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 읽기

세 자매

마샤 난 벌써 엄마 얼굴을 잊어버리기 시작했어. 그런 식으로 사람들은 우리도 기억하지 못할 거야. 잊을 거라고.
베르쉬닌 그래요. 잊을 겁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운명입니다. 어쩔도리가 없어요. 우리에게 심각하고 의미심장하며 매우 중요한것처럼 보이는 것도 시간이 흘러가면 잊히거나 중요하지 않은것처럼 보이게 되는 겁니다. - P562

안드레이 내가 아는 사람도 없고, 나를 아는 사람도 없이 모스크바에 있는 레스토랑의 거대한 홀에 앉아 있으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아. 그런데 나도 모든 사람들을 알고, 그들 모두도 나를 아는 여기는 연고도 없는 것처럼 낯설어…… 연고도 없고 고독해. - P580

베르쉬닌 그래요...... (웃는다) 어쩐지 이 모든 것이 이상하군요!

사이.

화재가 시작됐을 때 나는 서둘러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다가가서 보니까 우리 집은 멀쩡하고 무사해서 위험하지 않더군요. 그런데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개와 말이 질주하는데 두 딸이 어머니도 없이 속옷만 입고 문지방에 서 있더군요. 애들 얼굴에는 뭐랄까 불안과 공포, 애원이 서려 있었습니다. 그 얼굴을 보자니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기나긴 인생행로에서 이 아이들은 또 무엇을 참아야 할 것인가! 그것을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을 붙잡고 달렸어요. 그리고 내내 한 가지만 생각했습니다. 얘들은 이 세상에서 또 무엇을 견뎌야 할 것인가! - P614

투젠바흐 쓸데없는 것들과 어리석고 사소한 것들이 아무 까닭도 없이 갑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때가 가끔 있지. 예전처럼 그것들을 조롱하고, 그것들이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계속 걸어가면서도 중단할 힘이 없다는 걸 느끼는 거야. 아, 그런얘긴 그만두자고! 난 즐거워. 이 전나무와 은행나무 그리고 자작 - P640

나무를 인생에서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아. 그것들도 나를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 같아. 정말로 아름다운 나무들이야. 그리고 분명히 나무들 옆에는 아름다운 삶이 있을 거야!

"어이! 호프-호프!" 하는 고함소리.

가야겠어. 갈 시각이야....... 이 나무는 바싹 말랐지만 여전히 다른 나무들과 함께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 그래서 내 생각에는 만일 내가 죽더라도 여전히 나는 이런 저런 식으로 삶에 참여하게될 거야. 안녕, 내 사랑....... (두 손에 키스한다) 당신이 나한테 준 당신 서류는 내 책상에 있는 달력 아래 있어. - P641

이리나 (올가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다) 때가 오면 이 모든 것이 무엇 때문인지, 무엇 때문에 이런 고통이 있는지 모든 사람들이알게 될 거고, 아무런 비밀도 없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살아야해…… 일해야 해. 오직 일해야 해! 내일 나는 혼자 가겠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내 모든 인생을 바치겠어. 지금은 가을이고 곧 겨울이 오겠지. 눈으로 길이막히겠지만, 나는 일하고 또 일할 거야…… - P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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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생산과 재생산 체계로서의 자연

마지 피어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에드워드 윌슨 <사회생물학>
애니 딜러드 <자연의 지혜>

서문

이 책은 인종주의와 식민주의에 깊이 의존한 주인 서사(master narrative)를 지탱하는 지극히 파괴적인 가정들이 함축된 유럽계 미국인 페미니스트 인본주의가 와해되는 과정을 검토한다. 그다음에는 섬뜩하고 위반적인 기호를 채택하여, ‘사이보그‘ 페미니즘의 가능성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 페미니즘은 강력한 연결을 계속 추구하면서도 특수한 역사적·정치적 입장과 영원한 부분성에 보다 열려 있을 것이다. - P9

경계에 있는 특이한 존재들, 즉 영장류, 사이보그, 여성이 이책을 채운다. 이들은 모두 진화와 기술, 생물학이라는 서구의 거대 서사에서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이 경계의 존재들은 말 그대로 괴물(monster)로서, 보여 주다(demonstrate)라는 단어와 - P10

어근 이상을 공유한다. 괴물들은 의미하는(signify) 존재다.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는 이처럼 전망이 밝고 불순한 괴물들에 대해서 그리고 이 괴물들이 만들어 낸 상황 속 지식이 기술하는 다면적인 생명정치, 생명공학, 페미니즘 이론들에 대해서 조사한다. 권력에 의해 분화되고 고도로 논쟁적인 이들 괴물의 존재양식은 가능한 세계들의 징표일 수 있는데, 우리가 책임을 져야하는 세계의 징표인 것은 분명하다. - P11

우리, 사이보그가 되어 지구에서 살아남아 보자! - P15

1부. 생산과 재생산 체계로서의 자연

우리는 정체에 대한 이론을 분할된 상태로 방치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지식을 해방의 과학으로 변환하는 대신 암암리에 사회적 통제 기술이 되게끔 만들어 버렸다. 우리는 우리에게 전통적으로 할당되어 온 자연적 대상의 위상에 반자연주의적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맞섬으로써, 페미니즘이 필요로 하는 생명과학의 모습이 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과학이 물신(fetish)의역할을 하도록 허락해 버리고 만 것이다. - P21

[성의 변증법」은 페미니즘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내가 볼 때 파이어스톤은 브라운과 마찬가지의 실수를 범했다. 즉 ‘정체를 생리학적으로, 성으로 환원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과학이 제공하는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고 보았고(물론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 희망은 없었다), 기술적 지식을 거부하지 않는입장, 즉 해방적 사회주의를 근본부터 방해했다. 파이어스톤은 정체에서 여성의 위치에 따르는 결함을 우리 자신의 몸에서 찾아냈다. 우리의 몸이 재생산이라는 유기체적 요구에 종속된 게 문제라고 본 것이다. 이처럼 그는 결정적 의미에서 재생산에 기초한 역사유물론을 수용했고, 우리의 몸을 궁극적인 적으로 삼지 않을 페미니즘적-사회주의적 이론의 가능성을 상실했다. 파이어스톤은기술의 지배를 설명하는 논리를 같은 방향에서 준비했다. 즉 소외된 몸이, 기계가 결정하는 미래에 완전히 통제당한다는 것이다. - P24

우리의 몸은 우리 자신이다(Our bodies, ourselves). - P45

페미니스트들은 과학을 재전유함으로써 우리 자신에게 무엇이 ‘자연적인가‘를 발견하고 정의하려 한다. 우리는 인간의 과거와 미래를 구성하는 방법을 하나 확보하게 될 것이다. 과학에 대해 분명한 관심을 표현하는 접근법은, 과학적 객관성이라는 물신을 숭배하지 않고도 과학 담론의 규칙을 진지하게 다룰 것을 약속한다. - P47

마지막으로, 로웰은 생명사회학 이론의 페미니즘적 함의를 인식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글을 쓴다. 그는암컷의 행동과 능동적인 사회 역할을 강조하고, 지배란 기껏해야 - P60

특정 유형의 학습된 행동이 출현하는 빈도를 예측하는 속기법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한다. - P61

스트레스는 사회체계와 어떻게 관련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종속의 위계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동물들은 스트레스에 대한감수성의 척도 위에서 서로 비교되었다. - P63

이 시점에서 태너와 질먼은, 친족 선택과 성선택, 부모 투자를 도입하려는 목적으로, 어미 중심적인 단위를 활용한다. 새로운 선택압은 보다 높은 사회성과 협동성에 추가적인 이득을 부과했다. 아기를 기르기가 더 힘들었으므로 양성의 협동이 유용했을 것이다. 남성은 이방인들과도 우호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패턴을 학 - P78

습했다. 이는 언어공동체나 작은 군단, 타 집단과의 빈번한 생식활동에 기초한 인간 삶의 방식에서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큰 송곳니와 같은 싸움에 특화된 해부학적 특성이나 정형화된위협의 몸집과 같은 것을 유지하는 것은 새로운 기능적 행동과 양립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성은 친절하고 위협적이지 않은 남성과더 기꺼이 짝짓기를 할 것이다. 암컷의 성선택은 포유류 집단에서일반화되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호미니드 계보 역시 예외였을 가능성은 적다. 주커먼과 워시번의 수렵 논변을 추적해 온 독자의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로, 암컷 수용성은 암컷 선택이라는 다른 이름을 얻었고 그 유전적 결과 또한 컸다는 점이다. 둘째로, 송곳니의 축소라는 해부학적 현상은 다른 행동과 다른 기능이 가정될 때 재해석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태너와 질먼은 비슷한 증거에 토대를 두고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보다 나은 인류학을 만든다고 믿었다.

관찰자는 보통 자기 자신의 관점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부지불식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표준이 되었다. 서양의 성인 남성이 보이는 행동의 능력과 경향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이관점은 비서구 사회의 여성 역할이 보이는 변이의 범위를 이해하거나, 현재 서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남성 및 여성 역할의변화를 분석하는 데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 (태너와 질먼, 1976) - P79

새로운 미래는 새로운 과거에 달려있다. - P80

페미니즘은 과학의 분명한 성차별적 편향에 응답하는 논변에서조차도 생산과 재생산에 대한 적절한 최종 이론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이론들은 여전히 우리를 비껴간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제 우리가 과학 이론을 조립하는 데 쓰일 규칙들을 정식화하는 정치 - 과학적 투쟁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장류학의 영토는 논쟁의 지대다. 핵심 문제는 미래다. - P81

나는 현대 생물학 분야가 어떻게 신체와 공동체에 대한 이론을 자본주의적이고 가부장제적인 기계와 시장으로 구축했는지 조사해 보고 싶다. 여기서 기계는 생산을 위한 것이고, 시장은 교환을 위한 것이며, 기계와 시장 모두 재생산을 담당한다. 이를테면 나는 사회생물학이 어떻게 자본주의적 재생산의 과학인지 보여 주고 싶은 것이다. - P84

철학적 이상주의가 자연과학과 결혼하여 공장과 가정에서 행실이 바른 근대적 아동을 생산해 냈다. 간단히 말해, "산업은 이제 성격, 마음, 몸의 성질과 관련해 사람을 측정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개발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정보를 사람의 배치, 직업의 선택과 조언과 관련해 바로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풍부하게 지닌다"(여키스, 1922). - P105

사회생물학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자본주의라는 역사적 조건에 적절한 통제 논리를 지닌 커뮤니케이션 과학이다. - P107

하지만 사회생물학에 체현된 공식적 자연 이론이 투자전략이나 노동 통제 체계, 인구학 위에서 보험 문제를 다루는 진보된 자본주의 이론과 구조적으로 닮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 P108

시장은 자연선택 개념의 역사를 통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동시대인들은 다윈의 자연경제, 즉 이윤을 위한 만인의 만인 - P108

에 대한 경쟁적 투쟁이 정치경제와 거북한 대응을 이룬다는 암시를 깨달았다. 다윈은 토머스 맬서스에게 진 빚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다. 희소성은 역사뿐만 아니라 자연의 동력이다(맬서스, 1798). 생물학적 개체수는 영구적인 희소성뿐 아니라 영구적인 기술 진보를 보장하는 속도로 증가했다. 진보와 희소성은 자본주의발전에서 쌍벽을 이루는 힘이다." 생물학적 유기체의 번식은 자연과 역사 모두의 기본 과정으로 보였고, 번식은 본질적으로 경쟁의 문제였다. 생산이 아니라 재생산이 사회의 자연과학이 초점을두기에 적절한 대상으로 보였다. 이와 비슷하게 마르크스가 지적했던 것처럼 부르주아 정치경제학자들은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동등하고 경쟁적인 교환에 초점을 두면서 생산의 지배관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이런 관계는 기술을 포함한 특정 메커니즘에 의해강제되었는데, 이런 메커니즘들은 통제의 중심지를 노동자에게서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회생물학은 자연선택 이론의 확장과 발전에 불과하다. - P108

성차별주의의 근간은 성역할을 유전적으로 설정되었다고 합리화하는 데 있기보다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기본 공학의 논리에 따라 설정된다. 사회생물학의 인본주의는 윌슨이 자신을 변호하며 올바르게 인용하듯이, 그의 학문이 지닌 성차별주의의 핵심 자체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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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언어
김겨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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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첫 구독과 좋아요와 알람 설정을 위해 귀차니즘을 뚫고 지메일을 만들도록 한, 유튜브의 세계를 열어준 김겨울. 그의 재미없음이 좋다. 그의 진지함이 좋다(그래서 이 책의 앞 부분이 더 좋다). 그의 목소리가, 그의 책 이야기가 좋다. 그의 시집을 기다리고 철학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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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어딘(김현아)의 <활활발발>을 읽다가 알게 된 고정희 시인.

여성해방을 노래한 페미니스트로 <여성신문> 주간 등 여성문제를 최초로 폭넓게 탐구한 여성주의 시인이자 민중시인이며 서정시인이라고 한다.


구매를 벼르다 드디어 위트앤시니컬에서 구매했다.


시집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아벨'로 표상되는 떠나간 자들(민중, 동지, 아우 등)에 대한 속죄의 마음, 부끄러움, 그리움, 슬픔의 시들이다.


첫 마주침이 중요한 건가. 사람의 마음이 비슷한 건가. 시집을 구매하기 전에 블로그 등에서 본 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닿던 시가 한 권의 시집을 다 읽고 나서도 가장 좋았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서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을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판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서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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