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깨어난 1970년대

케이트 밀릿 <성 정치학>
에이드리언 리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도리스 레싱 <금색 공책>
수전 손택 <수전 손택: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에세이들>
시그리드 누네즈 <우리가 사는 방식: 수전 손택을 회상하며>
토니 모리슨 <가장 푸른 눈>
마거릿 애트우드 <신탁받은 여자>
실비아 플라스 <벨 자>
사변 시, 사변 소설
에이드리언 리치 시 선집 <난파선 속으로 잠수하기>
샬럿 퍼킨스 길먼 <누런 벽지>, <허랜드>
앨리스 셸던/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보이지 않는 여자들> 외
어슐러 르 귄 <어둠의 왼손>
글로리아 스타이넘
앨리스 워커 <우리 어머니들의 정원을 찾아서>
오드리 로드 <시스터 아웃사이더>
맥신 롱 킹스턴 <여전사>

3부. 깨어난 1970년대

케이트 밀릿의 베스트셀러 『성 정치학』의 핵심 주장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여성이라는 종을 종속시키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었다. - P197

1960년대의 운동이 여성을 위한 성 해방론자들의 투쟁이었다면, 1970년대 말과 그 이후의 운동은 여성들을 위한 페미니스트들의 싸움이 되었다. - P199

여성들은 "정치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며 내 삶의 조건을 이루는 본질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배우기시작했다. 에이드리언 리치의 획기적인 에세이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에 나오는 다음의 발언은 1970년대의 현명한통찰을 포착한다. "의식이 각성되는 시대에 살아 있다는 것은 짜릿한 기쁨을 준다. 그것은 혼란스러울 수도, 방향감각에 혼동을 불러일으킬 수도,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 P200

책의 핵심부에서 밀릿은 군사, 산업, 기술, 대학, 과학, 정치,금융 분야에서 여성을 남성의 독점 행위에 굴복시키는 제도가 보편화되었다고 강조한다. 밀릿에 의하면 이런 구조를 지속시키는 데 필요한 (공격적이거나 가학적인) 남성적 특성과 (수동적이거나 피학적인) 여성적 특성을 만들어내는 제도가 있으니,바로 가족이다. 사실상 가족이 해부학적 성과 구분되는 심리학적젠더 역할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자신을 부양하는 사람에게 의존하며 사는 여성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적대하는 관계에 놓이게 된다. 신이라는 모범적인 ‘아버지‘를 곁에 둔가부장제는 기본적인 신화들을 (판도라나 이브가 이 세상에 악을 가져왔다는 식으로) 이용하여, 인간 삶의 해악들은 제멋대로 구는 여성 때문에 생겨났으니 그들을 반드시 남성의 통제하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굴종은 여성이 자신의 예속을 묵묵히 받아들이게 만드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내면화" 과정을 통해 성취된다.
- 성 정치학 - P203

밀릿은 레싱에게 『금색 공책』에서 가장 의미 있게 다가왔던 장면은 여자 주인공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게 매달 일어나지만 어느 책에서도 언급된 적이 없는, (…) 생리가 시작되는시점에 화장실에 있는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응하며 레싱은 밀릿에게 자신의 어머니도 그녀가 책을 쓸 때마다 죽어버리겠다고 통보했으며, "언젠가는 어머니를 만족시키겠지 하는 희망을 계속 품지만 (…) 그래봤자 또 다른 죽겠다는 소동만 일으킬 뿐"이라고 고백하면서 글을 계속 쓰라고 격려했다. 밀릿이 7년간이나 항의했어도 베트남전쟁을 멈추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을 때도 레싱은 그녀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 "효과는 덜할지 몰라도 당신들은 뭔가 다른 일을 더 주목받게 만들었어요.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 사이에서 거대한 시계추와도 같은 사회적인 힘이, 변화가, 운동이 지금 널리 퍼져나가고 있잖아요." - P208

문학비평가 테리 캐슬은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기고한 냉소적인 만가를 통해 그녀가 "거칠고 뛰어난 재능을 지닌 미국인"이긴 했지만 "무녀 같고 유난히 감상적이고 보통은 엄청나게 지루한 사람"이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시그리드 누네즈의 회고록 『우리가 사는 방식: 수전 손택을 회상하며』를 통해 이『해석에 반대한다』의 저자의 실체를 한층 아련하고 생생히 목격하게 된다. 맨해튼 북서쪽에 있는 바퀴벌레가 들끓는 아파트에서 살고, 담배를 끊지 못하고,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고, 아들 데이비드 리프와 데이트 중이던 누네즈의 시어머니 역할을 연극적으로 해내던 그녀의 실체 말이다. 삶은, 지적이고 페미니즘을 은밀하게 견지한 사람의 삶이라 해도, 이상할 수 있다. - P220

열정적인 행동의 시대였던 1970년대는 강력한 사변思辨의 시기이기도 했다. 여기서 사변이란 사물을 멀리 이론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어원적 의미의 사변이기도 하고, 만약이라는 (만약상황이 다르다면, 더 좋다면, 훨씬 더 나쁘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상상의 차원에서 묻는다는 의미의 사변이기도 하다. 이 시기 동안 에이드리언 리치와 다른 여러 운동가들이 사변 시를 창작했고, 그들의 많은 동료들이 남성 SF 작가들의 하드코어 SF보다 더 사변적인 페미니즘 SF를 창작했다. 열망을 지닌 여성들은 시, 소설 두 분야 모두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장르를 검토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 P251

오늘날 우리가 열정적으로 다시 읽기를 하고 있는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에서 캐서린 몰런드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에는 "짜증나거나 지치게 만들지 않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교황과 왕이 전쟁을 벌이기만하고 남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여자는 아예 안 나온다. 정말 지루하다."" - P253

"우리가 그 사람이다."우리는 그 사람이다. 유일한 사람. 이들 부부 중 남은 사람이 바로 그 살아남은 사람이다. 내면에 파괴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재탄생의 희망까지 품고 있는 그한 사람, 난파선 속으로 잠수하기는 리치가 새로운 종류의 사랑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결론짓지 않는다. 이성애를 그저 구석구석 배어 있는 제도가 아니라 "강압적인" 제도라고 규정한이후, 그녀는 자신이 "레즈비언 연속체"라고 부르게 되는 개념에 입각해 위치를 서서히 재설정하긴 했다. 그러나 이 시집은그녀가 갈망해온 개인적, 시적, 정치적 변화를 향한 자신의 진전을 축하하는 시들로 맺음한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시는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며 보내는 시 편지 「어느 생존자로부터」다. 이 시에서 시인은 깨진 결혼 생활에 대한 눈 밝은 통찰을 보여주고("우리가 맺었던 계약은 평범한 계약이었지요/ 당시의보통 남자와 보통 여자가 맺는 것 말이에요"), 그의 고의적인자살을 애도하며 "당신의 죽음은 낭비랍니다"), 자신이 대변인이 되는 이 1970년대의 변화 궤적을 묘사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던 / 지금 하기에는 너무 늦은 / 도약을" 이혼일까? 개인적인 변신일까? - "내가 지금 하며 살고 있어요 / 도약이 아니라 - P265

/ 연이어지는 짧고도 놀라운 움직임들이죠 // 각각의 움직임은다음 번 움직임을 약속하고요." - P266

이 두 작품(누런 벽지, 허랜드)은 1960년대에 그리고 1970년대에 점점 더 많은페미니스트들이 관심을 쏟게 되는 사변 소설의 등장을 예고했다. 1970년대의 ‘대각성‘을 우리 모두가 지배받으며 살아왔던성별 체제가 꼭 그래야 했던 길이 아니라 일종의 디스토피아였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된 일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와 대조적으로 페미니즘이 애써 목표로 삼았던 개정되고 수정된 체제는일종의 유토피아였다. 그리고 환상소설과 SF에 관심을 쏟았던리치의 동시대 작가들의 글에서, 가부장적 디스토피아에 대한반감은 페미니즘적인 (아마도 가모장적인) 유토피아에 대한 열 - P271

망만큼 핵심적인 주제였다. "현실에 기반을 둔" 소설가들과 달리 페미니스트 SF 작가들은 여성을 환상 속 행성이나 암울한디스토피아적 지형에 배치함으로써 여성이 받는 억압과 여성의 열망 모두를 극화시켰다. - P272

양성성에 대한 르 귄의 이 실험적 분석은 20세기 페미니즘SF의 가장 놀라운 성취였다. 그러나 르 귄의 겨울 행성은 유토피아는 아니었다. 이 소설의 큰 줄기는 얼음으로 덮인 이 세계의 정점에서 벌어지는 음모, 배반, 필사적인 도주, 그리고 서술자가 사랑하게 된 게센인의 죽음 등이다. 나아가 르귄자신도인정했듯이) 그녀의 양성성 묘사는 작품 내내 "그he"라는 대명사 사용으로 손상된다. 그녀의 게센인들이 남성이기도 하고여성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우리도 알고 있지만, "그"라는 대명사는 그들을 (그저 임신을 하게 되었을 뿐인) 남성으로 상상하게 만든다.
몇 년 후 르 귄은 게센인에 관한 또 다른 소설(「겨울의 왕(1969))을 써서 이 문제를 다루었는데, 여기서 그녀는 이야기의 첫 부분에서 반복됐던 문제 많은 "그"라는 대명사를 『바람의 열두 방향』(1975)에 실으면서 "그녀She"로 고치고 이렇게 설명했다. - P290

자매애라는 꿈에 도취되어 있던 여성들도 자신들의 ‘자매들‘과 불화를 겪으며 애석해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앨리스 워커, 오드리 로드는 미국의 제2물결 페미니즘 시기에 연결과 상처가 가져온 정치적 여파를 가늠했다. 한편 맥신 홍 킹스턴의 회고록과 주디 시카고의 설치미술 <디너파티>는 자매애 문제 (그리고 딸들의 우애 문제)를 더욱 생생하게 탐구했다. - P296

종은 이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자기주장을 남성들에게 맞서 내세우지 못하니 우리끼리서로 맞서고 있다." 그녀는 은연중에 심리학자 필리스 체슬러의 견해에 동의한다는 뜻을 내보였다. "우리 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우리의 지도자들을 잡아먹었다. 이런 짓에 아주 능숙한 페미니스트들이 우리의 지도자가 되었다."체슬러 역시 이런 행동 방식의 작동 원리를 분석한 바 있다. "힘없는 다른 조직들처럼 우리 세대 페미니스트들은 가부장제 권력에 남성들식으로몸으로 맞서 싸우는 것보다 다른 페미니스트들에게 말로 맞서싸우거나 모욕을 주는 것이 더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308

이후 여러 해 동안, 로드는 레즈비언으로서 흑인 사회 내의동성애 혐오와 맞서 싸웠다. 그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백인 페미니스트들의 유럽 중심주의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녀는 딸과 아들을 둔 어머니로서 분리주의 동성애자들을 꾸짖었다. 그녀는 백인 남성과 결혼했었고 백인 여성과 함께 아이를양육 중인 흑인 여성으로서 인종차별적 분리주의자들을 비난했다. 그녀는 시인으로서 특권 계급 학자들이 번번이 무시하던경제적 불평등을 격렬히 비판했다. 암 환자가 되었을 때는 의료당국을 맹비난했다. 그녀는 아웃사이더의 분노를 분출시키며호전적인 자매가 되어갔다. 어울리기가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는 "차이의 도가니들"을 대담하게 파고들었다. 이런 부단한 수고들이 에세이를 완성시켰다. (그녀는 시 작품으로 확보했던 독자층보다 더 광범위한 청중을 확보하기 위해 에세이에 공을 들였다.) - P311

로드의 격언적인 발언 대부분은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뉴욕 퀸스 지역에서 열 살 난 아이를 총으로 살해하고도 풀려난 백인 경찰을 맹비난한 시 「힘」에서 로드는 인종차별이라는불의를 향해 분노를 폭발시켰다. "시와 수사의 차이는 / 우리의 아이들 대신에 / 우리 자신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느냐에 있다."52 그녀의 가장 유명한 발언 "주인의 도구로는 주인의 집을무너뜨릴 수 없다"는 그녀가 참가하지 않았다면 흑인 여성이나레즈비언이 전무한 행사가 될 뻔했던 한 학술 회의에 참가하면서 쓴 에세이의 제목이다. 로드에 의하면, 백인 페미니스트들은 "인종차별적 가부장제의 산물을 살펴보겠다고 하면서(…) 똑같은 인종차별적 가부장제의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다양한 형태의 억압을 모르는 척한다. "당신들이 페미니즘 이론을 다루는 학술회의에 와 있는 동안 가난한여성과 유색인종 여성이 당신의 집과 당신의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다루지 않음으로써, "인종차별적 페미니즘"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 P315

1970년대 말, 페미니즘은 이미 완전히 적대 세력의 눈엣가시가 되었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경고해왔듯이 "권력이란 그것이 어떻게 발전해왔든 그 기원이 무엇이든 간에 투쟁을 통하지 않고서는 결코 포기되지 않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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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산책 - 도시 인문 여행, 개정판
류영하 지음 / 산지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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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학 전문가의 홍콩 인문 여행기. 민주는 없지만 자유는 있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자유가 억압되는 우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춘기의 청소년 같다‘는 설명, ‘소년 홍콩‘이라는 용어가 흥미롭다. 소년 홍콩은 과연 사춘기를 통과하고 어떤 성인으로 자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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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인권 수업 - 내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혐오 너는 나다 - 십대 7
박혜영 외 지음 / 보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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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젠더, 인종 차별, 장애, 국가폭력의 5가지 주제에 대한 인권 수업. 학교에서 필요한 수업이다. 제발 학교에서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좀 제대로 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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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젠더들

아마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터섹스는 에르퀼린 바르뱅(HerculineBarbin)일 것이다. 그/그녀가 직접 회고록을 남긴 데다 에르퀼린의회고록은 1980년 미셸 푸코의 서문과 에르퀼린에 관한 각종 자료, 에르퀼린의 생애를 모델로 한 단편 소설을 모아 재출간되었다."
이후 인터섹스의 중요한 자료로 널리 참조되고 있다. 1838년 프랑스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에르퀼린은 집에서 소녀 ‘알렉시나‘로 자랐다. 여자로 길러졌지만 10대 후반까지 초경이 없고 유방이 발달하지 않아 신체적 통증에 시달리다가 이후 남성의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법적, 의료적으로 남성 판결을 받고 이를 ‘수용‘한다. 그러나 ‘진정한 젊은 남성 정체성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매년 10월 26일은 세계 간성 인식의 날(intersex awareness day)이다. 에르퀼린의 생일을 기념해 1996년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 소아과학회에서 간성 인권 활동가들이 벌인 시위가 계기가 되어 처음 제정되었다. 인터섹스로 태어난 에르퀼린 바르뱅의 존재는 성 정체성을 단순히 사회적으로만 이해하려 했던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이것은 생물학과 사회학에 대한 기존의 인식 모두를 - P205

바꿔야 하는 일이다. 성정체성을 비롯해 몸 연구에서 사회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 - P206

성별 의제를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눈다면, 하나는 차별을 정상화하는 성별 분업이는 곧 여성의 이중 노동이다)을 극복하기 위한 평등권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양성 자체의 구분을 문제 제기하는것이다. 물론 이 두 의제는 상호 보족적이며 현장의 상황에 따라달라진다. 어느 쪽이 더 옳은 전략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차이가 차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권력이 무엇이 의미 있는 차이이고 의미 없는 차이인지를 규정하기 때문에, 차이는 그 자체로 언제나 문제가 된다. 의미 없는 차이는 만들어지지 않게나 ‘다양성‘ 등으로 탈정치화된다. 차이는 선재(先在)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만들기 위한 전제다. 세상의 어떤 차이도 의미 없는 것은 없다. 이것이 차이의 정치학이다. 그러므로 여성, 장애인, 성적소수자의 이해가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고 또 연대해야 한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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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6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6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민주는 없지만, 자유는 있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세 군데가 감상의 최적의 장소인데, 침사추이 홍콩문화센터 부근, 완자이 ‘금자형 광장紫荊廣場‘, 스타페리를 비롯한 각종배 등이다. 물론 조용히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멀리서 감상해도 될 일이다.
공감하는 것이 사랑의 충분조건이라면, 홍콩의 야경은사랑의 필요조건이다. 시각은 청각과 함께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가장 쉬운 수단인데, 사랑을 얻고 싶다면 상대를홍콩의 야경 속으로 데리고가라. 충분한 보상을 받을 것이다. - P139

또한 홍콩의 야경은 홍콩의 자유를 연상시키는 매력이있다. 흔히 ‘민주는 없지만, 자유는 있다‘고 하는 홍콩의그 자유에 야경이 오버랩되는 것이 아닐까? 언제나 더 멀리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무한한 자유의 상징인 것 같다. 무엇이라도 상상할 수 있고, 무엇이라도 성취 - P140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무한한 자유로움 말이다. - P141

아니나 다를까 뒤쪽 서지를 보니 대륙과 홍콩에서 이미1백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였다. 그래서 번역을 결심했다. 그 결심은 몇 년 뒤 현실이 되어서 상하이에서 부치는 편지』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선을 보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남아 있다. - P150

번화한 침사추이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빈민굴인 동시에, 매일 밤 120개국 이상에서 온 다양한 인종이 모여들어서 작은 ‘UN’이라 불린다. 그래서 ‘홍콩특별행정구’ 중의‘특별행정구‘라고 한다. 청킹맨션 안에서 매일 4,000명이숙박한다고 하니, 세계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인구가거주하는 곳이 아닐까?
또한 왕가위王家衛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과 ‘<타락천사落天使〉에 의해서 다시 의미가 부여된 곳이다. 일찍이 미국의 타임지에 의해 ‘세계화의 가장 좋은 예‘로 선정된 빌딩이다. - P172

인간 해방의 시작과 끝은 이데올로기로부터의 자유가아닐까? 홍콩에서 공부하면서 나는 정치에 의해서 강요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되었다.
즉 홍콩은 우리 편이나 너희 편에 속하지 않는 ‘제3의영역‘이 광범위하게 존재했다. 사상이나 이념은 물론 국가나 민족까지도 강요받지 않을 자유, 그것이 보장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주권 반환 이후 홍콩사회가 나날이 삭막해지고 있다. 이제는 중국이라는 강력한 국가주의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제 홍콩 사람들은 ‘중국 편‘인지 ‘홍콩 편‘이지, ‘아군인지 ‘적군인지 밝히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사회가 ‘네‘ 편과 ‘내‘ 편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청킹맨션의 정신과 가치가 새삼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청킹맨션은 우리에게 ‘편가르기‘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듯하다. - P174

북경어를 하는 북경 사람은 홍콩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광동어를 못 알아듣는다. 적어도 6개월 정도 지나야 광동어를 알아듣고, 홍콩에서 1년은 살아야 광동어를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다. 이 정도면 광동어는 다른 지방에 사는 중국인들에게는 거의 외국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광동어가 한국어와 사촌 간이라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지금의 광동어 독음을 들어보면, 우리가 한자를 읽을 때의 독음과 비슷하다. 적어도 보통화에 비해서는 그렇다. 과거 한국 유학생들이 농담으로 광동어를 정의할 때 ‘한국어도 아니면서, 보통화도 아닌 것‘이라고 했다. 음운학적으로 볼 때, 광동어와 복건어, 베트남어 그리고 한국어는 시기적으로 중고음에 해당한다. 즉 당나라 음인 ‘당으로서, 학술적으로는 ‘중고음‘이라고 한다. - P179

매번 방학을 맞이하면 홍콩에 간다. 그것이 내게는 휴가이자 공부다. 서점을 다니고, 도서관도 가보고, 저녁에는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번 여름방학에도 숙소 등 모든 예약을 다 해놓고있었는데, 내 몸이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홍콩 친구와의 약속을 연기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친구는 건강이제일 중요하다고 하면서 내게 더 이상의 위로가 없을 말을 해주었다.
‘작은 병은 복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크게 공감이 되면서 이것이 홍콩 나름의 다름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홍콩의 친구들로부터 인생의 핵심이랄까, 정수랄까, 철리랄까, 그런 말을자주 듣게 된다. 나는 그것이 홍콩문화의 정신이라고 보는데, 중국 전통에 서구의 사상이 합쳐서 만들어낸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 P198

홍콩의 신유학을 대표하는 이천명의 정신을 볼 수 있는 문장 몇 개를 그의 책에서 옮겨본다.

조리 있게 보면 손오공은 물론 부처님의 손바닥을 벗어나 - P202

지 못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오줌을 눈 것은 바로 부처님 손바닥의 경계를 초월한 것이다.

자신의 다리 하나를 잃은 것에 비통해하는 것이 하나의 관점이다. 반대로 자신에게 아직도 다리 하나가 있고, 두 다리 모두를 잃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하나의 관점이다. 이것이 바로 관점의 전환이다.

사고할 줄 모르는 사람은 번뇌가 없으나 쾌락도 없다고 할수 있다. 번뇌가 없다면 높은 차원의 쾌락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정신병을 앓아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신과 의사를 할 수 있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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