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단도 어디서나 글을 썼어요. 애들 재우면서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애들 자고 나면 식탁에서 쓰거나 소파에서 쓰고, 온갖 군데 책을 가져다놓고. 그렇게 5년 걸려서 쓰는 거예요. 그러면서 느끼는 거죠. 내 공간,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도 없고, ‘내가 여기서 사는 게 행복한가‘ ‘여기서 이렇게 주부로사는 게 행복한가‘를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전에도언제나 어딘가 아픈 느낌, 울적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게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게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주부들이 겪고 있는 문제고, 그렇다면 이상하다는 거죠. - P170

베티 프리단은 바로 그런 ‘여성성의 신화‘에 도전해요. ‘애는 엄마가 키워야 된다‘라는 신화에 ‘엄마만 애를 키우면 애가 아주 불행해진다. 특히 딸이 가장 불행해진다‘라고 맞서죠. 불행한 여성들이 아이를 자기 성취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아이들과 아주 이상한 의존관계, 나쁜 방식의 공생관계를 만들어요. 실제로 프리단이 관찰을 해보니까 아이들의 정서적 문제가 이럴 때 많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딸에게 결혼이 여성의 행복이라고 주입을 하고, 딸이 자기 살림을 꾸리게 하려고 빨리 결혼하게 만드는 게 여성성의 신화 하나라는 거예요. - P171

그런데 제2물결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거죠. ‘우리가 참정권 가져봤자 남성들이 항상 권력을 쥐고 우리가 누구인지 계속 대신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았냐. 이제 우리 입으로 우리가 누구인지 말하겠다.‘ 여성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하겠다는 선언이죠. 그런 점에서 남성과 다른 여성의 ‘차이‘를 여성 스스로 말하겠다는 것, 이것이 바로 제2물결 페미니즘의 중요한 성찰인 거예요. 그래서 보통 여성의 운명이라고 여겨져왔던 결혼, 출산이라는 부분에 착목해서 출발하는 거죠. - P174

이 제2물결 페미니즘은 한국에 수용되면서 래디컬 페미니즘이라고도 불렸고요. 그런데 저는 페미니즘 자체가 래디컬하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곧 래디컬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래디컬‘이라는 말은 ‘근본적’이라는 뜻이에요. ‘뿌리‘라는 말에서 왔어요. 페미니즘이 래디컬하다는 것, 즉 뿌리를 건드린다는 건 지금의 질서에 도전적인 이야기를 페미니즘이 다하기 때문이에요. - P175

특히나 이 래디컬함은 여성이 남성 인간과 같지 않다는 그 차이를 아주 중요히 여기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제1물결 페미니즘이 동일성, ‘우리가 같은 인간이다’라는 걸 외쳤다면, 제2물결 페미니즘에서는 남성이 말하지 않는 여성성에 대해서 여성인 내가 이야기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남성이 규정했던 그 여성성이 신화라는 걸 밝히고 그 신화를 깨는 운동들을 해요. - P176

여성성의 신화》가 출간된 지 10년이 지났다. 이 책을 쓰기기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여성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때 우리를 모두 수동적으로 만들고 서로 떨어뜨려 놓아 현실에 널려있는 여러 문제와 가능성을 보지 못하게 만들던 그 신화에 결박되어, 나 역시 다른 여성들처럼 부엌 바닥을 왁스칠하면서 희열감을 느끼지 못하는 내게 무언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했다. - P177

그런데 프리단은 ‘사회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자기 선택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를 물어요. 그리고 우리가 완전한 자유의지로써 그 많은 선택들을 하는 것인지를 묻죠. - P181

즉 시간과 공간의 조건하에 있는 생각이라는 걸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자꾸 이걸 보편화시켜요. 보편화시킨다는 건탈시간적인 것, 탈공간적인 것, 맥락 초월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인간이라면 이래야 한다‘, ‘여자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게 어떤 시기의 발명품일 수 있어요. - P191

저는 이런 식으로 자기 스스로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는 게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누구인지를 말하고, 내가 누구인지를 말할 때 기존에 본질이라고 했던 내용을 의문시하고, 기존의 규정을 새로 규정하고, 새로운 설명을 마련하는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누가 나한테 ‘너는 누구다’라고 해서 거기에 ‘왜 그런 건데?‘라고 했더니 ‘원래 그런 거니까’라고 하면요, ‘네가 원래 이거니까 넌 이렇게 살아야 해‘라는 식의 당위가따라오잖아요. 이거 안 하면 이상한 사람이 돼요. 그런데 내가 ‘본질? 나는 그런 거 모르겠고, 내가 나를 설명하고 나를 규명해’ 이러면, 설명하고 규명하기 위해서 정당성이 필요해지죠. 정당성이라는 건 이유잖아요. 그렇게 나를 설명하는 내가 가진 이유가 있잖아요. 그러면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기 스스로 당위를 만들수 있어요. - P194

본질이 있어야만 무엇을 해야 한다는 당위가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나를 설명하는 정당성 차원에서 우리는 우리의 규칙을 마련할 수있어요. 이게 아주 중요해요. 여러분 생각해보세요. 내가 규칙의조건에 참여하는 것과 참여하지 않고 규칙을 따라야 하는 곳은 완전 달라요. - P194

이런 걸 주체성이라고 불러요. 자율이라고 하죠. 스스로 자기의 규범을 만드는 존재가 되는 거죠. 제2물결 페미니즘의 중요한 목적이 뭐죠? 여성이 주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거죠. 자기 설명을 통해서 ‘여성이 어떻게 해야만 한다‘라는 당위마저도 마련해내는 자율과 주체성의 내용들을 만들어내는 게 제2물결 페미니즘의 큰 관심일 수밖에 없는 거죠. - P195

그리고 나서 내린 결론이 이 여성성의 신화를 만든 주범은 바로 사회라는 거예요. 더 재미있는 건, 사회가 제시한 여성성에는 아내, 엄마만 있다는 거죠. 여자들의 다른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아내, 엄마 이외의 여성적 경험을 말하지 않는다는 건 무슨 의미죠? 여성이 아내, 엄마 외의 다른 경험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경고라는 거예요. - P197

신화라는 말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게, 제도적으로는 인간이 모두 평등하고, 인간은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 누구의 강요 없이 자기 스스로가 한 선택인 것처럼 보이니까요. - P200

그러니까 여기서 신화라는 건 아주 이중적인 것 같아요. 자유의지, 자유 선택의 밑에 깔린 그 기제를 신화라고 표현한 것 같고, 동시에 여성성이라는 게 원래부터 있다고 하는 본질주의, 즉 여성성이라는 게 이런 것이라고 하는 본질주의 자체가 신화적이라는 이중적 의미에서 신화를 말한다는 거죠. - P200

구조와 선택 사이의 매개인 신화의 장치들을 잡아내고 그 속에서 ‘내 몸은 내 것이다‘라고 외치는 것과, 그 신화가 작동되는 원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내 몸은 내 것이다‘라고 외치는 것 사이에는 질적인 차이가 크게 있다고 생각해요. 신화의 작동으로 내가 선택이라고 믿는 상황이 생겨났다는 점을 분석한 것이 프리단의 업적이죠. 이러한 프리단의 분석은 제2물결 페미니즘의 중요한 구호,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와 연관됩니다. 이 구호는 정치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누가 구별하느냐고 묻는 거잖아요. 다시 말해, 한 개인의 선택이라고 흔히들 말하는 사적인 영역이 실은 굉장히 정치적인 일이 발생하는 곳임을 밝힐 뿐 아니라, 이영역이 정치적 영역임을 여성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게끔 은폐하는 구조와 기제들을 비판하는 거예요. - P216

그러니까 여성들이 그 구매를 하게끔 하는 소비주의와 연결된다는 거죠. "적당히 조작된 미국 주부들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정체성과 목표를 찾고, 창조력을 느끼며, 자아를 실현한다고 느낀다고 한다. 심지어 부족한 성적 희열까지 느끼기도 한다. 그가 여성들이 미국 전체 구매력의 75퍼센트를 차지한다고 자랑할 때 나는 갑자기 그 사실이 지니는 중요한 의미를 깨달았다. 또 미국 여성들이 상품을 구입하는 데 있어 위력적이라는 것과, 수많은 상품들의 희생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 P221

여성성의 신화가 결국 여성들을 공허하게 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집안일을 끝내지 않는다는 게 프리단의 아주 중요한 통찰이에요. "여성성의 신화에 따라 산다는 것은 역사의 되돌림이고, 인간의 진보에 대한 가치를저하시키는 것이다"라는 거예요. 당연히 그렇다는 거죠.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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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이 너무 많아. 별표친 것만. 눈물난다.
제2의 성 주요 인용구는 어려워 혼자 이해가 안되지만, 김은주 선생님이 자세히 풀어주시니 이해가 되네.

그중 첫 번째 의미는 시몬 드 보부아르가 실존철학 개념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문제에 착목해서 자신의 철학적 입장을 펼쳤다는 겁니다. - P103

이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서 제일 중요한 개념은 타자라는 개념인데요. 타자는 다음과 같은 바를 전제해요. ‘어떤 집단이든 대척점에 있는 타자를 세우지 않고서는 단일한 하나가 될 수 없다. 이 말은 사실상 동일성이 ‘어떤 변치 않는 본질이 있기에 동일하다‘라는 정체화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시몬 드 보부아르의 통찰은 동일성은 그런 식으로 성립되는 것이아님을 강조하는 거죠. 요샛말로 ‘인싸(인사이더)‘, ‘아싸(아웃사이더)‘ 같은 이야기로 알 수 있어요. 누군가를 타자로 딱 배척하는 거죠. 우리는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면 하나가 되잖아요. 바로 보부아르가 그렇게 이야기를 해요. 어떤 집단이 하나가 되려면 나와 대척점에 있는 타자, 나와 다른 존재를 세워놓으면 된다는 거예요. 실은 동일성이란 우리가 가진 본질 때문이 아니라, 외부의 타자를 배척함으로써 획득되어왔다는 거죠. 그게 되게 중요하다는 거예요. - P111

이 책에서 중요한 말은 이미 알고 계실 거예요.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말은 여자라면 어때야 한다는 것들에 대해서 여자가 왜 그래야 되느냐는 거예요. - P115

《제2의 성》에서 두 번째로 주목할 부분은 왜 여성성을 신화화했는지에 대한 분석이에요. 이 분석이 탁월해요. 보부아르가 살았던 시대에 이 신화화에 일조한 사상이 바로 정신분석학이에요. 특히 프로이트요. - P117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가 그걸 아주 중요한 신화, 원형인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가족 모델을 만들어놔요. 두 번째로 그 속에 존재하는 여자를 언제나 결핍된 존재, 타자, 없는 존재로 만들죠. 결핍된 존재, 없는 존재니까 여자의 본성이 시기, 질투가 되는 거죠. 없기 때문에 언제나 원하는 거예요. - P119

프로이트는 가족과 재생산을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으로 설정하는데, 사실 그걸 털어보면 인간 남성을 인간의 기본 모드로 만드는 중요한 장치가 바로 가족과 재생산이라는 거예요. 이게 가부장제고, 이게 원초적으로 여성을 옭아매는 억압이라는 통찰이 《제2의 성》에 등장해요. - P119

보통 래디컬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제2물결 페미니즘을 예고한 책이죠. 여성 억압의 본질이 가부장제, 가족, 재생산, 어머니됨에 있다는 통찰을 줘요. - P120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항상 타자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남자는 여자를 타자화함으로써 ‘인간‘이 되었던 거죠. 이게 굉장히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실제로 남녀의 위치라는 건 - P126

언제나 비대칭적이라는 걸 밝혀냅니다. 이것이 페미니즘의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에요. 우리가 페미니즘을, 그 이론을 이해한다는 건, 남녀의 성차가 비대칭적인 상태이며 그것들을 교정하려는 어떤 시도가 페미니즘의 출발점이라는 걸 이해한다는 거예요. 시몬 드 보부아르가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통해 이것에 대해 일종의 논증을 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P127

보부아르가 말하는 건, 여성이 주체가 되려고 하는 건 굉장히 실존적 고민이 많이 필요한 일인데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 P133

특히 남자들은 여자들이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걸 이용한다는 거예요. "이와 같이 여자는 구체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호성을 인정하지도 않고 자기가 남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또는 ‘타자‘라는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기 때문에, 자기가 주체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와 같이 여자는 구체적인 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라는 이야기가 중요해요. 그래서 페미니즘은 언제나 구체적인 이야기들에서 시작해요. - P134

자세하게 묘사를 하는 건 그래야만 여자가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인 겁니다. 이러한 묘사를 읽는 여성들은 여성들이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그 경험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함께 겪고 있고, 겪어왔던 일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다른 세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페미니즘의 출발은 여성들의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나요?‘라고 할 때 ‘경험을 말하고 경험을 경청하라. 그리고 경청을 통해 우리는 페미니즘의 출발을 마련할 수 있다‘라고 하죠. 보부아르도 그래서 이런 구체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고요. - P135

그래서 "무한히 열려 있는 미래를 향하여 발전을 도모하는 것 외에는 눈앞의 실존을 정당화하는 길은 없다"라고 쓰는 거예요. 자기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이유는 내가 자기초월을 통해서 계속 자유로운 존재로서 내 실존의 자유를 완성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게 아주 중요해요. - P142

그런데 대자존재가 되는 걸로 만족하는 게 아니에요. 그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자유를 실현하는 거니까요. 이 과정이 한 번으로 끝나면 즉자존재로 머무를 수밖에 없겠죠. 왜? 시간이 지나가고 있잖아요. 그 안에서 계속 쟁투하고 대자존재가 되려고 하는 과정들, 계속 반복적인 운동들의 양상을 펼쳐가는 걸 변증법적dialectic 과정이라고 이야기해요. 그 과정과 자유론을 연결하는 게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특히 보부아르의 주요한 생각이에요. - P144

여자에게 그런 본질이 있는 게 아니라 억압의 구조, 가부장제라는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공통적인 느낌을 받는 거죠. 우리의 속성이 아니라 구조가 같기 때문에, 구조의 유사성으로 인해서 억압의 체험 양상이 유사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자꾸 ‘여성의 본질이 그러하다‘라고 학습하게 되잖아요. 사실은 구조의 본질이 그러하다‘라고 해야 하는 거죠. 구조를 비판하기는 쉽지만, 사실상 이 구조를 작동하게 하는 행위자는 정확히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구조는 문제시될 수 있더라도, 이 문제가 있는 구조의 어떤 지점을 타격해야 이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가 불 - P152

분명한 거죠. 그리고 그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역시 그 구조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구조의 작동에 기여하기도 해요. 그래서 구조는 단단해요. 문제를 느끼는 자, 체험하는 자는 그 구조의 단단함을 더 강하게 느끼고요. 문제를 느낄 수 없는 자에게는 구조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죠. 마치 공기처럼요. 구조는 그걸 체험하는 여성에게만 있을 뿐이죠. - P153

그리고 여성이 나의 주체성을 드러내면 자꾸 혼나요. 그래서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죠. 그러면 그 안에서 에너지 소모도 많지 않을까요? 주체적으로 에너지를 다 발휘할 수 있는데, 그 안에서 이래도 되나, 저래도 되나 고민하다가, 남자들이 100을 펼칠때 여성은 못하는 거죠. 에너지 50은 자기 안에서 소모해버린 다음에 결정하는 과정들 속에서 발전이 늦다는 거죠. 심리도 그런 식으로 형성되고요. 그걸 이겨낸 여성들은 아주 소수겠죠. 그리고 얼마나 드세겠어요? 소위 ‘드센’ 여자들인 거죠.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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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분명 1장 다 읽고 오늘 2장 읽으려고 했는데 1장 다시 보니 이 생소함은 뭐냐. 밤에 맥주 마시며 졸며 읽었더니…다시 1장 읽고 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읽어야 할 책.

36페이지 <아기장수 우투리> 나와서 집에 있는 그림책 찾아봤는데, 너무 화가 나네. 우투리의 ‘어리석은’ 어머니가 콩 한쪽 먹는 바람에 우투리가 군사들의 화살에 맞아 죽고, 우투리가 묻혀있는 곳을 나쁜 임금에게 발설하는 바람에 3년에서 하루 모자라 무덤이 열려서 우투리가 환생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난세에 영웅으로 태어난 우투리가 영웅 노릇 못한게 어미 탓이다. 여성 탓이다. 이런 옛이야기였다니, 화가 나네. 우투리가 날개 달린 괴물이 아니라 여성이 괴물이라는 얘기 같네.

첫 번째는 페미니즘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과 함께 페미니즘과 철학이 만나는 자리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두 번째는 ‘여성은 인간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여성은 인간인가‘를 물으며 여성의 지위를 논하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t와 시몬 드 보부아르 simone de Beauvoir의 사상을 다루는 부입니다. 마지막 질문은 바로 ‘여성인가, 여성들인가‘입니다. 이 물음과 함께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을 설명하려는 목 - P10

소리들이 울려퍼지며 ‘여성인가, 여성들인가‘라는 궁금증을 품게된 베티 프리단Betty Friedan, 슐라미스 파이어스톤Shulamith Firestone, 오드리 로드Audre Lorde의 사유를 따라가보았습니다. 다섯 명의 페미니스트 사상가를 통과해, 페미니즘 철학의 기초라 이야기할 만한 것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 P11

그는 힘을 함께 확인하는 노력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만약 시스터후드가 우리의 같음을 확인하는 것에 그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시스터후드 바깥의 아웃사이더가 생겨나고, ‘우리’는 인사이더의 타자인 아웃사이더와 그 경계에 빚지어 허상의 자매를 흠모하고 모방하는 그런 시스터후드만을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 P11

여성들이 하는 철학과 여성주의 철학은 다릅니다. 페미니즘 철학은 여성주의 철학이에요. 여성주의적인 어떤 지향, 여성주의와 관련된 내용을 다뤄요. 여성주의의 개념적 도구가 될 수 있고, 또 철학의 내용 안에서 여성주의적인 가치판단, 가치평가들도 함께 진행합니다. - P18

참과 거짓을 가리기 위한 나 자신이 객관적 기준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이게 근대적인식론의 출발점이에요. ‘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이 세계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근대 인식론의 핵심입니다. - P19

결국 인식론은 ‘하나도 빼지 않은 모두에게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성이라는 게 있다‘, ‘이 이성이라는 걸 가진 존재를 인간이라고 부르자’ 이런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요. 이게 인식론의 중요한 출발점이에요.
그런데 페미니즘은 바로 거기에 문제를 제기해요. - P20

우리가 보편적이라고 하는 인간, 이성적이라고 하는 인간이 마치 모든 인간을 다 호명하는 것 같지만,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까 그 인간은 대체로 남성이고, 유럽, 그것도 서유럽에 살아요. 인간에 대한 개념이 만들어진 시기도 있어요. 18세기 정도부터죠. 그리고 이들이 문명이래요. 또 이 사람들은 기독교인이고, 결혼한 남성, 아버지가 된 가부장이에요. 가부장이 되어야 우리가 진정한 남성이 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렇죠? 그들은 이성애자이기도 하고요. 예전에 이 사람들은 노예 소유자이기도 했어요. 얼마만큼의 재산도 있어야 해요. 너무 가난한 사람들도 아닌 거죠. 이런 존재들인 거예요. - P21

‘경험 이전에 내가 있는 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내가 구성되는 게 아닐까?‘ - P22

이러한 태도는 시공간을 다 떠나서 언제나 변하지 않는 신과 같은 시점에서 삶을 이야기하는 거고, 어딘가 우주 멀리에서 내가 있는 것처럼 보는 건데, 실제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느냐면 이 세계 속에서, 이 시간 속에서, 이 공간 속에서 육체를 갖고 살아요. 육체의 경험을 갖고 살죠. - P23

그다음에 ‘정신과 신체라는 게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 ‘정신이 우월하고 신체는 하등한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논변들이 등장하면서보편적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가 무엇이었는지에 도달하게 되는 거죠. 바로 남성의 신체가 사유하는 인간의 표준이었다는 거예요. - P25

보부아르는 특히 현상학이라는 측면에서, 즉 우리가 지식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식을 현상으로서 경험하고 있다는 바에서 논의를 시작합니다. - P25

다양한 ‘나’들을 말하고 보편 인간을 비판하는 철학, 즉 기존의 철학을 비판적인 입장에서 검토하는 이야기들이 있는 겁니다. - P26

여자들의 신체적 현상은 재생산에 머물러 있죠. 출산, 수유 같은 것들. 그리고 그것들을 여성의 굉장히 중요한 특질로 부각하잖아요. 그런데남자들의 신체적 특징은 부각되지 않지만, 계속 보장돼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남자는 항상 남자야‘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 있잖아요. 여자의 경우는 다르죠. 여자다움이라는 것에도 나이가 있잖아요. 젊을수록 여자잖아요. 근데 남자는? 영원히 남자잖아요. - P28

그러니까 여자는 어떻게 표시돼요? ‘-A‘, 즉 A가 아닌 것으로 표시돼요. 이게 아주 중요하다고봐요. 자기가 누구인지 표시될 수 있는 것과 자기가 무엇무엇이 아님‘이라고 표시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 P30

그러니까 정상성과 보편성의 기호, 즉 A가 바로 남성이었고, 여성은 비非남성의 지위인 거죠. - P31

플라톤 안에 육체적 존재들에 대한 혐오가 있었던 거예요. 그러면서 플라톤은 피 흘리고 임신하고 출산하는 여성을 자연에 가까운 존재로 딱 놔요. 아리스토텔레스도 여성을 사회적 존재가 아니라 동물과 노예와 함께하는, 노동의 영역(‘조에zoe‘라고 분류하는)을 담당하는 존재로 보는데, 그걸 ‘타자의 위치에 있다‘라고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타자로서의 여성을 어떻게 생각해볼 것인지가 생각 거리로 남죠. 여성이 타자라는 걸 철학적으로 처음으로 언명한 사람이 바로 시몬 드 보부아르이고, 《제2의 성》에서 이 문제를 탐구해요. - P33

그리고 괴물이라는 존재는 신화는 성서든, 많은 텍스트 안에서 지혜를 획득해야 할 존재가 거쳐야 할 관문으로 등장했어요. 그런 점에서 타자와 괴물은 굉장히 긴밀하죠. - P35

그래서 괴물에 대한 서사는 이렇게 봐야 되지 않나 싶어요. 동일자가 알 수 있는 지식의 한계 영역에 괴물, 타자의 영역이 있다는 거예요. 타자가 설명되지 못하는 건 동일자의 한계지, 타자 자체가 능력이 없거나, 불운하거나, 아무런 의미도 없거나, 지식과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무시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이야기할수 없다는 거예요. - P38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동일자의 철학은 타자를 버린 적이 없고 그것을 이용해왔다는 거예요. 이렇게 철학이 타자성 자체를 이용해왔고 필요 없으면 버려왔지만, 그와 무관하게 타자는 언제나 존재해왔고요. 그리고 이런 대문자 인간으로서의 서사를 비판하면서 타자로서 여성의 위치를 확인하게 되고, 그러면서 페미니즘 철학이 필요한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게 된 거예요. - P40

20세기 들어서 많은 소수자들 혹은 많은 타자들, 그러니까 자신의 존재론적 위치, 인식론적 위치를 누군가(억압자)가 대신 말해줬던 사람들은, 예를 들어서 그 억압자들이 자기를 비하했던 용어를 통해서 자신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해요. 자기를 억압했던 말들을 이용해서 자기를 설명하려고 하는 지혜를 가져요. - P42

‘맞다‘라고 생각하는 걸 의심해보는 일에서 철학이라는 작업이 시작되는데, 이런 걸 아포리아aporia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바로 페미니즘 철학이 같은 일을 해요. 그 철학들이 기존의 남성 철학자들, 가부장제 철학에 문제가 있으니까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는 거죠. 스스로를 억압해온 것일 수 있는 언어들과 사상들에서 출발해 그것들을 의심해보고 길을 잃으면서 간다는 거예요. 또 그 안에서 반대만 하는 게 아니라 여성들의 언어, 여성주의 사상을 전염시켜요. 기존의 사고와 가치를 다시 철학이라는 개념으로 부수고 다시 새로운 개념으로 창조하는 것들이 페미니즘 철학의 중요한 입지라는 겁니다. - P45

저는 페미니즘 철학이라는 게 여성주의적 가치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해보는 철학이면서 페미니즘의 내용들과 개념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보는 철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작업의 효과는 기존 철학의 주제들, 그러니까 인식론, 존재론, 윤리학 같은 것들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페미니즘 철학의 활동은 근대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현대 철학과 조우하죠. - P46

페미니즘 철학은 자기의 지도, 자기의 시간이 있어요. 그리고 지금의 철학적 사유들은 계속 새로운 개념들을 만들어내고, 기존의 철학이 틀린지 옳은지를 다시 검증해보죠. 이게 틀린 것인지 옳은 것인지. 그리고 검증을 통해 폐기해야 할 것은 폐기하고요. 그런 과정들이 계속 있습니다. 페미니즘철학이 그러한 것처럼요. - P51

제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철학은 이래요. 타자인 여성이 철학 개념과 이론에 명시적이고 또 암시적으로 배어 있는 여성 평가절하의 논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는 건데, 여기에 철학의 도구를 이용한다는 거죠. 기존의 철학을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뿌리 깊은 기성 철학의 입장에서 벗어나 어디서든지 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유들의 목초들, 풀들을 자라나게 하는 일인 거예요. 지워버리고 없애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겹쳐 쓰다보면 새로운 모양이 될 수 있잖아요. 다 지우고 새로운 흰 종이에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방식 안에서 새로운 운동을 발명하면서 살아가는 것들, 이게 저는 페미니즘철학인 것 같아요. - P53

페미니즘이라는 그 이론들의 개념이라든지 방법론, 기존의 가부장제적 지식들을 비판할 수 있는 그런 도구들을 철학적인 개념으로 만들어내는 일들이 또 페미니즘 철학 고유의 어떤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 P54

인간은 원래 이성적인데, 인간을 비이성적으로 만드는건 교육의 문제이거나 이성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우리가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거죠. - P58

울스턴크래프트는 이런 걸 거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 왜냐하면 스테레오타입으로 누군가를 취급하면, 인간으로서 그누군가가 자기 개성을 만들 수가 없다는 거예요. 울스턴크래프트가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강조하는 건, 여자의 이성이에요. 여자도 인간이고 이성이 있기 때문에 그 이성을 근간으로 여성을 대해야 된다는 거죠. - P65

여성은 결혼과 함께 법적 책임과 권리를 남편에게 양도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폭력에 저항할 수가 없어요. 기혼 여성은 물론 채무 책임도 없죠. 하지만 계약에 서명을 하거나 소송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심지어 법률적인 효력이 있는 유언도 남길 수가 없어요. 경제활동도 할 수 없고요. - P71

그래서 여성의 주체적 선택을 그린 소설이라고 평가되고, 제1세대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하는 거죠. 여성이 주체적이기 때문에. 그런데 여기서 제인 에어가 주체적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뭐죠? 바로 상속이잖아요.
울스턴크래프트 역시 주체성의 조건에 대해 같은 생각을해요. 경제력, 돈이 있어야 된다는 거죠. 돈이 없고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여자는 마지못해 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동생을 탈출시켜요. 그리고 여성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 여성의 주체되기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 거죠. - P73

이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계몽의 정신은 나만 각성할 수있는 아니라 이성을 가진 누구나 각성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나만 각성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여성도 똑같이 각성할 수 있다는 거죠.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교육을 포함해서 페미니즘의방법론을 취한다면 모두 변화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졌던 거예요. 그래서 이 <여권의 옹호>를 쓴 거죠. - P79

18세기 계몽주의가 부르짖던 ‘인간의 권리‘라는 말 속의 ‘인간‘은 오로지남성만을 의미한다는 거예요. 당대 가장 진보적인 로크John Locke나 루소 같은 사상가들도 여성은 자연적으로 남성보다 약해지기 때문에 남성과 절대적으로 평등해질 수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는거예요. 자기 사상과 실제로 자기가 실행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크고, 굉장히 편견이 있다는 거죠.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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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프로젝트 -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5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권김현영 외 / 푸른지식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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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을 악어로 그렸다는 것에 불쾌감과 거부감을 느끼는 남성들이 많겠지만, 이 책의 취지를 알고 많은 남성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남성을 남성으로 그리면 이 책을 읽는 남성 대부분이 남성 가해자에게 동일시할 것이므로, 피해자인 여성에게 감정이입 하는 경험을 해보도록, 여성은 개별적인 인격으로, 남성 가해자는 악어로 그렸다는 것을(그럼에도 여자사람보다 악어에게 더 이입하려나??). 사람으로 태어나 악어가 되지 않도록, 내 집의 인간부터 사람으로 잘 유지시켜야 하겠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책으로 만든 작가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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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성들은 흔히 겪는 일인데 왜 우리는 제대로 공론화 하지 못했던 것일까. 대학 강의를 하면서 이런 주제로 토론을 하기 시작하면, 쏟아지는 여학생들의 제보에 처음에 남학생들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다 이야기가 조금만 더 길어지면 어김없이 남학생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우리를 다 가해자 취급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수업 시간마다 하도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 나는 남학생들에게 왜 그들의 친구보다 그 친구를 모욕한 낯선 사람에게 더 쉽게 동일시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잘못은 내가 아닌 다른 남자가 했는데도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도 남자니까, 나도 조금은 저런 행동을 하기도 하니까, 혹은 내 친구들이 저런 행동을 한 것을 알고 있으니까……. 여러 가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진짜 자신의 감정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왠지 불편하다는 말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으므로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남자들 모두가 당연히 괴롭힘을 즐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는 말을 강조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일부 남자들에게만 해당된다는 말을 들으면 이런 불편함이 해소될까? 오히려 그런 말 때문에 변화를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 다행스럽게도 저자는 이런 갈등에 대해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의 내용과 수준을 결정한 것은 바로 이 두 가지 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갈등을 쉽게 해소하려고 들지 않은 것, 그리고 갈등을 감정적 딜레마로 만들지 않은 것 말이다. - P172

P.S. 마지막으로 길거리 괴롭힘을 멈추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의 부록을 주의 깊게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자기방어훈련을 배우고 가르친 경험에 비추어보아도 이 책에서 제안하는 방법들 대부분은 매우 효과적이다. 말싸움에서 이기려고 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반복해서 얘기하고, 신체 언어를 명확하게 정돈하고, 상대방이 한 행동을 말로 그대로 묘사하는 등의 대응방안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실제 상황에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장면마다 구체적인 표정부터 목소리, 얼굴의 방향까지를 하나하나 몸에 익혀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여성단체 등에서 주관한 자기방어훈련을 통해 혹은 혼자라도 이런 대응법에 대한 연습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기방어훈련은 더 강해지기 위해서 하는 훈련이 아니라 내 몸의 한계와 가능성을 알아가는 훈련이다. 본인의 신체가 어떤 조건에 있든 간에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시작해보라. 늦지 않았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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