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
김마리아, 강주룡, 정정화, 박진홍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을 만났을 때 놀랐던 기억은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할 만큼 생생하다. - P5

"너는 언제부터 조선의 독립을 생각해왔는가?
"한시도 독립을 생각하지 않은 일이 없다."
"여자가 어째서 남자들과 함께 운동을 했나?"
"세상이란 남녀가 협력해야만 성공하는 것이다. 좋은 가정은 부부가 협력해서 만들어지고 좋은 나라는 남녀가 협력해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 P25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투사가 되었느냐 물었지요. 나는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조선에서 어떻게 하면 투사가 안되고 살 수 있습니까? 친일 부호라면 몰라도 우리 같은 노동자는 싸우기 싫어도 싸워야 하는 게 현실이지요. 따지고 보면 기자 선생도 지금 붓으로 싸우고 있는 거 아닙니까?" - P39

"…우리는 49명 우리 파업단의 임금 감하를 크게 여기지는 않습니다. 이것이 결국은 평양의 2300명 고무공장 직공의 임금 감하의 원인이 될 것이므로 우리는 죽기로써 반대하려는 것입니다. 2300명 우리 동무의 살이 깎이지 않기 위해 내 한 몸뚱이가 죽는 것은 아깝지 않습니다. 내가 배워서 아는 것 중에 가장 큰 지식은, 대중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란 것입니다. - P48

한 아이가 태어나 첫울음을 울 때 그 아이의 일생을 누가 알겠는가. - P57

"얻고 싶었던 것을 얻었고 가고 싶었던 곳을 찾아가는 지금, 나는 그토록 갈망했던, 제 한 몸을 불살랐으나 결국 얻지 못하고 찾지 못한 채 중원에 묻힌 수많은 영혼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을 대신해 조국에 가서 보고해야만 한다. 싸웠노라고, 조국을 위해 싸웠노라고, 나는 아들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손끝으로 말해주었다. 조국이 무엇인지 모를 때에는 그것을 위해 죽은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고, 그러면 조국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 P73

사람들은 임신한 몸으로 가혹한 심문을 견딘 나를 보고, 독하다고 했지만, 당시 일제에 맞서 싸우는 운동가라면 누구나 그래야 했어. 다른 동지들이 도망갈 수 있도록 최대한 버티는 건 우리의 원칙이었지. 그러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잡혀서 똑같은 고통을 겪고 목숨이 위태로워지니까. 나와 함께 검거됐던 박영출 동지도 결국 고문 후유증으로 옥사하고 말았는데, 그러고 보면 정말 독한 건 그런 고문을 한 일제이건만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독하다고 하는구나. - P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이 일을 겪은 후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의원’은 ‘누구라도 일할 수 있는 직장‘이기도 한 거라며 자부심 넘쳐 있다가, 내가 의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의사가 아니라면, 청소노동자이거나 간호사이기라도 했다면, 아마도 휠체어를 타고 근무할 수 있는 조건은 쉽게 갖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것은 훨체어가 들어올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물리적인 장벽 문제가 아니다. - P224

아, 그렇구나. 환자 입장에서도 ‘약이 잘 듣지 않는다‘, ‘선생님이 권해준 치료가 효과가 없다‘는 얘기는 결코 쉽게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구나. 이런 얘기를 피하기 위해, 그냥 다니던 병원을 바꿔버리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그들은 그러지 않고 용기를 낸 것이었다.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병원에 갈 수도 있는데 굳이 여기에 와서 살림의원과 자신을 맞추어가려고 노력 중이었던 것. - P3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거 이거 초장부터 기습공격이~ 지하철에서 눈물 삼키느라 혼났네:;;;

"아휴, 이런 거 주시면 안 된다니깐요."
"원장님, 오늘 제 돌이에요. 돌잔치 하는 거예요."
돌이라는 말을 듣고 어, 싶어서 얼른 차트를 보았다. 딱 1년전, 그녀가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던 날이다.
"이제 저 여자로 산 지 1년이에요. 그러니까 1년 전에 다시 태어난 셈이죠. 돌인데 누구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스스로 선물하려고 샀어요. 여자 향수예요. 제 거 사면서 원장님 것도 하나 더 샀어요. 원장님도 여자잖아요." - P15

하아… 우리 엄마는 무서운 여자…. 하다 하다 대한민국 페미니즘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내가 살을 빼야 한다는 압박까지 하시다니.... 나 솔깃할 뻔했다. 내가 통통한 것이 대한민국 폐미니즘을 욕먹이고 있는 것인 양 부끄러워질 뻔했다고. - P42

수술장에서 남자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지위가 높아진다고한다. 인턴-전공의-전임의-교수 순으로 나이가 많아지면서 지위가 올라간다. 반면 여자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지위가 낮아진다고 했다. 인턴이나 전공의(즉 의사)-간호사-청소 노동자 순이었다. - P85

성폭력상담소에서 자원활동을 하는 동안 수많은 전화 상담사례들을 보며, ‘순수성을 의심받는 피해자‘에 치를 떨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피해자들은 자기 비난과 자책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 P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캐롤》은 《리플리》의 작가로 유명한, 범죄 스릴러의 대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1921~1995년)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의 천재적, 인간적, 정치적 비범함을 여기 다 적을 수 없다. 나는 하이스미스를 알게 되면서 가장 좋아하는 영어권 작가가 바뀌었다. 게다가 문학 작품 번역자는 로컬의 소설가여야 하는데, 이 책이 딱 그렇다. 빼어난 번역(김미정) 덕분에 나는 전속력으로 읽었지만 모든 장면이 쏙쏙 들어왔다. - P143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생은 너무 힘들다. 인생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고통과 실망과 과제를 안겨준다. 인생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고통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수단으로 세 가지가 있다. 우리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고통을 가볍게 생각하도록 하는 강력한 편향, 고통을 줄여주는 대리 만족, 고통에 무감각하게 하는 마취제."(246쪽) - P182

여성주의는 양성 이슈, ‘여혐 대 남혐‘ 식의 대칭 언어가 아니다. 여성주의는 ‘인간‘과 ‘인간의 여자‘로 나누는 권력에 대한 질문, 즉 인간의 범주에 관한 인식론이고 <제2의 성>은 그 역사를 압축한다. - P187

모든 선언은 일시적 전략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 P189

아, 참 국립국어원은 ‘남성 페미니스트‘를 "여성에게 친절한 남자"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앞에 "예쁜 여성에게만" 붙이면 완벽하네요! - P191

이 책에 대한 나의 관심은 우리말 제목이다. 《사랑받지 않을 용기》, "자기 비하를 그만두고 다른 여성을 존중하자. 남성 사회에서 사랑받지 않을 용기를 내자."(245쪽). - P205

시인이자 여성주의 사상가 에이드리엔 리치는 영화 〈가스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수 세기 동안 여성은 남성 사회가 켠 가스등 때문에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부정당해 왔다. ‘미친여자‘는 오로지 남성의 경험에 의해 판정되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바로 우리 자신에게 미스터리였다니!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보살필 의무가 있다. 여성의 인식과 자신감을 믿자, 서로에게 가스등을 켜지 말자." - P231

자기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대한 해석, 생각과 고통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일이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산을 넘는 일이다. 록산 게이의 《헝거》를 읽고, 나는 열패감과 좌절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감히‘ 그가 부러웠다. 그는 해냈다. 그것도 아주 잘 해냈다. - P2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런 무해한 척하는 순진함은 사실 나태함의 다른 이름이고 결국 넌 기꺼이 2차 가해자로 복무한거야…… 말이 심하다니 천만에, 그걸 복무가 아닌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겠니…… 피곤하다고? 저쪽은 인생이 조각났는데 고작 피곤함 따위를 내세우게 생겼냐고…. - P2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