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

갑작이 밀물처럼 고독이 온다. 드디어 형예는 완전히 혼자인 것을 깨닫는다. - P56

체향초

‘사람이 누구에게나, 무엇에나, 가장 성실해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그건 가장 성실할 수 없는 것을 안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쩐지 외로웠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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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위대한 작은 농장>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정은정
한국영화는 난다 긴다 하는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거머쥐고 언뜻 ‘K무비’의 전성시대를 맞이한 듯 보였지만 감염병의 시대가 꽤 길게 지나면서 한국영화의 대단한 위세도 한풀 꺾인 듯하다. OTT서비스가 등장해 집에서도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아예 극장을 거치지 않고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에서 바로 상영되기도 한다. 그래서 극장까지 온 관객의 발길(눈길)을 붙잡자면 웃기거나 때리거나다. 상업영화의 본령은 당연히 흥행이므로 흥행에 유리한 스타 감독과 배우, 복잡하지 않은 서사구조를 가진 영화에만 자본이 몰린다. 그간 영화시장이 커지면 관객층이 두터워지고 다양한 장르와 서사를 가진 영화를 즐기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적 환상이었다. 돈은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몰리는 곳으로만 몰리기 마련이다. - P176

식물과 가축, 야생동물들이 더불어 살 수 있기를 바랐다는 그들의 꿈이 순탄했다면 이 영화는 서사를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위대한 작은농장〉의 절정은 식물과 야생동물, 가축들로 대표되는 생태적 존재들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썩은 연못에서 먹이를 찾지 못한 오리는 달팽이로 눈을 돌려 열정적으로 잡아먹고 유기질이 풍부한 똥을 누어 땅을 기름지게 했다. 돌아온 매는 찌르레기의 천적이 되어 과일나무에서 소출이 나기 시작했고, 닭이나 잡던 말썽꾸러기 목축견은 코요테를 쫓자 코요테는 땅을 헤집어 두더지로 관심을 돌렸다. 극적으로 찾아진 생태적균형점은 이 영화의 편집점이기도 하다. 실제의 안정화 과정은 무척 복잡다단했을 것이며 여전히 혼란은 계속될 것이 뻔하다. 워낙 광활한 땅이어서 한국 농민들처럼 김매기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 품은 덜 들겠지만 말이다. 존이 말하길 자연은 아름답고 복잡하며 무한한 가능성이라지만 지금의 자연은 변덕스럽고 뒤죽박죽이며 끝내 편집점이 없는 ‘라이브‘다. - P180

한국의친환경농업 기준은 예전에 비해 땅에 지렁이 한 마리라도 더 살기 좋은땅이 되었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최종 산물에 농약 성분이 있는지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갈음한다. 농약 성분이 나왔으면 농민은 농약을 뿌렸을 것이라는 단선적인 사고방식이다. 웃돈까지 얹어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증명할 방법은 잔류농약 성분검사뿐이라는 핑계가 제도로 안착되고 말았으며 유기농업을 포기하게만드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 P183

마리아 미즈
또한 오늘날에도 식민지들(저는 지금도 여전히 식민지라고생각합니다)에서 행해지고 있는 모든 노동이 선진국에서의 그것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면 축적될 것(자본)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모든 관계를 ‘식민지적 관계‘라고 부르고있습니다. 즉 남성과 여성의 관계도 식민지적이고, 소농과 기업의 관계도, 당연히 선진국) 대도시들과 식민지들(제3세계)의 관계도 식민지적입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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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현암사 책이 별로 없네. 한길사나 을유에 비해서도.

<작가와 술> 못찾아서 한참 헤맸다. 누구 빌려줬나 팔았나. 다시 보니 책등이 하얀색이라 못찾음. 표지 생각하며 검은 색이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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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18 0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른이 되어> 이 책도 현암사였군요…. 도서관 대출로 읽은 책이라 어차피 없었겠지만…

햇살과함께 2023-11-18 08:30   좋아요 0 | URL
이 책도 현암사 책 같지 않은 책 ㅋㅋ 찾다가 깜짝 놀람요 ㅋㅋ
 

시작부터 유죄

2장
인류 진화의 역사는 대부분 남성의 관점으로만 파악했기 때문에, 여성과 관련된 사회관계는 거의 무시되었다.‘ 초창기의 인류학자와 고고학자들은 직접적인 고고학적 자료를 근거로 할 수 없으면서도, 선사시대 사람들의 행동을 상투적으로 설명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의 접근 방식은 자신들이 놓여 있던 환경에서 형성되었으며, 여성을 열등한존재로 인식하는 유대교-기독교와 고대 그리스-로마의 전통을 계승한 서구사회라는 틀 안에서 만들어졌다. 따라서고대부터 ‘인간‘을 다루는 많은 책이 사실은 ‘남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조금도 놀랍지 않다. 여성이 등장하더라도, 단지 남성과 관계가 있을 때 뿐이다. - P39

이 문헌의 번역문은 1766년에 <여자가 인간이 아니라28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모순 명제>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어" 엄청나게 큰 반응을 일으켰다. 일부 역사가들은 이것을 상상이거나 잘못된 해석이라고 간주한다. 여성을 신랄하게 비판한 글로 여겨졌던 원본은 사실 소시니안주의"라는 기독교 분파를 조롱하기 위해 작성되었을 것으로보는데, 이를 위해 성경을 일부러 잘못 해석한 유머 패러디라는 것이다. 소시니안주의 신봉자들은 삼위일체, 원죄, 그리스도의 신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문서는 18세기에 ‘남녀 간의 전쟁‘을 다시 촉발하려고 이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정하더라도, 종교 경전 속에 그 당시에 있었던 성차별과 반페미니즘이 드러난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종교 경전의 텍스트는 여성을 비난하고, 인간의 ‘타락‘
과 모든 악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일반인이든 권력자든 파국을 맞고 싶지 않다면, 남자는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신은 경고하고 있다. - P47

이 신성한 처벌 때문에 여성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금지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리고역사적으로, 신학적 담론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14세기와 15세기의 기독교적 도덕과신학 논문에 나타난 여성 혐오는 "마녀"의 처형으로 이어져 - P53

서, 유럽에서 수만 명의 희생자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17세기부터 원죄는 "여성의 본성"이라는 주제에 자리를내주게 되는데, 이는 여성은 이성이 전혀 없어 불합리하고심지어 "부도덕하다는 것이다. 200년 뒤 프랑스의 정치이론가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1809~1865)도 이 표현을 사용했다. 프루동은 여성이 "그릇된 정신"을 가지고 있고, "정숙하지 않아서 남자가 없으면 야만적인 상태"에서 벗어날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까지 ‘남자‘와 ‘여자‘의 분류가 과학의 범주인 양 만들어졌고, 많은 의학 분야 논문이 고대의 이론을 지지했다. - P54

1885년, <뇌 용량과 특히 두뇌 무게에 대한 해석>이라는논문에서 마누브리에는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페미니 - P61

스트로 분류될 만한 발언을 한다. "여성이 뇌가 가벼운 것을 지적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연결시킨 사람들은, 성격이 개방적이고 신체적 능력을 갖춘 지적인 여성보다 뇌 용량은 훨씬 큰 야만인 남성이나 문명인 남성 중에 바보가 얼마나많은지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가 지녀야 할 자존심또는 수탉의 자존심, 아니면 우리의 고질적인 잘난 척이 매순간 나타난다." - P62

생리혈의 금기는 여러 동화에서도 발견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브루노 베텔하임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공주를공격한 저주가 흐르는 피(생리의 상징)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샤를 페로가 1697년에 쓴 이 이야기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맞게 되는 여러 가지 변화를 준비하는 일종의 성인식으로 볼 수 있다. 여성의 피는19세기에도 여전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1896년 법의학자 체사레 롬브로소는 여성의 범죄성과 생리를 연결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여성이 타고난 천성이 나빠서, 노동자 계급에서는 장차 매춘부가 될 것이고 유산계급층에서는 불륜으로 발달할 것이라 했다!! 오늘날에도 생리는 여전히 비밀스럽고 부끄러운 주제로 남아 있다. - P70

사회학자 라파엘 리오지에는 신화와 동화의 내용을 분석해 <남성의 심리 검증〉(2018)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글은 신화와 동화 속에서 남성의 힘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며, 형제자매간의 결혼, 왕들과그 딸들과의 결혼 등 근친상간과 강간이 얼마나 경시되는지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성행위에서 여성의 동의가무시되는 것도 보여준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원작자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작품이 바로 그런 사례인데, 이 이야기는 강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P82

<마녀>에서 쥘 미슐레는 19세기의 동료들과는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마녀 사냥은 고대 이교도 의식을 근절217하는 역할을 했지만, 폭력에 직면한 여성의 반란 행위였다는 것이다. 한 세기 후, 페미니스트 운동은 미슐레의 뒤를이어 이것이 사회 구조와 "가부장제 사회의 이상적인 여성상" 218을 감히 위협한 사람들을 제거한 "여자 사냥"이라고 말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앨리슨 롤랜즈가 지나치게 급진적인 페미니즘 분석에 대해 경고하는 것은 "페미니즘이 마술 - P99

에 대한 비난에서 보이는 젠더적 특성을 투영하는 유용한통찰력으로 연구하는 것, 특히 가부장제 분석과 연관시키는연구를 남성 역사가들이 단념하게 만들지나 않을까 하는걱정 때문인데, 마녀 사냥꾼들이 깨고 싶었던 것은 여성의독립에 대한 의지다. - P100

초등학교와 중등학교를 세울 것을 의무로 했지만, 실제 교육 내용은 가사노동과 육아 방법처럼 여성에게 할당된 사회적 역할에 따라 정해졌다. 남녀 간의 교육적 차이를 개선하기 위해 앙드레 레오로 불렸던 빅투아르 베라는 1866년 여성교육향상협회를 만들게 된다. 이 소설가는 다음과같은 아주 유명한 문구를 만들었다. "여성을 물건으로 보는것에 반대한다. 단순한 꽃받이로 보는 것에 반대한다. 여성은 아이의 몸처럼 아이의 감성과 정신을 만든다. 노예는 노예를 만들 뿐이다." - P110

여성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여성이 공적인 일에 참여하는 것을 막으려고 서둘렀다. 하원의원 앙드레 아마르는 여성이 "높은 단계의 사유와 심각한 개념을 가질 능력이 없다"라는 구실을 댔다. 그러나 사실은 여성들이 "가정을 돌258보지 않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 P113

1879년에 발표된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은 시대적 윤리와 충돌했고,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극심한 논란에 휩싸였다. 입센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존 밀의 《여성의 예속》(1869)을 읽고,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을 지지하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여성은 여성 자체일 수가 없다. 남성이 법을 만든 남성을위한 사회이다. 변호사들과 판사들은 여성의 행동을 남자의 시각에서 평가한다.‘ 노르웨이 내부의 사회적 순응과 동시대인들의 도덕적 엄격함에 맞서서, 입센은 은행가의 아내이자 가정을 떠나는 노라라는 인물을 통해* 타자에게 의존하는 것, 경제적 능력에 따른 예속, 순종을 강요하는 도덕과 정서를 고발했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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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1-17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있는데 저는 이게 왜이렇게 재미가없죠 ㅠㅠ

햇살과함께 2023-11-17 13:2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저도 재미가 없어서 진도가 잘 안나가요...
<가부장제의 창조>와 비슷한 맥락이나 내용인데
그 책은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은... 재밌게 잘 쓰인 책은 아닌 것 같아요.
사례만 계속 늘어놓는 것 같은..흑흑 얼른 끝내고 재밌는 책 읽고 싶어라.

다락방 2023-11-17 13:31   좋아요 1 | URL
여성혐오의 역사를 너무 계속 얘기하니까 ‘이제 그만해!‘ 하고 싶어요 ㅠㅠ

햇살과함께 2023-11-17 17:35   좋아요 0 | URL
그죠 그죠 고구마 백만 개 얹힌 느낌;;;
 
한편 12호 : 우정 인문 잡지 한편 12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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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꼭지인 안담 작가의 글이 가장 흥미로웠다. 이슬아 작가를 필두로 90년대생 작가를 여럿 배출한 어딘글방이라는 걸출한 장소에서 ‘작가 되기‘ 뿐만 아니라 ‘작가의 친구 되기‘를 연습하며, 우정과 경쟁, 사랑과 질투 속에서 자기 언어를 찾아 작가 되는 과정을, 글방에서의 우정의 의미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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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11-16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햇살과함께님 <활활발발> 읽으셨나요? ‘어딘‘ 이 쓴 책이랍니다. 이슬아 작가 등 얘기가 많이 나와요.

햇살과함께 2023-11-16 17:54   좋아요 1 | URL
그 책 나왔을 때 알고 읽고 싶었는데, 못읽었네요...
수하님 읽으셨나보네요!

건수하 2023-11-16 18:23   좋아요 1 | URL
네 재밌었어요!! ^^

햇살과함께 2023-11-16 18:56   좋아요 1 | URL
도서관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