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블레이드 러너 2019>가 나왔다. 하지만 스필버그의 <E.T.>에 열광하던 대중들은 아무도 리들리 스콧의 이 우울하기 짝이 없는 영화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대로 잊혀지는가 했던 <블레이드 러너>는 오랜 시간이 지나 재평가 받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저주 받은 싸이파이 영화 걸작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주인공 릭 데커드 역할을 맡은 해리슨 포드는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와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인디애너 존스>로 일약 스타 반열에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영화계 주류 입장에서 볼 때, 신참내기였을 뿐이다. 영화의 배경은 사시사철 화창한 날씨의 라라랜드 로스 앤젤레스가 아닌 미래의 우울하기 짝이 없는 항상 스모그로 가득하고 비가 내리는 디스토피아 로스 앤젤레스다.

 

인류는 타이렐 코포레이션에서 거의 인간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넥서스 6 시리즈를 이용해서 인간이 갈 수 없는 외계 행성 개척에 나선다. 인간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이 아닌 스스로 사유할 수 있고 감정까지 가진 이 안드로이드들을 레플리컨트라 불렀다. 신체적으로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레플리컨트들의 반란으로 곤욕을 치른 인간들은 지구별에 이들이 들어오는 것을 철저하게 금지했다. 그것은 마치 성경 속에 등장하는 에덴 동상에서 쫓겨난 인간들과 같은 신세라고나 할까. 그들을 찾아 제거하는 것을 처형(execution)이라고 부르지 않고 은퇴(retirement)라고 불렀던가. 게다가 인간처럼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일단의 레플리컨트들은 생명연장을 위해 지구에 잠입해 자신들을 창조한 타이렐 코포레이션에 침투를 기도한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4년 뿐이다.

 

전직 경찰 데커드에게 지구에 은밀하게 침투한 레플리컨트들을 제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영화 오프닝에 등장한 첫 번째 레플리컨트 레온을 필두로 해서, 전투형 레플리컨트 로이 배티(룻거 하우어 분), 프리스(대릴 한나 분)와 조라가 그 타겟이다. 오프닝에서 레플리컨트인지 아닌지 밝히는 보이트캄프 테스트 시연 중에 레온은 심문자 홀든을 총으로 쏘고 탈출한다. 한편, 데커드는 타이렐 코포레이션의 수장 엘든 타이렐 박사의 조수 레이철(션 영 분)에게 역시 같은 보이트캄프 테스트를 한 결과, 기억이 이식된 실험적 레플리컨트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녀가 자신이 인간이라고 믿는 레플리컨트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레온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질문이 필요했다.

 

데커드의 아파트를 찾아온 레이철은 자신의 과거 사진을 데커드에게 보여 주며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쓰지만, 그 사진은 타이렐의 조카 사진이었다는 사실을 말해 주며 그녀를 절망에 빠뜨린다. 한편, 로이 배티와 레온은 레플리컨트 안구제조 기술자 JF 시배스천이 타이렐 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은밀하게 다른 레플리컨트 프리스를 이용해서 신뢰를 얻는다.

 

레온의 아파트에서 증거를 찾던 데커드는 조라의 인조 뱀껍질 사진을 발견하고 그녀가 스트립클럽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조라를 찾아 은퇴시킨다. 상사인 브라이언트로부터 데커드는 타이렐 코포레이션에서 사라진 레이철 역시 은퇴시키라는 명령을 받는다. 레이철을 군중 속에서 찾아낸 데커드는 순간 레온의 공격을 받고, 레이철은 데커드가 떨어뜨린 총으로 레온을 ‘은퇴’시킨다.

 

로비 배티는 시배스천의 아파트를 찾아 프리스에게 나머지 동료 레플리컨트들이 모두 죽었다고 알리고, 시배스천과 함께 타이렐 회장의 펜트하우스를 찾는다. 자신의 생명을 연장해 달라는 단도직입적 요구에 타이렐 회장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하고 그 역시 로이 배티의 손에 죽음을 맞는다. 4년의 라이프스팬 연장을 위해 많은 연구를 했는지 로이 배티는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고, 타이렐 박사는 하나하나 반론으로 피조물의 요구를 좌절시킨다. 직접 화면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시배스천 역시 로이 배티에게 죽었다는 보고를 데커드는 무전으로 전해 듣는다. 시배스천의 아파트를 찾은 데커드를 시배스천이 수집해 놓았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의 마네킹들 가운데 매복해 있던 프리스가 공격하고, 데커드는 프리스마저 영화의 무대에서 은퇴시킨다. 레저용 레플리컨트인 프리스에게조차 쩔쩔 매는 데커드에게 개프는 솜씨가 대단하다고 칭찬하는데, 과연 칭찬이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여전히 로스 앤젤레스에서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로이 배티와 데커드의 마지막 대결이 펼쳐진다.

 

로이 배티와 나머지 레플리컨트들이 타이렐 박사에게 원하는 건 단 하나다. 바로 생명연장, more life. 그런데 안드로이드를 만든 인간에게도 그런 능력은 없다. 인간 자체가 유한한 존재이지 않은가. 유한한 존재가 창조한 피조물이 유한할 수밖에 없다는 건 너무나 당위의 문제가 아닌가. 더 살고 싶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안드로이드의 욕망 앞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자양을 꿈꾸는가?>을 원작으로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소설도 읽어 봤지만, 영화의 이미지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1980년대 이 저주 받은 걸작에는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들이 산재해 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보이는 안드로이드가 지닌 인간성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서, 지나친 난개발로 인한 환경 재앙, 다양하게 차용된 신화적 구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예의 숨은 코드들을 찾는 데서부터 어쩌면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신화가 시작된 건 아닐까.

 

우선 데커드가 은퇴시키는 레플리컨트들은 모두 여자다. 전직 경찰인 데커드는 레온이나 로이 배티 같은 강력한 남성 전투형 레플리컨트의 적수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를 따라 다니며 감시 혹은 조종하는 역할을 맡은 개프가 남기는 오리가미가 상장하는 면모들을 고려해볼 때, 데커드 역시 레플리컨트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레이철이 인간의 기억이 이식된 최신형 실험 레플리컨트라면, 데커드는 레플리컨트를 은퇴시키기 위해 개발된 진화된 레플리컨트가 아니었을까. 로이 배티가 자신을 창조한 타이렐 박사를 만나 수명을 늘려 달라고 협박하는 장면과 자신의 창조주를 결국 죽음이 이르게 하는 과정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킨다. 창조주의 역할은 창조에 그치고, 그 창조에 역행하는 소멸의 몫은 결국 피조물의 담당이라는 상징이려나.

 

데커드 역시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면서(만약 그가 레플리컨트라면), 진짜 레플리컨트 레이철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역설은 또 어떻게 설명한 것인가. 타인의 기억까지 이식된 안드로이드를 만들 수 있다는 상상력은 또 어디서 유래한 걸까. 진짜 같은 가짜가 진짜를 대신한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설지도 않지만.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안드로이드들은 처음에는 인간을 모델로 해서 만들었지만, 갈수록 기쁨, 분노, 좌절 같은 감정들을 개발할 수 있는 걸작품이라는 설명이 등장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데커드에게 레플리컨트 사냥을 의뢰한 캡인 브라이언은 처음에 6명의 레플리컨트들이 우주선을 탈취해서 지구에 잠입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은퇴 순으로 보자면, 생명연장을 위해 타이렐 코포레이션에 침투하다가 감전사한 한 명을 제외하고 조라, 레온, 프리스 그리고 로이 배티가 차례로 죽음을 맞는다. 그렇다면 다른 한 명의 레플리컨트는 어디로 간거지? 브리핑할 적에도 다른 한 명에 대해서는 아예 정보도 제공되지 않는다. 그래서 혹자들은 남은 한 명의 레플리컨트가 데커드라는 가설을 세우기도 했다. 기억도 이식(임플랜트)이 되는 마당에, 데커드를 만드는 건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을까. 물론 2049년까지 그가 살아 남았으니 레플리컨트가 아니라는 반증이 되려나.

 

그리고 자그마치 3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영화의 마지막에서 불투명한 미래 속으로 레이철과 함께 도주를 감행했던 데커드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새로운 파트너 라이언 고슬링과 함께 2049년의 로스 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한다. 신비하면서도 음울한 배경을 고조시키는 음악은 프리퀄에서 신디사이저의 제왕 반젤리스의 배턴을 이어 받아 아이슬랜드 출신 요한 요한슨이 맡았다고 한다. 트레일러에 나온 부분만 듣고서 혹시 반젤리스가 아닌가 싶었지만 유사했지만 다른 작곡가가 맡은 모양이다. 전작에서 연출을 맡았던 리들리 스콧이 총제작을 맡았고, 캐나다 출신 감독 드니 빌뇌브가 시퀄의 연출을 맡았다. 지난 여름부터 촬영에 들어갔고, 8월 25일에는 헝가리 오리고 스튜디오 현장에서 구조물 해체 중에 건설 노동자가 죽는 사고가 발생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촬영은 11월에 헝가리에서 완료됐고, 12월부터 로스 앤젤레스에서 편집 중에 있다는 뉴스다.

 

2008년에 시퀄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내러티브는 레플리컨트들이 활약했던 외계 미개척지에 대한 부분과 타이렐 회장이 죽은 뒤 벌어진 일 등에 대해 다뤄질 예정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내용은 어떤지 베일에 가려져 있는 현실이다. 드디어 공개된 트레일러를 보면, 라이언 고슬링이 해리슨 포드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버려진 건물 외벽에 한글로 “행운”이라는 말이 씌여 있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 단어가 가진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그 행운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영화 개봉은 2017년 10월 6일, 앞으로 221일 남았다.

 

[뱀다리] <블레이드 러너>가 우리나라에 처음 비디오로 출시되었을 때, 제목이 <서기 2019>이었다고 한다. 흥미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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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2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21일이라... 지금은 한참 멀었지만, 시간이 금방 가게 되면 어느덧 영화 개봉일이 다가올 거예요. ㅎㅎㅎ
 

 

감상일 : 2017년 1월 30일 월요일

 

설날 연휴의 마지막 날,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감상했다. 감상에 대한 단평을 남기자면, 명불허전이었다.

 

영국 출신의 노장 켄 로치 감독은 서구사회에서 가장 선진적인 복지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조국 영국의 현실에 대해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 분)의 일상에 대한 카메라 리포트로 대신한다. 영화의 시작은 꼬장꼬장한 노친네 댄이 실업수당(의료 수당)을 받기 위해 속칭 의료 전문가와 대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미 국가가 맡아서 해야 할 사회복지도 민영화돼서 미국 회사가 도맡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댄의 입을 통해 알게 된다. 마이클 무어의 <식코>를 통해 알고 있는 것처럼, 건강보험회사가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보험금 지급을 막으려는 것처럼 의료 전문가 역시 댄의 담당의사와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당신은 아직 일할 수 있으니, 실업수당 받아먹을 생각을 하지 말고 일자리를 구해 일하라!

 

시작부터 자본주의 시스템의 냉혹한 현실은 관람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국가에 기댈 생각은 하지 말고 스스로 자력갱생하라. 그 뒤에는 어처구니 없는 사회복지 시스템의 현실이 줄줄이 등장한다. 담당자와 통화하기 위해 자그마치 1시간 58분이나 자신의 비용을 들여 대기해야 하는 현실. 참다 못한 우리의 용사 댄이 복지부를 찾아 갔지만, 온라인 예약을 하지 않고서는 면담조차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무조건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작성하란 전형적인 공무원 스타일의 대답이 돌아올 뿐이다. 그런 그를 도우려는 앤을 갈구는 상사. 그렇다, 우리가 신봉하는 자본주의 3.0의 시스템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능률을 가장한 자본의 확대와 이윤 추구일 뿐이다.

 

평생 목수일만 해오면서 살아온 노친네가 어찌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와중에 댄은 역시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왔다가 정시에 출석하지 못해 제재대상에 오른 미혼모 케이티 모건(헤일리 스콰이어 분)과 그녀의 딸 데이지 그리고 딜런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의 상식적인 항의는 깔끔하게 무시되고, 오로지 원칙만을 주장하는 슈퍼바이저에 의해 내쫓긴다. 케이티를 도우려는 댄의 노력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직장도 없이 런던의 방 한칸짜리 노숙인 쉼터에서 살다가 뉴캐슬로 이주한 케이티의 앞날은 암담하기만 하다. 당장 자신의 앞가림도 어려운 댄은 그런 케이티네를 돕는다. 돈없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적선보다 이웃의 그렇게 따뜻한 연대라고 감독은 조용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강압적 조언에 댄은 도서관에 가서 컴퓨터로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하는 법을 배우고, 이력서 쓰는 강좌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삶의 대부분을 오프라인 스타일로 살아온 남자에게 이런 온라인 환경은 폭력적이고 적대적일 따름이다. 댄이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악전고투를 벌이는 동안, 케이티는 아들 딜런의 스트레스 증후군을 달래야 하고 신발 깔창이 떨어져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데이지의 고충도 해결해 줘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댄과 함께 찾은 무료식품보급소에서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깡통음식을 그 자리에서 까먹기도 한다. 우리네 깔창 생리대처럼 그녀도 생리대가 필요하지만, 살 돈이 없다. 결국 마트에서 생리대를 훔치다가 잡히는 수난을 겪기도 한다. 도대체 참을 수 없는 가난의 끝은 어디인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모욕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켄 로치의 카메라는 집요하게 추적한다.

 

미혼모에 무학력 그리고 부모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케이티는 결국 마트에서 자신을 잡은 아이반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몸을 팔기에 이른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댄이 그녀를 찾아가 억장이 무너진다며 호소한다. 정말 이게 비극의 끝일까 싶을 정도다.

 

한편, 댄의 이웃 청년 차이나가 세계화와 관련된 돈 버는 방식에 대해서도 감독은 예리한 비판의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중국 광저우에서 스탠 리를 통해 시내에서 팔리는 150파운드짜리 운동화를 어둠의 경로를 통해 입수해서 절반 정도인 80파운드에 팔겠다고 한다. 자신의 집 쓰레기조차 제대로 치우지 않는 차이나(세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막스 밀리언이라는 가명을 사용한다)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에 안착한 댄의 선배로 그려진다. 그런 차이나가 고지식하고 꼬장꼬장한 댄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여기서도 없는 사람들끼리의 연대는 착실하게 이루어진다. 며칠 동안 온라인 신청서 때문에 앓던 골치를 차이나는 단박에 해결해 준다.

 

100분 남짓한 짧은 영화 속에서 켄 로치는 상상 이상의 많은 이슈들을 끌어 들여 영화를 보는 이에게 묻는다. 이게 정녕 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모습이냐고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21세기에 창궐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모두를 위한 공존의 시스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사회에서 도태된 이들은 모두 배제시키는 그런 냉혹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이 아닌가. 디지털 시대에 낙오된 다니엘 블레이크의 모습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 우리의 현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만 아찔해져 버렸다. 지금도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가 미래 세계에 획기적으로 생긴다는 보장도 없지 않는가. 자본주의 순환을 위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신화는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빚으로 늘린 가계부채가 결국 언젠가 모두가 감당할 수 없는 시한폭탄이라는 걸 알면서도 개선에 나설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이 순간만을 모면하려는 우리의 모습에 비추어 볼 때, 다니엘 블레이크나 케이티 모건의 모습이 저 멀리 영국에서 벌어지는 일만은 아닐 거라는 점에서 비극의 확장은 그만큼 공감대를 형성한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다가 어느 순간 내가 영국 BBC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앞으로 살아갈 희망이 보이지 않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들이 생기고, 21세기 서울의 한복판에서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는 작가가 나오는 마당에 아직도 자력갱생을 해야 한다는 타령의 칼럼을 생산해내는 현실에 나는 절망한다. 내가 이 영화를 통해 얻은 메시지는 간단하다. 바로 없는 사람들끼리의 각성한 연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댄과 케이티, 차이나 그리고 상사에게 갈굼당하는 앤 같이 힘없는 다수의 연대야말로 우리를 개가 아닌 인간답게 만들어줄 마지막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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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1-31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bbc 다큐를 보는 느낌은 <스틸 라이프> 마찬가지였습니다. ^^

레삭매냐 2017-02-02 15:03   좋아요 0 | URL
오오 지금 막 <스틸 라이프> 트레일러를 봤습니다.
이 영화도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알라딘 중고서점은 산본점과 수원점 그리고 분당점이다. 산본점이야 걸어서 바로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자주 가지만 수원이나 분당은 생각보다 좀 더 멀다. 그래도 필요한 책이 있다면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 가는 편이다. 가기 전에 검색을 해서 책 소장유무를 확인하고 간다. 그래야 가서 헛걸음을 하지 않으니까. 가는 도중에 누군가 책을 사간 경험도 있다. 그리고 매장에 가서 돌아다니며 책을 구경하다가 미처 몰랐던 책을 만나는 경우도 많다. 알라딘 중고서점의 강점 중의 하나는 매일 같이 스캔해서 책 위치를 파악해 주는 서비스가 아닐까. 내가 가장 최근에 방문한 북수원홈플러스 4층에 자리잡은 알라딘 서점도 새로 오픈해서 직원분들이 스캔작업을 하느라 분주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단독매장으로 자리잡은 다른 알라딘 중고서점과 달리 북수원홈플러스 알라딘 중고서점은 팝업스토어 개념으로 다른 매장들과 함께 자리를 하고 있다. 바로 옆에 상상노리라는 키즈카페가 있는 걸 봐도 그렇지 않은가. 게다가 저층에는 먹거리를 파는 푸드 스토어와 홈플러스가 입점하고 있어서 장 보고 책 읽는 시스템도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경우 알라딘 매장들은 대부분 지하에 자리잡고 있는데 북수원홈플러스 매장은 지상 4층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그리고 좀 더 넓은 연면적을 임대해서 그런지, 매장 내 공간이 다른 매장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넓고 이동이 용이했다. 평일 낮시간에 방문해서 그런지 몰라도 고객들이 비교적 적은 편이어서 마음껏 책구경을 할 수가 있었다. 시간만 좀 더 충분했다면 더 둘러보고 올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출발하기 전에 검색한 책들의 위치가 인쇄된 종이를 들고 가서 서가에 비치된 책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사고 싶은 단 한 권 밖에 없다면 책의 퀄러티는 중요하지 않겠지만, 두 권 이상의 책이 있다면 퀄러티 비교는 필수다. 물론 퀄러티에 따라 가격 차가 발생하는 건 당연히 감수해야할 사항이다.



책을 둘러 보다 보니 집에 사서 모셔 두고 아직까지도(!!!) 읽지 않은 책들을 중고서점에서 만나 당황한 기억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출신 작가 마틴 에이미스의 <누가 개를 들여놓았다> 역시 그런 책이었다. 나의 서가 정중앙에 떡하니 꽂혀 있는데 이렇게 중고서점에서 만나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나 그래. 대산세계문학 전집으로 출간된 에른스트 윙거의 <대리석 절벽 위에서>도 서가에서 발견하고는 “음~”하는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윙거의 책을 중고서점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보유하고 있는 책이라 차마 살 수가 없었다.



아직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손님들이 거의 없었다. 나로서는 한가롭게 서가를 마음대로 구경할 수가 있어서 좋았지만, 종로나 강남 알라딘처럼 손님들로 벅적댔으면 하는 그럼 바람이 들었다. 책을 저렴하게 만날 수 있는 나로서는 책의 주요 수급처가 늘어나는 현상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책의 유통과 순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름 이해하지만 책의 소비자의 입장도 생각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원래 준비해간 자료를 보고 선정한 네 권의 책을 독서대에 두고 찬찬히 살펴 보는 중이다. 창비 세계문학 전집 시리즈로 나온 요제프 로트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제일 먼저 골랐는데, 생각보다 두꺼워서 깜짝 놀랐다. 맨 위에 놓은 루이스 세풀베다의 <핫 라인>은 한 때 전작에 도전하느라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고는 사지 않은 기억이 난다. 세풀베다의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생각보다 인기가 없어서 예전에 나온 책들이 소리 소문 없이 품절, 절판되고 있는지라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책 바구니에 담았다.


다음은 밀로라드 파비치의 <하자르 사전>으로 역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온 책을 득템했다. 그리고 보니 파비치의 <바람의 안쪽>도 중고서점에서 샀는데 아직 안 읽고 버티고 있는 중인가 보다. 마지막으로 피터 니콜스의 <록스 호텔>은 오늘 아침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이 소설 생각 이상으로 재밌다. 시간을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에서부터 시작해서 루루와 제랄드 두 남녀 사랑과 이별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내가는 기술이 남다르다. 왜 이렇게 좋은 작가들의 책은 우리나라에 드문드문 소개가 되는 걸까. 피터 니콜스의 다른 책도 만나 보고 싶다.



이제 진짜 레어 아이템이 된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도끼 전집의 레드정장본을 수 권 목격할 수 있었다. 이미 <죄와 벌> 그리고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입수를 했지만 미처 읽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라 선뜻 구매할 엄두를 내지 못하겠더라. 모름지기 책은 사서 읽어야 하는데 사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도저히 따라 잡지 못하니 책 사는 행위가 점점 마음 한 구석의 부담이 되는 듯한 그런 느낌이어서 적절하게 구매를 자제하게 되었다.



서가의 이곳저곳을 뒤지다가 문득 오래 전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을 한 권 만났다. 내가 수년 전에 서평계에 처음으로 입문하면서 만났던 책이 <달라이 라마 자서전>이었고 두 번 째 책이 바로 이날 다시 만난 <만사형통>이었다. 처음에는 무언가 힘을 잔뜩 들여서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그렇게 노력했던 것 같다. 다 지나고 나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자각하게 되었지만, 또 그땐 그랬으니까. 그 시절을 되돌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직 도서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발터 뫼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영미문학으로 분류가 되어 있더라. 책에 대해 조금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 보면 단박에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직 훈련과 교육이 부족한 모양이다. 그 외에도 그런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띄었지만 그런 점들을 다 꼬집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결국 나의 마지막 장바구니는 처음에 골랐던 대로 채워졌다. 루이스 세풀베다의 <핫 라인>, 밀로라드 파비치의 <하자르 사전>, 피터 니콜스의 <록스 호텔> 그리고 요제프 로트의 <라데츠키 행진곡> 이렇게 네 권의 책을 골랐다. 일주일 동안 네 권의 책 중에서 가장 얇은 <핫 라인>은 이미 읽었고, 오늘부터 <록스 호텔>을 읽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출발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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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1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스24 중고서점 등장 때문일까요? 요즘 알라딘 중고서점이 하나씩 새로 들어서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

레삭매냐 2016-10-18 11:02   좋아요 0 | URL
어디선가 들은 바로는 알라딘이 더 이상의 매장 설립은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이후로도 우후죽순식으로
마구 생겨가고 있네요. 이젠 오프라인 수준인 것 같습니다.

한 도시에도 두 곳씩 생기고, 스타일도 점점 진화하고 있죠.
대형마트 팝업스토어는 정말 생각도 못했네요.

제가 알기로는 중고서점 운영해서 벌어 들이는 수익이
제법 짭짤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점점 매장이 늘어
나는 거게죠. 장사가 안 되는데 굳이 세우겠습니까.

아마 이에 질세라 예스24도 매장을 늘리고, 인터파크
도 중고서점 시장에 뛰어들겠죠. 새책 파는 교보만
안됐네요.
 

 

 

 

 

 

 

 

 

 

 

 

 

 

 

마누엘 푸익 (1932-1990)

 

<작품 연보>

 

1. 리타 헤이워드의 배반 (1968) : 국내미출간

2. 조그만 입술 (1969) : 책세상 2004년 송병선 역

3. 부에노스아이레스 어페어 (1973) : 현대문학 2005년 송병선 역 / 절판

4. 거미여인의 키스 (1976) : 민음사 2000년 송병선 역

5. 천사의 음부 (1979) : 을유문화사 2008년 송병선 역

6.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 (1980) : 문학동네 2016년 송병선 역

7. 보답받은 사랑의 피 (1982) : 국내미출간

8. 열대의 밤이 질 때 (1988) : 국내미출간

 

마누엘 푸익 바이오그래피 (위키피디아, 파리스 리뷰, 기타 온라인 자료 참조)

 

후안 마누엘 푸익은 1932년 12월 28일, 아르헨티나 팜파스에 자리잡은 헤네랄 비예가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고향 헤네랄 비예가스는 안데스 산맥과 대서양의 중간에 자리 잡은 15,000명 정도의 평범한 마을이었다. 푸익은 어머니 마리아 엘레나와 아버지 발도메로의 첫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푸익은 어머니와 함께 매일 오후 미국 영화를 보기 위해 열 살 때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푸익이 어려서 본 1930년대와 1940년대 할리우드 영화들은 그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일 끼치게 된다. 1946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미국 보딩스쿨에 들어갔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에 입학해서 문학과 심리학 그리고 철학에 대한 자신의 관심영역을 넓혀갔다. 하지만 그의 최대관심사는 영화 연출이었다. 1955년 장학금을 받으며, 이탈리아 영화 학교에 진학했다. 영화학교는 푸익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고, 그는 런던과 파리를 전전하게 되었는데 영화 각본 작업을 하면서 어학선생과 접시닦이 같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1964년에서 1967년까지 미국 뉴욕의 JFK 공항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면서 마누엘 푸익은 자신의 유년시절에 대한 자전적 소설이었던 <리타 헤이워드의 배반>을 탈고했다. 첫 소설의 출간을 위해 부에너스 아이레스로 돌아온 그는 두 번째 소설 <조그만 입술>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푸익의 귀향은 오래 가지 않았다. 세 번째 소설 <부에노스아이레스 어페어>가 아르헨티나에서 금지되면서 1973년 멕시코로 망명했고 3년을 보낸 뒤 다시 뉴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푸익의 최고작이라고 할 수 있는 <거미여인의 키스>를 발표했다. 훗날 헥토 바벤코 감독과 1985년 제작된 영화의 각색을 위해 협력하기도 했다.

 

대부의 푸익의 작품들은 팝아트처럼 보인다. 그의 저작 기법은 몽타주나 다중 시점의 사용 같은 방법을 다수 채용했는데 이것은 아마도 영화와 텔레비전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영화에 나올 법한 대화에 강하게 기반한 내러티브 스타일과 화려하고 이상화된 영화세계 캐릭터 등이 그의 작품에 특징을 이루고 있다. 푸익은 또한 통속 드라마 같은 대중 문화의 상당 부분도 자신의 작품에 반영했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사에서, 푸익은 포스트붐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스트에 속한 작가로 구분되고 있다.

 

푸익은 대부분의 삶을 망명자로 살았다. 1989년 그는 멕시코 시티에서 자신이 죽을 때까지 산 멕시코 쿠에르나바카로 이주했다. 그의 공식 전기인 <마누엘 푸익:그의 삶과 소설>의 작가이자 친한 친구인 수전 질 리바인에 따르면 병원으로 이송되기 며칠 전에 담낭에 생긴 염증으로 고통받았다고 한다. 수술 뒤 회복하는 기간에 호흡곤란이 시작되었고, 의료진은 푸익을 도울 방법이 없었다. 그의 폐는 액체로 가득 차 있었고, 1990년 7월 22일ㄹ 오전 4시 55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평론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마누엘 푸익의 초기 작품들은 내러티브들을 대중문화의 하부구조에 도입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후기 작품들은 우울하고 불유쾌하며 대중문화에 대한 임시처방적인 요소들로 채워지면서 대중적 호소력을 잃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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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에 마누엘 푸익이 쓴 8편의 소설 중에서 4편이 소개되었다. 아무래도 가장 대표작인 <거미여인의 키스>가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그의 팬임을 자처하면서도 정작 완독한 책은 <거미여인의 키스>가 유일하다. 이 소설 제목 정말 멋지지 않은가? 또 하나 특이한 점 중의 하나는 푸익의 모든 소설은 울상대학교 송병선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송병선 교수의 번역을 선호하는 편이다. 어쩌면 스페인어 번역에 관해서는 송병선 교수가 독보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서 문학동네에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푸익의 여섯 번째 소설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을 출간했기 때문이다. 놀랍군! 사실 이 책이 너무 읽고 싶어서 오래 전에 지인에게 부탁해서 영문판 번역으로 구해서 좀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완독은 하지 못했고 여전히 서가 어딘가에 내 양심을 긁으면서 자리하고 있겠지.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된 <천사의 음부>도 물론 샀지만 역시 읽지는 않았다. 이번에 출간된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은 당연히 구입해야겠지만 당장 수중에 들어올 것 같지는 않아서 망설여진다. 최소한 일주일은 기다려야 하는 모양이다. 폭염이 달구는 2016년 여름을 마감하는 책으로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지 않을까 싶다.

 

아, 중고서점을 검색해 보니 책세상에서 나온 <조그만 입술>이 있다고 하는데 점심 때 나가서 사와야겠다. 정말 차 한 잔 값도 안되는 2,300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주 얇은 책인가 싶었는데 348쪽이라고 하네. 당장 사러 가야겠다.

 

 

점심시간이 나가서 바로 데려왔다. 그리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모두 16개의 이야기 중에서 우선 1개 다 읽었다. 가을엔 푸익을 읽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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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2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믿고 보는 중남미 문학 번역자는 송병선 님이 짱입니다. ^^

레삭매냐 2016-08-12 13:49   좋아요 1 | URL
격하게 동감하는 바입니다.

rendevous 2016-08-13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미여인의 키스 정말 좋죠 ㅎㅎ 영화도 좋았어요~ 내용이 조금 달랐던 것 같긴 한데. 문동세계문학전집 번역이 꽤 좋은 수준이라 느껴져 호감인데 마누엘 푸익이라니.. 읽고 싶어집니다 ㅎㅎ

레삭매냐 2016-08-16 11:32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소설을 그대로 영화로 옮길 수가 없었겠죠.
대본에 작가가 직접 헥터 바벵코 감독과 협업을 했다고
하죠.

뭐 번역은 송병선 교수가 계속 맡아 주시니 번역의 연속
성이라는 점에서 신뢰할 만하고 생각되네요.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탐 드루리의 데뷔작 <반달리즘의 종언>이 도착했다. 작가 고향 아이오와 주 가상의 공간인 그라우즈 카운티가 배경이라고 했던가. 책을 손상시킬 수 없어 온라인에서 찾은 지도를 복사해서 보고 있다. 소설은 작은 도시 그래프턴에서 헌혈행사로 시작한다.

 

역시 책읽기에는 강력한 동기가 필요한 모양이다. 지난달 독서모임에서 브렌던이라는 미국 친구에게 탐 드루리와 스탠퍼드에서 크리에이티브 라이팅 강의를 맡고 있는 토바이어스 울프에 대해 듣고는 후자의 단편도 찾아 읽고 나서 책구매를 결정했다. 울프의 책 두 권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할 수가 있었지만 역시 탐 드루리의 경우에는 램프의 요정도 어쩔 도리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원서 구입을 결심했다. 내가 그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보다 소장과 시도에 의미를 두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보니 울프의 <이 소년의 공간>도 읽기 시작했으나 지지부진하다. 아니 솔직히 말해 진도가 번역서보다 잘 나가지 않아 잠시 미뤄뒀다고나 할까.


 

탐 드루리의 두 번째 소설 <꿈 속의 사냥>은 북디파지토리를 통해 주문했다. 알라딘하고 거진 차이가 없어 잔뜩 가지고 있는 네이버페이를 이용해서 <반달리즘의 종언>을 주문했는데 영국에서 나온 책이 미국에서 나온 책보다 페이지 수는 많고 가격은 저렴하네. 알라딘에서 도착한 책도 영국에서 출간된 책이다. 책 맨 끝을 보면 마치 영화에 엔딩 크레딧처럼 등장하는 인물 순서대로 캐릭터들이 죽 소개되어 있다. 주인공 댄 노먼(보안관)과 보조사진사 루이즈 달링 그리고 도둑 찰스 타이니 달링 이렇게 세 명이 차례로 등장한다. 어느 기사를 보니 유머가 넘치는 소설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지 기대가 된다.

 

급한 마음에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상황설정과 대화로 풀어나가는 내러티브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다. 모두 세 장(three chapter)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미국 소설들처럼 그 안에서 또 20개의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이제 막 첫 번째 이야기를 읽었고 앞으로 19개가 남았다.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모든 이야기를 다 읽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이 불쑥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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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8-0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기에 강력한 동기가 필요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합니다!

레삭매냐 2016-08-09 17:14   좋아요 1 | URL
언제 완독이 가능할 진 모르겠지만
꾸역꾸역 읽다 보면 언젠가 다 읽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다 읽고 나면 나머지 2부작에도 도전해 보려구요.

오거서 2016-08-09 17:23   좋아요 0 | URL
강력한 동기에 꾸준한 책읽기까지 책읽기의 시금석이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완독하는 즐거움이 보상이 되겠군요! 부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