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젠더와 국가의 이론 정립

이 책의 목표는 이러한 민족과 민족주의의 젠더적 이해를 위한 분석적인 기획을 도모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 젠더 관계가 몇 가지 주요한 차원 - P18

의 민족주의 기획에 중대하게 기여한 바를 체계적으로 점검할 것인데, 여기에는 국민 재생산, 민족 문화, 그리고 민족 시민권과 아울러 민족갈등과전쟁이 포함된다. - P19

그러나 공/사의 이분법은 페미니즘을 비롯한 사회과학 문헌에서 여성을 남성의 정반대 극에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분법들 가운데 단지 하나일뿐이다. 그 밖에 자연/문명의 구분도 있다. 여성과 자연의 동일시는 ‘문명‘화된 공적 정치 영역에서 여성을 배제하기 위한 명분이었을 뿐만 아니라어느 문화에서나 남성보다 여성이 사회적으로 가치가 덜하다는 사실을 설명하기도 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인간/남성man이 동물보다 우위에 있는 이유는 생명을 제공하기 때문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류를 지배하는 것은 출산하는성이 아닌 살해하는 성이다. (Harding, 1986: 148에서 인용) - P23

젠더는 ‘실제‘ 사회적 남녀 차이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젠더는 이들의사회적 역할들이 인종 및 민족 집합체에서 이들이 갖는 경제적 위치나 구성원권과는 정반대로, 이들의 성차나 생물학적 차이에 따라 정의되는 일단의 주체들과 관련된 담론의 양식이다. 성차 역시 담론 양식으로 이해해야한다. 담론을 통해 일단의 사회적 주체들은 상이한 성적/생물학적 구성물을 지닌다고 정의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젠더‘와 ‘성‘ 모두 담론 양식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다만 그 사안이 다를 뿐이다.
‘성‘과 ‘젠더‘ 모두에 대해 이들이 담론을 통해 의미를 구성한다는 주장과 비자연적이고 비본질주의적 성격을 갖는다는 주장으로 인해 성과 젠더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러나 비영어권 국가에서 페미니즘 정치에 관여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곳 페미니스트들의 최우선적인 그리고 가장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그 지역 언어로 ‘젠더‘에 해당하는 단어를 ‘발명해 내는 것임을 알 것이다. ‘성‘ 담론과 ‘젠더‘ 담론을 구분하지 않는 한, 생물학은 그 사회의 도덕 및 정치 담론에서 운명으로 구성될 것이다. - P29

도나 해러웨이(Haraway, 1990)의 ‘상황적 지식‘ 등의 개념을 따르고 있는 게이튼스의 마지막 주장은 젠더 관계를 분석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자아는 언제나 상황적이다"라는 주장의 중요성은 젠더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관계의 분석과 관련이 있다. 몸의 상황은 생물학적이든 담론적이든 오로지 성차와 관련하여 구성되지는 않으며 자아의 상황이오로지 혹은 언제나 일차적으로 몸에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다. 게이튼스나 그녀와 같은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에게 성차가 중요한 것은 이들이 중산층 서구 중심 정신분석이론, 특히 라캉의 시선(Lacan, 1982)으로 사회를 관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급, 민족, ‘인종‘과 국가와 같은 거시적사회 구분도 특수한 신체 ‘유형‘이나 연령, 능력과 같은 보다 주체적인 몸과관련된 차이들만큼이나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하다. - P30

이 허구는 한 집단체의 헤게모니와 국가나 시민사회 모두의 이데올로기적 장치들에 대한 이 집단체의 접근을 자연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 자연화는 민족주의와 인종차별주의의 내재적 연관성에 뿌리내리고 있다. 자연화는 소수집단들을 ‘정상‘에서 벗어났다고 추정되는 이들이라 구성한다. 이는 또한 결국에는 ‘인종청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를 해체하는 것은한편으로는 인종차별주의를 다루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 자체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 P33

그러나 이러한 모든 정의들에서 빠진 요소로, 오토 바우어가 강조한 요소인 ‘같은 운명‘common destiny은 민족 구성에 매우 중요하다(Bauer, 1940;Yuval-Davis, 1987a). 같은 운명은 그 방향이 단순히 과거라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있으며, 특정 민족 안에서의 개인과 공동체의 동화 이상을 설명할수 있다. 한편으로 사람들이 정착민 사회나 식민지 이후 국가들에서와 같이 한핏줄의 신화가 전혀 없는 집단체와 민족들에 참여하는 주체의식을 설명할 수 있다(Stasiulis and Yuval-Davis, 1995). 동시에 이민이나 국적 취득, 개종, 그리고 기타 이와 유사한 사회적·정치적 과정들을 통해 국경 안에서벌어지는 빈번한 국경의 재구성 과정과 민족집단체의 역동적 성격을 설명할 수도 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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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6-12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있습니다!!

햇살과함께 2024-06-12 19:37   좋아요 0 | URL
어제 졸면서 읽었더니 뭔 소린지??? 어렵네요.. 홧팅!!!
 

횡단의 정치
위치성 인식

머리말

페미니즘이 네 주장의 설득력을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너의 지식이 너의 페미니즘에 설득력을 가져다주어야 해. 페미니즘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 사람들이 네 페미니즘도 신뢰한단다. - 장춘익 - P9

새로운 지식, ‘나‘와 지구를 살리는 지식을 생산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부가 필요하다. 융합 글쓰기는 그중 하나다. 융합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가치관, 연결 능력이다. - P11

언어와 물질은 대립하지 않는다. 물질은 언어에 의해서(만) 물질, 곧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인식 행위가 존재를 가능케 한다. 탈식민주의나 여성주의 ‘비가시화된 약자‘의 현실을 그토록 문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것이다. 어느 사회에나 ‘이미 배제된(foreclosure)‘ 영역이 있다. 해방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질문하는 행위로부터 시작된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기 때문에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의 한계가 아니라 축복이다. - P12

만일 내가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읽기나 생각하기라기보다는 ‘쓰기‘라고 답할 것이다. 공부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인데,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은 쓰는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왕도가 있다면, 역시 요령이나 기술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는 결국 가치관의 문제다. - P14

글쓰기는 내가 내 몸을 타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그런 글쓰기의 핵심적인 방법이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융합‘이다. 나는 이제까지 나름대로는 융합 글쓰기를 지향했지만, 이 책에서 그 의미를 분명히 하고 싶다. - P15

이미 우리는 융합의 세계에 살고 있다. 먼저 우리가 알고 있는 융합이라는 단어가 주는 ‘더하기‘의 이미지를 버리자. 대신에 다른 세계로의 여행, 즉 전환(trans~) 혹은 의미의 도약(jumping together)을 추구하는 마음가짐을 가져보자. 해석은 언제나 현실보다 늦다. 그러므로 새롭지 않은 언어는 언어로서 임무를 다한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 많은 자본, 더 많은 자원과 기술을 추구하는 집단에도 똑같이 해당한다.
융합은 우리가 아는 지식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공부의 즐거움과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실천(practice)이자 내 생각을 분명히 알고 더 필요한 앎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경계 넘기(rooting and shifting)다. - P16

흔히 전체주의와 개인주의, 절대주의와 상대주의, 도그마와다양성을 대립하는 사고방식으로 생각한다. 페미니즘은 다양성을 옹호하지만, 각각의 다양성이 같은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틀린 생각을 다양성이나 취향으로 옹호한다는 점에서 다양성처럼 탈정치적이고 무의미한 말도 없다. - P20

융합은 객관성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한 사유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기존의 인식을 넘어서는 것을 ‘트랜스버설(trans/versal)‘이라고 하며, 횡단(橫斷)으로 번역한다. 단어 그대로 가로지르는 것이다. 가로지름(crossing)은 수직적인 수용이 아니라 기존의 법칙을 파괴하고 재생산하고 다른 의미의 생명체를 만드는 일이다. 호프스터의 표현인 ‘뒤엉킨 위계질서(tangled hierarchy)‘나 ‘소용돌이(vortex)‘는 융합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유용하다. - P21

1장

자유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모두 투쟁으로 쟁취해야 한다. 대개는 투쟁이 힘들어서 그냥 부자유 상태로 산다. - P28

니체, 데리다, 버틀러를 ‘잇는‘ 현대 철학의 가장 큰 성과는 인간의 본질이란 것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인간은 단지 자기행위로서 구성 중(in process)인 존재다. 사는 대로 생각하자. 그것이 나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 - P33

저절로 생긴 말은 없다. 말은 권력관계의 산물이다. 사회적 - P39

약자는 언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애초부터 백인 남성 외의 이들은 선제(先, foreclosure)되었다. 지동설부터 여성주의까지 새로운 사유는 어느 시대나 파문과 혐오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나를 억압하려고 만든 말에 답하려 하면 백전백패다. 융합적 사고는 언어의 전제를 알고 자기 관점에서 기존지식에 대응하는 사고방식이다. ‘답정너‘는 폭력이다. 질문을 되돌려주거나 말을 궤도 밖으로 끌어내 ‘그들을 낙후시키자. - P70

또한 본디 모든 지식은 통섭 과정 없이 설명할 수 없다. 즉통섭은 지향이라기보다 사유의 방법이다. 인간은 자기가 사는 사회의 언어로 사고하기 때문에 언어의 그물망(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시 말해 통섭은 지식 생산의 전제다. 우리가 해야할 작업은 통섭을 지향하려는 노력이라기보다는 통섭의 경로를추적하는 일이다. - P44

여전히 윌슨의 <통섭>에는 명문이 즐비하다. 융합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다음이 아닐까. "과학 이론은 반례들에 직면하면 폐기되도록 특별히 설계되어 있다. 그것이 이왕 틀린 것이라면, 빨리 폐기되면 될수록 좋다. ‘실수는 빨리 할수록 좋다‘라는 격언은 과학적 실천에서도 하나의 규칙이다. 과학자들도 자신이 만든 구조물과 사랑에 빠지고는 한다. 물론 나도 예외는아니었다. 불행히도,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보이기 위해평생을 헛수고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 이론은 거듭되는 장례식을 통해 진보한다." - P47

대화할 때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도의 자세가 최선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일도 쉽지 않다. ‘머리‘가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는 열린 마음, 지적 호기심, 인격을 갖추어야 가능하다. - P51

플라톤과 공자부터 공부할 필요가 없다. ‘지금 여기‘에서 내게 필요한 공부를 하다 보면 ‘고전‘과 만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한다. 그러려면 우선 현재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알고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내게 필요한 공부를 하다 보면 다음에는 어떤 공부가 필요할지깨닫게 된다. - P53

지식은 인식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이것이 이른바 ‘모순‘이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인 지식은 없다. 융합은 우리가 그때그때 ‘선택한 위치에서 기존의 지식을 재조직화하는 공부법이다. 창의적일 수밖에 없다. - P57

지독한 위치성을 인식하는 일, 이것이 앎의 본질이다. - P61

상담심리학 개론서에 따르면 상담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인생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수용하는 능력(capacity)이다. 이는 상담자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우리는 누구나 내 이야기를 판단 없이 들어주는 사람, 말이 통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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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들

오늘 이 두 책의 서문을 읽었다. 서문만.

<젠더와 민족> 짧은 서문에 오타 발견. 1992년 다음에 1933~1936년?? 이 책 3쇄 던데 왜 안고쳐졌을까. 다음주부터 본격 읽기.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 마지막 5권 <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서문. 역시 희진 샘 서문은 최고!! 그리고 <젠더와 민족>이 언급되어 반가움! 내일 좀더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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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6-08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어쩜 이렇게 연결이 됐죠? ^^ 저도 월요일부터 시작하려고요!

햇살과함께 2024-06-08 23:26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저도 너무 신기!

다락방 2024-06-09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뿌듯 😌😌😌😌

햇살과함께 2024-06-09 14:41   좋아요 0 | URL
뿌듯 당연 ㅎㅎㅎㅎ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 여성, 자연, 식민지와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아우또노미아총서 45
마리아 미즈 지음, 최재인 옮김 / 갈무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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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가부장제를 탄생시킨 것은 아니지만, 자본주의의 옷을 입은 가부장제(또는 가부장제의 옷을 입은 자본주의)가 어떻게 여성, 식민지/3세계, 자연에 대한 폭력과 원시적 축적을 통해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각각을 또는 그 연결을 강화시키는지 낱낱이 파헤치는 책이다.


3세계의 가정주부화라는 개념을 통해 성별노동분업과 국제노동분업, 신국제노동분업의 관련성을 설명하고, ‘가정주부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한 반론과 생산적 노동에 대한 재개념화를, 과개발국가 중산층 여성의 가정주부로서의 소비노동과 저개발국가의 여성(남성 포함) 노동자들의 착취적인 노동 현실을 연결한다.


인도 사례들을 통해 인도 여성이 처한 끔찍한 지참금 살해, 양수천자와 여아 낙태, 강간, 희생자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는 문제들을, 소년, 중국, 베트남 사례를 통해 공업-남성과 농업-여성이라는 이분법, 공식 노동과 비공식 노동, 임금 노동과 무임금 노동 등 ‘이중 경제’에서의 여성이 처한 착취 환경은 사회주의 국가라고 해서 다르지 않음을 설명한다. <자본론>의 노동/계급에 대한 협소한 정의, 자본주의를 따라가는 사회주의 국가의 경제정책은 여성이 배제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쟁 등 필요할 때만 이용되고 활용되고 평화기에 접어들면 팽 당한다. 언제까지 당하고 살아야 하나.


, 실비아 페데리치의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를 통해서도 살짝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유럽에서 유럽의 식민지에서 마녀사냥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알게 되었다. 그들의 단합된 힘을 보았다. 마녀 재판은 인간의 피에서 금을 만들어낸 새로운 연금술이라니.


마지막 장에서 언급한 대안적 삶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저자가 이에 대해 개정판 서문에서 언급한 대로 초인을 기다리는 대신 지금 당장 뭐라도 해봐야겠다. 착취적인 글로벌기업의 -한국기업을 포함하여 - 제품 불매운동부터 시작해서.


그들은 또한 제기된 새로운 방법이 도덕적이거나 금욕적인 것이 아니라 해방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사람들에게 덜 해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혹은 덜 하는 것을 통해 삶의 질과 행복까지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다이는 기독교 혹은 개신교 윤리가 세속화된 자본주의 세계관에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한편, ‘해방은 일종의 영적 혹은 도덕적 마음 상태, ‘청렴결백한 감정을 의미하는 것으로만 이해되었다이런 윤리는 ‘깨끗한 옷 운동(노동조건개선운동)‘과 여러 공정무역 운동들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그러나 내가 해방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좋은 삶에 대한 규정을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다른 사회적·경제적 관계들이다. - P32


대안은 없다는 티나TINA 증후군에 사로잡히는 대신하늘에서 떨어지는 초인을 기다리거나 기술을 새로운 역사적 주체로 여기며 기다리는 대신자급적 삶이라는 대안SITA, Subsistence Is The Alternative[자급이 대안이다]을 가능한 지향점으로라도 검토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 P35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서문부터 본문 끝까지 책 전체가 명료하게 이해되는 쉬운 문장으로 설명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제껏 읽은 페미니즘 책 중에서 단연코 가장 잘 이해되는 책이다.


그러나, 최대 단점은 동어 반복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강조, 반복, 사례 인용 등을 통해 저자의 주장을 이해시키려는 목적이겠지만 - 대부분의 비문학 책이 저자의 주장이 반복될 수밖에 없겠지만 - 이 책처럼 거의 같은 문장, 거의 같은 설명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잦은 동어 반복으로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이 과연 필요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올해의 책으로 꼽을 수 있는 훌륭한 책을 한 권 읽었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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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5-30 1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다 읽으셨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내일까지 다 읽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정리 정말 잘 해주셨네요.! 전 이 책이 저한테 정신 차리라고 해주는 것 같아서 힘내서 읽고 있습니다.

얄라알라 2024-05-30 20:43   좋아요 1 | URL
500페이지 육박하는!!! 짝짝짝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다락방님 으싸쌰!


*소심한 질문 하나...드려도 될까요?
인도는 임신 출산 영역에 있어 상대적으로 의료화가 덜 되었다고 해야하나,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아기 낳는 산모가 많다고 알고 있어요. 양수천자처럼 비용이 드는 의료가 인도 여성의 삶에 영향을 끼치려면 어느정도 보편화되어야 할텐데 혹시 책에서 그런 언급이 있는지요....죄송해요...고양이의 호기심이

햇살과함께 2024-05-30 22:43   좋아요 0 | URL
방대한 내용 제대로 정리하려면 하루종일 걸릴 것 같아요 ㅎ 다락방님도 마지막까지 화이팅입니다!

햇살과함께 2024-05-30 22:49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양수천자가 보편적인지는 자세히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양수천자와 초음파기술 등 새로운 기술도입으로 성감별과 여아낙태를 사업화하는 의사들에 대한 언급이 있어요

여아 출산은 재앙이라는 것이 사회적인 공감대를 갖게 되면서, 몇 년 뒤인 1982년 6월, 암리차르의 일부 약삭빠른 의사들이 반여성적이 고 남성우호적인 가부장적 인도 사회를 이용해 사업을 할 궁리를 했 다는 것은 전혀 놀라울 일이 아니다. 이들은 양수천자를 통해 성감별 을 하고, 여아낙태를 한다고 홍보했다. 지참금반대, 강간반대 캠페인 과 마찬가지로, 여아 낙태의 실상에 대해서도 여성단체가 여성 전멸로 가는 위협적인 경향에 대해 선동하기 시작하면서 언론이 보도하기 시 작했다. 대중잡지가 태아의 성감별과 여아 낙태에 대한 취재기사와 보 고서를 간행했다. 이후 벌어진 논란에 대해 파텔 Vibhut Patel은 이렇게 썼다.

정책기획자에서부터 학교와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놀라게 한 숫자가 있다. 인도에서 1978년에서 1983년 사이 약 78,000명의 여아가 성감별 테스트 이후 낙태되었다.
이 수익성 높은 거래에 관계된 국립병원 혹은 개인병원 관계자들은 성 감별 테스트가 인구 정책의 수단이라고 정당화한다(Patel, 1984:70).

얄라알라 2024-06-07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햇살과함께님의 귀하신 손가락 노동, 시간을 제가 가져갔네요. 정성어른 댓글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진심 고마운 마음입니다....

햇살과함께 2024-06-07 21:04   좋아요 0 | URL
손가락 노동 별로 안했어요 ㅎㅎㅎ 카메라가 알아서 텍스트 변환
 

우리 몸과 삶에 대한 자율성
페미니스트의 노동개념
부담으로서의 노동과 즐김으로서의 노동의 결합
몸의 정치

7장 새로운 사회에 대한 페미니스트적 전망에 대하여

이런 사실을 비롯해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면, 중산층 여성 혹은 가정주부가 된다는 것은 특권이 아니라 재앙이라는 결론을 충분히 내릴 수 있다.2 - P422

2. 이는 맑스가 생산적 노동자, 고전적 프롤레타리아에 대해 쓴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자본론』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생산적인 노동자가 되는 것은, 따라서, 나쁜 일이아니라 좋은 일이다‘(Das Kapital, vol. I:532, 영어번역은 저자). - P423

왜냐하면 그들은 이런 ‘행복한 여성‘의 이미지가 여성에 대한 직간접적인 만행을 가리는 커다란 허세가 되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주의는 남녀 모두가 비인간적이고, 점점 파괴되는 생활조건을 수용하게 만드는 마약이라는 점을 많은이들이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모델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산업계가 창출한 새로운 수요‘는 모두 중독의 형태를 갖고 있다. 이런 중독을 만족시키는 것은 인류의 행복이나 충족에더 이상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인간성의 파멸을 앞당길 뿐이다. - P425

남성-사냥꾼의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의 패러다임이 우리 현실을구성하고 있다. 이 패러다임은 모든 수준에서 이중적이고 서열로 구조화된 구분을 제시한다. 이 구분은 전체의 부분들을 착취적으로 양극화하는 것에 기초해 있다. 인간과 자연, 남성과 여성, 다양한 계급들, 다양한 국민들 사이에서 만이 아니라, ‘머리‘와 ‘그 나머지‘와 같은 인체의 다양한 부분 사이에서도 이런 구분이 나타난다. 사고의 수준에서보면, 이런 이분법적 구분은 자연과 문화, 마음과 물질, 진보와 퇴보, 여가와 노동 등 개념에 대한 서열적인 평가와 양극화에서도 볼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식민주의적 구분이라고 부른다. 이 패러다임에 따르면, - P429

총체성은 이런 방식으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양자사이에서 세워지는 관계는 역동적이고 서열이 있으며 착취적이다. 여기서 한 쪽은 다른 쪽의 희생을 밟고 전진한다. - P430

이런 어느 정도 추상적인 원리들을 역사적이고 일상적인 실천으로옮겨보려고 하면, 일상을 조직하는 중심에 있는 기초 개념이 이런 원칙을 실현하는 데 있어 커다란 장애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에서, 다른 무엇보다 삶을 구성해 온 개념은 노동개념이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회에서만연한 노동개념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개념 변화에서부터, 노동, 노동조직, 성별노동분업, 생산품, 노동과 비노동 사이의 관계,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구분,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 우리 몸들 사이의 관계가 변화할 수 있다.
통상적인 노동개념을 놓고 보면 자본주의 사회들과 사회주의 사회들 사이에 질적인 차이는 없다. 양쪽 모두에서, 노동은 필수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며, 생산력 혹은 기술 발전을 통해 가능한 한 축소해야 하는 것이다. 자유, 인간의 행복, 창조적 능력의 실현, 다른 인류와의 친근하고 소외되지 않는 관계, 자연의 만끽, 어린이와 즐기는 놀이 등은 모두 노동의 영역에서 배제되며, 비노동, 즉 여가시간의 영역으로만 분류될 뿐이다. - P433

2. 부담으로서의 노동과 인간적 본성의 표현이자 즐김으로서의 노동을 결합시키는 것과 동떨어져서, 페미니스트의 노동 개념이 맑스주의의(혹은 자본가의) 시간의 경제학에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일일 노동시간, 혹은 인생에서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를 실현하는 방식일 수는 없다. 여성은 상품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을줄이는 것이 좀 더 많은 여성의 자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깨닫게 되었다. 이는 더 많은 가사노동, 더 많은 비임금노동형태의 가내생산, 더 많은 관계와 감정노동, 더 많은 소비 노동으로 이어졌다. 거의 모든 시간이 여가시간이 되고 노동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어든 사회에대한 비전은 여성에게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공포의 비전이다. 이는 기계를 통해 축소되는 노동에는 가사노동이나 비임금 노동이 포함된 적이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게으른 남성에게 현실과 의미와 삶의감각을 되찾게 해줘야 하는 사람도 여성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 - P443

이러한 노동개념은 금전 소득의 계속되는 성장에 기초한 경제, 고도의 기술발전과 관련된 생산력의 팽창이라는 틀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런 패러다임은 일부 국가의 개발과 여성, 자연, 식민지의 저개발로 이어져왔다. 삶의 생산을 향한 노동 개념은 이틀을 뒤바꾸고 뛰어넘어야 한다. - P447

대안 경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성별노동분업이 변화하지 않는 한, 자본주의는 소멸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동안 저개발과 과개발 사회의 페미니스트는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계속 견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들은 자연과 다른 국민에 대한 착취를 끝내지 않는다면 여성에 대한 해방도 없을 것이라는점을 계속 주장해야 한다. 또한, 여성의 해방과 자연파괴를 중지하지않고는 진정한 민족해방도 없을 것이며, 성별노동분업과 국제노동분업에서의 변화 없이는 진정한 생태사회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주장해야 한다. - P455

페미니스트 소비자해방운동은 프랑스 조직에서 만든 슬로건, ‘여기서 더 잘 살면, 저기서 더 배고픔과 싸우게 된다‘에 확실히 찬성할 것이다. - P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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