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산 - 이제는 안다. 힘들어서 좋았다는 걸 아무튼 시리즈 29
장보영 지음 / 코난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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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첫 등정부터 산에 빠져버린, 등산이 아닌 트레일러닝으로 확장된, 일과 삶이 산에 다다른, 산 사람의 산 사랑 이야기. 산을 즐기는 방법도, 좋아하는 수준도 다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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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수많은 산이 있는 것처럼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배경과 목적과 이유도 저마다다르다. 어린 나이에 산을 만난 사람이 있으면 늦은 나이에 산을 만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가 산에서 인생의 전성기를 맞았다면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게 됐을 때 산으로 향했을지도 모른다. 정해진 답안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는 차츰 산을 향한 세상의 모든 대답과 만나고 싶어졌다. 산을 배우고 싶었다. - P46

긴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도착한 몽블랑 원정의 전초기지 샤모니는 시즌을 맞아 전 세계에서 찾아온 산꾼들로 활기가 넘쳤다. 샤모니는 프랑스 동남부 해발 1037미터에 자리한 산악 도시로 몽블랑등반을 포함해 투르 드 몽블랑 트레킹, MTB, 산악스키 등 산에서 이루어지는 아웃도어 스포츠의 천국이자 전 세계 산악인들의 소울플레이스였다. 한여름햇살은 따가웠고 몽블랑의 연봉은 그 빛을 받아 하얗게 빛났다. - P54

그동안 수많은 계획 아래 내가 가진 능력치와 한계치를 가늠하며 리스크가 적은 쪽에, 가능성이좀 더 기우는 쪽에, 좀 더 안전한 쪽에 패를 던지고살아왔다. 그러나 산이라는 공간에서는 그러한 저울질이 무의미하다.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것, 모든 일들이 예측한 대로 이뤄지지만은 않는 것, 그래서 좌절하고 실패하는 것이 산에서는 훨씬 더 자연스럽다.
그런데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계획 이상의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 모든 일이 예측한 대로 이뤄지지만은 않지만 내 예측보다 더 놀 - P58

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 성취와 성공보다 더멋지고 감동적인 좌절과 실패가 있을 수 있는 것 또한 산에서 배웠다. 무엇보다 산은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줬다. - P59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멈출 수 없다. 이제는 안다. 힘들어서 좋았다는 걸 쉽지 않아서 좋았다는 걸. 힘들어도, 쉽지 않아도, 멈추지 않고 조금씩 오르고 오르다 보면 산등성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고, 모든 것을 용서할 멋진 풍경도 펼쳐질 것이고,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면서 뿌듯해할 것이고, 그러다 길게 잘 뻗은 내리막이라도 만난다면다시 모든 걸 잊고 달려볼 거란 걸 힘들고 지겹고 그만하고 싶기도 하지만 결국 나한테는 이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걸. - P83

‘문제는 고도(altitude)가 아니라 태도(attitude)라고 말한 앨버트 머메리. 그의 이름에서 유래하는 - P91

머메리즘이란 등정주의를 가리키는 알피니즘이 아니라 보다 어렵고 다양한 루트로 오르는 것을 중시하는등로주의를 뜻한다. 그는 산행의 본질은 정상을 오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데 있다고 했다. 고도가 아니라 태도. 그렇다면뒷산을 오르면서 고산 원정급 장비를 장착한 이들은어쩌면 등산의 태도를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P92

그나저나 나는 바람대로 산 사람으로 살아갈수 있을까? 모르겠다. 통장 잔고는 다달이 줄어들고있다. 언제 다시 세계의 산으로 향할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 한숨 쉬는 시간만 많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저 지금 내가 오를 수 있는 작고 낮은 산을 꾸준히 오르고오르는 것이 바로 산 사람으로 사는 것 아닐까 하고말이다. 평일 한낮의 작고 낮은 산에서 보내는 지금이 순간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서 지금 이곳에 없는 멀고 높은 산만을 바라보는 일은 좀 어리석지 않나. 작고 낮은 산부터 매일매일 오르고 오르다 보면시간이 흘러 산이 나를 또다시 다른 산으로 연결해주겠지.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주겠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날까지 묵묵히 내 앞의 산을, 내 몫의 - P146

삶을 오르고 또 올라야겠다. 그러다 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내리막도 만나겠지.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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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일이지요?" 노부인이 외쳤다. "이 불쌍한 아이가 강도들의 앞잡이라니 절대 그럴 리 없어요!"
"악의 여신이 머무는 신전은 다양한 법이지요." 의사가 커 - P17

튼을 도로 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름다운 겉모습 안에 악의 여신이 깃들어 있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토록 어린 나이에 어떻게!" 로즈가 항변하듯 말했다.
"다정한 로즈 아가씨." 의사가 슬픈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범죄는 죽음이나 마찬가지로 늙고 쭈그러든 사람들한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오. 극히 어리고 아름다운 사람조차 너무나 흔히 범죄의 하수인으로 떨어지곤 한다오." - P18

회담은 길었다. 올리버는 그들에게 자신의 가련한 이력을전부 이야기했는데, 통증과 기력 부족 때문에 말을 자주 멈춰야만 했다. 어둑어둑한 방에서 병약한 아이가 가냘픈 목소리로 하나하나 열거하는, 모진 어른들이 강요한 악행과 시련의참담한 목록을 듣는 것은 숙연한 일이었다. 아! 우리가 동료인간들을 억압하고 으깨고 학대할 때 우리 인간의 잘못에 대한 시커먼 증거들이 무거운 먹구름처럼, 비록 느리지만 한 치의 어김도 없이 하늘나라로 올라가 나중에 우리 머리 위에 복수의 소나기를 퍼부으리라는 것을 단 한 번만이라도 생각한다면, 아! 우리가 상상 속에서 단 한 순간이라도 어떤 권력으로도 눌러 버릴 수 없고 어떤 오만함으로도 막을 수 없는 죽은자들의 통렬한 증언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이 세상에서 매일매일 저질러지는 해악과 불의, 고통과 불행, 잔인함과 부당함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텐데! - P22

이슬은 초록빛 나뭇잎들 위에서 한층 눈부시게 반짝이는 것 같았고, 바람은 나뭇잎 사이로 스치며 더욱 감미로운 음악 소리를 내는 듯했으며, 하늘도 더 파랗고 밝아 보였다. 우리 자신의 마음 상태는 외부 사물들이 우리 눈에비치는 모습에 이토록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자연과 동료인간을 바라보며 모든 것이 어둡고 우울하다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음울한 색깔들은 바로 그들자신의 비뚤어진 눈과 마음의 반영인 것이다. 진정한 색채는섬세한 법이며, 따라서 좀 더 맑은 시선으로 보아야 한다. - P88

위엄, 심지어 거룩함조차도 때로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외투와 조끼의 문제인 법이다. - P116

"도대체 뭣 때문에 거기 빗속에서 꾸물대며 서 있었던 거요?" 멍크스가 그들 뒤로 문을 닫고 빗장을 건 뒤 고개를 돌려 범블을 향해 말했다. 급히 인부
"우린...... 우린 그저 몸을 식히고 있었을 뿐이오." 범블이걱정스레 주위를 둘러보며 더듬더듬 말했다.
"몸을 식히는 중이었다고!" 멍크스가 대꾸했다. "이제껏 내린 비와 앞으로 내릴 비를 다 합쳐도 사람이 품고 다니는 지옥불은 끄지 못할 거요. 당신은 그렇게 쉽게 몸을 식힐 수 없을거요. 그런 기대는 접으시오!" - P139

"당신이요?" 로즈 메일리가 말했다.
"그래요, 나예요, 아가씨!" 여자가 대답했다. "내가 바로 당신이 이야기 들었던 그 가증스러운 여자예요. 도둑들과 함께살고, 내 눈과 감각이 런던 거리를 처음으로 인식했다고 기억하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보다 나은 삶을 모르고 지낸, 그들이 하는 말보다 더 친절한 말을 들어 보지 못한, 아, 정말이에요! 그런 여자예요. 내가 꺼려지는 걸 감출 필요 없어요, 아가씨. 나는 당신이 내 모습을 보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리지만그런 것엔 충분히 익숙해져 있어요. 내가 혼잡한 인도를 따라 - P184

걸어갈 때면 가장 가난한 집 여자들조차도 뒤로 물러서지요."
"이 무슨 끔찍한 이야긴가요!" 로즈가 낯선 상대로부터 자기도 모르게 주춤 물러서며 말했다.
"당신은 무릎 꿇고 하늘에 감사드리세요, 귀하신 아가씨." 여자가 외쳤다. "당신은 어린 시절에 당신을 돌보고 지켜줄 친구들이 있었고 추위와 굶주림, 난장판과 술주정, 그리고・・・・・・ 그리고 ・・・・・・ 그 모든 것보다 더 나쁜 것의 한복판에 처해본 적이 결코 없었지요, 요람에 있을 때부터 그랬던 나와는달리 말이에요. 요람이라는 말을 썼지만, 내 요람은 뒷골목과시궁창이었지요, 내 임종의 자리가 그럴 것처럼 말이에요."
"당신이 너무 불쌍해요!" 로즈가 목이 메는 듯한 목소리로말했다. "당신 말을 들으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 P185

"그건 변명이 되지 않소." 브라운 씨가 대답했다. "당신은 그 장신구들을 없애 버릴 때 현장에 있었소. 그리고 사실당신은 법의 눈으로 볼 때 둘 중에 더 죄가 많은 사람이오. 왜냐면 법에 의하면 당신 부인은 남편인 당신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오."
"만약 법에 그렇게 되어 있다면." 범블 씨가 모자를 두 손으로 거칠게 꽉 움켜쥐며 말했다. "법은 바보 멍청이에.... 천치요. 만약 법의 눈이 그렇다면 법은 결혼을 안 해 본 총각 놈일 거요. 내가 법에게 던지는 최고의 저주는 법이 반드시 체험을 통해서 눈을 뜨기 바란다는 것이.….. 반드시 체험을 통해서 말이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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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6월. 벌써 6월이다.

이제 매월 첫 책은 여성주의책이다. 280페이지 얇은 책 두께에 일단 기쁘고요. 난이도는 안심하긴 이르지만.
지난 달 마리아 미즈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난이도는 괜찮았으나 만만치 않은 두께에 진도가 생각보다 안 나갔다. 과학책 같이 읽느라 더더욱.
지난 달 책과 겹치는 포인트들도 있고. 일단 미루고 재밌는 소설 좀 읽고 다음 주에 시작해야지.

* 표지의 우표들, 여성 인물이 나온 우표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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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6-04 18: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음주 월요일에 시작하려고 합니다!! 빠샤!!

잠자냥 2024-06-04 19:10   좋아요 2 | URL
요즘 혼자 북플 지키는 다락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6-04 19:14   좋아요 3 | URL
알아주시는군요 😭

햇살과함께 2024-06-05 09:11   좋아요 1 | URL
저도 월요일 시작하려고요~
진짜 잠자냥님도 바쁘신 것 같고 다른 분들도 바쁘신가 봐요 ㅎㅎ
 
일빵빵 스토리가 있는 영어회화 1 일빵빵 스토리가 있는 영어회화 1
서장혁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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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영어공부하겠다고 읽다만 일빵빵. ’읽고 있어요‘ 정리를 위해 다시 읽기. 그땐 암기하느라 하루 한 챕터씩 외우며 읽었는데 이젠 그냥 소리내어 읽기. <프렌즈> 다시 보고 싶다. 20대의 내 영어공부 메이트. 이런 시트콤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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