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메뉴는 중식이다!

조율 작업에는 무언가 소소한 것을 차츰차츰 나아지게 하는 기쁨이 있다. 그 ‘나아짐’이 소리로 곧장 느껴진다. - P31

피아노 조율은 현의 장력을 가감하여 음률을 맞추는 일로, 음악적, 수학적 과정을 통해 작업한다. 그 외에도 피아노의 거의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하기에 숙련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이 일을 하며 오랜 세월 반복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고객과 인연 또한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존재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무게감이 꽤 있어서 한 번 사면 오래 쓰기에, 조율사와의 인연도 자연히 그렇게 오래 간다. - P72

주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난 후 동그란 접시에, 동그란 모양으로 나온 볶음밥, 수분기를 잘 날린 볶음밥 위로 반숙 달걀프라이가 올려져 있으며 한켠에 짜장 소스도 적당한 양으로 자리한다. 국물은 뜨겁게 다시 끓여나온 짬뽕인데, 미지근한 국을 싫어하기에 반가웠다. 볶음밥에 딸려나오는 짬뽕 국물은 그 집의 짬뽕 맛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서참 좋다. 일거양득. 짜장 소스도 나오니 볶음밥은 일타삼피. 내가 처음방문하는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가장 먼저 맛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볶음밥을 대할 때 순서는 국물을 맛보고, 곧장 반숙 달걀프라이를 터뜨려밥과 함께 비벼 먹는다. 달걀은 식으면 비리기 때문에 밥이 뜨거울 때함께 먹어야 녹진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고슬고슬거리는 볶음밥. 센 불에 국자로 눌러가며 볶았으니 맛이 없을 수 없고, 볶음밥을 거의 주식으로 먹는 중국 사람이니 화교 중식당에서 실패할 확률이 적은편이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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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치욕으로 들어가는 문은 곤궁에서 벗어나기 위한 좋은 문은 아니었다. 요컨대 그는 옳지 않았다. - P163

"잊지 마시오. 결코 잊지 마시오. 이 은을 정직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쓰겠다고 내게 약속한 일을." - P192

"장 발장, 나의 형제여. 당신은 이제 악이 아니라 선에 속하는 사람이오. 나는 당신의 영혼을 위해서 값을 치렀소. 나는 당신의 영혼을 암담한 생각과 영벌(永罰)의 정신에서 끌어내 천주께 바친 거요."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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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페이지 드디어 장 발장 등장!
소문보다 빨리 출현~

"내 말은 인간은 하나의 폭군을, 즉 무지(無知)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오. 나는 그 폭군의 종말에 찬성한 거요. 그 폭군이 왕권을 낳았소. 학문은 진리 속에서 얻은 권위인 데 비하여, 왕권은 허위 속에서 얻은 권력이오. 그러므로 인간은 오직 학문에 의해서만 지배되어야 하오."
"그리고 양심에 의해서." 주교가 덧붙였다.
"그것도 마찬가지요. 양심이란 우리가 우리 안에 가지고 있는 타고난 학문의 양(量)이오." - P76

그는 말했다. "당신 말씀에 대답하기 전에 나를 용서해 주시기 바라오. 아까 내가 잘못했소. 당신은 내 집에 와 계시는 내 손님이오. 나는 당신에게 예의를 갖춰야만 하오. 당신은 내생각에 이의를 제기하는데, 나는 당신의 반대 이유를 반박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마땅하오. 당신의 재물과 향락은 이 토론에서 당신에게 반대하기에 이로운 점이지만, 내가 그런 이점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점잖은 일이오. 그런 건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겠소."
"고맙소." 주교가 말했다. - P83

사람들은 끌어올려 주기를 바라니까. 극도의 자기희생 속에서 사는 성자는 위험한 이웃이다. 그런 성자는 고질적인 빈곤과 승급에 유익한 관절의 경직, 그리고 요컨대 여러분이 틀림없이 원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포기를 여러분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사람들은 그러한 패덕(敗德)에서 도망친다. 여기서 비앵브뉘 예하의 고독이 유래한다. 우리는 암담한 사회에 살고 있다. 성공한다는 것은 앞으로 튀어나온 부패에서 한 방울한 방울 떨어지는 교훈이다. - P100

그의 청년 시절과 장년 시절에 관한 이야기에 의하면 비앵브뉘 예하는 옛날에는 열정적인 사람이었고, 아마도 격렬하기까지 한 사람이었다. 그의 바다같이 관대한 성격은 타고난 본성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삶을 통해 그의 가슴속에서 걸러지고 사상의 편력을 통해 그의 마음속에 들어온 커다란 확신의 결과였다. 왜냐하면 사람의 성격도 바위처럼 물방울로 구멍이 뚫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파인 것은 지울 수 없고, 그렇게 형성된 것은 부술 수 없다. - P104

모멸을 받아 온 자는 존경받기를 갈망한다. - P143

그는 이제 장 발장이 아니었고 24601호였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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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캐롤》은 《리플리》의 작가로 유명한, 범죄 스릴러의 대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1921~1995년)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의 천재적, 인간적, 정치적 비범함을 여기 다 적을 수 없다. 나는 하이스미스를 알게 되면서 가장 좋아하는 영어권 작가가 바뀌었다. 게다가 문학 작품 번역자는 로컬의 소설가여야 하는데, 이 책이 딱 그렇다. 빼어난 번역(김미정) 덕분에 나는 전속력으로 읽었지만 모든 장면이 쏙쏙 들어왔다. - P143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생은 너무 힘들다. 인생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고통과 실망과 과제를 안겨준다. 인생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고통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수단으로 세 가지가 있다. 우리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고통을 가볍게 생각하도록 하는 강력한 편향, 고통을 줄여주는 대리 만족, 고통에 무감각하게 하는 마취제."(246쪽) - P182

여성주의는 양성 이슈, ‘여혐 대 남혐‘ 식의 대칭 언어가 아니다. 여성주의는 ‘인간‘과 ‘인간의 여자‘로 나누는 권력에 대한 질문, 즉 인간의 범주에 관한 인식론이고 <제2의 성>은 그 역사를 압축한다. - P187

모든 선언은 일시적 전략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 P189

아, 참 국립국어원은 ‘남성 페미니스트‘를 "여성에게 친절한 남자"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앞에 "예쁜 여성에게만" 붙이면 완벽하네요! - P191

이 책에 대한 나의 관심은 우리말 제목이다. 《사랑받지 않을 용기》, "자기 비하를 그만두고 다른 여성을 존중하자. 남성 사회에서 사랑받지 않을 용기를 내자."(245쪽). - P205

시인이자 여성주의 사상가 에이드리엔 리치는 영화 〈가스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수 세기 동안 여성은 남성 사회가 켠 가스등 때문에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부정당해 왔다. ‘미친여자‘는 오로지 남성의 경험에 의해 판정되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바로 우리 자신에게 미스터리였다니!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보살필 의무가 있다. 여성의 인식과 자신감을 믿자, 서로에게 가스등을 켜지 말자." - P231

자기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대한 해석, 생각과 고통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일이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산을 넘는 일이다. 록산 게이의 《헝거》를 읽고, 나는 열패감과 좌절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감히‘ 그가 부러웠다. 그는 해냈다. 그것도 아주 잘 해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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