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자주 나오는, 이런 과학적 태도, 이런 과학자의 태도 덕분에 기존에 진리라 믿었던 것들이 깨어지고 새로운 과학적 사실들이 밝혀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과학이 우리에게 모호함을 참아내는 능력을 요구한다. 과학은 우리에게 자신의 무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도록 요구하고,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도록 요구한다.
그는 우리가 보는 사물의 어떤 면이 빛의 속성이고 어떤 면이 우리 신경이 만들어 낸 것인지 가려내고 싶었다. 색은 빛에 숨어 있을까, 아니면 우리 눈에 숨어 있을까? 앎의 열망에서, 뉴턴은 용기를 끌어모아 돗바늘을 집어 든 뒤 결연히 그것을 왼쪽 눈동자 아랫부분에 지그시 찔렀다. 그는 그림을 곁들여서 광학 실험 결과를 기록한 공책에 그 실험을 "눈에 압력을 주는 실험"이라고 태연히 적었다. 그리고 만약 빛이 가득한 방에서 그 실험을 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눈을 감고 있더라도 눈앞이 좀 환해지면서 크고 "푸르스름한 원"이 떠올랐다고 적어두었다. 그가 겪었을 통증을 감안하자면 별로 대단한 결과가 못 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뉴턴은 그렇게 손수 고안한 단순한 실험들로 무지개를 처음 설명해 냈고 흰빛 속에 모든 색깔의 빛들이 다 담겨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뉴턴이 연구한 현상들을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원래 그런 것으로 여겼다. 사과는 원래 땅으로 떨어지는 법이고, 빚은 원래 그렇게 창문에 비쳐드는 법이라고, 뉴턴의 위대함은 마치 네 살배기 아이처럼 일상적인 현상에 "왜?" "어떻게?" 하고 묻는 데서 나왔다. - P304
그런데 토머스 영이라는 신출내기가 뉴턴이 반쯤 틀렸다고 증명한 셈이었다. 뉴턴이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던 것과는 달리, 빛은 늘 입자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과학에서 권위에 기댄 주장이 별로 무게 있게 여겨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연이, 오직 자연만이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은 부릴 줄 아는 재주가 아주 많으니, 어느 시점이든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완전하다고 믿는 사람은 바보가 아니고서야 없을것이다. 뉴턴은 틀렸다, 부분적으로. 영은 옳았다, 부분적으로.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정말로 혼란스러운 대목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 P310
아이작 뉴턴과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는 둘 다 옳기도 했고 틀리기도 했다. 빛은 파동인 동시에 입자이고, 어느 쪽도 아니기도 하다. 게다가 이 현상은 광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아원자 입자가 이런 행동을 보인다. 광자든 전자든 다른 어떤 기본 입자든, 우리가 관찰하기 전에는 확률 법칙에 따르는 불확실한 상태로만 존재한다. 그랬다가 우리가 관찰하는 순간, 전혀 다른 상태로 바뀐다. - P314
우리는 3차원이라는 아늑한 공간에서 산다. 이것보다 차원이 더 적은 세계를 상상하기는 쉽지만, 더 많은 세계를 상상하기는 몹시 어렵다. 0차원 세계는 점이다. 차원이랄 것도 없는 그냥 점 하나다. 1차원 세계는 모든 것이 선분인 세계다. 2차원 세계는 플랫랜드다. 3차원은 우리가 사는 세계다. 우리는 2차원 존재가 3차원 세계를 미처 상상하지 못하고 오리무중에빠지는 모습에 웃는다. 하지만 양자 현실로 오면, 우리가 바로 그 꼴이 된다. 차원이 다른 세계를 상상하기 어려워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우리도 우리 나름의 플랫랜드에 살고 있다. - P317
인류는 과거에도 이런 경험을 한 적 있었다. 약 100만 년 전, 우리 선조들은 불을 길들였다. 불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것을 활용해 문명을 건설했다. 양자 물리학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양자 세계를 완벽하 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과학은 물론이고 그 밖의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선조들이 불의 원리를 모르면서도 불을 이용했듯이, 우리는 복잡한 양자 역학의 미스터리에서 이 문제적 측면을 수십 년 동안 그냥 받아들여 왔다. - P323
우리는 광자가 어떻게 입자인 동시에 파동일 수 있는지 아직 모른다. 내가 과학에서 좋아하는 점 중 하나는 과학이 우리에게 모호함을 참아내는 능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과학은 우리에게 자신의 무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도록 요구하고,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도록 요구한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변변찮으나마 이미 가진 지식을 활용해 현실의 새로운 언어들을 찾아보고 해독하는 일만은 문제없이 계속할 수 있다. - P330
이 방대한 코스모스에서 우리는 모두 플랫랜더다. 그런 우리가 위를 상상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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