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들

15주년 기념판 머리말 - 계속되는 도전, 또 다른 도전

페미니즘을 인식하고 공부하는 행위 자체가 사회운동이다. 더구나 신자유주의 시대의 빈부 양극화는 지성의 양극화로이어지고 있다. 또한 모든 양극화 현실 자체가 비가시화되어, 우리는 이 사실을 알기조차 어렵다. - P11

개정증보판 머리말 - 세상을 아는 방법, 인식론으로서 젠더

‘다른 목소리‘는 우리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고 풍요롭게 해주며 자기중심주의를 돌아보게 한다. 또한 모든 사람은 ‘다른 목소리‘의 잠재적 주인공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여성주의다. 여성주의는 양성 평등에 관한 주장이 아니라 사회 정의와 성찰적 지성을 위한 방법론이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여성주의를 공부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 P17

페미니즘은 지식의 형성 과정, 권력의 작동 지형과 역사를 파악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학문이자 실천이다. - P18

젠더를 남녀 간 갈등이 아니라 여성(소수자, 타자・・・・・・)의 경험을 - P19

기반으로 한 사회 구성 원리나 재창조 원칙으로 인식한다면 젠더는 이슈나 소재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이 된다. 다만 마르크스주의처럼 ‘노동자‘를 중심으로 구체적 경계를 설정하기보다 모든 경계 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유라는 점에서 더 ‘모호‘하고 맥락적이며 복잡하기 때문에 정의하기 어렵다. - P20

우리는 남녀노소 인류 모두를 괴롭히는 자본의 고속 질주나 환경 파괴, 경쟁 중심의 세계관, 장애인과 노인, 약자 비하, 기아와 질병을 보는 다른 관점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을 남녀에관한 이슈에 국한하지 않고 삼라만상(인식의 모든 대상)에 대한 새로운 사유 방식, 접근 방식, 논의 방식이라는 인식의 방법으로 이해한다면,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현실에서도피하거나 현실 반대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인정하고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다른(alternative) 현실을 살 수 있다. 혁명은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재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23

머리말 - 소통, 경합, 횡단의 정치, 페미니즘

그러나, 나는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다는 것, 더구나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삭제된 역사를 알게 된다는 것은,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 사회에 대한 분노, 소통의 절망 때문에 상처받을수밖에 없는 일이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생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는 이렇게 말한다. "과학 지식은 목격에 관한 것입니다. 특정한 것을 안다는 사실은, 설명 가능성의 의미를 변화시킵니다. 목격은 언제나 해석적인, 우발적인, 예약된, 속기 쉬운 참여입니다. 목격이란 증언하는 것이고, 서서 공공연하게 자신이 본 것과 기술한 것을 해명하는 것이며, 자신이 본 것과 기술한 것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입니다."
때문에 여성주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더욱이 편안할 수는 없다. 다른(alternative) 렌즈를 착용했을 때 눈의 이물감은 어쩔 수 없다. 여성주의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배 규범, ‘상식‘에 도전하는 모든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 P29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한 해질녘 황혼과 동트는 여명이 아름다운 것은 경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혼란이 아니라 기존의 대립된 시각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상상력과 가능성을 뜻한다. 대립은 서로를 소멸시킬 뿐이다.

정체성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맥락 속에서 구성된다. 모든 정체성은 차이를 가로질러 형성된다. - P37

그러나 남성들은 개인 혹은 인간으로 간주되지만, 여성들은 여성으로 여겨진다. 여성이나 페미니즘이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자 내부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억압이다. 여성들간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여성해방이다. 여성을 여성으로 환원하는 것이 가부장제이기 때문이다. - P39

중심과 주변의 이분법 속에서 자신을 당연한 주류 혹은 주변으로 동일시하지 말고, 자기 내부의 타자성을 찾아내고 소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회운동은 부분 운동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각자의 처지(차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연대이지, (남성 중심의) 단결이나 통합이 아니다. - P43

고통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권태다. 고통은 변형되어야 하되 잊혀서는 안 되고, 부정되어야 하되 지워져서는 안된다. 죽음이라는 사실(fact)은 육체적으로 우리를 파괴하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idea)은 우리를 구원하듯이 말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과 성차별을 당하는 것 사이의 필연적 연관성은 없다. 여성이라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나는 열등감과 분노, ‘불평불만‘은 새로운 인식, 즉 실천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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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 페미니스트 법 이론
낸시 레빗.로버트 베르칙 지음, 유경민 외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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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페미니스트 법 이론 개념부터 교육, 직업, 재생산권, 젠더, 결혼, 섹스와 폭력 등에 대한 다양한 케이스 분석을 통해 얼마나 많은 당사자와 페미니스트, 법률가들이 ‘부정의’를 깨뜨리고 변화와 진보를 이끌어 왔는지 보여주는, 법 입문서로 흥미롭고도 충실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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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6-18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2등인가요! 완독 축하하고 고생하셨습니다!!

햇살과함께 2023-06-18 22:46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락방님도 화이팅!!

책읽는나무 2023-06-19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법 입문서로도 손색없는 책!
햇살 님의 멋진 백자평을 읽으니,
오호...빨리 읽어야겠어요.
다른 책들 읽느라 진도가 더디네요ㅜㅜ

햇살과함께 2023-06-19 13:26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아직 6월이 많이 남았어요~
미리 읽어야 찬찬히 읽을 것 같아 먼저 시작하지만
빨리 읽고 소설 읽고 싶다는 마음을 자제하느라 힘드네요 ㅎㅎ
항상 마지막 챕터는 대충 읽는 것 같은....
화이팅 입니다!

건수하 2023-06-19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들 빠르십니다! 완독 축하드려요 ^^

햇살과함께 2023-06-19 13:2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수하님
<페미니즘의 도전> 다시 읽으려고 빨리 시작했어요.
중간에 소설도 하나 읽어줘야 하고 ㅋㅋ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3장 직장, 임금, 그리고 복지에서 언급된 루시


샌드버그는 여성들에게 자신의 커리어 쪽으로 "달려들라(lean In)"고 지시한다. 이는 곧 자신의 직업 전문성 개발의 고삐를 잡는 것, 스타 멘토를 찾는 것, 제도적 장벽을 뛰어넘는 것, 그리고 가정에서 가사 역할을 재협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화 <피넛츠>에서의 루시와 마찬가지로 여성들은 자신들의 "나댐"을 찬양해야 한다. - 하지만 이는 개인적 다짐을 알리고 모두가 이를 북돋아주는 방식으로 기분 좋게 이루어져야 한다. 샌드버그는 여성들에게 참가자들이 매월 모여서 "함께 나누고 배울 수 있는" 소모임인 "린 인" 모임을 통해 "린 인" 전략을 탐구하라고 권한다. - P127
















루시의 "나댐"을 보자마자 이 책 <루시, 그래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이 생각났다.

어릴 때 만화로 볼 땐 루시가 스누피나 찰리 브라운 등 친구를 괴롭히는 심술궂은 캐릭터라고만 생각했는데,

(심술궂은 면도 있지만^^) 이 책으로 루시에 대해 다시 알게 되었다.


루시는,

까다롭고, 고집이 세고대장 노릇을 좋아하고, 친구들을 자주 괴롭히고, 잔소리를 즐기고, 말이 많다.


루시는,

사람들이 바라는 착한 표정, 다소곳한 표정이 아닌 만만해 보이지 않기 위해 심술궂어 보이려고 하며,

야구를 못한다는 비난에도 인정할 건 인정하지만 굴복하지 않고 그만두지 않는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못될까 봐 화딱지를 내고,

지구가 자기 주위를 도는 줄 알았다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자신감을 가졌다.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친구들에게 직설적으로 솔직하게 쓴소리를 날린다.

짝사랑하는 슈뢰더에게 적극적으로 자기 감정을 표현한다.

한 마디로 "나댄다"


루시는 말한다.

I did It my way! 난 내 방식대로 했어!


루시는,

누구의 방식이 아닌, 사회와 가정이 요구하는 방식이 아닌, 자기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남들의 비난과 미움을 감수하더라도.

인간이, 여성이 완벽할 순 없지 않은가.


루시의 "나댐"을 찬양하자.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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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6-17 1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좋은데요? 전 루시 잘 몰랐는데 올려주신 장면 보니 너무 좋아서 저도 이 책 사고 싶어졌어요. 그냥 스누피를 살까요? ㅋㅋ

햇살과함께 2023-06-17 21:33   좋아요 1 | URL
루시로요 ㅋㅋ
스누피는 이미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ㅋㅋ
루시를 사랑합시다!!

잠자냥 2023-06-18 00:03   좋아요 1 | URL
또또 책 살 핑계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8 00:31   좋아요 1 | URL
차곡차곡 장바구니에.. 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6-18 08: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6장 결혼과 가족
유부녀의 법리
동성결혼 합법화
리처드 포스너 판사 👍👍👍
동거 동반자 관계
이혼 혁명
재산 분할과 양육권

7장 섹스와 폭력
강간 신화
지인 강간
“no means no”
가정폭력
“폭력의 순환”과 “학습된 무기력”
마틴 샐리그먼의 철창 속의 개 실험
* <정희진의 공부> 6월호 듣는데 7장과 연결되는 부분!! - 학습된 무기력보다 학습된 희망이라는 의견
경찰 대응, 기소 의무 정책

8장 페미니스트 법 이론과 세계화
세계화
다문화주의
인신매매
소녀들을 위한 교육
경제 발전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6장 결혼과 가족

철학자 오킨(Susan Moller Okin)은 책에서 "결혼의 역사는 매우 길고", "우리는 그 역사의 그늘 속에서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19세기 초반 영국 보통법은 싱글 여성에게 일반 남성과 동등하게 계약을 체결할 권리, 사유재산을 소유하고 관리할 권리, 재판을 청구하고 재판의 상대방이 될 권리를 부여했다. 하지만 여성이 결혼을 하면 (1장에서 간단히 논의했던) 유부녀의 법리(Doctrine - P231

of Coverture)에 따라 이 권리는 모두 남편에게 귀속되었다. 남편은 부인의 대리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거의 제한 없이 부인의 모든 재산권, 계약권을행사할 수 있었다. 법적으로 결혼을 통해 남성과 여성은 하나가 되는데, 여기서 하나란 바로 남성이다. 결혼을 하면 남성과 여성 모두 일정한 의무를 지게 된다. 남편은 그의 부인(그리고 자식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부양의무를 진다. 부인은 가사를 책임지고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 보통법은 배우자가 사망한 자에게 사망한 배우자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가질 이익을 부여한다. 남자에게는 환부산(鰥夫産, curtesy) 여자에게는 미망인 상속분(dower)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이익은 남성에게 대체로 유리했다. 간단히 말해서 이 시대의 결혼법은 여성을 법인격보다 법적 소유물에 가깝게 취급했다고 말할 수 있을정도로 가혹했다. 이러한 풍조는 당시에 너무 널리 퍼져 있어서 1808년 메사추세츠 법원은 "노예가 처한 상황은 남편에게 예속된 부인 그리고 아버지에게 의지하는 아이와 유사하다"라고 판결하면서 어색함조차 느끼지 않았다. - P232

현대에 가장 존경받는 법학자 중 한 사람이자 연방 제7항소법원 판사인 리처드 포스너는 이에 대해 매우 재치 있고 정곡을 찌르는 논평을 남겼다. Baskin v. Bogan(배스킨 대보건) 사건의 만장일치 판결문을 집필하면서 그 - P239

는 인디애나와 위스콘신 주를 대리하는 변호인단이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법률을 정당화할 "그럴듯한" 설명조차 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포스너 판사는 예기치 못한 임신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 두 사람을 법적으로 결속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성애자 커플은 동성 커플과 구별된다는주 변호인단의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되받아쳤다. "이성애자는 술기운에원치 않는 아이를 임신하고 그 보상으로 결혼을 허락받는다. 동성애 커플은원치 않은 아이가 생길 수 없고, 그 대가로 결혼을 할 권리를 부정당한다. 이것이 납득이 되는가?"
주 변호인단은 수 세기를 이어온 전통에 호소했지만 이 주장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포스너는 "좋은 전통도 있고, 식인 문화, 전족, 순장 등 나쁜 전통도 있으며, 좋고 나쁨과 관계가 없는 전통(핼러윈에 사탕을 얻으러 장난을 치며다니는 풍습)도 있다. 전통이 제아무리 오래되었건 그 자체로는 차별의 적법한 근거가 될 수 없다"라고 답했다. 연방법원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입법기관의 결정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포스너는 또 한 번 명언을 남긴다. "민주적인 의사 과정에서 상처 입은 소수자들은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헌법이다."
Baskin v. Bogan 판결의 내용은, 포스너 판사가 약 20여 년 전 한 학술지에 "사법부가 조심성 없이 행동하는 예로 결혼을 재정의하는 것을 들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한다. (최근 포스터 판사에게 이에 대해 질문을 하자 그는 일을 해오면서 그의 견해가 "아주 많이 바뀌었다"고 말하며 덧붙이기를 "당신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주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번 입장을 정하면 무조건 관철하는 판사로부터 재판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 P240

Tobergefell 결정에서 대법원은 평등보호 및 적법절차를 선언하는 수정헌법 제14조에 의해, 법적 관할이 다른 주에서 두 사람의 결혼이 적법하게 성립되었음을 확인한 주는 동성 커플에게 혼인 허가서를 발급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5인의 다수 의견을 작성한 케네디 대법관은 "그 속에서 살고 있으면 둔감해지는 것이 바로 부정의의 본질이다"라고 적었다. 이는 게이와 레즈비언에게도 평등한 권리와 존엄을 인정한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판결문은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 P241

동성 커플과 이성 커플 간 동등한 대우를 강조하는 동성 결혼 옹호 캠페인은 1970년대의 여권신장운동, 1950, 1960년대의 시민권 운동의 연장이라고볼 수 있다. 캠페인 지지자들은 평등원칙을 강조하며 동성과 이성 커플의 동질성에 초점을 맞춘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안정성, 가족, 반려 관계 등 본질적으로 동일한 대상을 원한다면 결혼이란 울타리 안에 동성커플이 포함된다고 해서 이성애자들에게 어떤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인종 간 결혼을 허용했지만 결혼 제도에 큰 변화가 없었듯 동성 결혼을 허용해도 결혼 제도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동등한 대우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초기 고용 차별 사건에서 여성은 그 직업의 본질을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직업을 얻고 싶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 것과 유사하다. - P242

다른 사회운동과 마찬가지로, 대중이 늘 사법부의 생각과 같은 속도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선거로 뽑지는 않지만 대체로 존경받는 연방 판사가 최전선에서 사회를 선도해도 되는지에 대한 우려는 늘 존재한다. 긴즈버그 대법관이 2012년 한 강연에서 1973년 Roe v. Wade 판결에 대해 "시대를 너무앞질렀고, 정도도 지나쳤다45 한 발언이 세상을 시끄럽게 한 적이 있다. 긴즈버그는 만약 대법원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서 조금씩 낙태권을 확장해왔다면 수십년이 지난 오늘까지 재생산권이 논쟁거리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한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다. 대중의 생각이 동성결혼 문제의 근저에까지 깊숙이 미쳤다는 점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클린턴 대통령이 결혼보호법에 서명한 1996년에는 인구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27%만이 동성결혼에 찬성했다. 반면 2011년에는 과반수를 넘는 53%가 이에 찬성했다. 15년 동안 이 정도로 변한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은 법률 및 소송이 문화를 바꾸는 엔진이라고 믿으며, 동성 결혼을 위해 분투해온 자들은 그 공을 치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들은 대중의 우호적인 여론에 크게 힘입었다. 앞으로 (무엇이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자들은 자신들에게도 동성 결혼에서처럼 행운의 여신이 도와주기를 기도할 것이다. - P243

이런 관계의 양상은 너무나도 다양해서 이를 묘사하는 단 하나의 단어를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동거인(cohabitants)"은 너무 광범위하고 "소중한 이(significant others)"는 너무 모호하다. "합가(live-ins)"란 단어는 다행히도 1970년대 이후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영어에는 아직도 단어가 너무 많이 부족하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결혼하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신의를 지키며 생계를 같이 꾸려나가고, 자녀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이성/동성 커플을 이제 "동거 동반자 관계"라고 부르는 경향이 정착되었다. - P244

1969년 캘리포니아는 최초로 이혼하기 위해 어떤 문제가 있음을 증명할필요 없이 일방적으로 결혼을 종료시킬 수 있는 "무책‘ 이혼 제도를 도입했고, 곧 다른 주에도 무책 이혼 제도가 널리 퍼져 나갔다. 이후 이혼율이 전국적으로 상승하여 거의 50%에 육박하게 되었다. 무책 이혼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다양하다. 통계적으로 남편이 "유책" 배우자일 확률이 높으므로 유책이 이혼은 여성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한 불공정한 제도라는 이유로 지지하는 사 - P247

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불행한 관계를 스스로 끝낼 권한을 여성에게 부여하기 때문에 이 제도를 지지하는 페미니스트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무책주의를 도입하면 더 이상 이혼을 위해 법정에서 진흙탕 싸움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재판이 더 말끔해지는 효과가 있다며 이를 지지하기도 한다. - P248

법원마다 이 문제를 다르게 취급한다. 법원은 대부분의 전문 학위 또는 자격증을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주는 법원에게 학비 및 이에 관련된 비용을 마련한 배우자의 기여도를 반영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주에서 당신은 학비 정도는물어줘야 할지 모르지만 변호사 자격증을 빼앗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일반 원칙과는 다르게 뉴욕 주 법은 전문 학위를 분할 대상이 되는진짜(bona fide) 재산으로 본다. O‘Brienv. O‘Brien(오브라이언 대 오브라이언)사건에서 주 고등법원은 남편의 의사 면허는 그가 멕시코 과달라하라(Guadalajara)에서 공부할 때 뒷바라지를 해준 아내와의 관계에서 분할 대상이 된다고 보았다. (그는 자격증을 따고 2개월 뒤에 이혼을 신청했다.) 가장 놀라운 점은 고등법원이 학비만을 배상하겠다는 남편의 주장을 배척하고 현시점에서 평가한 자격증의 가치액인 50만 달러 중 일부를 지급하도록 명한 것이다. 법원은 아내의 기여가 "부동산 구매할 때의 계약금 또는 주식 매수할 때의 분담금"과 유사하다고 보고, 단순히 그 액수만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투자의 결과를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연금이나 무형의 경영 자산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문제들이 제기된다. - P250

7장 섹스와 폭력

여성에 대한 폭력행위(특히 친밀한 파트너‘에 의해 저질러지는 행위)와 형사처벌 사이의 놀라운 격차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사회적 고정관념에서부터성의 없는 기소까지, 많은 요소들이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기초를 마련한것은 역사다. 초기 영미법은 여성을 아버지나 남편의 재산으로 간주했다. 따라서 이방인에 의한 강간은 여성에 대한 범죄라기보다는 "남성의 남성에 대한 재산죄로 간주되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강간당하면, 그 행위는 그녀의 장래 결혼 가치를 파괴한 것이었고, 결혼한 여성이 강간당하면, 그것은 - P256

그녀의 남편에게 불명예를 가져다주었다. 강간 법률에서 여성은 본질적으로 제3자였다. - P257

도대체 무엇이 입법자들이 "No"를 그토록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다르게 말하면, 왜 형법은 비동의와 삽입만으로는 강간에 충분하지 않다고 하는 것일까? 강간 조항이 여성의 침묵은 곧 동의라고 남성들이 오해하게끔 하는 이유에 관한 한가지 설명은, 강간이 심각한 범죄이기 때문에 남성은그들의 성적 접근이 환영받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고지받을 필요가 있다는것이다. 다른 설명은, 남성은 성행위를 추구하고 여성은 반복하여 저항하면서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해묵은 구애 방식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오직 소수의 주들 - 현재 8개현재 8개 - 만이 강간을 넓게 정의하여, 성교가 시작된 후에 여성이 동의를 철회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여성이 그들을 굴복시키도록 강제하기에 충분한 폭력 또는 폭력의 위협을 증명해야 한다는 요건에관한 세 번째 설명은, 그저 고소인에 대한 불신이다. "강간법은 여성이 성행위에 관한 그들의 비동의에 관해서 다양한 이유로, 예컨대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 의한 발각이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욕망 등 때문에거짓말을 한다고 추정해왔다." 네 번째 설명은, 관련자가 서로 아는 사이일 - P261

경우 성행위 동안 어떤 의도와 신뢰, 이해, 소통이 있었는지를 수사기관이 알아내기 너무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증명 요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P262

젠더 관계에 대한 이런 어느 정도 과격한 버전은 페미니스트 이론에 관한 대중의 이해를 형성해왔다. 그들은 또한 구체적인 이슈, 예컨대 지인 강간 위기가 현실인지 아니면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대중적 믿음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지인 강간을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에 의해 날조된 어떤 것으로 보는 이러한 대중화된 묘사는 다양한 페미니스트 조직들과 이론가들이 지인에 의한 강간도 강간이라는 대중적 이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을 약화시킨다. 심지어 "데이트" 강간이라는 용어는 그 범죄를 "진짜" 강간보다 어느 정도 덜 심각한 것으로 만든다.
그러나 "파워" 페미니스트들은 다른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완전히 거부될 필요는 없는데, 한편으로 그들은 같은 것, 즉 여자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위해 함께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파워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짐으로써 법적 개혁의 도움 없이도 그들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통제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덜 자극적인 옷을 입을 수 있고, 남학생 사교 클럽 하우스에서 술을 덜 마실 수 있으며, 어두운 조깅 코스를 피할 수 있다. 강단 페미니스트들은 성폭력이 전국적이고 공공적 문제이며, 따라서 여자의 개인적 선택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여자가 자신의 행동을 바꿈으로써 자신을 성폭력으로부터 방어할수 있다고 해도, 강단 페미니스트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의상, 사회 교류, 취미 역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한 부분이 아닌가? - P269

가정폭력은 특히 페미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학제 간 협력이 빛을 발하는 분야이다. 그것은 또한 (전통적인 "정당방위" 규칙 방식의) 젠더 중립성이 과연평등을 촉진시키는지에 관한 질문을 법리적 형태로 직접 제기한다. 매 맞는여성들의 경험을 연구한 심리학자들은 구타 관계에서 폭력의 방식은 지속적인 친밀한 폭력 상황에서는 급박성(폭력이 즉시 위협적이지 않더라도,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저항, 합리성의 개념이 달리 평가되어야 함을 증명한다고 설명한다. - P272

어떤 여성들은 고립되고, 직무 능력이나 피난처, 선택 가능한 정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머무른다. 몇몇은 문맹이거나 약물 남용 문제가 있거나 이전에 피해자였지만 스스로를 탓하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에 남는다. 그들은 학대자들이 힘과 돈을 가지고 있고, 그들은 집이나 음식 또는 옷을 마련할 자원이 없기 때문에 남아 있다. (구타자를 떠나온 매 맞는 여자들 중 약 절반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진다.) 그들은 죄책감, 앞선 도움에 대한 감사, 또는 절망 때문에헤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가족이나 종교적인 압력 때문에 남으며, "아이들을 위해" 또는 불명예가 싫어서 남는다. 그들은 떠나는 것이 두려워서 - 이 공포는 합리적이다 - 떠나지 않는다. "매 맞는 여자는 남아 있을 때보다 도망을 시도했거나 달아난 경우에 살해될 확률이 75% 높다." 그들은 구타한 사람을사랑하거나 앞으로 잘하겠다고 약속하는 그를 믿기 때문에 떠나지 않는다. - P273

그의 이론의 두 번째 부분은 학습된 무력감이고, 그것은 왜 어떤 여자들이 학대 관계에 남아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워커는 그 이론을 개발하면서, 전기 충격을 받았던 철장 속의 개들에 관한 마틴 셀리그먼(MartinSeligman)의 연구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 P274

워커가 이제는 "매 맞는 친밀한 파트너 증후군"으로 알려진 매 맞는 여자증후군의 개념을 개발하고 10년 후, 다른 연구자들은 수많은 여자들이 그저학습된 무력감으로 마비되는 것보다 더욱 복잡한 대응 기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드워드 곤돌프(Edward Gondolf)와 엘렌 피셔(Ellen Fisher)는 "생존자 이론"이라는 대안적인 가설을 주장했는데, 여자들은 수동성과 무력 - P274

감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친구와 가족, 법 집행기관, 사회적 서비스 센터에 도움을 구하려는 반복적이고 증가하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가용한 피난 공간과 같은 외부 자원이 불충분하다거나, 그 여자가 아이를 가지고 있거나 그 관계에 깊이 헌신하고 있다거나, 그녀의 배경 때문에 학대를 감수하도록 길들여져 있다거나 경제적으로 대안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도움 요청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녀들은 학대자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생존자 이론은 매 맞는 여자가 무력하거나 의존적이라는 생각을 거부하지만, 매 맞는여자 증후군 이론은 법정에서 광범위하게 수용되었다. - P275

살인한 여성은 강력한 사회적 금기를 위반한 것이고 극도로 엄격한 선고를 받는다. 역설적이게도 "살인한 매 맞는 여자들은 아내나 연인을 살해한 남자들보다 종종 더 무거운 형을 받는다. ‘아내나 여자 친구를 살해한 남자의 평균 형량은 2년에서 6년이다. 이에 비해 여성은 15년을 선고받는다". 실제로, 학대자를 살해한 여성들은, 친밀한 파트너를 살해했을 때 격정적 분노와 같은 감경 주장을 한 남자들에 비해 더 긴형을 받는다.
궁극적으로 매 맞는 여자 증후군은 학대받은 여자들이 살인한 사건에서 법정의 결과를 극적으로 바꿔오지는 못했지만, 그 증후군의 도입 가능성에관한 논쟁은 만연한 친밀한 폭력과 그 피해자의 삶과 경험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 P278

가정폭력이 형사 사법제도에 의해 이질적으로 처우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개혁 운동가들은 가정폭력 범죄를 심각하게 다루는 정책의 개발을 모색했고, 경찰의 재량권을 배제했으며, 폭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는 가해자들에게 가정폭력으로 기소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 1980년대 중반 몇몇 사회과학 연구는 경찰의 체포 입건이 향후 친밀한 폭력 발생에 강력한 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의 개입 정책은 필수적으로 신고 의무, 체포 의무, 기소 의무(즉, "기소 불포기 정책")의 세 가지 주요 형태를 취하고 있다. - P283

8장 페미니스트 법 이론과 세계화

세계 여성들의 곤경은 충격적이다. 여성은 전 세계 13억 명의 절대 빈곤층중 70%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은 세계 노동시간의 3분의 2를 차지하지만, 세계 소득의 10분의 1밖에 벌지 못하고 세계 재산의 10분의 1도 소유하지 못한다. 여성이 음식, 의학, 또는 교육(세계의 대부분의 여성들은 문맹이다)에 있어서도 그들이 비례적으로 받아야 할 몫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간복지의 다른 측면들 역시 불이익에 처해진다. 여기에 중국 시골에서의 성별에 근거한 유아 살해, 인도에서의 지참금 관련 죽음, 어디에서나 있는 여성들에 대한 폭력 사건들을 더하고 나면, 여성이라는 것 그 자체가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을 위협하는 요소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교의 경제학자인 아마르티아 센은 전 세계 남성 대 여성 인구의 비율이 생물학적으로 예상되는 비율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발견한다. 센에 따르면, 1억 명 - P296

이상의 젊은 여성과 소녀들이 이들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기록되기조차도 전에 사망하기 때문이다. - P297

국제적으로 보았을 때, 다양성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관심은 더 클 뿐만아니라, 종종 강조점에서도 차이를 드러낸다. 미국에서 다문화주의자들은 종종 페미니즘이 외부 여성을 배제하고 무시한다고 불평한다. 소저너 트루스(Sojourner Truth)의 "나는 여자가 아닙니까?" 연설은 다양한 이유로 그 시대의 주류 페미니즘에서 벗어나 있었던 여성들이 세대에 걸쳐 느꼈을 감정을묘사한다. 제3세계 여성들 또한 서구 페미니즘이 그들의 상황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논쟁은 서구페미니스트들이 제3세계 여성들을 후진적이고, 폭력적이며, 가부장적인 문화의 희생자로 취급하고 그 사회를 갱생시켜야, 즉 "서구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제3세계 여성들이 제기하는 불만과 관련이 있다. 이 관점은 많은 경우제3세계에서 온 이민자 여성들이 그들의 남편으로부터 문화적 전통이라고여겨지는 것들을 통해 학대를 당한다는 이야기들을 서구 언론이 대중에게 전달함으로써 보편화된다.
제3세계 페미니스트들은 성을 기반으로 한 폭력을 포함해 성차별주의가 개발도상국들에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부정의가 그들의 문화 전체를 간단히 정의해버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개발도상국들에서의 관행과 신념 체계는 이 지역들과 그 너머에서의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게다가, 노골적인 성차별과 문화적억압은 서구와도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어쨌든 서구는 보톡스, 유방 확대술, 그리고 스틸레토 힐이 태어난 곳이 아니던가 - P300

그런 혁명적인 힘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공포스럽기도 하다.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은 비열한 방법으로 이에 맹렬히 저항해왔다. 2012년 탈레반의한 무장 괴한은 당시 14세의 파키스탄 소녀로 여성 교육을 강력히 지지하여알려진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를 공격했다. 유사프자이는 머리와 목에 총을 맞았지만 살아남았다. 그녀는 운동을 이어갔고, 업적을 인정받아 2014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 P306

그러나 세계화 논쟁에서 나온 가장 매혹적인 페미니즘 프로젝트들 중 하나는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이론에 의존한다. 포스트모던 이론이 보편적 원칙보다는 지역적 맥락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강조한다는 점을 상기하라. 이러한 관점은 이미 보편적 인권침해 이슈에서 여성들의 실질적이고 물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좀 더 광범위하고도 기본적인 도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이동시켰다. 보편적 권리 접근법을 실질적인 복리 접근법과 비교함에 있어서 우리는 공식적인 권리(official rights)에만 의존하는 것의 중요한 약점을 확인했다. 공식적인 권리들은 늘 집행되지는 않으며, 진지하게 요구하지 않으면 사적이거나 비공식적인 삶의 영역으로 확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화페미니즘은 비공식 경제로 권리 보호를 확대하고 비공식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국제 지원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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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6-17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엄지척을 좌르르 달아 놓으셨나 궁금했는데

˝전통이 제아무리 오래되었건 그 자체로는 차별의 적법한 근거가 될 수 없다.˝ 저도 엄지척!!!

햇살과함께 2023-06-17 16:07   좋아요 0 | URL
이 분 찾아 보니 법학자이자 경제학자로, 여러 분야의 책도 여러 권 쓰신, 유명한 분이시네요.
명언 제조기~!

“민주적인 의사 과정에서 상처 입은 소수자들은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다.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헌법이다.”
그는 일을 해오면서 그의 견해가 ˝아주 많이 바뀌었다˝고 말하며 덧붙이기를 ˝당신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주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번 입장을 정하면 무조건 관철하는 판사로부터 재판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5장 젠더와 몸
낙태
Roe v. Wade 사건, 몰랐던 뒷이야기
재생산권
피임
대리모
포르노그라피

5장 젠더와 몸

다수의 국가들에서는 여성들을 주로 어머니로서 인식한다. 국가가 성적행동 및 재생산 행위와 관련되어 합법적으로 규제할 이익을 가진다는 가정은오래 간 지속되어왔다. 주와 연방 정책은 성교육과 피임, 낙태를 제한하거나약화시켜 출산을 장려했다. 어떤 주에서는 대리모 계약을 제한하기도 하고, 또 다른 주에서는 포르노그래피를 금지 또는 제한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기도한다. 이러한 모든 활동들은 성적 자유 및 재생산 자유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이와 관련된 이슈에 관해서는 페미니스트들조차도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다. - P182

19세기 중반경까지 대다수의 주들은 낙태를 허용했다. 1840년대 후반,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는 낙태가 여성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고, 낙태로 인해 여성들이 "혼인 계약상 부과된 의무를 간과할 수있다는 이유로 낙태에 반대하는 입장을 제기했다. ‘이 무렵, 미국 내 여러 주들은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률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중상위 계층 백인여성의 감소하는 출산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흑인 여성의 출산율에 대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우려는 이 시대에 제정된 낙태 금지 입법의 숨겨진 원동력 중 하나였다. 1873년 미국 의회는 피임 또는 낙태에 관한 정보 또는 그에 사용되는 기기에 대한 출판, 배포 및 소지 자체를 범죄로 하는 연방 음란 규제법 또는 속칭 컴스톡 법(Comstock Law)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포르노성인 용품도 불법화했다.) - P182

Roe 판결은 낙태할 권리를 헌법상의 프라이버시 보호의 일종으로 구조화했다. 몇몇 페미니스트 법이론가들은 재생산권을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해논의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낙태를 할 권리가 프라이버시 법리 위에 기초하면 낙태는 곧 개인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강화되고, 이는 페미니스트들이 오랫동안 비판해온 공과 사의 이분법 이데올로기를 승인하는 것이기때문이다. 재생산권이 주 당국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사적인 영역에속해야 하는 것이라면, 주 당국으로서는 공공의 재원을 통해 이들의 사적인 선택을 지원할 의무가 없게 된다. - P184

낙태 논쟁의 다른 이야기가 미디어의 주녹을 끌었다. 이는 Roe v. Wade사건의 원고였던 여성의 이야기다. 제인 로(본명은 노마 맥코비)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21세 여성으로, 축제에서 호객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1970년당시 세 번째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어 낙태를 원하고 있었다. 낙태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던 여성 변호사 린다 커피와 사라 웨딩턴은 텍사스 낙태금지법 관련 사건을 맡고자 했다.
1980년 맥코비는 자신의 신원을 밝혔고, 비록 낙태 찬성 진영에 의해 이용당한다고 느꼈다는 회고를 쓰기는 했으나 낙태 찬성 활동가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가 여성들의 집단소송을 대표하여 Roe v. Wade 사건에서다루어질 것이라고 인지하지 못했고, "원고"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몰라 사전을 찾아보아야 했다. 그녀는 변호사들이 자신을 낙태 시술자에게 인도해줄 것이라 생각했고, 판결이 나고 나면 낙태 시술을 받기에는 너무 늦게 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맥코비는 아이를 낳고 입양시켰다.
15년이 지나 그녀는 개신교로 개종을 했고, 낙태 반대 진영으로 옮겨 수술구조대(Operation Rescue)를 위해 일했다. " 부분 출산 낙태 금지법에 관한 미국 상원 사법위원회 증언을 통해 맥코비는 "나는 앞으로의 여생을 내 이름이쓰인 법을 무효로 만드는 데 바칠 것이다"라고 밝혔다. 70 Roe v. Wade 판결이 있은 후로부터 30년이 지나고, 맥코비는 보수적인 텍사스정의재단(TexasJustice Foundation)의 재정 지원을 받아 텍사스 주 연방 지방법원에 대해 Roev. Wade 판결을 재고하고 번복할 것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04년연방항소법원의 3인 재판부는 (그녀가 실제로 하지 않은 낙태에 관한) 해당 문제를 다시 논의하는 것에 대해서는 Roe v. Wade 사건에서 문제가 된 법률은이미 폐지되었으므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결정했다. - P204

포르노그래피는 이를 소비하는 자들로 하여금 여성이 학대받고, 강간당하고, 고문당하고, 심지어 살해당하는 것을 보면서 성적 흥분을 느끼도록 길들인다. 성적 학대의 피해자들은 포르노 사진이나 영화에서 묘사된 행위를 행동으로 옮기도록 강요당했다고 말한다. 포르노는 성희롱의 일환으로 직장에서 여성을 위협하고 비하하는 데 종종 사용되기도 한다. 포르노그래피가 성적 학대 또는 성희롱에 직접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때에도, 그 메시지(맥키넌은 이를 "그녀를 정복해"라고 묘사한다)는 소비자들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도록 길들일 수 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러한 구성은 남성의 지배와 여성의 종속을 강화하며, 불평등을 에로틱하게 만든다. - P223

조례들이 수정헌법 제1조에 의거하여 무효가 되었기에, 이 토론은 되돌아보면 포르노 억제 대 표현의 자유의 싸움으로 볼 수 있다. 보다 미묘하게는, 그 토론과 이로 인한 논란은 대중에게도 영향을 미쳤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젠더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는 사회적·문화적 이미지와 문학이 어떻게 여성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사람들이 좀 더 이에 대해의식하도록 만들었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이 토론으로 인해 섹슈얼리티, 그리고 여성의 신체에 대한 통제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 P226

<<슬레이트>> 지의 아만다 마르콧은 아래와 같이 쓰고 있다.

여성이 스스로 흔쾌히 알몸 셀카를 찍는다 해도, 그것이 그 여성이 나중의 착취를 자유로이 허락하는 것을 의미할까? 두 사람이 합의된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이, 나중의 관계 역시 반드시 합의되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인식하듯이, 우리는 합의된 성적 의사 표현으로 제공된 사진이 나중에는 괴롭히고 학대하는 도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처벌이 있어야 한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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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6-16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르노그라피 부분 얼른 읽고 싶네요.

햇살과함께 2023-06-16 15:26   좋아요 0 | URL
짧게 언급되어 아쉽네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어찌 그리 똑같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