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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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영하 작가의 팟캐스트를 듣기 전까지는 로맹 가리라는 작가가 있는 줄도 몰랐다는 것이 내 솔직한 고백이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왔기 때문에 누구나 알 것 같은 고전문학의 유명한 이름은 어느 정도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다 읽어본 것은 아닌데, 이는 20대 초반까지는 문학보다는 역사나 역사소설을 주로 보았기 때문에 문학작품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반을 넘어서부터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꾸준히 고전을 읽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역시 주종이 아닌지라 그때 그때의 기분에 많이 좌우되는 것 같다.  어떤 날은 재미있다가 또 어떤 날은 플롯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는데, 서재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보다 깊은 읽기를 원하게 되어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던 때와는 달리 행간을 짚어내려고 하거나, 시대적인 배경, 작가의 철학 등등 플롯 이상의 것을 찾느라 정작 읽기 그 자체에 집중을 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나의 읽기는 그러니까 일종의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문학탐독의 댓가가 아닐까?

 

고전문학도 그러니, 근현대문학에 와서는 더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이광수를 필두로 한 한국 문단의 근현대 작가들은 조금씩 살펴보았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고전문학에서 근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의 작가들 몇 명의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이고, 그 외의 작품이나 작가들에 대한 이해나 지식은 얕기 그지 없다.  로맹 가리도 피츠제럴드나 헤밍웨이와 함께 새로 흥미를 갖게 된 몇 안되는, 내가 아는 작가들의 한 사람인데,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여정, 그리고 그 끝맺음 덕분에 그나마 작품에도 흥미를 갖게 된 작가이다.  말은 이렇게 해도 정작 그의 출세작은 아직도 조금 읽다가 내버려둔 채 일년을 훌쩍 넘겨버렸으니, 정말이지 문학으로의 길은 험하고도 먼 것 같다.

 

이 책은 그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작품인데, 표제작보다도 '진품'수집에 편집적으로 사로잡힌 남자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특이한 반전이 일품인 작품들 몇 편이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한 작가를 시작할 때 그의 대표작이나 유명한 대작으로 시작하는 것보다는 이런 단편 또는 소품집을 통해 먼저 조금 발을 담근 후, 어느 정도 그의 작품관이나 서술에 익숙해진 후에 본격적인 장편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은 입문경로라고 생각한다.  자기 입맛에 딱 맞는 작품일 수도 있지만, 고전문학에서 또는 그 의미가 현 시대까지 살아남아 전해오는 작품이나 작가라면 일괄적으로 비슷한 맛을 내기보다는 각자의 색깔이 강하게 마련인데, 이럴 때, 불쑥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은 읽기보다는 조금씩 다가가는 방법이 더욱 길고 깊은 독서를 가능케 할 수도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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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4-02-06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소설 독자들 사이에서는 90년대 작품도 옛날 작품 취급을 받습니다.소설 수명이 참 짧아요.외국 작품에 비해서요.일제시대 소설도 괜찮은 게 많은데 수험용으로 조금 읽지 제대로 감상하는 사람들이 드물죠.

transient-guest 2014-02-07 00:44   좋아요 0 | URL
어떤 유행처럼 독서를 하는 경향이 있어요. 드라마에서 책 한 권 들고 나오면 바로 판매부수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 그렇죠. 말씀처럼 90년대 작품만 해도 절판된 책들이 많은 것 같네요. 책 수명이 참 짧아요.

고양이라디오 2023-05-15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에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transient-guest 2023-05-16 02:07   좋아요 1 | URL
로맹 가리는 이 즈음에 무척 열심히 읽던 작가입니다 ㅎㅎ
 

누구나 자기가 지향하는 독서, 좋아하는 작가, 또는 다른 비슷한 유형의 특정인사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논리나 이론적인 당위성이 필요하지 않고, 다만 철저하게 자신만의 취향이나 선택에 따른 것이니까 호불호는 있을 수 있어도 옳고 그름을 논할 주제는 아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나에게 바로 이런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나도 그처럼 자기만의 공간을 책과 다른 미디어적인 부산물로 가득 채워 놓고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면서 한 세상을 보냈으면 좋겠다.  글재주도 없고, 강연은 꿈 같은 소리라서, 그저 그의 삶을 mimic하는 것은 독서로 만족해야 하는 처지라서 이는 물론 그냥 희망을 가장한 요망사항일 뿐이다.  다만, 사무실을 확장하거나 아니면 더 여유가 되어 자기만의 업무공간으로써의 건물을 마련할 수 있다면, 작더라도, 그 공간을 내 책과 영화 같은 것들로 가득 채울 수 있어도 좋겠지 싶다.  책을 읽고 쓰는 것이 자신의 밥줄이고, 따라서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은 단순한 놀이를 위한 동굴이 아닌 삶의 공간인 것처럼, 나의 사무실도 그렇게 꾸며지면 좋겠지 싶다.  시간을 아끼고 조금 더 아늑한 심리적 배려를 위해 자기 소유의 건물이나 공간이라면 더욱 좋겠는데, 여기에 운동을 할 수 있는 weight room과 나무 floor가 깔린 작은 도장 공간을 함께 넣으면 참 좋겠다.  예전에 다니는 검도장 건물이 그랬는데, 반 채 정도가 이층까지 터진 도장이고, 나머지는 강연실 두 채와 함께 이층으로 나누어 살림공간을 만들어 놓았던 것 같다.  여기에 책이 들어가고 업무를 볼 수 있는 구조라면 더없이 좋겠다.  이런 공상을 하면서 일을 하면서, 그렇게 하루는 또 지나간다.

 

나름대로 대단히 유명한 인사라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그의 책을 찾아가면서 읽고 있는데, 나는 다카시가 암에 걸린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  2006-7년 경의 일인 듯 싶은데, 아직까지는 재발하지 않고 살아 있는 것 같다. 

 

방광암에 걸린 그는 치료과정을 거치면서 그 특유의 진지한 태도로 암에 대한 조사를 하고 이를 NHK 다큐로 찍어냈다.  이 책에서도 그가 늘 해온 것처럼 자세한 조사를 하고 책을 일고 암에 대한 리포트를 실제 사례에 비춰, 의사의 현실적인 관점과는 사뭇 다른, 하지만 더없이 현실적인 케이스 사례로 스터디했다. 

 

암의 근원에는 생명의 비밀이 숨어있고 암의 작용은 근본적으로 생명력의 작용이기에 근절보다는 공존하는 치료가 미래의 지향점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쇠약해진 몸이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하고 스러지는 것을 볼 때, 구체적으로 악성암의 상태에서 항암치료로 연장하는 시간은 2개월 정도라고 할 때, 어쩌면 완치보다는 containment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조금 더 육체적인 조건에 친화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무엇보다 그는 암을 겪어 내면서 이 공부를 했으니까, 그의 그간의 경력을 볼 때 신빙성 있는 관점이라고 하겠다. 

 

지금은 절판된 다른 책들도 재출간되었으면 한다.  늘 생각하지만, 이렇게 한 세상 책을 읽으면서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몇 이나 있겠는가?  일본인 특유의 더쿠기질이 보이는 삶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부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드디어 이제까지 영문으로 번역된 Vampire Hunter D 시리즈를 다 읽었다.  21은 곧 나올 예정이니까, 잠깐 또 스토리를 잊어버릴 수 있겠다.  이건 사실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그저 읽을 때 그 찰나의 느낌을 즐기는 책이다.  이런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면 좀더 원본에 가까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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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4 (완전판) - 커튼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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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지는 않지만 예전의 크리스티 시리즈에서는 이 '커튼'을 마지막 편으로 배치했던 것 같다.  아마도 포와로의 죽음 때문일 것이다.  사실 미스 마플이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경감 같이 다른 중심인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도 않을 정도로 크리스티 시리즈의 대명사는 포와로였다.  마치 코난 도일 하면 홈즈라던가 모리스 르블랑 하면 뤼팽이라던가 하는 구도를 반영한 사고였는데, 그 만큼, 아주 최근까지도 나는 크리스티의 탐정은 포와로 하나로 알고 있었다. 

 

전집에서는 14번째의 작품이지만, 이 작품의 배경은 포와로의 말년. 어떻게 보면 2차대전 후, 해체되어 가던 대영제국의 마지막과 묘하게 오버랲 되는 느낌인데, 두뇌는 정정할 지언정, 관절염과 노령으로 고생하는 포와로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지게 된다.  살인을 하지 않는다는 그의 가치관과 희대의 살인마의 범죄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그 살인, 그 사이의 가치관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오직 한 가지의 방법은 무엇일까.  과연 그 방법 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줄거리는 대충 알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읽은 '커튼'은 읽는 내내 정해진 결말을 향해 치닫는 한 존재에 깊이 몰입되어 가슴이 조마조마했더랬다.  그래도 남은 시리즈에서 회고담으로써 또는 다른 시대적 배경에서 포와로는 부활하겠지?  혹시 궁금하다.  이 시리즈도 다른 작가들이 쓴 spin off가 있는지.  있다면 포와로가 다시 살아나는 스토리가 있지는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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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이녀석의 이름은 미미.  금년으로 14살이 되는 암컷 진돗개.  우리 집안에서 태어나서 눈을 뜨기 전부터 우리 가족을 알던 녀석이다.  알고 지낸 세월이 14년이 되니까, 지금 와서 보면 어지간한 사람들, 그러니까 나이가 들어서 만난 사람들보다도 더 오래 친구로 지낸 셈이다. 

 

이제는 많이 늙고, 당뇨까지 걸러서 예전처럼 날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원체 호기심이 많고 날랜 녀석이라서 여러 번 담을 넘거나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버린 덕분에 우리 가족의 속을 참 여러 번 썩였었다.  심지어는 동네를 지나가는 고속도로가 이 녀석 때문에 마비된 적이 있다는 사실.  한창때의 일인데, 집을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어찌어찌해서 고속도로 길로 들어선 것.  다행히 어떤 눈밝은 운전자가 차를 세우고, 다른 차들을 다 세우고, 경찰을 부르고...당시 녀석을 찾고 있던 우리와 상황이 맞아떨어져서 별 탈 없이 녀석을 찾아온 적도 있다.

 

최근에는 문이 살짝 열린 틈에 성치 않은 몸을 끌고 동네마실을 갖다가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이때에도 이웃에서 눈이 안 보이고 늙은 개가 힘겹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서 자기 집 뒷뜰로 유인해서 쉬게 한 뒤 경찰을 불렀고, 경찰은 바로 동물보호소에 데려다 줬는데, 그 덕분에 다음 날 아침, 밥도 잘 먹고 인슐린 주사까지 얻어맞는 녀석을 찾아올 수 있었다.  그 뒤로는 고생한 기억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린 듯, 양양하게 회춘(?)한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다.

 

한가한 오후에 사진을 뒤적이다가 얼마 전에 찍어놓은 녀석의 사진이 있어 올려봤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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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4-02-01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된 가족이네요. ^^

transient-guest 2014-02-04 01:40   좋아요 0 | URL
20대 이후에는 이렇게 오래 누군가를 알고 지낸 경우가 별로 없는 듯 합니다. 정말 오랜 가족이고 친구에요.ㅎ
 

지난 1월 20일은 Martin Luther King Jr. Day로 연휴였다.  실제로 킹목사의 생일은 1월 15일인데 매년 그 바로 다음 주의 월요일을 공식휴일로 쉬기 때문에 한 해의 첫 연휴라고 볼 수 있다.  워싱턴과 링컨 대통령의 생일을 합쳐 만든 2월 중순의 President's Day연휴와 함께 새해 초반, 한 해를 시작하면서 살짝 밀려오는 부담이나 피로감을 덜고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고마훈 연휴들이다.  킹목사 Day연휴 때 Lake Tahoe에 가서 짧은 여행을 하다가 이곳에도 헌책방이 있을까 싶어 찾아보고 방문한 곳이다. 

 

내가 즐겨찾는 로고스나 Recyled Books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란 규모의 서점이지만 Keynote는 대형서점이 들어오지 않는 South Lake Tahoe라는, 그야말로 관광객과 리조트 직원을 빼면 인구도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 영업하는 몇 개 안되는 서점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역시 너무 작고 지저분 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한번 와봤다 하는 정도의 기억만 남겼다.

보다시피 아주 작은 상가건물의 한 동을 서점으로 꾸며놨는데, 내부는 주인 할아버지의 책상, 그리고 아주 좁은 복도로 간신히 걸어다닐 수 있는 공간을 빼고는 책과 LP/CD로 꽉 차있었다.  이렇게 쓰고보니 나름 책을 많이 갖고 있는 곳이긴 한데, 보관상태랄까 진열상태랄까, 마치 주인 할아버지가 서점의 마지막 주인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 좀 너무한 얘기일까?  

 

 

마지막 사진의 저 유리문 책장에는 이 서점에서 가장 비싼 책들이 따로 보관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초판본이나 이런 희귀서적이겠지 싶다.  구세군과 함께 이런 곳에서는 책을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좋은 값에 희귀본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John Dunning의 북맨 시리즈가 떠올랐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책 냄새가 아닌, 씻지 않은 사람의 냄새가 심하고 환기도 잘 시키지 않는 지저분한 분위기 때문에 서점의 내부를 즐기지는 못했다.  소중한 것들을 모아놓은 공간인데, 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니 평화시장 쪽의 헌책방 밀집단지가 떠오른다.  그곳에서도 마구 쌓아놓은 책더미가 맘에 들지 않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두 권이나 사왔다.  지역을 생각하면 그리 싼 값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서점이 조금이나마 오래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래된 예전 PC를 뒤져보면 분명히 아벨서점에서 찍은 사진들도 몇 개가 나올텐데, 찾으면 그 참에 아벨서점을 추억해 볼 생각이다.  아직도 건재하게 지역사회의 리더 역할을 하고 계시는 사장님도 생각이 난다.  난 겨울의 아벨서점 내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책으로 가득찬 따뜻한 공간, 그리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까지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그냥 누구라도 붙잡고 말을 걸고 싶을 정도로 나를 들뜨게 하는 그곳이 아벨서점이다.  다음에는 꼭 다시 한번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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