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여름 맞아 스릴러소설 읽어볼까 하고 찾아보다 마땅한 책이 없어서 평소 찜했던 한국소설로.. 그래도 2권만 빌려서 양호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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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최애 단편 <젊은 느티나무>가 첫번째!
고2때 수능 모의고사 지문으로 처음 접하고,, 소설 전편이 너무 궁금해서 친구에게 빌려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정말 그 첫문장은 볼 때마다 감성충만!

《젊은 느티나무》의 속편이 나왔어야 한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여기서 더 나아간 사랑인 것이다. 물론 그것은 제도나 관습 너머에 있는 새로운 사랑이다.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 길로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강신재는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으로 사랑의 기쁨이나 슬픔을 이야기하지 않고 아주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묘사를 보여주고 있어서 ‘감정의 점묘화가‘라는 평도 들었다. 디테일한 세부 묘사는 소설가로서 강점이다. 그러나 감정 묘사를 했다는 것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묘사를 가능하게 만든 조건을 음미해봐야 한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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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는 체이스에게 몇 년 전의 실수에 대해 털어놓았다. 열 명 의 여성 디제이를 추천하는 글에 무신경하게 논바이너리 디제이를 포함시키고 말았다고. 마감이 밭았고, 직접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는 변명거리야 있었지만 그야말로 무신경했던 탓이라고, 급히 수정을 하고 당사자에게도 사과했는데 그래도 계속 마음에 남는다고, 무신경하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거기까지 털어놓자 체이스도 진지해졌다.
"그래도 좋은 성격이네."
"뭐가?"
"나는 세상에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남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이랑 자신이 잘못한 것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 후자 쪽이 훨씬 낫지."
"두 종류로 나누는 건 너무 단순화시킨 거 아냐?"
"그러게, 그러면 안 되는데." - P208

그런 면에서 지금껏 원주민들과 다른 유색인 이민자들의 지향이 언제나 일치했던 것은 아니에요. 그래도 종종 서로 힘을 합칠 수 있을 때면 더한 나락을 피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음, 네. 여기가 천박한 시장 바닥이 되는 걸 막으려는 사람들은, 착취적이지 않은 진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은 모두 로컬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 P214

그리고 아무도 새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종종거리고 있고, 정말 아무도, 안 그래도 죽어가는데 그깟 방음벽에, 유리창에 스티커 하나 붙여주지 않아서 더 죽이고 있었다. 에너지 효율도 형편없다는 유리 건물을 계속 지어대는 것도 싫었다. 홈쇼핑에서 구스 이불을 팔아대고 행사마다 풍등이니 풍선이니를 날려버리는 것은 떠올리기도 징그러웠고……… 그런 화제들을 꺼내면 네가 커서 고쳐, 공부 열심히 해서 고쳐, 하고 아주 우습다는 듯 대견하다는 듯 반응해오는 것도 짜증났다. 자기들이 신나게 망쳐놓은 다음에 어쩌라고? - P225

일을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 여전히 감이 오지 않았다.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길들여지지 않는 괴물 늑대와 같아서, 여차하면 이빨을 드러내고 주인을 물 것이었다. 몸을 아프게 하고 인생을 망칠 것이었다. 그렇다고 일을 조금만 사랑하자니, 유순하게 길들여진 작은 것만 골라 키우라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소소한 행복에서 의미를 찾자, 바깥의 평가보다 내면이 충실한 삶을 택하자는 요즘의 경향에 남녀 중 어느 쪽이 더 동의하는지 궁금했다. 내면이 충실한 삶은 분명 중요한데, 그것이 여성에게서 세속의 성취를 빼앗아가려는 책략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성취를 하려니 생활이 망가지고, 일만 하다가 죽을 것 같고…… - P248

경아는 자리를 지키고 엉덩이로 뭉개기로 마음먹었다. 관절 좋은 사람이 의자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을 때에는 더 똑똑한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천천히 거품이 꺼지고 가라앉는 업계에서 살아남은 여자가 어디선가 나타나면 바통 터치를 할 것이다. 그전에 주 사 일제를 시도해 본다거나 이런저런 실험을 하다가 망해버리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망했다 흥했다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것들은그렇게 두렵지 않았다.
"나의 작은 권력은 그래도 이제 빌려 쓰는 권력이 아니지."
커피를 사러 가며 작게 말해보았다. 아무도 듣지 못하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지만 상관없었다. - P267

"여자도 남의 눈치 보지 말고 큰 거 해야 해요. 좁으면 남들 보고 비키라지. 공간을 크게 크게 쓰고 누가 뭐라든 해결하는 건 남들한테 맡겨버려요. 문제 해결이 직업인 사람들이 따로 있잖습니까? 뻔뻔스럽게, 배려해주지 말고 일을 키우세요. 아주 좋다, 좋아. 좋을 줄 알았어요."
전시회에서 그렇게 흡족해하시던 심시선 선생이 가끔 뵙고 싶습니다. - P269

빛나는 재능들을 바로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누군가는 유전적인 것이나 환경적인 것을, 또는 그 모든 걸 넘어서는 노력을 재능이라 부르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인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질리지 않는 것. 수십 년 한 분야에 몸을 담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는 것. 같은 주제에 수백수천 번씩 비슷한 듯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 것.
사실 그들은 계속 같은 일을 했다. 그리고 조각하고 빚고 찍고…… 아득할 정도의 반복이었다. 예외는 있지만 주제도 한둘이었다. 각자에게 주어진 질문 하나에 온 평생으로 대답하는 것은 질리기 쉬운 일이 아닌가? 그런데도 대가들일수록 질려하지 않았다. 즐거워했다는 게 아니다. 즐거워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질리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하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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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윤이 낫고 나서도 읽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우윤의 병이 재발할까봐, 혹은 다른 나쁜 일들이 딸을 덮칠까봐 긴장을 놓지 못했다. 언제나 뭔가를 쥐어뜯고, 따지고, 몰아붙이고, 먼저 공격하고 싶었다. 대신 책을 읽는 걸 택했다. 소파에 길게 누워 닥치는대로 읽어가며,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키웠다. 죽을 뻔했다 살아난 아이의 머리카락 아래부터 발가락 사이까지 매일 샅샅이 검사하고 싶은 걸 참기 위해 아이가 아닌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만한 게 없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키워놓았더니 미국으로 날아가버렸지, 내 딸…… 난정은 우윤이 보고 싶어 내내 우는 대신 계속 읽었다. 읽고 읽었다. 소원을 비는 사람처럼 책 탑을 쌓았다.
딸이 남기고 간 빈 공간을 책으로 채웠다.
"너같이 많이 읽는 애는 언젠가 쓰게 된다."
어느 날, 어쩌다가 그런 생각에 다다랐는지 심시선 여사가 난정에게 말했던 것이다. - P23

우윤은 어렸을 때 아팠고, 건강을 되찾고 나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젊음 같은 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함께 아팠던 친구들을 보면 곧 죽어도 후회 없을 만큼 용감해지거나, 언제나 죽음을 의식하며 조심스레 살아가는 듯했는데 자신은 역시 후자에 속한다는 점이 내심 못마땅했다. 그래서 와이키키에 도착했을 때, 어떻게든 서핑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말로 서핑에 끌렸다기보다는 우윤이 생각하기에 가장 무모하고 위험한 운동인 것 같아서였다. 죽음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끔은 마주해야 했다. 나는 특별히 용감하지도 않지만 겁쟁이도 아니야, 스스로에게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일부러 아침을 일찍 적게 먹고 현금도 넉넉히 챙겨왔다. - P95

길이 한산해지자 유아차 한 대가 가게 앞에 멈추었다. 기세 좋게 유아차에서 내려온 아기가 부모에게 장난감을 꺼내달라고 하는 듯했다. 그런데 유아차 아래칸에서 나온 장난감은 미니 쇼핑카트였다. 하필 아기가 상하로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고 머리숱이 적고 배가 통통했으므로 그것을 밀고 의기양양 걸어가는 모습은 너무나 마트에 온 아저씨 같았다……… - P107

어쨌든 그때의 경험으로, 나는 평생 공격성이 있는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공격성이 발현되든 말든 살밑에 있는 것을 꿰뚫어볼 수 있었다. 기분좋게 취했던 이가 돌변하기 직전의 순간을 알았고, 발을 밟힌 이가 미처 내뱉지 못한 욕설을 들었고, 겸손을 가장한 복수심을 감지했다. 누구에게나 공격성은 있지만, 그것이 희미한 사람과 모공에서 화약 냄새가 나는 사람들의 차이는 컸다. 나는 단단히 마음먹고선, 어찌 살아남았나 싶을 정도로 공격성이 없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웠다. 첫번째 남편도 두번째 남편도 친구들도 함께 일했던 사람들도 야생에서라면 도태되었을 무른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을 사랑했다. 그 무름을, 순정함을, 슬픔을, 유약함을, - P125

"내가 처음 장가와서 말이야, 아무것도 모르고 장모님한테 장모님이 담근 김치 먹고 싶습니다, 했다가 나를 돌아보시는데…. 어우, 눈빛이 잊히지 않아."
태호도 너스레를 떨었다.
"자기는 그렇게 눈치가 없더라? 우리 엄마한테 무슨 김치를 만들라고, 김치를 사먹는 게 자랑인 집이라고."
"그때는 몰랐지." - P144

박물관을 나와, 느리게 달리는 버스를 타고 와이키키로 향했다. 차로 십오 분이면 갈 거리를 한 시간 동안 달려서 한국과 비교가 되었다. 도로 사정을 방해하지 않는 한에서 최저 속도로 달리는 듯했다. 정류장은 촘촘하고 보조기구를 하나씩 짚은 노인들이 주로 이용했으므로 혹여 누가 넘어질까 버스 기사는 부드럽고 일관된 운전을 했다. 급정거에 급출발, 급커브가 일상다반사인 한국버스에서는 책을 잘 읽지 않지만 하와이의 버스에서는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 P158

"가스라이팅, 그루밍 뭐 그런 것들. 구구절절 설명이 따라붙지 않게 딱 정의된 개념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건 시작선이 다르잖아."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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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대출예약 몇달만에 드디어 순서가 돌아왔다. 너무 기대하면 실망할까 기대를 줄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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