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시작한지 5일째인
오늘도 정리하지 않으면 영원히 안 할 것 같아서 간략하게 나마 2024년 좋았던 책을 정리한다.
2019년에 처음으로 간신히 100권을
넘긴 이후 매년 100권 이상 읽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목표인데 한번 달성하니 가능한 목표가 되었다. 물론 코로나 영향이 아주 아주
컸다. 나의 회사 생활과 나의 일상과 나의 마인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좋았던 책을 1월부터 두서없이 언급해 보자면,
1월. 오드리
로드의 <시스터 아웃사이더>,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시스터 아웃사이더>는
너무 좋아서 몇몇 꼭지는 필사도 했다. 프리모 레비는 전작을 읽고 싶다.
2월. 앤드류 포터의 <사라진 것들>과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이른바 "것들" 시리즈.
앤드류 포터의
단편집은 2권 읽었는데, 비슷한 연배의
동시대 작가의 나이듦과 독자의 나이듦이 함께할 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큰 작품이었다. 클레어
키건은 읽은 3권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이다. 너무나
덤덤하지만 그 후폭풍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독자에게 여운을 많이 남기는 작품이었다.
3월. 에밀 아지르의 <일러스트 자기 앞의 생>
드디어 읽은 <자기 앞의 생>.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사랑스럽고
슬픈 이야기였다.
4월. 크리스틴
델피의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로 읽은 책. 얇지만 핵심을 담고 있는 책이다. 비경제로
취급되는 가정 내 경제와 여성 노동, 재산
상속, 결혼과 이혼 등 가부장제라는 사회적으로 강요된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 이 시리즈가 완간되길 바란다.
5월.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와 마리아 미즈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풍자와 해학에서
디킨스는 최고다. 그리고 일단 너무 재밌다.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로 읽은 마리아 미즈는 올해의 최고의 작가다.
6월. 정희진의 <새로운 언어를 위해 쓴다>
결코 읽기 쉽지
않은 서평이다. 쓰기가 최고의 공부라는 말. 2024년은
공부를 너무 안했구나. 2025년 안식년을 맞은 <정희진의
공부>를 복습하며 공부해야지.
7월.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인물들의 심리묘사, 세월의 빠른 흐름을 묘사하는 부분이 특히 탁월하다.
8월. 요시다
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7월말 8월초
여름휴가로 도쿄 여행에서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배경인 가마쿠라를 다녀온 후 다시 읽었다. 원래 가기 전에 읽으려 했으나 읽지 못했는데 다녀온
후 읽기 잘한 것 같다. 내가 가본 배경들이 책에 나오니 더 친근하게 읽힌다. 역시 킥킥거리는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만화다. 둘째가
나의 최애 캐릭터라는 것도 변함없고.
9월. 여성문학사연구모임의 <한국 여성문학 선집>
8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2달에 걸쳐 읽은 <한국
여성문학 선집>. 민음사 강의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완독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선집은 단연 올해의 최고의 책이다. 선집에
나온 여성작가들의 책이 더 많이 발견되고 발간되길 바란다.
10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한강의 <희랍어 시간>, 애나
로웬하웁트 칭의 <세계 끝의 버섯>
9월 26일 첫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금사빠처럼 달리기의 매력에 빠졌다. 그리고
달리기 책들을 여러 권 읽었다. 그 중에 최고는 하루키였다. 그동안
납득 못한 하루키의 진가를 이 책에서 발견했다. <희랍어 시간>의 아름다운 문장은 필사를 부른다. 올해 이 책을 간간이
필사해볼 계획이다. <세계 끝의 버섯>은
송이버섯이라니, 송이버섯을 통해 자본주의와 비자본주의, 그
경계를 말하는 책이라니, 생각하지 못한 독특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11월. 레이나
텔게마이어의 <Ghosts>
집에 있던 레이나
텔게마이어의 그래픽 노블들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이다. 멕시칸의 전통 명절 Day of the dead에 관한 책으로, 애니메이션 <코코>를 생각나게 한다(정작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12월. 마리아
미즈의 <마을과 세계>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삶 이야기. 연말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한해를 마무리하기 좋은 책이다.
2024년에도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로 좋은 책을 많이 읽었다. 항상 좋은 책을 선정해 주시는 다락방님에게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녹색평론>을 계속
읽고 있다. 이 세계는 도대체 나아질 수 있는 것인가를 늘 의심하며 한숨 쉬며. 그러나 계속 읽어야 한다.
영어 읽기도
계속 하고 있다. 2024년에는 가벼운 그래픽 노블이나 로알드 달의 얆은 책 위주로 읽어서 권 수는
많지만 매일 20분 정도 읽은 것 같다. 아직은
꾸준히 읽는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2024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운동을 열심히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2년 전에 시작한 필라테스도 주2회 꾸준히 하였고, 1년 전에 시작한 등산도 꾸준히 했다. 그리고 연초에 계획하지도
않았던 달리기를 9월에 시작했다.
12월에 100키로를
달렸다.
주2회 트레드밀에서 30~40분 달리고, 주1~2회 야외에서 런데이 프로그램으로 달렸다. 크리스마스 전에 제주도에 갔을 땐 아침에 리조트 주변의 호수 산책로를 달렸고 크리스마스엔 오전엔 서울숲에서
달리고 이른 점심으로 동대문에서 해장국을 먹고 오후엔 남산 코스를 달렸다(남산은 업다운이 심해서 초보에겐
아주 힘들다는...).
1월은 오늘까지 매일 달렸다. 1일엔
시댁 가서 아침 먹고 근처 호수공원에서 달렸다. 요즘 출근길엔 지하철까지 뛰어간다.
오늘은 처음으로 10키로를 달렸다!
며칠 전에 1월의 런데이 비대면 마라톤 10키로를 신청해두고
한번도 10키로를 달린 적이 없어서(최대 7키로 달린 적이 있다) 연습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오늘은 눈이 온다 길래 등산 대신 눈이 조금 오면 달리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남편과 올림픽공원을 갔다. 그렇지만 눈이 이미 많이 왔고 계속 오고 있어서 달릴 것인가 고민하다 일단 달려보자, 하다가 힘들면 그만두고, 하고서 준비운동도 없이 런데이
가상마라톤 10키로를 키고 함께 달렸다. 눈이
와서 오히려 뛰기 좋기도 했다. 평소에는 초반에 발목과 발바닥이 아픈데 눈이 푹신해서 발이나
다리가 전혀 아프지 않았다. 눈이 언 상태가 아니라 내리는 중이라 폭신하고 많이 미끄럽지도
않았다. 안경에 눈과 김이 서려 시야가 흐릴 뿐. 달리기
전에 물을 한 모금 마셨어야 하는데 잊어버려서 3키로 지나면서부터 목이 너무 마르기는 했다. 자판기를 지나칠 때마다 멈춰서 물을 한 모금 마실까 했지만 오늘은 쉬지 않고 10키로를 달리는 것이 목표이므로 멈출 수 없었다. 내리는
눈으로 간신히 입을 축이며(?) 겨우 버텼다. 나보다
달리기를 늦게 시작한 남편은 6키로 지점에서 무릎이 아파서 중단하였고 나머지는 혼자 뛰었다. 처음부터 혼자 뛰었다면 더 힘들었을 텐데 6키로까지
같이 뛰어서 완주할 수 있었다. 나도 이제 10키로를
뛸 수 있다. 너무 신난다. 다리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지난주에 산 가벼운 러닝화도 한몫 한 것 같다. 2025년에도 계속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