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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속의 이야기를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시 안에 들어 있는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듯해요. 사물과 사물, 그리고 사물과 인간이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형태가 하나이고, 제가 직접경험하고 만난 이야기 그대로를 시로 끌어 오는 형태가 그 하나인데, 전자는 상당히 정적인 자세에서 시를 만나는 것이겠고, 후자는굉장히 적극적인 자세로 일상의 현장에서 시를 추출해내는 형식이겠지요.
여행을 많이 다니는 건, 역시 피血의 핑계를 댈 수밖에는없는데 그 다분한 방랑벽으로 혼자 떠난 곳에서 가만히 있거나, 아니면 낯선 누군가를 만나는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행하는 것이여행이라면 그 안에서 시를 생각하고 시의 실마리를 잡으려는시간이 ‘의식儀式이겠죠. 의식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고절대적으로 혼자 있음으로 해서 예민해져 있는 시간, 공간 속으로자연스럽게 시가 스며들기를 기다린다고 할까요. 잘 알려진 것처럼, 그리고 인류의 많은 시인에게 그러한 것처럼 시는 오는 거예요. 성큼 먼저 가 있어도 안 되는 것이고, 끌어당겨서도 안 되는것이에요. 그렇다면 기다리는 일일 겁니다. 마치 삶처럼 말이죠. 기다리다가 지치기도 하는 것이고 무언가가 와도 내가 온 것을모르면 그냥 놓치고 마는 것이겠지요. 그것 또한 삶처럼 말입니다. - P161

글을 쓰는 건 사는 것하고 똑같아서 ‘안으로 멀리 뛰기‘ 같은 걸수도 있어요. 글을 쓰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외로운 일이지요. 미친 짓이구요. 그러다 죽을 만큼 기쁜 일이구요. - P165

네, <슬픔의 공장> 사장님이죠. (웃음)
근데 슬픈 건요. 생물학적으로 서로 친밀한 관계를 끌어올리는 능력이라고 하는 글을 어디서 봤어요.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부산물이라고도 하구요. - P209

마종기 시인에게서 ‘당신‘이라는 말을 제대로 배운 것이겠고,
허수경 선배한테서 ‘당신‘이라는 발음을 좀 정확히 알았죠.
이성복 선생에게서 ‘당신‘의 갈피를 조금 잡은 것뿐이고요.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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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삶이란 건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건 어느 정도 결정된 거니까요. 예술가의 길이란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어요.
굳이 하나를 얘기하자면, 큰 결핍을 만나지 못한 사람은 문학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굉장히 멀리 있다는 거예요.
문학을 시작하더라도 끊임없는 결핍과 실패와 좌절과 무시, 열패감. 그 속에 있어야 하고 그걸 계속 겪어야 해요. 적당한 정도로나마 마이너리티적인 성향이나 또 고생스러운 것을 몸으로 또 정신적으로 겪었으면 합니다. 거기에 재능이 있고, 노력까지한다면 당연히 어떤 결과물이 나오겠죠. 분출하듯이. - P55

무서운 건, 아주 무서운 이야기는 자유를 얻는 데 필요한 게, 필수적인 게 겨우 ‘돈‘이었다는 사실이에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느 인터뷰에서 "돈으로 자유가 보장되는 듯하다"고 말한 것 같은데 저도 그 말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어느덧 알게 되었네요. 어떤 의미에서의 자유라는 개념의 속성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 어느 정도 가능한 것이고, 동시에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하잖아요..
돈은, 그냥 물질이 아니라 세상을 건너는 다리가 되고, 도저히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지점에 닿을 수 있게 티켓 역할도 하고, 사람들 속으로 당당하게 외출할 수 있도록 어깨에 힘을 넣어주기도 해요.
나 혼자 단단하고 당당한 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 P75

여행을 갈 때 꼭 가져가야 할 것을 많은 분들이 자주 묻는데, 나라면 좋은 기억 장치를 가져가겠어요. 좋은 기억 장치라는 게 기술적인 뭔가가 아니라, 무엇보다 ‘비운‘ 상태여야죠.
텅 빈 상태라 잘 들어앉거든요.
외로움이나 결핍이 있는 상태처럼, 많이 비운 상태로 가는것. 많이 소진된 상태로 가는 거요. 그래야 잘 흡수할 수 있어요.. 그럴 때일수록 웬만한 것들이 아름답고, 소소한 것들이 고맙죠. 정신적으로 결핍도 없고 영양 상태도 너무 좋은 나라면, 가서도 잘 먹고 잘 쇼핑하고 잘 쉬다 오면 그만이겠죠. 흡입할 상태 말고 흡수할 상태의 나를 데려간다면 많이 가져올 거예요. 뭐든 가지러가잖아요. 거기에 나를 다 쏟아 붓고 오는 게 여행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말이 하기 싫어서 떠난 걸 수도 있겠지만 어린왕자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낯선 이에게 말을 붙이기도 해야겠지요. 우연히 마주친 어린왕자를 놓치면 안 되니까.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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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2호는 1977년 8월 20일에 우주의 바다에 진수되었다. 보이저 2호는 화성 궤도를 커다란 호를 그리면서 통과하고 소행성대를 지난후 목성권에 접근했다. 그리고 목성과 목성의 열네 개 남짓한 위성들을 한 줄로 꿰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보이저 2호가 목성 곁을 지날 때 목성은 보이저를 가속시켜서 토성을 근거리에서 통과할 수 있는 길목으로보이저를 슬쩍 밀어 넣었다. 토성 중력의 도움으로 보이저는 다시 천왕성을 향해 힘차게 달리게 된다. 천왕성을 지나 해왕성을 뒤로하면 보이저는 태양계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그 후에는 별들 사이의 광막한 바다를 영원히 떠돌아다녀야 할 새로운 운명이 보이저 우주선을 기다리고있다. - P279

보이저 2호는 지구로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저 2호의 과학적 탐사 결과와 역사에 길이 남을 보이저의 발견들은 여행자의 이야기로서 결국 전파를 타고 우리에게 전해질 것이다. - P299

615일
목성의 엄청난 기후 변화에 우리는 마치 최면에 걸린 듯했다. 그리고 이 행성은 정말 엄청나게 크다. 아마 태양계의 다른 모든 행성들의 질량을 다 합쳐도 목성 질량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다. 산도 없고 계곡도 없고 화산도 없고 강도 없다. 또한 지표면과 대기의 경계도 없는 듯하다. 단지 엄청난 가스와 구름의 층들이 보일 뿐이고, 표면이라고 딱히 짚어 이야기할 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목성에서 본 모든것들은 다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 P305

그렇지만 우리의 이 거대한 행성, 즉 목성은 별이 되려다 실패한 비운의 천체이다. 목성이 별이었다면, 지금 목성이 태양으로부터 받는 빛의 거의 두 배 이상을 목성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 - P313

그렇다면 토성의 고리 바깥쪽 먼 곳에 크기가 수백 킬로미터에서 거의 화성에 버금가는 타이탄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위성들이 자리하는 것도 단순한 우연의 결과가 아닐 것이다. 태양계에 있는 행성과 위성 모두가 처음에는 고리를 이루며 돌던 미세 입자들이 이렇게 서로 엉겨 붙어 큰 천체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것이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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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일상은 미디어와 시장에 의해 복잡하게 매개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반려인의 자격과 조건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반려 자체가 복잡한 사회문화적, 경제적 담론이자 실천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반려‘는 이제 ‘애완을 대체하는 PC(politically correct, 정치적으로 올바른)’한 용어 또는 인간과 펫 동물 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위한 윤리적 명령에서 더 나아가 애정, 친밀감, 돌봄 등 감정의 정치경제라는 측면에서 그려질 필요가 있다. 미디어와 시장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창출하고 반려인의 자격을 저울질하는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의 ‘반려 주체성’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 P63

18세기에 벤담은 "문제는 동물들이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느냐도 아니고 말을 할 수 있느냐도 아니며, 고통을 느낄 수 있느냐"라고 말하면서 동물 윤리의지평을 열었다. - P75

그럼에도 동물 해방 운동의 바이블인 『동물 해방』의 서론에서 피터 싱어는 여타의 차별 반대 운동에 비해 ‘종차별‘ 반대 운동이 갖는 두 가지 약점을 인정한다. 하나는 해방되어야 할 당사자인 동물이 결코 자신의 해방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편 당사자인 인간이 동물의 이용에서 너무나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 해방 운동은 이 둘 다와 관련하여 뚜렷한 진전을 이루었다. 조건부일지언정 육식 포기나 동물실험 축소, 동물복지에 대한 공감대는 놀라울 정도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이 확장은 다른 물음으로 이어진다. 채식이나 동물실험 축소 운동이 공감을 얻는 가운데서도 유전자 조작 등 의료 목적의 기술적 개입은 더 강하게 요구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어떤 존재의 복지를 염려하면서 그 존재를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 P76

생존을 위해 동물에 의존했듯이, 사유에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동물에 의존해 온 셈이다. 동물을 주제로 한 데리다의 대표작 『동물인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서 데리다는 자신의 일관된 해체 대상인 로고스중심주의가 육식적인 팔루스-로고스-중심주의라고 고발한다. 로고스중심주의 자체가 무엇보다도 "동물에 대한 테제"이다. 철학사를 통틀어 이른바 인간에게 고유한 것, 인간의 인간성 자체가 동물과의 대립을 통해 수립되어온 것이다. "말, 이성, 죽음의 경험, 애도, 문화, 제도, 기술, 옷, 거짓말, 꾸밈의 꾸밈, 흔적 지우기, 증여, 웃기, 울기, 존경 등" 오직 동물에게는 없다고 보이는 것만이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 인정된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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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화성인인가? 토성인이면 어떻고, 명왕성인이라면 뭣이 문제란 말인가? 화성인만 두고 그토록 열심히 궁리하고 또 그토록 열렬히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언뜻 보기에 화성이 지구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화성은 지구에서 그 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 얼음으로 뒤덮인 극관極冠이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 맹렬한 흙먼지의 광풍, 계절에 따라 변하는 붉은 지표면의 패턴, 심지어 하루가 24시간인 것까지 지구를 닮았다.
그렇다면 누구나 화성 생명을 상상하고픈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화성이 지구인의 희망과 두려움을 투사할 수 있는 신화神話의 공간으로 어느새 둔갑해 버린 것이다. 인간의 심리적 성향의 잘잘못을 떠나서,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엉뚱한 길로 가서는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 증거이다. 그런데 그 증거가 아직 우리 손 안에 쥐어져 있지 않다. - P219

로웰은 운하의 규칙성이야말로 "지성을 갖춘 존재의 설계"에서 유래했다는 것의 의심할 수없는 표시라고 항상 말했다. 이 말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문제는 그지적 존재가 망원경의 어느 쪽 끝에 자리 잡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 P230

자연의 작품인 생물처럼 사람이 만든 기계도 진화한다. 로켓은 중국에서 발명됐는데, 처음에는 의전상의 목적과 심미적 용도로만 사용됐다. 로켓이 추진 동력을 화약에서 공급받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화약을 발명한 중국인에게 로켓 발명의 영광도 돌아가야 마땅하다. 어쨌든 이렇게 발명된 로켓이지만 14세기경에 유럽에 흘러 들어가면서전쟁에 응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한 중등학교 교사 콘스탄틴 에두아르도비치 치올코프스키 Konstantin Eduardovich Tsiolkovsky가 행성까지의 교통 수단으로 로켓을 거론한 때가 19세기 후반이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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