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간은 체계와 추상적인 결론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오직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고의로 진리를 왜곡하고 보면서도 보지 못하고 들으면서도 듣지못할 준비가 돼 있다. - P48

다름 아니라, 인간은 언제나 어디서나 그가 누구든 간에 절대 이성과 이익의 명령이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길 좋아했던 것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의 이익에 반해서라도 그렇게 하고 싶어 할 수 있고 이따금씩은 꼭 그래야만 한다.(하여간 내 생각으론 그렇다.) 자기 자신의 의지적이고 자유로운 욕망, 아무리 거친 것일지라도 여하튼 자기 자신의 변덕, 이따금씩 미쳐 버릴 만큼 짜증스러운 것일지라도 여하튼 자기 자신의 환상, 이 모든 것이 바로 저 누락된 이익, 즉 어떤 분류에도 속하지 않고 모든 체계와 이론을 끊임없이 산산조각 내 버리는 가장 유리한 이익인 것이다. - P52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독립적인 욕망 하나뿐이다, 이 독립성이 어떤 대가를 요구하든,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간에. 거참, 대체 욕망이라는 게 뭔지……. - P53

내 생각으론 심지어, 인간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정의는 두 발로 걷는 배은망덕한 존재라는 것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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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아니, 이 음탕함의 온갖 섬세한 뉘앙스를 이해하려면 지적으로 심오한 성숙의 경지에 이르고 의식의 극단까지 가야 할 것 같군요! 비웃는 거요? 그렇다면 몹시 기쁘군, 나의 농담은, 여러분, 물론 품격도 떨어지고 변덕스럽고 앞뒤도 안 맞는 데다가 자기 불신감마저 가미되어 있소. 하지만 실상 이건 내가 나 자신을 존경하지 않기 때문이오. 도무지 의식이 발달한 인간이 조금이라도 자기 자신을 존경할 수 있겠소? - P35

그저 팔짱을 낀 채 멍하니 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증오하든지, 사랑하든지 해 보라는 것이다. 아무리 늦어도 모레면, 뻔히 알면서도 자기 자신을 속였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경멸하기 시작할 것이다. 결과적으론, 비누 거품과 관성뿐이다. 오, 여러분, 내가 스스로를 현명한 인간으로 간주하는 것은 오직 평생 동안 뭐 하나 시작할 수도, 끝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설령 내가 수다쟁이라고 한들, 우리가 죄다 그렇지만, 설령 백해무익하고 짜증나는 수다쟁이라고 한들 어떤가. 어차피 모든 현명한 인간의 그야말로 유일한 사명이 수다, 즉 머리를 굴려 공소한 잡담을 늘어놓는 데 있다면, 어쩌란 말인가.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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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노인장들, 이 모든 존경받는 노인장들, 백발이 성성하고 향기가 폴폴 나는 모든 노인장들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 말을 해 줄 것이다! 온 세상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할 테다! 나는 그렇게 말할 권리가 있다, 왜냐면 나도 예순 살까지 살 테니까. 일흔 살까지 살고야 말겠다! 여든살까지도 살겠다……! 잠깐! 잠깐 숨 좀 돌리자…….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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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어쩌면 엄지손가락을 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는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엄지손가락은 오직 그 본성에 따라서만 움직일 수 있어. 엄지손가락이 네 손에서 뛰어올라 온 방 안을 만지고 다닐 수는 없어. 너도 역시 전체 속에서 네 자리가 있는 거란다. 너는 소피지만, 신의 몸에 달린 손가락이기도 하지. - P128

스피노자는 오직 하나의 존재만이 철저히 ‘자기 스스로의 원인’으로 완전한 자유 속에서 행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어. 신이나 자연만이 이렇게 자유롭고 필연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사람은 외부의 강제 없이 살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하지만 그것은 결코 ‘자유의지‘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야. 우리는 우리 육체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해. 우리의 육체는 연장(물체)이라는 속성의 한 양상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선택‘ 하지 못해. 그러므로 인간은 자유로운 영혼이 없는 존재야. 영혼은 기계적인 육체 안에 갇혀 있지. - P131

그래. 가장 중요한 경험주의자 혹은 경험철학자는 로크와 버클리, 흄이야. 모두 영국인이지. 17세기의 주도적인 합리주의자들은 프랑스의 데카르트, 네덜란드의 스피노자, 독일의 라이프니츠였어. 그래서 흔히 영국의 경험주의, 대륙의 합리주의로 구분한단다. - P141

‘생성된 모든 존재는 소멸하게 마련이다‘ 흄도 아마 똑같이 말했을 거야. 또 데모크리토스도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아. 어쨌든 우리가 알기로 흄은 영혼 불멸이나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모든 철학적 시도를 거부했어. 이 말은 흄이 이 두 가지를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했다는 게 아니라, 종교적 신앙을 인간의 이성으로 증명할 수 있으리라는 신념이 합리주의로 위장한 거짓이라는 거야. 흄은 기독교도가 아니었지만, 철저한무신론자도 아니었어. 그는 우리가 불가지론자(不可知論者)라고 부르는그런 사람이었지. - P157

그러니까 시간적으로 뒤따라 생기는 사건들 사이에 꼭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야. 철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람들이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경고하는 일이야. 특히 성급한 결론은여러 가지 미신을 유발하지. - P164

"아무것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서 두려워요."
"그건 실존적 불안이라고 하는 건데, 새로운 인식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단계일 뿐이야." - P207

"가장 먼저 계몽주의자들은 민중이 ‘계몽‘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것은 더 나은 사회의 절대적인 근본 조건이라는 거지. 하지만 민중 사이에는 무지와 미신이 팽배했어. 따라서 교육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지. 교육학이 계몽주의 시대에 학문으로 자리 잡은 것도 우연이 아니야." - P216

구주, 마리 올랭프(Gouges, Marie Olympe, 1748~1793), 프랑스의 여성 작가. 프랑스 혁명 중에 특히 사회문제에 관한 수많은 책과 일련의 극작품들을 통해 매우 적극적으로 혁명에 참여함. 몇 안 되는 여권 운동가의 한 사람으로 여성도남성과 같은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1791년에 여성 권리 선언을 발표했음. 루이 16세를 옹호하고 로베스피에르를 비판했다는 죄목으로1793년에 처형당함. (라쿠르(L. Lacour), 『현대 여성 운동의 기원』(1900)에서)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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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라는 명칭은 원래 ‘불규칙한 형태의 진주‘를 뜻하는 ‘barroco‘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해. 바로크 예술은 비교적 단순하고 조화로운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과 달리 화려하고 대비가 풍부한 형식을 갖추었어. 17세기의 일반적 특징은 절충할 수 없는 모순들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표현했다는 거야. 한편에는 삶을 긍정하는 르네상스의 세계관이 남아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는 세계를 부정하고 종교적 은둔 생활을 고집하는 정반대의 극단적 경향이 싹텄단다. 예술에서나 실제 생활에서 화려한 삶의 전개 양상을 볼 수 있는가 하면 동시에 속세를 멀리하는 수도원 운동이 일어났지." - P94

[뜻대로 하세요]라는 작품에서 셰익스피어는 이런 말을 했어.

온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여자와 남자는 단지 배우일 뿐이다. 그들은 등장했다가 다시 퇴장한다. 어떤 이는 일생동안 7막에 걸쳐 여러 역을 연기한다. - P97

「맥베스」에선 이렇게 말했지.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짧은 순간 무대 위에 있다 사라지는
이를 악물고 두 다리를 벌린, 가엾은 희극 배우.
들려오는 소리는,
웬 바보가 분노에 찬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동화다.
아무런 의미도 없다.……. - P97

‘인생이란 무엇인가? 미친 짓! 인생이란 무엇인가? 텅 빈 물거품! 시는 한낱 그림자일까! 행복이란 드물게 주어진다. 하나의 꿈이 일생이며,
그 꿈들도 하나의 꿈이기에……. - P98

"신은 신이다, 모든 게 덧없더라도, 신은 신이다, 모두가 다 죽는다 해도……." - P99

그리고 데카르트는 소크라테스처럼 이성만이 우리에게 분명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확신했어. - P103

근본적으로 모든 중요한 철학적 문제들에 대한 대답을 얻으려는 철학적 이해라고 할 수 있지. 고대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체계설립자가 있었다면, 중세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기독교 신학사이에 다리를 놓으려 한 토마스 아퀴나스가 있었어. 이어서 자연과 과학, 신과 인간에 대한 낡은 생각과 새로운 생각이 뒤엉킨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거야. 17세기에 들어서 비로소 다시 새로운 생각들을 하나의 철학 체계로 묶으려는 시도가 있었지. 그리고 이에 성공한 최초의 인물이 바로 데카르트야. 그는 ‘무엇이 다음 세대에 가장 중요한 철학적 과제인가‘라는 문제에서 출발했어. 데카르트는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는지, 곧 우리 인식의 확실성에 관한 문제를 연구했어. 그가 마음에 두고 있던 두 번째 중요한 문제는 육체와 영혼의 관계야. 이 두 가지 문제가 이후 150년 동안 철학 토론을 지배했지. - P105

우선 데카르트는, 우리가 어떤 것이 참인지를 명확하고 분명하게 인식할 수 없다면, 어떤 것도 참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어. 그런데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복잡한 문제를 가능한 한 많은 부분으로 나누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지.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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