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들에게 요리를 해주고 그들은 내 요리를 먹는다. 펄벅은 내게 노벨 평화상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요리야말로 우리를 대동단결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대동단결 따위의 표현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거침없는 과장법을 쓰는 사람이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이 중국인 덕택이라도 되는 양 중국인들만 보면 선심을 쓸 것처럼 구는데 그것 역시좋은 일이다. - P39

메멕스를 흡수한 소설과 소설에서분리된 메멕스를 편의에 따라 분리했고 각각을 배치한 후 크게 덩어리를 나눠 두 편의 글로 완성했다. 메멕스(memex)는 메모리(memory)와 인덱스(index)를 합친 용어로 배니바 부시는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한 달 전인 1945년 7월『애틀랜틱 먼슬리』에 발표한 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에서 메멕스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이는 하이퍼텍스트나 인터넷 의시초가 되는 개념이었다. - P50

웃기면 웃으면 되는 거다, 하는 식으로 속으로 되뇌었고나도 웃길 수 있는데 생각했지만 태순아, 여자가 웃긴 건 미덕이 아니야 하는 큰오빠의 말이 떠올랐다. 웃기고 있네, 웃기지도 않은 주제에, 태순은 생각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생각난 걸 말하지 않고 속으로만 말하다 보니 어느 순간 말하지 않는 게 편해졌고 받아칠 타이밍도 잊어버렸고 난 더 이상 웃기지 않나 - P64

봐 하는 생각이 들어 우울하기도 했지만 내가 나를 웃기니 그걸로 됐어, 웃기는 사람들을 가만히 지켜보거나 생각하고 집에 들어가 오늘 있었던 일을 쓰고 내일 있을 것 같은 일을 쓰고 더 기분이 좋을 때는 10년 후의, 30년 후의 일에 대해 일기를쓰는 걸로 시간을 보냈다. 30년 후에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 그때는 나도 오십이 넘고 손녀 손자에 볼 장 다 봤을 나이고 텔레커뮤니케이션으로 외국인들과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세기말이니까 여자가 웃긴다고 지랄할 사람은 없겠지, 안 그래, 양코 씨? 하고 태순은 생각했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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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12-15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햇살과함께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햇살과함께 2022-12-15 21:21   좋아요 2 | URL
감사하고 축하드리고요^^
오늘 길이 많이 미끄럽던데 외출시 조심히 다니시고요~
 

미국을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한때는 싫어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미국이 아니면 어디? 라고 베른하르트는 생각했고 계속해서 쾌적한 진창 속에 발을 디미는 것 같은 요즘의 기분이 캘리포니아의 날씨와 겹쳐지는 순간에는 미래가 실현될 것 같은 기분, 우주 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묘한 흥분이 느껴졌다. - P10

그러나 생각해보시오, 베른하르트, 당신은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의 편집자와 조판 디자이너와 영업자와 유통업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까, 책이 나오기위해 기능하는 물질적, 인적 기반들에 대해 아주 사소한 사실도 모르지 않습니까, 저는 이러한 작은 힘들이 모여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결부되어 있는 관계에 대해 아무런 인식없이 넘어가고 그러한 인식을 하지 않는 것이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발전되어온 추상화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해석하고 망각하고 가르고 나누지 않고는 아무것도 흡수할 수 없고 점점 더 그러한 방향으로 모든것을 정리하고 흡수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어떤 절대적인 현실인 양 행동해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렇게 신경 구조가 생겨먹었거나 그러지 않으면 폭발하는 기억과 감각으로 인해 돌아버릴 거라는 공포감 때문인지, 인지 스스로 인지 고유의 편협성을 키워왔던 것입니다, 라고 하인츠 폰 푀르스터는 말하며 자신이 직접 땅을 일구고 집을 세운 래틀스네이크 힐의 쉽게 바스라지는 갈색 흙을 으깨듯 밟았다. - P12

니체의 뒤통수를 친 헬레네 드루스코비츠의 책 『논리적으로, 윤리적으로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이며 세상을 위해서는 욕된 존재인 남성』을 퍼뜨리고 다니며 여자들은 분석을 싫어해, 여자가 공부를 하면 대머리가 되지, 여자가 공부하면 손이 자라서 나무꾼처럼 된단다 따위의 말에 저항했지만 정작 유행한 건 오토 바이닝거나 크리스티안 에렌펠스 같은 이들의 사상이었고 곧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으며 그다음엔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우리는 인종 문제에 모든 걸 집중해야 했거든. 나는 검은 머리를 가진 독일인들이 예나 지금이나 싫은데 이런 생각 역시 너무나 역겹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해. 루스 베네딕트는 커다란 손으로 도끼를 들고 장작을 패며 기분 전환을 했는데 그건 그녀가 공부를 너무 했기 때문일까. 나는 나이가 들수록 깨닫게 되고 외할머니에 대해서 생각하게 돼. 그녀는 자전거를 좋아했는데 자전거가 여성해방을 앞당겼다, 자전거가 가져온 빠른 발놀림이 여성의 한계를 돌파하는 반여성적이고 반남성적인 새로운 유형의 인간을 탄생시겼다고 한 로자 마이레더의 말을 믿었고 자전거에 크뇌들을 싣고 다니는 걸 예순 살 넘을 때까지 멈추지 않아 많은 분들을 걱정시켰어. - P20

베르사유조약을 그때 처음 알았고 메이시회의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도록 이 사람들이 하는 얘기가 뭔지, 이것은 하나 마나 한 얘기가 아닌가, 우리는 어디를 맴돌고 있는 걸까,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하인츠가 말한 대로일지도 모른다. 저는 당연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제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 당신과 그레고리, 마거릿 같은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고 그전까지 존재했던 생각이라는 게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 하지만 알 수 있는 것도 있어요, 저는 얼마 전에 이혼했고 이제 다시는 전남편 같은 사람을 만날 일이 없으며 어릴 때는 플로이드 델과 젤다 피츠제럴드의 책을 즐겨 읽었지만 그것도 다시 읽을 일이 없습니다, 플래퍼들을 동경했지만 그들에게 흥미를 잃었고 얼마 전에는 마거릿 미드와 논쟁을 벌였어요. 그녀는 은인 같은 사람이지만 처음 만난 건 전쟁 때였어요,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고 모두가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가정보다 일이었고 그게 가정을 지키기 위한 일이었다는 사실은 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 알았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사이렌이 울리지 않았나요. - P21

memex 8. 자전거
이란이 여성의 자전거 탑승을 금지하는 파트와(이슬람 율법해석)를 발표했다. 20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실은 지난 18일 웹사이트를 통해 이런 파트와를 발표했다. 하메네이는 이슬람 시아파의 최고위 율법학자 자격으로 신도의 질문에답하는 형식으로 발표한 파트와에서 여성이 공적인 장소에서자전거를 타면 가족 이외 남성의 눈에 띄게 되기 때문에‘하람(Harām)‘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슬람 율법에는 ‘의무’, ‘장려’, ‘허가’, ‘기피‘, ‘금지‘의 다섯 단계 의무 규정이 있으며 하람은 이 중 ‘금지‘의 범주에 들어간다. - P23

memex 11. 유토피아
유토피아란 말은 now-here(지금 여기)가 아니라, no-where(없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유토피아적 사고의 가치는 폄하되고 있다. 유토피아적 사고의 가치는 당대의 경험과 정치적 욕구들 사이에 공간을 창조하고, 그러한 욕구들을 새로운 형태의 정치 건설에 낙관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언제나 페미니즘의 기획이었고, 페미니즘이 결정론적 사회 이론을 혐오하는 이유들 중 하나였다. - P31

memex 14. 타자기
김훈은 인터뷰에서 소설을 원고지에 쓴다는 이야기와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다는 이야기를 했고 여고생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참 아름다운 존재로구나, 생명이 있는 여자는 찬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일했던 회사에는 고은 시인의 원고를 전담해서 타이핑하는 여자 직원이 있었는데 고은의 악필이 너무 심해서 그녀 말고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었고 그녀가 옮기는 과정에서 단어나 조사를 조금 틀린다고 한들 그걸 알아낼 사람도 없었다. 육필 원고는 권위주의이자 - P32

가부장, 자유주의 휴머니즘의 상징이다. 타자기가 처음 들어왔을 때 이 신기술은 편리하지만 하찮아 보였고 보수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았으며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아직 투표권을 획득하지 못한 여성들이 타이피스트가 되어 사회에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체스터턴은 집 안에서 남의 말을 듣기 싫어하는 여성들이 밖에 나가서 남의 말을 받아쓰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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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12-14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체스터튼 말 웃픕니다~

햇살과함께 2022-12-15 00:09   좋아요 1 | URL
그죠~ 아니 남의 말을 듣기 싫어하는 것 남성 아닌가요? 그리고 밖에 나가 남의 말을 받아쓰는 일은 돈을 받는 일이죠~!!
 
나주에 대하여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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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작가님의 마음 탐구생활. 어긋나는 마음, 감춰진 마음, 들켜버린 마음, 사라지는 마음, 다가오는 마음들. 여러 마음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섬세한 묘사를 즐길 수 있는 8편의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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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다닐 때까지는 가까워진 아이들끼리 주로 불행 배틀을 했던 것 같은데. 누가 더 불행한가를 겨루려는 게 아니어도 조금만 가까워지면, 조금만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라치면 우리는 모두 가족 카드를 꺼냈다. 가능하면 불행한 쪽으로, 과잉되었던 면도 취해 있던 면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 집이 IMF 때 망해서, 이런 - P231

인트로는 흔했다. 아빠 씨발놈이 술만 처마시면 패서, 하고 시작하는 이야기도 간혹 있었다. 사실 우리 엄마 아빠 별거중이거든, 하고 조심스럽게 내미는 카드도 있었다. 밝고 단순하고 귀엽던 수영도 우리 부모님 이혼했거든, 난 엄마랑 살고, 하는 얘기를 할 때면 항상 조금씩 긴장하는 얼굴이 되곤 했다. 그때의 나는, 우리는그게 중요했다. 자신이 지닌 불행들, 억울하고 슬프고 답답한 일들이 이제 그런 이야기는 거의 듣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그런 곳에 있다. - P232

선배 저는요…… 사실 사람들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다는 게 좋아요. 이런 걸 좋아한다는 사실이 너무 촌스럽고 의존적이고 속이 빈 것 같다는 걸알면서도 그래서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가끔 이렇게 털어놓고 싶어져요. 저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가 저를좋아하는 일이, 몹시 중요해요. 한없이 그쪽으로 몰두하면 좋지않을 걸 알아서 계속 경계하고 그 외의 것들로 균형을 잡으려고노력해도………… 제가 하는 그 모든 일의 밑바닥에는 끈질기게 그생각이 들러붙어 있어요. 본령처럼요. - P240

그렇게 말하며 현정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자세가 불편했지만 꾹 참았다. 이렇게 삼삼오오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들중 어디선가 또, 비슷하게, 이런 식으로 숨겼던 마음들을 서로서로 이야기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표면과 내면이 같고 싶은데, 그건 정말 잘 안 되는 거구나. 취한 듯 물기어린 현정의 말에 나도 그래, 라고 말하지 못했다. 네가 좋아, 라고도. - P242

저 레즈비언이에요.
어?
뭘 그렇게 놀라요?
아니 나는.....…
현정이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샤넬 든 레즈비언은 처음 봐서.
망했다.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 말 한마디로 현정이 나에게 지니고 있던 손톱만큼의 호감, 어쩌면 동료의식, 어쩌면 호기심,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 따위는 한 줌 재가 되었겠지…..

- 쉬운 마음 - P245

모르는 사람에게 새가 예뻐요! 하고 말을 건 것이다. 남자는 기쁜 웃음으로 답했다.
감사해요! 많이들 잘 못 보시던데…
못 본다고요? 그렇게 잘 보이게 얹고 다니면서? 뭐 독특한 모자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긴 하겠네요…… 그런 웅얼거림은 속으로 삼켰다. 속마음을 모두 소리내어 얘기하는 무례한 사람이고 수지 않았다. 남자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남자가 어깨를 들썩이면 남자의 머리에 앉은 새도덩달아 조금 푸드덕 했지만 남자의 머리에 박아넣은 발이 절대로떨어지지 않았다. 남자는 묘기를 부리며 읊는 대사처럼 나에게 말을 건넸다.
자기만의 동물을 가진 사람들은 많잖아요.
나는 그 말에 또 한번, 나답지 않게 질문을 해버렸다.
자기만 보이는 동물을 가진 사람들은요?
있겠죠. 소수여도, 모두 같은 걸 보는 건 아니니까요. - P256

나는 사자의 큰 앞발과 큰 혀를 보고 웃었다. 그루밍이지. 몸을씻는 거지. 다 안다. 사자는 흐흥 하고 나를 따라 웃고는 너도 해줄까? 말하는 듯한 표정과 몸짓을 지어 보였다. 카펫만한 혀가 가까이 와서 나는 으악 아니아니, 하고 몸을 밀어 뒤로 물러났다. 삐치려는 사자를 달래며 나는 말했다.
내가 할게.
그러고는 손으로 (혀로는 아무래도 무리니까) 그루밍하듯 머리끝부터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머리를, 어깨를 팔을, 가슴을, 두허벅지와 다리를 먼지 털듯 탁탁 치며 쓸어내고 꾹꾹 눌러 쓰다듬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닦아내는 것 같기도 했다. 물 없이 세수하는 모양새로 얼굴도 손으로 만져보았다. 진짜 고양이세수네.
진짜 기분 좋아지네.
한결 낫다. 고맙다.
나의 인사에 사자는 갈기를 한번 부르르 털었다. 아주 풍성하고따뜻한 향이 나는 갈기였다. 나 이제 안 와 나는 어쩐지 사자가그렇게 말할 것을 알고 있었고, 괜찮아, 했다.

- 침묵의 사자 - P287

나주에 대하여』에서 우리가 만난 인물들이 앞서 소개한 연구에 참여했다면 모두 이십 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상상할 수 있는 타인의 마음 상태가 다른 사람들보다 많다. 하지만 더 많은 마음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쉽게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은 것들을 보기 때문에 더 넓은 상처에 노출된다. 나주에 대하여』에 수록된 여덟 편의 소설은 타인의 마음을 잘 읽는 사람들이자신 앞에 놓인 마음들을 읽기 위해 끊임없이 마음과 마음 사이를오가며 만든 발길의 흔적들로 빼곡하다. 목적지는 점점 많아지고길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시간은 제한되어 있으니 방황은 필연적이다. 방향에 최단 거리는 없다.

해설, 마음 이론 - P294

못생긴 마음들을 쓸 때 나는 이상하게 행복하다. 그것을 솔직하게 쓸 수 있어서, 회피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나는 대체로 확신과 용기가 없는 채로 살아가는데, 소설을 쓸 때만은 용기가 생긴다. 이런 마음을 써도 돼. 확신도 생긴다. 이렇게 쓸 거야. 소설은 나에게 그런 것을 준다. 지레 포기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언제나 상황에 따라 변하는 나의 무른 질감이 싫었는데, 소설을 쓸 때의 나는 그보다는 조금 단단해지는 것 같다. 나는 소설이 나에게 가져다준 이 단단함을 사랑한다.

- 작가의 말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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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술을 해요?
빨리도 물어보네.
그렇게 말하며 영은은 눈을 흘겼다. 퍽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왜 서로의 아픈 곳을 보여야만 가까워질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질문이 떠올랐고 그건 희재의 목소리였다. 이런 거였구나, 희재, 영은은 속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고막에 종양이 있어요. 수술해서 상한 부위를 다 도려내야 하는데 잘돼도 청력이 반 정도만 돌아오고 잘 안 되면 계속 염증이 두개골을 갉아먹는대요.
…… - P178

누구요?
사진집 낸 사람.
아, 로런 캐머런.

- 척출기 - P181

눈을 동그랗게 만든 나에게 은주는 덧붙였다.
천마총이요. 들어가면 잠깐 경이로운데…돌아나오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과거를 아껴두려는 현재의 손길이 덕지덕지, 결국 현재만 남아 있어서. 저는 그게 참 위로가 되더라고요. 결국 지금이라는 것이. 그 얄팍한 게.

- 정체기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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