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들

오늘 이 두 책의 서문을 읽었다. 서문만.

<젠더와 민족> 짧은 서문에 오타 발견. 1992년 다음에 1933~1936년?? 이 책 3쇄 던데 왜 안고쳐졌을까. 다음주부터 본격 읽기.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 마지막 5권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서문. 역시 희진 샘 서문은 최고!! 그리고 <젠더와 민족>이 언급되어 반가움! 내일 좀더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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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6-08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어쩜 이렇게 연결이 됐죠? ^^ 저도 월요일부터 시작하려고요!

햇살과함께 2024-06-08 23:26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저도 너무 신기!

다락방 2024-06-09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뿌듯 😌😌😌😌

햇살과함께 2024-06-09 14:41   좋아요 0 | URL
뿌듯 당연 ㅎㅎㅎㅎ
 

문어

그리고 갑자기 위원장님이 고개를 들고 나에게 말했다.
"이거 눈하고 이빨 떼기 전에 물에 씻어야 되는데 좀 도와주실래요?"
나는 위원장님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너무 커서 그래요."
위원장님은 대학교 복도에 나타난 거대 문어를 기절시켜 해체하는 것이 마치 일상다반사인 양 평범한 어조로 설명했다.
"화장실 앞까지만 같이 들어주면 내가 씻어다가 적당히 잘라서 오늘 저녁에 삶아서 문어숙회 해 줄게요. 버너는 사무국장보고 하나 더 가져오라고 하면 되니까……………."
"드신다구요?"
내가 지구 생물체의 항복을 요구하던 거대 문어의 힘없이 늘어진 다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걸요?"
"생물 문어 이렇게 큰 거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요?"
위원장님이 말했다. - P30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이제는 전 위원장님이 된 위원장님이 낮은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나는 공상과학이 아니고 과학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랬다가는 위원장님이 ‘공상‘이라는 단어의 어원과 서유럽 역사에서 과학의 발전과정과 중산층 계급의 성장에 따른 대중문화의 확산에 대해 강의하기 시작할 것이 뻔했으므로 꾹 참고 그냥 가만히있었다. - P40

위원장님은 가위를 집어 들고 능숙하게 문어 다리를 잘랐다. 육수 속의 문어를 바라보면서 해양정보과와 빼앗긴 라면냄비와 검은 빌딩과 농성 천막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나는 어쩐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되어버렸다.
"저 선생님 좋아해요."
내가 말했다. 위원장님은 시선을 들지도 않고 그대로 문어를 자르면서 대답했다.
"저도 선생님 좋아합니다. 문어 드세요."
또다시 대화가 엇나가고 있었다. 위원장님에게는 나보다 - P42

문어가 중요한 것이 분명했다. 나는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서 가스버너 위의 냄비 너머로 위원장님에게 얼굴을 최대한 들이대고 다시 말했다.
"선생님 좋아한다는 말, 진짜 진심이에요."
그리고 나는 자리에 도로 앉았다.
이후 어색한 침묵 속에 문어를 먹으면서 나는 이것으로 완전히 차인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해야 할 말을 했으므로 후회는 없었다. 위원장님을 만나지 못하는 동안 어렴풋이 느끼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다시 얼굴을 보았을 때 확실히 깨달았고 이제 위원장님은 임기가 끝났기 때문에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나를 만나주기는 할지 알 수없었으므로 나는 말해야만 했다. 식사를 마친 뒤에 위원장님은 다른 일정이 있다며 가버렸고 나는 혼자서 집에 돌아오면서 이제 평생 문어는 결단코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결심했다. - P43

대게

중간에 낀 나는 죽을 지경이었다. 술 취한 한국 호모사피엔스와 술 취한 러시아 갑각류에게 노동운동과 조직화에 대해 동시 통역을 해줘야만 하는 인생 최대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는 평생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몇 년 전에 검도 관련 술자리에 불려 나가 러시아인 검도 사범에게 러시아어로 신라의 화랑오계를 설명해달라는 한국인 검도 사범님의 난데없는 요청을 받은 적은 있었는데 화랑오계가 뭔지 한국어로도 잘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내가 술을 마셨더니 일단그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되었다. 그때는 그것이 러시아 전공자로서 내 직업 경력 최대의 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조금 더 심각했다. - P62

"쟈는 집에 안 가나?"
어머니가 다시 안방에서 얼굴을 내밀고 물었다. 나는 노동 문제에 대해 상담하는 중이라서 아마 좀 오래 걸릴 것 같다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노동 문제? 데모하고 그런 거가?"
어머니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셨다.
"쟈(남편을 뜻한다)는 교수가 될 줄 알았는데 빨갱이가 돼가지고 데모하는 게 뉴스에 나오더니 이제는 게한테까지 데모하는 걸 가르치고 남세스러워서 원......."
어머니가 이렇게 불평하셨고 대게가 러시아 출신이므로 아마도 원래 빨갱이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려드려야하는지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너도 얼른 자라‘ 하시더니 안방으로 표표히 들어가 문을 닫으셨다. - P63

이 모든 일들이 작년, 재작년, 올해 사이에 일어났다. 그리고 이제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한다. 바다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며 그러므로 후대를 위해 보호해야 한다고 블라디미르 베르나츠키라는 러시아 지질학자가 1940년대에 이미 경고했지만 그런 얘기는 아무 소용도 없었고 내가 아무리 플라스틱을 적게 쓰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바다에 방사능 오염물질을 국가 단위로 쏟아붓는 데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북극해도 발트해도 동해도 모두 오염되고 깨지고 부서졌다. 도망칠 곳은 없다. 인간도 대게도, 어디에도 갈 수 없다. 코를골며 잠든 남편에게 이런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조금울었다.
"그러니까 싸워야죠."
잠든 줄 알았던 남편이 중얼거렸다.
"싸워서 못 하게 해야죠."
"그렇지만 어떻게요? 게는 집게발이 전부인데 이걸 다 어떻게 막아요?"
"이길 것 같으니까 싸우는 건 아니잖아요."
남편이 돌아누우며 웅얼웅얼 대답했다. - P66

세상을 바꾸려고,라고 그는 말했었다. 학생 시절에 그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모든 조직에 속해서 가장 험한현장에서 가장 격렬하게 싸웠던 이야기를 그는 자주 들려주었고 그래서 내가 언젠가 물어보았다. 세상을 바꾸려고 그래서 그렇게 싸운 끝에 세상이 바뀌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그가 현장에서 30년을 보낸 지금, 그는 세상이 바뀌었다고, 자신이 세상을 아주 조금이나마 바꾸었다고 말할 수있을 것이다. 30년이나 지나서, 눈가에는 주름이 생기고 손목과 어깨와 허리가 수시로 아프게 된 지금에야 말이다. 싸워서 세상을 바꾼다는 건 그런 것이다. 주로 허리와 어깨가 아픈 작업이다.
"안 싸울 수는 없잖아요."
남편이 돌아누워 나를 쳐다보았다.
"열받으니까." - P67

세상 전체가 의존하면서도 무시하고 착취하는 필수 돌봄의 가치에 대해 생각했다. 간병사 선생님은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였고 가까운 동네 출신이라 어머니와 금방 친해졌다. 어머니는 텃밭에서 키워둔 채소와 가게에 들여온 반찬거리를 간병사 선생님은 집에서 해 온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었다. 그 세대 여성들은 음식을 통해 친밀감을 표현한다. 나는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와 여전히 커다란 붕대에 감싸인 어머니의 다리에 대해 생각했다. 남편은 나보다 체격이크고 몸무게도 무겁다. 남편이 움직일 수 없게 되면 내가 남편을 일으키고 앉히고 눕히고 밀고 다닐 수 있을지 나는 궁리해보았다. 10년 뒤에, 15년 뒤에 할 수 있을지 궁리해보았다. 그동안 남편은 휴대전화로 이번에는 지팡이를 검색하고있었다. 남편은 현실적인 낙관주의자였고 주로 인터넷 쇼핑을 통해 미래를 대비했다. - P107

개복치

совсем недавно, сам так думал, что это вроде абсолютнопрекрасное, очаровательное, а на самом деле, оказывается, чтоВсё это только беда, самая большая пребольшая беда......
(있잖아, 모험이란 그저 고생의 다른 말일 뿐이야. 그러니까 사실은 나 자신도 모험을 그토록 원했었는데, 얼마 전까지도 말이야, 모협이란 아주 아름답고 매혹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알고보니까 그저 골칫거리일 뿐이야, 전부 아주 굉장히 커다란 골칫덩어리일 뿐이라고……) - P163

"돌고래는 그게 재미있으니까요."
검은 정장 사람이 대답했다. 선우가 놀랐다.
"어째서요? 돌고래는 착한 동물 아니었어요?"
"착하거나 나쁜 동물 같은 건 없습니다."
검은 정장 사람이 사무적으로 말했다.
"우리는 그냥 동물입니다." - P172

선우가 물었다.
"그럼 나도 싸우지 마?"
"안 싸우면 제일 좋지만, 우리는 그렇게 크거나 강하지 않으니까."
아빠가 신호등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선우한텐 선우의 방식이 있겠지."
선우는 아빠의 대답을 잠시 고려했다. 그리고 물었다.
"어떤 방식?"
아빠가 파란불을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차를 출발시켰다.
"살다보면 알게 되겠지."
아빠가 작게 말했다.
"아빠는 아빠 방식이 있어?".
선우가 물었다. 아빠는 한참 생각하다가 곤란한 듯 대답했다.
"사실 아빠도 잘 몰라." - P179

고래

이런 삶을 견디며 오랫동안 저항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역사는 그런 사람들을 영웅이나 반역자로 기록한다. 살아남아 뭔가 행동을할 수 있었던 운 좋은 경우에 말이다. 첫 체포, 첫 감금, 첫고문, 첫 강제 노동, 첫 생체 실험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사람의 이야기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 P226

작가의 말

참고로 <대게>에서 주인공(?) 이름으로 사용한 "예브게니"는 19세기 러시아 낭만주의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여러작품에서 주인공에게 붙여주었던 이름이다. 러시아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예브게니는 푸시킨의 동명 소설 주인공 "예브게니 오네긴"일 것이다. 러시아 문학사에 ‘잉여인간‘의 개념을 소개한 작품인데 나는 사실 <예브게니 오네긴>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푸시킨의 다른 작품 <청동기마상>에 나오는 예브게니의 이름을 러시아 노동대게에게 붙여주었다. <청동기마상>의 예브게니는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꿈꾸었지만 독재적인 권력자가 늪지대를 개발하여 도시를 - P257

건설하는 바람에 홍수가 일어나 연인을 잃고 파멸한다. <청동기마상>은 200년 전에 쓰인 작품이지만, 독재정권이 강제로 밀어붙이는 개발과 치적 사업, 이로 인한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 그리고 모든 생명이 이 때문에 함께 피해를 입고 죽어가는 상황이 현재 러시아의 현실과 비슷하다. - P258

내가 원래부터 바다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포항에 와서 살게 되면서 환경이 달라지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 작품집 제목은 사실 "포항 소설"로 하고 싶었다. (포항시에서 왠지 아주 좋아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래빗홀 편집부 여러분도 반대하고 남편도 반대하고 다들 그런 제목으로는 책 안 팔린다고 말려서 나는제목을 정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고뇌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내가 쓴 소설이지만 제목 정하기 진짜 너무 어렵다.
그래서 "포항 소설"을 제목으로 쓰지 못하게 되었으니 포항 자랑으로 ‘작가의 말‘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동해안 지역은 정말 예쁘다. 바다는 어디나 다 아름답지만 포항은 포스코가 있어서 공업 지대의 풍경과 바다의 절경이 어우러져 송도해변에서 포스코와 해수욕장을 번갈아 바라보면 이거야말로 미래 SF 도시 같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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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6-08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첫 문단 읽는데... 와아.... 힘이 쭉 빠지네요. 저도 이 책 있는데 아직 시작을 못했어요. 얼른 읽고 싶네요^^

햇살과함께 2024-06-08 22:36   좋아요 1 | URL
심각한 얘기를 코믹하게~ 시작하시면 금방 읽으실 거예요.
 

특히 1권은 올리버가 어떻게 될까 심장 쫄깃해지며 읽었다. 마지막에 총 맞고 혼자 진흙 바닥에 버려지고, 누가 구해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걸어서 강도질 한 집으로 찾아가고. 올리버는 불사신인가. 영화나 책을 읽을 때마다 주인공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는데 조연들은 막 죽는 것에 항상 불공평함을 느끼는 사람으로 ㅎㅎ 주인공이라서 산 것이 아니라 살아남았기 때문에 주인공이 된 것이지 ㅎㅎ 아무튼 올리버에게 인생 처음으로 축복을 내려준 어린 친구 딕이나 올리버가 가족도 찾고 재산도 찾는데 결정적 공헌을 한 불쌍한 낸시는 죽어버리고...


또 올리버는 어떻게 그런 환경에서도 선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적대적이고 곤궁하고 비참하고 사악한 기운에 둘러싸인 환경에서도. 선과 악의 이분법을 극단적으로 보여주여 당시 시대적 문제와 올리버의 고난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주려는 의도겠지만. 악은 타고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2권은 올리버의 분량은 많지 않고 올리버를 악의 구렁텅이로 빠트리려는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기 위한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추리 소설, 셜록 홈즈를 읽는 느낌? 브라운로씨 홈즈로 약간 빙의? 아니 홈즈보다 디킨스가 앞선 시대인가?

 

디킨스 이렇게 재밌었나. 청소년 소설로 읽은 <위대한 유산>과 <두 도시 이야기>도 다시 읽고. 디킨스 다 읽어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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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6-08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디킨스 글 참 재미있게 잘 쓰는 작가... 저도 읽고 싶어지네요 주말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햇살과함께 2024-06-08 16:26   좋아요 1 | URL
디킨스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네요 서곡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The Enormous Crocodile (Paperback) Roald Dahl : Reading Level 3.0-4.0 2
로알드 달 지음 / Puffin / 199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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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로알드 달 책 중 가장 얇은 것부터 시작. 80페이지인데 본문은 40페이지이고 나머지는 로알드 달 다른 책 샘플북이네. 단순반복적 문장과 라임에 악당 악어의 계획이 실패하는 패턴의 재미난 이야기. 그렇지만 마지막에 악어 쫌 불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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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luscious, it‘s super,
It‘s mushious, it‘s duper,
It‘s better than rotten old fish.
You mash it and munch it,
You chew it and crunch it!
It‘s lovely to hear it go squish!"

"It must be berries," sang the Roly-Poly Bird. "Berries are my favorite food in the world. Is it raspber-ries, perhaps? Or could it be strawberries?"
The Enormous Crocodile laughed so much his teeth rattled together like pennies in a piggy bank. "Crocodiles don‘t eat berries," he said. "We eat little boysand girls. And sometimes we eat Roly-Poly Birds, aswell." Very quickly, the Crocodile reached up and snapped his jaws at the Roly-Poly Bird. He just missed the Bird, but he managed to catch hold of the long beautiful feathers in its tail. The Roly-Poly Birdgave a shriek of terror and shot straight up into theair, leaving its tail feathers behind in the Enormous Crocodile‘s mouth.
At last, the Enormous Crocodile came out of the other side of the jungle into the sunshine. He could see the town not far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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