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바빌로프
니콜라이 바빌로프, 구 소련 식물육종학자
오로지 과학자로서의 신념으로 전세계 구석구석을 다니며(심지어 한국도..) 식물종자를 채집한 바빌로프와 전쟁 중 히틀러에 포위된 도시에서 굵주림 속에서도 그 식물종자들을 보존하고 후대에 남긴 바빌로프 연구소의 동료 식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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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뒤에야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위해서 오랜 시간 집약적으로 노동해야 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살기 시작했다. 물론, 방랑이냐 정착이냐 하는 선택이 한순간에 내려지지는 않았다. 여러 세대에 걸쳐 내려졌다. 지금 우리에게는 수렵 채집인이었던 과거가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일로 느껴지지만, 우주의 방대한 시간 규모로 보면 우주력에서 지금 이 시점으로부터 불과 30초 전도 안 되는 때였다. 우리 선조들이 동식물을 길들이기 시작한 시점은 우주력으로 25초 전도 안 되는 약 1만 년 전이었다. 식량 생산 방식의 변화는 우리와 자연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바꿔 놓았다. 그전까지 인간은 자신을 새나 사자나 나무와 같은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제 인간은 자신을 지구의 나머지 생명과는 다르게 창조된 존재로 여기게 되었다. - P140
그는 또 로디나에게 만약 자신이 사라진다면 로디나가 자기 자리를 대신 맡으라고 일렀다. 중요한 것은 과학을 제대로 하는것뿐이었다. 그것만이 이 기근을 끝내고 앞으로 올 기근을 막을 희망이었다. "동지, 그들이 체포하러 올 겁니다!" 로디나가 말했다. "그렇다면 더욱더 빨리 일해야겠군요." 바빌로프의 대꾸였다. - P162
바빌로프의 보물을 지키는 그들도 굶주림에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침침하게 밝혀둔 냉랭한 연구소에서 책상에 앉은 채 죽었다. 곁에는 땅콩, 귀리, 완두콩 표본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명예가 그것을 먹는 것을 허락하지않았다. 모두가 굶주림에 스러져 갔다. 그런데도 컬렉션에서는 쌀 한 톨 사라지지 않았다. - P170
여러분은 오늘 무언가를 먹었는가? 만약 먹었다면, 그 음식 중에는 아마그 식물학자들이 죽음으로 지켜냈던 종자에서 유래한 음식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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