mind-Body: 마음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2003년 미국 가정의학회지 TheJournal of the American Board of Family Practice 에서 존 아스틴 John A. Astin 박사는 메타분석을 통해 마음의 안정이 만성통증, 심장질환, 암 치료에 상당한 효능이 있음을 제시했다.
그런데 반대로 앞선 정신과 교수님의 고백처럼, 몸의 자세와 움직임이 마음의 회복에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과학계에 시작되었다. 이제는 ‘바디 마인드 커넥션 Body Mind Connection‘이라는, 몸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솔루션을 통해 마음회복의 시작이 ‘몸‘이라는 견해가 주류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최신 뇌과학 분야는 몸과 감정의 연관성을 크게 주목하고 있다. 감정이란, 뇌가 감각 신경을 통해 지금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을파악해서 지금의 상황을 해석해 내는 결과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몸의 반응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경험과 그 경험에서 내 몸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뇌가 빠르게 기억해 내어 지금의 - P119

상황을 효율적으로 추측하고 대응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몸 상태가 최종 감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 관점은 상당히 연구가 진척되어 이론화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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