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석과 석기를 구분하는 데는 엄격한 규칙이 있는데 석기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람이 도구를 사용해서 가공한 흔적의 유무다. - P9

석기를 자연석과 구분하기 위해서는 돌에 남겨진 몇 가지 특징을 잘 관찰해야 한다. 먼저 떼어져 나간 부분이 규칙적으로 떼어져 나갔느냐는 것이다. 석기를 만든 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의도한 대로 만들기 위해 돌을 내리쳐 규칙적으로 떼어낸 흔적을 잘 관찰해야 한다. 자연적인 낙석도 돌과 돌이 부딪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돌로 돌을 내리쳐서 만든 석기와 타격면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타격면이 얼마나 규칙적으로 반복되느냐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만 석기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구분되는 특징은 사람이 도구를 사용해서 만든 석기는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기의 정형성이라고도하는데 크기가 크든 작든 주먹도끼는 끝이 뾰족하고 좌우 대칭의 물방울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 P10

그리고 또 한 가지 비장의 무기가 남았으니 그것은 석기 표면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흔적들을 현미경으로 분석하는 방법으로, ‘사용흔분석‘이라고 한다. - P11

뗀석기제작에 사용되는 돌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일단 입자가 균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 P13

돌을 두드려 깨서 도구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구석기시대는 적어도 250만 년 전부터 시작한다. 돌을 갈아서 석기를 만들기 시작한 신석기시대의 시작을 약 1만 년 전이라고 볼 때 인류역사의 대부분은 구석기시대다. 구석기시대 인류의 진화와 석기제작기술의 발달 과정을 아주 단순하고 짧게 설명한다면 "머리는 점점 커지고 석기는 점점 작아진다."라고 말할 수 있다. - P14

구석기시대의 유물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먹도끼다. 주먹도끼는 자르고, 찍고, 썰고, 긁고, 뚫고, 파고 등등 인류가 구석기시대의 거친 자연환경을 극복하며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했던 도구이며 가장 중요한 도구 중의 하나이다. 이 주먹도끼가 동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 전곡리 구석기유적에서 발견되었다. 전곡리 유적에서 발견된 주먹도끼는 아프리카와 유럽 중심으로 인도의 서쪽 편에만 존재한다고 믿어져 왔던 아슐리안 주먹도끼였다. - P21

주먹도끼 만드는 사람의 뇌를 최신 의료장비를 동원해 조사해 보니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돌을 솜씨 좋게 두드려 깰 때 작동하는 뇌의 특정부위가 말을 할 때 작동하는 부위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주먹도끼를 만드는 능력이 발달하면서 언어를 구사할 수있는 능력도 함께 발전했다는 설명인데 석기 만들기를 가르쳐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수긍이 간다. 주먹도끼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려면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입 다물고 대충 두드려 깬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주먹도끼가 아니기 때문이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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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몸짓 언어를 처음 해독한 카를 폰 프리슈, 우리 주변의 지적 생명체를 탐구하여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찰스 다윈

균사체 덕분에 숲은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나무뿌리는 지상으로 드러난 부분보다 더 크게 뻗어 있을 수도있다. 뿌리 끝은 균사체의 폭신폭신한 커넥톰과 깍지 끼듯이 맞물린다. 뿌리는 그 망을 통해서 서로를 양육하거나 보살피고, 도끼로부터의 사형 집행을유예해서 생명을 부지할 방법도 궁리한다. 숲에서 나무 한 그루가 베이면, 다 - P241

른 나무들이 뿌리 끝을 통해서 희생자에게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질을 보내준다. 균사체를 거쳐서 물, 당분, 기타 영양소를 보내 주는 것이다. 잘린 그루터기는 이웃 나무들이 쉼 없이 흘려 보내 주는 점적 정맥 주사 덕분에 몇십 년, 심지어 몇백 년도 살아갈 수 있다. - P242

우리가 꿀벌의 은밀한 삶을 알게 된 것은 모두 카를 폰 프리슈 덕분이었다. 그는 꿀벌의 기호 언어를 처음 해독함으로써 우리와는 전혀 다른 마음과 처음 접촉했다. - P260

다윈의 연구는 인간이 나머지 생물들과는 다르게 창조되어 그들의 관리자로 선택된 생명계의 왕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인간은 오래된 생명의 대가족에서 뒤늦게 등장해 어쩌다 잘나가게 된 후손일 뿐이었다. 다윈은 자신이 발견한 진실을 한 점 의혹 없이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발표했다. 그리고 그는 그 밖에 다른 발견도 해냈다. 그는 만약 모든 생명이 정말로 연관되어 있다면 그 사실에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으리라는 점을 처음 깨우친 사람이기도 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창조된 게 아니라면, 당연히 인간과 동물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공통점이 더 많지 않을까? 의식도,….다른 종들과의 관계도,….
심지어 감정도?
다윈은 우주에 인간의 의식이라는 외딴 섬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생명과 의식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음을 깨달았다. - P263

숲 바닥에 숨겨진 세계를 처음 과학적으로 연구한 것도 다윈이었다. 그는 나무의 뿌리 끝이 일종의 뇌처럼 기능해서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고 비록 느리기는 해도 나무가 움직이도록 이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또 다른 동물들도 우리처럼 즐거움, 고통, 두려움을 느끼는지 알아보고자 그들의 표정을 연구했다. 다윈은 어머니 자연에 깨달음을 간청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과학 지식은 그가 품은 연민의 바탕이었고, 그 연민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근거였다. - P264

우리는 모두 똑같은 도구 상자로 만들어졌고,…… 똑같은 유전 물질로 만들어졌으며, …… 다만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밟아 왔을 뿐이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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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들어설 무렵, 천문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별 중 절반쯤은 사실중력으로 하나로 묶인 두 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부분의 쌍성은 마치쌍둥이처럼 하나의 기체 및 먼지 구름에서 형성되고, 그렇지 않은 나머지 쌍성들은 따로따로 생겨났다가 나중에 발달 과정에서 중력으로 묶인 경우다. 한편 나머지 절반의 별들은 평생 독신이다. 카이퍼는 쌍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쌍성을 살펴보면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태양에 묶이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단서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 P212

과학사의 모든 발견이 그렇듯이, 카이퍼는 자신보다 앞선 시대와 다른 장소에서 누군가가 했던 연구를 뒤이어서 하고 있었다. - P213

1949년, 카이퍼는 우리 태양계가 전혀 특별하지 않다고 선언함으로써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모든 별의 절반 정도가 자신만의 행성 가족을 거느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세계라고?
우주에 수 조 개의 가능한 세계들이 있다면 어떨까? - P217

머리 위의 하늘이 더는 안전하지 않았다. 미국을 정찰하고 핵무기를 보낼수 있는 지구 궤도라는 새로운 경로가 생겨났다. 이제 지구에서 정찰이나 공격에 안전한 장소는 어디에도 없었다. 미국도 얼른 우주 프로그램을 진행해야했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은 스푸트니크로부터 1년도 안 된 1958년에 설립되었다.
스푸트니크의 부산물이 또 하나 있었다. 과학이 마침내 카이퍼가 오래전부터 보아 왔던 방식으로 지구를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하나의 행성으로, 지금 우리에게는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목숨을 건 광신적 국가주의가 횡행하던 시절에는 이 깨달음이 지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충격이었다. - P231

제러드 카이퍼와 해럴드 유리는 1995년 최초의 외계 행성이 관측되는것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칼은 이듬해 죽었다. NASA의 케플러 임무와 여러천문대의 관측이 다른 별을 도는 행성을 수천 개나 확인해 내기 한참 전이었다. 세 사람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 덕분에, 이제 우리는 별이 진화하고 그 기체와 먼지 구름으로부터 행성과 위성이 뭉쳐지는 데는, 즉 항성계가 형성되는데는 수백만 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물론 긴 잉태 기간이지만, 결코 드문 사건은 아니다. 우리 은하에서도 대충 한 달에 한 번 그런 일이 벌어진다. 아마도 1조 개의 은하들로 이루어졌고 10해 개의 별들을 담고 있을 가시 우주 전체에서는 1초에 1,000개씩 새 항성계가 태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손가락을 딱 튕겨 보라. 그 순간, 1,000개의 새 항성계가 생겨났다.
딱. 또 1,000개의 새 항성계가…….
딱. 또 1,000개의 새 항성계가…….
딱, 또 1,000개의 새 항성계가…….
딱. 딱. 딱.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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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는 이렇게 썼다. "의사는 환자의 모든 것을, 그의 식단과 환경을 다조사해야 한다. 최고의 의사는 병을 예방하는 사람이다. 모든 문제는 자연적인 원인에서 생긴다." 이 통찰 하나만으로도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하지만, 히포크라테스는 그 이상이었다. 그는 환자가 심리적 어려움도 겪을 수있음을 인식했고, 의사에게는 특수한 윤리적 임무가 있다는 것도 인식했다. 그리고 그는 의사들이 지켜야 할 기풍을 성문화했다. - P179

브로카는 뇌에 대한 지식을 발전시킨 선각자였다. 하지만 칼이 지적했듯이, 그런 브로카도 자기 시대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브로카는 남자가 여자보다 정신적으로 우월하다고 믿었고, 백인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고 믿었다. 칼은 이렇게 썼다. "브로카에게 인도주의적 사상이 부족했다는 사실은 그처럼 지식의 자유로운 추구에 헌신했던 인물이라도 뿌리 박힌 편견에 속아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 P186

신경 세포는 인간을 포함해 동물계의 거의 모든 종에서 신경계를 이루는 기본 단위다. 신경 세포의 성질은 종마다 차이가 거의 없지만, 개수는 종에따라 어마어마하게 차이 난다. 요즘 과학자들은 뇌전증이 뇌에 있는 신경 세포의 이온 통로가 엉뚱하게 점화하는 바람에 생기는 문제일 것이라고 본다.
생각해 보라. 미생물 매트와 아이작 뉴턴 사이에는 진화의 수억 년 세월이 놓여 있다. 그런데도 그들이 하는 ‘생각‘의 기본 단위가 같다니. 약 40억 년전에 미생물들이 개척했던 메시지 전달 체계가 아직 우리 안에 있다니. 그 체계는 우리 유전자에 기록되어 생명의 책 안에 새겨져 있다. 여러분의 심장이뛰는 것도, 여러분의 뇌가 생각하는 것도 다 그 옛날 미생물들이 한데 모여서 낱낱의 합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미래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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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바빌로프

니콜라이 바빌로프, 구 소련 식물육종학자
오로지 과학자로서의 신념으로 전세계 구석구석을 다니며(심지어 한국도..) 식물종자를 채집한 바빌로프와 전쟁 중 히틀러에 포위된 도시에서 굵주림 속에서도 그 식물종자들을 보존하고 후대에 남긴 바빌로프 연구소의 동료 식물학자들.

한참 뒤에야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위해서 오랜 시간 집약적으로 노동해야 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살기 시작했다.
물론, 방랑이냐 정착이냐 하는 선택이 한순간에 내려지지는 않았다. 여러 세대에 걸쳐 내려졌다. 지금 우리에게는 수렵 채집인이었던 과거가 까마득하게 멀리 있는 일로 느껴지지만, 우주의 방대한 시간 규모로 보면 우주력에서 지금 이 시점으로부터 불과 30초 전도 안 되는 때였다. 우리 선조들이 동식물을 길들이기 시작한 시점은 우주력으로 25초 전도 안 되는 약 1만 년 전이었다. 식량 생산 방식의 변화는 우리와 자연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바꿔 놓았다. 그전까지 인간은 자신을 새나 사자나 나무와 같은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제 인간은 자신을 지구의 나머지 생명과는 다르게 창조된 존재로 여기게 되었다. - P140

그는 또 로디나에게 만약 자신이 사라진다면 로디나가 자기 자리를 대신 맡으라고 일렀다. 중요한 것은 과학을 제대로 하는것뿐이었다. 그것만이 이 기근을 끝내고 앞으로 올 기근을 막을 희망이었다.
"동지, 그들이 체포하러 올 겁니다!" 로디나가 말했다.
"그렇다면 더욱더 빨리 일해야겠군요." 바빌로프의 대꾸였다. - P162

바빌로프의 보물을 지키는 그들도 굶주림에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침침하게 밝혀둔 냉랭한 연구소에서 책상에 앉은 채 죽었다. 곁에는 땅콩, 귀리, 완두콩 표본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명예가 그것을 먹는 것을 허락하지않았다. 모두가 굶주림에 스러져 갔다. 그런데도 컬렉션에서는 쌀 한 톨 사라지지 않았다. - P170

여러분은 오늘 무언가를 먹었는가? 만약 먹었다면, 그 음식 중에는 아마그 식물학자들이 죽음으로 지켜냈던 종자에서 유래한 음식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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