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에서 들었던 목소리들이 깨어 있을 때에도 들리기 시작했어. 나는 우리에게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일을하려는 거야.
- 우리가 지금까지 다한 건 최선이 아니야? 이안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절대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야. 끔찍한 일들이 이어지는 동안 내가 느낀 건 행복이었어.
-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정말 더 이상은 싸울 수없어. 네가 나를 위해 계속 뭔가를 죽이도록 내버려 둘수 없어.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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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5-01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속 주인공의 관相을 보면
저얼대로 단명할 상이 아닌데 ㅎㅎㅎ

이 책!찜!^^

햇살과함께 2022-05-01 21:25   좋아요 1 | URL
ㅎㅎ 그렇죠~ 표지 사진 강렬!
근데 저에겐 판타지를 사랑할 능력은 아직 없는 것으로…
스캇님은 좋아하실 것 같아요~
 

살고 싶냐는 저 애의 물음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느니 그냥 죽는 게 낫지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수정은 딱히 살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 딱히 살고 싶다기보다는,
- 네.
- 죽고 싶지가 않아서요.
- 네.
- 싫다거나 무섭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좀 억울하다고 해야 할까, 이해를 못 했다고 해야 할까.
- 이해를 못 했다구요?
- 네. 내가 왜 죽어야 하는지. 그렇잖아요. 열아홉살은 죽을 나이가 아니잖아요. 아니 내가 늙은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죽어야 하는지....
-- 물어는 봤어요?
- 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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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돈을 받고 변호를 하는 것. 그것도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을 변호하는 것. 주연은 그것만큼 쉬운 일이 또 있겠나 싶었다. 그런데도 김 변호사는 아주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굴었다. 자신이 신이라도 된 것 마냥 구는 태도는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간절히 믿으면 뭐든 다 들어줄 것처럼 굴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들어주지 않는 다른 신들처럼. - P11

누군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내뱉지만, 그건 그렇게 쉽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그건 한때는 사소한 일에도 사무치게 행복했던 한 가족의 전부를 무시하는 말이었다.
가난하면 애를 낳지 말지.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을 내뱉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말에 상처 입은 엄마는 찢어진 가슴을 하염없이 치면서 자신을 탓할 것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며 지내 온 착한 딸에게 가슴이 미어지도록 미안할 것이다.
가난하면 애를 낳지 말지.
적어도 그건 딸을 먼저 보내고 삶의 전부를 잃은 여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엄마는 그저 학교에 찾아가 누구든 제발 도와달라고, 내 딸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안다면 제발 이야기해 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 P83

진실이요? 백번 천번도 넘게 말했습니다. 전 아니라고요. 아무도 안 믿더라고요. 그때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세상은 진실을 듣는 게 아니구나. 세상은 듣고 싶은 대로만 듣는구나. - P142

서은과 주연은 친구였을까, 아니면 친구를 가장한 불공정한 관계였을까. 사람들 말대로 주연은 악마일까. 주연의 거짓에 속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 설령 주연의 말이 모두 진실이라고 해도 기억해 내지 못하는 그 시간을 어떻게 믿을 수 있지? 왜 주연은 하필 서은이 죽어 가던 그 순간만을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 스스로에게 되물을수록 장 변호사는 자신이 없어졌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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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4분 33초 - 제6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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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독특한 예술가 존 케이지와 그저 그런 루저의 인생을 사는 이기동의 이야기가 겹쳐진다. 이기동은 존 케이지가 될 수 없지만, 자신만의 4분 33초를 연주한다. 아무도 알아차리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무거운 주제와 경쾌한 문장이 읽는 즐거움을 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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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7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류작 많이 나왔죠
9분 몇초 ? 등등 존 케이지 이야기라니 관심이 갑니다 ~~

햇살과함께 2022-04-27 21:4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저도 칠 수 있는 유일한 곡
 

"너 그거 아냐? 남편이라는 건 존재가 아니라 자리야. 그 자리에서 밀려나면 반려견보다도 더 못한 취급을 받지. 현실에선 절대로 존재가 본질을 앞서지 않아. 사르트르는 평범한 결혼생활을 안 해봐서 몰랐을 거야." - P222

이제 더 이상 아들을 괴롭히는 짓은 하지 않았다. 한때 그녀는 가정통신문 빈칸에 아들의 장래희망을 ‘의사‘라고 적기도 했었다. 크고 반듯하게 ‘의사’라고 쓰면서 그녀는 마치 그 꿈이 이루어진 것처럼 뿌듯해했었다. 가운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펜 대신 칼을 쥐고, 아들의 얼굴은 점점 제 아비를 닮아갔다. 그녀는 아들이 늙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런 것을 알아채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했고 그녀는 그렇게 했다. 더 이상 기대를 갖지 않았다. 시간이 그들 모자의 얼굴 위로 공평하게 흐른다는 것을 이젠 인정했다. 아들은 자라나는 새싹도 될 성싶은 푸릇한 묘목도 아니었다. 다 컸다. 커버렸다. 반올림을 하면 마흔이다.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김밥을 말았다. 손님들은 여전히 그녀의 김밥을 찾아왔다. 그거면 족하지. 그런데 내 아들은 누가찾아와줄꼬, 그녀가 인생에 관해 아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누군가 끊임없이 찾아와주지 않으면 생계가 상당히 곤란해지고 만다는 사실이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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