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상품형태는 인간들에게 인간 자신의 노동이 갖는 사회적 성격을 노동생산물 그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 양 또는 이 물적 존재들의 천부적인 사회적 속성인 양 보이게 만들며, 따라서 총노동에 대한 생산자들의 사회적 관계도 생산자들 외부에 존재하는 갖가지 대상의 사회적 관계인 양 보이게 만든다. 이러한 착시 현상을 통하여 노동생산물은 상품, 즉 감각적이면서 동시에 초감각적이기도 한 물적 존재 또는사회적인 물적 존재가 된다. (……) 반면 상품형태나 이 상품형태가 나타내는 노동생산물 간의 가치관계는 노동생산물의 물리적인 성질이나 거기에서 생겨나는 물적 관계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것은 인간 자신들의 일정한 사회적 관계일 뿐이며 여기에서 그 관계가 사람들 눈에는 물체와 물체 사이의 관계라는 환상적인 형태를 취하게 된다. - P47

노동하는 개인으로서의 ‘나’는 나의 노동을 통해 타자와, 더 나아가 세계와 관계 맺는다. 그런데 이러한 관계 맺음의 매개인 ‘나의 노동’은 내가 생산한 노동생산물로서의 상품, 더 나아가 화폐이며, 이 화폐가 나의 존재와 인식을 거꾸로 뒤집어 지배하고 세계 또한 거꾸로 뒤집힌 모습으로 형성하고 유지한다. 이것이 바로 화폐의 물신숭배적 권력이다. - P52

내가 나의 소득을 주식에 넣는 만큼, 그러니까 동학개미가 힘을 모아 주식시장을 부양하는 그 화폐의 양만큼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자본에 양도하게 되고, 노동자가 노동을 통해 정당한 임금을 받아 낼 수 있는 힘, 일터에서 자본가의 부당한 폭력에 저항할 힘은 줄어든다. 도덕주의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경제학적, 정치철학적인 관점에서 내가 주식에 넣은 돈만큼 노동자로서의 내 권리가 줄어든다. 이것은 화폐를 매개로 하나의 논리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 P55

일반 아르바이트의 경우에는 사업주가 사전에 규정하고 노동자와 합의한 제반 조건에 의해 노동 경험이 비교적 단일하게 형성된다. 그러나 이 글에서 보았듯 디지털 관리 시스템하에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는 플랫폼노동 일자리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이들을 단일한 노동 경험을 공유하는 하나의 노동자 집단으로 전제한다면 플랫폼노동의 ‘나쁜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에 ‘지훈‘보다 더 의존하는 ‘은지‘가 노동 조건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다가 밀려난다면, 같은 자리를 더 많은 ‘지훈’이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 P75

이와 더불어 랑시에르는 접속사의 사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성이나 연속성을 확립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왜냐하면 랑시에르에게 역사는 특정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인류학적 원인들이 예측 가능한 ‘결과들’을 초래한다는 방식으로 기록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철학자들을 위한 철학도 아니고, 역사가들을 위한 역사도 아닌" 것이 된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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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도서관에 애들 책 빌리러갔다 발견한 책. 반납전에 빨리 읽자!
국립중앙박물관 영국 초상화전에 있는 브론테 자매 그림이 낯익다 했는데 북플에서 이 책 표지를 많이 봐서 그런거였네~

또한, 여성 작가들은 모두 크게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평생에 걸쳐 편견과 차별, 폭력에 맞서야 했다. 찬사만 받은 작가도 없었다. 혹평에 좌절하지 않았다. 근거 없는 소문과 오랫동안 싸워야 했다. 순간순간 닥쳐오는 난관을 직접 돌파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살면서 죽을 고비도 숱하게 넘겼다. 어떤 위협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한 문장한 문장에 자신의 전부를 걸었다. - P7

"나는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의 영화화 판권으로 노플르샤토의 이 집을 샀다. 내 소유의, 내 이름으로 된 집이다. 이 집을 사고 나서 미친 듯이 글을 썼다. 마치 화산이 폭발한 것 같았다. 집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이 집은 나의 유년기 아픔들을 달래 주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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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불로소득은 가진 자가 아닌 가지지 못한 자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서 반드시 추구해야만 하는 가치가 되었다. 그리고 불로소득은 공동체의 손가락질 대상에서 계급 상승을 위한 마지막 희망의 서사로 탈바꿈했다. 불로소득은 청년세대의 새로운 꿈이 되었다. - P24

체제 안의 행위자가 구조적 모순을 기민하게 간파하여 주체적으로 행동하지만, 본의와 다르게 계급이 재생산되는 아이러니는 오늘날 주식시장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 P31

제러미 리프킨이 예언한 ‘노동의 종말’은 결국 노동소득에 대한 자본소득의 우위라는 모습으로 실현되었다. 산업혁명이자 근면혁명(industrious revolution)인 자본주의의 바탕인 프로테스탄티즘적 윤리는 노동의 종말과 함께 종언을 고했다. 오늘날에는 근면한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 자본을 낳는다. 자본주의가 성숙할수록 자본은 추상화되어서 돈이 돈을 낳는 것처럼 현상하는 반면, 노동은 그 어떠한 연대도 가능하지 않을 만큼 잘게 쪼개진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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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특별부록부터 읽기~
김수영 산문집이 세계문학전접으로 나온다니 기대된다. 여기 흥미로운 편집 뒷얘기에 나온 책들 모두 읽고 싶어지네.

세계문학전집으로 만나게 될 『시여, 침을 뱉어라』는 김수영을 담은 책이 아니라 김수영이 보려 했던 문학을 담은 책이 될 것이다. 못다 이룬 그의 꿈이 그 책을 읽는 우리로부터 다시 시작되기를 바라며. - P18

출간 임박. 막바지에는 책 표지 글을 승인받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었다. 쿤데라는 자신의 작품에 해설이나 번역 후기가 실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인터뷰도 거의하지 않는다.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 해석되고 받아들여져야 하기 때문이다. - P40

그때 어떤 답변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나의 생각은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는 진실이라는 ‘보편성‘에 가닿는다. - P53

불평이 감사보다 빨리 전염되듯이, 우울은 기쁨보다 전염성이 더 크다. "우리는 행복에 대해서는 항상 그 덧없음을 느끼는 반면, 우울한 감정에 빠져 있을 때는 그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 P67

인생일력은 민음사의 고루한 이미지에도 찰떡같이 맞아 ‘고루함×고루함=힙함‘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냈고, 평소 동양고전에는 관심조차 없던 젊은 독자들이 매년 1만 명씩이나 고전 문장을 소비하도록 만들었다. - P76

"한편 한편을 엮어서 의미를 생산한다."라는 카피처럼 서로 다른 관점이 교차하듯 씨실과 날실이 엮이고 매듭지어지는 형태의 로고가 차례로 완성되며 《한편》의 정체성이 선명해졌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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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류사에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어. 즉 그리스 문화와 그리스어가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국제적인 공동체가 생겨난 거야. 대략 300년간 지속된 이 시기를 종종 헬레니즘 시대라고 부르지. 헬레니즘이란 당시 세 개의 큰 지역인 마케도니아, 시리아, 이집트에서 융성했던 그리스 문화를 뜻해. - P195

스토아 학자들은 개인과 우주의 차이를 없애듯이 ‘정신‘과 ‘질료’의 대립도 부인했어. 오로지 하나의 자연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견해를 일원론이라고 해. (이는 현실을 양분한 플라톤의 이원론과는 상반되는것이지.) - P200

그런데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절제와 중용 그리고 마음의 평정 같은 오랜 그리스적 이상이 조건으로 갖추어져 있어야만 해. 왜냐하면 욕망은 통제되어야 하기 때문이지. 이런식으로 우리에게도 마음의 평정은 고통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될 거야. - P203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해야 한다. 네가 바로 네 이웃이기 때문이다. 네 이웃이 너 자신과 다른 사람이라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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