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0 : 서문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크리스틴 델피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봄알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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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정치경제학에서 다루어지지 않던, 비-경제로 정의된 가정 내 경제, 유산, 상속을, 무가치한 것으로 취급된 가정 내 노동을 ‘발견‘하고, ‘성별’이라는 계급을 통해 가부장제에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연구할 출발점을 명료하게 알려준다. 계속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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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4-03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서문은 벌써 끝내신겁니까!! 꺅 >.<
저도 곧 시작할게요!

햇살과함께 2024-04-03 17:04   좋아요 0 | URL
80페이지에 판형도 작고 글자도 대빵 크구요^^ 날로 먹는 책 한 권 읽기^^
 

어마어마한 양의 재산이 시장을 통해서 이동하지 않고 가족 안에서 순환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이 재산은 ‘유산‘이라고 불린다. 나는 또한 재산에 대해 모든 것을 다룬다고 알려진 경제학이 사실은 생산, 순환, 소비체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부분, 즉 시장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 P7

흔히 ‘유산‘이라고 부르는 재산의 순환 방식은 ‘시장‘이라고 불리는 순환 방식과하나하나 대비된다. 바로 ① 교환이 아니라증여에 의해서 규정된다는 점 ② 행위자들은 서로 대체될 수 없으며 모부가 매긴 규칙에 따라 엄격하게 정해진다는 점 ③ 이때의순환은 행위자들, 즉 증여자와 수혜자의 선의에 의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로써 나는 정치경제학에서 다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애초에 비-경제로 정의되는 경제적 측면을 찾아냈다. 경제학의 정의대로라면 경제는 시장과 불가분하기 때문이다. - P11

그러니 가정과 가정 내 노동을 살피게 된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나는 이미 교환이 아닌 증여로 특징지어지는 가정 내 재화의 순환 규칙에 대한 이론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론은 가정 내 생산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세운 전제에서 탈피한 관점을 가져다주었다. 그 전제란 바로 경제와 시장, 경제와 교환이 동의어이자 불가분의 관계라는 믿음이다.
가사노동의 무가치는 이 노동을 개념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에게 예나 지금이나 장애물로 남아 있다. 그런데 내게는 이것이 그 개념을 더욱 명료화하는 하나의 열쇠로 다가왔다. 사실 가사노동의 무가치와 여기에서 비롯된 교환 가치와 사용 가치의 대립은 시장에서만 의미를 지니는 개념이었다. - P16

내가 발전시킨 가정 내 재화의 순환 형태를 다룬 이론에 힘입어 나는 시장 가치가 없다는 것이 가정경제의 특징임을 알게 되었다. 가정경제는 경제 활동의 부재가 아니라다른 경제의 존재를 드러낸다. - P17

이 소비 양식은 그저 양적인 착취뿐 아니라 질적인 착취를 측정하기 위해서도연구할 필요가 있다. 부양을 구성하는 요소를 이해하고 부양이 어떻게 임금과 다른지알아내기 위해서다. 너무 많은 사람이 부양을 금전적인 교환가치로 ‘번역‘하고 있다. 마치 남성으로부터 외투를 받는 여성이 받은 것이 외투의 ‘가치‘인 듯 말이다. 그렇게함으로써 사람들은 임금 지급과 현물 지급간의 핵심적인 차이, 소비된 ‘가치‘와 무관하게 자유로운 소비와 자유롭지 않은 소비 사이를 가르는 이 차이를 지우게 된다. - P21

그리고 가족이 ‘단위‘로서만 경제적 측면을갖는다는, 즉 가족 바깥에 대해서만 그러할뿐 가족 기능 내에서는 경제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거부한 바 있다. - P33

내 접근 방법의 근본적인 공리라 할만한 것은 바로 여성과 남성이 ‘사회적‘ 집단이라는 점이다. 나는 이 두 집단이 사회적으로 명명되었고, 사회적으로 구분되었고, 사회적으로 타당하게 여겨진다는 이론의 여 - P52

지 없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관행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이 사회적 관행은 어떻게 실현되며 어디에 쓰이는가? 이 사회적 측면에 최소한의 중요성만을 부여한다 해도, 우리가 그저 사회가 기능함에 있어 성별이 적절하다고 주장하는 데서 만족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 적절성이라는 것이 결국 사회적 사실이라는 점, 따라서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설명을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게 바로내 작업 가운데 많은 부분이 사회적 사실에 대해 자연적인 설명을 찾고자 하는 노골적으로 자연주의적인 접근 방식들을 규탄하는데 할애된 이유다. - P53

계급이라는 개념은 사회 구성의 개념에서 출발했으며 그 결과를 구체화한다. 집단은 더 이상 관계에 앞서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관계가 집단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성별 분업을 구성함으로써 ‘성 - P70

별‘이라 일컬어지는 집단을 만드는 사회적관계와 사회적 관행을 밝혀내야 한다.
1970년대, 영어권에서 ‘젠더‘라는 개념이 탄생하면서 이론적으로 매우 주요한 발걸음을 떼게 되었다. 나는 1976년부터 이 개념을 사용했다. 젠더 개념은 처음 등장했을때 단 한 단어로 ‘성적‘ 이분법의 사회적 측면을 인정하고 그 사회적 측면을 사회적으로다뤄야 할 필요성을 포괄했으며, 결과적으로 사회적인 측면을 성의 해부학적·생물학적인 면과 분리했다. 젠더는 성 역할에 대한시선을 ‘성‘의 구성 자체로 이동하게 할 방편을 잠정적으로나마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이잠재적인 힘을 발현시켜 가부장제를 연구하고, 여전히 부재하는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이어지는 책에서 다루려 한다. - P71

기획의 말_이민경

그의 글은 68혁명 이후 여성운동이 확대되던 프랑스 사회의 현실적인 맥락, 현실에 관여하는 남성 - P80

이론가들이 발휘하던 영향력과 긴밀히 얽혀 있다. 멜피는 교육과 계급 재생산의 관계를 분석한 부르디외의 『상속자들』에 대해 젠더 분석이 누락되었음을 반박했다. 또한 남성이 연대라는 명목으로 여성운동의선봉에 서고자 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상황적 지식‘의 개념을 지식장에 기입했다. 이 사실은 페미니즘과친숙한 이들에게는 그다지 새롭지 않게 받아들여질수 있다. 그러나 걸출한 분석에 대해 젠더 관점의 부재를 지적하거나 여성운동에서 남성이 대표를 자처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문제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델피의 언어가 있다. 이 이론서는 이제는 하나의 조류를 형성한 언어가 막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순간을 담고 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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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Philos Feminism 4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황희선.임옥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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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넘쳐나는 이분법, 이원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젠더라는 그 오묘한 개념에 대해서도. 언젠가 이 책을 이해하여 해러웨이에게 나의 진정한 오별을 바치고 싶다. 10번 읽으면 가능할까? 이걸 한 번 읽었다고 할 수 있나? 사이보그 되기는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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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3-26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따라갈게요. 그런데 저는 이 책 크리스테바 만큼 어렵네요ㅠ 전 오별은 못주겠어요. 이해가 하나도 안돼요 ㅠㅠ

햇살과함께 2024-03-26 23:15   좋아요 1 | URL
오별은 북펀딩 때 한거라 기대오별? 삼별로 고칠까하다가 그냥 두었어요 ㅠㅠ 저도 크리스테바에 버금가는 난해입니다 ㅠㅠ

다락방 2024-03-26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완독 너무나 부럽습니다!!

햇살과함께 2024-03-26 23:1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화이팅입니다! 아직 5일 남았어요! 다음 달은 이정도는 아니겠죠 ㅠㅠ

잠자냥 2024-03-26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저도 펀딩 후 100자평 5별 줬는데… 여러분들 고생하는 거 보니 읽을 엄두가 나질 않고 🤣🤣🤣

햇살과함께 2024-03-27 00:01   좋아요 1 | URL
ㅋㅋㅋ 잠자냥님은 읽고 오별 준 줄~ 역시 똑똑하신 분~ 했는데 아니었어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4-03-27 06:39   좋아요 1 | URL
그거 그때 펀딩 후 기한 내에 100자평 쓰면 적립금 더 준대서 ㅋㅋㅋㅋㅋㅋ 욕망에 눈이 멀었읍죠 🤣🤣

단발머리 2024-03-27 0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백자평도 너무 좋네요, 햇살과함께님!
무척 부러운 마음입니다!

햇살과함께 2024-03-27 09:17   좋아요 1 | URL
부러워 하실 필요는..이건 읽은 게 아니에요....흑
 

도킨스

9장 상황적 지식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런 와중에 아버지의 법이 도래했고, 객관성의 문제는 언제나 이미 부재하는 지시체, 지연된 기의, 분열된 주체 그리고 기표들의 끝없는 유희에 의해 해소되었다. 무언가에 치우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젠더, 인종, 세계 자체 같은 것들에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은 우주적인 역장(force field) 안에서 기표들의 유희가 보여 준 그야말로 초고속 효과처럼 보인다. 모든 진리는 시뮬레이션의 하이퍼 리얼 스페이스에서 드러난 초고속 효과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단어에다 이런특정한 유희를 집어넣을 수 없다. ‘자연스러운‘ 세계에 관한 신빙성 있는 지식을 고안하는 프로젝트는 편집증적인 장르나 냉소적인 SF에 양도될 수는 없다. 정치적인 사람들로서는 사회구성주의가 현란한 냉소주의를 발산하면서 부식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다. - P332

그런 교훈은 곤충의 겹눈으로 본 세계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나 혹은 정찰위성의 카메라 눈이나 혹은 커피 테이블 색깔 사진으로 변형되었던 목성 ‘근처‘ 우주 탐침으로 감지된 차이들을 디지털로 전환한 신호로 전송된 사진에서도 배울 수 있다. 근대적인 기술과학을통해 이용 가능해진 ‘눈들‘은 시각이 수동적이라는 어떤 생각이든 산산조각 낸다. 이렇게 인공 보철화된 시각 장치들은 우리 자신의유기체적인 눈을 포함하여, 능동적인 지각 체계이며 번역과 특수한 보기 방식, 다시 말해 특수한 삶의 방식을 바탕으로 구축된다는 점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몸들과 기계에 대한 과학적 설명에서 아무런 매개가 없는 사진이나 수동적인 카메라 옵스큐라 같은것은 없다. 오히려 고도로 특수한 시각적 가능성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각자 세계를 조직하는 대단히 훌륭하고 세밀하며, 적극적이면서도 부분적인 방식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 P344

상대주의에 대한 대안은 부분적이며 자리 가능한(locatable) 비판적 지식이다. 그런 대안은 정치학에서 연대라고 일컫는 것이자 인식론에서 공유된 대화라고 일컫는 연결망의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상대주의는 어디에도 없으면서도 동시에모든 곳에 똑같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 P346

과학은 출발부터 유토피아적이고 예지적인 것이었다. ‘우리‘가 과학을 필요로 하는 이유 중 하나다. - P347

‘존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문제적이고 우연적이다. - P348

이와 같은 분석적•역사적 서사 논리는 최근의 페미니스트 이론 역사에서 섹스/젠더구분에 관한 나의 과민 반응을 설명할 수 있다. 섹스는 젠더를 다시-재현(re-representation)하기 위해 ‘자원화‘된 것이다. 그렇게되면 ‘우리는‘ 자원화된 섹스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섹스/젠더구분을 포함하여, 자연/문화의 이분법과 그것의 발생론적 계보에바탕하여 구축된 전유주의자들의 지배 논리가 갖는 함정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 P359

10장 포스트모던 몸의 생명정치

거대 자본은 실제로 고갈된다. 작은 것은 아름답다. - P393

도킨스(1976, 1982)는 사이보그 생물학적 전체론을 가장 급진적으로 폭파시킨 이론가 중 한 사람이자, 그런 의미에서 포스트모던 의식을 깊숙이 이해하고 있는 이론가이기도 하다. 그런 포스트모던 의식에서 텍스트적 · 테크노적 · 바이오적인 것들 사이의 침투 가능성의 논리와 전략적 조립으로서 가능한 모든 텍스트와 몸들의 심화된 이론화의 논리는 ‘유기체‘ 혹은 ‘개체‘의 개념을 지극히 문제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신화적인 것을 무시하지만, 그의 텍스트에 신화적인 것은 도처에 널려 있다. ‘유기체‘와 ‘개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유기체와 개체는 충분히 탈자연화되었을 뿐이다. 말하자면 유기체와 개체는 존재론적으로 우연적인 구성물이라는 주장은 생물학자들의 관점이며, 문화비평가들이나 페미니스트 과학사가들의 느슨한 헛소리에서 나온 것이 야니다. - P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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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개념의 집대성? 어렵네..

가사경제
소비 노동
공통 언어라는 꿈
리들리 스콧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
이원론을 탈출

3부 부적절한/부적절해진 타자를 위한 차이의 정치학
7장 마르크스주의 사전에서 젠더: 용어의 성적 정치학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1989)는 젠더 정체성 담론이 이성애 일관성이라는 허구에 내재되어 있으므로, 페미니스트들은 비일관적인 일체의 젠더들에 대한 서사적 합법성을 생산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젠더 정체성 담론은 또한 페미니스트 인종차별주의에 내재적인 것이기도 한데, 그것은 폐미니스트 인종차별주의는 일관된 여성과 남성의 환원불가능성(non-reducibility)과 적대적인 관계를 고집한다. 이런 과제는 섹스혹은 자연처럼, 단일성으로 나가는 분석적 범주를 ‘실격 처리‘ 하는 것이다. 그런 조치는 젠더의 중핵을 조직하는 내부적인 환상을 폭로하고 재의미화에 열려 있는 인종과 젠더 차이의 장을 생산할 수 있게 한다. 다수의 페미니스트들은 버틀러가 권장하는 것과같은 조치를 거부해 왔는데, 왜냐하면 핵심적 정체성과 그런 정체성의 구성적 허구성이 공격받게 되어 주체 개념이 위축되면 여성의 행위자성 개념을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버틀러는 행위자성은 능력 강화적 제약(enabling con-straints) 속에서 행해지는 제도적 실천이라고 주장한다. 일관된 내적 자아는 (문화적으로) 획득되는 것이든 혹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든, 복잡한 행위자성과 책임성을 생산하고 긍정하는 - P244

페미니스트들의 프로젝트에 불필요한-사실상 금지하는 규율적 허구라는 것이다. - P245

에이드리엔 리치(Adrienne Rich, 1980) 또한 강제적 이성애를 여성 억압의 근원으로 이론화했다. 리치는 ‘레즈비언 연속체‘를 새로운 자매애의 토대를 위한 강력한 은유로 형상화했다. 리치에게 결혼 저항은 역사를 가로질러 레즈비언 연속체를 구성하는 규정적인 실천이었다. 모니크 위티그(Monique Wittig, 1981)또한 여성 억압에서 의무적 이성애가 핵심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독자적인 주장을 전개했다. 프랑스에서 여성해방운동(MLE, Mouvement de libération des Femmes)이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운동과 단호하게 결별한 이유로 MLF의 저자들이 설명했던 공식에 따르면, 위티그와 연대한 집단은 모든 여성들이 그들 위에 군 - P249

림하는 남성들에게 이념적·정치적·경제적 권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성차의 위계적인 사회관계로 구성된 계급에 속한다고 주장했다(《여성문제》의 편집진들, 1980). 여성을 만드는 것은 남성이가진 특수한 전유 관계다. 인종과 마찬가지로, 섹스는 모든 구성물에 선행하는 것으로, 인지된 몸을 포함하여 현실을 생산하는 그런 종류의 ‘상상적‘ 구성물이다. 단수로서 ‘여성‘은 오로지 이런 종류의 상상적 존재로서 존재하는 한편, 복수의 여성들은 전유를 매개로 한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자 섹스로 자연화된다. 페미니스트는 하나의 계급으로서 여성을 위해, 그리고 그런 계급을 소멸시키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투쟁은 이성애라는사회체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섹스‘는 사회를 이성애로건설하기 위해 자연화된 정치적 범주이기 때문이다. ‘섹스‘의 범주에 기반한 (거의) 모든 사회과학은 타도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레즈비언은 ‘여성들‘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성애의 정치경제 바깥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레즈비언 사회는 자연적인 집단으로서 여성들을 파괴한다(위티그, 1981). - P250

어쨌거나 이런 공식은 레즈비어니즘을 페미니즘의 핵심으로 부각시키고 합법화하는 강력한 장점이 있었다. 레즈비언 형상은 페미니스트 논쟁의 장에서 반복적으로 경합하면서 생성적인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킹, 1986). 오드리 로드는 ‘차이의 집‘을 이해하는 핵심에 흑인 레즈비언을 위치시켰다.

함께 여성이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달랐다. 함께 게이 여성이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달랐다. 함께 흑인이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달랐다. 함께 흑인 레즈비언이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달랐다. (...) 어떤 특정한 차이의 안전보장보다는 우리의 자리가 다름 아닌 차이의 집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한참 시간이 걸렸다. (로드, 1982) - P251

퍼트리샤 힐콜린스(Patricia Hill Collins, 1989a)는 흑인 여성들이 그들 자신의억압을 자기-규정하는 시점을 마련하려고 관점주의 이론을 흑인페미니스트 사상의 토대의 특징으로 각색했다. - P254

마르크스주의 덕분에 또 다른 이론을 전개하면서도, 마르크스주의와 젠더의 언어 양자 모두에 비판적이었던 캐서린 매키넌(Catherine MacKinnon)은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섹슈얼리티와 페미니즘이 맺는 관계는 노동과 마르크스주의가 맺는 관계와 유사하다. 대부분 자기 자신의 것임에도 대부분 빼앗긴다는 점에서 그렇다. (...) 섹슈얼리티는 욕망을 창 - P255

조하고, 조직하고, 표현하고, 지시하는 사회적 과정이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사회를 창조하듯이, 섹슈얼리티는 우리가 남성과 여성으로 알고 있는 사회적 존재를 창조한다. (...)타자들의 이익을 위하여 특정한 사람들-노동자들의 노동을 조직적으로 박탈하는 것을 계급이라고 정의한다면, 타자들의 사용을 위해 특정한 사람들의 섹슈얼리티를 조직적으로 박탈하는 것을 섹스, 즉 여성이라고 정의한다. (매키넌, 1982)

매키넌의 입장은 미국 포르노그래피 반대 운동의 상당한 영역에서 정치적 행동을 불러일으킨 논쟁적 접근방식의 중심에 있었다. 매키넌은 포르노그래피를 여성들에 대한 폭력이자 그리고/혹은 여성들의 시민권에 대한 위반으로 정의한다. 말하자면 포르노그래피는 여성들을 여성으로서 구성함으로써, 그들에게 시민의 위상을 거부하는 것이다. 매키넌에게 여성으로 구성된다는 것은 타자의 욕망의 대상으로서 물질적. 이데올로기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여성은 자기 노동의 산물로부터 소외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여성들이 단수 ‘여성‘으로 존재하는 한,그러니까 성적 대상들로서 존재하는 한, 여성들은 잠재적인 역사적 주체마저 되지 못한다. "여성들은 대상화의 주인이 아니었기때문에, 그들에게 대상화와 소외 사이에는 아무런 구분이 없다. 우리는 대상인 그들(them)이었다"(1982). 이런 입장의 인식론적인 정치적 결과는 광범한 영향을 미쳤고 격렬한 논쟁을 초래했다. 매키넌에게 여성들의 생산은 다름 아닌 물질적 환상으로서 ‘여성‘을 생산하는 것이다. - P256

매키넌과 공감하면서 폭력의 젠더화를 분석하면서도 다른 이론적, 정치적 자원을 이끌어 낸 이론가가 테레사 데 라우레티스(Teresa de Lauretis, 1984, 1985)다. 재현에 접근하는 데 라우레티스의 방법론은 젠더를 근대적·후기 근대적 문화이론에서 검증되지 않은 비극적인 결함으로 파악하도록 도왔다. 그런 문화의 단층선이 이성애 계약이다. 데 라우레티스는 젠더를 ‘여성‘ ‘남성‘으로만들어지는 사회적 구성물이자 주체성이 만들어지는 기호학적 생산물로 정의한다. 젠더는 ‘역사, 실천, 의미와 경험의 중첩‘과 관계 맺어야 한다. 말하자면 젠더는 "사회적 현실이라는 외부 세계와 주체성이라는 내부 세계가 겹쳐지는 기호학 속에서 상호 구성되는 효과"와 맺는 관계다(1984). 데 라우레티스는 근대 페미니즘에서 가장 문제적인 개념의 하나인 ‘경험‘에 대한 방법론을 발전시키려고 찰스 퍼스(Charles Peirce)의 기호학 이론에 의지했는데, 그런 근대 페미니즘은 친밀한 체현으로서 경험과 의미화 실천을통해 매개된 경험 양자 모두를 고려한다. 경험은 매개 없이 직접적으로 결코 접근할 수 없다. - P257

여기서 ‘차이의 집‘(로드), ‘대립적인 의식‘ [샌도벌(Sandoval)], ‘우머니즘‘(워커), ‘중심에서주변으로 왕복하기‘[스피박(Spivak)], ‘제3세계 페미니즘‘ [모라가와 스미스(Moraga and Smith)], ‘왼손잡이의 세상‘[안잘두아(An-zaldúa)와 모라가], ‘메스티자 여성들‘(안잘두아), ‘인종적으로-구조화된 가부장적 자본주의‘ [바브나니와 콜슨(Bhavnani and Coul- - P261

son), 1986], ‘부적절한/부적절해진 타자‘(트린, 1986-1987, 1989)등이 페미니스트 담론의 장을 구성했다. 그런 담론의 장은 ‘페미니즘‘의 외부에서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여성‘으로 간주되는 것들을 탈코드화하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형상이 ‘백인‘ 여성들의페미니스트 글쓰기에서도 출현했다. ‘섹스-정치적인 계급‘ [소풀리스(Sofoulis), 1987], ‘사이보그‘(해러웨이, 1985), 페미니즘에서의 여성 주체(데 라우레티스, 1987) 등이 그런 사례다. - P262

"재산의 (자유롭지 못한) 상속인을 낳는 것과 (자유롭지 못한) 재산 자체를 낳는 것은 같지 않다"(커비, 1987). - P265

8장 사이보그 선언문: 20세기 후반의 과학, 기술, 사회주의페미니즘

캐서린 매키넌(1982, 1987)이 제시하는 래디컬페미니즘(rad-ical feminism)은 그 자체가 전유, 통합, 총체화 경향을 보이는, 정체성의 정초 행위에 대한 서구 이론의 풍자화다. 12 래디컬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달게 된 최근 여성 정치의 다양한 ‘순간‘과 ‘대화‘ 전체를 매키넌의 해석에 동화시키면, 사실의 측면에서나 정치적 측면에서나 오류를 범하게 된다. 하지만 매키넌의 이론이 함축한 목적론적 논리는, 인식론과 존재론-그리고 그에 대한 부정을포함하여-이 차이를 삭제하거나 단속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사실 매키넌의 이론이 발휘한 효과 중 한 가지만 래디컬페미니즘이라고 일컬어지는 다형적인 장의 역사를 다시 썼다. 그 주요 효과는 모든 혁명적 입장을 종식시키는 여성의 경험과 여성의 정체성 - P288

이론을 만든 것이다. 말하자면 이 래디컬페미니즘의 이야기 속에구축된 총체화는 급진적인 비-존재에 대한 경험과 증언을 강제함으로써 자신의 목적 - 여성의 단결을 달성한다.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페미니스트가 볼 때 의식은 획득하는 것이지 당연하게 주어진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매키넌의 이론은 인본주의적 혁명 주체 안에 구축된 난점을 일부 제거하는 대신 급진적 환원주의에 따르는 대가를 치른다. - P289

리처드 고든(Richard Gordon)은 이와 같은 새로운 상황을 가사경제(homework economy)라고 불렀다." 고든은 이 ‘가사경제‘ - P301

라는 말을 통해 전자제품이 도입되면서 말 그대로 집안일이 늘어난 현상도 분석하지만, 본래 취지는 예전에는 말 그대로 여자들만하는 일로 간주되었던 여성적인 일과 동일한 성격을 공유하는 형태로 노동이 재구조화되는 현상을 명명하는 것이었다. 노동은 남성이 하든 여성이 하든, 말 그대로 여성적이며 여성화된 것으로다시 정의되고 있다. 여성화된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취약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해체되고 재조립되며 예비 노동력으로착취될 수 있다는 것, 노동자보다는 서비스 제공자로 여겨진다는것, 노동일 제한을 비웃기라도 하듯 급여가 지급되다 말았다 하는노동시간 배치에 종속된다는 것, 언제나 외설적인, 자리를 벗어난, 성으로 환원되는 실존의 경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탈숙련화(deskilling)는 한때 특권적 위치에 있던 노동자에게 새로 써먹을 수 있는 뻔한 수법이다. 하지만 가사경제는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탈숙련화만 지시하는 것이 아니며, 이전까지 숙련노동에서 배제된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새로운 고도 숙련의 노동 영역이 출현한다는 점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이 개념은 오히려 공장, 가정, 시장이 새로운 차원에서 통합되고 있으며, 여성의 위치가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여성들 서로의 차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남너 관계가 갖는 의미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P302

가정: 여성 가장 가구, 연속적 일부일처, 남성의 도주, 독거하는 노년 여성, 가사 노동의 테크놀로지, 가사 노동의 임노동화, 가정 노역장의 재출현, 가정 기반 사업과 자택 근무, 전자화된 가내공업, 도시의 홈리스, 이주, 모듈화된 건축, 강화된(시뮬레이션된) 핵가족, 강도 높은 가정폭력.
시장: 신기술로 제작된 신상품이 범람하는 가운데 새로 마케팅 대상이 된 여성들의 지속적 소비 노동(특히 산업화된 국가들과 산업화 중인 국가들이 대량 실업의 위험을 모면하려 경쟁하게 되면서, 딱히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는 상품을 판매할시장을 넓혀 가려 애를 쓰는 것이 필연이다), 기존의 대중시장을 무시한 채 부유층을 노린 광고전략과 짝을 이루는, 양극화된 구매력, 부유층 하이테크 시장구조에 대응하는 비공식노동 및 상품시장의 중요성 확대, 전자금융을 통한 감시체제, 경험의 시장적 추상화(상품화)의 강화, 그로부터 등장한 실효성 없는 유토피아적 공동체 이론이나 그에 준하는 냉소적이론들, 시장/금융 체계의 극단적인 유동성(추상화), 성적 시장과 노동시장의 상호 관통, 추상화되고 소외된 소비가 섹슈얼리티와 한층 더 결부되는 현상. - P309

나는 서로 겹치기도 하는 두 유형의 텍스트를 간단히 살펴보면서 사이보그 신화를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통찰을 얻어 보려 한다. 바로 유색인 여성과 괴물 자아를 구성하는 여성주의 SF다.
나는 앞에서 ‘유색인 여성‘을 사이보그 정체성의 한 형태로 제시했다. 사이보그 정체성이란, 오드리 로드의 ‘생물신화학(bio-mythography)‘인 [자미](1982)가 서술하는 복합적인 정치적·역사적 층 속에 퇴적된 ‘이방인‘ 정체성들을 융합하여 합성하는 강력한 주체성이다. 이런 잠재력을 지도로 그릴 수 있게 하는 물질적이고 문화적인 격자망이 있다. 로드는 [시스터 아웃사이더(Sis - P315

ter Outsider)](1984)라는 책의 제목에서 이 느낌을 포착해 낸다. 내 정치 신화에서 자매 이방인(시스터 아웃사이더)은 외국인 여성으로, 여성이거나 여성화된 미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연대를방해할뿐더러 안전을 위협하는 적이라고 여기게끔 가정한 상대이다. 내국, 즉 미국 국경 안에서 자매 이방인은 같은 산업에서 분열과 경쟁을 유도하고 착취하기 위해 조작당하는 여성들의 인종적·민족적 정체성의 한복판에 놓인 잠재력이다. ‘유색인 여성‘은 과학 기반 산업에서 선호되는 노동력이며 전 세계의 성 시장, 노동시장, 재생산 정치의 만화경을 일상으로 도입하는 현실의 여성들이다. 성 산업과 전자제품 조립 공장에 고용된 젊은 한국 여성들은 고등학교에서 모집되고 집적회로를 만드는 교육을 받는다. 읽고 쓰는 능력, 특히 영어 능력은 다국적기업에게 이처럼 ‘값싼‘ 여성 노동을 매우 매력적으로 만든다. - P316

기계와 유기체, 기술적인 것과 유기체적인 것에 관한 공식적 지식에서 근본적, 존재론적 분리는 없다.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에 나오는 레플리칸트 레이철은 한 사이보그 문화의 공포, 사랑, 혼란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 P322

이 글에서 사이보그 이미지는 두 가지 핵심 주장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된다. 첫째, 보편적이고 총체화하는 이론을 고안하면아마도 언제나, 지금은 확실히, 현실 전반을 놓치는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둘째, 과학기술의 사회관계에 대한 책임이란 반과학적 형이상학과 기술의 악마학을 거부함으로써 타자와 부분적으로 연결되고, 우리를 이루는 부분 모두와 소통하면서 일상의 경계를 능숙하게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과학기술은 인간을 만족시킬 수단이나 복합적 지배의 기반만 되는 것이 아니다. 사이보그 이미지는 우리 자신에게 우리의 몸과 도구를설명해 왔던 이원론의 미로에서 탈출하는 길을 보여 줄 수 있다. 이것은 공통언어를 향한 꿈이 아니라, 불신앙을 통한 강력한 이종언어를 향한 꿈이다. 이것은 신우파의 초구세주 회로에 두려움을심는, 페미니스트 방언의 상상력이다. 이것은 기계, 정체성, 범주,
관계, 우주 설화를 구축하는 동시에 파괴하는 언어이다. 나선의춤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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