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경_밤과 요람

선희는 온종일 방에서 꼼짝 않고 누워 있었다. 책을 들여다보다가 생각에 젖다가 영어 단어를 외우기도 했다. 오전부터 서머싯몸의 영어 소설 「비」를 들고 있었는데 한나절이 지나도록 겨우 두장 읽었다. 여학교 때부터 영어를 좋아해서 사전을 들추며 보는 것이 싫진 않았지만 집중이 되지 않았다. - P394

또 하나의 문화_좌담

조옥라 많은 사람들이 여성운동이라고 하면 모든 것이 여성이 주체가 되어서 지금의 남자들이 가진 지위를 여자가 누려 보려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남성‘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남성적인 논리를 모든 면에다 적용하고자하는 것이 나쁘다는 거지요. 우리가 남자의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불평등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현상이 나타나게된 근원적 차원에서의 불평등 구조를 문제 삼는 것입니다.
우리가 남자와 똑같은 지배자가 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죠.
조혜정 궁극적으로 가부장제의 변화가 목표가 되겠지요. 그리고 그변화를 위한 방법론에서도 우리 운동은 특성을 갖습니다.
김애실 지금까지의 운동은 제도적인 변화에 치중했고 따라서 제도개혁의 차원에서만 논의하여 왔는데 여기서는 그 변화를 생활을 통해 이루어 보려고 하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죠. - P654

조혜정 공적-사적 영역의 엄격한 구분과 그것이 위계질서화되어 있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전통적 가부장제 사회에서도 공사 구분은 존재하였는데 현재의 양상과 다른 점은그때는 사적 영역이 비교적 컸었고 양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이겠지요. 산업화되면서 공적 영역은 급격히 확대되고 따라서 사회는 인간성이 무시되기 쉬운 공적 영역 우선주의, 예를 들어 경제발전 우선주의 등의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됩니다. 한편 공적 영역이 거대 조직화되고 경쟁이 치열한 곳이 될수록 사적 영역은 공적 영역으로부터 유일하게 인간성이 보장되는 ‘피난처‘로 등장하게 되며 사수되어야 할 어떤 것으로 인지되지요. 이때 여성은 그 사적 보루를지키는 주인공이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적 영역은그리고 그 영역을 지켜 온 여성들은 변동을 주도하는 공적영역에서 점차 유리되고 보수성의 온상으로, 수동적 시민으로 남게 됩니다. 반면 남성들은 공적 영역에서 더욱 쫓기고인간성을 실현할 장소마저 잃어 가지요. 공적 영역이 월등한비중을 갖는다는 것, 공사 간의 유기적 연결이 안 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볼 때 효율적인 사회발전을 가져올지 모르지만 결국은 효율적인 시스템이 될 수 없읍니다. 인간의 욕구와 창조성이 수렴되지않는 체제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맥락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은, 즉 공적 영역에의 진출은 이 양 영역의 이분화가 변화되는 과정으로 풀어질 수 있읍니다. 공적영역과 사적 영역 간에 유기적 연결이 가능해지고 좀 더 인간 위주의 사회로 향해 가는 과정 말입니다. - P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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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son, were you eavesdropping? 엿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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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근_덫에 걸린 집

기수 (담배 끄며 냉정하게) 그런데 아마 경찰에서는 이런 사건의경우 피해자가 과연 얼마나 결백했나 하는 부분에도 관심을 가질 겁니다. 평소의 품행, 부부의 성격, 범인과 평소에 안면은 없었던가 하는 식으로 잔인할 만큼 이것저것 물어 가며 파고들 겁니다. 어떤 종류의 힘이건 한두 가지는 나올 테고………… 여러모로・・・・・・ 별로 유리하지 않을 겁니다.
장모 (당황하며) 피해자도 의심을 받는다는 말이요? 왜? 당한 것만도 분한데 왜 의심까지 받아?
기수 꼭 피해자만 옳다는 보장도 없을 테니까요. 경찰에서는 성범죄의 팔십 프로는 피해자 측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더군요. 흉영재악범이 많다 해도 아무나 그런 일 당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일동 타격 받고 침묵한다.
정원, 어쩔 줄 모르고 외면한다. - P285

고정희(1948-1991)

고정희는 한국에 페미니즘 문학이라는 개념을 처음 정립한 이론가이자 뛰어난 실천적 전범을 보인 시인으로 여성문학사에서 평가된다. 여성주의 운동가로서의 강인함과 이론가로서의 치열함, 인으로서의 열정과 섬세함을 두루 갖추고 있었던 고정희는 한국 현대 여성 시의 역사는 고정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에 걸맞은 면모를 지녔다. 씻김굿, 마당굿 등 굿의 형식, 판소리 사설의 형식 등을 적극 계승하고 변용해 여성 민중문학의 형식을 창안한 점, 여성적 글쓰기의 실천을 통해 한국 현대 여성 시의 스펙트럼을 내용과 형식 면에서 확장하고 심화한 점, 민중·민족· 젠더를 둘러싼모순들이 교차하는 자리를 정확히 관통했다는 점에서 고정희 시의여성문학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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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_한국 중립화를 제안한다

내가 미국의 대외정책을 공부해오면서 글과 강연을 통해 즐겨 써온 말이 있다. "이 세상에 미국처럼 호전적 국가가 없다. 미국처럼 전쟁 많이 해본 나라 없고, 좋아하는 나라 없으며, 잘하는 나라 없다. 전쟁을 통 - P42

해나라를 세웠고, 영토를 확장했으며, 전쟁을 통해 초강대국이 되었고,
세계 패권을 유지해왔다. 1776년 독립 때부터 240년 넘도록 전쟁을 치르지 않은 기간은 20년도 되지 않는다. 전쟁을 통해 먹고살아온 것이다."
이러한 나의 주장을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확인해주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2019년 4월 15일자에 보도된 내용이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카터에게 전화해 중국의 급성장에 관해 의견을 구했다. 카터는 대략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은 현명한 투자에의해 촉진되고 평화에 의해 활성화했다. 1979년 이후 중국은 단 한 번도 전쟁하지 않았다. 미국은 계속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은 242년역사에서 오직 16년 동안만 평화를 즐기며 ‘세계 역사상 가장 호전적 국가‘가 되었다. 다른 나라들에 미국의 원칙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경향때문이다." - P43

앞으로는 한국이 대만을 둘러싼 미국-중국 전쟁에 휘말리기 쉽다. 미국은 대만해협과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쳐왔다. 중국은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참고로 미국과 중국은 1972년 대만이 독립국이 아니라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은 1979년 ‘대만관계법‘을 만들어 대만에 무기를 지속적으로 많이 팔아왔다. 대만 민진당은 2000년부터 집권하기 시작해 대만 독립을 주장해왔다. 중국은 2005년 대만이독립을 추진하면 무력으로 저지하겠다는 ‘반분열국가법‘을 만들었다. 대만 민진당은 2024년 1월 총선거를 통해 재집권에 성공했고, 미국은2022년부터 대만에 군사원조를 대폭 늘리는 법안을 연달아 통과시켰으며, 중국은 2022년 공산당대회에서 대만과의 통일을 거듭거듭 강조했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19세기 청일전쟁과 20세기 러일전쟁에 이어 21세기 미중전쟁에서도 한반도는 전쟁터가 되기 쉽다.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미국군대의 가장 큰 해외기지가 평택에 있고, 중국을 감시하며 겨냥하는 미군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성주에 설치되어 있어서, 중국이 한국을 폭격지역과 대상으로 삼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때문에 한국이 자동적으로 전쟁에 휘말리게 되리라는 말이다. 우리가 주한미군을 될수록 빨리 내보내고 한미동맹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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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문학동네 시인선 209
박연준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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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으로 산에 갈 땐 시집을 가져간다. 지하철에서 읽을 책이 필요하지만 등산 가방이 무거워지면 안되니깐. 오늘은 초록초록한 표지의 박연준 시인의 시집. 아직은 박연준 시인의 시가 좋아지지 않는다. 그래도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시 ’시인하다‘는 좋았다. ‘마흔 살의 나는 웬만해선 죽지 않는다. 살고 살아나면 살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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