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더불어 아마도 프랑스의 도시들 중에서 어떤 의미있는 사건이 내게 일어날 수 있으리라는 인상을 갖게 된 유일한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낭트는, 넘치는 정열로 불타오르는 시선과 마주칠 수 있는 곳이고(나는 작년에 자동차로 낭트를 가로지르다가 아마도 남자와 동행했을 것 같은 노동자로 보이는 한 여자가 눈을 들었을 때, 이런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때 멈추어섰어야 했는데), 나에게 있어서 삶의 리듬이 다른 곳과 같지 않은 곳이다. 모든 모험을 능가하는 모험 정신이 아직도 몇몇 사람에게 깃들어 있는 도시 낭트는, 여전히 나를 만나러 와 줄친구들이 있는 곳이다. 낭트는 내가 좋아한 공원, 바로 그 프로세 공원이 있는 도시이다. - P31

* 내 눈 앞에서 그때 일을 이리저리 떠올리다 보면 이렇게 요약한 것들 중에서 어떤 부분은 무엇보다 먼저 실망스럽다. 내가 거기서 정확하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던가? 초현실주의는 그 당시 자신의 정체성을 모색하고 있었고, 세계에 대한 견해로서 자기 자신을 명확히 세우는 단계에 이르기에는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초현실주의는 자기 앞에 놓인 시간적 여유를 미리판단할 수 없는 채로 암중모색하며 나아갔고, 아마도 자신의 영향력이 시작되는 것을 지나치게 만족하며 누렸던 것 같다. 그림자의 굴대 없이는, 빛의굴대도 없는 법. (1962년 가을, 10월) - P57

"나자에요, 왜냐하면 나자는 러시아어로 ‘희망‘이라는 말의 어원이기 때문이고, 또 단지 어원일 뿐이기 때문이죠." 그녀는 좀 전에 내가 누구인지를(매우 협소한 의미로) 물어볼 생각이었다고 했다. - P68

나는 모든 시들을 읽은 전문가의 눈으로 나자의편지들을 읽곤 했는데, 그 가운데서 특별히 놀라운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나를 변호하기 위해 몇 마디의 말을 부연하고 싸울 뿐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광기와 광기가 아닌 상태사이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과 관련된 사실로서의지각과 관념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조금도 이론의 여지가 없는 진실들보다 훨씬 더 큰 의미와중요성을 갖는 역설들이 있는 법이다. 그러한 역설의 가치를무화시키는 것은 중요성도 잃어버리고 이익도 잃어버리는 일이다. 아무리 그것이 역설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내가 내 자신을 향해, 아주 멀리서부터 나 자신을 만나려고 온 사람을 향해 ‘누구인가?‘라는 언제나 비장한 외침을 스스로 던질 수 있 - P147

었던 것은, 바로 그 역설 덕분이다. "누구인가?" "나자, 당신인가?" 내세라는 것, 모든 미래의 세계가 우리의 삶 속에 있는것이 사실인가? 나에게는 당신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누구인가? 나 혼자뿐인가? 이게 나 자신인가?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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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역사의 정치> 2월 여성주의책 다 읽었으니 뭘 한다? 3월 책을 산다! 2월 책은 어렵지 않고 잘 읽혔는데 3월 책은 분량도 내용도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재밌을 것 같다. 또 한 명의 멋진 지성인을 만날 수 있을 듯.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요즘 빅토리아 시대 관심 많은 남편의 주문(사진에 없는).

<사람, 장소, 환대> 몇 년 전에 읽었는데 좋은 책이지만 내가 이해하긴 어려운 책이라 다시 읽어보고자 했는데 마침 이 책을 읽으신 분께 선물 받았다.

<제11호 태풍 힌남노> 이종철 만화가의 책이다. <까대기> <제철동 사람들>에 이어 비극적인 태풍 힌남노에 대한 이야기다.

보리 청소년 시리즈 <내 이름은 낫짱, 김하강입니다> 재일 조선인 여성 청소년의 이야기다.


보리 청소년 고전 시리즈 (사씨남정기>와 보리 다시 쓰는 어린이 고전 시리즈 <서동지전>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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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2-26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 장소, 환대가 딱 눈에 꽂힙니다. 읽겠다고 사놓고 아직도 계속 밀리고 있는.... 언젠가는 읽겠죠. 서재에서 여러분들이 한 책을 자꾸 얘기하면 결국 읽긴 하더라구요. ^^

햇살과함께 2025-02-27 09:04   좋아요 0 | URL
이 책 꼭 읽어보세요. 어렵지만 좋은 책입니다. 그런 책이 백만 권이지만^^

다락방 2025-02-27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3월도 화이팅입니다, 햇살과함께 님!! 빠샤!!

햇살과함께 2025-02-27 09:05   좋아요 0 | URL
홧팅! 내일 지나면 3일 연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5-02-27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일 연휴 반가운 마음 + 다음달책이 기대되는 마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5-02-27 17:45   좋아요 1 | URL
재밌겠죠? 이제 금요일 하루 남았습니다 ㅎㅎㅎ
 
인류의 진화 - 아프리카에서 한반도까지, 우리가 우리가 되어 온 여정
이상희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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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변하는 고인류학. 새로운 발굴이거나 새로운 기술이거나 새로운 해석이거나. 우리는 아직 인류에 대해 모르는 것이 참 많다. 우리에겐 상상력과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아직 읽지 않은 <총 균 쇠>가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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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최진혁 사진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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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소설인가 에세이인가. ‘하얀’이 아닌 ‘흰’ 것에 대한 한강 작가 단상을 따라가며 한강 작가의 속도 대로 천천히 읽게 된다. ‘흰’에는 고요한 슬픔이 잔잔히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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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망으로 넘어졌다가 얼어서 곱은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던 사람이, 여태 인생을 낭비해왔다는 걸 깨달았을 때,
씨팔 그 끔찍하게 고독한 집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게 뭔가, 대체 이게 뭔가 생각할
때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

*
눈송이가 성글게 흩날린다.
가로등의 불빛이 닿지 않는 검은 허공에.
말없는 검은 나뭇가지들 위에.
고개를 수그리고 걷는 행인들의 머리에. - P55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회복될 때마다 그녀는 삶에 대해 서늘한 마음을 품게 되곤했다. 원한이라고 부르기엔 연약하고, 원망이라고 부르기에는 얼마간 독한 마음이었다. 밤마다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이마에 입 맞춰주던 이가 다시 한번 그녀를 얼어붙은 집밖으로 내쫓은 것 같은, 그 냉정한 속내를 한 번 더 뼈저리게깨달은 것 같은 마음.

그럴 때 거울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그녀 자신의 얼굴이라는 사실이 서먹서먹했다.
얇은 종이의 하얀 뒷면 같은 죽음이 그 얼굴 뒤에 끈질기게 어른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 P96

자신을 버린 적 있는 사람을 무람없이 다시 사랑할 수 없는것처럼, 그녀가 삶을 다시 사랑하는 일은 그때마다 길고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했다.

왜냐하면, 당신은 언젠가 반드시 나를 버릴 테니까.
내가 가장 약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돌이킬 수 없이 서늘하게 등을 돌릴 테니까.
그걸 나는 투명하게 알고 있으니까.
그걸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까.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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