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산책 - 도시 인문 여행, 개정판
류영하 지음 / 산지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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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학 전문가의 홍콩 인문 여행기. 민주는 없지만 자유는 있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자유가 억압되는 우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춘기의 청소년 같다‘는 설명, ‘소년 홍콩‘이라는 용어가 흥미롭다. 소년 홍콩은 과연 사춘기를 통과하고 어떤 성인으로 자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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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인권 수업 - 내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혐오 너는 나다 - 십대 7
박혜영 외 지음 / 보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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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젠더, 인종 차별, 장애, 국가폭력의 5가지 주제에 대한 인권 수업. 학교에서 필요한 수업이다. 제발 학교에서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좀 제대로 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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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젠더들

아마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터섹스는 에르퀼린 바르뱅(HerculineBarbin)일 것이다. 그/그녀가 직접 회고록을 남긴 데다 에르퀼린의회고록은 1980년 미셸 푸코의 서문과 에르퀼린에 관한 각종 자료, 에르퀼린의 생애를 모델로 한 단편 소설을 모아 재출간되었다."
이후 인터섹스의 중요한 자료로 널리 참조되고 있다. 1838년 프랑스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에르퀼린은 집에서 소녀 ‘알렉시나‘로 자랐다. 여자로 길러졌지만 10대 후반까지 초경이 없고 유방이 발달하지 않아 신체적 통증에 시달리다가 이후 남성의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법적, 의료적으로 남성 판결을 받고 이를 ‘수용‘한다. 그러나 ‘진정한 젊은 남성 정체성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매년 10월 26일은 세계 간성 인식의 날(intersex awareness day)이다. 에르퀼린의 생일을 기념해 1996년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 소아과학회에서 간성 인권 활동가들이 벌인 시위가 계기가 되어 처음 제정되었다. 인터섹스로 태어난 에르퀼린 바르뱅의 존재는 성 정체성을 단순히 사회적으로만 이해하려 했던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이것은 생물학과 사회학에 대한 기존의 인식 모두를 - P205

바꿔야 하는 일이다. 성정체성을 비롯해 몸 연구에서 사회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 - P206

성별 의제를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눈다면, 하나는 차별을 정상화하는 성별 분업이는 곧 여성의 이중 노동이다)을 극복하기 위한 평등권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양성 자체의 구분을 문제 제기하는것이다. 물론 이 두 의제는 상호 보족적이며 현장의 상황에 따라달라진다. 어느 쪽이 더 옳은 전략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차이가 차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권력이 무엇이 의미 있는 차이이고 의미 없는 차이인지를 규정하기 때문에, 차이는 그 자체로 언제나 문제가 된다. 의미 없는 차이는 만들어지지 않게나 ‘다양성‘ 등으로 탈정치화된다. 차이는 선재(先在)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만들기 위한 전제다. 세상의 어떤 차이도 의미 없는 것은 없다. 이것이 차이의 정치학이다. 그러므로 여성, 장애인, 성적소수자의 이해가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고 또 연대해야 한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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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6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민주는 없지만, 자유는 있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세 군데가 감상의 최적의 장소인데, 침사추이 홍콩문화센터 부근, 완자이 ‘금자형 광장紫荊廣場‘, 스타페리를 비롯한 각종배 등이다. 물론 조용히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멀리서 감상해도 될 일이다.
공감하는 것이 사랑의 충분조건이라면, 홍콩의 야경은사랑의 필요조건이다. 시각은 청각과 함께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가장 쉬운 수단인데, 사랑을 얻고 싶다면 상대를홍콩의 야경 속으로 데리고가라. 충분한 보상을 받을 것이다. - P139

또한 홍콩의 야경은 홍콩의 자유를 연상시키는 매력이있다. 흔히 ‘민주는 없지만, 자유는 있다‘고 하는 홍콩의그 자유에 야경이 오버랩되는 것이 아닐까? 언제나 더 멀리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무한한 자유의 상징인 것 같다. 무엇이라도 상상할 수 있고, 무엇이라도 성취 - P140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무한한 자유로움 말이다. - P141

아니나 다를까 뒤쪽 서지를 보니 대륙과 홍콩에서 이미1백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였다. 그래서 번역을 결심했다. 그 결심은 몇 년 뒤 현실이 되어서 상하이에서 부치는 편지』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남아 있다. - P150

번화한 침사추이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빈민굴인 동시에, 매일 밤 120개국 이상에서 온 다양한 인종이 모여들어서 작은 ‘UN’이라 불린다. 그래서 ‘홍콩특별행정구’ 중의‘특별행정구‘라고 한다. 청킹맨션 안에서 매일 4,000명이숙박한다고 하니,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인구가거주하는 곳이 아닐까?
또한 왕가위王家衛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과 ‘<타락천사落天使〉에 의해서 다시 의미가 부여된 곳이다. 일찍이 미국의 타임지에 의해 ‘세계화의 가장 좋은 예‘로 선정된 빌딩이다. - P172

인간 해방의 시작과 끝은 이데올로기로부터의 자유가아닐까? 홍콩에서 공부하면서 나는 정치에 의해서 강요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되었다.
즉 홍콩은 우리 편이나 너희 편에 속하지 않는 ‘제3의영역‘이 광범위하게 존재했다. 사상이나 이념은 물론 국가나 민족까지도 강요받지 않을 자유, 그것이 보장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주권 반환 이후 홍콩사회가 나날이 삭막해지고 있다. 이제는 중국이라는 강력한 국가주의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제 홍콩 사람들은 ‘중국 편‘인지 ‘홍콩 편‘이지, ‘아군인지 ‘적군인지 밝히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사회가 ‘네‘ 편과 ‘내‘ 편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청킹맨션의 정신과 가치가 새삼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청킹맨션은 우리에게 ‘편가르기‘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듯하다. - P174

북경어를 하는 북경 사람은 홍콩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광동어를 못 알아듣는다. 적어도 6개월 정도 지나야 광동어를 알아듣고, 홍콩에서 1년은 살아야 광동어를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다. 이 정도면 광동어는 다른 지방에 사는 중국인들에게는 거의 외국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광동어가 한국어와 사촌 간이라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지금의 광동어 독음을 들어보면, 우리가 한자를 읽을 때의 독음과 비슷하다. 적어도 보통화에 비해서는 그렇다. 과거 한국 유학생들이 농담으로 광동어를 정의할 때 ‘한국어도 아니면서, 보통화도 아닌 것‘이라고 했다. 음운학적으로 볼 때, 광동어와 복건어, 베트남어 그리고 한국어는 시기적으로 중고음에 해당한다. 즉 당나라 음인 ‘당으로서, 학술적으로는 ‘중고음‘이라고 한다. - P179

매번 방학을 맞이하면 홍콩에 간다. 그것이 내게는 휴가이자 공부다. 서점을 다니고, 도서관도 가보고, 저녁에는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번 여름방학에도 숙소 등 모든 예약을 다 해놓고있었는데, 내 몸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홍콩 친구와의 약속을 연기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친구는 건강이제일 중요하다고 하면서 내게 더 이상의 위로가 없을 말을 해주었다.
‘작은 병은 복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크게 공감이 되면서 이것이 홍콩 나름의 다름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홍콩의 친구들로부터 인생의 핵심이랄까, 정수랄까, 철리랄까, 그런 말을자주 듣게 된다. 나는 그것이 홍콩문화의 정신이라고 보는데, 중국 전통에 서구의 사상이 합쳐서 만들어낸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 P198

홍콩의 신유학을 대표하는 이천명의 정신을 볼 수 있는 문장 몇 개를 그의 책에서 옮겨본다.

조리 있게 보면 손오공은 물론 부처님의 손바닥을 벗어나 - P202

지 못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오줌을 눈 것은 바로 부처님 손바닥의 경계를 초월한 것이다.

자신의 다리 하나를 잃은 것에 비통해하는 것이 하나의 관점이다. 반대로 자신에게 아직도 다리 하나가 있고, 두 다리 모두를 잃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하나의 관점이다. 이것이 바로 관점의 전환이다.

사고할 줄 모르는 사람은 번뇌가 없으나 쾌락도 없다고 할수 있다. 번뇌가 없다면 높은 차원의 쾌락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정신병을 앓아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신과 의사를 할 수 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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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홍콩은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결과물이다. 풀어보면 홍콩 사람들 속에 중국도 있고 영국도 있다. 바꾸어 말하면 홍콩은 중국도 아니고 영국도 아닌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어떤 학자는 홍콩의 그 특수한 의미에 대해 ‘제3의 공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는 사실 어떤 것보다도이런 분위기 때문에 홍콩을 좋아한다. 누구의 편도 아무의편도 아닌, 또 어느 편인지도 밝힐 필요도 없는 자유 말이다. 그래서 홍콩은 그 어떤 사상이나 이념도 강요되지 않는 자유가 그나마 보장되던 곳이었다.
그런데 1997년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150년 만에 홍콩의 주권이 원래 소유주였던 중국에게 돌아가게 된 것이다. 나름대로의 정통성을 지닌 중화민국(대만)의 항의도 있었지만, 영국은 대륙과 정식 수교를 맺고 있는 우선권을 인정하여 홍콩의 주권을 중화인민공화국에게 반환했다. - P13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이자 중국의 피란지였기에, 주인의식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웠다. 국가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이 시민역량이라고 본다면, 홍콩의 시민역량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주권 반환 이후 홍콩 사회는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기위해 몸부림치는 사춘기의 청소년 같다는 말을 듣는다. 자신의 정체성 찾기에 고민하는 사춘기 말이다. 학계에서는 ‘소년 홍콩’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인생으로 볼 때 홍콩은 ‘소년기‘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해볼 수 있다.
‘홍콩을 통해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홍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 P14

‘문무묘‘가 이렇게 아름답게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이런 ‘홍콩‘적인 특징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또한결정적인 이유가 한 가지 있는데, ‘문무묘‘는 ‘동화삼원東華‘이라는 홍콩 최대의 자선 기구가 소유하고 있다. 동화삼원은 1870년 중국인 부호들과 시민들의 헌금 그리고 정부의 도움으로 출범하였다. 현재 산하에 12개의 사원을 소유하고 있다. 전통 종교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주면서 얻은 수익으로 다양한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는데,홍콩인들이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기구이다.
나는 문무묘가 ‘동서고금이 만나는‘ 홍콩이라는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기호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중체서용‘의 구현이기도 한데, 서양적인 근대인 ‘쓰임‘이 지배적인 홍콩에서 중국적인 ‘중심‘을 보여주고 있기때문이다. - P37

타보니까 ‘상환‘의 ‘웨스턴 마켓西港城‘에서 종점인 ‘소기만筲‘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궤도를 따라 운행하기에 느리지만, 교통정체가 없어 결코 느리다고 할 수 없는, 의미심장한 교통수단이다.
뒷문을 통해 전차에 오르면 바로 이층으로 올라가는것이 좋다. 그리고 이층의 제일 앞자리에 앉는 것이 좋다. 빈자리가 없다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빈자리가 나면바로 뛰어가서 잡자. 전차의 이층맨앞자리에 앉아서 앞을 내다보고 있으면, 말을 타고 도시를 천천히 산책하는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전차가 있기에 누릴 수 있는 여유다. - P81

이층버스를 타고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
두 곳을 추천하고 싶은데,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스탠리柱‘ 마켓과 홍콩섬의 꼭대기 ‘정상‘이다.
먼저 스탠리 마켓으로 가볼까?
센트럴中環의 ‘종합버스터미널巴士站‘로 가서 6, 6A, 6X, 260번 등의 버스를 타면 된다. 가는 코스는 비슷하고 특히260번은 직행인데, 나는 가급적 6번을 타라고 권한다. 다른 버스는 홍콩섬의 동서를 관통하는 ‘터널‘로 지나가는데비해, 6번 버스는 빅토리아산을 넘어서 가기 때문이다.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 P85

홍콩섬에서 제일 높은 552미터 정상에는 유명한 식당이있다. 당시 산 정상에 사는 영국고관들은 가마꾼들의 가마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이 식당은 1901년에 가마꾼들의휴식처로 세워졌다고 한다. 수많은 영화에 등장한 고풍스러운 식당 ‘더 피크 룩아웃 식당太平山餐廳‘에서 맛있는 볶음밥에 시원한 아이스 레몬티 한 잔 하고 트레킹에 나서기를바란다.
정상의 트레킹 코스는 홍콩 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코스 중에서도 ‘폭풀람 교외 공원薄扶林郊野公園‘, ‘산정 화원山頂花園’, ‘루가드 로드‘로의 트레킹을 권한다. 빌딩숲으로 기억된 홍콩과는 완전히 다른 홍콩을 볼 수 있다. 땀 흘리며 걷다 보면 공원이나 숲이 나타나고, 산으로 오르는 전차나 에스컬레이터가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홍콩을 천 가지 표정을 지닌 도시라고 하는가 보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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