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그리고 가정 -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 2023 노벨경제학상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김승진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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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와 가정의 균형 유지를 위해 여성들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허들을 넘어왔다.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는 성별 소득격차는 온콜 대응과 장시간 노동, 높은 보수의 탐욕스러운 일자리가 원인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이다. 누가 커리어에서, 누가 가정에서 ‘온콜‘을 담당하는가. ‘모든 것은 시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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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변호사와 약사

온콜, 장시간 노동 -> 대체가능성?

10장 온콜

모든 것은 시간의 문제다

에필로그 코로나 확대경이 보여 준 것: 여정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

돌봄
탐욕스러운 노동 구조 변경

이 근원은 노동시장에서의 차별과는 관련이 덜하고 거의전부가 시간과 관련이 있다. 이사벨과 루카스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범인은 현대의 많은 직종에서 노동이 갖고 있는 구조 자체이다. - P296

남녀 사이의 소득 차이는 일터에서의 편견이나 가정 친화적인정책의 부족, 그 밖에 빠른 해법들이 지적하는 문제들과는 직접적인관계가 거의 없다. 이것이 우리가 살펴본 실증 근거들과 논리가 말해주는 바다. 빠른 해법들은 여성이 현재 종사하고 있는 일자리에서 정당한 몫을 받게 하는 데 초점을 둔다. 하지만 그들이 현재 종사하고있는 일자리 자체의 특성이 그들이 남성보다 적게 버는 이유다. 특정한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 금융 자문이 반드시 특정한 클라이언트, 특정한 거래 상대, 특정한 고객과의 모든 일을 챙기도록 되어 있는 [따라서 시간 융통성의 여지를 주지 않는] 일의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좋은 소식은, 문제가 당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는 시스템에 있다. 나쁜 소식은, 문제가 당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는 시스템에 있다. 자신이 종사하는 일자리에서 공정하고 편견 없이 정해진 임금을 받는 여성도 가정에서의 의무와 육아 부담에서 오는 제약 때문에 회사에 오래 있을 수 없거나 업무와 - P306

관련해 온콜 상태일 수 없으면 남성보다 소득이 훨씬 낮아질 수 있는것이다. - P307

여기에서 핵심은, 완벽하게 대체해 줄 인력이 있으므로 특정한 약사가 일하는 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막대한 보수를 주어야 할 만큼 그가 조직에 필수 불가결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모든 약사가 전문직 종사자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 P312

여기에서 더 폭넓은 결론을 내려 볼 수 있다. 장시간, 온콜 상태로 일하는 것에 대해 비례적이지 않은 수준으로 높은 보수가 지급되는 것을 줄일 수 있느냐의 핵심은 노동자들 사이의 상황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다. 두 노동자가 서로에게 매우 좋은, 어쩌면 완벽한 대체재가 되어줄 수 있다면 한 명이 자리를 비워야 해도 다른 한 명이 매끄럽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 그 경우 클라이언트, 환자, 학생, 고객등은 아무런 정보의 누락이나 신뢰의 저하나 효과의 차이 없이, 유능한 한 명의 노동자에게서 또 다른 유능한 노동자에게로 잠시 인계될수 있다. - P314

응급 환자를 누가 담당하는지와 관련해 벌어진 변화는 의료 분야를 혁명적으로 변모시켰다. 우리의 관심사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하게, 이러한 변화는 종사자들의 삶을 크게 바꾸었다. 업무에서 요구되는 시간 사용 방식의 변화(수의사나 의사가 늘 온콜 상태가 아니어도 되는 방식으로의 변화)는 이러한 직종에 여성 비중이 증가한 것과 나란히벌어졌다. - P322

회계, 법, 금융, 컨설팅, 학계 등 많은 다른 직종에서는 여성과남성의 운동장이 의료계보다도 덜 평등하다. 이러한 분야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커리어가 진전되는 방식이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여성이 거의 절반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직종의 승진 규칙은 경력 초기에 상당한 시간 투자를 요구한다. 그리고 일정한 기간의 끝에어소시에이트 급에서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중요한 평가를 받는다. 맹렬히 일한 사람은 (혹은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은) 파트너가 되거나 테뉴어를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짐을 싼다. 이를 ‘올라가거나 나가거나up-or-out‘의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통과되는 사람은 그 조직에서높은 지위로 올라가고 통과되지 못하면 그곳을 나가서 업계 순위에서 한 단계 낮은 회사나 기관이나 대학으로 간다. - P323

1970년대 이후로 많은 전문 직종에서 신규 진입자 중 여성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또 집단4부터 시작해서 모든 종류의 전문 석박사학위 취득자 중 여성 비중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테뉴어, 파트너, 기타 경력상의 주요 승진을 하는 여성 비중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 P325

공인회계사를 생각해 보자.‘ 1980년대 이래 여성은 공인회계사의 50%를 차지한다. 하지만 2017년에 회계사를 100명 이상 고용한 회계법인의 파트너 중 여성은 21%였다. 고위급 파트너들의 성별 불균형은 더 심각하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지분 출자 파트너equitypartner‘ 중 여성은 16%뿐이다. 반면, 작은 회계법인(회계사 100명 미만)에서는 파트너의 42%가 여성으로, 전체 여성 비중 50%와 가깝다. 여성 회계사는 자신이 처음에 일하던 대형 회계법인에서 꼭대기로 올라가지 않고 더 작은 회계법인으로 옮기거나 상장회사 감사 업무가아닌 업무로 옮겨 가는 경우가 많다. - P327

파트너가 되는 것과 시간을 얼마나 투여했는가 사이에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어소시에이트급 변호사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일했는가와 그들이 회사 수입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는 남성과 여성의 파트너 승진율이 차이나는 이유를 상당 부분설명할 수 있었다. - P328

진짜 원인은, 승진에 대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타이밍과 거기에 요구되는 막대한 시간 투여가 가정도 꾸리고 싶은젊은 부부들의 삶에 어마어마한 어려움을 야기한다는 데 있다. 이것은 이러한 직종에서 노동이 구조화되어있는 방식자체와 관련된 문제다. - P334

감수해야 하는 소득 손실이 크지 않다면 부부가 그 소득을 포기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부부 모두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일정으로 일해야 하는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 포기하는 돈으로 부부간 공평성을 사는 셈이다. 하지만 감수해야 하는 소・손실이 크면 부부간 공평성을 사는 값으로 지불하기에는 너무 큰비용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부부간 공평성이 버려진다. 그런데 피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정에서 부부간 공평성이 버려지면일터에서 성평등도 버려진다. 여성은 남성보다 돈을 적게 벌게 된다.시간당 임금으로도 그렇다. 요컨대, 문제의 원인은 노동시장에서 노동에 대한 보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가정에서 바깥 노동과돌봄 노동 사이의 분업이 성별에 따라 어떻게 이뤄지는지, 두 가지모두에 놓여 있다.
중요한 것은, 성평등(혹은 불평등)과 부부간 공평성(혹은 불공평성)이 같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이다. - P336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 금융 업계에서는 다른 담당자의 업무를 대신 맡아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아기를 받는 것과어떤 차이가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어떤 회사의 재무제표가 다른 회사와 달리 갖고 있는 고유성이 각각의 산모가 다른 산모와 달리 갖고 있는 고유성보다 큰가? - P348

여러 세대와 여러 직군에 걸쳐 살펴보았듯이, 시간은 커리어와가정을 둘 다 갖고자 하는 여성의 적이다. 온콜, 촉박한 일정, 긴급 상황, 저녁 및 주말 시간의 노동이 가정과 직장에서 동시에 요구된다. 또한 ‘올라가거나 나가거나‘식 승진이 결정되는 기간이 짧다는 점(생애 중 몇 해 안에 결판이 나야 한다)이 일과 가정의 상충을 한층 더 가중시킨다. 둘 다의 결과로, 종종 젠더 불평등이 커지고 부부간 불공평이 증가한다. - P353

한 가지 해법은 유연성을 선택하는 것이 유발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상충적 교환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낮아지게 만들어서부부가 어려운 타협에 직면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다. 온콜, 주말근무, 장시간 근무를 요구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가 매우 높은 임금을 주지 않는다면 루카스는 그 일자리를 잡을 유인이 줄어들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해법은, 유연성 있는 일자리가 더 생산적이 되게 해서 그런 일자리에서도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P356

이를 보완하는 또 한 가지 해법은 부모가 육아에 들여야 하는비용을 줄여 주는 것이다. - P356

사회적 규범을 바꾸어서 상충 관계가 젠더에 의존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 P357

는 대졸 여성들이 받은 경제적 타격의 상당 부분은 돌봄 영역이 문을 닫은 데서 기인한다. 잘 돌아가는 돌봄 영역이 없으면 경제 영역은 삐걱거린다. 학교가 계속 삐걱거리면 많은 부모가, 특히 여성이효과적으로 일할 수 없을 것이다. 아예 일을 못할지도 모른다. 코로나 팬데믹은 돌봄 영역이 경제 영역의 운명을 결정 지을 최초의 주요경제 불황이었다. 다른 때는 경제 불황이 이렇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이 미국 노동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 P376

남성들이 직장에서 맹렬하게 달려드는 것을 줄이고, 다른 남성동료들이 육아 휴직을 갈 때 지원해 주고, 아동 돌봄을 보조하는 정책에 투표를 하고, 가정이 그들의 일보다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자신의 회사에 알려서 회사가 탐욕스러운 노동 구조를 바꾸도록압력을 넣어주어야 한다. 남성들이 인구의 나머지 절반인 여성들의여정에 함께 하지 않는다면 꿈은 현실이 되지 않을 것이고 열망은 쉽게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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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혁명을 보조하는 보조생식술

집단4에 비해 집단5의 높은 출산율
시간 제약이라는 장애물

8장 사라지지 않는 격차

높은 시간 요구와 상당한 경쟁이 있는 직종이 성별 소득 격차가 큼

집단4의 전문 석박사 학위 소지자 중에서는 아이가 있는 여성의 비중이 집단1과 집단2를 연상시킬 만큼 낮다. 1949-1953년에 태어난 집단4 여성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전문 석박사 학위가 있는 여성은 무려 40%가 40대까지 아이가 없었다. 하지만 집단5의 최근 데이터를 보면 전문 석박사 학위 소지자 중 아이가 있는 사람 비중이 학부만 졸업한 여성들과 비슷하다. - P237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커리어가 뒤늦게 꽃피었다는 것은 아이가 어릴 때 여성들이 커리어의 면에서 부딪히게 되는 어려움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린아이가 있는 여성은 커리어를 가진 비중이낮은데, 이는 소득, 승진, 직종에서 존재하는 성별 격차 그리고, 시간유연성이 높은 일자리를 택할 때 감수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 왜 그렇 - P237

게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아이가 있는여성이 나이가 들어가면서(즉 아이가 크면서) 커리어에서 성공할 수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과거 그들이 젊었을 때 [어린아이가있었을 때 삶이 어떠했을지에 대해, 그리고 지금도 어린아이가 있는많은 젊은 여성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콩 금각 집단을 거치면서 발생한 변화는 전문 직종을 위한 교육이 여성에게 확대되면서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증가해 온 과정을 보여 준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여성이 아이가 어렸을 때와 나이가 들었을 때 사이에 보이는 차이, 그리고 아이가 없는여성과 아이가 있는 여성 사이에 드러나는 차이는 무엇이 여성의 커리어 진전을 늦추고 있는지를 드러내며, 이것이 소득과 승진에서 나타나는 성별 격차의 진짜 문제다. - P238

집단4의 여성들이 엄마 세대보다 나아지겠다고 다짐했듯이 집단5의 여성들도 ‘둘 다 갖겠다‘고 다짐했다. 집단4에게 피임약이 있었다면 집단에게는 안 좋은 운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테크놀로지가 있었다. 이들은 타협하지 않고 커리어와 가정을 둘 다 추구했다.
고 이들도 결혼과 출산을 미뤘고 심지어 집단4보다 더 늦게까지미뤘다. 전반적으로 커리어에서의 성공은 모든 연령대에서 이전 세대보다 나아졌고 생애 주기 전반에서는 전보다 한층 더 많이 성취했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있는] 젊은 시기의 경제적 성공 정도는 여전히 낮았다. 가장 학력이 높은 여성들(가령 변호사, 의사, 박사)도 아이가있으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젊었을때 파트타임으로 일하면 나중에 승진의 경로를 밟기가 어려워진다. - P243

하버드 졸업 여성 대다수는 학부 졸업 후 15년 시점에 일을 하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일하지 않고 있는사람은 10%뿐이었다. 아이가 있는 여성도 노동시장에서 짧게라도나가거나 커리어를 늦추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다른 무엇인가를 드러내고 있었다. 졸업 후15년 시점에 일을 하고 있는 여성 중 3분의 1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있다고 응답했다. 어떤 이들은 주당 35시간보다 훨씬 많이 일하는데도 스스로가 파트타임으로 일한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조사 통계에서 전일제와 파트타임을 나누는 기준은 주당 35시간이지만 이들은 자신이 종사하는 직종에서의 일반적인 노동시간과 자신의 노동시간을 비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P244

집단5는 단순히 생식을 ‘보조‘해 주는 기술보다 많은 것이 필요했다. 많은 장애물이 없어지고 여성들이 많은 자유를 획득하면서, 이제 늘 여성들 앞에 있었던 근본적인 장애물 하나가 명백하게 눈앞에드러났다. 그 장애물은 바로 시간 제약이다. 아이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커리어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부부간의 공평성(시간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이 지켜진다면 여성이 커리어와 가정을 둘 다 달성할수 있게 해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노동 구조에서] 부부간의 공평성은 정말로 비싼 비용을 감수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 이것이 성별소득 격차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이 책의 남은 여정에서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 P247

마법 지팡이를 휘둘러 이 엄청난 수의 노동자를 남녀 각각의 직종별 분포가 동일해지게 재배치하는 위업을 달성했다고 해 보자. 그렇게 하더라도 성별 소득 격차 전체 중에서 3분의 1 정도밖에 줄이지 못한다. 직종 분리는 핵심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직종 분리를 성별 소득 격차의 주된 이유라고 보았지만, 직종 분리로설명되는 부분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성별 소득 격차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직종 내에 남녀 간 소득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직종에서 그렇다. 그리고 직종 내에서의 성별 소득 격차는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 크다. - P262

그림 8.1의 점선은 대졸 노동자의 성별 소득 격차를 보여 준다.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비율과 대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비율상당 기간 동안 비슷한 추이를 보이다가, 1990년 이후로 대졸 노동자의 경로가 달라진다.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선은 계속 올라가는데 대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선은 정체되어 있다. 이 분기가발생한 한 가지 원인은 1980년대 이후에 소득 불평등이 크게 증가한 - P264

18것이다. 대졸 노동자들은 상당히 높은 소득을 올렸지만 대졸 남성 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소득을 얻었다. 왜 소득 분포의 맨 꼭대기에 여성보다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올라갔는지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논의할 것이다. - P265

1980년대까지는 성별 소득 격차가 대체로 교육, 훈련, 업무 경력 등의 면에서 남성과 여성이 노동시장에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느나와 관련 있었다. 하지만 2000년 무렵이면 남성과 여성이 노동시장에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느냐는 그다지 차이가 크지 않다. 남녀 간임금 차이는 더 이상 그들이 노동시장에 준비되어 있는 정도가 다르거나 고용주가 어차피 여성은 회사를 오래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고용되어있는 기간이 더 짧긴 했지만, 이 차이도 시간이 가면서 상당히 작아졌다. - P265

그림 8.2의 나머지 선들은 집단5 세대 중 다른 출생 연도 집단 대졸자들에 대해 남녀 소득 비율을 보여 준다. 초기의 소득 비율은 출생 연도가 더 이른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 더 낮다(즉 소득 격차가 크다). 이보다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특징은 각 소집단 모두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득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어느 해에 태어난 사람들이건 마찬가지다. 집단5 중 1963년경에 태어난 대졸자들의 경우, 20대 후반에는 상대 임금이 남성 소득 1달러당 여성 90센트였는데 30대 후반이 되면 76센트로 줄어들고 40대 중반이 되면 70센트로 줄어든다. 이는 성별 소득 격차를 하나의 숫자만으로 나타낼 수 없는 이유를 말해 준다. - P268

즉 6개월 정도의 휴직을 할 필요가 없었던 여성은 계속해서 남성과 거의 동등한 소득을 올리지만(약간 적긴하다) 아이가 있는 여성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진다. - P270

남성 대비 여성 MBA의 상대 소득은 시간이 가면서 줄어든다. 그런데 이것은 그들의 고용이 크게 단절되어서나 크게 교란되어서가 아니다. 즉 아주 오래 일을 쉬었거나 주당 노동 시간이 매우 적은자리로 옮기거나 해서 생긴 격차가 아니다. 여성 MBA가 남성보다돈을 훨씬 덜 버는 이유는 고임금을 주는 기업과 금융 분야의 일자리가 아주 짧은 기간의 경력 단절이 있는 사람이나 아주 약간 적은 주당 노동 시간으로 일하려는 사람에게도 매우 큰 불이익을 주는 구조 - P272

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성 MBA가 남성에 비해 경력의 중단이 길고 주당 노동 시간이 적은 주된 이유는 출산과 그 뒤에 이어지는 육아 부담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표본에서 일부 MBA 엄마들은 첫 출산을 하고 한두해 안에 휴직을 했다. - P273

그렇더라도 돈 잘 버는 남편을 뒀다는 사실 자체는 경력 연수, 노동 시간, 고용 상태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아니다. 고소득자 남편이 있는 여성도 아이가 없으면 다른 여성과 마찬가지로 오래 고용상태를 유지했고 장시간 일했다.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는지, 그리고 얼마나 장시간 일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데서 ‘배우자가 고소득인 것‘은 그 자체만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있는 것‘과상호작용해 영향을 미친다. - P275

이와 같은 연구 결과들(아이를 가질 때 성별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여성이 소득 수준이 더 낮은 회사로 옮겨 가거나, 같은 기업에 계속 다닐 경우에는 남성에 비해 임금 인상 정도가 더 낮다는 결과)은 직종에 따라 성별소득 격차가 어떻게 다른지를 추가적으로 알아봐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직종에 따라 성별 소득 격차는 차이가 크다. 그렇다면, 어떤특성을 갖는 직종이 성평등과 부부간 공평성의 면에서 더 좋은 직종인가? 직업이 여성에게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부부에게) 더 친화적이거나 덜 친화적이 되게 하는 특성들은 무엇인가? - P277

남성 대비 여성 소득 비율이 가장 낮은 곳(가장 격차가 큰 곳)은 - P279

변호사처럼 자가고용이 많이 존재하는 곳, 그리고 금융, 판매, 행정,
경영, 운영 등이었다. 남성 대비 여성 소득 비율이 가장 높은 곳(가장격차가 작은 곳)은 수학과 과학 분야였고 의료(의사 제외), 과학, 공학분야도 격차가 작았다. 따라서 직군을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령, 테크 분야의 여성들은 남성 1달러당 94센트를 벌었다. 하지만 금융 분야의 여성들은 남성 1달러당 77 센트밖에 벌지 못했다. - P280

종류의 일에 더 높은 보수를 지급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더 장시간을 쏟아붓는 대신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일을 선택한다. 즉 여성에 비해 남성은 시간의 유연성이 허용되는 일자리인지는 덜 고려하고 소득 측면에서 이득이 있는지를 더 고려한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여성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 P282

이 여섯 가지 특징(시간 요구에 대한 다섯 가지와 경쟁에 대한 한 가지)의 평균 점수는 직종별로 성별 소득 격차의 정도가 차이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높은 시간 요구와 상당한 경쟁이 있 - P285

는 직종은 성별 소득 격차가 크다. 시간 요구와 경쟁이 낮으면 격차가 작다. 여성들은 더 유연하게 조정 가능한 시간을 원하기 때문에특정한 업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이 직종들은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특징이 있다. 남성들 사이에서 소득 불평등이 큰 직종은 성별 소득 격차도 크다. 50 소득 불평등이 큰 직종은 대개 클라이언트나 환자를 만나 상호작용을많이 해야 하는 일이고, 일하는 시간이 가장 긴 직종이며, 온콜 상태에 있다가 급하게 투입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 직종이다(변호사, 외과의사, 회계사, 최고경영자의 장시간 노동을 생각해 보라).
이런 이유에서, 소득 불평등이 큰 직종은 여성, 특히 아이가 있는 여성이 고소득을 올리기 어려운 직종이기도 하다. 이들은 거래를따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쟁에 달려들고 장시간을 일하며 불규칙한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보다 소득이 상당히 적어지게 된다.
1970년대 말부터 경제 전반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면서시간 요구의 정도가 높은 직종들이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보수를 주게 되었다. 여성이 진입하기 가장 어려운 직종들이 지난 몇 십 년 동안 ‘초‘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아진 직종들이었다. 이는 여성들이 학위나 자격증 등의 요건을 전보다 훨씬 더 많이 획득했는데도 대졸자들 사이에서 지난 10년간 성별 소득 격차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여성들은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고 있었다.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고는 있었지만 강한 경제적 급류에 맞서면서 헤엄치고 있었던 것이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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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조용한 혁명

피임약
글로리아 스타이넘, 잡지 <미즈>
잡단4는 커리어 지향적인 직종에 대거 진출
직종의 변화와 커리어 지향에서의 변화

<메리 타일러 무어 쇼The Mary Tyler Moore Show>의 주인공 메리 리처즈는 ‘조용한 혁명‘의 전위라 할 만하다. 극 중에서 메리는 1970년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미니애폴리스로 가서 지역 TV방송국 저녁뉴스의 보조 프로듀서로 꿈꾸던 일자리를 얻는다. 메리는 30세의 미혼 대졸 여성이고 싱글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메리의 목표는 연애도활발하게 하면서 커리어도 성공적으로 일구는 것이다. 메리는 두 영역 모두에서 훨훨 난다. 메리는 재능과 의지와 매력이 있다. 여기에 더해 비밀 무기까지 있는데, 바로 피임약이다. - P183

그 화 방송에서 메리의 부모가 메리가 사는 아파트에 들른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메리의 엄마가 문을 나서며 [아빠와 메리가 있는] 거실 쪽을 보고 말한다. "약[pill] 먹는 거 잊지 마!" 그러자 메리와아빠가 동시에 대답한다. "알았어." 메리는 당황하고 아빠는 뭔가 못마땅한 얼굴로 메리를 바라본다. 피임약이 처음으로 시트콤에서 언급된 이때는 1972년이었다[영어에서 일반적인 알약을 뜻하는 pill에서 p를대문자로 표기한 Pill이 피임약을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옮긴이]. - P184

‘피임약의 어머니‘는 두 명을, ‘피임약의 아버지‘는 적어도 네 명을 꼽을 수 있지만 오랫동안 피임약은 고아 신세였다. 어느 업체도생산을 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생산되고 나자 모두가 피임약을 원했고, 일단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고 나자 제약회사들이 수익을 노리고 앞다투어 피임약 시장에 들어왔다.
먹는 알약으로 임신을 막는다는 개념은 산아제한 운동의 개척자이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미래주의적 개혁가 마거릿 생어 Margaret Sanger의 꿈이었다. 1916년에 생어는 브루클린에 산아제한을 돕기 위한 진료소를 열었다가 체포되었다. 피임 제품을 널리 전파시키지 못하게 한 주 법을 직접적으로 위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어는 위축되지 않았고 길었던 평생에 걸쳐 모든 인종의 여성들이 피임을 할 수 있게 하는 데 헌신했다(생어의 삶이 온전히 고결하지만은 않았다). - P185

1949년에 생어는 캐서린 덱스터 매코믹Katharine Dexter McCormick을 설득해 꿈의 알약 개발에 연구 자금을 대도록 했다. 매코믹이 피임약의 두 번째 어머니다. 1904년에 MIT에서 생물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고 농기계 업계의 거물인 매코믹 집안 사람과 결혼했다.
1947년에 남편의 사망으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된 매코믹은 그중 일부를 그레고리 핀쿠스Gregory Pincus 의 피임약 연구에 후원했다. - P186

‘조용한 혁명‘은 행복의 공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피임약은 더 시끄러운 종류의 혁명에서 여성들이 목청 높여 요구했던 여성 해방의 한 부분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집단4의 여성들이 법조계, 의학계, 학계, 금융계, 경영계 등 경력 초기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먼저 투자해야 하는 종류의 커리어에 진입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 P187

집단4의 젊은 여성들인 우리는 훨씬 더 잘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 새로운 비전이 있었다. 우리는 커리어를 가정보다 앞 순서에 둠으로써 자아실현을 하고 소득도 많이올리고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전문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참이었다. 우리는 높은 사회적 지위와 높은 소득을 가질 수 있는직종, 늘 남성들이 가졌던 직종에 이전 어느 세대 집단보다도 많이 진출할 것이었다. 이 말은, 학부 졸업 직후의 시기에 맹렬한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다시 이는 결혼을, 더 중요하게는 출산을미뤄야 한다는 의미였다. 집단인 우리는 이것이 가능했다. 집단의여성들에게는 없었던 것, 바로 경구피임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우리는 피임약을 젊은 미혼 시절에 구할 수 있었고, [결혼과 출산을 미뤄서] 전문직 진출을 위한 교육과 학위 과정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다. - P189

피임약이 가져다준 여러 이득 중 하나는 결혼 연령을 높임으로써 이혼 가능성을 낮춘 것이다. 또 다른 이득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연기하면서 엄마가 되기 전에 석박사 학위나 전문 학위를 받고 커리어의 토대를 다질 수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여성들에게 일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새로이 주어지면서 여성들의 역량도 강화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집단4의 여성들에게 그 시간에 기한이 있다고 경고해 주지 않았다. 아직 의학계에서는 35세가 넘으면 임신 가능성이 급감한다는 우려가 나오지 않았다. 노산으로 선천성장애아 출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은 아직누구의 머릿속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집단4의 여성들은 임신을 막는게 문제였지 임신을 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들은 엄마가 되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93

이혼율의 증가, 특히 이른 나이대 이혼의 증가와 첫 결혼 연령의 상승이 결합해, 여성의 일생 중 결혼 상태가 아닌 기간이 길어지게 되었다. 집단3 세대의 여성들[대졸, 비대졸 포함]은 25-50세 사이의 기간 중 80%를 결혼한 상태로 보냈는데, 집단4의 후기가 되면 그 25년 기간 중 65%만 결혼한 상태로 보내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성의 정체성이 가정과 가족 중심으로 형성되던 데서 직업 세계와 훨씬 더 밀접하게 관련되는 쪽으로 달라지게 했다. - P198

‘미즈Ms.‘라는 호칭이 받아들여지고 널리 쓰이게 되면서 1970년대 초의 여성들은 자신의 원래 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따르면 ‘미즈‘의 사용은 1952년으로도 거슬러 올라가지만 널리 쓰이게 된 것은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1972년에 잡지 <미즈>를 펴내면서였다. - P199

이들의 경로는 역사적 진전의 논리적인 전개를 보여 준다. 미래의 고용에 대한 예상, 여성에 대한 사회적 규범, 여성의 삶의 만족을 결정하는 요인, 이 각각이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면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폭풍의 끝을 알리는 무지개처럼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알리는 신호였다. ‘조용한 혁명‘의 일원인 집단의 여성들은 역사의 긴 행진에서 새로운 목표를 형성했다. 그런데 그 목표를성취하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을 미룰 필요가 있었다. 연애와 성생활을 활발히 하면서도, 또 여전히 결혼의 전망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결혼과 출산을 미룰 수 있게 해 준 결정적인 한 가지가 딱 적시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조용한 혁명‘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 P200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의 시끄러운 혁명은 어떤 방식으로 조용한 혁명에 영향을 미쳤을까? 시끄러운 혁명은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방식을 통해서는 아니었을지라도 여성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여성들의 공동의 의식을 확장함으로써 조용한 혁명을 촉진했을 것이다. 석유지질학자로 뒤늦게 경제학에 관심을 갖게 된 집단4의 일원 베티 클라크Betty Clark 는 이렇게 언급했다. "페미니즘은 [우리에게] - P203

일하고 싶다는 열망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피임 수단은 우리에게]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습니다." - P204

하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진 것 자체는 조용한 혁명의 주된 결과가 아니었다. 직종의 변화와 커리어 지향에서의 변화가 여기에서 진정한 변화였다. 사실 고용률 자체의 추세에서는 커다란 단절이 없었다. 한 가지 예외는 영아가 있는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970년대 초부터 1990년대까지 급증한 것이다. 어린아이가 있는, 심지어 영아가 있는 여성들도 바깥일을 하게 되었다. 여성들이보수가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었고 이런 종류의 직업은 단절 없이장기간 일할 때 보상이 컸기 때문이다. 이것이 조용한 혁명의 본질이었다. - P206

1955년에는 대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크게 뒤처져 있었다. 여성들은 고등학교에서 남학생들이 듣는 수학 과목의 70%만 들었다. 하지만 1970년 무렵이면 80%를 들었고 1990년 근처가 되면 남학생과 동일한 수학 과목을 들었다. 과학 수업에서도 남학생과의 격차가 좁혀졌다.
수업만 더 들은 것이 아니라 수학과 읽기에서 남학생 점수 대비 여학생 점수의 비율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1990년 무렵이면 고등학교 졸업반 여학생들은 남학생과의 수학 점수 격차를 크게 줄인 상태였고 읽기에서는 상당히 앞서 있었다. 경쟁력 있는 수학 점수, 전보다 더 다양하게 이수한 과학 과목, 더 월등한 읽기 점수로 무장했으니 여학생들은 대학 진학률과 졸업률에서도 남학생과의 격차를크게 줄일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1940년대 말경 출생자부터 시작해서(집단4의 시작점이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이 변화는 너무나 대대적이어서, 이전까지 압도적으로 존재했던 대학 진학 및 졸업에서의 남녀 격차가 빠르게 사라졌고 1980년대 초면 남녀가 역전되었다. - P211

커다란 변화 하나는 집단4의 여성들이 커리어 지향에 맞게 전공과 수업을 택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집단4 여성들이 막 대학을 졸업하기 시작한 1970년에는 여성 졸업자의 3분의 2가량이 교육학과 자유교양(각각 40%와 22%) 분야를 전공했다. 남성의 경우에는 둘 - P212

을 합쳐서 24%였다. 하지만 1982년이 되면 남성과 여성 모두 교육학과 자유교양을 벗어나 경영 쪽으로 이동했다. 1967년에는 여성 졸업자의 5%만 경영을 전공했는데 1982년에는 이 숫자가 21%가 되었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변화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매우 빠르게 일어난 변화였음에는 틀림없다.
여성들은 ‘일자리‘ 위주이고 ‘소비‘ 위주인 전공을 벗어나 ‘커리어‘ 지향적이고 ‘투자‘ 위주인 전공 쪽으로 옮겨갔다. 집단4의 여성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셰익스피어는 나중에라도 읽을 수 있지만 회계학은 시기를 놓치면 공부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교사 자격증은 나중에도 딸 수 있지만 과학자가 되거나 공인회계사가 될 기회는 다시 갖기 어려울 수 있었다. - P213

이러한 변화의 타이밍과 관련해, 교육 영역에서 차별 금지 관련법이 제정되고 그러한 법을 정부가 실제로 집행하게 된 것이 주된 요인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요인이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할 수 있는 탄탄한 실증 근거는 얻기 어려웠다. - P214

집단4의 젊은 여성들에게 지평이 넓어지고 정체성이 달라지면서, 일의 세계와 커리어에 대해 준비를 더 잘 갖추게 되었다. 커리어 지향적인 전공과 석박사 학위는 소득에도 반영되었다. 1950년대부터 내내 정체되어 있었던 남성 대비 여성의 소득 비율이 1980년 정도부터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증가의 상당 부분은 여성들이 직무경력을 쌓게 된 것과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종류의 역량을 획득한 것 덕분이었다. 매년 직무 경력이 늘어갈 때마다 그들은더 많은 보수를 받았다. 여성들이 직무 경력을 통해 역량을 쌓을 수 있고 승진 기회가 있는 종류의 일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노동시장 경험은 더욱 가치 있는 것이 되었다. - P217

출산을 미뤘던 많은 이들에게 생물학적 시간이 다하고 말았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커리어를 더 많이 추구하게 되었다는 것은 가정을 꾸리는 일이 나중으로 밀려났다는 의미였다. 집단4의 여성들은 가정을 꾸리는 것(그들의 또 다른 꿈)을 ‘미루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이들은 (그리고 다음 세대 여성들도) 뒤늦게야 이것을 깨달았다. "믿을 수가 없어. 아이 갖는 걸 까먹다니!"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유명한 그림에 나오는 여성은 이렇게 한탄한다. 1964년에 완성된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는 집단4의 여성들을 상징하는 포스터가 되었다. 집단4의 우리들은 집단3의 여성들보다 잘해 나갈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했다. 그리고 많은 면에서 실제로 그렇게 해 나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아이 갖는 걸 까먹고‘ 있었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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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베티 프리단이 틀린 것과 맞는 것

베티 프리단 <여성성의 신화>
집단3 ‘가정, 그다음에 일자리’의 순서로 ‘연쇄적으로 펼쳐지는 삶’을 계획
이른 결혼, 이른 출산과 다산
아동 돌봄 서비스 부족
어린 아이는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여성 노동력 수요 증가
게임 플랜 -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 다시 일자리 복귀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는 그럴 만하게도 대대적인 환호를 받았다. 수백만 권이 팔린 이 책은 2세대 여성운동에 불을 지핀책으로 꼽힌다. 여기에서 프리단은 TV속 여성들이 꼭 허구라기보다실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프리단에 따르면, 이 시기의미국 여성들은 커리어우먼이 존재했던 이전 시기와 달리 가정으로후퇴하며 뒷걸음쳤다. 프리단은 1950년대의 대졸 여성들이 "진정으로 여성다운 여성은 커리어, 대학 교육, 정치적 권리를 원하지 않는법"이라는 말을 누누이 들어왔다고 지적한다. - P145

프리단은 주로 최고 명문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프리단의 메시지에서 핵심은, 뛰어난 능력과 매우 높은의지를 타고난 여성들이 "여성다움에 대해 잘못 알려진 신화"를 추구하느라 꿈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프리단은 최고 학벌을 가진 소수의 대졸 여성들로만 논의를 한정함으로써 이들의 야망이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았다. 이것 자체는 좋은 방법론일 수 있는데, 문제는 프리단의 분석이 틀렸다는 데 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래드클리프 졸업생 중 전문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7% 정도였는데 1950년대 초 졸업생 중에서는 12%, 1950년대말 졸업생 중에서는 18%로 늘었다 "여성다움에 대한 신화"가 팽배했다는 시대에 명문대를 졸업한 여성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높은 비중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 P147

하지만 그들이 가정을 더 우선순위에 놓았던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프리단의 분석이 옳다. 이들 대부분은 졸업 직후에 결혼을 했고, 곧이어 아이를 낳았다. 대부분 졸업 직후에 직장도 가졌지만 아이가 생기면 거의 모두가 노동시장을 떠났다. 하지만 아이가생겼을 때 가정으로 들어간 것과 아이들이 학교 갈 나이가 되었을 때노동시장에 돌아온 것 모두 신중하게 세운 인생 계획에 따른 결정이었다. 〈아빠는 다 알아〉나 〈비버는 해결사> 같은 드라마만 보면 으레갖게 되는 고정관념과 달리, 이 여성들은 영구히 가정에 묶여 있거나 안주해 있지 않았다. - P148

이는 이들이 이전 집단보다 (더 적은 선택지가 아니라)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들은 가정을 먼저 갖고 그다음에 일자리 (때로는 커리어)를 갖기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1950년대가 완벽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혀 완벽하지 않았다. - P149

이들의 노동시장 참여가 저조했던 것은 구매 가능한 가격대에서 양질의 아동 돌봄 서비스를 구할 수 없었다는 점과도 관련이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미취학 아동이 있으면 어지간히 높은 임금을 받지 않는 한 아이 봐주는 사람에게 돈 주고 소득세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었다.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좋은 베이비시터를 구할 수 있었다면 둘째가 태어난 뒤에도 일을 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내가 버는 돈이 베이비시터에게 다 들어가는 상황이라면 바깥일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죠."
하지만 40세 정도가 되면 이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급격히 오른다. 이 나이대에서는 10명 중 7명꼴로 보수를 받는 노동에 종사하고 있었고 대부분 전일제였다. 막내가 초등학교에 가고 나면 대부분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했다 - P150

제2차 세계대전 중과 전후 시기에 여성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교육 수준을 막론하고 모든 여성이 여기에 영향을받았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학업을 더 이어갈 것인지를 결정할 때 많은 여성에게 대학이 예전보다 더 좋은 선택지로 보이게 되었다. 대졸 여성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고 결혼도 할 수 있었고 아이도 가질 수 있었다. 결혼한 여성들에게 대학 졸업장은 벽에거는 장식품을 훨씬 넘어서는 유용성이 있었다. - P153

1950년대에 대학 졸업장은 여성에게 여러 형태로 이득을 가져다주었는데, 대부분의 이득은 고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졸업 후 곧바로 일자리를 잡는 데서도 그랬지만 대학교육이 줄 수 있는 이득의 상당 부분은 미래에 발생했다. 대학 졸업장(과 교사 자격증)은 결혼 생활이 예기치 않게 파경에 이를 때를 대비하는 보험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에 널리 쓰이던 표현으로, 일자리는 "뒤로 넘어질 때 받쳐 줄 안전장치"였다. 이혼, 장애, 사망은 어느 집에나 예기치 않게 올 수 있었으므로 남편에게 불시에 무슨 일이 닥치지 말란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1957년 졸업생인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결혼한 여성에게 교육은 일종의 보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여성은 교육을 "안전망"이라고 표현했다. - P154

《여성성의 신화》 시대의 대졸 여성은 프리단이 묘사한 것보다는 물론이고 일반적으로도 이전 세대의 대졸 여성들보다 주체적 역 - P155

랑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계획했다. 고용 장벽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혼한 여성도 다양한 직군과 지위에서71-7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제약이 있었다. 특히 아이가 어린데도 바깥일을 하는 여성은 사회적으로 크게 비난받았다. - P156

전후에 경제가 호황을 맞으면서 미국의 젊은 층과 중장년층 모두가 새로이 삶을 조정하기 시작한 무렵, 향후 수십 년간 미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될 일련의 인구통계학적 변화들이 일어났다. 너무나 대대적인 변화여서 오늘날에도 미국 경제와 사회에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비 붐은 다른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친 것처럼 대졸여성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베이비 붐의 원인에 대해 많은 가설이제시되어 왔지만 정확히 왜 결혼 연령이 급감했는지, 왜 출산율이 급중했는지, 왜 이 변화가 그만큼의 기간 동안 지속되다가 갑자기 끝났는지에 대해 여전히 우리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 - P156

전후 미국에서 벌어진 주요 인구통계학적 변화 중 첫 번째는 결혼 연령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 P157

전후의 대대적인 인구통계학적 변화 중 두 번째는 여성의 첫 출산 연령이 낮아진 것이다. 또 아이를 더 이른 시기에 낳았을 뿐 아니라 더 많이 낳기도 했다. - P158

장래에 일자리를 잡을 생각이 없었다면 왜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특정한 직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공을 택했겠는가? 교사가 될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면 왜 60%가 넘는 여성이 교사 자격증을 땄겠는가? 문학, 예술사, 외국어, 음악 같은 전공이 어쩌면 더 흥미로웠을지도 모르지만 1950년대에 대학을 졸업한 여성 대부분은 가정 생활과 양립 가능한 종류의 직장을 잡을 수 있는 전공을선택했다. 집단에 속하면서 석사 학위를 가진 한 여성은 "교직은 가정도 갖고 싶은 여성에게 완벽한 커리어였다"고 말했다. "나는 13년동안 일을 쉬었다가 아무 불이익 없이 다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33일반적으로 말해서 1950년대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이 장기적인 ‘커리어‘를 추구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미래 어느 시점에 노동시장에 들어올 수 있기 위해 준비했고 실제로 대부분 노동시장에들어왔다. 1950년대에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은 ‘가정을 먼저 꾸리고나서 그다음에 일자리를 갖기로‘ 계획했고, 대체로 계획대로 되었다. - P161

종전 시기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미국인들이 전업주부가 있는 가정을 찬미했다는 점에서는 베티 프리단의 분석이 맞았다. - P161

하지만 전문직을 향한 대졸 여성들의 야망이 이전 시기에 높아졌다가 이 시기에 후퇴했다고 본 데서는 프리단이 틀렸다. - P162

그런데 왜 프리단이 개진한 많은 주장이 정확하지 않았을까? 한 가지 이유는 프리단이 1950년대 대졸 여성의 성취를 더 이른 시기 대졸 여성 중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도 없었던 여성들하고만 비교했기 때문이다. - P162

프리단의 책이 너무 일찍 출간되어서 1950년대에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이 앞으로 일구게 될 성취까지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프리단은 이 여성들이 짠 게임 플랜이 결실을 맺는 것을 관찰할 수 없었다.
노동 연령이 끝날 무렵이면 1950년대에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은 커리어 면에서도 1900년대 초에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커리어와 가정을 결합하는 데서는 훨씬 더 성공적이었다. 이들의 생애는 많은 국면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프리단은 이들의 생활이 가정에 한정되어 있던 국면에서만 이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그 국면에서 많은 여성들이 가지고 있었던 좌절과 한탄을 책에 담았다. 하지만 이 여성들은 시간 안에 응결되어 있지 않았다. 대부분은 프리단이 그 책을 출간하기 한참 전부터 그 생활에서벗어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다. - P163

이들에게 가장 큰 제약은, 아이가 어릴때는 마땅히 엄마가 집에 있어야 하고 엄마가 일을 하면 아이에게 "해롭다"고 보는 사회적 규범이었다. - P166

그런데 어쩌다가 우리는 이 여성들을 마거릿 앤더슨이나 준클리버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여기게 됐을까? 이제까지 보았듯이 1950년대에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이 가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1964년에 이뤄진 조사에서 1961년 졸업생 중 결혼을 하고 전일제 일자리도 갖고 있었던 여성의 37%가 여전히 자신을 "주부"라고 묘사했다. - P173

이것은 당대에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생각이었다. 엄마가 늘 집에 있지 않으면 미취학 연령대의 어린아이에게 해가 된다고 본 당대의 믿음이 어린아이가 있는 여성들이 일하는 것을 가로막은 주요인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돌봐 주는 시설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또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런데 그런 시설들은 수요가 충분하지 않아서 충분히 존재하지 못했다. 전형적인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였다. 엄마가 일하면 어린아이에게 해롭다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서는 돌봄 시스템에 커다란 변화가 필요했다. - P174

집단의 여성을 가장 크게 제약한 것은 엄마가 ‘이기적인 커리어 우먼‘이면 어린아이에게 피해가 간다는 통념이었을 것이다. - P178

이 세대 여성들이 느낀 공허와 좌절이 바로 베티 프리단이 그의베스트셀러에서 드러내고자 한 주제였다. 그 책에서 프리단은 "이게다야?"라는 말로 이를 잘 요약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에 묶여 있어야하는 상황은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가정, 그다음에 일자리‘의 순서로 ‘연쇄적으로 펼쳐지는 삶‘을 계획했다(소수는 ‘가정, 그다음 ‘커리어‘의 단계를 밟을 수 있었다).
집단3 여성들의 삶에 교육이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프리단의 분석이 맞았다. 하지만 이들의 열망에 대해서는 틀렸다. 프리단의 책은 여성들이 더 큰 성평등과 더 큰 부부간 공평성을 향해 나아가는 경로의 중간 지점에서 나왔다. 프리단은 대졸 여성에게 더 좋았던 시기를 찾고자 과거로 돌아갔다. 하지만 과거는 이들에게 더 좋은 시기가 아니었다.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프리단이 책에서 묘사한 바로 그 여성들도 이 변화의 이득을 일부 누릴 수 있었다. 프리단이 한 공헌은 독립을 향한 여성들의 열망에 불을 붙이고 그들에게 현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것이다. 이 연료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졸업생들이 미국의 삶의 모습을 대대적으로 바꾸게 될 조용한 혁명을 일구는 데 일조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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