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서 한국책을 구하는 방법, 아니 정확하게는 '이곳'과 '저곳'의 구별없이, 내가 한국책을 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언제고 한국에 갈때마다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인터넷서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남가주에 살때만해도 근처에 알라딘US 서점이 있어서 간혹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이용하곤 했었지만, 북가주인 이곳에는, 한국책을 파는 서점이라고는 '서점'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초라한 - 내 사무실에 가져다 놓은 천여권에도 못 미치는 책이 전부인 - 종교서관이 하나 있을 뿐이라서, 직접 가서 고르는, 눈과 냄새의 즐거움은 오직 미국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 사오는 방법은 가장 저렴하게 책을 구하는 경로가 되겠지만, 자주 가지 않으니 신간이나 화제작을 늦게 읽게되어 김이 빠지고, 그때 그때 읽고 싶은 책을 바로 구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물론 귀로가 무겁고, 짐을 부칠때까지 절대로 안심할 수 없다는 단점 또한 크지만, 그 정도 희생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역시 큰 단점은 자주 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결국은 좀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진출해 있는 한국의 인터넷 서점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제작년 중반까지 이곳의 독보적인 존재는 알라딘US였었다.  그런데, 이곳의 문제는 값을 거의 2-2.5배로 튀긴 후 다시 3-40%를 DC하기에 결과적으로는 약 1.5-1.6배 이상을 주고 책을 사야한다는 점과 그 이상, 알라딘 본사에서 적용하는 DC나 special의 혜택을 하나도 받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책을 살때마다 억울한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러나 어쩔 수 없었던 그런 불만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인터파크가 진출하면서 양상이 조금 바뀌게 된 것이, 일단 알라딘US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DC나 특가를 적용받지는 못하지만, 월등히 저렴해진 책값을 적용하는 큰 장점을 업고 알라딘US와 경쟁을 시작했던 것.  그 덕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나도 한 동안은 인터파크 글로벌을 통해 책을 주문해 보곤 했으니까.  그런데, 사람맘이란게 또, 인터파크의 가격에도 불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알라딘 본사 웹을 들락거리면서 찍어두는 책들의 가격을 비교하면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인터파크 이용도 좀 시들해질 무렴.

 

2012-13으로 넘어오면서 그간 현지법인과 제휴해서 운영되는 알라딘US가 본사직영으로 바뀌고, 현지법인은 반디스와 제휴하여 독자적인 체제로 넘어가게 된,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이곳의 한국책 seller는 크게 (1) 알라딘US, (2) 인터파크 글로벌, 그리고 (3) 반디스US이 된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반가울 일이다.  시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가격을 비교하고 혜택에 따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험삼아 알라딘US를 통해 한국책을 주문해 보았다.  한국의 현지가격과 혜택, 중고샵까지 모두 dollar로 환산된 시세를 적용하여 가격을 산정받고, 배송비는 DHS기준으로 지불하게 되는데, 이렇게 하면 사실 인터파크 글로벌이나 반디스US에서 적용하는 미국 현지의 가격에 비해 큰 혜택을 보기는 어려운 감이 없지는 않다.  물론 특가나 중고가, 그리고 한국 현지의 DC를 적용받는 것은 큰 이점이지만, 결과적으로 신간을 많이 구입하게 되면 만만치 않은 DHS배송료 때문에 체감비용이 그리 많이 줄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꼼수를 부려 보았다.

 

이번에 책을 구입하면서 모두 중고샵을 이용한 것이다.  dollar로 $3-5 사이면 한 권을 살 수 있는데, 당연히 신간이나 화제작 또는 steady seller는 구하지 못했고, 한국의 현대소설로 20여권을 추려 그간 접하고 싶었던 김영하의 다른 작품들, 김연수, 은희경, 신경숙, 이청준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주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의외로 한국의 현대소설은 많이 구할 수 있었는데, 왜 그런지 몰라도 상당히 많은 작품들이 중고샵에 나와있었다.  물론 레어템에 속하는 작품들 - 고 이윤기 선생이나 그 밖의 - 은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관심이 가던 다양한 내 시대의 한국 소설들을 구할 수 있어 무척 뿌듯했다.  더구나 다른 경로들의 경우 1-2주까지도 걸릴 수 있는 출고-배송이 알라딘US를 통하는 경우 한국의 빠른 서비스가 적용되어 주문 후 바로 출고되어 미국으로 보내졌기에 약 2-3일만에 책을 받아 볼 수 있었는데, 여기서 살짝 감동(!)을 받았다 - 면 좀 과장이지만, 그래도 따끈따끈(?)한 한국 현지의 매연냄새가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로 빠른 배송이었기에 매우 좋은 impression을 남겼다.  냄새로 추억하는 한국의 겨울도 물론 좋았고 말이다.  (정말로 박스에 코를 대로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아무튼. 당분간은 이렇게 알라딘US를 통한 중고헌팅에 재미를 붙이고, 간혹 사정이 좋을때, 그리고 너무 읽고 싶을때엔 신간이나 새책을 몇 권 끼워넣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다.  미국책도 중간에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으니까, 이렇게 하면서, 좀더 풍요로운 독서생활과 장서수집벽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 혹시 미국에서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나의 꼼수를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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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2-03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저도 요즘은 알라딘 중고매장을 주로 이용합니다. 가끔 레어템을 건지기도 하지요.

transient-guest 2013-02-03 21:59   좋아요 0 | URL
중고매장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까지 할 수 있지요. 가끔씩 전혀 생각하지 못한 레어템을 건지는 재미는요.ㅎㅎ

Cargold 2013-03-11 0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에서 읽는 한국책은 느낌이 색다르겠네요, 우왕.

transient-guest 2013-03-11 08:00   좋아요 0 | URL
매우 귀하게 느껴지는건 분명합니다...ㅎ
 

사면발이같은 놈들이 수 십명씩 사면되었다.  바로 그 자들과 같이 국립호텔에서 지내야 마땅할 쥐새끼에 의해서 말이다.  쥐새끼를 이을 닭의 진영에서는 이를 욕하는 모양이다.  그래봐야, 다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을.  내가 순수하지 못해서일까.  나는 닭이 쥐를 비난하는 것에 영 적응하기가 힘들다.  불과 두어달전에 그들은 뜻을 함께 하는 동지로서 뭉치지 않았는가?  지난 5년간 쥐의 만사에 닭이 한번이라도 울었던 적이 있던가.  그런 주제에, 이제는 쥐가 사면발이들을 풀어주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한번 꼬꼬댁이란다. 

 

내가 보는 것은 오직, 닭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자기 사면발이들을 챙겨주는 쥐의 모습과, 이를 실질적으로는 방조하면서, 그저 구색맞추기로 한번 꼬꼬댁하는 닭의 훈훈한 모습뿐이다.  어린이 동화의 새로운 버전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쥐와 닭의 끈끈한 우정을 주제로하여, 어떻게 이들이 십년간 호랑이의 강토와 백성의 간을 파먹었는지에 대해 말이다. 

 

꼬였다고 마라.  나는 꼬인 것이 아니다.  그저 행간을 짚어 현실을 직시하고자 함이다.  명색이 책을 읽는다는 사람이,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부끄럽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니, 이렇게 가끔씩 떠들기라도 해야겠다.  

 

그나저나 닭은 좋겠다.  사람들이 닭을 잡자고, '닥쳐라!'하고 달려들때마다 '꼬꼬댁'하면서 시선을 돌리기에 좋은 구명절초가 여러 개 남아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가 그랬더랬다.  BBK는 닭이 떨어져도, 올라가도 파헤쳐질 것이라고.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닭은 떠오르는 태양인데, 쥐와의 약속이 사실 무에 그리 중요할까?  닭이 살기위해서라도 쥐부터 잡고 볼 일이다.  그러니 쥐와 닭의 밀월도 얼마 남지 않았을게다.  그런거지 뭐.

 

국민 대다수의 행복지수와는 무관하게 경제대국인데다가 정치선진국이기까지 한 조국이 눈물겹게 자랑스러운 날이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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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던 몇 권의 책들을 마무리했다.  바쁜 지난 3주간이었는데, 이번 주말까지의 일로써 모두 끝났다.  이번 주는 조금 숨을 돌리고, 청소도 하면서, 그간 좀 마구 다룬 내 몸을 아껴주어야겠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운동을 정기적으로 해줘도, 먹는 것이 나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마구 부어버린다.  역시, 이제는 운동도 운동이지만, 다른 부분의 생활도 더 신경을 써야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젊게 생각하고 사는 것은 물론 신체적인 젊음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나이를 안 먹는 것은 아닌 것이다. 

 

1차대전이 조금 지난 후, 스페인 명가의 이름으로 다시 나타난 뤼팽은, 그러나 그를 유명하게 해준 괴도행각 대신, 무려 정의를 위해 유산상속에 얽힌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데 주력한다.  

 

영국인답게 냉철한 추리와 신속한 행동, 그리고 기계같은 감정조절로 실수가 거의 없는 홈즈와는 달리, 역시 프랑스인다운 감성과 흥분하기 쉬운 열정으로 뤼팽은 종종 실수를 하고, 심지어는 죽을고비도 수 차례 넘기지만, 결국에는 천운을 타고난 사나이답게, 사건을 해결하고 사랑을 손에 넣는다.  물론 그 댓가로 2억프랑의 유산상속은 포기하겠지만...

 

한 가지 웃긴 것은, 작가서문인데, 이 시기의 모리스 르블랑에 따르면 뤼팽은 극우에 보수주의자, 다시 말해, 완벽한 자본주의자라고 한다.  그런 시대였던 것이다. 그가 살았던 세상은 말이다.  괴도 뤼팽이 극우에 보수주의자라니...

 

 

 

 

 

 

 

 

 

 

 

 

 

 

양귀자라는 작가는 사실 다른 작품 - 아마도 영화화 되었던 그 책 - 을 통해서 이름만 알고 있던 작가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그의 유명한 작품 '원미동 사람들'을 읽게 되었다.  군사정권의 막바지인 1986년을 전후해서, 이미 서울의 bed town으로 전락하던 부천의 원미동, 한 구석의 그저 그런 여러 이웃들의 삶을 통해 때론 즐겁고, 때론 행복하지만, 대체로 많이 고단하던 서민들의 삶을 이웃과의 interaction을 통해 조명한 작품같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들 상당부분이 딱 이 정도, 그리고 여기서 조금 더 발전한 그 만큼의 모습이라서, 요즘의 도심을 무대로 하는 소설들보다 훨씬 더 머릿속에 그림이 잘 그려졌다.   지금은 아파트촌으로 바뀐지 오래인 그 동네의 모습에서 작품이 쓰여지던 당시의 모습을 그릴 수는 없다.  지금도 기억하는 부천의 모습은 중동대로를 사이에 두고, 양편으로 끝없이 펼쳐져있던 20층 아파트들의 공사모습인데, 아피아 가도 양옆으로 매달려 있었다던 스파르타쿠스와 검투사노예들의 처형모습이 떠올랐더랬다.  철골과 시멘트로 만들어진 형틀이 끝없이 서있던 그 모습이, 어쩌면 서울을 둘러싼 대다수의 도시서민들의 삶의 모습일런지도.

 

내가 기억하는 이 책의 이야기는 기본구조는 같으나, 원작과는 많이 달랐다.  예전에 명작만화버전으로 보았던 스토리는 훨씬 더 elaborate해서 스토리를 펼쳐놓았던 것 같은데, 원작은 사실 매우 빨리 움직인다.  주로 주디의 편지를 통해 전개되는 스토리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보는데, 예를 들면, 여성에게 참정권이 없던 당시, 그리고 소설의 무대가 유럽이 아닌 미국이라는 것도 나에게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거의 모든 명작동화의 무대는 유럽이었으니까.

 

요즘의 눈으로 보면 조금 웃긴 것이 사실, "키워서 데려가는" 뭐랄까, 미연시나 라이트 노벨류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인데, 시대적인 부분을 감안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작가는 아쉽게도 속편까지만 쓰고 서른이 채 안된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의 작품들은 이렇게 남아서 많은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의 마음속에 꿈을 심어줄 수 있으니까,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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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2-01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부천은 소사라고 했는데 복숭아가 유명했지요.요즘은 복숭아 과수원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궁금합니다.

transient-guest 2013-02-02 00:41   좋아요 0 | URL
송내, 소사, 부천 일대는 다 아파트촌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잘은 모르지만, 그 근방에서 산이나 들판을 본 지도 꽤 오래전의 일인 듯 합니다.
 

 

스타크래프트는 국민게임이라고 할 만큼 널리 퍼진 게임이다.  특히 전작인 StarCraft와 StarCraft: Brood War은 거의 십 여년 이상이나 한국의 게임 및 기간산업 - PC방, PC, 중계 - 을 키웠다고까지 회자되는데, StarCraft 2는 그 정도의 impact는 없지만, 여전히 프로리그의 게임시합이 이루어지고 중계되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역대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게임도 좋아하지만, 그 보다는 책을 더 좋아한다.  더구나 나이가 들고, 시간이 없어지면서 게임을 하는 시간은 매우 줄어들어, 거의 play하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책읽기는 보다 더 간편한점도 있고, 휴대성도 좋아서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StarCarft는 게임만큼이나 소설도 재미있는데, 그간 여러 작가들에 의해 다양한 게임속의 에피소드들이 그들의 상상력을 가미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바 있다.  

 

이번의 StarCraft 2: Flashpoint에서는 - 실제 게임에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 전작 초반 Terran미션에서 Mengsk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후, Zerg의 Queen으로 다시 태어났던 캐리건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 직후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게임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Zerg와 Protoss를 만든 고대인, Xel'Naga라는 종족이 있는데, 이들은 뛰어난 과학력을 가졌던, Protoss에게는 신과도 같은 신비의 종족이다.  관련소설에서는 항상 그들의 유물과 유적은 신비의 대상으로 묘사되는데, 여기서는 이 유물이 캐리건을 다시 인간으로 만든 것으로 설정되었다. 

 

사실 이런 소설들의 내용은 그저 joyful하게 읽기에 좋은 것이고, 어떤 여운을 남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게임속에서 본 인물들이 보다 더 생생하게 구현되는 것, 그리고 게임상의 간략한 에피소드들이 작가의 상상에 의해 재구성되어 훨씬 더 흥미로운, 복잡한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을 보는 것도 큰 재미라고 생각된다.  얼마나 많은 작품이 번역되었는지 모르겠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런지도 모르겠지만 - 사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또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들이다.

 

 

 

 

 

 

 

 

 

 

 

 

 

 

 

 

 

 

 

 

 

 

 

 

 

 

 

그리 많은 작품이 눈이 띄지는 않는다.  그래도 위의 archive에는 4권의 책이 합본으로 나와있는데, 늘 말하지만, 이 책들에서 사용되는 영어는 초급수준이라서 게임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겠다.

 

게임도 재미있고, 책도 재미있지만, 어쩌면 현실은 더욱 재미있는지도 모른다.  이 게임 덕분에 일세대 신주영이나 쌈장 이기석을 필두로 수많은 프로게이머가 나왔고, PC보급율도 높아졌고, 인터넷도 더 활성화 되었지만, 진짜 드라마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테란의 황제 임요환.  다른 유명한, 일세를 주름잡았던 게이머들도 많고, 나름대로 한 시기를 주름잡은 홍진호, 강민 같은 선수들도 있지만, 모든 선수들이 다 주목받은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일세대 신주영처럼 게임때문에 흥했다가 게임때문에 망한 경우, 더 심하면 M모 게이머처럼 도박에 연루된 승부조작때문에 형사법 처벌까지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임요환은 그러나, 잘 살고 있다.  사실 고등학교때까지 운동도 공부도 뭐에도 재능을 보이지 않던 한 소년이, 이 게임을 접하면서 인생이 바뀐 것인데, 천재라면 천재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 동안 종족간의 상성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던 테란 종족을 완벽하게 마스터하고, 당시만해도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과 dropship의 활용으로 한때 황제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을만큼 멋진 플레이를 보인 그는, 군대도 잘 다녀오고, 탤런트도 만나고, 커피전문점을 경영하면서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탤런트를 만나고 커피전문점을 경영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당연히).  굳이 StarCraft 2 리그에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 것 같고, 적당한 때 잘 물러나서 - 군대를 다녀온 후 실력이 좀 떨어진 것으로 기억한다. 경쟁도 심해졌었고 - 사는 것을 보면서, 정말이지 게임보다, 소설보다도 재미있는 것이 우리들 살아가는 인생이 아닌가 싶다. 

 

마침 바쁜 케이스도 그럭저럭 마무리되어 가는데, 이번 주말에는 간만에 스타나 한판 때려(여기서는 이 표현이 딱 맞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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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1-28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는 역시 샌님들이 많아서 게임에 관한 글에 댓글이 없군요.하하하...

토요일 케이비에스 프로그램인 '두드림'에 게임 고수인 작가 이인화 씨가 나와서 이야기하던데 재밌었어요.개그맨 양세형과 아주 죽이 잘 맞더군요.

소설을 게임으로 만든 것으로는 톰 클랜시 <레인보우식스>가 있습니다.

transient-guest 2013-01-28 23:5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는 2004년인가에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 중계/재방송을 보았어요. 정말 대단하더군요. 은근히 재미도 있고. 그러면서 소설도 더 읽어보고. 아무래도 게임세계를 소설로 구현한것을 보고나면 무엇인가 더 생동감있게 전달이 되더라구요.
레인보우식스도 말씀보니 생각이 나네요. 톰 클랜시는 참 다작이죠. 이 사람도 초기작들이 더 재미있어요. Patriot Game이나 Clear and Present Danger같은거요. ㅎㅎ
 
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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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한창 뜨겁게 스크린과 포탈뉴스를 달구었었다.  그들의 초점은 거의 한결같이 늙은이의 미성년 십대소녀에 대한 욕망, 신인배우의 올누드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영화를 보았을때, 내가 본 것은 역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에로티시즘이었다.  영화의 매 순간, 다른 장면은 크게 기억나지 않고, 박해일의 연기도, 김고은의 투혼도 그저 그렇게 지나가고, 남는 것은 십대소녀로 분한 김고은과 젊어진 이적요 시인, 박해일의 비뚤어진 듯한, 그리고 욕구와 욕망이 활활 불타는 이젹요 시인의 상상속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정사장면 뿐이었다.  정말이지, 그리고 한 동안, 살짝 욕지기가 나오곤 했었다.  "미친 영감탱이.  늙어서 남은건 여고생 패티시인가?  그리고 그걸 교묘하게 catch해서, 어린 신인 여배우를 벗겨 그럴듯하게 포장한 한국 영화계는 역시, 그렇구나" 이런 말이 나올만큼 말이다.  대단한 영화평론가도, 팬도 아닌, 그저 그런 한 사람이면서...

 

그리고, 2012년 11월 경의 한국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호기심 반, 확인차 박법신 작가의 소설 '은교'를 사들고 돌아왔더랬다. 

 

그러나, 나는 이후 오랫동안 이 책을 읽지 못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영화의 장면들과 오버랩되는 늙은이의 엇나간 욕망에 대한 장면이 싫었던 것 같다.

 

그리고 2013년 1월 나는 '은교'를 읽었다. 

 

책을 집어들고 한번도 내려놓지 못하고 숨가쁘게 그러나 매우 편안하게 한숨에 내려 읽어갔다. 

 

영화가 추구했던, 아니 추구한 것으로 보였던 에로티시즘이 아닌, 이 책은, 적어도 나에게는, 그저 순수한 하나의 사랑 이야기였다.  그렇게 보였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겠지만, 누구나 손가락질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이겠지만, 아니 비정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은교'는 분명히 - 그렇다. 나는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 사랑이야기,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느낀다. 

 

이적요-은교-서지우, 은교의 눈으로는 은교-이적요-서지우라고 볼 수도 있는 이 구도, 그리고 성애, 이젹요와 서지우 - 길을 잘못 듯 문청의 시절부터 함께한 그들 - 의 이야기, Q변호사...이 모든 것들은 그저 사랑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장치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애는 손녀 같았고, 어린 여자 친구 같았으며, 아주 가끔은, 누나나 엄마 같았다'라는 이적요 시인의 말과 '하고 싶으시면요, 키스......하셔도 돼요......할......아부지가......나를요, 이렇게......갖고 싶어하는지도 몰랐다구요. 이까짓 게. 뭐라구요'라는 은교의 말에서, 나는 사랑을 보았다. 

 

나이, 아니 그밖의 많은 이유로, 현실화될 수 없는 사랑을 본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간 후에 느끼는 은교의, 이적요 시인에 대한 아쉬움 - 으로 표현되는 지나가버린 것에 대한 사랑 - 을 보면서,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것임을 느낀다.  변태스럽다고, 패티시라고 해도, 이 얘기는 기실 노인과 십대 소녀라는 구도를 빼고 - 예컨데, 노인을 청년으로 바꾼다고 하자 - 보면, 연애소설인것이다. 

 

PS 소설에서 거슬리는 한 가지.  5.16.  그래 박정희.  본국명 다카키 마사오의 군사 쿠데타를 굳이 군사혁명이라고 표현하는 박범신 작가...아니면 그의 습관일지도 모르는 그 말이 너무 괴롭게 다가왔다.  쿠데타는 쿠데타인 것이다.  혁명과는 분명히 다른, 쿠.데.타.  2012년에 민주화의 venue를 빌어 다시금 일어난 쿠.데.타. 

 

PS2 뜬금없이 십여년전, 5월경. 로스쿨 1학년 연말시험을 준비하던 시간이 떠오른다.  그 당시 절친이던 한 녀석의 결혼소식. 그리고, 하루 venti 석잔과 콜라 2-3병으로 엉망이던 몸상태.  공부하면서 당시 활성화되던 youtube을 통해 보고 듣던 장나라의 4월이야기.  그 노래에 왜 그렇게 설레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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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미미앤 2013-01-25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슨 사랑인 거시다' 비뚤어진 철자법에서 비뚤어진 사랑에 대한 이야기란 걸 말씀하고자 하신 것인지.. 무엇이 십년전 이야기를 떠오르게하는 책이 되게 했을까.. 궁금하네요.

transient-guest 2013-01-25 02:55   좋아요 0 | URL
별 의미없이 쓴 말입니다. 십년전 이야기는 그야말로 random하게 떠오른 것이구요. 역시 본문과는 상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