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소설(6) 길을 걸으며 책을 읽지 마라!

이 서평을 읽으며 [밀크맨]을 읽을 때의 답답함이 다시 생각남!

그런 시대, 그런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따지고 보면 내가 길을 걸으며 책을 읽는 것도 그 한 방법이었다. 외부세계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이었다. 사람이 늘 예민하게 깨어있으면 스트레스가 점점 더 쌓이기 때문이다. 내가 걸으면서 책을 읽는 것은 알지 않으려고 일부러 하는 행동이었고, 따라서 경계하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것이었다. 잘 알아 마땅한 것을 모르는 일로 여기는 것, 그게 나의 반응방식이었다. - P173

세부적인 사항을 인정한다는 것은 선택을 의미하고 선택은 책임을 뜻하는데 내가 책임을 다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아가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을 나중에 혹시 빼앗기기라도 한다면 어쩌겠는가. 그렇다면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다. 선택의 골치아픔도 없고 빼앗기는 고통도 없을 테니까... - P1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저녁 메뉴는 중식이다!

조율 작업에는 무언가 소소한 것을 차츰차츰 나아지게 하는 기쁨이 있다. 그 ‘나아짐’이 소리로 곧장 느껴진다. - P31

피아노 조율은 현의 장력을 가감하여 음률을 맞추는 일로, 음악적, 수학적 과정을 통해 작업한다. 그 외에도 피아노의 거의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하기에 숙련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이 일을 하며 오랜 세월 반복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고객과 인연 또한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피아노라는 악기가 존재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무게감이 꽤 있어서 한 번 사면 오래 쓰기에, 조율사와의 인연도 자연히 그렇게 오래 간다. - P72

주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난 후 동그란 접시에, 동그란 모양으로 나온 볶음밥, 수분기를 잘 날린 볶음밥 위로 반숙 달걀프라이가 올려져 있으며 한켠에 짜장 소스도 적당한 양으로 자리한다. 국물은 뜨겁게 다시 끓여나온 짬뽕인데, 미지근한 국을 싫어하기에 반가웠다. 볶음밥에 딸려나오는 짬뽕 국물은 그 집의 짬뽕 맛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서참 좋다. 일거양득. 짜장 소스도 나오니 볶음밥은 일타삼피. 내가 처음방문하는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가장 먼저 맛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볶음밥을 대할 때 순서는 국물을 맛보고, 곧장 반숙 달걀프라이를 터뜨려밥과 함께 비벼 먹는다. 달걀은 식으면 비리기 때문에 밥이 뜨거울 때함께 먹어야 녹진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고슬고슬거리는 볶음밥. 센 불에 국자로 눌러가며 볶았으니 맛이 없을 수 없고, 볶음밥을 거의 주식으로 먹는 중국 사람이니 화교 중식당에서 실패할 확률이 적은편이다. - P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쨌든 치욕으로 들어가는 문은 곤궁에서 벗어나기 위한 좋은 문은 아니었다. 요컨대 그는 옳지 않았다. - P163

"잊지 마시오. 결코 잊지 마시오. 이 은을 정직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쓰겠다고 내게 약속한 일을." - P192

"장 발장, 나의 형제여. 당신은 이제 악이 아니라 선에 속하는 사람이오. 나는 당신의 영혼을 위해서 값을 치렀소. 나는 당신의 영혼을 암담한 생각과 영벌(永罰)의 정신에서 끌어내 천주께 바친 거요." - P1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3페이지 드디어 장 발장 등장!
소문보다 빨리 출현~

"내 말은 인간은 하나의 폭군을, 즉 무지(無知)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오. 나는 그 폭군의 종말에 찬성한 거요. 그 폭군이 왕권을 낳았소. 학문은 진리 속에서 얻은 권위인 데 비하여, 왕권은 허위 속에서 얻은 권력이오. 그러므로 인간은 오직 학문에 의해서만 지배되어야 하오."
"그리고 양심에 의해서." 주교가 덧붙였다.
"그것도 마찬가지요. 양심이란 우리가 우리 안에 가지고 있는 타고난 학문의 양(量)이오." - P76

그는 말했다. "당신 말씀에 대답하기 전에 나를 용서해 주시기 바라오. 아까 내가 잘못했소. 당신은 내 집에 와 계시는 내 손님이오. 나는 당신에게 예의를 갖춰야만 하오. 당신은 내생각에 이의를 제기하는데, 나는 당신의 반대 이유를 반박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마땅하오. 당신의 재물과 향락은 이 토론에서 당신에게 반대하기에 이로운 점이지만, 내가 그런 이점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점잖은 일이오. 그런 건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겠소."
"고맙소." 주교가 말했다. - P83

사람들은 끌어올려 주기를 바라니까. 극도의 자기희생 속에서 사는 성자는 위험한 이웃이다. 그런 성자는 고질적인 빈곤과 승급에 유익한 관절의 경직, 그리고 요컨대 여러분이 틀림없이 원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포기를 여러분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사람들은 그러한 패덕(敗德)에서 도망친다. 여기서 비앵브뉘 예하의 고독이 유래한다. 우리는 암담한 사회에 살고 있다. 성공한다는 것은 앞으로 튀어나온 부패에서 한 방울한 방울 떨어지는 교훈이다. - P100

그의 청년 시절과 장년 시절에 관한 이야기에 의하면 비앵브뉘 예하는 옛날에는 열정적인 사람이었고, 아마도 격렬하기까지 한 사람이었다. 그의 바다같이 관대한 성격은 타고난 본성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삶을 통해 그의 가슴속에서 걸러지고 사상의 편력을 통해 그의 마음속에 들어온 커다란 확신의 결과였다. 왜냐하면 사람의 성격도 바위처럼 물방울로 구멍이 뚫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파인 것은 지울 수 없고, 그렇게 형성된 것은 부술 수 없다. - P104

모멸을 받아 온 자는 존경받기를 갈망한다. - P143

그는 이제 장 발장이 아니었고 24601호였다. - P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