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 읽을 시간 없어서 오디오북 듣기만.
AI 성우 띄어읽기가 좀 거슬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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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공포의 쌍둥이
메리 셸리의 괴물 이브
<미들 마치> <프랑켄슈타인>

마지막 요점을 먼저 말하자면, 밀턴이 딸들에게 자신의 말을 받아쓰게 하는 장면은 18세기 말과 19세기에 걸쳐 매우 인기있는 장면이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거처로 이사 간 키츠가 처음 한 일은 책 짐을 풀고 ‘헤이든이 그린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 딸들과 함께 있는 밀턴을 나란히‘ 핀으로 꽂은 것이었다. 강력한 아버지에게 천사처럼 봉사하는 착하고 젊은 여자가 등장하는 이 그림은 서구 문화가 가장 애호하는 환상의 본질을 거울로 비추어주는 것 같다. 동시에 (『미들마치』의 문단이 암시하고 있듯) 여성의 관점에서 보면 봉사를 받는 아버지라는 밀턴의이미지는 절대적인 권력을 보여주기보다 오히려 그가 여자 자손들에게 의존하는 상태라는 점을 암시할 뿐이다. 눈이 먼 신과같은 시인은 비서의 도움뿐만 아니라 차와 동정도 필요하다. 따라서 적어도 약간의 신성을 상실하고 인간화된다. 그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자면) 삼손화되었다. 그리하여 눈이 먼 로체스터를 시골의 영지로 이끌고 다니는 제인 에어가 자신을 유용하고도 동등한 존재로 만드는 델릴라적인 방법을 찾았다는 것을 샬럿 브론테가 암시하듯, 조지 엘리엇도 똑같은 도상적 전통속에서 낭만주의적으로 허약해진 캐저반과 동등해지고 싶은 도러시아의 은밀한 욕망을 암시한다. ‘그녀가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알고 싶어한 것은 전적으로 미래의 남편에게 헌신하고 싶어 - P404

서만은 아니었다.[……] 도러시아는 아직까지 현명한 남편을 둔것에만 만족할 정도로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련한 아이 같은 그녀는 현명해지고 싶었다. - P405

만일 도러시아의 열정적인 본성이 밀턴의 딸들이 처한 부정적인 역사를 논평하고 있다면, 캐저반의 둔감한 본성은 밀턴의역사적 이미지를 더 강력하게 말한다. 모든 신화를 여는 열쇠의주조자인 캐저반은 숭고함을 장엄하게 정당화하는 밀턴을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독선적이며 현학적이고 재미없는 그는 『미들마치』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천상의 학자에서 성가시고 지루한 학자로, 무덤에서도 도러시아를억압하는 외고집의 시체로 쪼그라든다. 신중하게 표현한 그의소멸을 보건대, 그는 밀턴이라기보다 바이런적으로 매력이 없는 밀턴의 사탄과 더 유사해 보인다. 죄 많은 육체에 대한 거부, 도러시아의 여성성에 대한 노골적인 경멸, 포악함, 독단주의로인해 캐저반은 밀턴적인 여성 혐오주의자를 풍자하는 그림자처럼 보이며, (동시에)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기념비적인 책 『여성의 정신적, 도덕적, 육체적 열등성』을 쓴 붉은 얼굴의 격노한X 교수‘의 초판본이 되고 만다. 그런 남자와 쉽지 않은 결혼을한 야심적인 도러시아는 불가피하게 비참한 여성의 원형으로(블레이크는 이를 가리켜 밀턴의 세 아내와 세 딸들이 합해져슬퍼하는 모습이 되어버린, 밀턴의 울부짖는 ‘여섯 겹의 에머네 - P409

이션‘이라 불렀다) 변해간다. 그녀 자신이 밀턴 딸들의 전형을좀 더 희망적으로 규정했다는 사실은 의심할 바 없이 엘리엇이완벽하게 의도했던 아이러니다. - P410

하나의 선택은 남성의 신화에 표면적으로 온순하게 순종하며, ‘아버지에게 봉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또 다른 선택은 동등성을 획득하기 위해 몰래 공부하는 것이다. - P411

자신의 어려운 처지에 대처하기 위해 다시 쓰기를 선택한 여성 작가는 비록 자신의 분노를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는 있었을지라도, 남성이 만든 장르나 인습 안에서 여성의 비밀을 은폐하며 양피지에 덧쓰거나 암호화된 예술 작품을 생산했다. 『폭풍의 언덕』을 비롯해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도깨비 시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란도』, 실비아 플라스의 『에어리얼』같은 좀 더 최근의여성 (페미니즘적이기까지 한) 신화들은 바로 이런 방법을 선택한 여자들의 작품이다. 물론 『실낙원』에 대한 다시 쓰기와 다시 쓰기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가부장적 시학의 관계는 20세기 들어 (20세기의 여성들은 밀턴의 언어를 몰래 공부해 그들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여성의 전통을 유례 없이 발전시킬 수 있었다) 점점 상징적이 된다. 『실낙원』에 대한 불안을 가장 노골적으로 표현한 여성적 상상력을 볼 수 있는 곳은 초기의 좀더 고립된 『프랑켄슈타인』이나 『폭풍의 언덕』같은 소설이다. 특히 『프랑켄슈타인』은 여성에게 「실낙원』이 어떤 의미인지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 P413

메리 셸리의 유명한 일기가 주로 자신과 퍼시 셸리의 독서 목록 일람표라는 사실이 그녀의 이례적인 과묵함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일화는 메리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이, 대다수 작가들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지적 행위였을 뿐만 아니라 빈번하게 감정적인 행위였음을 강조한다. - P417

『프랑켄슈타인』 서문에서 고백하듯, 메 리셸리도 어린 시절 문학의 ‘백일몽‘ 속에서 살았다. 나중에 메리셸리와 시인인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스스로 ‘[그녀의] 부모의 이름에 어울리는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고 ‘[그녀 스스로] 명성의 목록에 오르기를‘[서문] 바랐다. 어떤 의미에서 월턴의 시적 실패가 밀턴적 맥락에서 서술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메리 셸리는 월턴의 서사를 통해 불안한 환상을 은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판타지 중 하나는 예술, 말, 자율성이 가득한 잃어버린 낙원에서 섹슈얼리티, 침묵, 더러운 육체성이 (‘죽음의 우주, 그것은 신이 저주로 창조한 악, 다만 악을 위한 선, / 거기에서 모든 생은 죽고, 죽음은 살며, 자연은 만들어낸다, / 심술궂고 모든 괴물 같은 것, 모든 기괴한 것들을‘ [2622~625행]) 상징하는 지옥으로 추락하는 여성의 공포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는 것이다. - P423

동시에 이 모든 인물들 사이의 유사성(소외감, 죄의식, 고아와 거지 신세 등)은 교묘하게 놓인 거울들 사이의 유아론적 관계처럼 그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관계를 암시한다. 이 소설에서묘사되는 다수의 결혼과 로맨스의 핵심에 들어 있는 거의 숨김없는 근친상간은 이 지옥 같은 유아론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강화시켜준다. 그중에서도 특히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그의 ‘여동생 이상인’ 엘리자베스 라벤자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다. 빅토르는 엘리자베스를 항상 ‘자신의 소유‘로[1장] 간주했다고 고백 - P425

한다. 월턴이 쓰는 편지의 수신자로서 베일에 싸여 있는 사빌부인도 겉으로는 어떤 의미에서 월턴의 ‘누나 이상‘이다. 그것은마치 카롤린 보포르가 아버지의 친구인 알퐁소 프랑켄슈타인에게 분명 아내 ‘이상‘이고, 사실상 딸과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아무 관계 없는 저스틴조차 은유적으로는 프랑켄슈타인 집안과근친상간적 관계를 맺은 것처럼 나타난다. 그들의 하녀로서 저스틴은 그들의 소유물이자 여동생 이상이기 때문이다. 반면 빅토르가 스코틀랜드에서 반쯤 만든 여자 괴물은 그 괴물의 짝이면서 여동생 이상의 상대가 될 것이다. 둘 다 똑같은 부모/창조자를 두었기 때문이다. - P426

따라서 밀턴과 밀턴을 이해하고자 애쓰는 메리 셸리에게 근친상간은 매슈 아널드가 훗날 ‘자신과의 마음의 대화‘라고 불렀던 자기 인식에 대한 유아론적 열광 때문에 나타난, 피할 수 없는 은유였다. - P427

이처럼 자신이 여자이고, 따라서 타락했고 부적절하다는 여자아이의 무서운 발견은 프로이트의 개념, 즉 잔인하지만 은유적으로는 정확한 남근 선망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리라. 분명 빅토르프랑켄슈타인이 (그리고 메리 셸리가) 이브, 아담, ‘죄‘, 사탄과맺는 다양한 관계에 거의 기이할 만큼 불안한 자아 분석이 함축되어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남근 선망을 암시할 것이다. - P435

프랑켄슈타인을 미친 과학자의 원형으로만 강조하는 비평가들과 영화 제작자들은 이 사실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괴물의 쓰라린 자기 현시가 메리 셸리의 가장 인상적이고 독창적인 성취인 것처럼, 이름 없는 괴물의 독백이 드러내는 과감한 시점의 이동은 아마도 프랑켄슈타인』의 가장 뛰어나고 기술적인 묘기일 것이다. - P437

여성의 나르시시즘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괴물성은 많은 여성이 자기 육체의 특징이라고 배워온 글자 그대로의 괴물성과 비교해보면 포착하기 힘든 ‘기형성‘이다. ‘괴물의 모습을 한 여자/여자의 모습을 한 괴물‘이라는 에이드리언 리치의 20세기식 묘사는 단지 여자들이 자신을 괴물로 정의하는 긴 역사의 도정 중 가장 최근에 속할 따름이다. 예를 들어 주나 반스의 『혐오스러운 여자들에 관한 책』에 나오는 무서운 이미지들이나, ‘땀 흘리는 하얀 황소 시인은 우리에게 말하나니 / 우리의 성기는 추하다’는 데니즈 레버토프의 말이나, 실비아 플라스의 시「석고상 안에서」의 ‘늙고 노란‘ 자아는 전부 유구한 역사의 한자락이다. - P445

메리 셸리가 괴물의 육체적 ‘기형’으로 이브의 도덕적 ‘기형’을 상징하듯, 괴물의 육체적 추함은 사회적 위법성, 잡종성, 무명성을 나타낸다.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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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신비의 여인’ 에밀리.

“그게 시예요?”
내가 물었습니다.
”아니, 시는 바로 너란다. 이건 시가 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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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19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벌써 찾아보셨군요. 부지런한 햇살님. 찍어 올려주신 책들속에 있는 에밀리의 시 구절 중에 천사들이 우리 옆집을 빌리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이 있네요. 예전에 나온 정혜신씨의 책 <천사는 우리 옆집에 산다>가 혹시 이 시에서 빌려온 제목인가싶기도 하네요. ^^

햇살과함께 2022-11-20 08:05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시 읽고 그 책 제목 생각났었어요!
지금 미리 보기 찾아보니 표제시로 들어가 있네요~!
 

6장 밀턴의 악령
<실낙원> <자기만의 방> <3기니> <제인 에어>
아.. 이 장은 이전 장들에 비해 특히 어렵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셰익스피어의 여동생이었던 죽은 시인’을 소생시키기 위해 문학적 여성은 ‘밀턴의 악령 너머를 바라보아야 한다. 어떤 인간도 그 시야를 막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선언한다. 밀턴에 대한 피상적인 언급은 수수께끼 같아서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 은유는 더는 의미 있게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울프는 그 의미를 더 설명하지 않고 열변을 계속해나간다. 표면적으로는 수수께끼처럼 보이지만 울프가 이 악령을 언급한 맥락은 매우 암시적이다. 밀턴의 악령은 시야를 막아버림으로써 여성들을 광활한 가능성으로부터, 즉 울프가 자기만의 방』전체를 통해 묘사하는 남성적 성취의 풍경에서 차단해버린다. 나아가 여성의 개인성을 부정하는 ‘공동의 응접실‘에 여성을 가두어놓은 것 또한 잔인한 유령이다. - P360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는 특히 밀턴과 그의 딸들의 비참한 관계를 말하기 위해 ‘친절한 대천사‘ 캐저반에게 바치는 도러시아의 숭배를 이용한다. - P362

밀턴의 악령은 그것이 무엇이든 결국 밀턴의 우주론이고, ‘남자가 생각했던 것‘에 대한 그의 시선이며, 대부분의 다른 여성 문인들처럼 울프가 서구의 문학적 가부장제의 핵심에서 감지했던 문화적 신화에 대한 밀턴자신의 강력한 표현인 것이다. - P366

남성의 상상력에서 밀턴이 차지하는 의미가 무엇이든, 여성의 상상력에서 밀턴은 금지하는 아버지(가부장 중의 가부장)와 하나가 된다. - P367

『셜리』에서 브론테는 특히 가부장적인 밀턴의 우주론을 공격했다. 브론테는 여성에게 해로운 이 우주론 안에서 자신의 여자 주인공들이 남성 지배적 사회 때문에 아프거나 고아가 되거나 굶어죽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밀턴은 위대했다. 그러나 그는 좋은 사람이었는가?‘ (그이름이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셜리 킬다는 질문한다. - P369

사탄이 쓰디쓴 열매에 대한 욕망 때문에 비천한 노예로 전락했듯이, 이브도 한 개인으로서 아담뿐만 아니라 원형적 남자라 할수 있는 아담의 노예가 됨으로써, 보부아르가 설명했듯 남편의 노예뿐만 아니라 인간 종의 비천한 노예가 된다. - P375

「밀턴의 잘 알려진 여성 혐오가 고도로 발달한 철학적 전통에뿌리를 내리고 있음에도 사탄, 이브, ‘죄‘ 사이의 연결, 병치, 이중성은 명확한 진술로 조심스레 설명되기보다 『실낙원』의 텍스트에 새겨진 어렴풋한 메시지로 전달된다. 그렇지만 ‘남성 우월주의적‘이고 교부적이며 신 이원론적인 교회의 품 안에서 성장한 예민한 여성 독자에게 『낙원』같은 강력한 작품의 내용은, 숨어 있는 겉으로 명백히 드러나 있든, 상처를 줄 정도로 생생하다. 그런 여성들에게 신, 예수, 아담이라는 성스러운 삼위일체를 악마적으로 흉내내는 사탄, 이브, ‘죄‘의 불경스러운 삼위일체는 20 18세기와 19세기에도 여성적 원칙을 역사적으로 박탈하고 격하시켰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예증한다. - P378

마찬가지로 엘런 모어스가 주장했듯, (개스켈의『메리 바턴』같은) 영국 여성의 공장 소설들과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같은) 미국 여성의 반노예제 소설들은 겉으로는 더 중대한 사회적 문제들을 중립적으로 검토하는 척함으로써 ‘사적으로 속앓이하는 여성의 분노‘를 숨기고 위장했다. 그보다 최근에 나온 버지니아 울프의 분노에 찬 페미니즘 작품『3기니』는 일차적으로 여성 문제를 다루고 있다기보다는 여성 ‘국외자들의 사회‘를 결성함으로써 세계를 변혁하고자 하는 전쟁, 독재, 무지 등을 없애는) 셸리적인 꿈을 말하려는 것이었다.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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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영향력‘ 이라는 단어가 달라졌습니다. 이제 교육받은 남성의 딸은 이전에 지녔던 영향력과는 다른 영향력을 수중에 넣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위대한 레이디 세이렌의 영향력이 아닙니다. 교육받은 남성의 딸들이 투표권이 없었을 때 발휘했던 영향력도 아니지요. 또한 투표권은 있었지만 생계비를 벌 수 있는 권리가 없었을 때 발휘했던 영향력도 아닙니다. 그것은 다릅니다. 매력이라는 요소가 배제된 영향력이기 때문입니다. 돈이라는 요소가 배제된 영향력이기 때문이지요. 여성은 더 이상 아버지나 남자 형제에게서 돈을 얻기 위해 애교를 부릴 필요가 없습니다. 가족이 그녀에게 재정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없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돈이 - P198

필요하기 때문에 종종 무의식적으로 상황에 따라 경탄과 혐오감을 표현했지만, 이제는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말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그녀는 순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비판할 수 있지요. 마침내 그녀는 공평무사한 영향력을 소유하게 된 것입니다. - P199

이러한 의식과는 별도로, 이 장식적인 의상들은 처음 본 순간 극히 기묘하게 여겨집니다. 여성에게 의복의 용도는 비교적 단순한 것이지요. 몸을 감싸주는 기본적인 기능 이외에 의복은 다른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합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만들어줄 뿐 아니라 당신의 성에게서 찬사를 이끌어내는 것이지요. 1919년—채 이십 년도 지나지 않은—까지 여성에게 개방된 유일한 직업이 결혼이었기에, 여성에게 의상의 중요성이란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의상과 여성의 관계는 소송 의뢰인과 당신의 관계와 같습니다. - P203

그러므로 눈에 띄는 표시들을 달고 있는 사람들은 우스꽝스럽게 보이고 학문을 경멸할 만한 것으로 만든다는 견해를 표명한다면, 우리는 전쟁을 유발하는 감정들을 간접적으로 억제하게 되는 겁니다. 이것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 즉 전쟁을 방지하는 방법에 대한 하찮기는 하지만 명백한 공헌이고, 당신과는 다른 훈련을 받고 다른 전통을 가진 우리가 더욱 용이하게 접근할수 있는 방식입니다. - P209

그러나 교육에 대한 열망은 인간의 천부적인 본성이라서, 전기를 살펴보면, 전통과 가난과 조롱이 부과한 온갖 장애에도 불구하고 여성들 사이에 동일한 열망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단 한 명의 여성, 메리 애스텔의 생애를 살펴보기로 합시다. 그녀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지만 약 이백오십년전 그녀의 내면에 이 완강하고 어쩌면 비종교적인 열망이 살아 있었음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합니다. 그녀는여성 대학을 설립하자고 실제로 제안했으니까요. 그 못지않게 놀라운 사실은 앤 공주가 그녀에게 그 기금으로 만파운드를 주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는 물론 지금도한 여성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금액으로는 엄청난 액수이지요. 그런데 그때(바로 그때 우리는 역사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나 극히 흥미로운 사실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교회가 간섭합니다. 버닛 주교는 교육받은 남성의 누이들이 교육을 받으면 그릇된 기독교 종파 즉 로마 가톨릭이 부흥할 거라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그 돈은 다른 곳으로 흘러갔고, 그 대학은 결코 설립되지 않았지요. - P215

그러므로 대학의 여학장들은 글자가 붙은 교수를 선호한다. 따라서 이름 뒤에 B.A.를 붙일 수 없었던 뉴넘과 거턴의 학생들은 직업을 얻는 데 불리했다." 이름 뒤에 붙은 글자가 직업을 얻는 데 도움을 준다면, 도대체 그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어떤 타당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 역사는 답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심리학이나 전기에서 그 답을 찾아보아야겠지요. 그러나 역사는 사실을 제공합니다. 트리니티 대학 학장은 계속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그 제안은," 즉 시험에 통과한 여성이 스스로를 B.A.라고 부를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은 "더없이 확고한 반대에 맞닥뜨렸다. ………… 투표 당일에 학내에 거주하지 않는 학자들이 대거 몰려들었고 1,707 대 661의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었다. 투표 참여자 수가 이에 버금간 적은 한번도 없었다. 평의원회는 투표가 끝난 후 일부 학부생들의 행동이 유례없이 유감스럽고 불명예스러웠다고 발표했다. 많은 학생들이 평의원 회관을 나와 뉴넘으로 가서 초대 학장인 클러프양을 기념하여 세워진 청동 문을 부서뜨렸다. - P221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교육을 통하여 전쟁을 방지하도록 당신을 도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교육받은 남성의 딸들을 위한 대학에 될 수 있는 대로 관대하게 기부하는 것이란 사실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반복해서 말하건대, 이 딸들이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그들은 생계비를 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생계비를 벌지 못한다면, 그들은 다시 사적인 가정교육에 얽매일 것입니다. 그들이 다시 사적인 가정교육에 얽매인다면, 그들은 또다시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전쟁을 옹호하는 데 영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 P233

이 세월들, 이런 교육의 위대한 목적과 목표가 무엇이었을까요? 물론 결혼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결혼을 해야 할 것인가가 아니라,
오로지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였다."라고 그들 가운데 한명이 말합니다. 결혼을 목적으로 그녀의 마음은 훈련을 받았습니다. 결혼을 목적으로 그녀는 피아노를 뚱땅거렸지만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순진무구한 가정 풍경을 스케치했지만 누드를 연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지요. 이 책은 읽었지만 저 책을 읽거나 그 책에 매료되어 이야기하는 것은 금지되었습니다. 결혼을 목적으로 그녀의 몸은 교육되었습니다. 하녀 한 명이 그녀에게 제공되었습니다. 길거리는 그녀에게 차단되었지요.들판도 그녀에게는 닫힌 곳이었습니다. 고독도 그녀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지요. 이 모든 것들은 그녀가 남편감을 위하여 처녀의 몸을 보존하도록 강요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결혼에 관한 생각이 그녀의 모든 말과 생각, 행동에영향을 주었습니다.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결혼이 그녀에게 개방된 유일한 직업이었는데 말입니다. - P235

싸우는 것은 영웅적이고 전장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은 그녀들의 온갖 보살핌과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젊은 남성들을 부추겼지요. 그 이유는 바로 그교육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적인 가정에서 이루어지는교육의 잔인함과 결핍, 위선, 비도덕성, 공허함에 대한 그녀의 무의식적 혐오가 대단히 뿌리 깊이 박혀 있었기에, 거기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녀는 아무리 비천한 일거리에라도 뛰어들고 아무리 치명적인 매력이라도 발휘하려고 했을 겁니다. 그리하여 의식적으로 그녀는 "우리의 찬란한 제국"을 열망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는 우리의 찬란한 전쟁을 갈망했지요. - P237

따라서 여성은 아주 협소한 교제 범위에 국한되어 있으므로, 그 범주를 벗어난 것에 대한 그녀의 ‘무지와 무관심‘은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여성의 무지와 19세기 남성성의 개념 사이에는 명백한 관련이 있으며 (빅토리아 시대의 영웅을 주목하라.) ‘미덕’과 ‘사내다움‘은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한 유명한 구절에서 새커리는 미덕과 사내다움이 자신의 예술에 부과한 제약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
- 3기니 1의 미주 - P408

물론 교육받은 여성이 공급할 수 있는 한 가지 필수품 즉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 여성이 도울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헬레나 노만턴 부인은 "어느 나라의 여성이든 전쟁을 방지하기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대포 밥‘의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다."(「동등한 시민권을 위한 연례 회의 보고서」, 《데일리텔레그래프》, 1937년 3월 5일)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러한 견해를 지지하는 편지들이 신문에 왕왕 등장한다. "이런 시대에 여성들이 왜 출산을 거부하는지 나는 해리 캠벨 씨에게 말할 수 있다. 남성이 자신이 통치하는 땅을 제대로 운영하는 법을 배우고, 분쟁을 일으키지 않은 사람들을 전쟁으로 소탕할 것이 아니라 분쟁을 일으킨 사람들에게만 타격을 준다면, 그런때가 되어야 여성들은 다시 대가족을 이루고 싶은 생각이 들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세상에서 여성들이 왜 아이를 낳아야하는가?" (에디스 매튜린포치, 《데일리 텔레그래프》, 1937년 9월6일) 교육받은 계층에서 출생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교육받은 여성들이 노만턴 부인의 조언을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약 이천 년 전에 이와 대단히 유사한 상황에서 리시스트라타(그리스 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리시스트라타』의 주인공으로서, 아테네와 스파르타 등 도시국가들 사이의 끝없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여성들이 단합하여 성 관계를 거부할 것을 제안한다. ― 옮긴이)도 비슷한 충고를 한바 있다. - P409

"그 돈은 두 가지 다른 이율로 계산되었으며" 그녀에게 속한 돈이기는 했지만 배렛 씨가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미혼 여성들이었다. 결혼한 여성은 1870년 기혼 여성 재산법이 통과될 때까지 재산을 소유할 수 없었다. 레이디 세인트 헬리어는 옛 법에 따라 결혼 재산 양도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내가 가진 돈은 모두 남편에게 양도되었고 나는 한 푼도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나는 수표책도 없었고, 남편에게 부탁하지 않고는 돈을 전혀 얻을 수 없었다. 남편은 친절하고 관대했지만, 여성의 재산은 모두 남편에게 속한다는 그당시의 견해를 묵묵히 따랐다. 그는 내가 쓴 계산서를 모두 지급했고, 내 은행 통장을 가지고 있었으며, 내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도록 약간의 용돈을 주었다." (레이디 세인트 헬리어, 『오십 년의 기억』, 341쪽) 그러나 그녀는 그 금액이 정확히 얼마였는지 말하지 않는다. 교육받은 남성의 아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상당히 큰 액수였다. 1880년 무렵 "아직 근검절약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었던" 베일리얼 대학의 학부생에게 200파운드의용돈은 그저 근근이 살아갈 만한 금액이라고 여겨졌다. 그 용그러돈으로는 "사냥을 갈 수도, 도박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신중하게 지출하고 휴가 때마다 집에 가서 지내면 이 돈으로 버틸 수 있었다."(C. 맬릿 경, 『앤서니 호프와 그의 저서』, 38쪽) 지금은 훨씬 더 많은 금액지노이 필요하다. 지노 윗킨스는 "연간 400파운드 이상의 용돈은 쓸 수 없었고 대학에서 필요한 잡비와 휴가비를 그 돈 안에서 모두 해결했다." (J. M. 스콧, 『지노 윗킨스』, 59쪽) 이것이 몇 년 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의 일이다. -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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