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엽_우리 신여자의 요구와 주장

우리는 믿습니다. 정신상의 굴복은 물질상의 굴복에 반하는것임을. 그러기에 완전히 정신상의 자유를 얻고자 하면 반드시 또물질상의 자유를 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질적 자유의 욕구는 먼저 정신적 자유의 동경으로 우리의 두뇌 중에 나타나는 것이올시다. 그리고 열렬한 정신적 자유의 동경이 있은 연후에 견실한 물질적 자유의 욕구가 생기는 것이올시다. 하므로 우리는 신시대의 신여자로 모든 전설적 인습적, 보수적, 반동적인 일절의 구사상에서벗어나지 아니하면 아니 되겠습니다. 이것이 실로 《신여자》의 임무요, 사명이요, 또 존재의 이유를 삼는 것이올시다. 《신여자》는 실로이러한 의기와 포부를 가지고 이 사회에 나온 것이올시다. 원컨대현대의 선각자로 자임하는 부인이시여. 조선 민족을 위하시거든 여자사회의 건전한 발달을 바라시거든 모두 와서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우리는 이를 깊이 바랄 따름이외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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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1945년-1950년대와 4권 1960년대의 강의는 김은하 교수가 담당했다. 여성문학사연구모임에서 '막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시는데 말을 아주 재밌게 하신다.

3강을 임하는 나의 집중력이 점점 떨어진다. 자꾸 딴짓하려는 마음을 다잡고, 4강까지 고삐를 놓지 말자.

4권은 강의 전 다 읽었으나 3권은 다 읽지 못했고 또 밀렸다. 요즘 이런 저런 일로 책 읽는 시간이 줄어서,,, 아무래도 추석 주간에 마무리해야겠다. 이번달 여성주의 책은 펼쳐보지도 못했네. 이걸 마무리해야 시작할 수 있을텐데...



<해방부터 1960년대까지의 여성문학>


이 시기를 전쟁과 해방의 혼란 속에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야성적 매력이 있는, 야성의 시대로 설명한다.


한국여성문학사 쓰기

한국문학사에서 삭제된 여성작가 찾기, 암흑기라는 프레임 바깥으로 나가 (오정희, 박경리, 박완서 이전의) 여성 작가의 저자성 찾기



해방과 한국 전쟁기 시대 배경

- 역사적 상황: 해방, 남북한 단독정부 수립, 한국전쟁, 분단

- 문단 상황과  여성 문단: 상반된 이념간 대결기, 운동사적 성격이 강한 시기, 남북한 단독정부 수립 후 식민지기 여성문단 해체

- 해방기 여성작가들의 활동: 이데올로기 갈등 속에 억눌린 여성해방, 이념갈등, 절대 빈곤에서 살아남기 위한 글쓰기  

- 한국전쟁기 여성작가들의 활동: 우경화, 종군작가단, 냉전 권력의 들러리, 차폐막의 글쓰기, "여류작가" "규수작가"라는 명명의 보편화

 

1960년대 시대 배경

- 역사적 상황: 압축 근대화기, 도시 부르주아지의 형성, 4.19 혁명으로 부르주아 시민 주체의 형성

- 박정희 정권의 등장, 전체주의 근대화의 가속화

- 경제개발의 성과와 남성이 부르주아 시민 주체로 위상 획득 -> 공사역영의 성별 분리 강화

- 일부일처법률혼에 바탕을 둔 정상가족의 이상 등장



1960년대 여성 문단: 김승옥의 <무진기행> 이후 문학장의 확장

- 4.19 혁명에 영향받은 신진여성작가들의 등장과 분류: 박순녀, 이정호, 손장순, 허영자, 함혜련 등

- 여성작가들의 저자성 투쟁

: 1965년 9월 한국여류문학인회 발족(회장 박화성) --> "여류"라는 멸칭을 사용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

: 강인숙 해방 후 최초의 여성 비평가 --> 이 책을 통해 이어령의 부인이며, 문학비평가, 번역가로 활동하였음을 알게 됨.



1950년대 문단과 여성작가

- "길들여진 부르주아 작가 = 작품"이라는 등식은 타당한가?

  : "여류 작가"는 남성 중심 문단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쓴 '가면'?

  : 여성서사의 상당수가 성녀/악녀의 짝패 서사 -> "비스듬히 읽기" 필요

  : 나쁜 여사에 대한 매혹과 혐오를 넘나드는 이야기

- 여성저자의 발아, 형성기?


여성작가에게 저자성의 권위 찾아주기

리타 펠스키 <페미니즘 이후의 여성문학> 2장 저자(Author) --> 이 책 절판이네..


저자성(Authorship)

- 저자성: 저자를 카리스마 있는 창조주, 눈부신 광채의 특별한 개인으로 보는 낭만주의에서 유래된 개념

- 저자에 관한 여러 표상과 신화

  : 프로메테우스적 영웅, 오이디푸스적 반역자, 보헤미안 예술가 등 모두 남성으로 상정

  : 저자 = 남성으로 보는 고정관념(pen = penis 등식)

  : "물질적인 구속 못지 않게 여성을 속박한 것은 저자에 대한 신화와 비전이었음"


페미니즘 비평가들의 여성 저자 창조하기

- 여성 저자의 3가지 알레고리

  : 다락방의 미친 여자 - 거실에서 불안과 분노로 미쳐가는 중산층 여성 -> 미친 여자는 저자의 분신, <제인 에어>

  : 가장무도회 하는 여자 - 여성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남성과 사회를 속이며 사실은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지 않은 여성 -> 콜레트 <그 여자의 감춰진 얼굴>, 앨렉 식수는 콜레트를 '여성적 글쓰기'의 실천가라 함

  : 홈 걸스 - 흑인여성 페미니즘의 인종적,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알레고리


조애나 러스(SF 작가, 비평가)가 본 여성작가의 곤경: <SF는 어떻게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나>

- 여성 작가의 새로운 플롯 찾기

  : 20세기 미국 여성작가가 이 플롯을 역이용한 사례가 잡년 여신(Bitch Goddess) -> 강신재, 박경리, 한무숙 등 모두 해당

    --> 한국도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SF 여성작가와 작품이 크게 인기


여성 작가의 저자성 발견하기: 아프레걸(킹콩걸), 미친 여자, 색정적 편집증자, 비판적 여성 지식인 등

- 전후 국가 재건과 남성성 회복 담론의 교차 -> 탈식민 근대 국가 만들기 프로젝트의 시행 -> 서구식 근대화 + 유교적 "가부장제"를 골자로 한 아시아적 근대화 착수

- 강신재 <해방촌 가는 길>: 아프레걸(킹콩걸)의 알레고리로 찾아내야 할 강신재의 저자성 -> 기존 한국문학에서 양공주 재현의 관습을 넘어선 강신재의 양공주 재현 차이

- 한무숙 <감정이 있는 심연>; 미친 여성의 알레고리로 본 한무숙의 저자성

- 박경리 <불신시대>: 애도하는 여성(어머니)의 저자성 읽기 -> 사소설 작가라는 비판과 박경리의 반격

- 박순녀 <아이러브유>: 월경하는 여성 주체, 문 밖의 아웃사이더, 비판적 여성 지식인, 반 속물적인 싱글 여성 등으로 본 반순녀의 저자성 


마무리

- 해방부터 1960년대는 한국 여성문학이 본격 태동한 시기

- 1960년대는 여성작가가 저자로서의 권리 투쟁에 나선 시기

- 해방, 전쟁, 개발의 시기에 대한 여성의 관찰과 목소리를 내는 여성주의 공론장 역할을 수행

- 여성의 저자성을 체제순응적인 부르주아 마담에 가둘 수 없음



"저자", "저자성"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다. <한국 여성문학 선집> 발간이 그동안 무시되고 삭제된 한국 여성작가의 저자성을 찾아주기 위한 작업이라는 의의에서 볼 때 오늘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비스듬히 읽기"도 발견이다. 보이는 이야기 이면에 숨어 있는, 행간 너머를 읽을 수 있도록.

강신재 작가의 재발견이다. 몇 달 전 인셍내권에도 포함하였지만, <젊은 느티나무>로만 설명할 수 없는 강신재 작가. 나 <해방촌 가는 길>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 다시 읽어야겠다.

한무숙 작가도 읽어보기. 한무숙 문학관 가보아야 하는데.

박경리는 박완서와 함께 설명이 필요없는 작가. 이 선집의 취지가 오정희, 박경리, 박완서로만 설명되는 한국 여성문학장이 더 풍부함을 알리고자 함인데 그럼에도 박경리, 박완서는 대단한 작가임을 알 수 밖에 없다. 김은하 교수님도 언젠가 <토지>를 다뤄보고 싶다고 하시는데, 나도 언젠가 <토지>를 읽고 싶다.

박순녀의 <아이러브유>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번역가로도 활발히 활동하셔서 알라딘에서 박순녀로 검색하면 번역소설이 주로 나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소설들(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테스,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등등).


<페미니즘 이후의 여성문학> 절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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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9-10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왕 훌륭한 요약노트! (엄지척) 역시 햇살님, 열심히 듣고 계시군요.
<토지> 오디오북 강력 추천드립니다 ㅎㅎㅎ 읽기보다 쉬워요!

햇살과함께 2024-09-10 16:45   좋아요 1 | URL
내일 마지막 강의! 정리 귀찮은데 꾸역꾸역.. 나중에 도움되겠지 하고요.
토지 오디오북 괜찮을까요. 저의 집중력과 기억력으론 듣다가 뒤죽박죽 될 것 같아서 ㅠㅠ 추천하시니 맛보기로 한번 도전해볼게요! (언제?)
 

시대 개관

《제국신문》, 《독립신문》, 《대한매일신보》, 《만세보》 등 애국계몽기 매체의 ‘독자 투고‘는 여성이 읽기의 주체(독자)에서 쓰기의 주체(작가)로 전환하는 장이었다. 우리는 여성문학사 서술의 첫 장을여성들의 독자 투고로 시작하려고 한다. 이 매체들을 기반으로 한 여성들의 글쓰기는 ‘문학‘이라는 좌표와는 떨어져 있지만 정론적·계몽적 글쓰기를 통해 근대 - 민족-젠더의 교차성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남녀동권‘, 그리고 그 전제 조건으로서 교육받을 권리는 근대초기 선언문, 독자 투고, 사설을 통해 집중적으로 발화된다. 요컨대애국계몽기 여성의 글쓰기는 차이보다는 평등의 원리, 계몽과 개화라는 민족국가 담론의 주요 의제를 수용하는 양상을 보인다. - P16

김일엽과 나혜석의 소설에서 보이는 계몽의 수사학은 조선 사회의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여성의 미몽 상태 등을 문제 삼으면서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개인의 자각을 강조한다. 이들의 계몽은 ‘근대민족국가‘로 수렴되지 않는다. 오히려 식민지 조선에서 근대-남성성,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지 않는 여성-개인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페미니즘 텍스트로서 의미가 있다.
김명순은 『생명의 과실』(1925), 『애인의 선물』(1928) 두 권의작품집을 발간하여 ‘문사‘가 아닌 ‘작가‘로서 존재 증명을 했다는 점에서 김일엽, 나혜석과 구별된다. 자신의 사생활을 둘러싼 소문에항변하기 위한 알리바이로서의 소설 쓰기에 해당하는 「탄실이와 주영이」(1924), 자전적 성격이 강한 「칠면조」(1921)가 미완인 데 반 - P23

해, 신문에 연재된 후 『생명의 과실에 개작 수록된 「도라다볼 때(1925)는 완성작이자 현실의 제약을 딛고 이를 아름다움과 문학 교양으로 승화하는 여성의 형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P23

‘여성도 국민‘이라는 선언을 경유해 「여학교설시통문」과 「경희의 ‘여성도 사람‘이라는 선언, 즉 ‘여성-시민‘의 자리에 이른 근대-초기 여성들의 글쓰기는 계몽적 글쓰기를 젠더화했다. 김명순은 나혜석과 김일엽의 ‘신여성‘ 담론, 자유연애라는 이상을 본격적으로 문학적 글쓰기에 녹여 냈다.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의 공론장의 소문과 평가에 저항하면서 미완의 소설 쓰기를 반복하고, 문학과 지식 - 교양을 열망하는 여성을 창조한 김명순의 여정은 ‘작가‘과 ‘문학성‘을 끊임없이 의심받으면서도 이를 뚫고 나가려 한 여성문학 탄생기의 현실을 의미심장하게 보여 준다.
이처럼 근대 초기 여성 작가-지식인, 즉 ‘배운 여자들‘은 문학과 비문학의 경계를 허물고, 정론적·계몽적 글쓰기와 문학적 글쓰기의 경계를 횡단했다. 이들은 그간 남성이 점유한 근대 매체와 계몽적 목소리의 지식장을 모방하고 전유해 자신들의 이념과 욕망을 씀으로써 남성 중심의 근대 지식 질서에 균열을 내고자 했다. 특히이들의 글쓰기는 선언문의 격정적 목소리, ‘우리‘라는 여성공동체를 호명하는 청유형의 문법을 구사하면서 여성-집단지성의 범례를 제시한 한편, 식민지 조선에서 신여성이 처한 구속적 상황을 고백하고 폭로하며 미학적 글쓰기로 드러냄으로써 공론장에 글 쓰는 여성의 존재를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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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of a Wimpy Kid #2 : Rodrick Rules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Diary of a Wimpy Kid (윔피키드) 2
제프 키니 지음 / Amulet Books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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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표현, 관용적인 표현으로 영어공부에 좋은 책이다. 형이란 동생을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가? 형과 동생에게 치이는 둘째 Greg에게 감정이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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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개관

해방기는 "상반되는 문학 이념 간의 혼재와 대결의 사건사이며, 운동사적 성격이 우세한 시기였다. 작가들은 좌우익 문학 단체에 가담하거나 조직의 이념과 정체성을 의식하며 글을 쓰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여성 작가들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일부 여성 작가들은 그간의 글쓰기 방식을 버리고 이념과 정치를 소재로 삼아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여성 작가들은 남성 혁명가나 민중을 서사의 중심에 세워 두거나 남성의 목소리를 빌려 말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존의 글쓰기 관습에 거리를 두는 복장 도착적 글쓰기는 남성을 혁명의 주체로 승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남성 중심의 문학장에끼어들면서도 혁명에 대한 비판과 의혹을 감추는 동시에 드러내는 전략이었다. 해방 정국의 정치 현실을 비판적으로 조감하고 조직에 대한 내부 고발자의 면모조차 보여 주는 경계인의 글쓰기를 시도한 것이다. - P18

해방기 시사에서 여성 시인의 자리는 매우 척박했다. 1930년대를 대표하던 두 명의 여성 시인 모윤숙과 노천명은 일제 말기에친일의 길을 걸었고, 해방 후에는 친일 행위에 대한 치열한 자기반성 없이 시작 활동을 이어 나갔다. 모윤숙은 친일 시를 쓰던 것과 동일한 어조로 ‘국가‘와 ‘민족‘을 내세우는 공허한 주장으로 목소리를 높였고 노천명은 ‘고독한 나‘를 내세워 현실에서 도피했다. 이렇듯 자기 성찰 대신 기만과 회피의 방식을 택하며 정체성의 혼란을직면하지 못한 이들은 다시 한국전쟁의 격랑에 휘말렸다. 모윤숙은한국전쟁의 경험을 담은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1951)에서 반공주의와 애국주의로 무장한 ‘국가‘와 ‘민족‘을 더욱 강하게 내세웠고, 노천명은 친일 부역 혐의를 청산하고자 몇몇 전쟁시에서 애국의 이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해방 이후 노천명은 「적적한 거리」(1949), 「아름다운 얘기를 하자」(1953) 등을 통해 분단으로 헤어져 볼 수 없는 이들을 그리워하며, 해방이 사실상 분단의 시작이며 민족 회복과 통합이 요원하다는 점을 아프게 환기하는 시편들을발표했다. 친일 부역 행위로 수감되었던 경험을 다룬 「고별」(1951)이나 소박한 행복을 이야기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는 자신의비루함에 대한 진솔한 응시와 현실 초월의 의지를 드러낸다. 다른 - P21

한편으로 시조시인 이영도 역시 「맥령」(1946)에서 노천명의 해방기시와 마찬가지로 해방을 기쁨이기 이전에 또 다른 슬픔으로 포착한다. 해방과 함께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난민처럼 떠도는 동포들에게서 쉽게 치유되지 않는 수난의 시간들을 통감하는 것이다. 드물게도 지하련은 「어느 야속한 동족이 잇서」(1946)에서 식민지 청년의 죽음을 애도하며 사회주의자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 P22

그러나 전후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 여성 문단이 처한 곤경과성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가의 정치적 삶과 문학이 일치한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체제 순응적인 여류‘는 사회와 문단의 약자로서 여성 작가들이 선택한 가면 전략으로 볼 필요가 있다. 자기 파괴를 자처하기보다는 가면과 변장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문화변용은 약자의 자기 보호술이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표층 서사와 이면 서사를 겹쳐 보거나 거꾸로 읽는 암호 풀기식 독법조차 불가피하게 요청된다. 또한 소설에서 강신재, 구혜영, 박경리, 손장순, 전병순, 정연희, 한말숙, 한무숙를 비롯해 시에서 김남조, 홍윤숙, 허영자, 그리고 수필 장르에서 언론인 정충량 등까지 작가층이두터운 만큼이나 다양성과 이질성에 주목해 볼 수 있다. 또한 ‘여류명사‘로서 문학적 지분을 챙긴 모윤숙, 장덕조, 최정희 등 기성 여성작가와 달리 친일의 행적이나 노골적인 정치적 부역의 혐의로부터자유로운 신진 여성 작가들이 등장했다는 점을 주목해 보아야 한다. 따라서 남성 엘리트나 진보적 이념 주체가 1950년대 여성 작가에게 붙여 준 체제 순응적인 "여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여성 인물과 화자를 알레고리로 보고 여성 작가의 ‘저자성‘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문학은 전후 사회 재건의 과정에서 가부장적 민족의 - P23

경계 바깥으로 내몰린 여성과 이방인의 삶과 존재를 기입하는 거의유일한 장이었다는 점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
H&전후 여성문학의 첫 번째 흐름은 식민해방 한국전쟁의 역사 속에서 죽어 간 희생자를 기억하고 이별과 죽음 등 상실의 아픔을 위무하는 애도 주체로서 여성의 출현이다. - P27

두 번째 흐름은 ‘양공주‘를 단순히 전쟁의 피해자가 아니라 역사에 대한 재해석을 요구하고 민족의 경계를 흔드는 하위 주체로 재현한 것이다. - P27

강신재의 해방촌 가는길」(1957), 정연희의 「천 딸라 이야기」(1960), 한말숙의 「별빛 속의계절」(1956), 손장순의 「전신」(1958) 등 여러 작품에서 ‘양공주‘는해방과 전쟁이 만들어 낸 기형이나 변칙으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가부장적 민족 공동체를 심문하는 불온한 하위 주체로 출현한다. - P29

1950년대 여성문학의 세 번째 흐름은 정신병리적인 여성 주체들의 서사이다. 해방과 한국전쟁은 가부장적 민족 재건의 정치가 시작되는 결절점이다. 해방은 신여성 기획을 리부트했지만 가족이 민족 재건의 상상적 구심점이 되면서 여성은 ‘가정의 천사‘로 이상화되고 가정 영역에 고립되기 시작했다. - P31

1950년대 여성문학의 네 번째 흐름은 신연애론, 신정조론 등이부상하는 여성사의 퇴행적 국면에서 실존주의적 주체 의식과 여성지식인을 내세운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이다. 세계대전 후 유럽의 철학과 문예계를 휩쓴 실존주의는 <사상계>를 비롯한 인문 잡지나 문예지를 통해 번역 · 수입되면서 1950년대 신세대 작가와 비평가들에 의해 폭넓게 받아들여졌다. - P33

마지막으로 산문 영역에서 여성 작가가 이룬 성취 역시 기억되 - P35

어야 할 것이다. 해방기에 여성 기자로 출발해 1950~1960년대 《여원》 등 주요 여성지에서 대표적인 여성 논객으로 활동한 시사평론가 정충량은 남한 사회의 공론장에서 여성 비평가의 부재를 메꾸어주는 존재였다. 「여성의 지위와 현실」(1955)은 양곡 비료 조작 기업 ‘금련‘의 양곡 조작 업무를 정부 직영으로 전환하며 총 6000명에 이르는 거대한 감원에 착수해, 남 직원에 대해서는 감봉, 견책, 근무성적 불량 근무연한제 등 전형 요령을 설정한 데 반해 여직원에 한해서는 무조건 해고를 감행한 사건을 다룬다. 정충량은 이러한 정부의 결정이 헌법에 명시된 인간의 평등권을 외면하고 여성을사회적 희생물로 삼은 사태라고 비판한다. 한국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졸지에 가장이 된 여성이 많았음에도 사회가 여성의 가난과 고통에 대해 무관심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정충량은 본인이 ‘전쟁미망인‘이자 ‘감원 대상‘임을 밝히며 남편 없이 홀로 생계를 꾸려가는여성을 탈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여성‘으로 프레임화하는 사회적 시선에 맞서고,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유도하고자 했다. - P36

최정희

희는 1906년 함경북도 성진군에서 한의사 집안의 장녀로태어났으나 아버지의 첩 살림으로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와 중앙보육학교를 어렵게 마쳤다. 신여성 예술가를 꿈꾸어 ‘학생극예술좌‘에 참여하고, 이때 만난 사회주의 예술가 김유영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둔 채 이혼했다. 조혼한 아내가 있는 김동환과의 사이에서 소설가 김지원, 김채원을 낳지만 ‘등록되지 않은 아내‘로, 또 남편이북에 피랍되자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모가장으로 평온함과는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다른 한편으로 최정희는 격동의 역사 속에서 카멜레온처럼 입장을 바꾸며 권력에 순응한 대표적인 여성 명사이다. 1934년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지만 전시 체제가 형성되자 친일 행위에 나섰고, 한국전쟁기에는 공군종군작가단 창공구락부에서 활동하며 우익 이데올로그를 자처했다. 한국여류문학인회 회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소설협회 대표위원 등을 지냈을 만큼 한국문학사에서 최정희는 살아 있는 문학권력이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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