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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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이론과 비평>(아직 이 책 이름을 완전하게 외우지 못함;; 자꾸 페미니즘 문학의 어쩌구~ 한다;;) 1장에 나오는 [19호실로]를 읽기 위해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도리스 레싱은 15년 전에 <런던 스케치>를 읽었(다고 나의 기록이 말하고), 그 몇 년 후 <다섯째 아이>를 읽고 10년만에 이 책으로 읽게 되었다. <런던 스케치>도 단편집인데, 물론, 당연하게,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섯째 아이>는 너무 강렬한 내용이라서, 대략적인 내용이나마 머리 속에 남아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게는(그 당시 둘째가 돌이 안된 아기였다), 충격과 공포! <다섯째 아이>의 충격이 너무 커서인지 도리스 레싱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은 듯하다....


<19호실로 가다이 책도 첫 단편부터 만만치 않다. 첫 두 단편인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 [옥상 위의 여자]에 나오는 찌질남들 때문에 짜증으로 시작하게 된다. 지들이 처한 능력적 한계, 환경적 제약 등을, 자기의 작업(?)을 받아주지 않는 여성에게 이입하고, 여성을 정복하고자 하고, 모욕하고자 하는 찌질남들. 현실에 많을 것 같아 더 우울해진다. 이 짜증 때문에 리뷰도 쓰기 싫다는 (변명이)…


[19호실로]는 겉으로는 잘못된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단란한 중산층 가정주부인 한 여성이 파국에 이르는 이야기다. 초반에 수전과 매슈가 결혼을 하고, 네 아이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에서 <다섯째 아이>가 생각났다. 이 단편 <다섯째 아이>의 모티브 인가.


읽으면서 내가 수전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반강제적으로(?) 결혼과 출산에 관계없이 계속 일을 하고 있지만, 만약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당연히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시대와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때도 나에게 책이 위로가 되었을까.


그러면서도, 자꾸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말하게 되는 나란 사람은 저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자꾸 왜냐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묻게 될 것 같고, 아니 수전의 남편처럼 묻고 싶지 않을지도. 수전, 친구 없어요. 수전, 하고 싶은 일 없어요. 수전, 좋아하는 일 없어요. 수전, 가정부도 있는데 아이들도 컸는데 나가서 재밌게 놀아요.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산책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그러면 안되요.


그녀를 파국으로 이르게 한 남편을 원망하게 된다. 왜 그녀가 스스로 나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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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1-18 19: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섯째아이 정말 충격과 공포죠!! 잊기 힘든 작품입니다.
19호실로는 읽으면 정말 생각이 많아질 것 같아요. 친구없어요. 하고 싶은 일 없어요… 하시는 말씀이 맘 아프네요 ㅜㅜ

햇살과함께 2023-01-18 21:19   좋아요 1 | URL
읽는 내내 너무 마음이 무거웠어요.. 제가 왠만한 책은 다 잊어버리는데 다섯째 아이는 잊혀지지 않네요!

바람돌이 2023-01-18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19호실 읽으려고 책 폈습니다. ㅎㅎ <다섯째 아이> 진짜 강렬하던데 이 단편집의 19호실로도 그런가보네요. 저도 열심히 읽어볼게요. ^^

햇살과함께 2023-01-18 21:20   좋아요 0 | URL
19호실로는 강렬하다기 보다 맘이 무거운.. 첫 두 단편이 강렬하게 빡칩니다!!
 

제4장 정신분석 페미니즘

줄리엣 미첼 - 정신분석과 페미니즘
내시 초도로우 - 모성의 재생산
마가렛 애트우드 - 레이디 오라클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즘과의 결합은 종종 "불행한 결혼"‘으로 불리지만, "불행한 결혼"은 어쩌면 정신분석과 페미니즘의 결합에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 레이첼 보울비(Rachel Bowlby)도 비슷한 비유를 사용하고 있다. - P159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디푸스 단계다. 프로이트의 모델인 외디푸스 콤플렉스의 시작은 여아와 남아 모두 첫사랑의 대상인 엄마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엄마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아빠를 경쟁자로 의식하는 것이다. 남아는 결국 엄마를 소유할 수없음을 알게 되고 포기한다. 그때 아이는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고, 그에 따라 성공적으로 ‘정상적‘인 성심리적 삶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은 거세 컴플렉스에 의해 진행된다. 즉, 남아가 엄마를 욕망하기 때문에 아버지는 아들을 거세함으로써 엄마와 다른 여자들처럼 된다는 두려움을 품게 된다는 것이다. 거세 컴플렉스와 외디푸스 컴플렉스를 해결하는 길은 아이가 아버지와 동일시함으로써 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는 가부장제 권력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관습을 받아들이는데, 받아들인관습을 ‘초아‘ 혹은 ‘양심‘의 형태로 내면화하게 된다.
그러나 여아들의 과정은 훨씬 복잡하다. 프로이트는 남자의 성장모델만을 정상으로 여기면서 이에 초점을 맞춘다. 이 점은 많은 페미니스트들에겐 문제로 인식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여아는 자신과 엄마가 거세되었고, 지위가 열등함을 알아차린 후에는 사랑의 대상이었던 엄마를 버리고 아버지에게 욕망을 전이하게 된다. - P162

여아의 페니스 선망은 먼 훗날 아들을 낳게 됨으로써 충족될 수 있다고 한다. 여아는 남아와 같은 거세 컴플렉스를 거치지 않는 까닭에(여아는 "이미" 거세되었기 때문에 거세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가부장제의 법에 의해 혜택을 받을 일이 없고, 법에 의한 권력을 휘두를 일도 없다), 여아는 남아와 비슷한 ‘초아‘나 ‘양심‘을 발전시키지 않는다. 대신에 여아는 수동적인 여성적 역할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 P163

그러나 프로이트 이후페미니즘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정신분석학자은 역시 자크라캉(Jacques Lacan)이다. - P164

초도로우에 따르면 정신분석만이 젠더 정체성의 획득을 자본주의 핵가족이라는 특정한 사회적 맥락에서 설명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제대로 답할 수 있다고 본다. 즉, "가족이라는 구조가 남녀에서서로 다른 관계적 필요와 능력을 만들어내서, 여성에게는 엄마로서461재생산 영역을 담당하도록 만든다"(51)고 설명한다. 초도로우는 남아와 여아가 전외디푸스 단계와 외디푸스 단계를 서로 다르게 경험하기 때문에 여성이 기본적인 양육자의 지위를 재생산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즉 여아는 같은 성 누군가의 양육을 받아 성장하게 되기 때문에 남아와 달리 전외디푸스단계를 더 오래 갖게 되고, 따라서 외디푸스 콤플렉스가 남아들처럼 효과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여성은 다른 사람과의 연결에서 남성들보다 유동적이고, 관계적이며, 서로 공감하는 감각을 발달시킨다. 남아들은 외디푸스 단계에서 어쩔 수 없이 엄마를 포기하고 아버지와 동일시하면서 분리와 개성화(individuation)를 발달시키고, 여아들보다 더 확고한 자아 경계(ego boundary)를 갖게 된다. 바로 이런 심리적 차이로인해서 여성들이 엄마로서 보살피는 경험에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 P169

그러므로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를 바꿔야만, 남녀의 심리적 구조가 변할 것이라고 초도로우는 말한다. 여성과 남성이 양육을 기본적으로 함께 함으로써만 여성을 억압하는 성적 노동 분업을 극복할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렇게 해야만 아이들은 아래와 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남녀 모두에게 의존할 수 있게 되고, 부모 모두와의 관계에서 개성화된 자아 감각을 확립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남성성은 의존을 거부하지 않게 되고 여성을 평가절하하지 않게 될 것이다. 여성적 인격은 개성화에 너무 집착하지 않을수 있게 될 것이고, 아이들은 엄마의 무소불위적 권능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성 특유의 자기희생을 기대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성들이 자신의 남성성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고, 여성을 부차적이고 힘없는 존재로 여기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성들이 지나치게 관계에 몰입함으로써 잃어버렸던 자율성을 발달시킬 수 있을 것이다. (218) - P170

앳우드의 소설은 어떤 ‘정상적‘인 젠더 정체성도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앳우드는 정신분석을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조롱한다. 『레이디 오라클』은 다양한 욕망과 언어를 포용하고, 어떤 욕망과 언어가 여성 해방을 위한 새로운 페미니스트 기획의 기반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기를 촉구한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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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프리드리히 엥겔스 -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실라 로보섬 - 여성의 의식: 남성의 세계
미셸 바렛 - 오늘날 여성의 억압
도리스 레싱 - 황금 노트북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꺼렸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그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다르다. 대다수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는자본주의 가부장사회에서 여성의 해방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는 마르크시즘과 페미니즘을 결합하여, 더욱 발전시키고 변형함으로써 여성의 억압을 설명하고 종식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 P119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텍스트는 바로마르크스의 공동 연구자인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저작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1884)이다. 마르크스 자신은 여성을 별로 언급하지는 않아도, 마르크스 사상의 상당 부분이 페미니스트 작업을구체적으로 발전시키는데 기초를 마련했다. 마르크스 사상 중 가장 영향력이 큰 부분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인데, 이름하여 반관념주의(anti-idealism)다. 우리는 통상 인간이란 세상에 대한 ‘관념’을 지닌 ‘자유로운 개인‘이라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 관념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영향을 주고, 다른 개인들과 맺는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고 본다. 그런데 마르크스의 유물론은 이런 생각을 뒤집는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삶의 경험과 세상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주변 물질적 조건의 결과물이다. 사회를 유지하고 재생산하기 위한수단을 위해서, 사회는 경제적으로 조직된다. 이때 관념이란 경제적 조직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변증법적 역사 유물론은 주장하길, 역사는 물질적 조건 속에서 끊임없는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으며, 물질적 조건이란 특정한 생산 모드나 사회의 경제를 조직하는방식에서 불가피하게 만들어지는 갈등의 결과라고 본다. - P121

이런 남성과 여성의 노동 분업에 대해서 마르크스는 명시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지만, 엥겔스는 그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에서 중요하게 다룬다. 엥겔스는 생산 뿐만 아니라 재생산의 영역을 다루기 때문이다. 엥겔스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는 부르주아 계층이 자꾸만 늘어나는 자본을 자신들의 적자(嫡子)가 상속받도록 하기 위해서 자본주의와 함께 출현했다고 주장한다. 엥겔스에 따르면, 자본주의 이전 사회는 여성이 집안 살림과 유산을 통제하는 모권 사회였다고 한다. 여성의 억압에 대한 엥겔스의 해법은 여성이 임금 노동으로 진입하는 것인데, 이것이 20세기 초반에 걸쳐 여성운동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의 공식 노선이었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이론은 "무엇보다 여성들을 참여시키고, 여성들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마르크스주의 문제들을 상당 부분을 포기하려고 시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일반적인 신마르크스 주의(neo-Marxism)의 한 부분으로 여겨졌는데, 신마르크스주의 이론은 정통 마르크스주의 원리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를 더욱 발전시키려고 시도한다. - P123

많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종속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성이 노동 현장의 예비군(reserve-army)으로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을 중요시한다. 즉, 자본주의자들이 자본 축적을 위해 필요할 때엔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고, 필요하지 않으면 다시 집으로 되돌려 보내는 형태야말로 여성의 종속을 설명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성에 의한 직업의 분리 (여성이 밖에서 일한다 해도, 통상 집에서 하던 일, 즉, 육아와 세탁과 같은 직종에 몰려있다는 사 - P124

실)도 여성의 종속에 중요한 요소다.‘ 또 여성들은 밖에서 일한다 해도 집안에 돌아와 다시 일해야 하므로, 여성의 "갑절 노동" (doubleday of work)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이것 저것 맞물린 여성의 역할들, 즉, 집밖에서 생산에 참여하고, 또 집안에서 재생산에 참여하는 양쪽의 역할 때문에, 더 어느 쪽에도 온전하게 전념할 수 없다는 사실이 여성 종속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논의하기도 한다. - P125

바렛은 교육 제도가 계급 관계와 가부장적 젠더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매체가 되고 있다고 본다. 마르크스주의는 젠더 억압 분석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바렛은 비판한다. 교육은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여성을 임금 노동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적합하게 여기도록 만들고, 가사 노동에서 여성의 역할을 중시하도록 부추긴다. - P134

어떤 특정한 사회 집단도 가족 제도로부터 확고부동하게 혜택만 입은 경우는 없으며, 자본주의가 생존하려면 현재의 가족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도 증명될 수 없다고 바렛은 주장한다. 그러나 ‘가족주의 이데올로기‘와 ‘가정의 경제조직‘은 서로 상보적인데, 특히 이들이 가정용품의 소비를 부추긴다는 면에서 서로가 서로를 강화한다. 가족의 구조와 이데올로기를 변화시키는데, 육아를 재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여성이 해방될 수 있다. - P135

『황금 노트북』은 여성이 가정과 일터에서 맞물린 이중 역할의 무거움을 분명히 보여준다. 레싱은 그 어느 역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여성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애나는 첫 소설로부터 나오는 인세가 있기 때문에 딱히 먹고 살기 위해 일할 필요가 없다. 딸이 있긴 하지만, 결혼도 안했고, 전통적인 핵가족의 일원도 아니다. 애나는 친구 몰리와 함께 이것저것 생각해본다. 여성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이런 특별한 환경일까? 자신에게 남자가 없지만, 여전히 남자와의 관계로 자신이 규정되는 것일까? 이런 면에서 소설은 바렛의 주장, 즉,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는 가족이라는 정통 마르크스주의적 정의에 순응하지 않는 여성에게도 여전히 영향을 끼친다는 바렛의 주장을 확증해주고 있다. - P143

딸을 돌보고, 연인인 마이클과의 관계에서 애나 역시 소위 "가정 주부의 질병"으로부터 마리온 만큼이나 고통 받고 있다.

아마도 6시인가 보다. 무릎이 뻣뻣하다. 늘 말하곤 했던 "가정 주부의 질병"에 나도 걸린 모양이다. 내 안의 긴장, 평화는 이제 사라져버렸다. 벌써 긴장의 스위치가 켜졌기 때문이다. 재넷을 옷 입히고, 아침을 먹이고, 학교에 데려다 주고, 마이클의 아침을 챙겨 주고, 차가 떨어졌어, 잊지 말아야지, 등등. 쓸데없는, 그러나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긴장 때문에 분노도 함께 켜진다. 무엇에 대한 분노란 말인가? 부당함. 사소한 일에 내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사실, 분노는 마이클에게 집중된다. 나의 지성은 분노가 마이클과 아무 관계가 없음을 잘 알면서도, 그럼에도 나는 그에게 분노한다. 그는 자신이 쉴 수 있도록,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여성들, 비서, 간호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하루를 보낸다... 오래 전에 나의 분노와 억울함이 딱히 개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 시대 여성의 질병이다. (298) - P144

로보섬과 바렛에 따르면, 여성이 해방되려면, 여성은 자신의 ‘섹슈얼리티‘와 ‘개인의 정치학‘을 탐색해야 한다. 『황금 노트북』은 바로 이런 탐색을 시작하고 있다. 『황금 노트북』은 로보섬이 묘사하는 ‘의식화‘와 똑같은 과정으로 독자를 초대하고 있다.

하나의 개념을 ‘만난다‘는 것과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별개 - P146

다. 남성의 헤게모니를 이해하려면, 자신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순간순간 느끼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면 각 순간들이 이해되면서, 각 순간들은 여성이 자각하는 총체적 과정의 한 부분이 된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자신 만의 성찰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이해를 더욱 확실하게 하려면 조직하고 행동해야만 한다. (39) - P147

즉, "문학은 살아있고, 힘이 있고, 보람 있으며, 사유와 토론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문학의 계획, 구조, 의도가 잘 이해 - P149

되지 않을 때만 그렇다. 왜냐하면 계획, 구조, 의도가 보이는 순간 더 이상 끄집어낼 것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21). 레싱은 의미를 파악하고 해석을 위해 애쓰는 것은 좋은 일이고, 의미와 해석의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이데올로기적이고 경제적인 자신의 현 위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저항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 P150

『황금 노트북』은 인종문제를 계급/젠더와 연결하여 논의할 때 더 큰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바렛 역시 자신의 책 ‘오늘날 여성의 억압에 대한 교정판을 내면서 새로운 서문에 인종과 다른 문제들과 관련하여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있다. 바렛은 자신의 분석에서 흑인 여성의 가정/일터 경험이 백인들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또한 흑인 여성에게 가족은 일터 만큼 반드시 억압의 장소는 아님을 인정한다. - P152

『황금 노트북』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의 중요한 텍스트로 읽힐 수 있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를 계급, 젠더, 자본주의, 가부장제의 교차점에서 분석할 필요성이 있음을 여러 번 주장하고 있다. 성의 종속은 가정과 일터에서 맞물린 이중 역할과 관련이 있음을 증명하기도 한다. 또한 이데올로기가 섹슈얼리티, 몸과 판타지, 젠더 정체성까지 깊이 영향을 끼치고 있음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설은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분석을 넘어, 그 한계 몇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레싱은 유물론적 분석을 완전히 떠나지는 않지만, 유물론적 분석은 젠더 정체성을 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어, 담론, 무의식을 충분히 강조하지 못한다고 본다. 비슷하게 유물론적 분석은 억압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궁극적으로는 계급에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젠더 문제를 교차점에 놓긴 하지만), 인종, 섹슈얼리티와 같은 이슈는 언제나 사후에 추가되는 방식으로만 고려할 뿐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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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1-16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햇살과함께 님,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3-01-16 20:40   좋아요 0 | URL
설 연휴부터 1월말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이번 주에 부지런히 읽어야 겠어요~
화이팅하겠습니다~!!

다락방 2023-01-16 20:52   좋아요 1 | URL
앗 정말 그러네요? 저도 이거 얼른 읽어야겠어요!! 😱
 

2장 자유주의 페미니즘
베티 프리단 - 여성성의 신화, 두 번째 단계
앨리슨 루리 - 테이트 가족의 전쟁

"자유주의"라는 용어는 페미니스트 아젠다와 연결될 때 모호해진다. 이는 용어를 사용하는 역사적 맥락의 특수성 때문이다. - P79

그러므로 자율적, 이성적인 개인을 주장하는 18세기 자유주의 모델은 묵시적으로 백인 남성 중산층 개인을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로크와 루소는 여성의 전통적 역할을 옹호하여, 여성의 활동은 시장의 공적 영역으로부터 배제되어야 하고, 새롭게 여성화된 사적 영역인 가정과 핵가족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80

하지만 이들은 개인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부정하는 불공정성은 비판하면서도, 남녀의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만들어내는 가부장제 사회의 더 큰 구조적 남녀 불평등은 등한시한다. 이런 점은 그들이 모성(motherhood)에 대해 논의할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아직도 모성을 여성의 자연스러운 역할로 인식하고 있다. - P81

자유주의에 대한 모순적인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곳이 바로 20세기 미국이고, 페미니즘 제2물결의 시작이 미국의 자유주의 페미니즘이기 때문이다. - P82

‘여성성 신화‘란 중요한 아이디어 두 개를 결합하고 있는데, 하나는 여성성이란 특별하고 소중한 무엇이고, 남성성과는 다르지만 상호보완적임을 함축한다. 또 하나는 이 여성성은 결혼, 모성, 가정, 프리단이 이름지은대로 "가정 주부라는 직업"을 통해서만 가장 잘 완성될 수있다는 생각이다. - P83

프리단은 고등교육 기관들이 기능주의와 프로이트주의의 영향을 그대로 흡수하고, 여성들에게는 지적으로 덜 엄격하고, 남녀에게 서로 다른 교육과정을 보급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 P85

성정치학을 강조하면 평범한 여성들(결혼한 이성애자들)을 페미니스트 운동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전통적 가정을 중시하는 뉴라이트 정치들인의 손에서 이용당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 P87

두 번째 단계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맥락은 현대 여성 운동의 실패와 공모하여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쉬를 만들어냈고, 결국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 둘로 갈라져 양극화시켜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 P87

그래서 페미니즘의 수사는 "여성 대(versus) 가족이 아니라, "여성과 가족이 되어야 한다(228) 프리단은 주장한다. - P89

프리단은 섹슈얼리티에 대한 문제가 아닌데도 섹슈얼리티를 문제의 해결책으로 삼으려는 태도를 비판하고, 이런 태도는 여성이 가정에 갇혀있기 때문이라는 통찰을 제시한 바 있다. - P95

에리카는 처음엔 다른 이들의 영향에 대해서만 생각했었지만, 점차 에리카의 사유는 개인에서 사회로 확장된다.

마치 무대 위에 있는 듯했다. 조명은 호박색으로부터 파란색으로변화하고, 배우들 뒤로 풍경이 바뀐다. 오두막과 정원이 보이는 커튼이 위로 올라간다. 마을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산과 폐허를 배경으로 하는 그들은 뭔가 어색해보이고, 작아 보이고, 옷차림이 지나쳐 보인다. 어쩔 수가 없다. 이게 바로 중년 여성이 겪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미 선택했고, 아직 미숙할 때 오래 전에 삶의 중요한 행동을 결정해버렸다. 지금은 너 자신과 세상에 대해 좀 더 잘 안다. 이제야 선택할 능력이 생겼지만 선택할 일이 남아있지 않다.
에리카는 생각한다. 다니엘의 말이 옳아. 남자는 처지가 훨씬 낫다. 브라이언은 중요한 일이 있고, 그는 결정을 내린다.... 그녀에특겐 결정내릴 일은 없고, 오로지 반복되는 일상만 있을 뿐이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견디는 것 뿐이다. (45-6)

위의 인용구는 개인이 자율적이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비판한다. 그런 생각은 오로지 남자들만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리카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중요 결정을 내릴수 있게 되고, 결국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에리카는 마을합창단의 단순한 멤버 그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된다. - P104

하지만, 루리의 소설은 프리단이 『두 번째 단계에서 개진하는 새로운 주장 중 세 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루리의 소설에서 가장 놀라운 요소 중 하나는 젠더 관계에서 정치적 군사적 메타포를 폭넓게 활용한다는 점이다. 정치 군사 메타포는 그 책이 출판되던 당시 미국의 문화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베트남 전쟁과 관련이 있다(Newman, 104-5 참조). 그러나 전쟁 군사 메타포는 에리카와 브라이언의 관계를 넘어 더 큰 규모의 남녀 관계들과 관련되면서, 언어가 개인의 주체성에 영향을 끼치며, 자아와 사회가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훨씬 폭넓게 일깨운다. 에리카가 전쟁의 담론을 취하면서 이를 브라이언과 맞서기 위해 사용할 때,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에 진정 영향을 끼치고, 또 거꾸로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연관성은 페미니즘 운동의 급진적 진영에서 주장하는 것과 정확하게 똑같다. - P112

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개인이 사회/이데올로기와 갖는 관계에있어서 문화적으로 용인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젠더 차이에 대해 규범적인(모순적이지만) 모델에 따르고 있으며, 정치적 행동과 진보와 변화에 대해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이런 점에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의 현재 있는 그대로의 구조를 유지하는데 노력을 투자하고 있으며, 그 구조 밖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점이 가장 큰 한계다. 그래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페미니즘 이론이나 정치적 운동에서 가장 인기 있고, 동시에 가장 덜 위협적인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그들의 아젠다를 전략적으로 동등권 법안을 통과하는 캠페인과 같은 특정한 페미니즘 목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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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페미니즘 제1물결

버지니아 울프 - 자기만의 방
시몬 드 보부아르 - 제2의 성
도리스 레싱 - 19호실로

텍스트의 틈새, 지워짐, 압박감, 그리고 텍스트의 모순!

제2의 성 읽고 싶다~!

페미니즘 제1물결은 1860년부터 1920년에 걸쳐 명백한 목표를 가지고 조직적으로 진행된 첫 번째 페미니즘 운동을 말한다. - P33

페미니즘의 제1물결을 위와 같이 1860대에서 1920년대에 나타났던 운동으로 받아들인다면 왜 페미니즘이 갑자기 정치적 현장에서 폭발적으로 등장했단 말인가? 많은 사람들은 페미니즘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유가 자본주의와 산업화라는 사회적 변화로 인하여 중산층 여성들이 가정의 영역 안으로 갇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올리브 뱅크스(Olive Banks)는 그러한 사회적 변화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19세기 중반 서구 페미니스트의 출현은 당시 복음주의 기독교, 계몽주의 철학, 사회주의 사상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논하고 있다 (Faces of Feminism 7-8). - P35

관련된 또 다른 이슈는 영국에서 페미니즘 제1물결에 참여한 페미니스트들의 계층 문제다. 이들은 대다수 중산층 출신이다. 그러나 페미니즘 제1물결이 끝나갈 즈음에는 약 4분의 1의 여성들이 노동자 계층이었다(Becoming a Feminist, 21). 계층은 여성이 어떤 캠페인에 참여하는가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끼친다. 여성 선거권 쟁취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 중, 노동자 계층 여성은 다른 계층보다 숫자가 적었다. 여성 선거권 운동은 둘로 나뉘어졌는데, 하나는 성인여성 모두의 참정권을 주장하는 집단이고, 또 하나는 나이와 재산소유에 따라 선거권 자격을 부여하기를 원하는 집단, 이렇게 둘로 나눠졌다(Becoming a Feminist, 66). 또한 영국에서 페미니즘 제1물결에 참여했던 여성들은 백인들이었다. 이런 모든 점들이 중요하다면, 이는 우리가 통상 페미니즘 제1물결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상은 문화적으로 특수한 계층과 인종에 국한된 운동이었음을 알 수있다. - P38

하지만, 울프가 페미니즘 제1물결의 이슈들(이를테면 여성의 참정권)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했음을 고려한다면 - P39

울프의 메모는 남성들이 여성을 모욕하는데 골몰하고 있고, 남성은명백하게 편견 뿐인 의견을 과학적인 객관성으로 포장하고 있으며, 남성은 오로지 남성적인 규범에 따라 여성을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여성은 남성보다 도덕성이 약하고, 남성보다 오래 산다" (30)고 말한다. 분명히 여성보다 힘센 남성들이 왜 여성의 열등성을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서 그토록 기를 쓰고 있는지, 울프는 당황하고 있다.
울프는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여성은 수세기 동안 남성을 실제보다 두 배로 확대해 줌으로써 그들의 기분을 돋구어 주는 요술 거울 역할을 해왔다." "여성이 열등하지 않았다면 남성 확대하기를멈췄을 것이다" (37)고 말한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울프는 남성 작가들의 소설에서 여성 인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성 인물들은 "매우 다양하여, 영웅적이기도 하고 비열하기도 하며, 찬란하기도 하고 야비하기도 하며, 무한히 아름답기도 하고 극단적으로 가증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남자들만큼 위대하기도하고, 더러는 남자들보다 더욱 위대하다" (45)고도 한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양분되는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실제로 그리 다양하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이런 양극화된 고정관념 즉, 아름답고, 덕스럽고, 천사 같은 여자 주인공과, 못생기고, 사악하고, 악마같은 여주인공 사이에는 우리가 읽고자 하는 여성성의 다양한 버전을 위한 공간이 없다. - P43

제 2의 성』에서는 "초월"과 "내재가 중요한 용어로 사용되는데, "초월은 세상에서 의미 있는 활동이나 기획에 참여하는 능력을 의미하고, "내재는 자기 자신에게 갇혀서 일상에 매인 상태를 의미한다. 이 책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비록 논란있는 제안이긴 하지만, 여성 개인은 내재적 여성성에 저항하고, 유혹에도 불구하고 이를 변화시키기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은 가부장제가 정의하는 여성성에 순응하면 삶이 쉬워지고 심지어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성에게 행복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유‘라고 보부아르는 강조한다(29). - P46

"인류 반을 노예화했던 제도와 그에 수반되는 위선적 사회시스템을 모두 폐지할때 비로소 인류가 남녀로 나뉘는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게 되고, 둘은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741)고 말한다. - P47

융은 모든 여성이 자신의 인격 속에 남성적 요소를 지닌다고 믿었다. 이것이 바로 아니무스다. 남성도 여성적 요소를 지니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아니마다. 레싱의 관점에 따르면, 인격의 한 측면만 표현되고 다른 측면이 억압되면, 이는 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수잔이 살고 있었던 사회는 남녀가 급진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사회였기 때문에 수잔의 반란충동이 공격적인 남성의 이미지로 형상화되었던 것이다. - P52

레싱은 「19호실로」에서 간통과 결혼을 연결 짓는다. 이는 『제2의 성』에서 보부아르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보부아르는 간통과 결혼이 서로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통적인 일부일처제 결혼에서는 불가피하게 파트너에게 싫증이 나게되어있기 때문에 간통은 필연적이며, 간통을 통해서 오히려 결혼이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부아르는 결혼을 폐지하고, 양편이 원하는 동안만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방식을 선택하면 간통이란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부아르는 마르크스 이론을 따라서 대부분의 결혼은 경제적인 결합에 불과하고, 합법적인 상속자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는 목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3장), 레싱도 간통이 단순히 섹스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간파한다. - P53

더 중요한 것은, 울프처럼 레싱도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지적"인 담론은 남성성과 연결시킨다는 사실이다. - P60

그러나 보부아르의 ‘자아와 타자‘에 대한 이원론적 개념과, 여성 개개인이 자신의 상황을 바꿔야 할 책임에 대한 강조는 실존주의와 분명히 연결되어있다. 보부아르에 따르면 자아/타자는 우리의 존재를 구성하는 이원적 한 쌍이다.

내가 이미 말했듯이, 사람은 누구나 타자를 생각하지 않고는 자신을 생각할 수 없다. 세상을 볼 때에는 딱히 성적인 개념은 아니지만, 언제나 이원적 기표 아래서 보게 된다. 그러나 자신을 동일자로 설정하는 남자와 달리, 여성은 타자로 분류된다. 타자는 여성을 포함한다. (100-1) - P65

보부아르는 여성이 타자화되는 것에 대해 역사적 유물론과 정신분석학이 설명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많은 포스트구조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제안하고(5장 참조), 레싱과 울프의 텍스트도 똑같이 제안하듯이, 자아/타자의 이원론이 언어 자체에서 만들어진다는 가능성도 보부아르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보부아르는 『제2의성』 몇 군데에서 이원론은 여성의 육체적 ‘열등성‘과 ‘차이‘로 인해 생겨나기 때문에 철학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이원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여성이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발휘하여 타자로서의 지위에 대해 저항해야한다는 주장은 서로 모순된다. - P66

어떤 텍스트든지 텍스트 안의 틈새, 지워짐, 압박점을 통해서 읽혀질 수 있지만, 특히 어떤 텍스트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언어적 유연성은 레싱의 가장 쓸모 있는 페미니스트적 도구다. - P72

그러나 이들 텍스트가 페미니즘 1물결을 대표하는 훌륭한 사례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모순 때문이다. 이들의 모순이야말로 그들을 페미니즘 1물결을 넘어서게 한다. 레싱의 「19호실로」와 함께 이들을 읽으면 두작가의 모순을 대면할 수 있게 된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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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1-13 0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2의성 다 못 끝내서 재개해야 되는데 아직은 피하고 있습니다 ㅎㅎ

햇살과함께 2023-01-13 16:21   좋아요 1 | URL
ㅋㅋ 저도 계속 피하고 있었어요.. 서곡님은 시작은 이미 하셨으니 언젠가 끝내시겠죠~!!

서곡 2023-01-13 20:53   좋아요 1 | URL
곧 시작하시니 금방 끝내시겠네요 화이팅입니다 ~~~

건수하 2023-01-13 0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3월 제2의 성 읽기로 했는데 (독서괭님, 은오님이랑) 햇살과 함께님도 함께 읽으실래요? :)

햇살과함께 2023-01-13 16:23   좋아요 1 | URL
ㅋㅋ 제가 안그래도 수하님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요즘 정신이 없어서 못물어봤어요! 저도 참여할게요! 다미여 3달만에 읽었는데 2달만에 가능할지? 2월은 28일인데? 이런 걱정도 좀 되지만 ㅋㅋ

건수하 2023-01-13 17:55   좋아요 1 | URL
좋아요 함께해요 ^^
2월이 짧으면 뭐 4월로 넘어가는 거죠..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ㅎㅎ

햇살과함께 2023-01-13 21:16   좋아요 1 | URL
책 살 생각에 벌써 신나네요 ㅋㅋㅋ

건수하 2023-01-13 21:59   좋아요 1 | URL
제 책은 중고라 (읽다 말았어요 ㅎㅎ) 신나지는 않지만 전에 어디까지 읽었나 한 번 살펴봐야겠어요 ^^

참, 글자 크기랑 자간이.. 어마무시하답니다 :)

햇살과함께 2023-01-14 10:5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을유 책 미리보기로 봤는데, 정말 빈틈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