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하비 <신자유주의 약사>

크리스 라이트_두 번째 냉전, 왜 더 위험한가

미국이 세계 대부분의 국가를 설득하여 러시아를 경제적, 외교적으로 고립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미국의 ‘헤게모니‘가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지만, 그러나 외교적 곤경 이상으로 미국이 처한 위기는 깊다. 수년 내에 세계 지배 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가위협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 보유고가 1999년 71%에서 2021년 59%로 감소한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탈달러화‘는이미 상당하게 진행돼왔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달러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려는여러 국가들의 지속된 노력은 한층 강화되었다. - P51

크리스 헤지스_신자유주의는 어떻게 파시즘으로 귀결되는가

경제이론으로서 신자유주의는 항상 허황된 것이었다. 그것은 과거의지배이념, 가령 왕권신수설이나 파시즘의 초인(超人) 신념 정도의 타당성밖에 갖고 있지 않았다. 신자유주의가 호언장담하며 약속한 것들은어느 것 하나 결코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각국 정부의 통제와규제들을 와해시켜서 전 세계 과두지배층 엘리트들의 손에 더 많은 부(富)를 몰아주는 일-오늘날 단 8개 집안이 세계 인구 절반이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양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은 필연적으로 엄청난 소득불평등과 권력 독점을 초래하고, 정치적 극단주의를 부채질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토마 피케티의 두꺼운 책 <21세기 자본》을 힘겹게 다읽어야 이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경제적 합리성은 처음부터 신자유주의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핵심은 계급권력을 회복하능 것이었다. - P56

"이 프로젝트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인식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에 노동자들이 조직화되어 저항하기 시작하면서자본계급이 큰 곤경에 빠지게 되었을 때 생겨났습니다." <신자유주의약사(略》의 저자 데이비드 하비가 뉴욕에서 만났을 때 내게 했던 말이다. "모든 지배층이 그렇지만, 이들도 지배 이데올로기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시장의 자유, 민영화, 기업가 정신, 개인의 자유, 그밖에도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모든 것이 새로운 사회질서를 지배할사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바로 그것이 1980년대와 1990년대를 풍미했습니다." - P57

"시장의 자유는 얼핏 평등주의처럼 보인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불평등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하는 것만큼불평등한 일은 없습니다." 하비는 계속해서 말했다. "신자유주의는 모두를 똑같이 대우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건 만약 당신이 엄청난 부자라면 더욱 부유하게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몹시 가난하다면 더 빈곤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고요. 맑스가 <자본론> 1권에서 훌륭하게논증해 보여준 것도 시장의 자유는 사회적 격차를 갈수록 더 크게 벌려놓는다는 것이지요." - P58

하비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정의가 반드시 양립하지는 않는다는점을 경고한다. 사회적 정의를 위해서는, 사회적 연대와 함께 "보편적인 사회적 평등이나 환경적 정의 같은 대의명분을 위해서 개인적인 바람이나 필요, 욕구를 억제하여 수면 아래에 두는 일"이 필요하다고 하비는 썼다.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수사는 "국가권력을 극복함으로써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세력들을 자유의지론, 정체성 정치, 다문화주의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아도취적인소비지상주의로" 분열되게 만들 수 있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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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5호 : 독립 인문 잡지 한편 15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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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이 경제적 정서적으로 홀로 서는 것만이 아닌 타인을 신경 쓰고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서로 의존하고 함께하는 것임을, 진정한 독립이란 함께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임을 배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독립은 아직 진행 중이다. 황소희 쌤의 시민 수업이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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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부모의 탄생>
마사 누스바움 <세계시민주의 전통>

지음_대화_독립은 함께 살기다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것이 독립의 끝은 아니죠. 이후에는 그 공간을 편안하고 쾌적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안 청소며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는 일, 집을 가꾸는 모든 일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독립 초기에 깨닫게 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이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돈을 더 많이 벌어서 필요한 가사 노동을 돈으로 해결하거나, 돈을 버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이 모든 일을 혼자서 해내는 것입니다. 어느 쪽도 쉽지 않지요. 자신만의공간은 있으나 그 공간 밖에서든 안에서든 자유로운 삶은 없게 되는 역설입니다. - P114

가족으로 돌아가라거나 독립과 자유의 공간을 포기하라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부모와 자식이든 교사와 학생이든 억압적인 관계는 해체되어야 하고, 나를 침해하는 관계로부터는 가능한 한빨리 독립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방법을 고민하지 않고 홀로 살아가기 위해 경쟁에 몸을내맡기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것은 독립이라기보다는 고립이고, 타인으로부터의 자유라기보다는 철저히 경쟁과 자본에 종속된 삶의형태일 것입니다. - P117

서로 갖겠다는 경쟁이 아니라 서로 주겠다는 경쟁입니다. 누구도 이득을 보지 않지만 동시에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고, 돈은 두 사람 사이에 공유되어있습니다. 이 돈은 모두의 필요를 위해 사용되거나 적절히 분배되거나 더 필요한 사람에게 갈 수 있어요. 이것이 빈집이 유지되고 확장되고, 가난하지만 여유로울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빈고에서 일어난 교환은 자본의기초인 상품교환, 국가의 기초인 세금교환, 공동체의기초인 선물교환과 구분됩니다. 공유지를 만드는 이 독특한 교환을 사양교환이라고 정리하고 있어요. 빈고는사양교환을 확장해서 출자자와 이용자가 자본수익을서로 사양해 공유지가 만들어지고 잉여가 빈고 외부의 연대자에게 흘러가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 P124

만남을 피하고 서로 거리를 두는 것이 낫다는 것이 사회의 지배적인 분위기입니다. 저 역시 함께 살기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만남을 회피할수록 점점 더 즐겁게 만나는 방법과 능력을 잃어버리게될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잃어버리고 오로지 돈을 매개로 한 관계만 남는다면, 여기에 어떤 희망이 있을까요? 가난하게 홀로 죽지 않고 부유하게 홀로 죽기 위해서 평생을 경쟁해야 할까요? 진정한독립이란 함께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즐겁게 함께 사는 방법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요? - P129

황소희_수업_한국인의 시민 수업

저는 우리나라의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시달리고있는 불안이 계속해서 심화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신뢰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공동체 경험의 부재‘에서 찾고자합니다. 실패해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는 곳에서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합니다. 어려움에 처해도 다른 이들에게서 도움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기에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늘고군분투해야만 합니다. 각자도생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타인을 신경 쓰고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것은 시간 낭비처럼 여겨지겠지만, 개인들이 공동체로부터 철저히 고립될수록 어디에도 기댈 데 없는 개인들의 생존 불안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 P158

최근 서이초 사건 등으로 전 사회적 문제가 된, 언제나 내 아이를 앞세우는 ‘괴물 부모‘의 탄생 원인으로각자도생 사회를 든 『괴물 부모의 탄생』이라는 책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자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엄마 혼자 해결해야 했다는 사실을짚은 내용이었어요. - P159

그리고 구매자가 되면그저 돈을 가지고 뭐든 살 수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물건이 약속하는 아주 자극적이고 적극적인 환상이 펼쳐지는데 이것은 지젝이 잘 묘사하고 있죠. 소비는 나를 ‘완전하게‘ 만드는 물건을 찾는 지속적이고 늘 만족되지 않는 과정이고, 그 원동력은 그런 특별한 물건이 존재한다는 ‘약속‘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음주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 술 마시는 일. 혼자 마시는 것도 좋지만 음주 공동체와 마시는 술을 너무 좋아합니다. - P167

그렇다면 특정한 공동체에 대한 배타적 사랑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세계시민주의자 마사 누스바움이 남긴 문장을한번 읽어 보시겠어요? 한때는 수많은 학자들에 대항해 국가보다는 세계에 초점을 둔 시민교육을 강력히 주 - P180

장했던 마사 누스바움이지만, 최근 출간된 『세계시민주의 전통』이라는 책에서는 전 인류와의 느슨한 연대를 말하는 세계시민주의가 ‘고귀하지만 결함 있는 이상‘임을 인정하며 이런 문장을 남겼습니다.
"대부분 가까운 것에 대한 강렬한 사랑은 전 세계적 목표에 도움이 된다. (중략) 가족과 친구에 대한 사랑은 정의에 헌신하는 성품에 깊이와 활력을, 마르쿠스의외로운 삶에는 없었던 바로 그 활력을 불어넣는다. 나아가 가까운 것과 먼 것을 모두 사랑하는 그런 삶은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인간적 헌신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보여준다. 물론, 그런 삶에는 많은 난관이 따른다." - P181

얼마 전에 화제가 된 오프라 윈프리의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을 보았습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연설 중에 흑인과 백인이 함께 학교를 다니지 못하던 시절, 연방보안관들의 보호를 받으며 백인 학교에 등교했던 테시 프리보스트 윌리엄스(Tessie Prevost Williams)의 이야기를 꺼내더라구요. 저격수들이 흑인 어린아이들을 노리지 못하게 하려고 창문을 종이로 가려놓은 교실에 앉아공부했을 6살 어린 소녀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저린 한 편 경외감도 들었는데, 오프라 윈프리는 몇 주전 세상을 떠난 그녀를 추모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생각에 학교와 가정에서 누군가가 이 어린 소녀에게 아주 훌륭하게 가르쳤던 것 같습니다. 윗사람들에게 도전하는 법과 아랫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법을요. 그들은 그녀에게 세상을 바라보며 단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들은 그녀에게 정의와 자유에 대한 열정을 심었고, 그 열정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영광스러운 투지까지 심어 주었습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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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교란

3부 교란에서 시작되다: 의도치 않은 디자인

이들 프로젝트에서는 인간, 소나무, 송이버섯, 다른 생물종이 그 생태지대를 모두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한 일본인 과학자는 송이버섯이 "의도치 않은 경작‘의 결과라고 설명했는데, 그 이유는 인간의 기술만으로 송이버섯을 경작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사실임에도, 인간의 교란이 있어야 송이버섯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사실상 소나무, 송이버섯, 인간은 모두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서로를 경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상대방의 세계만들기 프로젝트가 가능하게 한다. 이 관용구를 통해 나는 어떻게 풍경이 훨씬 더 일반적인 방식으로 의도치 않은 디자인, 즉 많은 인간 및 비인간 주체의 세계-만들기 활동이 겹쳐져 만들어진 산물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디자인은 풍경 생태계에 명확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주체 중 누구도 그러한 효과를 계획하지 않았다. 인간은 의도치 않은 디자인의 풍경 만들기에 다른 존재와 함께 참여한다. - P271

11 숲의 삶

세상을 만드는 다른 방법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인류학자는 생계형 수렵인이 살아 있는 다른 존재를 ‘사람persons‘으로, 즉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인식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져왔다. 사실 다른 어떤 방식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진보에 대한 기대가 이와 같은 통찰을 가로막는다. 말하는 동물 같은 것은 아이들이나 원시 부족민이 믿는 것이다. 비인간의 목소리는 침묵에 묻히고, 우리는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복리를 상상한다. 우리의 진보를 위해 우리는 그 존재들을 짓밟는다.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생존에는 서로 다른 생물종이 이루는 조율이 필요함을 우리는 잊고 있다. 우리는 가능한 것을 확장하기 위해 풍경의 모험과 같은 다른 종류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 P274

소나무재선충은 미국 소나무와 함께 진화했기 때문에 미국 소나무에게는 심각하지 않은 해충일 뿐이다. 그러나 이 선충에 대항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취약한 소나무들이 있는 아시아로 건너오면서 나무를 죽이는 존재가 되었다. 놀랍게도 생태학자들은 그과정을 정확히 추적해냈다. 첫 번째 선충은 20세기 초 미국에서 미국 소나무에 실려 일본 나가사키 항구에 상륙했다. 목재는 당시산업화가 진행 중이던 일본에서 엘리트 계층이 세계 각지에서 구하고자 혈안이 된 자원이었다. - P277

나는 풍경에 기반한 배치를 연구 대상으로 취하는 까닭에 많은 유기체의 활동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대부분의 동물 연구에서처럼 인간이 가장 호의를 갖고 대하는그들의 동맹과 인간이 맺는 관계를 추적하는 것으로 내 연구를 한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기체는 그들이 인간과 동등한 자질(의식하는 주체로서, 의도를 지닌 의사소통자로서, 또는 윤리적 주체로서)이 있음을 보일 필요가 없다. 우리가 생존 가능성, 비영구성, 창발에 관심이 있다면 풍경의 배치 활동에 주목해야 한다. 배치는 연합하고 변화하고 해체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이야기다. - P280

내가 옹호하는 실천의 중심에는 민족지와 자연사라는 인문학이 있다. 내가 제안하는 새로운 동맹은 관찰과 현장연구, 그리고 내가 알아차리기 noticing라고 부르는 것에 전념할 것을 전제로 한다. 인간에 의해 교란된 풍경은 인문학자와 동식물 연구가가 알아차리기를 실행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다. 우리는 인간이 그 공간에서 만들어낸 역사, 그리고 비인간 참여자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사토야마 숲 복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점에서 뛰어난 스승이었다. 그들은 내가 ‘교란‘을 조율과 역사 둘 다로서 이해하는 방식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들은 내게 어떻게 교란을 통해숲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 P283

교란을 분석 도구로 활용하려면 사회 이론에서 최고의 분석도구를 활용할 때처럼 관찰자의 관점에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교란인지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관점의 문제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개미집을 무너뜨리는 교란은 인간의 도시를 날려버리는교란과 크게 다르다. 개미의 입장에서는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관점은 생물종 내에서도 다양하다. 로절린드 쇼Rosalind Shaw는 어떻게 남성과 여성, 도시인과 시골 주민,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방글라데시의 홍수를 서로 다르게 개념화하는지 보여준다. 이는 그들이 수위 상승에서 받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위 상승이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서 홍수로 변하는 시점은 각 집단마다다르다." 교란을 산정하는 단일 기준은 불가능하다. 교란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관련되는 문제다. 이는 우리가 교란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통해 내리는 평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란은 ‘예‘ 또는 ‘아니오‘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교란은 개방된 범위에 걸친 불안정한 현상을 가리킨다. 어느 선을 넘었을 때 너무 과하다고 평가하는가? 교란과 관련해서 그것은 언제나삶의 방식에 기반한 관점 문제다. - P286

13 부활

일본의 소나무는 소농민 교란이 만든 생물이다. 이 나무는 그늘을 드리우고 자신들에게만 이로운 풍부하고 깊은 부엽토층을 만드는 활엽수와 경쟁할 수 없다. 화석식물학자 paleobotanist들은 수천년 전 인간이 일본의 풍경에서 처음으로 산림을 없애기 시작했을 때, 그 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던 소나무 꽃가루의 양이 극적으로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소나무는 벌초와 코피싱 덕분에 밝 - P327

은 햇빛을 받고, 농민이 갈아엎은 나지의 무기질 토양에서 영양을 얻으면서, 농민이 벌이는 교란과 함께 번성한다. 참나무는 농민이 개간한 산비탈에서 소나무를 몰아낼 수 있다. 그러나 코피싱 및식물성 비료를 모으는 작업을 통해 코나라 참나무와 소나무 모두에게 이로운 공간이 만들어졌다. 송이버섯은 소나무가 산등성이와침식된 비탈에 발을 딛고 설 수 있도록 도우면서 소나무와 함께자랐다. 특히 송이버섯은 벌거벗은 지역에서 소나무와 함께 번창하면서 숲에서 가장 흔한 버섯이 되었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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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0-18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번달 1등은 햇살과함께 님이 하실 것 같은데요?!

햇살과함께 2024-10-19 00:00   좋아요 0 | URL
오오 내일 좀 더 읽고 다음주 주말에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저도 소설/달리기책 읽고 싶어서 ㅋㅋㅋ
 

사이퍼
의존하는 독립

소유자 개인주의
스피노자 <에티카>

이양구_희곡_저마다의 먼 강으로

압록강 의사는 남한으로 이주해 ‘독립‘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북한에 두고 온 아버지가 죽어 간다는 얘길 듣고서야 깨달은 거예요. 독립해서 산다는 게 서로가 영원히 잊고, 죽을 때까지 만나지 않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걸 말이에요. 서로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걸 자각하고 그 관계를 분명히 하는 데 있다는 걸 말이죠. - P28

고양이 맞아요. 최하영은 1945년 8월 해방이 되자 ‘민족의 죄인‘으로서 처단당할 날만을 기다리며 장인의 집에서 숨어 지내다가 어느 날 임시정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아요.
은행나무 장인 집이 저기 대학로 명륜동이잖아요. 왜정 때부터 지나다니는 걸 내가 많이 봤죠.
고양이 그렇군요. 1945년 12월 최하영은 처단당할줄 알고 나갔다가 만난 임시정부 내무부장 신익희로부터 장차 수립될 대한민국의 헌법을비롯하여 입법, 사법, 행정 등 각 분야에서 수립 시행해 나갈 법 제도적 기초를 정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은행나무 친일파들에게 그런 일을 맡겼다는 거네요?
고양이 지은 죄를 씻으라는 거였죠.
은행나무 …….
고양이 신익희 입장에서는 그렇게 전문적인 일을 그때 또 누구에게 맡길 수 있었겠어요?
은행나무 …… - P34

은행나무 내 그늘 밑에서 쉬다 간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네요. 분단된 뒤로는 정부 비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북한을 이롭게 한다고 잡아가고 했으니 참 독재 정부가 오래도 갔지요. 민주니 평등이니 하는 당연한 요구도 억압하고 차별했어요.
고양이 수백 년을 사셨으니 그걸 다 지켜보셨겠군요.
은행나무 그랬죠. 분단이 또 다른 분단을 낳는달까요?
고양이 네. 그런데 정말 먼 옛날얘기 같네요.
은행나무 멀리 있다기보다는 날마다 발 디디고 있는 지반이라고 봐야죠.
고양이 지반이요?
은행나무 네. 지반은 흔들리거나 갈라지기 전에는 느껴지지 않지만 일단 균열이 가는 순간 일상의 모든 것을 뒤흔들어 버리잖아요. 뿌리뽑히는거죠. - P36

송재홍_래퍼들의 갤럭시

그들 각자의 삶에 새겨진 힙합은 무슨 일을 하든 각자의 단독성을 이룰 지혜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역설적인 현상에 모순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이름을 붙여 주고 싶다. 의존하는 독립. 힙합에서 래퍼들과 내가 함께 배운 지혜는 이렇듯 서로 의존하면서도독립하는 삶의 방식이었다. - P65

김강기명_독립 너머 연립

이러한 소유자 개인주의는 한편으로 중세의 신분적 질서 속에 권리와 권한이 묶여 있던 인간을 개인으로 풀어놓은 사유라 할 수 있다. 사회계약론은 인간이개개인으로 풀려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고 어떻게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는지를 설득력 있는 모델로 제시했다. 하지만 소유자 개인주의에 입각한 정치적, 경제적 관점은 동시에 인클로저(울타리 치기)와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제 대륙의 식민화를 통한 자본의 시초 축적,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내재한 계급(자본가 계급과 노동계급)의 분할, 노동의 비참을 낳거나 정당화한사상의 근저에 놓이기도 했다. 이는 오늘날의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전제이기도 하다. - P78

자연상태는 거대한 불평등의 상태, 갈등 혹은 폭정이 끊이지않는 상태가 된다. 바로 이 불평등과 갈등이 낳는 취약성 때문에 인간은 정치 공동체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인민의 바깥에 혹은 위에 군주 혹은 의회라는 최고 권력을 두는 홉스와 로크와는 달리, 스피노자는 모두가 모두에게 권리를 양도하며, 개인을 다중(multitudo)으로구축하는 민주정이야말로 절대적 통치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역시 지극히 자연스러운 내재적 개체화의 원칙을 따른 것이다.
스피노자에게 다중은 인간이 개인의 환상을 넘어합력을 통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신체가 되는 개체화 과정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참여과 합력, 공존, 그리고 돌봄과 의존을 통해서만 우리는 개인 혹은 개체로서는 피할 수 없는 취약성을 벗어나 진정한자유를 향해 발을 내딛는다. ‘독립‘의 환상이 그보다 훨씬 더 큰 자연스러움인 ‘연립‘의 현실을 가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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