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문 안에서
나쓰메 소오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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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쓰메 소세키 (아마도 소오세키가 맞을 듯)는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로서 일제 강점기 한국 땅의 문단에도 큰 영향을 준 문학가이다.  그 시절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소세키는 지성인이라면 당연히 한번 정도는 읽었어야 마땅한 교양의 첨단이었던 듯 싶다.  '그 후'라는 작품으로 그를 접한 이래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씩 그의 다른 작품들을 섭렵해왔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 '도련님' 같은 책에는 근대 일본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나타나는데, 식민지 시절의 암울함만이 전부인 당시 한국 땅의 모습에서는 볼 수 없는 근대화의 물결, 그리고 우리 땅에서는 해방 후에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이런 저런 행태가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대가의 에세이로써, 그의 작품실에서 유리문 밖으로 바라본 세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소오세키가 바라본 바깥 세상의 모습을 담담하게 적어놓았는데, 나와는 100년 이상으로 벌어진 시공간의 차이를 건너 대가의 한 부분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책에서 나온 '명문' 몇 개를 적어 내 감상을 대신하고 싶다.

 

'숨이 막히도록 괴로운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밤 나는 오히려 오랜만에 인간다운 흐뭇한 마음을 맛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향기 높은 문학 작품을 읽고 났을 때 느끼는 기분과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개 짙은 가을부터 찬바람 부는 겨울에 걸쳐, 땡땡 울리는 서한사의 종소리는 언제나 내 마음 깊이 슬프고도 시린 그 무엇인가를 울려넣은 것처럼 어린 내 마음을 스산하게 했다.'

 

생활 구석구석에서 글의 소재를 찾는 것은 작가의 힘이자 업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이렇게 가슴에 깊이 들어오는 말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역시 좋은 작가만이 갖고 있는 솜씨라고 하겠다.  나는 소세키의 글에서 종종 그런 마음의 울림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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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뒀습니다
다자와 다쿠야 지음, 황선종 옮김 / 해냄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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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7년 무렵에 산 책이고, 그때 딱 한번 읽고 지금까지 서재에서 잠자고 있던 책이다.  이번 10 days 10 books project의 첫 번째 choice가 된 이유는 2011년 퇴사, 그리고 2012년 창업 후지금까지를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한번 돌아보기 위함이다. 

 

그 당시 난 변호사로서의 첫 해를 첫 직장에서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회사에서의 생활은 매우 힘들었다.  창업멤버로서 영입된 형식이지만, 결국 작은 사무실에서 온갖 일들, 특히 영어가 약한 대표가 못 하는 일을 모두 도맡아 실무를 배워가면서 진행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기 때문인데, 그에 비해 보수는 말도 못하게 낮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자기만족을 갖기 어려운 자리에서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과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인데, 우연히 발견한 작은 한국서점에서 제목을 보고나서 단박에 사 읽으면서 언젠가 이 회사를 그만둘 그날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달랬던 것이다. 

 

그때에는 책을 읽고서 이렇게 남긴다는 것은 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였고, 그 덕분에, 내용과 함께, 고스란히 내 무의식의 깊숙한 저편으로 이 책을 떠나보냈었다.  그때에도 지금처럼 깊이 내용을 찾아가면서 읽었더라면 훗날의 내 몇 가지 실수는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서 멈추지 말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만큼, 앞으로를 대비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그리고 경로를 통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퇴사를 하고, 자기의 것을 찾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단순히 생계형으로 자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장인수준의 깊이를 추구하면서 한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 또는 제법 규모있는 중견사업체의 수장으로서 두 번째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통해,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단순히 earning의 다른 방편 이상으로 따져보고 있다.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삶에 목숨을 거는 것과 같다'는 말처럼 안일하고 단순한 생각으로는 회사라는, 무엇을 하여도 붙어만 있으면 월급이 나오는 배경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우물쭈물하지 말아야하고, 치밀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지만, 이와 동시에 상당히 대범한 구석도 있어야 함은 또한 물론이다.  그래도, 매일 남의 일을 하면서 막연히 사람을 돕는다는 생각을 하면 자조하던 때보다는 이렇게 '거리'에서 살아가면서 나의 시간에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은 즐겁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버티면, 또한 최소한 어느 정도의 벌이는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에 묘한 마음의 평안도 얻을 수 있다.  그런 마음으로 다가오는 세월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고 평판이 나는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의 어려움은 결국 이름이 덜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의 생활에서 고만고만한 대기업/중소기업을 떠나 고만고만한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월급으로 만족해야 하는 삶이라면, 그리고 그 월급의 대부분은 그 직장을 다니기 위한 도시거주비용이라는 마중물로 다시 환원되어야 하는 삶, 그러면서도 마흔을 넘기면 점점 불안이 고조되는 그런 삶에 지쳐있다면, 더 늦기 전에 대안을 생각해보는 것을 어떨까?  대안이라 함은 제도안에서의 그것이 아니라, 시스템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꾸준히 현재의 내 practice외에도 다른 수입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땅이 넓은 이곳의 장점과 비교적 출퇴근 및 근무처가 자유로운 나의 장점을 합쳐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살면서 작은 밭을 가꾸고 self sufficient한 삶을 살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고, 차차 나아지는 수입을 낭비없이 - 돈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약간의 여유를 갖게 되면 미친 사람처럼 돈을 써대는 것을 매우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다 - 잘 모아서 부동산 투자 같은 것으로 약간의 여유를 만들어 내는 것도 다른 방편이 될게다.  그때야말로 '회사'를 그만두고,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한 일을 줄이고, 공부와 봉사를 하면서 좀더 깊은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인생은 선택이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신중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빨리 행동으로 옮기며, 그런 후에는 뒤를 보지 말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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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처음으로 20일 20권 project에 도전하였는데, 마지막 5권에 발목을 잡혀 기한을 맞추지 못했었다.  업무를 보면서, 다른 책을 읽으면서, 운동을 하고,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확실히 느꼈고, 이후 잡은 10권 project는 시작단계에서 다른 일들과 맞물려 흐지부지 되었던 바, 다시 한번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saint님의 서재에서 두 번째 20권 project라는 글을 보고서, 용기를 내어서 다시 도전할 생각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책을 구매하여 시작하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지난 번처럼 예전에 읽었던 계발서나 실용서적들 중, 비교적 내용이 충실하다고 생각한 열 권을 모아 보았다.

 

 

 

 

 

 

 

 

 

 

 

 

 

 

 

 

 

순서는 딱히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행복의 정복'만큼은 맨 마지막에 읽을 것이다.  이 책은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한 책이 아닌, '행복'과 '불행'에 대한 넓고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시하여 줄 것임을 믿기 때문에 특별히 마지막에 읽는 것이 의미를 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지난 번과는 달리 책 한 권을 읽으면 바로 읽은 기록을 남겨볼 생각이다.  열 권을 다 읽고나서 비교하는 것도 좋겠지만, impact있게 다가왔던 내용을 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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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9-1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발목을 잡힐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일단 열심히 읽고는 있는데 10일도 안남았으니 말입니다.

transient-guest 2013-09-12 01:12   좋아요 0 | URL
계속 이어가는 그 꾸준한 행위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저에게 다시 시작할 계기를 주셨으니 언젠가는 저도 님께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완전판)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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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두 번째 읽은 전집의 책은 역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인데, 비교적 order를 중시하는 나의 성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순서대로 읽어나갈 것 같다.  출판사에서 정리한 순서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인데, 이를 존중하는 의미도 있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앞서의 괴도신사 뤼팽이나 홈즈 시리즈 모두 같은 출판사의 번역을 읽었는데, 그렇게 순서대로 읽었다. 

 

추리소설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 이 책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종의 밀실트릭의 확대본 같은 설정인데, 범인에게 조력자가 있었어야 하는 부분은 트릭의 완벽함을 다소 훼손하기는 하지만, 앞서 읽은 단편을 보면, 이렇게 너무도 당연한 설정을 넣었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추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을 보면, 이 역시 거장의 솜씨가 아닌가 싶다.  역시 등잔 밑이 가장 어두운 법이고, 해결의 실마리는 가장 simple한 데서부터 찾아야 하는 것이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열악한 국내의 출판시장을 볼 때, 이런 책들은 나올 때 무조건 구해야 한다.  나중에 절판되고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장준하 선생의 둘도 없는 친구인 김준엽 선생의 책은 그렇게 일부가 절판되어 나는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  이곳에서 구입하기에는 다소 높게 책정된 가격때문에 망설이는 사이에 그렇게 좋은 역사의 primary resource가 절판되어 버렸다.  휴가때 한국을 가게 되면 헌책방을 돌아보아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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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저 조잡하게나마 읽은 것을 남기려는 시도 정도의 글이지만, 그것도 글이라도 잘 쓰여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요즘이 그런 시기인데, 원인은 모르겠다.  아마도 몇 권씩 밀려가면서 자연스럽게 게을러진 것이 아닌가 싶다.  독서강사들을 보면 거의 매일 일상의 소재로 글을 올리고, 책을 읽은 감상과 여행감상이 함께 주기적으로 올라오던데, 취미가 일이 된 것은 장단점이 있겠지만, 장점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책으로 먹고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듯 싶다.

 

당.연.히 나는 지금도 꾸준이 매일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살고 있다.  추리소설도 읽고, 얼마전에 한꺼번에 무리해서 구매한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들도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다.  다만, 후기를 남기고 있지 못할 뿐인데,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나중에는 어떤 책을 읽었는지 까마득해진다.  그렇다.  벌써 그런 나이가 된 것이다. 

 

지난 번 사건 초기에도 썼듯이 이석기 사건은 국정원의 공작임은 분명하다.  이석기의 유무죄를 떠나서 사건을 계속 흘리고, 출처가 불분명한 증거자료라는 것들조차도 그 존재감이 너무도 희미해서 그들의 논리라는 것이 도대체 사람이라는 동물이 만들었다고 할 수도 없을 만치 조악하다.  정말이지 우리는 가카장로가 길을 닦고, 그네꼬가 부활시킨 망령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냉전종식 이후부터 세계는 선과 악을 이분법이 아닌 multilateral한 시대로 진입했지만, 한국의 망령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들이 획책한 부활은 정말이지 너무도 완벽하다.  국정원은 다시 중앙정보부가 되었고, 검찰권력의 핵심은 공안통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심지어는 정치깡패들까지도 이런 저런 21세기의 탈을 쓰고 다시 등장했으니 말이다.

 

이석기의 사조직이라는 Revolutionary Organization, 약칭 RO는 말 그대로 혁명조직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이미 이런 저런 패러디가 존재하는데, 이 naming sense는 '술을 먹고 운전을 했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모 연예인의 발언 이후 최강의 병진력을 자랑한다고 본다.  생각해보라, 신차모델명이 '자동차'라거나, 신제품 TV의 모델명이 '테레비'라고 하는 수준의 작명센스를 말이다.  시대의 후례자식이었던 중앙정보부의 후신답다. 

 

다들 먹고살려고 하는 짓이니까, 또는 너도 처자식이 있어봐라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흔하게 오용되고 남용되는 말이다.  무엇이나 이해할 수도 있는 이유가 있다는 것인데, 그런 논리라면 살인강간도 다 이해할 수 있는 범인만의 사정이 있다.  국정원 댓글작업의 상징으로 나온, '여자'가 아닌 '요원'이고 싶으나, 한 '여성'으로서의 '인권'이 짓밟혔다더는 그 요원 역시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 것이고, 권은희 수사과장의 말을 반박하며 '자랑스런 경찰'이고 싶다면서 울먹이던 12-3명의 경찰 떨거지들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얼마나 개xx 같던지간에 말이다.

 

요즘 읽고 있는 다치바나 선생의 책들 중, '멸망하는 국가'를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의 영향을 그 누구보다도 많이 받았고, 이를 떨쳐내지 못하고 정재계 및 사회전반에 그 잔재가 깊이 남아있는 탓에, 일본은 우리를 제대로 보게 하는 거울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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