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번역판 저자 머리글과 들어가는 글
다락방의 미친 여자, 반가운 책이 보이네요~

이 책이 출판된 이후 페미니즘의 변화와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투나 타임즈업과 같은 운동이 출현했다. 이는 여성들이 제기했던 이슈들ㅡ성적 착취, 가정 노동, 감정노동, 재생산의 자유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제 소셜 미디어가 출현 당시의 기능과 달리 처벌과 감시 능력을 새롭게 획득하게 되면서 이들이 페미니즘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더욱이 우리가 사는 지금 세상에는 인간이 환경을 착취함으로써 발생한 부정적인 영향들과 기후 변화가 점점 더 걱정스러워지고 있고, 흑인과 아시아인을 포함하여 다양한 인종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다. 그리하여 젠더뿐만 아니라, 인종, 민족, 나이, 장애, 계급, 섹슈얼리티를 교차하는 분석이 절실히 필요해지고 있다.
새라 아메드(Sara Ahmed)가 말하듯이, "교차성은 복잡하게 얽혀있고 실체적이다." 이 책이 나온 이래 가장 최신의 흥미로운 페미니즘 이론은 신물질주의 페미니즘(new materialist feminism)이다. 이 새로운 이론에서는 실체적인 물질성이 핵심을 이루고, 과학과 인문학이 이전 보다 많이 교차하는 특징을 지닌다. 스테이시 알라이모(Stacy Alaimo)와 수잔헤크만(Susan Hekman)은 그들이 편집한 책 『물질적 페미니즘』 (Material Feminisms)의 서문에서 페미니즘은 물질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 P9

신물질주의 페미니즘의 핵심 사상가는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와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를 포함한다. - P10

이 방면의 연구서 출판이 막 시작되는 중이다. 마가렛 앳우드(Margaret Atwood), 옥타비아 버틀러(Octavia Butler), 에밀리 세인트존 만델(EmilySt John Mandel), 웅네디 오코라포르(Nnedi Okorafor)는 추정적인 소설 장르를 사용하여 물질, 이야기, 테크놀로지, 자연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들 탐색의 최전선에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 P11

"앎을 앎의 대상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며, 이론을 메타담론으로 이해하는 것은 관념주의를 부활시키는 것이고, 역사 [이 경우에는 문학] 를데이터로 보도록 만든다." - P21

도리스 레싱은 말하길, "문학은 살아있고, 힘이 있으며, 결실을 맺게 하고, 사유와 토론을 자극한다. 단, 문학의 계획, 모양, 의도를 이해하지 못할 때만 그렇다. 왜냐하면, 모양과 계획과 의도를 알게 되는 순간 더 이상 아무것도 끄집어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은 소설이나 페미니즘 이론에 해당되는 만큼 이 책 자체에도 해당될 것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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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04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읽고 계시군요. 화이팅입니다. ^^

햇살과함께 2023-01-04 17:34   좋아요 0 | URL
ㅋㅋㅋ 간 보기용 서문 살짝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도 띄엄띄엄 읽을 것 같아서요 돌아오신 바람돌이님도 화이팅입니다^^

수이 2023-01-05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는 모두 빨리 시작하시네요 :)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3-01-05 22:38   좋아요 0 | URL
겨우 서문 읽었어요^^ 수이님도 벌써 시작하셨어요? 수이님은 27일에 시작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화이팅!!
 

















이 책을 구매할 때는 <자기만의 방>만 수록된 것으로 알았다.


500페이지. , <자기만의 방> 명성에 걸맞게 500페이지로 두껍구나 했다.


그러나 책을 펼치고 서야, 차례를 보고서야 <자기만의 방>170페이지이고 <3기니>나 300페이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기니>는 민음사 북클럽 특별판으로 이미 읽었는데.


민음사, 단편집도 아니고 2편이 실려 있는데 제목 병기해 주시는 게 어떨까요.


다 읽고 나서야 뒤 표지에 수록작품 자기만의 방 3기니 라고 기재된 것 봤다는. ㅎㅎ


<자기만의 방>은 여자대학의 강연을 바탕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좀 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다. 가장 유명한 내용인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말, ‘세익스피어의 가상의 여동생 주디스 세익스피어의 생애에 대한 글을 포함하여.


<3기니>는 자기만의 방과 다루는 주제는 유사하나(그래서 이미애 번역자님이 두 편을 엮어서 한 권의 책으로 내는 것을 출판사에 제안한 것 같다) 전쟁 방지를 위한 기금을 요청하는 남성 변호사에게 보내는 가상의 편지 형식의 글로, 남성들의 전기, 신문기사 등의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직설적이면서도 아이러니를 꼬집는 방식으로, 가부장제와 파시즘의 관련성을 언급하는, 아주 작정하고 쓴 글이다.


<3기니>를 첫번째 읽을 때는 본문만 읽고 60페이지가 넘는 미주는 제대로 읽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본문과 미주를 병행하여 읽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주장과 분노를 더 잘 느낄 수 있었다(미주에 레퍼런스 되어 있는 남성들의 주장, 남성들이 쓴 책의 내용은 정말 빡치는 내용이 많다!!).


30페이지 정도의 이미애 번역자의 작품 해설도 좋다.


아. 빨리 나가봐야 해서 급하게 대충 쓴다. 다시 읽어봐야 할 글이다.




『자기만의 방』과 『3기니』에서 울프가 지적한 가부장적 가치와 자본주의 및 파시즘을 비롯한 제국주의의 관련성은 귀중한 문명사적 통찰을 담고 있다. 거의 유일무이한 지적일 뿐 아니라, 당시 세계 최강의 제국으로서 숱한 식민지들의 종주국이었던 영국의 심장부에서 나온 비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일부 여성 작가들은 울프가 제3세계의 여성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계급적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울프는 그 누구보다도 당대의 인종적·계급적·성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선구적 여성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울프의 생각은 이 에세이들이 산출된 1920~1930년대보다는 오히려 현대의 사상적 흐름과 더 강한 친화력을 가진 듯이 보인다. 가령 여성에게 조국이 없다는 주장은 전 세계적인 디아스포라 현상으로 인해서 국가의 정체성이나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의 코스모폴리터니즘을 연상시키고, 가정주부에게 국가가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쩌면 미래의 어느 복지국가가 실행에 옮길지도 모를 미래지향적인 발언이다. 전쟁과 여성의 억압이 불가분 관련되어 있다는 예리한 통찰은 결국 인간 삶의 내적.외적 세계를 아우르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생명을 발견하는 총체적 비전으로 나아간다. 울프의 문명사적 비판이 또 다른 감동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P494, 작품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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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22-12-31 13: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대의 여성이 3기니.정도의 글을 쓴다는게 참 대단하다라는 생각했었습니다.
논리적이고, 시대를 초월하는 글이었어요

햇살과함께 2022-12-31 19:57   좋아요 1 | URL
정말 그렇습니다~
가정주부에게 국가가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가부장제와 파시즘의 관계성 등 통찰력이 대단한 사람입니다^^

서니데이 2022-12-31 1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햇살과함께님,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이예요.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햇살과함께 2022-12-31 19:5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새해에도 꾸준한 글 기다리겠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제인 오스틴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제인 에어>를 다시 읽으니 <교수>는 무척 순한 맛이었다.

이렇게 강렬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라니. 우주 최강이다.

제인 오스틴의 캐릭터는 할 말은 하지만 다소곳하게 애둘러

여성으로서, 숙녀로서의 선을 넘지 않는 캐릭터라면,

제인은 거칠 것이 없는, 숨길 것이 없는, 당찬 캐릭터다.

제인의 말투 중 "그래서요?"는 이런 제인의 성격을 잘 나타내 준다.

제인은 "네, 그렇군요? 어머, 그러시군요? 아, 그래요?"라고 묻지 않는다.

제인이 "그래서요?"라고 물었을 때

로체스터 씨는 흥미를 가지게 지껄이게 되고,

리버스 씨는 황당함을 가지고 설명하게 된다.

제인은 외부(남자)의 유혹이나 꼬임, 설득, 협박에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오로지 스스로의 신념과 판단에 의해 행동한다.

그리고 정말 못생긴 여주인가 보다. ㅎㅎ

로체스터에게 돌아가는 것은 못마땅하지만,

로체스터가 불구가 되어야 동등해진다는 것은 못마땅하지만,

버사가 제인의 분신(제인이 버사의 분신이었나??)이라는 것에는 동의가 되지 않지만,

제인 스스로의 선택이니 지지한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도 10장 제인 에어 편이 가장 흥미롭고 몰입이 잘되는 장이었다.


"그래서요?"

"당신이 무얼 자꾸 물어볼 때면, 나를 웃음 짓게 한단 말이야, 제인. 당신은 무엇을 잔뜩 기다리고 있는 새처럼 눈을 뜨고 가끔 불안한 듯이 몸을 움직이거든. 마치 말로 하는 대답은 속 시원히 흘러나오지 않으니까 상대방의 마음속을 읽어내려고 하듯이 말이야. 그런데 내가 이야기를 계속하기 전에 묻겠는데, 대관절 그 '그래서요?'하고 묻는 건 무슨 뜻이오? 그건 당신이 상당히 자주 쓰는 짧은 말인데 그게 나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지껄이게 한 것이 몇 번인지 모르겠어. 왜 그렇게 되는지를 난 모르겠소."

"다음엔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 하셨어요? 결과가 어떻게 되었어요? 하는 뜻이에요."

-2권 144~145P


"그래서요?" 그가 다시 말을 끊자 내가 말했다. "말씀을 계속하세요."

그는 말을 계속하기 전에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마치 이목구비나 얼굴의 선이 책에 찍혀 있는 글자이기나 한 것처럼 천천히 내 얼굴을 읽고 있는 것같이 보였다. 그 숙독의 결과 끌어낸 결론의 일부를 그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2권 230~2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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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2-12-31 09: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제인에어가 자주 쓰는 말이 있었군요 다음말을 재촉하는 말이요. 리뷰도 재밌게 읽었어요
저도 제인에어 다시 읽으려고 대기중이예요^^

햇살과함께 2022-12-31 10:43   좋아요 2 | URL
꼭 다시 읽으세요~! 저도 10대인지 20대인지 읽고 다시 읽은건데 진짜 재밌어요~!!

다락방 2022-12-31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인 에어 다시 읽어야겠어요. 이 페이퍼 읽으니 너무 재미있어요! 제가 처음 제인 에어를 읽었을 때 놓친게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2-12-31 10:44   좋아요 4 | URL
너무 좋아요~!! 항상 폭풍의 언덕이 더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제인 에어가 더 좋네요 물론 폭풍의 언덕도 다시 읽으면 생각이 바뀔지도요~

서곡 2022-12-31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사진 속 각기 다른 커피에 눈이 더 갑니다 ㅋㅋ 신스틸러들 ㅎㅎ 오늘도 즐독열독하시길요!

햇살과함께 2022-12-31 10:47   좋아요 2 | URL
커피가 없다면 못읽었을.. ㅎㅎ
일할 땐 거의 아메리카노만 마시는데 책 읽을 땐 당분 필요해서 달달한 걸로요.
아래 아메리카노는 2번째 잔^^

건수하 2022-12-31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서요? 가 영어로는 뭘까 궁금했었어요. 잊고 있었는데 햇살과 함께 님 덕분에 생각났네요. 찾아봐야지…

햇살과함께 2022-12-31 11:01   좋아요 1 | URL
오호 원문 찾으면 알려주세요 저도 궁금하네요!!

건수하 2023-01-03 09:29   좋아요 1 | URL
So what 뭐 이런걸까? 하면서 제인이 쓸 말 같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Well, sir?˝

였어요 ^^

햇살과함께 2023-01-04 09:19   좋아요 0 | URL
Well을 이렇게도 번역하는군요?
제가 알고 있는 의미와 느낌이 다릅니다~
˝그래서요?˝ 번역 좋아요^^
수하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mini74 2022-12-31 1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앤, 제인에어, 조 마치, 로라 잉걸스 ㅎㅎ 좋아하는 여주들입니다 *^^* 제인에어 진짜 다시 읽고싶어지는 글입니다. 연필 귀여워요 햇살님 *^^*

서곡 2022-12-31 11:00   좋아요 2 | URL
앗 그러네요 연필 귀엽습니다! 커피 보느라고 놓친 디테일 ㅎㅎㅎ

햇살과함께 2022-12-31 11:05   좋아요 2 | URL
앤 저도 엄청 좋아해요!! 몇년전에 10권 세트 다 읽고 뿌듯!! 열심히 밑줄 그어 몽당연필 ㅎㅎ

서곡 2022-12-31 1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햇살님 그 앤 세트 완독하셨단 말씀? 대애단 엄지척!

햇살과함께 2022-12-31 12:06   좋아요 2 | URL
제가 몇 년 전에 몇 달 집에 있었는데, 유일하게 달성한 계획이 앤 10권 읽기였어요 ㅎㅎ 솔직히 5권 결혼 이후는 앤과 길버트는 조연 수준이라 아주 재밌진 않았어요~ 1권은 많이 아는 내용이고 2-4권은 새로운 재미^^ 폭풍 눈물도요 ㅎㅎ

독서괭 2022-12-31 12:58   좋아요 2 | URL
앤이 10권이나 되나요? 우와~ 😳

햇살과함께 2022-12-31 19:42   좋아요 0 | URL
괭님,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세트 있어요~!

독서괭 2022-12-31 1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인에어가 그래서요? 를 많이 하는군요! 저도 곧 재독하려고 하는데 유심히 보게 될 듯요 ㅎ
햇살님 독서를 도와주는 커피들이 아름답네요~ 달달커피 땡깁니다^^
햇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햇살과함께 2022-12-31 19:43   좋아요 1 | URL
괭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토지 완독(완청?) 기원합니다~

새파랑 2022-12-31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인 오스틴보다는 제인 에어 !! 요새 대세는 샬럿 브론테 인거 같아요 ㅋ
비엔나 커피 하우스 가보고 싶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12-31 19:47   좋아요 1 | URL
샬럿 브론테의 재발견입니다~!
비엔나 달달 커피로 종류가 엄청 많아요 알코올 커피도 많고요^^

단발머리 2022-12-31 18: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슨 책이던 이런 커피와 잘 어울리지 않겠습니까마는 ㅋㅋㅋㅋㅋ 너무 아름다워요. 완벽 그 자체죠. 고요히 커피 한 잔과 함께 <제인 에어>를 읽는 시간이라니요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 그 앤 세트 완독한 사람 👋 너무 반가워요 ㅋㅋㅋㅋㅋㅋㅋ 이런이런 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12-31 19:54   좋아요 2 | URL
오 단발님도 앤 완독! 반가워라~!
커피와 책은 세트죠 세트~!!
단발님은 아니시겠지만^^ 맥주와 책도요 ㅋㅋㅋ
 

비록 그들 자신의 미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어떤 강요된 의무로부터 면제되어 있으니까요. 문화와 지적 자유를 실천으로써 수호하는 것은, 앞에서 말했듯이 조롱과 순결, 명성의상실과 가난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앞에서살펴보았듯이 여성들에게 친숙한 스승입니다. 게다가 휘터커가 가까운 곳에서 사실을 제시하며 그들을 도와줄 것입니다. 그가 입증하듯이 전문적 문화의 모든 결실-예컨대 미술관과 박물관 관장, 교수와 강사 그리고 편집자의 직위―이 아직 여성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으므로, 여성은 남자 형제들보다 문화에 대해 더욱 순수하게 공평무사한 관점을 취할 수 있을 겁니다. 매콜리가 단언하듯이 여성이천성적으로 더 공평무사하다고는 한순간도 주장할 필요가없습니다. 그리하여 전통에 의해 원조를 받고 현재의 사실에서 도움을 얻고 있으므로, 우리는 그 원, 매춘된 문화의사악한 원을 깨뜨리도록 도와달라고 그들에게 요청할 약간의 권리가 있을 뿐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이 우리를 도울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성명서로 돌아갑시다. 우리가 그 조건들을 지킬수 있다면 그것에 서명할 것입니다. 그것을 지킬 수 없다면 서명하지 않겠지요. - P334

"우리의 주장은 오직 여성의 권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이렇게 말한 사람은 조세핀 버틀러입니다. "그것은 더욱 광범위하고 더욱 심원하다. 그것은 모든 인간―모든 남성과 여성―이 정의와 평등과 자유라는 위대한 원칙을 몸소 누릴 수 있는 권리의 주장이다." - P337

‘사회‘라는 단어 자체가 거친 곡조의 음울한 종소리―해선 안 된다, 해선 안 된다, 해선 안 된다―를 기억에 울려 퍼지게 합니다. 너는 배워선 안 된다, 너는 돈을 벌어선 안 된다, 너는 소유해서는 안 된다. 너는 해서는 안 된다―이런 것이 지난 몇백 년 동안 누이와 남자형제의 사회적 관계였습니다. - P342

역사가 입증하듯이 과거에도 말해 왔고 앞으로도 말하겠지만 남성이 "나는 우리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라고 말할 때, 그리하여 여성의 애국적 감정을일깨우려고 할 때, 그녀는 자문할 것입니다. "우리 나라‘가 아웃사이더인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그녀는 자신의 경우에 애국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석할 것입니다. 그녀는 과거 자신의 성과 계급의 위상을 알아낼 것입니다. 그녀는 현재 자신의 성과 계급이 소유한 토지와 부, 자산의 규모― ‘영국‘의 어느 정도가 실제로 자기 것인지를 알아낼 것입니다. 동일한 원전에서 그녀는 과거에 법이 그녀에게 제공한 그리고 현 - P346

재 제공하고 있는 법적 보호를 밝혀낼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남성이 여성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다는 말을 덧붙인다면, ‘공습경보‘ 라는 단어가 텅 빈 벽에 붙어있는 이 시점에서 그녀는 자신이 지금 어느 정도의 육체적보호를 받고 있는지 숙고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남성이외국의 지배로부터 영국을 보호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다고말한다면, 그녀는 자신에게 ‘외국인‘이란 없다고 생각할것입니다. 그녀가 외국인과 결혼하면 법적으로 그녀는 외국인이 되니까요. 그러면 그녀는 강요된 우애가 아니라 인간적 공감에 의해서 명실공히 외국인이 되려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 모든 사실들은 그녀의 이성에 다음을 확인시켜 줄 것입니다. 아주 간결하게 표현하자면, 그녀의성과 계급은 과거 영국에 대해 고마워할 것이 거의 없었고, 현재에도 고마워할 것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지요. - P347

인간은 자신의 행위가 흥분을 일으키는 주축이 될 때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무관심하고 행동의 자유를 전적으로 허용할 때 훨씬 더 행동하기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일상의 심리에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349

그러므로 아웃사이더는 이제 자신의 성에 개방된 모든 전문직에 있어서 최저 생계 임금을 반드시 역설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그녀는 새로운 전문직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독자적 견해에 대한 권리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그녀는 자기 계층의 무급 노동자(전기에 제시된 바에 따르면, 교육받은 남성의 딸과 누이들은 현재 현물 지급제로 식사와 잠자리 및 연간 40파운드의 푼돈을 받고 있습니다.)들을 위한 명목 임금을 요청해야 합니다. 특히 그녀는 국가가 교육받은 남성의 어머니들에게 법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도록 역설해야 합니다. 우리의 공동 투쟁에서 이것은 무한히 중요합니다. 바로 이것이 기혼 여성이라는 대단히 명예로운 대규모의 계층이 자신들 나름의 마음과 의지를 가지도록 보장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 P351

"여성이 수용되어야 한다는 유의 제안은 그 어떤 것이든 강렬한 감정을 일깨운다." 어떤 성직인가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의학의 성직, 과학의 성직, 또는 교회의 성직이지요. 그녀가 수용되기를 요청한다면, 강렬한 감정이 틀림없이 등장한다는 교수의 말을 그녀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강렬한 감정은 강력한 잠재의식적 동기가 있음을 분명히 입증한다." 그녀는 그 교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심지어 그가 알아채지 못한 다른 동기들도 알려줄 것입니다. 두 가지 동기에 관심을 기울여 봅시다. 솔직히 말하면 여성을 배제하는 배경에는 금전적 동기가 있습니다. 그리스도 시대에는 어떠했을지 몰라도, 요즘에는 급료가 중요한 동기가 되지 않습니까? 대주교는 만 5000파운드를 받고여자 집사는 150파운드를 받습니다. 그리고 위원회는 교회가 가난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여성에게 급료를 더 지불하며 남성의 급료는 더 적어지겠지요. - P377

"현재 기혼 성직자가 ‘모든 세속적 근심과 노력을 버리고 제쳐두라’는성직 수임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대체로 그의 아내가 집안일과 가족 부양을 떠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세속적 근심과 노력을 제쳐두고 그것들을다른 사람에게 떠맡길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동기이며, 어떤 사람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인 동기입니다. 왜냐하면 일상생활에서 물러나 연구에 몰두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있을 테니까요. 정밀한 신학과 치밀한 고전 연구가 그것을 입증합니다. 실상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동기가 나쁘고 사악한 동기이며, 교회와 교인들, 문학과 인간, 남편과 아내를 갈라놓은 원인으로서, 우리 공화국 전체의 작동을 원활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한몫 기여한 것이 사실입니다. - P378

표면에 올려놓고 조금만 검토해 보아도 동일한 성질의 것임을 알 수 있는 사례들이지요. 패트릭 브론테 목사님의 사례가 그러합니다. 아서 니콜스 목사가 그의 딸 샬럿과 사랑에 빠졌지요. 니콜스 씨가 그녀에게 청혼했을 때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당신은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의 태도는 실감할 수 없을 것이고 나는 그것을 잊을수 없습니다. 나는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는지를 그에게 물어보았지요. 그는 감히 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라고 그녀는 썼습니다. 그가 왜 감히 말하지 못했을까요? 그는 건강하고 젊은 데다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있었고, 아버지는 늙었는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곧 명확해집니다. "그(패트릭 브론테 목사)는 언제나 결혼을 찬성하지 않았으며 늘 결혼에 반대하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니콜스 씨가 자기 딸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조차 참을 수 없었다. 그 결과를 두려워하며……그녀는 다음 날 아침 니콜스 씨에게 분명히 거절하겠다고 아버지에게 서둘러 약속했다." 니콜스 씨는 호어스 목사관을 떠났고, 샬럿은 아버지와 함께 남았습니다. - P382

과학은 무성의 존재가 아닌 듯합니다. 그것은 남성이자 아버지이며, 마찬가지로 감염되었지요. 그처럼 감염된 과학은 주문에 맞추어 측정 결과를 산출했습니다. 여성의 두뇌가 너무 작아서 검사할 수 없다는 것이었지요. 자연에 의해서 입학시험에 통과할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고 교수들이 주장한 그 두뇌는 심사받을 기회를 얻기 위해서 대학교와 병원의 신성한 문 앞에서 오랜 세월을 기다리며 낭비해야 했습니다. 마침내 그허락이 주어졌을 때, 시험에 통과했지요. 필연적이기는 했지만 빈약하기 짝이 없는 이 승리의 길고 따분한 목록은 아마도 다른 파기된 기록들과 함께 대학 기록 보관소에 있을 겁니다. - P397

그것은 어떤 관련성을 암시하고 있고, 그 관련성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니까요. 그것이 암시하는 바는 공적 세계와 사적 세계가 불가분 연결되어 있으며, 전자의 폭정과 굴종은 후자의 폭정과 굴종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인간 형체는 심지어 사진속에서도 더욱 복잡한 다른 감정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그 형체와 분리할 수 없으며, 우리 자신이 곧 그 형체라는 것이지요. 그것은 우리가 저항하지 않고 순종하게끔 운명 지어진 수동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행동으로 우리 스스로가 그 형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하나의 공동의 관심사 즉 하나의 세계, 하나의 생명이 우리를 결합하고 있지요. 시체, 파괴된 집 들이 입증하는 그 단일성을 깨닫는것은 진정 근본적으로 중요한 일이지요! 당신이 광대한 공적 추상 개념에 빠져서 그 사적 형체를 잊는다면, 또는 우리가 강렬한 사적 감정에 빠져서 공적 세계를 잊는다면, 우리의 파멸이 바로 그러할 테니까요. 공적인 것과 사적인것,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양쪽 모두 파괴될 것입니다. 그것들은 불가분의 관계니까요. - P402

『자기만의 방』보다 직설적이고 논쟁적인 어조로 가부장제와 파시즘의 관련성을 논의한 『3기니』는 출판 직후 합리적 비판을 넘어서는 저항과 조롱을 불러일으켰으며, 이후의 비평적 논의에서 아예 철저히 도외시되었다.
- 해설 - P474

또 다른 비평가들, 특히 해체주의의 세례를 받은 프랑스 페미니스트들은 울프가 단 하나의 진실이나 특정한 결론을 주장하지 않고 끝없이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 P476

「여성의 전문직」은 1931년 ‘여성 공직을 위한 런던/국립 협회‘ 에서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발표한 에세이이다. 여기서 울프는 여성이 문학 전문직에 들어가려 할 때 맞닥뜨릴 가장 큰 장벽은 "집안의 천사"라는 여성성의 이상이며, 그것은 곧 여성에게 자기희생적이고 순결하며 매력적인 천사가 되기를 강요하는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한다. 이어서 잉크병을 던져 집안의 천사를 죽이는 상징적인 장면을 통해 울프는 수많은 여성작가들을 질식시켜 온 이 이데올로기에서 과감히 탈피해야함을 시사한다. - P478

『자기만의 방』과 『3기니』를 나란히 놓고 보면 무엇보다도 서술 방식의 차이가 눈에 띈다. 우선 『자기만의 방』이 보다 허구적 기법에 의존하여 사회적인 제약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암시적이고 인상주의적인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면, 『3기니는 신문 기사, 사진 및 방대한 주를 동원하여 구체적인 사실을 토대로 가부장제를 분석한다. - P479

또한 반복적인 어구와 이미지를 사용함으로써 리듬감과 의미의 확산을 유도하는 것은 두 에세이에 드러난 공통점이다.
무엇보다도 두 에세이를 연결하는 가장 큰 고리는 울프의 주관심사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다만 『자기만의 방』에서는 매끄럽고 세련된 표면 아래 감추어져 있던 울프의 분노가 『3기니』에서는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되며 전작에서 개진한 논의들을 더욱 신랄하게 발전시킨다는 차이가 있다. - P480

자기만의 방』은 강연 주제인 ‘여성과 픽션‘의 의미에 대한 고찰로 시작한다. 여기서 울프는 ‘픽션‘ 이라는 개념을 여성이 어떠한 존재인가, 여성이 쓴 픽션, 그리고 여성에 관해 쓰인 픽션으로 분류하고, 이후의 각 장에서 이 세가지 개념의 역사적 의미를 고찰하며 성과 글쓰기에 관한사유를 발전시킨다. 하지만 글의 초반부터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 즉 독자적인 수입과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이 에세이는 그 결론에 이르게 된 사고의 궤적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독자들이 상상의 경험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 P481

즉 국내의 정치적·사회적 지배로부터 국외의 식민주의 사업에 이르기까지 남성의 활동은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치부함으로써 얻은 자신감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 P482

『3기니』는 전쟁을 방지하고 "문화와 지적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방법을 문의한 중년 변호사의 편지와 여자대학재건 기금을 요청하는 편지, 여성의 전문직 진출을 원조하려는 협회의 기금 요청 편지에 대해 답변하는 세 겹의 편지 형식으로구성되어 있다. - P487

하지만 1919년 여성이 전문직에 생계비를 벌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면서 여성의 역사적 삶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럼에도 전문직여성이 가난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화자는 공직 체계를 상세히 검토한 후 여성이 고용과 승진에서 차별을 받아왔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차별은 "여성에게 가장 적합한 곳은 가정"이라는 견해들과 일맥상통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규범적이고 독단적인 태도는 파시즘과 동질적인 것이라고 화자는 피력한다. - P489

자기만의 방』과 『3기니』에서 울프가 지적한 가부장적 가치와 자본주의 및 파시즘을 비롯한 제국주의의 관련성은 귀중한 문명사적 통찰을 담고 있다. 거의 유일무이한 지적일 뿐 아니라, 당시 세계 최강의 제국으로서 숱한 식민지들의 종주국이었던 영국의 심장부에서 나온 비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일부 여성 작가들은 울프가 제3세계의 여성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계급적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울프는 그 누구보다도 당대의 인종적·계급적·성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선구적 여성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울프의 생각은 이 에세이들이 산출된 1920~1930년대보다는 오히려 현대의 사상적 흐름과 더 강한 친화력을 가진 듯이 보인다. 가령 여성에게 조국이 없다는 주장은 전 세계적인 디아스포라 현상으로 인해서 국가의 정체성이나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의 코스모폴리터니즘을 연상시키고, 가정주부에게 국가가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쩌면 미래의 어느 복지국가가 실행에 옮길지도 모를 미래지향적인 발언이다. 전쟁과 여성의 억압이 불가분 관련되어 있다는 예리한 통찰은 결국 인간 삶의 내적.외적 세계를 아우르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생명을 발견하는 총체적 비전으로 나아간다. 울프의 문명사적 비판이 또 다른 감동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P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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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인트 존 리버스가 순결하게 살아왔고 양심적이고 열정적이기는 하지만 ‘모든 지각을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를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부서진 우상과 잃어버린 낙원에 대해 남모르게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을 근래에는 될 수 있는대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건만, 내게 달라붙어 무자비하게 나를 괴롭히는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와 마찬가지로, 그도 아직 하느님의 평화를 발견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 P227

"그래서요?" 그가 다시 말을 끊자 내가 말했다. "말씀을 계속하세요." - P230

"못마땅한 게 있으신가요, 리버스 씨?" 내가 물었다.
"당신은 모턴에 오래 안 있을 거요, 아마 그럴 거요."
"아이참! 왜 그런 말씀을 하시죠?"
"당신의 눈을 보고 알았지요. 당신의 눈은 평온한 인생을 계속해 나가는 것에 만족할 눈이 아닙니다.
"전 야심가가 아녜요."
‘야심가‘라는 말에 그는 찔끔 놀랐다.
"야심가. 물론 아니겠죠. 그런데 어째서 야심이란 것을 생각하셨죠? 누가 야심가입니까? 내가 야심가입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셨나요?"
"전 저 자신의 이야기를 한 거예요." - P233

이러한 남루한 옷차림의 농부의자식들도 인간으로서는 좋은 가문의 자제 못지않은 것을 가지고 있으며, 날 때 타고나는 훌륭한 소질이나 세련이나 지성이나 고운 마음씨의 싹은 좋은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 못지않게 이아이들의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잊어서는 안 되었다. 나의 의무는 이러한 싹을 기르는 것이었다. 그 의무를 다하는 데 나는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내 앞에 열려 있는 이 생활에 많은 기쁨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음만 바로 가지고 내 능력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보람쯤은 있을 것이다. - P240

그러나 이런 기분을 느꼈다고 나 자신을 지나치게 미워하거나 경멸하지는 말자. 나는 그게 나쁜 줄을 안다. 그것만 해도 큰 발전이다. 그런 기분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리라. 내일이면 일부는 극복할 수있으리라. 그리고 몇 주일이 지나면 그러한 기분은 아주 없어지고, 몇 달이 지나면 나의 학생들의 진보와 향상의 모습을보는 기쁨이 혐오 대신에 만족을 줄 수 있게 되리라. - P241

그리고 마음속 깊이 그녀를 찬미했다. 자연은 특별히 그녀의 편이 되어 그녀를 만든 것이었다. 보통 때는 계모처럼 인색한 선물이나 하는 자연이, 이 특별히귀여워하는 여인에게는 할머니와 같은 너그러운 심정으로 아낌없이 은혜를 베푼 것이었다. - P248

"그리고 심부름할 애로 앨리스 우드를 고른 건 어때요?"
"아주 좋은 애를 골라 주셨어요. 말 잘 듣고 쓸모 있는 아이예요." ‘그럼 이 여자가 천부의 미모와 함께 재산까지 타고난 상속자 올리버 양이로구나! 이 여자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데 얼마나 많은 행운의 별들이 결합했을까?‘ 나는 생각했다. - P249

그는 테이블 위에 신간의 책을 한 권 올려놓았다. 시집이었다. 근대 문학의 황금 시대였던 그 무렵의 행운의 독자에게 자주 주어졌던 순수한 작품 중의 하나였다. 아! 슬프게도 현대의 독자는 그때만큼 혜택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운을 내자! 비난이나 불평을 말하기 위해서 쉬어서는 안 된다. 시는 죽지 않았다는 것, 천재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부귀도 그 양자를 속박하고 살해할 힘이 없으며, 언젠가 다시 시와 천재는 그 생명을, 존재를, 그 자유와 힘을 주장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쉬고있는 시와 천재의 힘찬 천사들이여! 미천한 혼이 승리를 구가하고 가냘픈 혼이 자신의 파멸을 통곡할 때에 그들은 미소 짓는다. 시는 멸망했는가? 천재는 추방되었는가? 아니다. 범부들이여, 그런 게 아니다. 질투심이 그런 생각을 일으키게 하지마라. 아니, 시와 천재는 살아 있을 뿐 아니라 권력을 쥐고 지위를 회복하리라. 그리고 온 세상에 그 신성한 힘이 충만치 않고서는 너희는 지옥에서, 자신의 비천함이라는 지옥에서 살리라. - P262

우선 나는 말했다. "의자에 앉으세요, 리버스 씨." 그러나 그는 언제나 그랬듯 곧 가야 된다고 대답했다. ‘좋아요.‘ 나는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서 계시고 싶으면 서 계시죠. 하지만 아직 당신을 돌려보내 드리지는 못하겠어요. 고독이란 최소한내게 해로운 만큼은 당신에게도 해로운 거예요. 나는 당신의비밀의 원천을 찾아보고, 그 대리석과 같은 가슴에 동정의 향유를 한 방울이라도 떨어뜨릴 수 있는 틈이 있는지 없는지 찾아볼 작정이에요.
"이 초상화, 닮았어요?" 내가 불쑥 물었다. - P263

그러나 조용한 냉혹성이 이상스러이 무섭게 느껴지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위엄은 있지만 탁 트이지 못한 이마와 밝고 깊고 무엇을 찾아내려는 것 같지만 부드러움이라고는 전혀느낄 수 없는 두 눈과, 키가 크고 당당한 체격을 바라보면서, 그의 아내가 되어 있을 자신을 마음속에 그려 보았다. 아아! 그것은 안 될 일이었다! 그의 부목사로서라면, 그의 동료로서라면 문제가 없었다. 그런 자격에서라면 그와 더불어 대양도건널 수 있고, 그런 직책이라면 그와 더불어 동방의 태양 아래아시아의 사막에서도 일할 수 있었다. 그의 용기와 헌신과 활력을 보고 경탄하고, 나도 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그의 지배에 얌전히 순응하고, 그의 뿌리 깊은 야심에 의연히 미소를 보이고, 그의 기독교인으로서의 일면과 인간으로서의 일면을 구별하고, 전자를 깊이 존경하고 후자를 너그러이 용서하기도 하리라. 물론 이러한 자격만으로 그에게 소속되어 있다면 고통을 받는 일도 많으리라. 그러나 내 몸은 가혹한 멍에를 지고있을망정 내 마음과 혼은 자유로우리라. 때에 따라 의지할 수 있는, 아직은 시들지 않은 자아가 있고, 외로운 때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무 데도 예속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감정을 유지할 수도 있으리라. - P334

그동안에 나의 청을 잘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만약에 당신이 거절한다면 그것은 내가 아니라 하느님을 거절하는 것임을 잊지 마세요. 하느님은 나라고 하는 수단을 통해서 숭고한 생애를 당신에게 열어 주시려는 겁니다. 나의 아내로서만이 당신은 그리로 들어갈 수 있는 겁니다. 내 아내가 되기를 거절한다면, 그건 영원히 이기적인 안일과 불모의 어둠 속에 당신 자신을 가둬 놓는 일입니다. 그런 경우, 신앙을 거부한 자들 중의 하나로 꼽히고, 이교도만도 못한 인간이 된다는 것을 두려워해야 할 것입니다!" - P337

이런 것이 모두 나에게는 고문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세련된 고문이었다. 그것은 분노의 불길을 끈질기게 타게 하고 비탄으로 인한 몸부림을 지속시켜 나를 괴롭히고 짓밟아 버렸다. 내가 만약 그의 아내였더라면, 햇빛도 비치지 않는 깊은 샘물처럼 순결한 이 착한 사나이가 나의 혈관에서 피 한 방울흘리지 않고, 수정같이 맑은 그의 양심에는 눈곱만 한 죄의식도 없이 금방 나를 죽여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 P341

"그 문제는 직접 오라버니께 여쭈어보시면 되겠는데요. 벌써 몇 번이나 말씀하셨어요, 저와 함께 가고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직무라고요. 저는 또 사랑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을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하시더군요.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제가 만약 사랑을위해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결혼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도아녜요. 자기를 쓸모 있는 연장으로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한평생 매어져 있다는 것은 우스운 일 아니겠어요, 다이애나?" - P351

"확신만 선다면 결심을 할 수 있어요." 내가 대답했다.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만 납득이 되면, 지금 이 자리에서 결혼의 맹세를 할 수 있어요. 나중에는 어떻게 되든!"
"나의 기도가 이루어졌습니다!" 세인트 존이 소리쳤다. 그는 마치 나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이라도 하듯이 나의 머리를 힘주어 손으로 눌렀다. 그리고 다른 한쪽 팔로는 사랑 같은 것이라도 하는 것처럼 나를 안았다.(나는 ‘사랑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 차이를 안다. 왜냐하면 사랑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내가 아는 까닭이다. 그러나 그때 그와 마찬가지로 나는 애정은 문제로 하지도 않고 의무만을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아직도 구름이 용틀임하는 내 마음속의 몽롱한 환영과 싸우고 있었다. 나는 옳은 일을 하기를 진지하게, 진심으로 열렬하게 원했다. 그 생각뿐이었다. "가르쳐 주소서, 나의 갈 길을 가르쳐 주소서." 나는 하느님께 간구했다. 나는 그때까지의 어느 때보다도 흥분해 있었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이 과연 흥분의 결과였는지 아니었는지는 독자가 판단해 주리라. - P357

왜냐하면 그는 조금도 고통스러운 치욕감이나 기가 죽는 굴욕감을 느끼지 않고 이런 봉사를 당당히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진심으로 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내가 시중을 들어주는 것을 조금도 꺼리지 않았고, 또 내가 자기를 진심으로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나의 시중을 받는 것을 나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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