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라이트
- 반격운동의 수동성
- 헤리티지재단의 슈퍼우먼
-> 그들은 명예남성인가.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자아분열적 인간인가. 모순을 느끼지 않는 능력주의 신봉자인가. 마초 페미니스트인가.

-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백래시
- ‘가족 친화’ 이데올로기
->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수정권이 집권할 때마다 겪는 반격들

- 반격의 사절들
- 변절자들
-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남자들
- 유명 페미니스트의 퇴행? 변절? 노화?: 베티 프리던, 저메인 그리어, 수전 브라운밀러, 에리카 종..

3부 반동의 기원: 전달자, 선동가, 사상가
9장 뉴라이트가 벌이는 원한의 정치

오늘날의 반격에 출생지가 있다면 아마 이곳 뉴라이트 집단 속일 것이다. 바로 여기서 반격은 처음으로 분명한 이데올로기적 의제를 가진 운동으로 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의 대표 주자들은 여성평등은 여성의 불행을 낳는다는 반격의 핵심 주장을 만들어낸 최초의 인물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은 가장 널리 인용되지만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죄, 도덕적 가치보다 물질주의를 더 드높이는(그러니까 여성들을 탐욕스러운 여피로 만드는) 죄와 전통적인 가족 - P362

지원 시스템을 뒤흔드는(그러니까 여성들을 생활 보조금에 기대 사는 엄마들로 전락시키는) 죄를 저질렀다며 페미니즘을 비난한 최초의 집단이기도 했다. 주류에서는 이들의 과열된 비유와 지옥 불의 이미지를 거부했지만 이들의 핵심적인 정치적 메시지는 살아남아서 미디어의 ‘트렌드’로 변질되었다. 미래의 - P363

뉴라이트가 공산주의나 인종이 아니라 페미니즘에 매달렸다는 점은 그 자체로 지난 10년 동안의 여성운동의 힘과 지위를 입증하는 증거였다. 학자인로절린드 폴락 페체스키Rosalind Pollack Petchesky의 말에 따르면 "1970년대 여성해방운동은 보수적인 가치와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성 해방개념 때문에 ‘생활 방식‘이 위태로워진 커다란 집단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사회 변화 세력이 되었다." 핵심적인 뉴라이트 집단 모두가 여성운동이 최대의 승리(하나는 1972년에 의회가 남녀평등헌법수정안을 승인한 것이고, 다른하나는 1973년에 미국 대법원이 낙태를 합법화한 것이다)를 거머쥔뒤 2년 내에 활동을 개시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 P366

헤리티지재단의 연구원인 에드문드 하이슬마이어Edmund Haislmaier는 "페미니즘이 모든 것의 초점이 된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29) 경제 보수주의자였던 그는 퇴행적인 사회혁명에 대한 동료들의 욕망에공감하지 못했고, 불편하게 거리를 두고 사내의 반페미니즘 광기를지켜보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들은 페미니스트들을 필요 이상으로 훨씬더 많이 비난했다. 이혼율을 높인 것은 페미니즘이 아니었다. 이혼율은 여성해방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높아지고 있었다. 페미니스트들은 분명 참담한 경제정책들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페미니스트는 대단히 분명한 먹잇감이 되었다. 엘리스밀Ellie Smeal*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먹잇감이었지만, 초인플레이션과 과세 등급은 그렇지 못했다. - P369

"역설적으로 보수주의는 진보주의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사명감은 있지만, 적대적인 입장을 벗어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뉴라이트 남성들은 의존이라는 자리에서 자아를 발견했는데, 이는 이중적인 의미에서 모양 빠지는 일이었다. 이들은 먼저 나서기보다는 어떤 일이 터진 뒤에야 반응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했던 것이다. 최소한 존버치협회추종자들은 자신들이 공산주의 모리배들의 전진을 물리친다는 주장이라도 할 수 있었다. 뉴라이트 연설자들은 숙녀들을 막아선다는 난감한 과제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 P372

뉴라이트 지도자들의 언어는 여러가지 면에서 KKK만큼이나 공허했다. 이 "생명 친화적"이라는 사람들이 사람이 있는 가족계획 전문 병원에 불을 질렀고, 사형제에 찬성했고, 원자폭탄을 "현명한 하나님이 우리 나라에 주신 경이로운 선물"이라고 불렀다.45) 이 "모성친화적"이라는 사람들이 산전 서비스에서부터 영아 수유 프로그램에이르기까지 아기 엄마를 원조하는 사실상 모든 연방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다. ‘가족의 권리‘라는 기치하에 그 대변인들은 오직 가정에 군림할 수 있는 (그래서 폴웰의 표현에 따르면 "가정을 이끌 천부적인 책임"을 남편이 행사할 수 있도록) 모든 남성의 권리만을 위해 로비를 벌였다. - P374

마슈너는 그 모욕을 잊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개인적인 상처를다독거릴 줄 알았다. 스스로를 ‘여자애‘의 하나로 여기지 않음으로써말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그 테이블의 반대편에 앉아 여성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명예 남성 중 한 명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순전히 재능만으로 그곳까지 갔다. "난 한 번도 직업 시장에서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어요. 난 모든 걸 내 능력을 통해서 얻었어요." 그녀는 여성에게는 공적인 영역에서 성공할 기회가 없는 게아니라 능력이 없다는 법칙에서 ‘예외적인 존재였다.
따라서 여성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운동은 "아둔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어차피 실력이 있으면 성공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건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P381

뉴라이트 여성들은 어떤 면에서는 반격의 소용돌이에 갇힌 좀 더 진보적인 ‘여피‘ 자매들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모습이었다. 주류 직장여성들이 내부적으로 반격이 만들어 낸 자기 의심과 비난에 맞서면서 페미니즘의 원칙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편이었다면, 뉴라이트 여성들은 여성운동의 메시지를 내면화하고 자기 결정과 평등, 선택의 - P396

자유라는 여성운동의 교의를 자신의 사적인 행동에 말없이 녹여 내면서도 반페미니즘 관점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었다. - P397

미국을걱정하는여성모임의 활동가들은 정장을 입고 사무실에 나가 보고를 하고 여성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보도 자료를 배포하면서도 절대 모순을 느끼지 않았다. 이들은 개인적인 자유와 성 정치에 대한 공적인 입장을 분리시킴으로써 공식적으로는 페미니즘의 영향력을 개탄하면서도 사적으로는 페미니즘을이용할 수 있었다. 이들이 실제로 ‘모든 걸 가질 수 있었던 건 다른모든 여성들이 자신들과 같은 기회를 누리지 못하게 저지하는 일에 열성적이었기 때문이다. - P397

10장 여자 사람 스미스 씨 워싱턴을 떠나다

뉴라이트 여성들은 열과 성을 다해 머릿수를 채우고 지적 능력을 동원하여 레이건이 집권하는 데 기여하고 난 뒤 1980년 이후 백악관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로널드 레이건이 당선되면서 여성들은 연방 관청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판사직의 경우 신임 여성 판사 임명이 카터 시절의 15퍼센트에서 8퍼센트로 감소했다. 상원의 승인이 필요한 여성 지명자의 수 역시 곤두박질쳐서 레이건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전임 대통령보다 더 나은 기록을 세우지 못한 첫 대통령이 되었다. 백악관 직원으로 임용된 여성의 수는 1980년 123명에서 1982년 62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사실 62명도 과장된 숫자였다. 레이건 행정부는 3등급 차관보자리 같은 하위직 여성들을 갑자기 "고위 공직 인사"라고 칭함으로써숫자를 부풀렸던 것이다. - P399

고위직을 받아들인 뉴라이트 여성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직함만 과장되었지 아무런 권한이 없는 자리나 정부의 가장 가혹한 반페미니즘 정책을 실행해야 하는 자리가 주어졌다. - P401

페라로는 회고록에서 "한 여성의 실패는 종종 모든 여성에 대한 판단으로 독해된다"고 적었다. - P415

여성 정치인들은 가족이라는 대의를 위해 여성 문제를 도외시하는 ‘선택’을 함으로써 ‘너는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반격의 격언에 또 한 번 굴복했다. 여성들은 교육 기회와 임금 평등, 출산의 자유를 요구하지 않아야만 보육 서비스와 출산휴가를 요청할 수 있었다. 이런 반쪽짜리전략은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먹히지도 않았다. 그해 모든 보육 법안과 출산휴가 법안이 무산되었던 것이다. - P424

1980년대가 저물 무렵, 다수 미국 여성의 분노와 소외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상상까지도 필요하지 않았다. 먼저 레이건 행정부에게 사기당하고, 그 다음에는 1988년 대선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마지막으로 낙태를 제한하는 웹스터 판결 때문에 사기가 땅에 떨어진 여성들의 분노는 사실 국내 여론조사에서 놀라울 정도로 표면화되고 있었다. 양켈로비치의 1989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수 여성들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평균적인 미국 여성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누가 자신들과 가깝다고 생각했을까? 다수 여성이 전미여성연맹, 여성운동 지도자들, 그리고 페미니스트 세집단을 언급했다. 이 양켈로비치 조사를 연령대별로 분석해 보니 민주당과 공화당의 미래에 정말로 우울한 결과가 나타났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모든 연령 집단 중에서 이 전통적인 양대 정당과 가장 동일시를 적게 한 집단은 젊은 여성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페미니스트 집단 및 지도자 들과 가장 많이 동일시한 집단이었다. 22세부터29세 사이의 여성 중에서 공화당이 평균적인 여성들과 가깝다고 믿는 사람은 36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이 젊은 여성들 중에서 전미여성연맹이 자신들의 필요에 닿아 있다고 말한 사람은 73퍼센트였다. 가장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같은 의견을 표출한 연령 집단은 가장 젊은 16세부터 21세까지였다. 이들은 83퍼센트가 전미여성연맹이 자신들을 대변한다고 믿었다. - P428

11장 반격의 수뇌부, 네오콘에서 네오펨까지

수전은 어째서 아널드와 결혼해야 하는 걸까? 길더에 따르면 여성들이 "이 세상의 수많은 아널드들에게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유는이들을 선택하고 사랑하고 이들의 아이를 낳음으로써 고군분투하는젊은 싱글 남성들이 시몬처럼 성공한 남성이 될 가능성을 크게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수전이 아널드와 결혼해야 하는건 아널드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결국 공주의 ‘문제‘는 왕자의 문제였던 것이다.. - P439

학계에서 블룸 같은 학자들의 기회가 줄어들었다면 이는 페미니즘 연구보다는 대학 내의 우선순위가 금전을 좇는쪽으로 바뀐 탓이 더 컸다. 1980년대에는 대학들이 하나둘 인문학 예산을 감축하고 그 대신 1980년대의 양대 교내 성장 산업인 의대와 경영대에 재정을 퍼부었다. - P447

『미국 정신의 종말』은 학자적인 고전적 암시들로 가득해서 마치 페미니즘 비판이 개인적인 노여움보다는 플라톤을 발판으로 삼고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블룸의 정원에서 너무 무성하게 자란비유들과, 덩굴식물처럼 곳곳을 휘감고 있는 다음절어들과, 고대 그리스 철학자, 루소, 플로베르, 셰익스피어에게서 가져온 숱한 인용구들을 베어 버리고 나면 남는 것은 학문의 황무지뿐이다. 아무런 연구도, 근거도 없고, 심지어 오늘날 남녀의 상황에 대한 블룸의 분석을 뒷받침하기 위해 살아 있는 인간의 인용구를 단 한 개도 넣지 않았다. 그나마 거기에 가장 가까운 것은 식당에서 커플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는 내용이 전부다. 학문이 정말로 몰락하고 있다 해도블룸의 연구가 그걸 저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 P450

휴렛은 길거리에서 접한 평균적인 여성들과의 이런 유익한 만남을 근거로 페미니즘이 여성들의 뒤통수를 쳤다는 결론을 내린다. "미국의 여성운동은 여성의 문제를 완전한 법적·정치적·경제적 권리를 성취하고,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쟁취하는 것으로 규정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여성들은 평등, 개인적 자유나 성적인자유 같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단언한다. 그들은 "전통적인 가족 구조를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 강화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페미니스트들은 모성이 아닌 평등에 집중함으로써 "엄청나게 큰 실수"를 저질렀다. 여성운동은 사실 직장 여성과 그 아이들의 필요를 옹호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여성들에게 "시시한 인생"을 안겨 주었다. 페미니즘은 "목욕물과 함께 아기를 내버렸다." - P475

전국적인 전선에서도 진짜 ‘반모성‘ 전사들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뉴라이트 대표, 보수 정치인, 기업 임원들이었다. 이들은 어머니의 권리를 무시하기만 한 게 아니라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결국 의회의 보육 법안과 출산휴가 법안을 20년간 반대하는 데 앞장선 건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아니라 필리스 슐래플리였다. 1988년 가족의료휴가법Family and Medical Leave Act 을 무산시킨 데 가장 많은 힘을 행사한단일 세력은 전미여성연맹이 아니라 상공회의소였다(상공회의소는이 법이 통과될 경우 산업계가 매년 최소 240억 달러의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144) 그런데 나중에 미국회계감사원General Accounting Office 은 이 비용을 5억 달러라고 밝혔다). - P480

자기가 직접 쌓은 탑에 흠집을 내는 유명 페미니스트는 프리던만이 아니었다. 잘나가는 베스트셀러로 1970년대에 여성해방운동이 유명세를 타는 데 도움을 주었던 일부 작가들이 과거의 입장을 철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뉴라이트의 입장에서는 오래된 페미니스트의 이런 회개가 너무 좋아서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신보수주의 성향의 《폴리시리뷰》의 편집장이나 레이건의 보좌관인 디네시 드수자Dinesh D’Souza는 "한때 여성을 위한 기회의 창을 열어 주었던 페미니즘이 거기에 등을 돌렸다"며 고소해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이 표지에『두 번째 단계』의 발췌문을 싣고 나자 필리스 슐래플리는 자신의 소식지에서 프리던이 "페미니즘의 관에 또 다른 못을 박았다"고환호했다. - P482

1986년 무렵 반페미니스트 대변인들은 페미니스트 운동가 수전 브라운밀러Susan Brownmiller의 수정주의적 입장도 부각시켰다. 1975년 강간에 대한 기념비적인 책 『우리의 의지에 반해서 Against OurWill』를 쓴 브라운밀러는 이제는 여성운동이 남성과 여성 간의 "심오한 생물학적, 심리학적 차이"를 간과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었다. 성폭력의 역사를 꼼꼼하게 기록한 분석서를 저술했던 그녀가 이제는 대대로 이어져 온 여성적인 행동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애매하게 고찰했다. 『여성성 Femininity』은 브라운밀러의 얼굴에 난 털 한 가닥이 "불경한 야심"의 결과인지 혹은 "내 시스템 안에서 잠자던 테스토스테론의 원천"은 아닌지, 그리고 그걸 뽑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같은 한심한 주제들을 물고 늘어진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뽑는다였다.
1980년대가 진행되는 동안 이 1970년대 유명 페미니스트들은 점점 퇴행적인 먹잇감을 내놓곤 했다. - P484

어째서 프리던은 자신이 그렇게 큰 공을 들여 만들고 이끌었던 운동을 짓뭉개게 된 걸까? 어쩌면 반페미니즘 반격이 진행되던 와중에는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거나 상대방을 물어뜯으려는 경향이 불가피한지도 모르겠다. 페미니스트 학자 주디스 스테이시 Judith Stacey 가말했듯 "’포스트페미니즘적‘이고 우익이 득세하는 1980년대의 분위기에서 많은 두 번째 물결 페미니스트들에게 노화는 정신적 외상을 초래하는 경험이었고, 우리에겐 우리의 고난을 떠안길 편리한 희생양이 없었다. 어쩌면 변절자들이 가족 친화적인 새로운 페미니즘안에서 거칠고 조야한 주장을 펼친 건 이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프리던의 사례에서는 한 가지 가능성이 더 있다. 『두 번째 단계』를 잘 읽어 보면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저지른 큰 실수는 그녀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던 것임을 알 수 있다. 프리던은 자신의 책에서 설명하는, 지도자가 없고 협력적이며 "관계적인" 조직의 "베타 스타일"에 자신은 "쉽게 공감했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책에는 분명 자신이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알파 늑대 행세를 하지 못해서 괴롭고 화가 난, 실패한 지도자의 울화가 간간이 묻어난다. - P486

그런데 사실 대중들에게 이런 주장을 설파하는 책들의 토대가 되는 이론들은 페미니즘 연구에서 발아한 것들이었다. 1970년대 말 독자적인 ‘여성 문화’와 여성의 특수한 ‘차이’를 강조하는 새로운 ‘관계적relational‘ 페미니즘 학파가 나타났다. - P490

페미니즘 학자 대부분은 원래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예찬하는게 아니라 그 근원을 파헤칠 생각이었다. 이들은 남성의 행동을 표준으로, 여성의 행동을 변칙으로 규정하는 오래된 관습에 맞서고 싶었다. - P491

그녀는 평등이 오히려 여성의 특수한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을 차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말한다. 여성에게 ‘특별하다’는 표현을 쓰는 순간 여성의 한계를 정해버리는 우를 쉽게 범하게 된다. ‘특별하다’는 건 우월하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에둘러서 일컫는 표현이기도 하다. - P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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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법적 젠더 vs ‘자연’적 젠더
- 단수 they 사용
- 언어의 변화
- 캣콜링: 권력에 대한 문제
- 딸이 아니라 아들에게 공감을 가르치자

5장 당신의 문법을 고치려 드는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법

그렇지만 어떤 사람의 문법을 절대 고치지 않는 유형의사람이 있다. 바로 언어학자다. 직관적으로 틀린 말 같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언어학자들은 언어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캐머런은 사람들의 문법을 감시하는 건 ‘멍청한 짓’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규범 문법-국어 선생님이 배우라고 하는 그것이 막강하고, 영원히 작용하는, 그러니까 중력이나 - P167

해와 같이 변치 않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문법이 인간의 발명품이며,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진화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오늘날 ‘좋은 문법‘이라고 간주되는 것들은 50년 전에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았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에인트ain‘t를 떠올려 보자. 이 말은 윈스턴 처칠이 무척 즐겨 쓴 말이며 상류층 영국인들이 사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21세기 초영어의 역사에서 가장 낙인찍힌 영문법으로 전락한다. - P168

오늘날 스페인어와 불어가 그러하듯 모든 단어를 남성혹은 여성으로 나누는 것은 영어권 화자에게 너무 복잡하게보일 수 있지만, 우리의 자연적 젠더 시스템도 이게 없는 언어가 보기엔 마찬가지로 복잡하다. 헝가리어, 핀란드어, 한국어, - P172

스와힐리어, 터키어는 ‘그’, ‘그녀’와 같은 젠더화된 대명사가없는 몇 안 되는 언어이다. 젠더를 모르고 어떻게 누굴 가리키는지 알 수 있느냐고? 그저 맥락의 문제이다. 하지만 어떤언어는 더 창의적인 젠더 중립적 해결 방안을 뽐내기도 한다. 북미의 토착 알곤킨어에는 젠더를 지칭하지 않는 삼인칭대명사가 두 개 있다. 이는 어떤 사람이 대화의 중심에 더 와 있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이 언어에서 대명사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오브비에이션obviation‘이라고 불리는 이 체계는 엄청나게 똑똑한 것 같다. - P173

문법 젠더 이론이 발전하면서, 그림과 렙시우스는 돌대가리였음이 밝혀졌다. 영어가 계속 잘나가고 있는 걸 보면 일단 알 수 있다(오, 19세기 프로이센 남자의 자신감이란). 그리고 모든사람이 ‘자연적‘ 젠더가 언어에 반영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그들과 같은 극단적인 관점을 공유하진 않는다. 많은 학자들은사실 연결도, ‘누수‘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그림과 렙시우스가 맞았던 게 하나 있다. 문법적 젠더와 화자가 여성혹은 남성에 대해 보이는 태도가 늘 별개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 태도는 객관적이지도 본질적으로 진실되지도 않았다. - P175

1995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은 기내지에 ‘보잉 뷰티‘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 이 기사 속 조종사는 보잉 727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나의 아내 조애나는 오늘 경쟁에 나섰다. 우리의 31년 결혼 생활 동안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아내는 알고 있었다. (…) 물론 나는 지금 비행기에 대해서말하는 것이다. (…) 하지만 그 비행기가 어떤 비행기냐." 남자는 코팅이 싹 된 자기 비행기를 자랑한다. "이 여자 예쁘지 않아?" IT업계 남자는 당신의 노트북이 잘 굴러가지 않는다면책상 앞에 와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녀를 열어 봐!" 2011년 언어학자들은 《대중문화저널Journal of Popular Culture》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쳤을 당시 팔린 티셔츠에 담긴 성차별주의를 조사했다.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카트리나, 이 썅년!", "카트리나는 나를 날리고, 삼키고, 잡아먹었다. 걸레 같으니", "카트리나는 나를 삼킬 수 있다." - P180

미국에서 이 문제는 대명사와 관련이 많다.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정체성이 더욱 가시화되면서, "선호하는 대명사가 더 많이 논의되고 있다. 여성이나 남성 정체성을 갖지않은 많은 사람들이 단수의 ‘그들they‘을 사용한다. 그러나 모 - P186

두가 여기 동참한 건 아니다. ‘그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말이 복수로 읽힐 수 있다는 이유로 저항감을 표한다. 그렇게하면 문법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에는 두 가지 결함이 있다. 우선 복수형대명사를 통해서 단수를 의미하는 방식은 영어권 화자들에게 새로운 방법이 아니다. 몇백 년 전, 이인칭대명사인 유you는 오직 복수에만 쓰였다. 단수형 다우thou는 따로 있었다(살인하지 마라Thou shalt not kill‘, ‘거짓말하지 마라Thou shalt not lit‘). 결국 ‘유‘는이전의 단수형 이인칭을 완전히 밀어내면서 단수로서의 의미까지 갖게 되었다. 그러니 누가 ‘그들‘에도 같은 변화가 일어나지 못할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 P487

이런 대명사 게임으로 넘어가고 싶지만 여전히 약간 혼란스러운 이들에게, 랄 지먼은 엄청난 팁을 주었다. 사람들의대명사를 그들의 이름처럼 여기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보기만 해서는 이름을 알 수가 없다. 만일 이름을 알고 싶다면, 물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름에 대해서 논쟁한다는 건 이상하고 무례해 보인다. 모두가 자신의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기억하거나 발음하기 어렵기는 하겠지만, 이것을 배우고자 노력하는 건 기본적인 예의이다. ("이름이 크리센서멈이라고요? 너무 길어서 싫은데. 그냥 밥이라고 부를게요." 이게 말도 안 되는 소리이듯 그들의 것이 아닌 대명사를 사용해서 사람을 부르는 일도 똑같다.)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름을 바꿀 수 있다. 처음에는새 이름이 어려울 수 있다. 그건 괜찮다. 하지만 사람들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마찬가지로 이상하고 무례할것이다. 실제로, 지금으로부터 20년 뒤엔 이름과 대명사를 소개하는 게 새로운 규범이 될 수 있다. "안녕, 나는 어맨다고‘그녀’라고 부르면 돼. 넌?", "나는 샘이고 ‘그들‘이야. 만나서반가워." 이게 그렇게 펄쩍 뛸 일인가? - P190

언어학자들은 편협한 사람들이 부패했을 뿐 아니라 멍청하며, 그 둘이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지적으로, 문화적으로, 또한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감정을 느끼도록 허용해 준다." 캐머런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는 만족스러운 감정이지만, 문법과 도덕은 사실상 별상관이 없다. 그리고 적들의 형편없는 문법을 지적하는 일은 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걸 입증해 주지 못한다. 이 말은당신이 교육받을 기회를 더 가졌음을 의미하고, 더 많은 시간을 표준 영어를 배우는 데 들였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누군가가 하는 말의 도덕적 중요성은 내용에 있지 문법에 있지는 않다. 캐머런이 말하기로, "히틀러가 문법적 일관성을지켰다고 해서 덜 파시스트인 건 아니었다." - P194

단수로서의 ‘그들‘부터 트위터 문법충, 그리고 프랑스의 아카데미프랑세즈에 이르기까지 문법을 지적하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정치적 신념이 무엇이든 간에, 발화에서일어나는 변화를 교정하거나 멈추고자 하는 깊은 열망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이는 실제로 존재한다. 언어가변화하면, 삶에서 어떤 것이 변화할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귀찮아진다. 언어의 변화는 더 큰 사회적 변화의 신호이기 때문에 이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사십 대 이상의 사람들이 십 대의 은어에 그토록 치를 떠는 것이다. 새 세대의 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친구 중 하나인 오십대 후반 남성은 그가 요즘 은어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말해 주었다. 그 이유는 "영어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말이 재미있는 까닭은 40년전 그의 부모님 역시 ‘쿨cool‘이나 ‘버머bummer‘, ‘프리킹 아웃freaking out‘과 같은 은어들을 두고 똑같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말들은 이제 적합한 영어로서 자리를 꿰찼지만 처음에는 똑같이 짜증나는 십 대 은어로 출발했다. - P196

6장 캣콜링 하는 놈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그리고 가부장제를 언어로 깨부수기

그 남자는 나와 결혼을 하고 싶었던 것도 내 기분을 좋게해 주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그가 원한 건 내가 자기 말을 듣고 그저 나에 대한 통제권을 쥐었다고 생각하는 거였다. 단몇 초라도 말이다. 캣콜링은 섹스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권력에 대한 문제다. - P202

2017년 코미디언인 피터 화이트는 이런 ‘칭찬‘이 정신 나갔다는 사실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내 생각에는 모든 남성에게 이런 룰이 적용되어야 해요. 남자라면, 감옥에서 남자에게 듣고 싶지 않은 어떤 말도 여자에게 하지 마라." - P211

길거리 성희롱이 기분을 잡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남성 동료가 여성 동료를 ‘자기‘라고 부를 때 기분이 더러운 이유와 같다. 남성이 남성을 만지지 않을 방식으로 여성을 만질 때 느껴지는 기분과도 같다(사람 많은 바에서 옆을 지나쳐갈 때 엉덩이에 손을 댄다든지 하는 식으로). 기저에 깔린 문제는 남성이 여성의 몸에 대해서 자동으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그 가정에 있다. 이는 사회적 통제의 현시이며, 여성들로 하여금 남성이 소유한 세상에 침입했다는 기분을 느끼게하고, 따라서 사생활을 가질 권리가 없다고 여기게끔 한다. - P215

서 비롯된 양 취급하곤 한다. 우리는 여성들이 일터에서, 관계 속에서, 혹은 그저 기차에서 집으로 걸어오면서 침묵당한다고 느낀다면, 목소리를 찾는 건 너의 문제라고, 너 혼자결할 문제라고 여성들을 가르친다. 2017년 상원에서 미치 매코널이 엘리자베스 워런을 침묵시켰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워런이 목소리를 냈듯이 하라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 공개적으로 말하고, 조직을 만들고, 길을 점거하고, 가해자에게 "싫어"라고 말하고. - P219

나는 잠시, 성적 동의에 대해서 여성에게 "싫어"라고 말하라고 가르치고 남성들에게 "싫어"를 알아들으라고 가르치는 방식이 왜 잘못되었는가를 언어학적으로 비판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실제 상황에서 거부는 ‘싫어‘라는 단어를 포함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실제로는 ‘싫어‘가 아니라, 머뭇거림+완곡어법+미안함의 표현+문화적으로 수용되는 이유로 구성되는 것이다. - P219

그런 세상을 얻을 수 있으려면 여성들에게 위해로부터 자신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가르칠 게 아니라 남성을, 이상적으로는 굉장히 이른 시기부터 가르치는 데 달렸다. 세상이 전부 그들의 것이 아니라는 걸 가르쳐야 한다. 남자들이어린아이일 때, 양육자이자 선생님으로서 우리는 남성성에대한 문화적 상상을 깨부술 필요가 있다. 남성이 여성에게 공감해도 괜찮다. 다른 남성이 언어로나 다른 방법으로 여성을쓰러뜨리려 할 때 남성이 여성에게 공감하고 동조하고 지지해도 괜찮고, 정말 권장돼야 한다. "이런 원칙을 형제애보다중요하게 만들어야 한다." 캐머런이 말한 대로다. 그리고 남성이 아닌 사람을 세상의 침입자처럼 대하는 건 괜찮지 않은 일이어야 한다. - P222

내가 생각할 때에는, 적절하지 않게 말하는 게 언어로 할 수 있는 가장 페미니스트적인 행위 같기도 하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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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컬 프라이: 유투브에서 영상 찾아봄. 카페 여성 종업원의 목소리, 말투 비난하는 남자..
- 레이코프의 여성의 언어 목록
- 여성에 대한 문화적 기대
- ‘라이크’의 용법 예시
- 여성의 업토크: ‘보스’ 같지도 ‘쌍년’ 같지도 않게 보이려는.. 말 하기도 힘들 여성들이여!
- 여성이 비난받는 발화의 특징은 내용보다 발화자와 관계 있음. 결국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짐.

계속 언급되는 ’데버라 캐머런‘ 낯익다 했는데 <페미니즘> 저자네!

4장 여성들은 영어를 망치지 않았다 - 그들은, 그니까, 영어를 발명했다

대체 여성들만 한다는 이 현상이 뭔지 짐작이 가시나? 바로 ‘보컬 프라이vocal try‘, ‘갈라지는 음색‘이라고도 불리는 현상이다. 아마 들어 보았거나 본인도 하고 있을 수 있다. 보컬프라이는 탁하고 낮은 음색의 목소리로 문장 끝에서 말소리가 잦아들 때 많이 나타난다. 화자들이 성대를 누르고 공기의흐름을 줄이게 되면 후두부의 진동이 일어나면서 목소리가갈라지게 된다. 녹슨 문 혹은 멕시코 악기인 귀로의 거슬리는소리 같기도 하다. (당시 진행자들은 보컬 프라이에 대해 말하면서 ‘밸리 걸‘이나 킴 카다시안의 목소리를 예시로 들었다. 사실상 이 현상은 모든 젠더와 지역에서 나타나지만 통상 ‘밸리 걸 말하기‘라고 불리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시 다루어 보겠다.) - P138

레이코프의 1975년 책 『언어와 여성의 자리』가 이룬 공헌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여성의 발화‘로 관찰되는 목록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전에 오토 예스페르센이 ‘여성‘ 장을 썼던 데 대한 페미니스트 비슷한 관점에서의 비틀기라고 할 수 있다. 레이코프는 숙녀들의언어 목록을 다음과 같이 작성한다. 과도하게 사과하는 경향, ‘속 빈’ 형용사("이 초콜릿 무스 엄청나", 무지막지하게 정중한 태도(이렇게 한다면 혹시 실례가 될까요), 강한 강조(나 이 쇼를 완전 사랑해‘), 간접적 요구(소포 좀 가져다줄래?‘ 대신 ‘소포가 아직 아래층에있는 거 같아‘), 문법의 과잉 정정(나랑 너가‘ 대신 ‘나와 네가), 헤징 - P141

(‘아니’, ‘있지‘), 부가의문문(‘영화 좋았다, 그치?), 그리고 욕설의 회피(‘이런 씨발‘ 대신 ‘맙소사‘).
레이코프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이런 언어적 특질을 더 활용하는 이유가 여성들은 공손하고 불확실한 존재로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는 문화적 기대가 있으며 이에 맞춰 사회화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레이코프의 주장에서 좋은 점은 언어와 사회적 권력의 관계에 전례 없던 초점을 맞췄다는 데 있고, 발화가 젠더 스테레오타입을 영속화할 수 있다는 발견에이르도록 길을 밝혀 주었다는 데 있다. 이전에는 어떤 언어학자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어조나 질문의 유형이 발화자의 젠더에 대한 메시지를 주며, 발화자에게 존중과 권위에 대한 접근을 허락하거나 막는다고 논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레이코프가 틀린 점은,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해지고자 한다면 남성의 발화 방식대로 순응해야 한다고 제안한 데 있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연약함은 여성적인 것과 강하게 연합된다. 언어적인 차원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이 다른 방식으로 인식되고 싶다면, 여성적인 행동으로 조건화된 것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앞서 언급한, 여성을 불안정하게 들리게끔 만든다고 레이코프가 주장한 특질들을 하나도 발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함을 뜻한다. 40년 뒤 광고와 기사가 떠들게 되는 내용처럼 말이다. - P142

요약해 보자면, 21세기의 첫 20년 동안, 여성들은 더 낮은 음역을 썼고, 지배적인 태도와 지루함을 더 많이 드러냈으며, 이 두 가지는 중년 남성들이 여성들에게서 보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이었다. 밥 가필드가 그렇게 보컬 프라이를 싫어한까닭을 설명해 주는 게 아닐지? - P145

다시에 따르면, ‘라이크‘는 여섯 가지 두드러진 기능을한다. 영어에서 가장 오래된 유형은 형용사 ‘라이크(같다)’와동사 ‘라이크(좋아하다)‘가 있다. ‘네 수트가 마음에 들어, 제임스 본드 같아 보이네l like your suit, It makes you look like James Bond"라는 문장에서, 첫 번째 ‘라이크‘는 동사이고 두 번째는 형용사이다. 가장 심술궂은 영어권 화자들도 이 두 가지엔 이견이 - P146

없다. 오늘날 이 두 ‘라이크’는 완전히 똑같이 들리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은 두 단어가 별개의 역사를 가졌다는 생각을하지 못한다. 그들은 동음이의어다. 마치 시계를 뜻하는 ‘워치watch‘와 보다를 뜻하는 ‘워치watch‘처럼 말이다. 옥스퍼드영어 사전에선 동사 ‘라이크‘가 고대 영어 ‘리시안lician‘에서왔고, 형용사 ‘라이크‘는 고대 영어 ‘리치lich‘에서 왔다고 한다. 두 가지가 지난 800년간 어떤 지점에서 합류하면서 우리에게익숙해지게 되었다. - P147

레이코프는 권위를 드러내는 소통에서 여성들이의문문 비슷한 억양을 사용하는 이유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스스로 훈련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부러 그러거나 무의식적으로 그러거나, 업토크를 통해서 ‘보스‘ 같지도 ‘썅년‘ 같지도 않게 보이려는 것이다. 레이코프의 설명에 따르면, 업토크 - P150

는 여성들로 하여금 ‘여자답지 않게 들린다고 공격당할 여지를 줄이면서 자신감을 드러내게 한다. 나는 말을 할 때, 확정적인 문장의 어조를 완화하기 위해서 업토크를 사용하며, 특히 약간 논쟁적인 주제에서 그렇게 한다. 그게 과연 덜 썅년같아 보이는 효과를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대답에 조금 더 개방적으로 보이면서도 자신감을 표명하게 하기는 한다. 그렇게 나쁜 기능은 아니지? - P151

그렇다면 여성들은 왜 그렇게 업토크, 보컬 프라이, ‘라이크‘, 기타 헤징으로 비난을 받을까? 언어학자들은 이러한 발화 특징이 내용보다는 발화자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한다. 언어학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평가는 발화자에 대해서 우리가 느끼는 바를 더 잘 보여 준다는 것이다. - P153

여성과 다른 사회적으로 억압받은 이들이 언어를 통해서 힘을 얻는 방식은 연결되어 있다. 주변화된 집단이 언어를 창의적으로 사용하여 스스로를 일으킨 역사는 길다. 그리고그들은 이에 무척 능하다. 왜냐하면 그들이 멋진 새 은어, 발음, 억양에 대해 누구에게 공을 돌릴지 알든 모르든, 세계 나머지 지역도 예외 없이 그들처럼 말하게 되기 때문이다. - P159

언어학의 미래를 비판하는 대신 그 흐름의 일부가 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새로운 경향을 앞두고 젠체하고 변덕스럽게 구는 대신에, 호기심을 가지고 열광해 보는 것이다. 이런 언어 습관을 이유로 여성이나 누군가(심지어 자기 자신)를 비난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면, 언어학자처럼 생각하기를 기억하고, 체계적인 발화 패턴이란 멍청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상기하자. - P160

데버라 캐머런이 말했다. "젊은 여성들이 로펌과 엔지니어링 회사를 운영하는 남성들의 언어학적 선호, 말하자면 편견에 길들여지도록 가르치는 건 가부장제에 복무하는 일이다." 이는 성차별적인 태도에 대항하게 하는 게 아니라 여성적 말하기가 문제가 된다는 생각을 수용하게 한다. 캐머런은이렇게 말을 잇는다. "페미니즘의 일은 분명 성차별적 태도에 도전하는 것이며 편견에 맞추는 게 아니라 맞서는 것이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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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 여자
- 젠더와 섹스
- 단어의 구체적 선택: 여성이 아니라 포궁을 가진 사람 (여성이 다 포궁을 가진 것도, 포궁을 가진 자가 다 여성도 아니다)
- 웃기시네!
- 사람 대 생각: 여자는 사람에 대해 말하고(즉, 가십이나 하고), 남자는 생각을 말한다고?
- 여성의 ‘가십’과 남성의 ’농담‘ -> 가십의 의미 변천에 대해 희진 샘이 8월 <정희진의 공부>에서 언급했는데!
- 여성의 대화, 신뢰와 공감을 위한 추임새, 연결 추구
- 잼 세션 같은 여성들 간의 대화

2장 잠깐만…… ‘여성’이 무슨 뜻이라고?: 섹스, 젠더, 그 뒤의 언어에 대한 또 다른 질문들

여성을 헐뜯기 위한 목적으로 이야기할 때, 왜 화자들은 ‘너‘라는 말을 쓰는 것일까? 캐머런은 여성이 생물학적인 설계에서부터 결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은 마음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영어에서 ‘여자‘는 동물의왕국에서 몸을 묘사하는 과학적 용어인 ‘암컷‘과 같이 쓰이면서, 누군가의 성(성기, 염색체, 생식선, 재생산과 관련된 여타 신체 부위)을 언급한다. 그런데 ‘여성’은 젠더와 관련해서 인간만을 가리키는, 문화적으로 발명되었으면서도 더욱 복잡한 개념(정의하겠다)이다. 누군가를 ‘멍청하고 미친 여자‘라고 이름 붙일 때, 이 말은 누군가의 지적 결함이 그의 성기와, XX 염색체, 포궁과 관련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마치 성적 분류가 부정적인 특질에 대한 책임이 있기라도 한 듯 말이다. - P76

그러나 젠더가 관여된 문제에서, 사전적 정의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이는 입법 차원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002년 있었던 한 사건을 고려해 보자. 캔자스대법원에서 트랜스젠더 여성과 그가 최근 사별한 남편과의결혼이 무효화되는 사건이 있었다. 사전에 따르면 "성, 남성, 여성이라는 단어에 대한 일상적인 이해에 트랜스섹슈얼이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전을 교리로 취급함으로써법원은 사별한 부인을 당시로서는 불법에 해당하는 동성결혼을 한 남성으로 분류했고, 따라서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되었다. - P78

「옥스퍼드 영어 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에서 사람을 설명하는데 젠더를 사용한 최초의 용례는 1474년 이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때, 이 단어는 그저 섹스의 동의어, 즉 남성혹은 여성을 가리킬 뿐으로, 이후 500년간 그렇게 이해된다. 사람들이 신체적인 의미에서의 남성성 혹은 여성성(오늘날 섹스라고 알려진)과 문화적 혹은 정체성적인 측면에서의 남성성 혹은 여성성(젠더)을 여전히 헷갈리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후 500년 동안 두 용어가 같은 의미로 혼용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1960년대까지 섹스와 젠더 사이의 의미론적 구분을 하지 않았다. - P80

이때 핵심은 우리가 모두 우리 젠더를 구성하는 언어를사용함으로써 항상 진행 중인 과정 속에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 개념은 UC 버클리의 젠더 이론가인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에 의하여 1990년대에 만들어졌다. 버틀러는 젠더 수행성이라 불리는 이론을 통해서, 젠더가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무엇을 하는가‘를 말한다고 주장했다. 버틀러가 보는 대로라면, 사람은 우리가 ‘있도록‘ 하는 일을하기 전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누구인가와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는가는 ‘동시적으로‘ 존재한다. 사회적인 실천을 배우고 이에 동참하는 바로 그 순간에 당신과당신의 젠더 정체성이 부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 P85

다행히 오늘날 당신은 누구와 자고 싶은지, 어떤 젠더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 체포될 일이 없다. 최소한 대다수 영어권 국가에서는 말이다(그렇지만 혐오 발화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다양한 정체성들을 묘사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내려는 충동은 여전히 강렬하게 존재한다. 우리는 여전히 명칭을 갈망한다. 언어학자들은 이 모든 것이 경험을 정당화할 수 있는 단어의 힘과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마치 어떤 생각에 제목이 붙고나면 타당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UC 샌타바버라에서 젠더와 언어를 연구하는 랄 지먼은 이렇게 말했다. "특정한 경험을 한 것이 그들 혼자가 아니며, 이런 경험이 이름 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일은 분명히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모두가 범주화로 힘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느 날엔가규범 비순응적인 젠더와 섹슈얼리티가 너무나 잘 수용되어서스펙트럼에 붙는 이름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이름은 고립되고 자기 존재가 들리지 않는경험을 한 많은 이들의 존재를 타당하게 느끼게끔 해 준다. - P88

우리 언어를 더욱 포괄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유용한 방법(특히 그 대화가 젠더와 관련될 때)은 단어를 보다 더 구체적으로선택하는 것이다. 재생산 건강에 대해서 말한다고 생각해 보자. "여성은 포궁경부암 검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말하는 대신에 더 구체적으로 "포궁을 가진 사람들은 포궁경부암 검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지먼에 따르자면 이런 언어는 금기시된다. 성을 완곡어법으로 쓰는 데 동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발화가 더욱 정확할 수 있다는 예시이다. 모든 여성이포궁을 갖진 않는다. 포궁을 가진 모든 자가 여성은 아니다. 포궁을 갖는 일이 우리를 여성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저 포궁을 가진 자로 만들 뿐이다. ‘포궁을 가진 자‘는 더 귀여운 마케팅 문구이기도 하다. - P95

스웨덴에서는 학교에서 젠더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행위가 1998년부터 불법으로 간주됐다. 정부는 젠더 중립적인 유치원에 자금을 지원하고, 선생님에게 ‘보이‘ 혹은 ‘걸‘과 같은 단어 대신 ‘친구들’을 쓰도록 했다. 수업은 자연이나 찰흙과 같은 젠더 중립적인 매개를 이용해서 이루어졌다. 아기 인형 대신에 동물 장난감을 사용했다. 책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전통적인 성별 역할을 뒤집었다(여자해적, 왕국을 다스리는 레즈비언 여왕, 아기 띠를 맨 배트맨). 스웨덴에서 여성 로켓 과학자의 부고를 작성한다면 절대로 "남편을 따라 직장을 옮겨 다니다가"라는 식으로 시작되지 않을 것이다. - P97

3장 "흠...... 네 말이 맞아.": 남성들은 결코 하지 않지만 여성들이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

"웃기시네." 95년이 지난 후 버스바리는 건조하게 답했다. "완전 웃겨."
하지만 예스페르센은 부분적으로만 웃긴 사람이었다. 완전히 웃긴 부분은 남자들이 "남성은 단어의 청취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인다. (…) 남자는 언어의 뜻을 되새김질하기 위해서 말을 곰곰이 곱씹는다. (…) 정확한 명사나 형용사를 고르기 위해서다" 따위의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자료도 갖추지못했다는 사실이다(맞다, 되새김질이다. 이 단어를 축축한, 팬티, 사마귀와 나란히 가장 역겨운 영단어 목록에 살포시 올려도 안전하겠다 싶다). - P103

남성의 발화 스타일은 ‘경쟁적‘인데 반해서, 여성은 ‘협력적‘으로 말한다는 것이다. - P106

‘사람 대 생각‘이라는 개념이 저지르는 또 다른 일은 여성들이 말하는 건 한가롭고 사소한 ‘가십‘이고, 남성들이 하는 건 ‘농담banter‘-가십보다 정교하며 자리에 없는 사람 뒷말하는 비열한 짓은 절대 하지 않는-이라는 신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2011년 언어학자인 존 로크John L. Locke는 듀얼과 듀엣: 왜 여자와 남자는 이렇게 다르게 말할까Duels and Duets: WhyMen and Women Talk So Differently 라는 책을 썼다. 책에서 그는 "남성들이 적이나 경쟁자에게 할 말이 있을 때, 그들은 직접 가서 말한다"고 썼다. - P108

가십이라는 단어와 그 사소한 함의가 그저 여성의 것으로 환원되었을 뿐이다. - P111

사회가 여성으로 하여금 신체적인 매력을 의심하게 하도록 가르치는 것처럼, "전통적으로 이 문화에서 여성은 자기 말의 정확성에 확신이 없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표현함으로써 안도감을 얻었다"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P112

하지만 언어학자들은 이 헤지가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하고 모두 같은 목적을 가진 게 아니라는 점을 밝혀냈다. 남성들도 여성들만큼이나 헤지를 사용한다. 그리고 여성들은생각보다 자신감이 적다는 걸 드러내기 위해서 헤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다음 장에서 말할 것이다). 사람들은 ‘있지, 내 말은, 그런 것 같아‘와 같이 톤을 완화하는 헤징이 불확실성을 말한다고 오해하는데, 연구 결과는 이 단어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있다고 한다. 이 말들은 대화 속에서 신뢰와 공감을 형성하기위한 것이다. 코츠가 설명하는 것처럼, 헤지는 "모든 참여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민감한 주제를 협상하기 위해서, 다른 이들의 참여를 북돋기 위해서" 사용된다. - P113

그 결과로, 남성들의 대화 목표는 정보를 소통하는 것이지만 여성들은 연결을 추구하게 되었다.
더 복잡한 이론은 여성의 대화 스타일이 우리 문화에서여성들의 위치를 반영하는 대처 전략으로 발전했음을 시사한다. 이 주장은 재닛 홈스에게 영감을 받아 생겨났는데, 홈스는 우리 사회가 여성들로 하여금 감정 노동자가 되어 눈물을 받고 감정의 짐을 지도록 요구했다고 말한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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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컬 프라이 뭐지? 알듯 말듯
- 소녀나 여성을 묘사하는 단어가 중립적/긍정적 -> 부정적 -> 악의적/성적 모욕으로 변하는 현상
- 여성용 단어의 예외적 격상은 여성들의 전복에 기인
- 여성을 모욕할 때 비교대상: 음식, 동물, 성판매자
- 전유의 성공적 예시: 퀴어
- 아프리카 미국인의 시그니파잉
- 아이들에 대한 성차별적 용어에 주의 기울이기
- 재전유!


어맨다 몬텔의 성격 설명에서 '나댄다 몬텔'로 라임 맞춰 번역한 부분 좋다! 원문은 무엇일지?

확실히 영미권 독자는 더 재미있게 읽을 책이다.



0장 사회언어학자를 만나다: 쿨한 페미니스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캠퍼스(UC 샌타바버라)에서 언어학을 가르치는 랄 지먼 Lal Zimman 교수는 내게 우리 문화의 가장 큰 장애물은, 언어가 자유나 억압과 같은 문제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태도라 지적한 바 있다. 막대기와 돌멩이는 뼈를 부러뜨릴 수 있지만 단어는 절대로 우리를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오래된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언어 자체가 사람을 다치게 하고, 격상시키고,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수단임을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 P13

한편 우리는 이름 있는 미디어와 공인들이 여성의 목소리를 비판할 때, 여성들이 보컬 프라이vocal fry를 너무 많이 쓰 - P15

고, ‘같아요‘, ‘진짜‘ 등의 표현을 남용하며, 과도하게 사과한다고 지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들은 그런 평가를 유사 페미니즘적 조언이라 이름 붙인다. 여성들이 ‘더 많은 권위‘를갖고 이야기함으로써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자신이 사실상 어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이유도 없이, 여성들이 자기 의심-따라서 입을 닫게 만드는ㅡ을 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중년 백인 남성처럼 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 P16

다행히 캐머런은 언어의 유전자- 즉 모음과 자음-안에 젠더화된 차별이 깃들어 있진 않다고 했다. 그 대신영어가 ‘어떤 문화적으로 만들어진 성차별적인 가정들을 표현하고 재생산’하는 데 습관적으로 사용되는 게 이유라고 했다. 좋은 소식은 영어에 여성과 논바이너리 nonbinary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목적이 ‘내재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나쁜 소식은 영어 화자들이 언어를 젠더화된 편견을 강화하는 데 사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의식하지 못할 때조차 그런 용도로 쓴다는 것이다. - P21

1장 헤픈 매춘부들과 추잡한 레즈비언들: 내가 싫어하는 (좋아하기도 하나?) 젠더화된 모욕 총집합

여자를 모욕하고 싶다면 걸레라고 불러라. 남자를 모욕하고 싶다면 여자라고 불러라. - P35

영어에서 여성-생애주기 어디쯤에 놓여 있든 상관없다을 묘사하는 거의 모든 단어는 어느 정도 음란한 의미를가지고 있다. 슐츠가 썼듯이, "언어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현상은 소녀나 여성을 묘사하는 단어가 처음에는 중립적이거나 심지어는 긍정적인 함의를 가지고 있다가도, 점진적으로 부정적인 함의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 함의는 처음에는 약간 헐뜯는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악의적으로, 결국에는 성적인 모욕으로 변한다". - P39

여성용 단어 가운데 격상을 거친 단어가 있기는 한가? 그렇다. 그러나 그 경우 여성들이 이를 전복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시도가 어떻게 끝나게 되는지는 이 장 끝에서 다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더 긍정적인 지위를 차지한 남성용 단어인 ‘버디‘ 같은 예를 찾는 게 더 수월하다. 예를 들어서 ‘나이트knight‘는 고대 영어로 그저 어린 남자 혹은 하인을 일컬었다. 그러다가 용기 있고 고귀한 남성을 일컫는 격상을 천천히거치게 된다. ‘스터드stud‘는 종마를 뜻하다가 섹시하고 남자다운 녀석이라는 은어가 됐다. 방금 내가 쓴 녀석, 즉 듀드dude라는 말 자체도 19세기 말 이후로 격상을 거쳤다. 처음에는멋을 내는 남자를 모욕하는 단어였던 이 말은 영어에서 가장 사랑받는 단어가 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 P42

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유랑하며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동안 여성과 남성은 여러 섹스 파트너를 두었다. 이때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완전히 ‘정상‘이고 좋은 것으로 여겨졌다. 이후 인간이 정주하면서 여성의 성적 독립은 나쁜 평판을 얻게 되었다. 인간이 땅을 소유하는 게 바람직한일이 되자 이를 아이들에게 물려주고자 했고, 그러려면 남자들은 누가 자기 아이인지 알아야 했기 때문에 일부일처제가 필수가 된 것이다. 상속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사회는 가부장제를 갖추게 되었고, 여신으로 의미화되던 성적 해방의 개념들은 수명을 다하게 되었다. 여성의 성적 해방이 끝나면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혐오스러워지고, 컨트와 같은 단어들은영원히 (적어도 가부장제가 존속하는 동안) 불길한 것이 되었다. - P46

영어권 화자들이 여성을 모욕하고 싶어 할 때, 그들은 여성을 다음 중 하나에 비교한다. 바로 음식, 동물, 성판매자이다. 이는 로럴 서턴이 UC 버클리에서 1990년대에 밝혀낸 연구 결과와도 무척 유사하다. 우리가 여성을 먹을 수 있고, 비인간적이고, 성적인 대상으로 불렀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기대, 희망, 두려움을 전체적으로 보여 주는 명료한 선언이라 할 수 있다. - P46

우리 문화의 규칙에 따르면 그 판단은 둘 중 하나다. 섹스를 많이 해서 걸레라는 평판을 얻거나, 섹스를 하지 않아서 점잖은 체한다는 딱지가 붙거나. - P47

그러나 그 단어들이 어떻게 들리는지보다 훨씬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여성들을 향한 모욕이 이토록 저항할 수 없는힘을 갖게 되는 이유는 이 중 많은 단어가 이제 완전히 부정적으로만은 보이지 않는 데 있다. 모든 것은 탈환과 관련이있으며, 이는 사람들이 이 단어들의 의미를 밑바닥부터 적극적으로 재정의할 때 이루어진다. 우리 문화에서 가장 억압받는 공동체로부터 가장 성공적으로 전유된 단어들이 생겨났다. ‘퀴어‘를 예로 들어 보자. 아마 최근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는 이 단어는 처음에는 동성애 혐오적인모욕이었으나 학계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의해서 무척 인상적으로 전복되었다. ‘퀴어‘는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문제적으로 비쳐지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이 단어는 비순응적인 성정체성과 젠더를 자기정의적으로 일컫는 용어로 진화했다. 오늘날 <이성애자 남자를 퀴어 아이로 보기Queer Eye for the StraightGuy> 같은 TV 시리즈처럼 가볍게 이 용어를 쓰는 경우가 눈에띈다. 또한 채용 공고에 ‘여성‘, ‘남성‘과 나란히 퀴어가 하나의젠더 옵션으로 적혀 있기도 하다. - P55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방언 화자들이 ‘시그니파잉signifying‘이라는 말놀이의 명인이다. - P56

시그니파잉은 욕을 써서 듣는 사람들을 유머러스하게 누르는 언어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이기술은 흑인 공동체를 넘어서게 되었다. - P57

재전유를 하는 과정에서 그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전부 잃어야 할 필요는 없다. 재전유를 향한 길은 그렇게 수월하지 않다. ‘퀴어’와 ‘다이크’는 여전히 동성애자에 대한 모욕으로 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전유가 실패했다고 볼 수는없다. 의미론적인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 의미가 천천히 다른 한 의미를 덮어 기존의 의미가지평선 아래로 지는 점진적인 과정에 가깝다. 단어의 긍정적인 변주가 점점 더 흔해지고 점점 더 주류를 차지할수록, 다음 세대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이러한 의미를 먼저 집어들게 된다. - P58

재미있는 부분은 여기 있다. 젠더화된 모욕이 어떤 진화과정을 거쳐 왔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이해한다면, 이제 무엇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비치’, ‘슬럿‘, ‘푸시‘가 나쁜 의미 대신 좋은 의미로 쓰이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유해한 젠더 고정관념을 영속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미있게 이 언어들을 쓸 수 있을까? - P60

자이슬러에 따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긍정적인 일은 아이들에 대한 성차별적인 용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아동기와 청소년기는 젠더화된 고정관념이 공고해지는 시기이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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