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lando, FL에서 9-11이래 최악의 본토테러가 터졌다.  하필이면 LGBT를 타깃으로 하여 300여명이 모여있는 클럽에서 총기를 난사했고 50명 사망에 53인 부상으로 현재까지 알려져있다.  범인은 경찰과의 총격전에서 사살됐는데, 아프간계 미국인으로 보도되고 있고 범행을 시작한 후 20여분 후 911에 전화해서 ISIS추종자임을 밝혔다고 한다.  우리 조상님들이 일제와 싸울땐 가급적 상징적이고 센놈을 골라 싸움을 걸었던 것을 기억하는데, 이놈들은 꼭 약자나 사회적인 소수자를 타깃으로 한다. 미국이 그간 중동의 정치-경제에 깊숙히 관여한 패악질도 알고, 중남미에 끼친 해악도 안다만 이런 목불인견의 테러라니.  누가 더 나쁜걸까. 


[건곤불이기]라는 다소 희안한 제목은 아직도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고 있다. 역시 한국신무협의 특징이라면 특징인 loose한 인과관계나 깔끔한 사건의 마무리가 아쉽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꽤 재미있게 읽은 책.  이런 책은 보통 한 시간이면 한 권을 읽을 수 있으니까, 권수만 늘어날 뿐, 의미는 1/4정도로 봐야한다.  스토리의 거의 반 권 이상을 주인공을 숨기고 세월을 보내는데, 보통 주인공은 처음부터 '내가 누구다'하는 수준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 무협소설에서 이는 나름 신선하다.  약간의 기연을 얻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바로 고수로 성장하지 않는 점도 좋았고, 세가나 무가출신의 주인공다운 인간이 아닌, 소박한 객잔의 아들내미가 고수로 성장하는 모습도 좋았다.  무술의 묘사 같은 건 좀 떨어지는 편이고, 굳이 가자면 고룡처럼 환상적인 무공표현을 좋아하는 듯, 검강이나 검망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펼쳐지는 주술에 가까운 무술과 함께 강호의 2-3류에 해당할 듯한 무예가 함께 섞이는 듯.  여기에 객잔의 아들답게 요리의 이야기도 나오고, 나쁜 등장인물들은 적절하게 벌을 받기도 하는 등 중간중간에 속이 시원한 결말도 좋다.  다만 복잡한 인과관계나 마음의 얽힘과 끊어짐에 대한 전개와 묘사는 좀 많이 부족했기에 기왕에 다시 나오는 책이라면 이런 부분을 조금 더 보강하면 좋았을 것 같다.  PDF로 본 수많은 한국과 중국의 무협지에 포함되지 않았던, 처음보는 책이다.  고룡이나 와룡생, 그리고 양우생의 작품들도 좀 다시 나와주면 좋겠다.  어떤 기연을 얻어야 [다정검객무정검]을 책으로 만나볼 수 있을까?


능청스러운 세설의 대가 빌 브라이슨의 또다른 책이다.  지금까지 간간히 구해서 읽은 이야기에서 그의 어린 시절의 전부였던 Des Moines, Iowa를 주무대로 펼쳐지는 미국의 마지막 good old days라 할 수 있는 1950년대의 좋았던 한 시절의 이야기다.  흑인인권이나 사상의 자유에 있어 암흑기와 다름없던 이 시기는 하지만 많은 백인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메리카제국의 last great period로 인식되고 있다.  그럴 수 밖에.  51년인가를 기준으로 세계 부의 95%를 직접 생산하고 소유했던 미국인들은 당시 90%이상이 냉장고를 갖고 있었고, 모든 집에는 자동차가 한대씩 있었으면 많은 suburban 아메리칸들은 집도 한채씩 갖고 있었다.  모든 것은 미국에서 생산된 것들이었고, 워낙 다양한 home appliance들이 쏟아져나온 덕분에, 가정에서는 철마다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사들여 즐겼다고 한다.  월남전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였고, 중산층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두터웠으며 고졸의 보통직장을 가진 가장은 온가족을 배불리 먹일 수 있었다.  빌 브라이슨의 익살맞은 회고와 멋진 미국의 과거의 이면에는 물론 흑인을 잔인하게 린치해서 죽이고도 무죄로 풀려난 백인들이 있었고, 중남미의 정치에 깊숙히 개입해서 사회민주주의를 탄압하던 미국의 CIA와 우파정권이 있었으며, 매카시의 진두지휘하에 미국 전역을 작살낸 Red Scare의 광풍이 몰아쳤음을 담담하게 하지만 그 특유의 sarcasm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겐 매우 특별한 시기였고, 백인 미국인들 대다수에게도 일과 휴식과 호사가 적절히 어우러진 시절이었음은 강조되고 있는 듯.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휴식과 호사 대신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벌고, 그렇게 번 돈은 물건을 사는 것으로 여유를 대체한 미국이 되어버렸고,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franchise가 점령하기 시작한 지역상권은 미국 전역을 고만고만하게 비슷한 곳으로 만들어버렸다.  당연히 지역상권과 지역만의 특색은 함께 사라졌고, 지금 Des Moines, Iowa는 다른 중서부처럼 쇠퇴하는 과거의 도시가 되어버렸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맺은 빌 브라이슨의 어조에서는 쓸쓸함이 묻어나고, 이젠 고향에 가도 고향을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 그의 현실은 거의 모든 개발국가의 지구인(?)들이 함께 맞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50년대는 과연 좋은 시절이었을까? 선악의 구분이 확실하고 모든 것을 흑백으로 나눠볼 수 있던 시절이었음은 확실한데.  그럼 지금처럼 다각화된 세계보다 냉전시대가 더 나은 시기였을까?  도무지 답을 찾을 수가 없다.  보통 그의 책을 읽으면 유쾌한 웃음이 가득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서글픔과 약간의 분노, 그리고 지나간 한시절에 대한 상상의 향수만 잔뜩 느낀 건 이런 복잡한 마음 탓일지도 모른다.


이상북스와 저자를 스쳐간 수많은 헌책들 중, 글이 남겨진 책을 추려모은 것.  얇은 소책자정도의 양으로 70년대에서 90년대까지 다양한 책꾼들의 모습을 추릴 수 있다.  젊은 시절이 지금처럼 취직과 서바이벌 대신 진리와 대의를 추구하던 위험하고 슬프던 때의 모습도, 누구의 말처럼 깃발은 쓰러지고 동지만 남았던, 아니 동지는 흩어지고 깃발만 남았던 한 시절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책을 선물하지 않은지도 꽤 되었다.  책을 선물하는 것이 낭만이고 가벼운 주머니로 멋진 선물이 되어주던 시절이 지나간 것이 벌써 못해도 15년은 넘은 듯 하니 말이다.  가난했지만, 당당하고 낭만이 넘치던 한 때의 모습은 역시 클리셰에 가까울 것이지만, 그래도 이젠 20년 하고도 4-5년은 더 전, 싸늘한 늦가을 누군가를 기다리던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그리운 그때의 나, 그리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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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회사에 쌓아두고 읽지 못하던 책들을 집에 가져다 거실 탁자위에 가져다 놓고 마음 내키는 대로 뽑아서 읽고 있다.  여름 중으로 사무실도 조금 정리하고 부모님 댁에 가져다 놓은 책도 다시 정리해서 읽은 책들은 가져다놓고, 읽을 책들을 주로 근처에 둘 생각이다.  시간이 날때 제작년엔게 구한 Star Trek도 한번 완주하고 싶은데, 느린 진행도 그렇고 아무래도 조금은 유치한 설정이라서 한번에 두 편도 보기 어렵다.  The Big Bang Theory의 팬이 되어 geek흉내를 내고 싶어 조금씩 Star Trek, Firefly, Babylon 5, Battlestar Galactica를 완판으로 구해놓고 시기를 보고 있는데, 여유롭게 앉아서 볼 시간은 아무래도 쉽지 않기도 하지만, 역시 내 취향은 SF보다는 판타지가 아닌가 싶다.  부실한컨버젼으로 일찍 종료된 Dresden Files을 우연히 보고 팬이 되어 Jim Butcher의 Dresden Files시리즈를 모두 재미있게 읽은 것을 보면 역시 과학보단 마법과 판타지의 세상이 더 좋다.  밀린 책을 읽다 보니 더더욱 tv와는 담을 쌓게 되는 매우 바람직한 기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NBA Final이 끝나면 cable을 끊고 안테나와 인터넷을 이용해서 tv를 reset해볼 생각도 하고 있는데, 유일한 고민이라면 8/9월에 돌아올 college football과 NFL...


10년간 나름대로 바쁜 전문직 생활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케이스와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nice한 고객의 경우 배웠거나 덜 배웠거나, 있거나 없거나 그 모양새가 비슷한데 반해서, 질이 나쁜 고객들의 경우 많이 배운 사람들이 더 저질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95%정도는 최소한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고, 좀 귀찮게 굴더라도 내가 그런 걸 신경쓰지 않기에 오히려 다른 사무실보다 더 친절하다는 소리도 듣고 하는데, 아주 가끔 뭘해도 좀처럼 control하기 어려운 인간이 없지는 않다.  박사, 사업가, 중역이면서 그 찌질함과 감정적이고 유치한 언사, 그리고 너무도 자기중심적인 행동으로 나를 괴롭히는 모씨가 딱 그렇다.  제작년엔가 한바탕 하고 케이스가 깨진줄 알고 좋아하고 있다가 이듬해 연초에 다시 왔길래 좀 나아졌을까 싶었는데, 역시 개꼬리는 아무리 오래 묻어두어도 족제비 털이 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몸소 깨우쳐주고 계시다.  빨리 진행을 마무리하고 모쪼록 개보다 조금 못한 너에게 좋은 결과가 와서 나와는 인연이 끊어지길...99%에 달하는 나의 성공률을 위해서 말이다...


괴도 20면상은 원래 에도가와 란포가 괴도신사 뤼팽을 모티브로 하여 일본색을 가미해 창조한 캐릭터다.  추리도 좋지만, 란포의 매력은 역시 약간은 서리얼한 기괴함이 깃든 이야기들인데, 20면상도 원래는 '소년탐정단'에서의 이야기처럼 살인을 피하고 사뭇 유쾌한 면도 있는 호인(?)이 아니다.  작품 속에서 언뜻 보이지만, 란포는 에드가 앨런 포를 충실히 계승하여 일본풍으로 재창조한 괴상하기 그지 없는 괴도 20면상을 만들어냈는데, 잔인하고 독랄하기 짝이 없는 범죄자에 더 가까운 인물일 것이다.  이 시리즈는 어린 독자들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라서 일종의 각색버전이고, 특히 아케치 고고로의 활약도 간간히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아케티 고고로의 조수인 고바야시군과 그가 이끄는 국민학생 탐정단이라서 소설의 내용도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권이라도 더 란포의 작품을 접하고 싶은 마음에 사 읽었는데, 추리소설을 이렇게 아이들이 읽기 좋은 수준으로 유쾌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어린이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렇게 오래전부터 시작된 일본의 책문화가 부럽기도 했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에도 충실하여 다양한 트릭이 등장하기 때문에 단순한 동화가 아니고, '소년탐정단'책에 대한 이야기는 내 기억에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나 도서관의 주인 시리즈에서도 다뤄지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란포의 팬이라면 꼭 구할 것.


이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순서에서 좀 밀렸고, cardio를 게을리한 덕분에 엊그제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엔 확 잡아끄는 것이 부족한 느낌이었으나 몇 페이지를 더 읽고서부터는 계속 결말을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시리즈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이야기라서 주인공의 setup이 없이 바로 본편으로 들어가는 설정이라서 그의 과거는 조금씩 언급되는 이야기에서 추측해야 하지만, 이야기가 워낙 훌륭해서 flow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도 나중에 눈에 띄는 대로 구해볼 생각.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구성도 상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인데, 피리 레이스의 지도에 얽힌 전설, 샹그릴라나 샴발라로 흔히 알려진 이상향, 절대지식, 선과 악의 극성의 추구하는 여정 등 흥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책 이야기도 하고 푸념도 하고, 좋은 글도 읽고, 다른 분들과 교류하고.  알라딘이 없었으면 이런 건 꿈도 꾸지 못했을게다.  게으름 탓이기도 하지만, 사생활에 까발겨지는 걸 싫어해서 facebook도 안하고, 트위터는 그저 귀찮을 뿐인 나에게 알라딘은 내가 하는 유일한 SNS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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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6-12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배운 사람들이 더 저질인 경우가 많다, 그게 현실이군요. 씁쓸해지네요.

transient-guest 2016-06-12 10:26   좋아요 0 | URL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좀 그런 듯 합니다. 좀더 저질이고, 좀더 뻔뻔스럽고, 그런 느낌? 일반화하기엔 좀 어렵지만요..

수이 2016-06-12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으면 익을수록 숙여지는 벼와 달리 공부 오래 하고 가방끈 길고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를 망쳐나가는지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나와요.

transient-guest 2016-06-13 13:53   좋아요 0 | URL
사실 좋은 분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쁜 놈들만 놓고 보면 배우고 가진 것이 많을수록 더 야비하고 못된 것 같습니다. 거기에 더 나쁜 건 군자연하면서 나쁜 짓은 도맡아하는 놈들이죠..-_-:

Alicia 2016-06-1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 푸념이라고 쓰셨는데 글이 재미져요 히히. 여전히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탐독하고 계시고 바쁘게 지내고 계시네요~ 사람 상대하는 일들이 피곤하지요. 일 자체는 그렇게 힘들단 생각이 안드는데 사람 상대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들어요. 진상들은 온 몸의 기를 다 빨아먹는 느낌. 그래도 십 년 경력이시면 그런 인간들에 휘둘리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이미 잘 하고 계신 것 같고요.

저는 Nicoloas Cage가 나온 The Rock이란 옛날 영화를 한 편 봤어요. 요즘 책은 거의 못읽어요. ICJ Case들과 씨름하고 있지요. 다음주까지 써내야 하는 페이퍼가 있구요. 이렇게 주말이 가네요. ^^

transient-guest 2016-06-13 13:55   좋아요 0 | URL
보통은 알아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지는데, 모씨의 경우는 갈수록 망나니짓이네요.ㅎㅎ 쉽지 않아요..자영업자의 애환이죠..ㅎ the rock이 SF를 무대로 한 영화라서 더욱 기억에 남네요. Cage씨의 리즈시절이기도 하구요. 님께서도 업무에 뭐에 많이 바쁘신듯..ㅎ

몬스터 2016-06-13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이리 많은 일을 하시면서, 책도 꾸준히 ( 많이 ) 읽으시는지.....저는 독서를 좀 더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TV도 없앴는데 , 누워서 daydreaming하는 시간만 점점 더 늘어가는 듯 합니다. 그래도 이번 주말에는 레드 로자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 , 두 권이나 읽었어요. ㅎㅎㅎ

글 자주 써 주셔서 좋아요. ㅎㅎ

transient-guest 2016-06-13 13:56   좋아요 0 | URL
쉬운 책을 많이 읽는 듯 합니다, 저는.ㅎㅎ TV가 없으면 확실히 TV말고 다른걸 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요즘엔 또 컴이나 폰으로 다 볼 수 있어서 예전같이 확실한 차단효과는 떨어지는 것 같아요. ㅎ 읽고 일하고 운동하고...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네요.
 

40년을 살았다.  그간 실수도 많이 했고, 남들이 흔히 성공이라고 할 만한 것들도 종종 경험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남자라는 건 죽을때까지 철이 들 수 없는 생물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미화하려고 노력해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한국무협이라는 것이 원래 김용-와룡생-양우생-고룡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무협소설에 비교할 때 방계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아무리 잘 쓴 소설이라도 일단은 모티브에서, 배경에서, 인물에서, 구도에서, 중국의 어느 한 시절을 갖고오지 않고서는 만들 수가 없고, 기본적인 reality - 무협에서 reality를 운운하는 것이 우습지만 - 면에서도 일단 조선이나 고려를 배경으로 하기엔 우리의 역사가, 적어도 임협적인 면에서는 일천하기 때문이다.  임꺽정이나 장길산은 녹림에 가깝고, 홍길동은 무협이라고 하기엔 너무 도술에 달통하여 역시 무협은 중국을 배경으로 할 수 밖에 없는데, 부작용이라면 언제나 중화인이 주인공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세가의 자손도, 구파일방의 문도도, 모두 중원인이고, 소위 방문좌도, 그러니까 사파나 마문에 속한 인물이라도 모두 그 핏줄은 중화의 것이다.  


그런데 시작에서는 분명히 방외방파라도 중원의 후계자가 주인공인 듯 이어가지만, 분영히 이야기의 2/5가 지나갈 무렵 제목에 걸맞게 이야기의 주인공은 '묘'족의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이 묘족의 왕은 우연히 멸문지화를 입은 장모씨의 친구가 되었다가 자신의 부족이 장모씨를 찾는 자들에 의해 혈겁으로 사라지는데서부터 기연이 시작된다.  이로인해 묘족의 한 용사는 독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장모씨는 명문정파의 검협으로 재탄생한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검행의 고수가 있으니 조선땅에서 온 박모씨.  그러니까, 애초 이건 중국인이 아니 묘족과 조선인의 이야기가 된다는 것를 조금 더 읽다가 보면 알게 되는데, 작가는 역시 반골이 아닌가.  주인공이 묘인 하고도 독인, 거기에 출신을 알 수 없는 동쪽의 한 무사, 그를 통해 나타나는 검의 최고경지인 이기어검술.  옥의 티라면 무공을 극대화한 일종의 귀령술인데, 무협이란게 SF만큼이나 한계가 없으니 그렇다해도 정종으로 무협지를 배운 나에네는 조금 그렇다.  적절히 재밌다는 점도 놀랍지만, 더욱 그런건 실컷 읽은 수많은 무협지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처음 만난다는 점.  아! 강호는 넓고도 깊어 도저히 그 전체를 들여다볼 수가 없구나.


저녁의 약속이 취소되어 다시 혼자의 시간을 갖고 있다.  와인 두 병이면 이 나이엔 나쁘지 않은 솜씨.  옛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읽은 덕분에 두주불사의 호인이 좋은건줄 알고 산 나에게 이건 많이 모자라는 수준이지만, 나이도 있고, 조금 똑똑해졌으니까...이걸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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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1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guest님. 저랑 띠동갑 사이네요. 글 첫 문장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06-10 23:31   좋아요 0 | URL
ㅎㅎㅎ이젠 빼도박도 못하는...꺽어진 80이 한국나이론 확실하구요, 이곳 나이로는 금년 생일이면 딱 40개가 됩니다.ㅎㅎㅎㅎ

몬스터 2016-06-1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ransient guest님 , 저보다 쪼오오오오오끔 더 사셨어요. ㅎㅎㅎ.

한 살 한 살 먹을 때 마다 , 아 우리 이모는 이랬구나, 울 엄마도 내 나이를 지날 때는 이런 감정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고는 해요.직접 살아 보기 전에는 모르는 건가 봐요. 그러니 남자도 여자도 죽기 전까지 완전히 철들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ㅎㅎ

저는 지난 달 초부터 개인적인 이유로 , 술을 끊었어요. 안마시니 또 안마시면서 살게 되네요.

transient-guest 2016-06-10 23: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말씀처럼 그런 느낌과 견주기를 하게 된 시기는 대충 30대부터가 아니였나 싶네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구요.ㅎㅎ 여자들은 확실히 남자들보단 철이 더 빨리 들고 여러모로 낫습니다.ㅎㅎ 남자란건 80이 되어도 속은 아이에요...ㅋㅋㅋ 아니 반로환동하는 것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철이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술은 저도 심각하게 고민중이에요. 끊으면 운동하는 효과도 보고 몸이 좀더 젋어질 것 같은데, 풍류라는게 뭔지 원.. 쉽지가 않네요.ㅎㅎ

yamoo 2016-06-11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트랜스님이 사이러스 님과 띠동갑이셨다뉘...@_@

transient-guest 2016-06-12 09:29   좋아요 0 | URL
..`띠`보다는 `동갑`에 중점을 두시기를...ㅎ
 

순서가 없이 그냥 짧게 정리한다.  너무 바쁘기도 하고, 머리도 복잡하여 차분하게 앉아서 생각할 짬이 없다.  3개월 전에 계획했던 DC여행도 취소했고, 6-7월 열심히 달려야 한다.  그런데 약간의 burn-out이 되어가는지 실수가 잦다.  큰 문제는 아닌데, 그래도 자꾸 작은 행정적인 업우에서 실수가 발생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뭔가 잘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최근에 다량으로 구입한 아사다 지로의 작품들 중 하나.  단편을 모아놓은 글인데, 무대와 배경은 모두 유신의 초기시절이다.  하늘과 땅이 엎어진 만큼이나 큰 변화의 시기였는데, 많은 사무라이 집안이 유신의 결과로 몰락하였고, 신흥부자나 상인계급 및 정치가 계급이 대두한 시대였다.  주로 많은 것을 빼앗긴 구막부신하나 그들의 자손들에 대한 이야기다.  '바람의 검 신선조'의 원작인 미부키시텐의 작가답게 유신을 일으킨 사쓰마나 죠슈에 대한 시선이 곱지는 않다.  재미있는 이야기.


용대운이나 야설록, 좌백과 진산이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의 토종무협작가들이지만, 이 책도 꽤나 재미있다.  작가에 따라 다르지만 구대문파 또는 구파일방이라 하면 소림과 무당, 화산파, 곤륜파, 점창파, 종남파, 공동파, 아미파, 청성파, 개방, 여기에 때로는 형산파 등이 포함되는데, 김용의 소설에서는 소림과 무당, 화산파, 개방 정도가 주로 등장하지만, 이번 책은 공동파의 전인이 주인공인 것이 흥미롭다.  내용은 다른 무협지와 대동소이하지만, 서역의 뇌음사나 황교승을 비롯한 '마'도의 인물들이 악역으로 나온 점이 특이하다고 하겠다.  인과관계나 진행의 논리는 다소 약한 편.  


무협에 판타지를 잘 섞은 느낌. 그것도 판타지에 무협을 적당히 버무린 것이 아닌 무협의 소재로써 판타지를 사용한 작품인데, 무협지에 진짜 '용'이 등장하는 건 처음 본다.  밑도끝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 용을 찾으러 가는 이야기.  처음에는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고 끌려나가지만, 곧 정체를 숨긴 고수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태극문'에는 한참 미치지 못할 것 같지만, 나름대로의 소소한 재미를 준다.


르포타쥬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조지 오웰의 역작.  '카탈로니아 찬가',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과 함께 보면 잘 이어진다.  광부들의 비참한 생활을 통해 들여다본 당시 사회 빈민층의 문제점을 그렸는데, 무척 예리한 관점이 옅보인다.  특히 빈민층 뿐만 아니라 교육에서 오는 중산층의 무관심과 보수성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의 현실에 대입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상황은 거시적인 부분에서 그리 많이 변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약간은 동양에 대한 편견도 보이는데, 특별한 차별이 느껴지기 보다는 시대적 한계로 볼 수 있는 수준.


빌려본 책.  이 역시 생각지도 못한 역작을 우연하게 만난 것.  중간에 조금 늘어지는 부분도 없지는 않지만, 석공의 대를 이은 성당건축에 대한 열정도 그랬고, 캐드펠 시리즈의 시대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읽는 내내 캐드펠 시리즈를 떠올리게 했다.  굳이 말하면 캐드펠 시리즈보다 아주 조금, 약 1-2년 앞선 시대에서 더 나중까지 이어진 이야기.  현대소설이라는 차이는 좀더 과격한 겁탈이나 서슴없는 죽음의 묘사이다.  한 가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악당들의 말로인데, 악한 수도사나 주교는 비참한 최후를 맞지 않고 교회에서 회개하여 안식을 구하지만, 세속의 악당은 교수형을 당하거나 전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결말.  나쁜 것으로 하면 뒤에서 모략을 꾸미고 악행을 조장한 주교의 최후가 더 비참했어야 하는데.  3권 내내 이어진 악행들의 결말이 조금 모호한 점도 아쉽다.  


골치아픈 일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이것 때문에 요즘 밥맛을 잃을 지경이니 말 다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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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0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맛을 잃은 대신에 독서, 글쓰기 욕구가 더 생기셨군요. ^^

transient-guest 2016-06-08 23:07   좋아요 0 | URL
책은 분명히 많이 읽고 있습니다.ㅎㅎ 글쓰기 욕구는 급한 맘에 그저 빨리 정리하는 정도..ㅎ 한동안 미친듯 읽었더니 확실히 눈이 책을 더 넓게 보네요.

몬스터 2016-06-10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쓰는 일이 잘 해결되셨음 좋겠어요. 하나씩 하나씩 해요. ( 나부터 ㅎㅎ )

많은게 그렇것 같아요. 미친 듯이 많이 하다보면 어느 순간 ˝아-˝하는 순간이 오는거..

저도 그저 책이나 미친듯이 많이 읽어 볼래요. 요즘 신경쓸게 많아 머리 아픈데 , 신경 쓴다고 바뀌는 것도 아닌거라..

transient-guest 2016-06-10 23:36   좋아요 0 | URL
조금씩 해결되고 있는 듯 한데, 언제나 그렇지만, 또다른 문제도 발생하고 하네요.ㅎㅎ (자영업자의 길이란...-_-:). 그렇게 하나씩 하다보면 가끔 시간이 나기도 하는데, 그럴때 조금씩 쉽니다.ㅎ 요즘은 소설과 무협지를 위주로 읽었네요..머리가 복잡했던 탓일 겁니다.ㅎ
 
언론노조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 <여러분, 우리의 싸움이 정당하다는 것을 함께 알립시다!>

윤정기 편집장님이 업무에 정상복귀할 때까지, 자음과 모음이 소를 취하할 때까지, 그리고 제대로 사과할 때까지 난 그들이 만드는 책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최소한 책을 만드는 사람은, 회사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입니다.  그딴 개수작을 부린다면 자음과 모음이 조선일보와 다른 점이 무엇이겠으며, 책은 왜 만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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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04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동자 문제를 외면하는 출판사가 좌파 사상가 지젝의 책을 펴냈더군요. 가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6-04 23:04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민음사 문제때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딴 식으로 할거면 박근혜씨 전기와 어록이나 출판하라고 하고 싶네요..정말로 가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