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부모의 탄생>
마사 누스바움 <세계시민주의 전통>
지음_대화_독립은 함께 살기다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것이 독립의 끝은 아니죠. 이후에는 그 공간을 편안하고 쾌적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안 청소며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는 일, 집을 가꾸는 모든 일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독립 초기에 깨닫게 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이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돈을 더 많이 벌어서 필요한 가사 노동을 돈으로 해결하거나, 돈을 버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이 모든 일을 혼자서 해내는 것입니다. 어느 쪽도 쉽지 않지요. 자신만의공간은 있으나 그 공간 밖에서든 안에서든 자유로운 삶은 없게 되는 역설입니다. - P114
가족으로 돌아가라거나 독립과 자유의 공간을 포기하라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부모와 자식이든 교사와 학생이든 억압적인 관계는 해체되어야 하고, 나를 침해하는 관계로부터는 가능한 한빨리 독립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방법을 고민하지 않고 홀로 살아가기 위해 경쟁에 몸을내맡기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것은 독립이라기보다는 고립이고, 타인으로부터의 자유라기보다는 철저히 경쟁과 자본에 종속된 삶의형태일 것입니다. - P117
서로 갖겠다는 경쟁이 아니라 서로 주겠다는 경쟁입니다. 누구도 이득을 보지 않지만 동시에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고, 돈은 두 사람 사이에 공유되어있습니다. 이 돈은 모두의 필요를 위해 사용되거나 적절히 분배되거나 더 필요한 사람에게 갈 수 있어요. 이것이 빈집이 유지되고 확장되고, 가난하지만 여유로울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빈고에서 일어난 교환은 자본의기초인 상품교환, 국가의 기초인 세금교환, 공동체의기초인 선물교환과 구분됩니다. 공유지를 만드는 이 독특한 교환을 사양교환이라고 정리하고 있어요. 빈고는사양교환을 확장해서 출자자와 이용자가 자본수익을서로 사양해 공유지가 만들어지고 잉여가 빈고 외부의 연대자에게 흘러가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 P124
만남을 피하고 서로 거리를 두는 것이 낫다는 것이 사회의 지배적인 분위기입니다. 저 역시 함께 살기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만남을 회피할수록 점점 더 즐겁게 만나는 방법과 능력을 잃어버리게될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잃어버리고 오로지 돈을 매개로 한 관계만 남는다면, 여기에 어떤 희망이 있을까요? 가난하게 홀로 죽지 않고 부유하게 홀로 죽기 위해서 평생을 경쟁해야 할까요? 진정한독립이란 함께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즐겁게 함께 사는 방법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요? - P129
황소희_수업_한국인의 시민 수업
저는 우리나라의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시달리고있는 불안이 계속해서 심화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신뢰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공동체 경험의 부재‘에서 찾고자합니다. 실패해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는 곳에서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합니다. 어려움에 처해도 다른 이들에게서 도움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기에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늘고군분투해야만 합니다. 각자도생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타인을 신경 쓰고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것은 시간 낭비처럼 여겨지겠지만, 개인들이 공동체로부터 철저히 고립될수록 어디에도 기댈 데 없는 개인들의 생존 불안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 P158
최근 서이초 사건 등으로 전 사회적 문제가 된, 언제나 내 아이를 앞세우는 ‘괴물 부모‘의 탄생 원인으로각자도생 사회를 든 『괴물 부모의 탄생』이라는 책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자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엄마 혼자 해결해야 했다는 사실을짚은 내용이었어요. - P159
그리고 구매자가 되면그저 돈을 가지고 뭐든 살 수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물건이 약속하는 아주 자극적이고 적극적인 환상이 펼쳐지는데 이것은 지젝이 잘 묘사하고 있죠. 소비는 나를 ‘완전하게‘ 만드는 물건을 찾는 지속적이고 늘 만족되지 않는 과정이고, 그 원동력은 그런 특별한 물건이 존재한다는 ‘약속‘이라고 말이죠. 그리고 음주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 술 마시는 일. 혼자 마시는 것도 좋지만 음주 공동체와 마시는 술을 너무 좋아합니다. - P167
그렇다면 특정한 공동체에 대한 배타적 사랑의 위험성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세계시민주의자 마사 누스바움이 남긴 문장을한번 읽어 보시겠어요? 한때는 수많은 학자들에 대항해 국가보다는 세계에 초점을 둔 시민교육을 강력히 주 - P180
장했던 마사 누스바움이지만, 최근 출간된 『세계시민주의 전통』이라는 책에서는 전 인류와의 느슨한 연대를 말하는 세계시민주의가 ‘고귀하지만 결함 있는 이상‘임을 인정하며 이런 문장을 남겼습니다. "대부분 가까운 것에 대한 강렬한 사랑은 전 세계적 목표에 도움이 된다. (중략) 가족과 친구에 대한 사랑은 정의에 헌신하는 성품에 깊이와 활력을, 마르쿠스의외로운 삶에는 없었던 바로 그 활력을 불어넣는다. 나아가 가까운 것과 먼 것을 모두 사랑하는 그런 삶은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인간적 헌신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보여준다. 물론, 그런 삶에는 많은 난관이 따른다." - P181
얼마 전에 화제가 된 오프라 윈프리의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을 보았습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연설 중에 흑인과 백인이 함께 학교를 다니지 못하던 시절, 연방보안관들의 보호를 받으며 백인 학교에 등교했던 테시 프리보스트 윌리엄스(Tessie Prevost Williams)의 이야기를 꺼내더라구요. 저격수들이 흑인 어린아이들을 노리지 못하게 하려고 창문을 종이로 가려놓은 교실에 앉아공부했을 6살 어린 소녀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저린 한 편 경외감도 들었는데, 오프라 윈프리는 몇 주전 세상을 떠난 그녀를 추모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생각에 학교와 가정에서 누군가가 이 어린 소녀에게 아주 훌륭하게 가르쳤던 것 같습니다. 윗사람들에게 도전하는 법과 아랫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법을요. 그들은 그녀에게 세상을 바라보며 단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들은 그녀에게 정의와 자유에 대한 열정을 심었고, 그 열정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영광스러운 투지까지 심어 주었습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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