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발발 - 담대하고 총명한 여자들이 협동과 경쟁과 연대의 시간을 쌓는 곳, 어딘글방
어딘(김현아) 지음 / 위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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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부터 20대까지의 발랄한 시기에 매주 글을 쓰고 합평을 주고 받다니. 그것만으로도 감탄이 나온다. 이미 작가가 될 욕망과 능력과 노력에 각자의 개성을 가진 그녀들 (그리고 소수의 그들) 이기에 멋진 작가가 될 수밖에 없음을. 물론 어딘이라는 멋진 스승과 함께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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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고정희
정의길 <이슬람 전사의 탄생>
이다울 <천장의 무늬>

이사무애 사사무애(理事無碍 事事無碍 : 이상에도 걸림이 없고 현실에도 걸림이 없도록 살자)

2부. 글도 잘 쓰고 일도 잘 하는, 입맛 좋은 소녀들
올해는 고정희 시인의 30주기다. 입맛 좋은 소녀들과 나를 연결해준 시인. 겨우 마흔까지 살면서 열 권의 시집을 낸시인, 여성주의 시인의 전범 같은 시인, 나이 들수록 래디컬해진 시인. 그녀의 시를 읽으며 자란 입맛 좋은 소녀들도 대부분 삼십대가 되었다.
글을 잘 쓰려면 밥도 잘하고 설거지도 잘하고 청소도 잘해야 한다는 내 말 따위는 잊어버렸거나 헛소리라는 것쯤 알아버렸을 것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글방의 기원에는 입맛좋은 소녀들이, 아, 그 총명하고 섬세하고 솔직하던, 그렇지만한밤중에 맨발로 집을 뛰쳐나와야 했던, 고립무원의 절벽에섰던, 견고한 벽을 향해 미친 듯 질주하던, 때로 으스러지고부스러지던 나의 그녀들이 있다. 시도이자 예감이자 미래인. - P83

그날 이후 밥 먹고 가자는 말을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큐가 깨트린 건 자본의 질서와 나이의 위계였다. 나도 N분의 1을 내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러므로 밥 자리를 빌려 가르치려거나 생색을 내거나권위를 내세우는 일 따위를 해서는 안 된다. 옳은 개소리도줄여야 한다. 큐는 내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 하나를 와장창깨부숴주었다. 큐가 만든 이 규칙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고나는 여전히 어색하고 무안하지만 그것을 따른다. - P103

나중에야 들었다. 훈훈뿐 아니라 대부분의 글방러들은 대체로 글방이 끝나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고. 일단 분노. 뭐야 글을 제대로 이해도 못 하면서 개뿔 무슨 저는 나보다잘 쓰나 어디 두고 보자. 다음으론 좌절. 아무래도 재능이 없나 봐 백날 쓰면 뭐 하냐 맨날 거지 같은 소리만 듣는데, 다음은 질투. 왜 쟤 글은 재밌지? 나보다 책을 많이 읽는 거 같지도 않고 나보다 노력하는 거 같지도 않은데. 다음으론 오기. 담주엔 보여주겠어, 칼을 가는 거다. 이런 마음의 요동과파고를 경험하며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모두들. 눈물로 베갯잇을 적셨다는 고전적인 멘트를 들은 적도 있다. 수련의 과정은 녹록지 않다, 어느 분야든. 제 발로 글방에 오는 이들은 어쨌거나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다. 재능이 작품으로 이어지는 건 오오랜 연마와 수련의 시간을 뼈아프게 보내고 난이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나는 종종 일주일에 한 편씩 한 번도 빠지지않고 3년, 이라고 답하곤 한다. 그곳이 도착지가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얘기는 굳이 하지 않는다. 피아노든 무술이든 그 - P106

림이든 춤이든, 가는 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아프거나 바쁘거나, 스승과 사형詞兄들이 있는 곳으로. - P107

젊디젊은 울리가, 푸르디푸른 울리가 아프다고 했을 때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아파본 이력을 바탕으로 한마디씩 했을 것이다.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마음의 문제야의지의 문제야. 울리가 이토록 길게 이토록 격렬하게 아플줄 누구도 몰랐다. 그리고 ‘아픈 사람‘ 울리가 이토록 견고하고 치밀한 글을 써낼 줄은 더더욱 몰랐다. 통증이 일상인 사람이 왜 이토록 맹렬히 글을 썼을까? 그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울리가 쓴 글을 모아 자신의 이름 이다울로「천장의 무늬』라는 책을 내게 되었을 때 나는 이렇게 추천사를 썼다. - P120

하지만 글방의 독자들과 어딘은 인용의 천재는 그럼 이만, 하고 사라지려는 나의 뒷목을 잡아챘다. ‘인용의 천재‘라는 피드백 뒤에는 ‘자신을 속이는 글쓰기‘라는 혹평이 자주 따라붙었다. 나는 매끈한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 정제된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 나를 어지럽게 하는 현실과 아직도 헷갈리는 내 생각을 건너뛰고 삭제했다. 그리고 내 글 속에 표현된 ‘훌륭한‘ 생각이 진짜 내 생각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글을 거울을 들여다보듯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 보면 자존 - P164

감 비슷한 것이 고양되는 효과도 있었다. 거울의 군데군데가 깨지고 이가 빠져 있는 것은 모르는 체했다. 글쓰기는 자칫 왜곡된 자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위험한 구석이 있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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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r. Henshaw (Paperback, 미국판) - 1984 Newbery Newbery : 반드시 읽어야하는 뉴베리 수상작 18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 HarperTrophy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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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숙제를 위해 동화작가 Mr. Henshaw에게 질문 편지를 보내고, 오히려 10가지 질문이 담긴 답장을 받으며 계속 쓰게 된 편지와 일기를 통해 부모의 이혼, 트럭운전수 아빠에 대한 그리움, 전학 온 낯선 학교 생활, 도시락 도둑 등 우울한 상황을 담담하게 헤쳐나가는 소년의 한뼘 성장 이야기. 글쓰기의 힘을 보여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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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26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한글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제
최애 동화 중 하나입니다. 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11-26 20:00   좋아요 1 | URL
오 잠자냥님 최애 동화라니!
집에 한글판도 있어서 슬쩍슬쩍 컨닝도 ㅋㅋㅋ
 

"Bonnie, is there any chance-" Dad began.
"No," said Mom in a sad, soft voice. "There isn‘t a chance."
"Why not?" asked Dad.
"Too many lonely days and nights not knowing where you were, too much waiting for phone calls you forgot to make because you were whooping it up at some truck stop," said Mom. "Too many boring Saturday nights in some noisy tavern. Too many broken promises. Things like that."
"Well..." said Dad and set his mug down. "That‘s what I came to find out, so I might as well be going." He hadn‘t even finished his coffee. He stood up and so did I. Then he gave me a big hug, and for a minute I wanted to hang on to him and never let him go. - P132

I thought of Dad hauling a forty-foot refrigerated trailer full of broccoli over the Sierra and the Rockies and across the plains and all those places in my book of road maps until hegot to Ohio. Personally I would be happy to see all the broccoli in California trucked to Ohio because it‘s not my favorite vegetable, but I didn‘t like to think of Dad alone on that long haul driving all day and most of the night, except when he snatched a few hours‘ sleep in his bunk, and thinking of Mom.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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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여성 - 여성의 눈으로 본 선사시대, 젠더 고고학의 발견
마릴렌 파투-마티스 지음, 공수진 옮김 / 프시케의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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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여성혐오적 기존 해석의 나열에 초반 지루했고 답답함이 이어졌다. 그 이후 반전은 크지 않았다. 기대보다 임팩트가 크지 않았다. ‘여성이라고 볼 증거는 없다. 그러나 남성만이라고 볼 증거도 없다.’ 책을 덮고 나니 그게 고고학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주장만으로도 외로운 분야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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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1-29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복되는 여성혐오적 기존 해석의 나열은 이 책을 쓰는데 있어 필요했던 일이라고 보여지지만 저로서는 정말 지루하고 답답했어요. 책장을 덮어도 그 지루하고 답답했던 감상만 남아있네요 ㅠㅠ

햇살과함께 2023-11-29 09:2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번 책은 저랑 같은 감상 ㅋㅋㅋ
올해 읽은 여성주의책 중에 가장 재미없었어요…
빨리 <여전히 미쳐있는> 읽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