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를 농락한 천재 과학자 빅토르 모리츠 골트슈미트. 오빠 윌리엄 허셜과 함께 천문학자로 많은 업적을 남긴 캐롤라인 허셜, 그러나 역시나 책에는 남성인 오빠의 이름만..

물과 이산화탄소가 유기 분자로 바뀌어 생명 탄생 과정의 연료가 되어주면, 그로부터 수소와 메테인(CH4, 메탄)이 생겨난다. 이때 바위에 뱀처럼 구불구불 갈라진 흔적이 남는데, 이것을 사문석화(蛇紋石化, serpentinization)라고 부른다. 다른 세계에서 생명을 찾는 과학자들은 종종 "물을 따라가면 된다." 라고 말한다. 물이 생명에게 꼭 필요한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과학자들은 "바위를 따라가면 된다." 라고도 말한다. 사문석화된 바위는 생명을 가능케 한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 P112

과학자들은 이처럼 생명이 바위에 처음 정착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생명은 태어난 순간부터 탈출 마술사였다. 늘 자유롭게 풀려나서 새로운 세계를 정복하려 들었다. 거대한 바다조차 생명을 가둘 수 없었다. - P113

지구 역사에서 최대 격변 중 하나였던 그 시절을 보기 위해서, 우주력으로 돌아가 보자.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 뒤 약 30억 년이 흐르는 동안, 우주의우리 구역에서는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우리 은하가 형성된 것은 우주력으로 3월 15일이 되어서였고, 우리 태양이 빛을 밝힌 것은 그로부터 또60억 년이 더 지난 8월 말일이 되어서였다. 그 직후 목성과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그때로부터 불과 3주밖에 지나지 않은 9월 21일, 예의 바닷속 바위틈에서 생명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 후로 3주가 더 흘렀다. 그동안 화산들이 계속 솟아나서 바다 위로 고개를 내밀었고, 그 분출물로부터 땅덩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 P114

골트슈미트는 지구를 하나의 계(系, system)로 바라본 최초의 과학자 중한 명이었다. 그는 우리가 전체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물리학, 화학, 지질학을따로따로 알 것이 아니라 모두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는 원소 연구가 막 시작된 시절이었다. 주기율표에서 우라늄 너머의 불안정한 원소들, 이른바 초우라늄 원소들은 아직 발견되지도 않았다. - P121

우주는 은하를 낳는다. 은하는 별을 낳는다. 별은 행성을 낳는다. - P126

고향 하노버에서는 허셜의 여동생 캐롤라인 허셜(Caroline Herschel)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될 오빠로부터 영국 배스로 건너오라는 연락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 남매는 함께 음악가로 활동했지만, 나중에는 천문학자로 더 큰 명성을 얻었다. 캐롤라인은 영국 정부로부터 보수를 받고 공식적인 지위를 얻은 최초의 여성이었다. 과학자로 보수를 받은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였다. 캐롤라인은 키가 130센티미터밖에 되지않았다. 열 살 때 티푸스에 걸려서 왼쪽 눈 시력을 좀 잃었고, 성장도 멎었다. 그래도 그녀는 시대의 한계에 도전했다. 어느 정도까지는.
캐롤라인은 중요한 천문학적 발견을 많이 해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정운 및 성단 목록(Catalogue of Nebulae and Chusters of Stars)』이라는 책자로 발표했다. 하지만 책에는 오빠 윌리엄의 이름을 내세웠다. 아쉬운 일이지만, 1802년이었으니까 이해할 만도 하다. 윌리엄의 아들이자 캐롤라인의 조카인 존 허셜(John Herschel)은 자라서 고모의 목록을 더 확장했고, 책은 ‘신판 일반 목록 (New General Catalogue)』(약자 NGC)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되었다. 요즘도 NGC 숫자로 이름 불리는 천체들이 많다. - P132

인간은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여긴다. 우리가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존재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런 우리도 아마 지구 화학적 힘들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힘들은 코스모스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다. 은하는 별을 낳고, 별은 행성을 낳는다. 어쩌면 그 행성과 위성은 자연히 생명을 낳을지도 모른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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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건너뛴 코스모스 읽기
실수로 죽인 개에 대한 속죄방법이 고양이 1만마리 살륙이라니…

아후라 마즈다는 개를 좋아했고, 고양이를 싫어했다. 조로아스터교 신자가 실수로 개를 죽인다면 속죄할 방법은 고양이 1만 마리를 죽이는 것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앙그라 마이뉴는 고양이를 아꼈다. 서구에서 고양이가 악마의 시녀라고 불리는 마녀와 연관된 동물로 그려지는 것은 이 선호의 영향일까? - P83

데카르트가 떠올린 그런 발상의 핵심에는 이후 현대 세계를 특징지을요소가 있었다. 의심이었다. 17세기 초에 이것이 얼마나 급진적인 생각이었을지 상상해 보라. 불과 얼마 전, 갈릴레오는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관측결과인 지동설을 발설했다고 해서 재판을 받고, 유죄를 선고받고, 가택 연금에 처해졌다. 교회는 1,000년 동안 대중의 담론을 성공적으로 통제해 왔다. 구약과 신약이 문자 그대로 진실이라는 교리에 대해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수 없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의심이야말로 지식의 출발점이라고 여겼다. - P92

아소카는 자신의 칙령을 새긴 석주 꼭대기에 종종 바큇살이 24개인 바퀴를 딛고 선 사자 네 마리를 올려두었다. 불교의 상징인 바퀴, 즉 법륜(法輪)은 나중에 독립 국가가 된 인도의 국기에 그려지게 되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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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태양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별일 뿐이다. 시속 6만 킬로미터로 움직이는 보이저 1호가 그다음으로 가까운 별인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까지 가려면 8만 년 가까이 걸릴 것이다. 그것도 우리 은하 내에 있는 한 별로 가는 여행일 뿐인데, 우리 은하에는 그 외에도 수천억 개의 별들이 중력으로 한데 모여 있다. 그런 우리 은하조차도 1조 개의 은하 중 하나에 불과하다. - P39

과학의 멋진 점 중 하나가 이것이다. 약간 더 나이 든 우주의 증거가 발견되었을 때, 그 정보를 은폐하려고 한 과학자는 아무도 없었다. 새 데이터가 사실로 확인되자마자, 온 과학계가 수정된 지식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언제까지나 혁명적인 태도, 변화에 대한 열린 태도가 과학의 핵심에 있기 때문에 과학이 이토록 효과적인 것이다. - P41

‘우주력’은 138.2억 년에 걸친 과학의 시간 이야기를 모두가 익숙한 체계인 지구의 1년으로 번역한 것이다. 시간은 달력의 맨 왼쪽 위 1월 1일의 대폭발에서 시작되고, 맨 오른쪽 아래 12월 31일 자정에서 끝난다. 이 척도에서 한 달은 10억 년이 좀 넘는다. 하루는 3786만년이다. 1시간은 158만 년 가까이 된다. 1분은 2만 6294년이다. 우주력의 1초는 438.2년으로, 갈릴레오가 처음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던 때부터 지금까지 흐른 시간보다 더 길다.
우주력의 의미는 바로 그 점에 있다. 시간이 시작된 뒤 첫 90억 년 동안 지구라는 행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주력이 3분의 2는 지난 늦여름인 8월31일이 되고서야 비로소 태양을 둘러싼 기체와 먼지 원반으로부터 우리 작은 행성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 P41

인간이 자긍심을 느낄 만한 모든 성취는 - 인류가 배우고 만들어 온 모든 것들은 - 그 30억 개의 발판으로 이뤄진 사다리에서 딱 하나의 발판, 딱 하나의 유전자에서 딱 하나의 염기쌍이 변한 덕분이었다. 그것은 새겉질이 더커지고 주름이 더 많이 잡히도록 명령하는 돌연변이였다. 그 돌연변이는 우주선에 맞아서 생겼을 수도 있고, 한 세포에서 다른 세포로 복사될 때 생긴작은 오류 탓일 수도 있다. 어떻게 생겨났든, 그 돌연변이는 결국 우리 종을 바꿨고 그로써 지상의 다른 모든 생물 종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우주력의 12월31일 늦저녁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 P46

우주력으로 12월 31일 밤 11시 52분, 즉 지금으로부터 수십만 년 전에는 아프리카가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호모 사피엔스들의 집이었다. - P48

하위헌스는 별들이 다른 태양들이고 그 곁에 다른 행성들과 위성들을거느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주에 무한히 많은 세계가 있다고 상상했고, 그중 생명이 사는 세계도 많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성서에는 그 다른 세계들과 생물들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을까? 신이 왜 그 내용을 빠뜨렸을까? 신은 그 점에서 분명했다. 인간 외에 다른 자녀가 있다는말은 일절 없었다. - P59

1920년 11월, 역시 빛에 대한 열정으로 넘치는 또 다른 남자가 스피노자의 철학이 미친 영향력을 기념해 박물관으로 보존된 헤이그의 초라한 작업실을 찾았다. 새로운 자연 법칙을 발견한 업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그 과학자는 사람들로부터 종종 신을 믿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믿는 신은 만물의 조화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스피노자의 신입니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 P63

수렵 채집인의 생활 양식은 자연과의 조화를 잃지 않으면서 50만 년에 걸쳐서 진화했다. 그때도 남획으로 인한 멸종은 있었지만, 우리 선조들이 지구적규모로 재앙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혹은 1만2000년 전에 발명된 농업은 우리를 바꿔 놓았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이후 ‘농업 후 스트레스 증후군(post-agricultural stress syndrome)‘이라고 부를만한 병을 계속 앓아 왔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자연과 또한 다른 인간과조화롭게 살아갈 전략을 진화시킬 시간이 부족했다. 농업 혁명, 그리고 우리가 식량 공급의 양과 질을 향상할 수 있게 된 일에서는 축복과 저주가 둘 다따랐고, 그 덕분에 인구가 폭증했으며, 역시 그 때문에 우리가 지금 직면한 위기도 생겨났다. - P67

아치 위에 새겨진 이름들은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데본기 대멸종, 페름기 대멸종, 트라이아스기 대멸종, 백악기 대멸종인데, 그토록 많은 죽음을 일으켰던 격렬한 화학적, 지질학적, 천문학적 사건들을 추념한다. 이제 여섯 번째 복도에도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이 이름은 좀 다르다. 거기에는 우리 이름이 붙어 있다. 인류세(Anthropocene)라고. Anthro는 그리스 어로 ‘인간‘을 뜻하는 단어에서 왔고, cene은 ‘최근’을 뜻하는 그리스 어 접미사다. 우리는 이제 인류가 일으킨 ‘인류세 대멸종’의 시대를 공식적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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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1-24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 드류얀의 책 읽으시는 군요!! 저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만 읽었는데 넘 좋았어요. 이 책은 언제 기회가 되면 읽거나 아니면 햇살과함께 님의 밑줄로 만족할까 합니다요.^^;;

햇살과함께 2022-01-25 10:08   좋아요 0 | URL
주말에 한 챕터씩 읽으려고요~ 무거워서 들고 다니지는 못하겠고요. 저도 코스모스 너무 좋았어요 물론 다 이해는 못했지만^^ 코스모스 왜
인생책이라고 하는지 알겠어요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이제 시작, 일단 서문만 읽기. 이 책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코스모스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책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 때문이리라.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은 잘 없으니깐. 일단 읽어보자.

제가 생각하는 그 문제란, 최대한 많은 사람이 과학을 지금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 P7

우리가 최근 들어서야 깨닫게 된 지구적 재앙을 과학자들은 어언 70여 년 전부터 예측했습니다. 지금 과학자들은 우리 인류가 자초한 대멸종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 이번 대멸종은 지구에 인간이 존재하기 전에 벌어졌던 대멸종들과는 차원이 다른 재앙이리라고 경고합니다. - P8

고대 그리스의 천재 데모크리토스 이래 2,400년 동안 과학자들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이론을 세워 왔다. 하지만 아무도 원자의 실체를 증명하지는 못했다. 그 원자와 원자들의 집합체인 분자에 관한 결정적 증거를 제공한 것이 바로 25세의 아인슈타인이었다. 그는 심지어 원자의 크기도 계산해 냈다. 아인슈타인은 또 빛을 파동으로 해석했던 당시의 지배적 이론에 맞서 빛이 광자라는 꾸러미 단위로 존재한다는 이론을 제안해 양자 역학의 기초를 닦았으며, 가만히 있는 입자 자체에 에너지가 간직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고전 물리학을 확장했다. - P24

이튿날 《뉴욕 타임스》는 아인슈타인의 알아듣기 힘든 영어 억양과 윙윙울리는 앰프 때문에 참석자들은 그의 연설 중 첫 몇 마디만을 들을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말이었다. "과학이 예술처럼 그 사명을 진실하고 온전하게수행하려면, 대중이 과학의 성취를 그 표면적 내용뿐 아니라 더 깊은 의미까지도 이해해야 합니다." - P26

그런 우리의 지구가 광활한 어둠 속 한 점으로만 보이는모습은 코스모스에서 우리의 진정한 처지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 P27

그토록 작은 세계가 온 코스모스의 중심일 리 없을 테고, 하물며 창조주의 유일한 관심사일 리 없을 것이다. 창백한 푸른 점은 근본주의자, 국가주의자, 군국주의자, 오염자를 말없이 질책한다. 우리 행성과 그 행성이 이 방대하고 차가운 어둠 속에서 지탱하는 생명을 보호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여기지않는 모든 이들을 질책한다. 이 과학적 성취의 더 깊은 의미를 외면할 도리는없다. - P29

나는 우리가 자연을 완전히 경험하지 못하도록 막는 어둠의 커튼을 살짝 들추는 방법을 하나 안다. 그것은 바로 과학의 기본 규칙들이다. 어떤 발상이든 실험과 관찰로 확인해 볼 것. 시험을 통과한 발상만 받아들일 것. 통과하지 못한 발상은 버릴 것. 어디든 증거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것. 그리고 모든 것을 의심할 것. 권위에 대해서도, 이 규칙들만 지킨다면, 코스모스는 우리 것이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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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22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걸 읽으려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먼저 읽어야겠죠? ㅠ.ㅠ

햇살과함께 2022-01-22 18:08   좋아요 0 | URL
그게 좋겠죠? 그치만 뭐 순서 바꿔도 또 무슨 상관이겠어요 ㅎㅎ
 

이 책은 맛보기. 이미 우리는 이 정도가 상식인 세상을 살고 있네. 올해 산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를 내년에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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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30 1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수공통. 이 책 평점이 좋네요 ~ 궁금해집니다 *^^*

햇살과함께 2021-12-30 18:01   좋아요 3 | URL
코로나가 아니면 사지 않았을 책인데,, 내년에 꼭 읽어보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12-31 1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