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퍼
의존하는 독립

소유자 개인주의
스피노자 <에티카>

이양구_희곡_저마다의 먼 강으로

압록강 의사는 남한으로 이주해 ‘독립‘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북한에 두고 온 아버지가 죽어 간다는 얘길 듣고서야 깨달은 거예요. 독립해서 산다는 게 서로가 영원히 잊고, 죽을 때까지 만나지 않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걸 말이에요. 서로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걸 자각하고 그 관계를 분명히 하는 데 있다는 걸 말이죠. - P28

고양이 맞아요. 최하영은 1945년 8월 해방이 되자 ‘민족의 죄인‘으로서 처단당할 날만을 기다리며 장인의 집에서 숨어 지내다가 어느 날 임시정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아요.
은행나무 장인 집이 저기 대학로 명륜동이잖아요. 왜정 때부터 지나다니는 걸 내가 많이 봤죠.
고양이 그렇군요. 1945년 12월 최하영은 처단당할줄 알고 나갔다가 만난 임시정부 내무부장 신익희로부터 장차 수립될 대한민국의 헌법을비롯하여 입법, 사법, 행정 등 각 분야에서 수립 시행해 나갈 법 제도적 기초를 정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은행나무 친일파들에게 그런 일을 맡겼다는 거네요?
고양이 지은 죄를 씻으라는 거였죠.
은행나무 …….
고양이 신익희 입장에서는 그렇게 전문적인 일을 그때 또 누구에게 맡길 수 있었겠어요?
은행나무 …… - P34

은행나무 내 그늘 밑에서 쉬다 간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네요. 분단된 뒤로는 정부 비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북한을 이롭게 한다고 잡아가고 했으니 참 독재 정부가 오래도 갔지요. 민주니 평등이니 하는 당연한 요구도 억압하고 차별했어요.
고양이 수백 년을 사셨으니 그걸 다 지켜보셨겠군요.
은행나무 그랬죠. 분단이 또 다른 분단을 낳는달까요?
고양이 네. 그런데 정말 먼 옛날얘기 같네요.
은행나무 멀리 있다기보다는 날마다 발 디디고 있는 지반이라고 봐야죠.
고양이 지반이요?
은행나무 네. 지반은 흔들리거나 갈라지기 전에는 느껴지지 않지만 일단 균열이 가는 순간 일상의 모든 것을 뒤흔들어 버리잖아요. 뿌리뽑히는거죠. - P36

송재홍_래퍼들의 갤럭시

그들 각자의 삶에 새겨진 힙합은 무슨 일을 하든 각자의 단독성을 이룰 지혜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역설적인 현상에 모순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이름을 붙여 주고 싶다. 의존하는 독립. 힙합에서 래퍼들과 내가 함께 배운 지혜는 이렇듯 서로 의존하면서도독립하는 삶의 방식이었다. - P65

김강기명_독립 너머 연립

이러한 소유자 개인주의는 한편으로 중세의 신분적 질서 속에 권리와 권한이 묶여 있던 인간을 개인으로 풀어놓은 사유라 할 수 있다. 사회계약론은 인간이개개인으로 풀려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고 어떻게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는지를 설득력 있는 모델로 제시했다. 하지만 소유자 개인주의에 입각한 정치적, 경제적 관점은 동시에 인클로저(울타리 치기)와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제 대륙의 식민화를 통한 자본의 시초 축적,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내재한 계급(자본가 계급과 노동계급)의 분할, 노동의 비참을 낳거나 정당화한사상의 근저에 놓이기도 했다. 이는 오늘날의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전제이기도 하다. - P78

자연상태는 거대한 불평등의 상태, 갈등 혹은 폭정이 끊이지않는 상태가 된다. 바로 이 불평등과 갈등이 낳는 취약성 때문에 인간은 정치 공동체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인민의 바깥에 혹은 위에 군주 혹은 의회라는 최고 권력을 두는 홉스와 로크와는 달리, 스피노자는 모두가 모두에게 권리를 양도하며, 개인을 다중(multitudo)으로구축하는 민주정이야말로 절대적 통치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역시 지극히 자연스러운 내재적 개체화의 원칙을 따른 것이다.
스피노자에게 다중은 인간이 개인의 환상을 넘어합력을 통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신체가 되는 개체화 과정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참여과 합력, 공존, 그리고 돌봄과 의존을 통해서만 우리는 개인 혹은 개체로서는 피할 수 없는 취약성을 벗어나 진정한자유를 향해 발을 내딛는다. ‘독립‘의 환상이 그보다 훨씬 더 큰 자연스러움인 ‘연립‘의 현실을 가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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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달리기 - 아침의 달리기, 밤의 뜀박질 아무튼 시리즈 33
김상민 지음 / 위고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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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무조건, 운동이다.

필라테스 배울 땐 필라테스 책 읽고
등산에 빠져 무릎 아플 땐 등산 책 읽고
이제 달리기 시작한지 3주차엔 달리기 책 읽고 있다.
뭐든지 책으로 배우는 거 아니겠는가?

지난 주를 한번 돌아보자(지난주가 피크!).
월요일 필라테스
화요일 런데이
수요일 속리산
목요일 필라테스
금요일 런데이
토요일 런데이 + 와이드 스쿼트 100개
일요일 런데이 + 스파인 코렉터 25분

화요일 저녁에 런데이를 했더니 수요일 아침 등산 시 다리가 덜 풀려서 좀 힘들었다. 등산가기 전날 저녁 달리기는 자제해야지. 등산 전날 저녁과 등산 다음날은 필라테스나 스트레칭으로 풀어주는 운동만 해야겠다.

몇 달 전까지 달리기에 관심 전혀 없었는데, 등산을 하면서 하체 근력이 조금씩 생기니 필라테스로 근력이나 유산소 운동을 하면 재미가 생겨서 필라테스를 가지 않는 날도 집에서 유투브 보며 30~40분씩 홈트를 했더니 다리가 가벼워지면서 등산이 너무 잘 되는 것이다. 특히, 9월에 지리산 등산하던 날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거의 날아다녔다(?). 하산 시 절반쯤 내려올 때까지도 전혀 통증이 없고 몸이 가뿐했다. 절반 이후에는 무릎과 발바닥에 통증이 조금씩 생겼지만.

다리가 가벼워지니 자꾸 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다. 물론 주위에 뛰는 사람들의 자극도 한몫 했고. 런데이앱은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어서 한번 깔아보기만 한 적도 있었지만 시작할 결심을 못했는데 이번엔 앱을 깔고 그날 저녁 일단 나갔다. 등산도 계획없이 한번 가볼까 하던 것이 매달 국립공원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처럼.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살은 빠지지 않지만(!) 뱃살은 탄탄해지고(!) 자세와 걸음걸이가 당당해지고 생활에 활기가 생긴다. 내일은 무슨 운동을 할까 생각하며 꿀잠에 빠진다. 맨날 운동할 생각만 한다(독서는 저 멀리로~). 이러다가 다시 중심을 찾아가겠지만 런데이 8주 동안은 달리기에 집착해 보자.

저속 노화를 강조하는 정희원 교수의 강의에 자극받아 죽을 때까지 내 두 발로 걷다 죽는 것, 그게 요즘의 목표다.

이 책은 나에겐 다소 순하고 큰 자극이 없었다(마라톤은 너무 먼 얘기라 그런가?). 달리기 책을 좀더 읽어봐야겠다.

자존감의 회복은 위대한 성과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성취가 금 간 마음의 빈틈을 메우고, 그런 성취들이 모여 단단한 삶의 방파제가 되어준다. 짧은 거리라 할지라도, 혹은 빠른 속도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세운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할 때면 어김없이 자기애를 손에 쥐었다. 일상의 끄트머리에서 움켜쥔 그 성취를 이불 삼아 불안에 떠는 몸을 녹이고 유독 길었던 하루에 마침표를 찍곤 했다. -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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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0-15 0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은 그렇게 좋진 않았어요. 그래도 달리기 책이라 읽으니 도움은 되었고요.
그나저나 햇살과함께 님 운동 진짜 열심히 하시네요! 저도 운동을 좀 더 늘려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후훗.

햇살과함께 2024-10-15 13:00   좋아요 0 | URL
달리기 시작하면서 3주 동안 달리기 유투브를 열심히 봤더니 이 책에 감흥이 별로 없네요 ㅎㅎ
운동이 운동을 부릅니다, 운동의 선순환!
다락방님 요가도 하시니 홈트로 근력 운동 해보세요. 땀 내는 재미가 있어요!

독서괭 2024-10-15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햇살님은 뭘 해도 열심히 하시네요! 매일 저렇게 운동하셨다니 대단합니다!
저도 오늘 아침 달리기 하고 들어오면서 러닝자세 영상 찾아보고 ㅋㅋ 우리 계속 열심히 해보아요😆

햇살과함께 2024-10-15 15:51   좋아요 1 | URL
매주 저렇게 했다는 건 아니고요 지난주만 ㅎㅎ
저도 맨날 러닝자세 쇼츠 보고 있어요 ㅎㅎ 차이가 뭐지?? 하며

감은빛 2024-10-15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운동하시는 모습이 멋지네요.
주 3회 달리기는 딱 적절한 횟수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등산도 하시고 필라테스도 하시면 조금은 무리인 것 같아요.
운동만큼 아니 오히려 운동보다 더 중요한 것이 휴식입니다.

햇살과함께 2024-10-15 15:53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아직 런데이 3주차라 연속달리기 겨우 2.5분 수준이라 그랬고요. 달리기 시간 길어지면 자제해야죠 ㅎㅎ

건수하 2024-10-15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햇살과함께님 요즘 운동에 빠져 계시군요 ^^ 전 런데이 하다가 한쪽 골반에만 계속 통증이 생겨서 요즘은 쉬고...
pt를 끊었습니다. 2회 갔는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어요. 제가 근육이 부족하지 않은데, 그 근육이 주로 상체에 있대요. 하체는 근육부족이라고.... ;ㅁ; 하체 근육을 좀더 키워서 다시 런데이에 도전해보려고요.

햇살과함께 2024-10-15 15:56   좋아요 0 | URL
상체 근육 발달이라고요? ㅎㅎ
저도 지난달에 필라테스 6개월 연장하기 전에 pt 고민하다 상담받고 일단 보류했어요. 필라테스 계속 하고 싶은데 pt샘이 2번 수업 받고 2번 연습하고 4일 해야한다고 해서 ㅋㅋ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했네요.
 

훈련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마이 페이스보다 느린 속도로 장거리를 달리는 LSD(Long Slow Distance) 훈련과 최대한 빠른 페이스로 단거리 주행을 반복하는 인터벌 훈련이 그것이다. 이는 무쇠를 단련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LSD가 폐를 확장시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게 몸을 만드는 작업이라면 인터벌은 심폐 능력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단단하게 굳히는 과정이다. 그렇게 몸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쫀쫀하게 단련되어간다. - P75

러너에게 러닝화는 주기적으로 바꿔 끼는 부품과 같다. 일정 거리 이상을 달리면 그 소임을 다하기에 정기적으로 바꿔줘야 한다. 러닝화의 교체 주기는 대개1,000km정도라고들 한다. 어마어마해 보이는 거리지만, 꾸준히 달리는 러너라고 가정하면 6개월에서 길어 봐야 1년 안에 거뜬히 소화할 수 있다. 물론 그이상을 달려도 신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러닝화로서의 기능은 다했기 때문에 기록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고 무엇보다 부상 위험이 커진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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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0-14 0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리기를 잘하려면 인터벌 훈련이 필수라는데 저는 인터벌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넘너무너무 싫어요.
지금은 아주 느리게 오래달리는 연습을 좀 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달리기를 시작하면 달리기에 관한 책 읽기는 당연한 수순인가요? 후훗. 저도 달리기 시작하며 이 책 읽었던 터라 반갑네요. 후훗.

햇살과함께 2024-10-14 08:59   좋아요 0 | URL
저도 8주 코스 지나면 LSD를 먼저 해봐야겠어요. 일단 마이 페이스부터 먼저 찾아야겠고요.
책 좋아하는 사람은 뭔가 관심가지면 관련 책 찾기가 우선이죠? ㅎㅎ 도서관에서 몇권 대출예약했네요. 그 유명한 하루키 책도요^^
 

자존감의 회복은 위대한 성과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성취가 금 간 마음의 빈틈을 메우고, 그런 성취들이모여 단단한 삶의 방파제가 되어준다. 짧은 거리라 할지라도, 혹은 빠른 속도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세운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할 때면 어김없이 자기애를 손에 쥐었다. 일상의 끄트머리에서 움켜쥔 그 성취를이불 삼아 불안에 떠는 몸을 녹이고 유독 길었던 하루에 마침표를 찍곤 했다. - P19

거리의 강박을 벗어던지면 속도에 신경 쓰며 달리는 단계에 들어선다. 이제 더 이상 ‘얼마나 멀리‘는중요하지 않다. 그 대신 페이스를 늘리고 줄이면서속도마다의 다른 경험을 체득해간다. 그렇게 다양한페이스로 달리다 보면 편안한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전력을 다해 뛰는 속도와 조금 지루하다 싶은 속도의 - P40

중간 즈음, 그 속도로 10km 정도는 무리 없이 뛸 수있을 듯한 페이스. 많은 러너들이 그 편안한 속도를 ‘마이 페이스‘라 부른다.
마이 페이스는 지금 나의 실력을 가늠하는 가장명확한 지표가 되어준다. 낯선 여행지에서 꺼내 드는구글맵을 떠올리면 쉽다. 내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기에 나아갈 방향도, 목표에 도착하기까지 드는 품도알 수 있다. 러닝에 막 입문한 내게 최적 페이스는 킬로미터당 6분 20초 전후였다. 곧바로 6분 10초까지당겨보자는 목표가 생겼다. 이처럼 마이 페이스를 인지하는 시점부터 러너의 목표는 또렷해진다. 훈련을통해 마이 페이스를 끌어 올리고 실전에서는 그 페이스를 유지하며 완주하는 것. 모든 러너들의 지향점이자 지금도 믿고 있는 절대 공식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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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축적, 구제, 공급사슬
조지프 콘래드 <어둠의 심연>
허먼 멜빌 <모비 딕>
자유…
번역기계
얽힘

2부 진보 이후에: 구제 축적
4 가장자리를 작업하기

그러나 공급사슬은 오늘날의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대목중 하나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노동이나 원료를 합리화하지 않고도 부의 축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합리화하는 대신에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공간을 가로질러서 번역하는 작업이 필수적인데, 나는 그러한 공간을 생태학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빌려 ‘패치‘라고부르겠다. 사쓰카 시호에 따르면, 번역은 하나의 세계만들기 프로 - P118

젝트를 또 다른 세계만들기 프로젝트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번역이라는 말 때문에 언어에 주목하게 되지만, 이는 부분적인 조율이일어나는 다양한 형식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차이가 존재하는 장소를 교차하며 행해지는 번역이 바로 자본주의다. 그러한 번역이 행해져야만 투자자는 부를 축적할 수 있다. - P119

자본주의적 농장은 부를 모으기 위해 생태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 살아 있는 존재들을 끌어들인다. 나는 이를 ‘구제 salvage‘라고 부르는데, 자본주의적 통제를 받지 않고 생산된 가치를 써먹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에 사용되는 많은 원료는 자본주의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석탄과 석유를 생각해보라). 또한 자본가들은 ‘노동‘
전제 조건인 인간 생명을 생산할 수 없다. ‘구제 축적‘은 선두기업이 상품 생산 조건을 통제하지 않고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이다. 구제는 통상적인 자본주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수적인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의 한 가지 특징이다. - P120

‘공급사슬‘이란 가치가 선두 기업을 위한 이익으로 번역되는 상품사슬이다. 비자본주의 가치 체계와 자본주의 가치 체계 사이의 번역은 이 공급사슬을 통해이루어진다.
글로벌 공급사슬을 통해 이루어지는 구제 축적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미 잘 알려진 이전의 몇몇 사례를 살펴보면 구제 축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조지프 콘래드JosephConrad의 소설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에 서술된 바 있는, 중앙아프리카와 유럽을 연결하는 19세기의 상아 공급사슬을 생각해보자. - P121

이 꼬리표의 한쪽 면에는 검고 흰 막대기들이 인쇄되어 있어 상품을 상세하게 추적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그 반대쪽 면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 - P123

것도 없는 면은 월마트가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징표다. 왜냐하면 가치는 회계를 통해서 번역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마트는 공급자들에게 계속해서 상품을 더 싸게 생산하도록 강요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야만적인 노동 착취와 환경 파괴를 장려하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야만savage과 구제salvage는 종종 쌍둥이와 같다. 구제는 폭력과 오염을 이윤으로 번역한다.
재고품을 통제할수록, 노동과 원료를 통제할 필요는 줄어든다. 공급사슬은 꽤 다양한 상황에서 생산된 가치를 자본주의의 재고품으로 번역하면서 가치를 생산한다. - P124

6 전쟁 이야기

헹에게 사슴 사냥꾼에 대해 물어본 날, 이 사실을 알게되고 깜짝 놀랐다. 그날 오후 나는 혼자서 버섯을 채집하고 있었는데 근처에서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다. 너무 무서웠다. 어느 방향으로 달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헹에게 물어보았다. "달리지마!" 그는 말했다. "달려간다는 건 두려워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지. 나라면 절대 달리지 않을 거야. 그게 내가 지도자인 이유야." 숲은여전히 전쟁으로 가득 차 있고, 사냥은 이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거의 모든 사냥꾼이 백인이며 그들이 동양인을 경멸하는 경향이있다는 사실 때문에, 숲과 전쟁이 평행선을 이룬다는 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이러한 주제는 몽계 채집인에게는 더욱 중요했는데, 대부분의 캄보디아인과 달리 그들은 스스로를 사냥꾼임과 동시에 사냥감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 P169

이 두 집단의 이러한 차이점을 알게 되자 나는 전쟁이 어떤방식으로 문화적 영역에 개입해 백인 참전용사와 캄보디아, 몽계, 라오계 난민들이 실천하는 자유의 모양새를 빚어내고 있는지 더욱연구하고 싶어졌다. 참전용사와 난민은 자유를 지지하고 실천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둘러싸고 협상한다. 군사주의는 자유의 실천을 통해 내재화되고, 풍경 속으로 스며들며, 채집 전략과 기업가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오리건주의 상업적 송이버섯 채집인들에게 자유란 ‘경계물boundary objects‘, 즉 의미하는 바가 많고 다양한 방향으로 연결되면서도 동시에 모두가 공유하는 관심사다. - P178

7 국가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두 종류의 아시아계 미국인

또 다른 비교를 해보자. 개종의 (안으로 회전하는) 구심성 논리는 나의 가족과 일본계 미국인 친구들을 동화를 통한 미국화를지향하는 포용적이면서 확장적인 미국으로 끌어 들였다. 개종의(밖으로 회전하는) 원심성 논리는 단 한가지의 경계물인 자유로 사람들을 하나로 묶었고, 오픈티켓의 동남아시아 난민을 형성했다. 이 두 종류의 개종은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시민권 정치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역사적 물결에 휩쓸렸다. - P195

8 달러화와 엔화 사이에서

동남아시아에서의 벌목은 일본 무역 회사들 덕택에 가능해졌다. 그들은 다른 상품과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바빴다." 어떻게 이러한 제도가 발전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위의 공급사슬 방식이 등장한 제2차 세계대전 직후로 돌아가보자. 일본에서 출발한 첫 번째 전후 공급사슬의 일부는 일본의 과거 식민지인한국과의 연결을 활용했다. 그 당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나라였고, 모든 국가가 자국의 제품을 수출하고 싶어 하는 최고의 - P213

목적지였다. 그러한 미국은 일본산 수입 상품에 엄격한 할당량 제도를 적용했다. 역사학자 로버트 캐스틀리Robert Castley는 일본이 미16국의 수입 할당량 제한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한국의 경제 건설을도왔는지 설명한다. 일본의 무역업자들은 경공업을 한국으로 이전함으로써 미국에 좀 더 많은 상품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은 일본의 직접 투자에 반감을 드러냈다. 그래서일본은 캐스틀리가 ‘내놓기putting-out‘ 방식이라고 부른 것을 도입했다. "그 방식은 상인(또는 기업)이 하청업체가 상품을 생산하거나마무리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대출, 신용, 기계류 또는 장비를 조달하고, 그렇게 생산된 상품을 상인(또는 기업)이 멀리 떨어진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을 지칭한다. 캐스틀리는 이 전략에서 무역업자와 은행가가 갖는 권력에 대해 언급한다. "일본인 상인, 기업은해외 공급자와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자원 개발에 자주 자금을대출해주었다.""그는 이러한 확장 방식을 통해 일본은 경제적 안정뿐 아니라 정치적 안정을 추구했다고 주장한다. - P214

9 선물에서 상픔으로, 그리고 그 반대로

생산자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상품이 팔리면서 공장 노동자가 자신이 만드는 사물로부터 소외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물도 그것을 만들고 교환하는 사람에게서 소외된다. 사물은 홀로 존재하는 물건이 되어 이용되고 교환된다. 그 사물은 그것을 생산하고 배치한 사람들의 관계망과 어떤 관련도 맺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자본주의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일상적인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쿨라를 공부하고 나면 이상하게 보이게 된다. 쿨라에서 사물과 사람은 함께 형성되는데, 선물을 통해 사물은 사람의 연장extension이 되고 사람은 사물의 연장이 되기 때문이다. 쿨라환의 귀중품들은 그것들이 형성하는 개인 간의 관계를 통해 알려진다. 유명인들 또한 자신들이 주고받은 쿨라 선물을 통해 알려진다. 그리하여 사물은 사용되거나 상품으로 교환될 때만 가치를가지는 것이 아니다. 사물은 그것들이 일부를 담당하는 사회관계와 명성을 통해 가치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 P227

10 구제 리듬: 교란되고 있는 비즈니스

구제 리듬을 통해 생각하면 우리의 시야가 바뀐다. 산업은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생계 방식은 다양하며, 대충 꿰맞춰져 있고, 종종 일시적이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생활하게 되며, 20세기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임금과혜택으로 이루어진 패키지를 제공받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다. 나는 생계의 패치들이 배치로서 생성되는 과정을 지켜보자고 제안해왔다. 참가자는 세계만들기 프로젝트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작은 역할을 하는 다양한 안건을 가지고 참여한다. 오픈티켓의 버섯사냥꾼이 가져온 안건 중 하나는 전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살아남고 미국 시민권과 계속해서 협상하는 것이다. 채집인이 ‘버섯 열 - P243

병‘을 좇아서 숲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상업적인 채집이 가동된다. 프로젝트들 간에 차이가 내재함에도, 경계물 특히 채집인이 자유라고 부르는 것에 전념하는 일이 생겨난다. 이러한 상상의 공통 기반을 통해 상업 채집은 하나의 현장으로서 일관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채집은 하나의 사건happening이된다. 채집의 창발하는 속성들을 통해 다각적인 역사가 가능해진다. 상의하달식 top-down 규율이나 동기화synchronization 없이, 그리고진보에 대한 기대 없이, 생계 방식의 패치들은 글로벌 정치경제를구성하는 데 기여한다. - P244

이 책에 담긴 나의 생각 중 두 가지가 특히 중요하다. 첫째, 소외는 자본주의적 자산이 형성될 수 있는, 얽힘이 풀린 disentanglement형태다. 자본주의 상품은 다음 단계의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발판으로 사용되기 위해 생활-세계에서 제거된다. 그 결과 중 하나는무한한 필요다. 다시 말해서 투자자가 원하는 자산의 크기에는 한계가 없다. 따라서 소외는 축적, 즉 투자 자본의 축적을 가능하게한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 관심사다. 축적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소유를 권력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자본이 있는 사람들은 공동체와 생태계를 전복시킬 수 있다. 자본주의는 통약성commensuration이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가치 형태들은 차이의 거대한순환 회로를 가로지르면서도 번창한다. 돈은 투자 자본이 되고, 이는 더 많은 돈을 낳을 수 있다. 자본주의는 인간 및 비인간의 방식을 모두 포함하는, 모든 종류의 생계 방식으로부터 자본을 생산하기 위해 작동하는 번역 기계다. - P245

대부분의 상품은 소비자에게 도착하기 전에 자본주의적 형성 과정 안팎을 넘나들며 여행한다. 휴대폰을 생각해보자. 전기회로망 깊숙한 곳에는 콜탄Coltan‘이 있는데, 이는 임금이나 복지 혜택을 따지지 않고 어두운 구멍으로 앞다투어 들어가는, 어린 아이들이 포함된 아프리카 광부들이 캐낸 것이다. 어떤 회사도 그들을그곳으로 보내지 않는다. 그들은 내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이주, 환경 악화로 인해 다른 생계 수단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토록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의 작업은 전문가가 자본주의적 노동이라고 상상할 만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그들의 생산물은자본주의 상품으로서 우리들이 사용하는 휴대폰에 포함된다.‘ 구제 축적은 번역 장치를 써서 그들이 캐낸 광물을 자본주의적 상업에서 알아볼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시킨다. 그리고 내 컴퓨터는또 어떠한가? 짧고 유용한 삶이 끝나면 (좀 더 최신 모델로 바꿔야 - P246

만 하기 때문에) 아마도 나는 자선 단체에 내 컴퓨터를 기부할 것이다. 기부된 컴퓨터는 어떻게 되는가? 그것들은 부품으로 쓸 만한것들을 얻기 위해 불에 태워지고, 실제로 구제 리듬을 따라다니는 아이들이 구리와 다른 금속을 분리하는 일을 하게 된다.‘ 상품은 종종 구제 축적을 거쳐서 자본주의에 이용되기 위해 다시 벌충된후 다른 상품을 만드는 구제 작업에서 생을 마감한다. 만약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생계 활동과 관련된 ‘경제 체제‘에 관한 이론을원한다면 이러한 구제 리듬에 주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P248

인터루드: 추적하기

많은 사람이 곰팡이가 식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동물에 더 가깝다. 곰팡이는 식물처럼 햇빛을 통해 영양분을 만들지않는다. 동물과 같이 곰팡이는 먹을 것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곰팡이의 섭식은 종종 너그러워서 다른 이들을 위한 세계를 만든다. 이것은 곰팡이가 세포외 소화를 하기 때문이다. 곰팡이는 소화를 돕는 산을 체외로 배출해 먹이를 영양분으로 분해한다. 마치위를 밖으로 뒤집어서 몸 안이 아니라 몸 밖에서 음식을 소화하는 것과 같다. 영양분은 그 후 세포에 흡수되어 곰팡이의 몸뿐아니라 다른 생물종의 몸도 자라게 한다. 물에서만이 아니라 마른땅에서도 식물이 자라는 이유는 지구의 역사가 펼쳐지는 동안 곰팡이가 바위를 소화하면서 식물이 섭취할 영양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테리아와 함께 곰팡이는 식물이 자라는 흙을 만들었다. - P252

처음으로 얻는 이로운 박테리아 없이는 음식을 소화할 수 없다. 인간 신체의 세포를 이루는 90퍼센트는 박테리아다. 박테리아 없이우리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생물학자 스콧 길버트scott Gilbert와 그의 동료들은 다음과 같이 적는다. "거의 모든 발달은 공동 발달이다. 우리가 말하는 공동발달이란 한 생물종의 세포가 다른 생물종 신체의 정상적인 구성을 지원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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