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중간 다리 집단

집단2는 집단1과 집단3의 중간 다리 집단
테크놀로지의 발달, 다양한 노동 절약형 도구의 등장, 중앙난방, 상하수 시스템 등으로 가정 노동 시간 단축
화이트칼라 사무직 일자리 증가로 노동 여건 개선, 노동 수요 증가
1930년대 대공황으로 다시 기혼 여성 고용 금지 규제 확대

《그룹》의 여성들은 대졸 여성들이 밟아 온 한 세기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기에 존재했다. 그들은 집단1(낮은 결혼율과 더 낮은 출산율)과 집단3(높은 결혼율과 높은 출산율)의 중간 다리 집단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삶의 한복판에 대공황이라는 경제적 재앙이 닥쳤다. 소설속의 대졸 여성들은 삶에서 무언가 특별한 것을 이루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그들이 꿈꾸었던 것보다 음울하고 따분한 무언가로 타협해야 했다. - P112

하지만 아직 세상은 어린아이가 있는 대졸 워킹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룹》의 등장인물 거의 모두가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다. 그리고 대부분이 커리어 목표를 (적어도 우리가 소설에 - P112

서 볼 수 있는 한) 옆으로 제쳐 둔다. 그렇긴 해도, 그들은 결혼을 한 뒤에도 일할 수 있는 역량을 이미 획득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 역량은 대공황이 닥치기 전에 화이트칼라 사무직 일자리가 대거 생겨난 덕분에 가능했다.
집단2의 여성들이 보이는 삶의 양상은 굉장히 편차가 크다. 집단2의 초기에 해당하는 여성들은 집단의 여성들과 비슷한 삶을 살았다. 즉 이들은 결혼율과 출산율이 낮았다. 그런데 집단2의 후기에 속하는 여성들의 삶은 집단과 비슷하다. 이들은 결혼도 많이 했고 아이도 많이 낳았다. 1912년에 태어난 메리 매카시는 딱 중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기에 태어난 많은 여성처럼, 그리고 그 이전에 태어난 많은 여성과는 달리, 메리는 아이가 있었다(그리고 네 번 결혼했는데 물론 이것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 P113

집단2는 ‘낮은 결혼율, 낮은 출산율‘의 세대에서 ‘높은 결혼율, 높은 출산율‘의 세대로, 또 여성 참정권을 쟁취해 낸 세대에서 베이비 붐 엄마들의 세대로 이어지는 중간 다리에 해당한다. 이렇게 극적인 변화는 설명이 필요하다. 무엇이 달라졌길래 대졸 여성들이 가정 - P115

밖에서의 정체성을 목표로 삼으면서 가정을 갖는 것도 함께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일까? - P116

기업, 소비자, 정부는 새로운 제품을 구매했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 그 결과 경제가 특정한 방향으로 변화했고 성장했다. 여기에서 정부 규제는 여성의 고용을 확대하거나 사회적 규범의 제약을 없애는 데 기여한 바가 별로 없다. 정부가 한 것이 있다면, 지역 당국이 1930년대에 기혼 여성 고용 금지를 오히려 더 확대한 것이었다. - P116

‘사무실에서의 산업 혁명‘은 사무직 일자리의 수와 노동 수요를 크게 증가시켰다. 이제는 더 이상 한 명의 ‘비서‘가 회사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지 않았다. - P118

19세기 중후반에 기계화와 복잡한 분업화가 진전되면서 미국의 제조업 [공장]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이것은 대량생산 방식에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온 미국에서의 산업혁명이었다. 그리고 20세기초에 이와 비슷한 기술적 전환이 사무실, 유통매장, 그 밖의 수많은 영역에서도 벌어졌고 마찬가지로 혁명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 P119

사무직과 유통 분야에서 노동 수요를 크게 증가시킨 경제적 혁명은 문해력과 수리력이 시장에서 갖는 가치를 크게 높이는 결과도 가져왔다. - P120

화이트칼라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농촌의 초등학교나 8학년까지만 있던 19세기 도시의 초등학교 수준을 넘어서는 교육에대한 수요도 높아졌다. 노동시장에 생겨난 새로운 수요와 맞물려 ‘고등학교 운동high school movement‘이 벌어졌다. - P120

‘좋은‘ 사무직 일자리가 급격히 많아지면서 합리적인 수준의 교육을 받은 여성은 이전 세대 여성들의 주된 일터였던 공장이나 가내서비스업보다 육체적으로 덜 힘들고 여러 면에서 더 안전한 일자리 - P121

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사무직의 노동 환경은 공장보다 깨끗하고 편안했다. 사무직의 모든 것이 덜 더럽고 덜 위험하고 덜 혐오스러웠다. 게다가 보수도 일반적으로 더 높았다. - P122

20세기 초입에 대학을 졸업한 집단의 여성들은 결혼을 독립의 상실이라고 여겼고, 충분히 그럴 만했다. 하지만 10-20년이 지나서 1920년대에, 그리고 그 이후에 졸업한 여성들은 결혼을 다른 각도로 보게 되었다. 이들은 결혼 후에도 적어도 한동안은 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화이트칼라 직군이 전반적으로 팽창하면서, 교육 수준이 가장 높은 여성들까지 포함해 거의 모든 여성에게 게임의 장이 달라졌다. - P123

하지만 1930년대에 미국에는 먹구름이 드리워 있었다. 이 먹구름은 거의 모든 미국인의 고용에 타격을 입히게 되며, 결혼한 여성의 고용 전망이 특히 어두워진다. 가장 전망 있었던 여성들이라 해도마찬가지였다. 실업률이 두 자릿수가 되었고 때로 앞자리가 2로 올라가기도 했다. 미국은 이렇게 높은 전국 실업률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다행히 그 이후로도 이 정도의 전국 실업률은 겪어 본 적이 없다. 코로나시대의 실업률은 2020년 4월에 15%까지 치솟았다가 빠르게 내려가서 2021년 겨울에는 6% 정도가 되었다).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대공황은 기혼 여성들의 고용 추세에서 시계를 거꾸로 돌려 버렸다. 결혼한 여성, 특히 교육 수준이 높은 기혼 여성들이 고용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던 바로 그 시기에, 기혼 여성의 고용을 금지하는 규제가 확대되었다. 여성의 고용 전망이 확대되고 있었고 교직에서 기혼 여성에 대한 고용 제약을 없애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는 중이었지만, 갑자기 이 모든 것이 과거의 일이 되었다. - P125

집단1과 집단2의 유색인종 대졸 여성은 결혼율과 고용률이 백인 여성과 매우 상이한 모습을 보인다. 이 시기 흑인 대졸 여성들은일을 했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가졌다. 세 가지 모두 함께 말이다. 집단1의 백인 대졸 여성들이 대체로 일을 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중 하나를 선택했고 둘 다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 P129

기혼 대졸 여성의 고용이 흑인과 백인 사이에 차이나는 한 가지 이유는 흑인의 가구 소득이 더 낮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여러 이유에서 흑인 남편들은 백인 남편들보다 훨씬 돈을 덜 벌었고, 따라서 아내들이 돈을 벌어야 가구의 생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요인은 결혼한 사람 중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만 설명할 뿐이지 결혼한 사람이 왜 많은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다른 이유는 흑인 여성들이 늘 일을 해왔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 P130

인종 분리가 행해지던 남부 지역에서 기혼 여성 고용 금지가 훨씬 덜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 P131

집단2의 대졸 여성들은 생애의 각 국면에 각기 다른 유형의 삶을 ‘연쇄적으로‘ 살았다. 그들의 엄마들이 대체로 한 가지 유형의 삶만 살았던 것과 대조적이다(엄마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다). 여기에서 엄마와 딸 들은 메리 매카시의 《그룹》에 나오는 두 세대다. 앞으로 보겠지만, 다음 세대인 집단의 여성들은 ‘일자리 -결혼-아이-다시 일자리‘의 연쇄적인 삶을 의도적으로 계획했다. - P1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장 두 갈래 길

집단1 여성들의 높은 미혼, 비출산 비율

집단1 여성들의 장벽과 제약 - 기혼 여성 고용 제한 제도, 가족 채용 금지 규칙, 가내 노동 부담, 초보적 피임 방법, 높은 영유아 사망률

커리어와 아이 중 양자택일 패턴

그 이유를 쿠즈네츠는 의회 보고서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 커다란 서비스군은 국민소득에서 제외하는 것이 가장 낫다고 판단되었다. 그 서비스들의 가치를 추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믿을 만한 토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거릿 리드는 가내 노동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이후로 약 90년 동안 많은 학자들이 리드가 제시한 것과 비슷한 논리에서 가내 노동 계상을 주장해 왔다.
이 논리의 핵심 주장은 모든 유형의 무보수 돌봄 노동이 단지 돈을 받지 않고 국민소득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가치절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내 노동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특히 돌봄 노동자 일반, 구체적으로는 여성 돌봄 노동자들이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해 경제 전체에 걸쳐 무보수 돌봄 노동의 가치를 추산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어 왔다. - P82

미혼 비출산 여성의 비중이 집단1에서 유독 높은 것은 표본에 ‘선택 편향selection bias ‘이 작용해서가 아니다. 즉 집단1의 대졸 여성이이후 집단들의 여성과 결혼 성향이 원래부터 달라서 발생한 차이가 아니다." 1910년에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은 1930년이나 1950년에 졸업한 여성들과 내재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이들의 삶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각 집단이 서로 다른 장벽과 제약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달랐던 것이지 그들의 선호 체계가 달랐던 것이 아니다. - P89

사회적 규범과 고용상의 규칙은 기혼 여성이 일자리(커리어는 고사하고) 갖는 것을 가로막기 일쑤였다. 20세기 전반기에 기혼 여성의 고용을 가장 크게 제약한 제도로 두 가지 유형을 꼽을 수 있다.
하나는 기업이나 정부가 특정 직종(가령 교사)에 기혼 여성을 고용하지 않거나 미혼인 직원이 결혼을 하면 퇴사하게 하던 제도다. 이러한 ‘기혼 여성 고용 제한‘ 제도는 다음 장에서 상세하게 다룰 것이다. 어쨌든 이 제도는 집단에 교사나 학계 종사자가 많았는데도 결혼한 사람 중에서는 교사나 학계 종사자가 적었던 이유를 설명해 - P89

준다(흑인 여성은 예외적으로 교사가 적지 않았는데, 뒤에서 설명할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의 규제는 아내가 남편과 동일한 기관, 부서, 기업, 정부 기관 등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는 ‘가족 채용 금지 anti-nepotism 규칙이다. 가족 채용 금지 제도는 대학에 1950년대까지도 존재했고(훨씬 더 늦게까지 존재한 곳도 있다), 이는 뒷 세대에 비해 앞 세대 집단의 결혼한 여성 ‘위인‘ 중 학계 종사자의 비중이 적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가족 채용 금지 제도는 많은 여성이 자신이 열정을 느끼는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했다. 이들은 결혼을 유지하려면 커리어를 박탈당해야 했다. - P90

집단1의 대졸 여성 전체에서 미혼인 사람은 30%였고, ‘위인‘으로만 한정해 보면 이보다도 1.5배나 높은 44%였다.
심지어 출산에서 드러나는 차이는 결혼에서 드러나는 차이보다 더 크다. 모든 교육 수준을 통틀어 이 시기의 여성 전체 중에서는 평생 아이를 낳지도 않고 입양하지도 않은 사람이 20%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대졸 여성 전체(주목할 만한 업적이 있는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모두) 중에서는 50%가 아이가 없었고 ‘위인‘인 여성 중에서는 거의 70%가 아이가 없었다(즉 10명 중 세 명만 아이가 있었다)." 이 시기의 대졸 여성은 명백히 다른 여성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집단이었다.
집단은 동시대의 대졸이 아닌 여성들과도 많이 달랐고 다른 시대의 대졸 여성들과도 많이 달랐다. - P93

[여성 최초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비행사] 아멜리아 이어하트AmeliaEarhart는 출판업자 조지 퍼트넘George Putnam과 결혼하면서 이 점을 명확히 밝혔다. 결혼식 날 이어하트는 퍼트넘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내게 결혼이 얼마나 머뭇거려지는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내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을 할 기회를 결혼이 깨뜨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을 말입니다." 퍼트넘은 이어하트가 일을 할 기회를 깨뜨리지도 않았고 6년 뒤에 세계 일주 비행에 나서는 것도 막지 않았다. 불행히도 이어하트는 이 비행 도중 대서양에서 실종되고 만다. - P101

커리어와 결혼을 결합할 수 있다는 데는 낙관적이었지만, 커리어와 가정 [아이]을 결합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그만큼 확신하고 - P103

있지 못했다. 커리어와 가정을 둘 다 성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데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겨우 10%였고 "희망적이다"라고 답한 사람까지 합해도 3분의 1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아이가 이미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비중은 비슷했다.
"무언가를 더" 원하는 대졸 여성들에게 상황은 분명히 나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커리어와 가정을 둘 다 일구겠다는 열망은 수십 년이 지나서야 현실성 있는 열망이 된다. - P10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3-04-06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는 글을 쓰려면 시간과 자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본인의 말마따나 ˝자녀를 두지 않음으로써 나 자신의 기능을 온전히 다했다.˝

제가 어제 밑줄친 문장이랍니다.

이 책이 처음 나온게 2021년이니 포함된 데이터들이 최근의 데이터겠군요..

햇살과함께 2023-04-06 22:42   좋아요 1 | URL
이 책에서도 ‘커리어’와 비교하는 ‘가정’이란 결혼이나 남편이 아니라 ‘자녀’가 있느냐로 정의하고 있어요.
미국 20세기 100년의 데이터 분석이요!
 

2장 바통을 넘겨주다

커리어와 가정에 대해 뚜렷이 구분되는 5단계 세대 집단 구분

대졸 여성들이 성공적으로 커리어와 가정을 결합하기 위해 달려온 길은 기혼 여성에 대한 고용 장벽들이 없어지면서 닦이기 시작했고, 가정용 테크놀로지, 임신을 막기 위한 현대적인 피임법, 임신을 하기 위한 보조생식술 등의 발달로 한층 더 매끄러워졌다. 뒷 세대로 넘어오면서 여성들은 커리어와 가정을 모두 성취하려면 둘을 - P46

[순차적으로보다는]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이제 점점 더 많은 부부가 공평한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의 가치를깨닫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파악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세대에따라 구분되는 다섯 개 대졸 여성 집단의 궤적을 살펴보는 것이다. 각 집단은 이전 집단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자신의 몫만큼 궤적을 밟아 갔다. 그리고 모두 합해서 이들 다섯 개 집단의 삶은 사회와제의 역사상 가장 막대한 영향을 남긴 변천의 과정을 보여 준다. - P47

집단2 여성들의 결혼 연령이 (집단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늦은 편이기 때문에 일자리, 그다음에 가정을 성취한 집단이라고 특징을 요약해 볼 수 있다. 비교적 늦게 결혼했어도 결혼한 여성 대부분은 아이를 가졌으며, 대다수가 결혼 전에는 한동안 일을 했지만 결혼 후에는 하지 않았다.
더 큰 열망이 있었지만 대공황 등의 외부 요인으로 좌절된 경우가 많았다. 대대적인 경제 불황이 오면서 여성의 고용을 제약하는 정책이 크게 확대되었다. 기혼 여성이 사무직 고용에서 배제되었고 공립학교와 같은 공공 영역에서도 기혼 여성의 고용을 막는 제도가 강화되었다. - P54

집단3의 동질성은 큰 고용 장벽들이 없어진 데서도 기인하지만, 이들이 대학을 졸업한 1946-1965년에 미국 전체적으로 결혼 연령이 낮아지고 자녀 수가 많아지는 쪽으로 대대적인 인구학적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집단3의 90% 이상이 결혼을 했고, 대개 이른 나이에 했으며, 결혼한 여성 대부분이 아이를 가졌다. 또한 대체로 대학 졸업 직후에 취직을 했고 결혼 후에도 어느 정도는 일자리를 유지했지만 아이를 낳고 키울 때가 되면 대대적으로 노동시장을 떠났다. - P55

집단의 여성들이 어떤 열망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상상했는지에 대해 몇몇 대규모 설문조사에 남아 있는 기록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집단3의 대졸 여성들은 앞뒤 집단에 비해 이른 나이에 결혼했고 자녀를 많이 낳았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그리고 아이가 어릴 때도, 바깥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흔히 이들의 열망이 베티 프리단이 베스트셀러 《여성성의 신화》에서 묘사한 것[이 세대 여성들은 사회생활에 대한 열망 없이 가족에 대한 열망만 있었다는 묘사]과 같았을 것이라 여기곤 한다. 하지만 프리단의 묘사는 사실과 매우 다르다(뒤에서 살펴볼 것이다). 이미 여성들에게 기회가 많이 확장되어 있었다. 1940년대 이후로 기혼 여성의 고용을 막던 제도가 없어지면서 결혼한 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도 많아졌고, 여성들의 열망도 달라졌다. - P57

임신과 출산을 통제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방법으로 무장을 하고서, 집단4의 여성들은 즉각적인 악영향 없이 임신과 출산을 미룰 수 있었다. 효과적이고 편리하고 여성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피임법 덕분에 집단4의 여성들은 연애와 성생활을 활발하게 하면서도 대학원교육을 받고 자신이 선택한 커리어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데 더 오래 시간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너무 오래‘ 결혼과 출산을 미뤘다. 집단4의 대졸 여성 전체 중 27%가 아이가 없다. 집단4는 커리어를 먼저 갖고 그다음에 가정을 갖고자 했다. 하지만 세상일이 늘바라는 대로 되지는 않는다. - P60

고졸 이하 여성들은 대졸 여성들과 결혼율 패턴이 다르다.20 (집단에서 집단5로 가는 동안 전체 여성 중 대졸 여성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 사실의 중요성은 곧 다시 설명할 것이다). 고졸 이하 여성은 대졸 여성보다 더 이른 나이에 결혼했고, 앞 세대 집단들의 경우 대졸 여성보다 더 많이 결혼했다. 집단1 세대에 속하는 고졸 이하 여성은 같은 세대 대졸 여성만큼 미혼 비중이 높지 않다. 하지만 최근 세대에서는 고졸 이하 여성이 결혼 제도에서 상당히 크게 이탈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듯 대졸 여성과 고졸 이하 여성은 결혼 패턴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중요한 예외가 하나 있다. 194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 사이에는 학력을 막론하고 모든 여성이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 - P65

그렇다면 무엇이 커리어와 가정과 관련해 집단1부터 집단5 사이에 이렇게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켰을까? 이 변화의 양상은 한 세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세대간 천이 succession of generations가 벌어지는가운데 중간중간 경제와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와 맞물려 불연속적인 도약 지점들을 보인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집단은 앞 집단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자기 세대만큼을 더 달리면서 장애물을 피하고 장벽들을 넘었다. 또한 각 세대는 계속해서 달라지는 제약들에 직면했고, 가정용 장비, 피임약, 보조생식술 등 그들이 가는 길을 더 부드럽게 골라 주는 테크놀로지의 각기 다른 발달에 접했다.
그 길을 따라서, 특히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고용, 승진, 소득, 가정 생활과 관련해 여성들의 불만이 끓어올랐고 혁명적으로 분출했다. 전국 수준에서의 운동은 더 지역적인 단위로, 그리고 가정집에서 열리는 더 친밀하고 사적인 ‘의식 고양 모임 consciousness-raisinggroups‘으로 이어졌다. 각 세대는 자신의 목표를 성취할 더 나은 방법을 모색했고 자기 몫의 성공를 일궈냈다. - P77

교육 수준과 성취 욕구가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부부(동성 커플도 포함해서) 모두가 야심찬 커리어를 갖는 경우도 많아졌다. 회사 일에 온콜 상태여야 하는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일구면서 가정에서의 요구사항도 24시간 챙긴다는 것은 부부 중 누구에게라도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집단1부터 집단5까지 부부가 어떻게 공동의 의사결정을 내려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현재의 세대가 이제까지를 발판삼아 어떻게 더 나은 경로를 만들 수 있을지 알아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가장 힘든 과제이자 가장 커다란 목표중 하나는 공평한 부부 관계 속에서 커리어와 가정을 모두 달성하는 것이다. 그것이 언젠가는 달성되리라 본다면, 우리의 질문은 이렇게 될 것이다. 현 세대는 이 바통을 들고 어디에 도달하게 될까? - P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장 또 하나의 ‘이름 없는 문제’

베티 프리단 ‘이름 없는 문제’
탐욕스러운 일
노동이 구조화되어 있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런 대응은 이제까지 성별 소득 격차를 없애지 못했다. 앞으로도 이런 대응이 젠더 불평등의 완전한 해법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근원이 아닌 증상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응만으로는결코 여성들이 커리어와 가정을 둘 다 갖는 데 남성들만큼 성공하지못할 것이다. 남녀 사이의 페이갭pay gap [임금 격차]을 없애고 싶다면, 아니 줄이기라도 하려면, 먼저 더 깊이 근원을 찾아 들어가서 문제에보다 정확한 이름을 붙여야 한다. 이 문제의 이름은 ‘탐욕스러운 일‘greedy work‘이다. - P12

어떤 사람들은 성별 소득 격차를 직종 분리 occupational segregation때문으로 설명한다. 여성과 남성이 자기선택의 과정에 의해서, 혹은 그렇게 선택하도록 유도되어서 젠더 고정관념에 따라 직업을 택하게 되는데, 그렇게 젠더에 따라 패턴화된 직종들(간호사-의사, 교사-교수 등) 사이에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데이터가 말해 주는 바는 이와 다소 다르다. 미국 인구총조사 목록에 있는 약 500개 직종에서, 성별에 따라 발생하는 소득 격차의 3분의 2는 [직종 간의 요인이 아니라] 각 직종 안에 있는 요인들 때문에 발생했다. 여성들 사이의 직종별 분포가 남성들 사이의 직종별 분포와 동일해 - P15

진다 하더라도(여성이 남성만큼 의사가 되고 남성이 여성만큼 간호사가 되더라도) 현재의 소득 격차 중 많아야 3분의 1밖에 없애지 못한다는 말이다. 요컨대, 소득 격차의 더 큰 부분은 원인이 다른 데 있다는 것을 우리는 실증 근거로 알고 있다. - P16

여성이 커리어를 추구하게 되면서 가정과 경제 사이의 관계가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소득 격차를 넘어서 훨씬 더 큰 문제의 궤적을 이해하지 않으면 소득 격차의 근원에 결코 닿을 수 없을 것이다. 소득 격차는 더 큰 문제의 증상일 뿐이다. 남녀 간 소득 격차는 커리어 격차의 결과이고, 커리어 격차는 부부간 공평성이 깨지는 데서 비 - P16

롯된다.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미국 경제에서 여성이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그것이 지난 한 세기 동안 어떻게 달라져왔는지 알아봐야 한다. - P17

시간은 위대한 평준화 기제다. 누구나 동일한 양의 시간을 가지고 있고 시간 배분과 관련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근본적으로, 성공적인 커리어와 행복한 가정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고전하는 여성이 직면하는 문제는 시간 충돌의 문제다. 대개 커리어에 투자한다는 것은 젊은 시기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일에 쏟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시기는 여성이 아이 갖는 것을 ‘놓치면 안 되는‘ 연령대이기도 하다. 게다가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데도 굉장히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이러한 선택들은 이후의 삶을 크게좌우하며, 한번 선택을 내리고 나면 무르거나 고칠 수 없다. 50년 전에 세 아이의 엄마인 한 여성 임원은 젊은 여성들에게 커리어에 대해 조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도 하세요." - P19

1961년이면 경구피임약이 발명되고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의 승인도 받아서 기혼 여성은 피임약을 많이 사용하게 되지만, 나이가 더 어린 미혼 여성에게는 여러 주의 법률과 사회적 관습이 피임약 구매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 제약은 1970년경 여러 가지의, 그리고 대개는 피임 이슈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이유들로 사라지기 시작한다. 피임약은 여성이 생애에서 직면하게 되는 커다란 제약 중 첫 번째 것을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새로이 갖게된 이 역량으로 여성들은 이제 삶을 계획할 수 있었다. 가령 시간을 많이 투여해야 하는(사실 시간을 전적으로 쏟아야 하는) 전문 석박사 과정에 진학할 수 있었고, 결혼과 출산을 안정적인 커리어의 토대를 두는 데 필요한 시간 만큼 미룰 수 있었다. - P20

어떤 여성에게 커리어가 꽃필 기회가 있는데 그 여성이 아이가 있다면, 궁극적인 시간 충돌이 발생한다. 아이에게는 시간이 많이든다. 커리어에도 시간이 많이 든다. 아무리 소득이 높은 부부라도 육아를 완전히 다 외부인에게 맡길 수는 없다. 그리고 직접 돌보고 사랑해 주지 않을 거라면 애초에 아이를 낳은 의미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여기에서 시간 제약의 문제는 누가 집에서의 일에 대해 ‘온콜on-call‘ [긴급 호출에 지체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상태. 옮긴이] 임무를 맡을 것이냐의 문제다. 집에 급한 일이 있을 때 지체 없이 사무 - P22

실을 떠나 집으로 오는 역할을 누가 맡을 것인가? 물론 부부가 그 역할을 함께 맡을 수도 있다. 부부간 공평성이 잘 지켜진다면 집에서의온콜 부담을 5대 5로 분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이 가구에 미칠 비용은 얼마일까? 굉장히 크다. 이것은 이전 어느때보다도 오늘날 많은 부부가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커리어와 가정 둘 다를 추구하고자 하는 열망이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커리어가 갖고 있는 중요한 속성 하나가 명백하고, 핵심적이고, 가시적으로 떠올랐다. 많은 커리어에서 일이 너무나 탐욕스럽다는 사실이다[가차 없는 밀도로 불규칙한 일정에 대응해 가며 장시간 일할 것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높은 보수를 지급한다. 그래서 시간외 근무, 주말근무를 밥 먹듯 하고 저녁 시간과 밤 시간도 일에 쏟아붓는 사람은훨씬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그렇게 할 경우, 소득이 ‘아주 많이‘ 높아지기 때문에 시간당으로 계산해도 소득이 높아진다. - P23

또한 일이 탐욕스럽다는 말은, 가구 소득을 높이기 위해 부부간 공평성 couple equity이 내버려져 왔고 계속해서 그러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부간 공평성이 버려지면 [동성 커플이 아닌 한] 보통은 성평등도 함께 버려진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성별 역할 규범은 육아의 책임을 엄마에게 더 지우고 가족 구성원에 대한 돌봄의 책임을 장성한 딸에게 더 지우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한층 더 강화된다. - P25

우리 사회는 더 높은 수준의 성평등과 부부간 공평성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시스템‘을 바꿀 것인지 질문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 어떻게 하면 이 둘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 루카스의 탐욕스러운 일자리와 이사벨의 유연한 일자리가 그려진 기본적인 그래프를 바꿀 수 있을까? 내가 이 책에서 내놓고자 하는 답은, 노동이 구조화되어 있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P3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3-04-04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한데, 옮겨주신 밑줄로 구경해보겠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3-04-04 09:27   좋아요 1 | URL
아직 2장 읽고 있는데, 재밌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