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8 (완전판) - 비뚤어진 집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도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cardio를 살짝 게을리한 덕분에 이번, 8번째 권의 마무리는 상당히 늦어졌다.  원래의 운동 루틴은 자전거 20분, weight 1시간 반, 그리고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면 다시 close out 자전거 혹은 스트레칭이다.  이렇게 하면 운동을 하면서 최소한 2-30분의 독서시간을 따로 더할 수 있게 되는데, 물론 이는 시간이, 아니 사실은 마음이 넉넉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요즘의 평일 운동에는 cardio가 누락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을이 되면서 추워진 날씨 때문에 아침보다는 낮운동을 선호하게 되는대서 오는 게으름과 시간적 부담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8권은 상당히 오래 걸려 읽을 수 있었다.

 

'비뚤어진 집'이라는 제목과 언뜻 건실하고 튼튼해 보이는 가족의 유대 뒤의 갈등과 모략, 그리고 한 핏줄에서 세대에 따라 나오는 비뚤어진 심성을 가진 유전자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어셔가의 몰락'이었다.  크리스티가 전 시대의 위대한 작가였던 에드가 엘런 포우를 몰랐을 리는 없으니까, 그리 황당한 추측은 아닐 수도 있겠다.  물론 결말에 있어 집이 땅속으로 꺼져들어간다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사실 사소한 이유로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결말 후에는 물리적으로의 몰락까지는 아니라도, 한 집안의 breakdown과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으니까, 아주 다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건을 보여주는 플롯은 간단하다.  아주 돈이 많고, 늙은 나이에도 집안의 대소사를 모두 손에 쥔 할아버지가 살해당한다.  엄청난 유산과 각종 이권사업을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 그리고 어린 부인, 그녀와의 불륜이 의심되는 가정교사까지 거의 모든 집안 사람들이 각기 suspect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크리스티는 가장 가까운 곳에 범인을 심어두고서, 읽는 이의 집중력과 상상력을 시험한다.  힌트는 많이 주지 않지만, 결정적인 몇 개의 힌트가 존재하기 때문에, 주의해서 읽다보면 아마도 범인이 누구인지 추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말이지 비뚤어진 것은 집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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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13 0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뚤어지는 것도
아름다운 것도
모두 사람이겠지요..

transient-guest 2013-11-13 05:07   좋아요 0 | URL
추리소설이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요. 따지고 보면, 등장인물을 유심히 살피면서, 트릭이나 장치를 피해가는 것도 좋은 읽기가 됩니다.

Forgettable. 2013-11-1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금가지로 읽고 계시는군요. 저는 해문으로 ㅋㅋㅋ 동지를 만나 기쁘네요! 얼마 전 애크로이드 읽고 충격에 휩싸인;;;;; 그렇게 추리소설을 봐도 아직 범인 찾아내고 트릭 파악하는데는 젬병이네요.... ㅋㅋㅋ

transient-guest 2013-11-13 10:36   좋아요 0 | URL
홈즈도, 뤼팽도 그렇고 크리스티도 여러 판본으로 존재하네요. 추리소설을 단편적으로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한 작가의 전집이 나와주면 감사하게 전작을 하는거죠. 저도 새삼 반갑습니다.ㅎㅎㅎ
 

이정희 의원이 박근혜를 "씨"라고 호칭해서 말이 많은 모양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민주당 의원은 "그래도 현직 대통령인데, '~씨'는 좀 그렇지 않느냐"라고 했다고 한다. 

 

박근혜씨는 딱 자기 아버지 만큼의 정통성을 가진 부정선거를 통해 당선된, 아니 조직적인 국가기관의 조작을 통해 정권을 빼앗은 사람이다.  사실 경로만 놓고 보면 '가카' 만큼의 정당성도 갖지 못한 사람이 박근혜씨란 말이다.  현직의원도 아니고, 특별한 직업도 없으니 박근혜씨 말고는 마땅한 호칭도 없다.  역시 아비대에서 불법을 갈취한 정수장학회나 영남대학교의 직분이 있으니 그걸 이용해야 하는건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민주당 우원'께서는 요즘 국대병신 영순위로 꼽히는 김진표 우원과 국대병신 자리를 놓고 경합이라도 하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만, 결론적으로 박근혜씨를 박근혜씨라고 부르는 것은 마사오를 마사오라고 부르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정확한 호칭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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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10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통령이건 아니건
모두 똑같은 사람이지요.
'박근혜 님'이라 하면 그분들이 무어라 말할까요?

transient-guest 2013-11-10 07:22   좋아요 0 | URL
무조건 대통령이라는 칭호 혹은 그 이상의 칭호를 붙여주어야 만족하겠지요? 북쪽에서 좋아하는 국가웬수나 영도자 같은 칭호라면 '건혜님 꽃'을 부른 그분들의 부류라면 좋아할 것 같네요.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인데, 아직까지도 번역되어 들어가진 않은 듯.  운 좋게 가끔 가는 대형서점에서 쿠폰과 멤버쉽 DC를 합쳐서 거의 60%에 무려 First Edition을 구했다.  내가 First Edition에 목을 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수집함에 있어 조금이라도 나중에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보려면 First Edition으로써, 깨끗한 카피, 그리고 Book Club Edition이 아닐 것 등이다.  아마도 경찰 출신의 고서적상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Bookman" 시리즈에서 본 것 같다.

 

언제나 행간, 이슈 뒤의 이슈를 짚어내서 문자화하는 능력이 탁월한 글래드웰 답게, 이번에는 수치상의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사례를 필두로 하여 다양한 사회이슈를 분석하면서 한 가지 법칙을 찾아낸다.  강점이나 장점이 아무리 효과적이고 좋은 것이라도 일정한 임계점을 지나면 바로 그 강점이나 장점을 강점/장점으로 만드는 요소들이 이들의 목적한 바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Inverted U라는 그래프상의 모형으로 보여주는데, 어느 정도의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는 모양을 대충 상상하면 되겠다.  책의 내용은 언제나 그러듯이 알차고 단숨에 읽을 수 있을만큼 열정적인 재미를 준다.  이 책을 보고 내가 가진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이유.  저자에 따르면 시동이 방패를 들어줄 정도로 무거운 갑주로 무장한 중장보병 타입의 골리앗은 일대일의 대결에서는 강했을지 모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자신과 같이 중무장을 하고, 사정권까지 들어와주어야만 활용가능한 강점이었다.  그러나 다윗은 사자와 곰을 때려죽일만큼 강력하고 정확한 돌팔매질의 명수였는데, 사정거리나 그 힘에 있어 돌팔매는 현대의 권총사격이 갖는 효과를 갖고 있었다는 것.  무엇보다도 다윗은 골리앗을 최강자로 보이게 만든 그 요소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상황과 무기를 갖추었다는 것.  상대방의 룰이 아닌, 자신만의 룰로 대결을 지배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 고고학적인 추측이 난무하는 골리앗의 거인병설은 조금은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게임이 아닌 자신만의 게임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승리의 포인트가 된다.  90년대 말 최강의 격투기 무대였던 Pride FC에서 유술의 절대강자였던 호이스 그레이시와 90분간의 명승부를 펼친 사쿠라바 카즈시의 절정기의 시합들이 바로 그러했던 것을 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포인트는 굉장한 설득력이 있다. 

 

이 역시 같은 경로로 구매했고 역시 First Edition이다.  빌 브라이슨의 필력이나 소재발굴은 워낙에 출중한 덕에 별다른 소개가 필요 없는 책이라고 본다.  왜 아직까지 번역이 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1927년 여름에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던, 아니 최소한 미국을 뜨겁게 달구었거나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다음 50년의 판도를 다진 사건들을 종횡으로 연결하면서 풀어내고 있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각 사건과 인물들의 후기까지도 에필로그에 나열해주는 세심함까지 볼 수 있다.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뎀시와 터니의 20회전 복싱 헤비급 챔피언전, 베이드 루쓰의 60회 홈런, 세기의 스나이더 치정살인사건, 캐빈 쿨리지 대통령의 불출마선언, 알 카포네의 마지막 치세, 금주법, 아나키스트 폭탄테러, 그리고 월스트리트를 무너뜨리고 대공황을 불러일으킨 4 은행가들의 회동, etc.  이들의 사건과 주변부의 사건들을 재미있게 연결하여 썰을 풀어내는데, 455페이지 가량되는 긴 책을 읽는 내내 지겨움 한번 없이 볼 수 있었다.  내가 모르는 당시 역사나 인물상 또한 새로운 것이 많았다.  예를 들어, 린드버그가 지독한 인총차별주의자였다는 것을 이 책에서 처음으로 보았는데, 그는 열렬한 나찌와 히틀러의 추종자였고, 크리슈탈낙크 직전까지 독일로 이민가서 사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당시 미국의 항공영웅들 중 하나였던 버드소령 역시 반 사기꾼에 가까운 캐릭터였다는 것.  사실 그는 극점 항공횡단보다도 이제는 지구공동설에 관련된 음모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람이니 이 또한 세월이 무상하다고 하겠다. 

 

두 책 모두 번역본이 나오면 꼭 구해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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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08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난 책들 즐겁게 누리셔요~
1쇄는 1쇄대로 재판은 재판대로 뜻이 있어요.
세월이 지나면, 재판본 값어치도 똑같이 올라가요.
언제 몇 쇄를 찍었느냐를 알아보는 중요한 잣대가 되거든요~

transient-guest 2013-11-08 09:33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사실 나중에 갖다 팔 생각은 없으니까 크게 상관은 없지만요, Bookman 시리즈를 읽은 다음부터는 가끔씩 판본을 확인하게 되더라구요.
 

며칠 전, 안철수의 기자회견에 대한 뉴스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이다.  아젠다를 가져가는 능력도 보이지 않고, 대선 시기의 행보와 지금까지 정치인으로서의 그를 보면, 이런 사람이 어떻게 서울시장 후보감을 거쳐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을까 싶다.  내심 외곽지원세력의 정치화를 그리 좋게 보지는 않기 때문에 안철수에 대한 큰 기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이 된 그의 정치적 싱거움은 매우 실망스럽다.  큰 이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의견표시를 지양하는 듯한 그의 모습은 묘하게도 박근혜씨의 그것과도 오버랩이 되는 면이 없지는 않기까지 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문재인은 그 개인의 능력이나 자질, 및 강단과는 별도로 구민주당 세력과 친노세력을 아우르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써의 그에 대한 구세력의 견제와, 그의 정치적 한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장 좋게 보는 정치인, 비교적 언행이 일치되는 사람으로 나는 문재인을 꼽고 있다.  다만, 그 역시도 아젠다를 선점해서 정국을 이끌어 나가는 능력이 부족한 듯 싶은데, 방어적인 전략을 버리고, 과감한 공세를 시작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무능정권의 치세의 첫 일년의 느낌이다.  그가 '당당히' 응한 '검찰소환'도 박근혜씨의 공안인맥으로 장악된 검찰의 모습을 보건데, 그리 좋은 전략 같지는 않다. 

 

민주당은 더 말할 가치도 없다...

 

일단 짜여진 판은 당연히 기득권을 가진 세력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채동욱 검찰총장을 필두로 하여, 그나마 약간의 저항을 보일 듯 하던 검찰도 그의 하야와 함께 공안통의 손아귀에 장악된 모습니다.  배후세력의 힘을 근거로 하여, 김기춘이라는, 역사의 쓰레기의 모사를 통한 박근혜 세력의 힘은 무지막지한 상태라고 본다.  혹자는 그 만큼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끼는 상태라고 표현하지만, 물리적인 힘만을 놓고 보았을때, 그리고 가카치세 5년간 갖은 협박과 회유로 이미 그 힘이 상당히 꺾인 시민의 무기력함을 볼 때, 군과 정보부, 그리고 검경을 한 손에 쥔 박근혜 세력은 특검 따위로 변화를 주기에는 그 폭주의 상태가 너무 강하다. 

 

결국, 판 자체를 깨고 나올 수 있는 결단력과 정치적 risk를 불사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의 반-박근혜 세력을 아우르고 무기력증과 패배주의에 빠진 시민들의 가슴에 불을 당길 수 있는 리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그런 리더가 없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1년 내내 국정원 조사, 검찰개혁, 선거공약 무효화 등에 대한 아젠다를 갖고 싸워온 민주당은 그 바닥과 꼭대기 모두 제 1 야당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낸지 오래다.  서청원의 귀환에서도 보았듯이 천편일률적인 당위론으로는 박근혜를 쫓아낼 수 없을 것이다.  이미 피로도가 극에 달한 시민세력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것은 결국 뜨거운 가슴이다.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써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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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시리즈가 나올때만 해도 파릇파릇했던 내 나이, 동내마다 있었던 대본소들, 그리고 서점들의 추억까지, 그리운 시절이 떠오른다. 내용은 별다른게 없고, 이런 저런 짧은 초기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고, 십수 년의 세월만큼 참신함도 딸리지만, 그래도 내 추억에 별 하나 더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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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3-11-05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퇴마록] 그리운 제목이네요.
외전이라니 궁금한데,
쓰신 평을 보니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으신 것 같네요.

transient-guest 2013-11-05 22:04   좋아요 0 | URL
최근작인데, 추억담 정도의 의미밖에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스토리나 구성이 원래도 아마추어적인 작품인데, 세월을 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