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슬램덩크를 좋아하고, 지금까지도 꺼내어 보면서 감동을 받는 이유는 화려한 서태웅, 주인공 강백호 때문이 아니다 (물론, 채소연 앞에서 농구 '아주 좋아 합니다' 하는 부분 빼고).  슬램덩크라는 만화를 비디오 카피로 먼저 보고, 대학에 가서 만화책을 보고나서, 남는 가장 최고의 장면은 딱 여기라고 하겠다.

 

포기하면, 그 순간 모든 것이 끝이라는 안선생님의 말씀.  그리고 농구가 하고 싶다면서 heart가 완전히 오픈되는 정대만의 커밍아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장면이다.

 

물론.  잉여의 첨단을 달리는 일베들 중 간혹 '왼손은 거들 뿐'에 목숨을 거는 이들도 있지만, 그건 좀 그헣지요...

 

갑자기 생각나서 올린 포스팅이다.  참고로 본인인 구 버전의 슬램덩크를 소유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완전판을 소유하게 될 사람으로서, 위의 짤방은 온전히 교육목적임을 분명히 합니다.  미국 copyright 법을 준수하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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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3-04-2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왼손은 거들 뿐"이 좋아요. 요즘 잉여들 사이의 그 다채로운 활용이란 ㅋㅋ
피 끓는 남자 중딩들의 '왼 손' 드립은 ㅎㅎ

transient-guest 2013-04-26 00:17   좋아요 0 | URL
처음에 '왼손은 거들 뿐'이 거시기한 쪽으로 활용되던 때가 생각나네요..ㅎㅎㅎ

saint236 2013-04-26 08:02   좋아요 0 | URL
왼손은 거들뿐도 좋지만 전 그것보다는 채치수의 투혼이 생각이 납니다. 해남전의 그 투혼. 그리고 넌 가자미다.^^

transient-guest 2013-04-26 09:16   좋아요 0 | URL
슬램덩크가 당시 실제 NBA선수들을 모티브로 하여 케릭터를 구상했다고 하는데요, 채치수를 보면 확실히 Patrick Ewing이 생각납니다.ㅎㅎ 그 밖에 서태웅 = 마이클 조단, 강백호 = 데니스 로드맨...(맞나?) 그리고 생각이 나지 않네요. 혹 아시는 분?

saint236 2013-04-27 11:2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다른건 몰라도 강백호는 데니스 로드맨이죠...

transient-guest 2013-04-27 18:56   좋아요 0 | URL
갑자기 든 생각인데, 비슷하기는 하지만, 데니스보다는 시대상 찰스 버클리 같기도 합니다, 강백호는. 이런거에 정통하신 분 없나요?

saint236 2013-04-27 23:04   좋아요 0 | URL
강백호는 원래 찰스 바클리가 롤 모델이었다고 합니다. 서태웅이 조던이고, 그의 맞수는 뭐니뭐니해도 피닉스 선즈의 코트의 악동 바클리죠. 로드맨은 만화가 진행된 중반 정도에 투영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물론 후반에는 로드맨을 닮아가기는 하지만(리바운드가) 만화를 기획하고 그리던 시기에는 바클리가 맞겠죠? 채치수는 패트릭 유잉을 닮았고요, 그 고릴라 모습이...^^ 나중에 새롭게 등장한 김판석이라는 센터는 아마도 샤킬 오닐이겠지요? 어떤 사람들은 정대만을 매직 존슨이라고 하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이정환을 매직 존슨이라고도 하고요. 정우성은 얀서니 하더웨이라고 하네요. 듣고 보니 얼굴도 비슷하고, 신현철은 하킴 올라주원이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리운 이름들이네요.^^

saint236 2013-04-27 23:13   좋아요 0 | URL
로드맨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슬램덩크가 시작하던 90-91시즌이고요, 시카고에서 뛰면서 유명한 리바운드 왕이 된 것은 95~97시즌이네요. 그전에는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에서 다음으로는 93-95에는 샌 안토니오 스퍼스에서 있었네요. 당시 스퍼스는 뭐니뭐니해도 데이비드 로빈슨이죠. 제독이자 신사 로빈슨과 망나니 로드맨의 조합은 상당히 부조화했는데 그 트윈타워는 정말 무시무시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로드맨의 이적과 팀던컨의 가세로 스퍼스의 트윈타워가 팀던컨과 로빈슨이 되었지만 로드맨과 로빈슨의 조합도 꽤 볼만했었죠.^^ 개인적으로 당시 로빈슨과 SBS의 오성식, 정재근을 좋아했던지라.^^

transient-guest 2013-04-28 03:19   좋아요 0 | URL
그렇죠? 당시에 피닉스 선스와 시카고 불스의 NBA챔피언쉽이 기억나네요. 로드맨은 얼굴만 알다가 나중에 시카고에 가서 컴백한 조던, 피핀, 로드맨 콤비를 이루어서 당시 정규시즌 최고승수도 올리고 대단했죠. 그러고보니 90년대의 농구가 대단했죠. 한번은 방송에서 조던, 피핀, 로드맨 vs 다른 팀 시합을 선전하면서 수퍼맨, 베트맨, 로드맨이라는 멘트를 날리기도 했었죠...ㅎㅎ 그립네요. 칼 말론, 스탁턴 콤비도 보고싶구요..ㅎ
 

기왕에 시작한 만화책 이야기를 조금 더 하려 한다.  거창한 것은 없고, 그저 내가 즐겼던, 만화를 소개하는 정도라고 볼 수 있겠다.  주로 소장하고 있는 것들을 위주로 써봤다.

 

그 당시 유행했던 학원물의 전형적인 스타일.  범생 여학생이 터프한 남학생을 좋아한다는 이야기.  사실 알고보면 더도 덜도 아닌 학생 깡패수준의 주인공인데, 악역과의 차별은 그저 의리가 좀 있고, 야비하지 않다는 것.  이런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면 바보가 된다.  그저 즐기는 정도에 그칠 것.  그렇게 보면, 상당히 웃긴 만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류작들 중 질이 더 나쁜 것들도 많이 있는데, 90년대 중반에는 이런 것을 읽고서 일진회 같은 불량서클을 만들어 미니조폭질을 하다 잡힌 고교생들 이야기가 잊을만하면 뉴스에 나오곤 했다.  고등학교부터 특채로 입사하여 조폭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넘치는 지금, 그리고 사채와 철거 등, 비교적 합법(?)을 동반한 조직활동에 깊숙히 담그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지금, 이 정도는 애교라고 하겠지만, 아마도 지금의 그 씨앗은 이때 파종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만화를 더 재미있게 보려면, 일본의 팝컬쳐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때 나온 많은 학원물들이 '비바'라는 제목을 차용했던 것 같다.  누가 원조 '비바'인지는 모르겠지만, 비바 하이스쿨 같은 제목도 생각이 난다.  '만세'라는 외국어인데, 블루스 만세는 조금 이상한 듯. 

 

다카하시 류미코는 얼마 안되는 여성 만화가인데, 란마, 그리고 이누야샤 시리즈로 매우 유명하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캐릭터 설정, 그 이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특히 돋보이는데, 이분의 작품들 중 '란마'는 예전 다이나믹 콩콩 시리즈의 표절작 '금봉이'시리즈로 일부 접한 바 있다.  당시 우리집에서는 만화책은 일절 사주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에 친구들이 가져온 책을 어렵사리 빌려 읽은 기억이 난다.  그 트라우마 덕분인지, 나이를 많이 먹어버린 지금에야 게임이나 만화를 맘대로 사들이곤 하는데, 역시 나이에 맞는 것을 그때그때 해버려야 뒷날 나같은 짓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 고민해서 빨리 해보지 않으면 다음 10년에는 지금 했어야 하는 것들을 찾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를 일.  '도레미 하우스'는 원제가 메종일각이라는 작품인데, 손전화는 커녕 삐삐도 없던 시절의 연애물이다.  하숙집 주인인 미망인을 재수생인 주인공이 좋아하는 설정으로 해서 나온 속칭 '누님물'의 전형이나 원조에 가까운 작품.  영어본으로 봤는데, 지금봐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지나간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코이케 카즈오 선생의 대표작인 Lone Wolf and Cub, Samurai Executioner, Path of Assassin, Lady Snowblood (슈라유키히메) 등은 모두 영어본으로 보았다.  이 분의 작품으로 더욱 유명한 Crying Freeman역시 영어본으로 보았는데, 어린 나이에 무지하게 야한 그림때문에 혼자 있을때 봤던 것 같다.  Crying Freeman은 몰라도, 다른 사무라이 활극들은 상당히 재미있게, 로맨틱하게, 그러나 사실적으로 그렸고, 시대극으로써의 가치도 높았다고 기억한다.  그나저나 Wiki를 찾다가 알게 되었는데, 이분도 사숙을 운영했다고 하고, 이 사숙 출신의 유명한 작가들이 여럿 나왔는데, 다카하시 류미코 (란마 등), 키쿠치 히데유키 (뱀파이어 헌터 D), 하라 텟츠오 (북두의 권), 이타가키 케이스케 (바키) 등이 있다고 한다.  명사에 고제자가 난 셈.  이런 사숙제도는 잘 이용되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보겠지만, 잘못 이용되면 젊은이 여럿을 모아 시중을 들게 하면서, 아이디어를 빼먹기나 할 것이니, 제도보다 사람과 문화가 먼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스타일의 운영에서 유명한 것이 내 기억에 오사무 테스카가 운영했던 초창기의 사숙인 것 같다.  이 Lone Wolf and Cub은 쌈마이 영화 스타일로 나온 것이 여러 편 있는데, '아들을 동반한 검객'이라는 다소 이상한 번역으로 한국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이 작품도 상당히 유명한데, 내 기억에 아이큐 점프 출신의 어느 만화가가 이 작품, 그리고 비슷한 여러 작품들, 예를 들면 AD Police File같은 것을 이렇게 저렇게 도용해서 만든게 기억난다.  단행본도 있었는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책은 거의 안 빌려주기 때문에 대부분은 가지고 있는데, 예전에 몇 번 누군가에게 떼먹힌 것들 중 하나였는지도 모르겠다.  '비보호 좌회전'이라는 단행본도 학교 동기누나가 빌려가서 안 가져온 것으로 기억한다 (나쁜 x)...

 

한국 만화는 많이 빠져있는데, 내가 어릴 때만해도 이곳에서 한국 만화를 구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작품들을 소장하지 못하고 있다.  허영만의 '식객'이나 '타짜'도 아직은 갖고 있지 않다.  사실 허영만의 유명세는 조금 controversial한데, 김세영이란 걸출한 스토리 작가의 credit을 상당부분 빼앗은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작화가와 스토리 작가가 따로 credit을 받는 일본 시스템이 이런 점에서는 훨씬 더 합리적이다.  그러고 보니, 

 

요녀석들도 구매 예정.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절판되지 말기를 바랄뿐.

 

간만에 시간이 좀 많아서 이런 저런 옛날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지금은 자리가 없어서 모두 박스속에 고이 모셔져 있지만, 이담에 서재를 꾸미게 되면 꼭 다시 잘 정리해 놓을 녀석들이다.

 

여담이지만 최근에 '사채꾼 우시지마'라는 괴작을 보았는데, 조금 보다가 말았다.  아무리 극사실주의를 지향하는 망가라지만, 쓰레기스러운 이야기는 좀 그렇다.  다른건 몰라도 만화는 그저 즐겁고 희망차거나 용기를 주는 것들이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만화를 보고 이상한 녀석들이 나올까봐 걱정될 정도로 내가 받은 impression은 무척 나빴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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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4-23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빛 숟가락> 같은 만화도 즐겨 보셔요.
포근한 마음과 사랑 담은 만화도 참 많아요~

transient-guest 2013-04-23 14:11   좋아요 0 | URL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김수정 작가의 일곱개의 숫가락은 좋아합니다만..ㅎ

Forgettable. 2013-04-23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만화 중에서는 강도하의 세브리깡이란 웹툰을 보면서 마지막 문단과 똑같은 생각을 했었어요. 극사실주의적 불쾌감이 오히려 공포혐오엽기 만화보다 더 견디기 힘든듯;;

transient-guest 2013-04-23 14:12   좋아요 0 | URL
그런 내용이 있었군요. 사채업자는 참 나쁜 만화라고 생각됩니다. 야하고 폭력적인 내용이 호환마마보다 무섭다고 옛날 비디오에 Crying Freeman만화 컷과 함께 나오곤 했었는데, 사채업자로 바꾸어야 할 듯..

saint236 2013-04-2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라잉 프리맨의 작가는 뭐랄까요? 스토리가 디테일하지 못해서 읽고 난 다음에 이게 왜 그렇지라는 의문이 듭니다. 개연성이 부족한 것이지요.

transient-guest 2013-04-23 14:13   좋아요 0 | URL
Crying Freeman은 스토리보다는 액션으로, 그리고 어린 나이에 금지된 그 무엇(?)을 보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다른 스토리는 훌륭합니다.
 

읽고 나니,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로맹 가리의 인생 내내, 어머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누가 보아도, 매우 성공한 그의 인생 - 참전용사, 국가영웅, 작가, 정치인 - 이 과연 그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아마도 자기 자신의 목숨을 버린 것이 거의 유일한 그 자신만의 인생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어머니의 유일한 희망이나 대리만족적인 존재로서의 삶의 결과가 이런 성공한 인생이었음을 아주 나이가 들어서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아닐런지?  아니, 그제서야 자각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기 인생에 자기의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음을. 

어머니의 강력한 자기암시의 예언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로맹 가리의 인생이었음은 비극과 희극적인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제 그의 작품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었다. 

 

읽는 내내, 줄거리가 낯익어서 혼났다.  분명 읽은 기억은 없는데.  그만큼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세계도 매너리즘에 빠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의 작품에 너무도 익숙해 진 것인지.  처음에는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던 많은 기술적 요소들이 진부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의 탓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유독 잘 팔리는 작가들 중 하나라는 '오명'아닌 오명을 달고 있는 그의 다음 작품은 좀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유머를 소재로 하여 작가 특유의 입담은 여전히 대단하지만, 유머의 소재를 인터넷으로 제공받았기 때문인지, 예전에 최불암 시리즈에서 본 유머들까지 각색된 점은 pro인지 con인지 모르겠다.  아니, 그 유머의 시작이 최불암 시리즈였는지조차도 가물가물할 지경.  그래도 그의 애독자라면 소장할 가치가 있음은 충분.

 

우리 시대 최고의 글쟁이라고 - 작가보다는 - 생각되는 조용헌의 최근작.  조선일보에 쓴 칼럼을 모았는데, 한국신문을 보지 않는, 보더라도 조선일보를 볼 생각이 없는 나로서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  조용헌의 동양철학, 사주, 강호, 고수 등의 이야기는 일상을 탈출할 수 없는 나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언젠가는 나도 모든 것을 던지고 좀더 안빈낙도하는 삶으로 이사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보수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보수라고 하겠다.  그의 정치관은 알 수 없지만, 글로 먹고사는 사람으로서 글 앞에 솔직한 그의 모습이 좋다.  글고 혹세무민하는 사람들은 보고 배울지어다.

 

 

로쟈의 강의를 모은 책.  이번에는 글자의 크기가 너무 큰, 즉 상대적으로 내용이 짧다는 점이 좀 별로이다.  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그의 문학/책 강의에 참가할 수 없기에, 이런 것을 통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좋다. 

 

일부 이야기들은 새롭게 느껴지지만, 솔직히 다루어진 책과 강의수준은 나에게는 좀 낮은듯.  주부강좌나 책을 별로 읽지 않는 요즘의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강의수준이라고 생각되었다. 

 

로쟈의 강의에 직접 나가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점을 묻고 싶다.

 

 

Etc.

 

 

 

 

 

 

 

 

 

 

그 밖에 읽은 것들.  신의 물방울은 슬슬 지겨워 지는 듯.  한때 와인붐에 편승해, 와인더쿠를 양산하기까지 했었던 만화지만, 이제는 결말을 지을때가 된 것 같다.  도서관의 주인은 여전히 동심의 세계로 가는 길목.  동화를 구해서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만화.  우라사와 나오키의 초기 단편 모음은 실험적인 아이디어와 습작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당분간 만화에만 눈이 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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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3-04-23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사적인 독서>가 이번 주문에서 밀렸어요. 일단 로자님 책은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미룬 거였는데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정도인가봐요? 응? ;; 근데 트란님, 삘 받으셨다. 폭탄 페이퍼 막 올라오는데 다 만화 얘기다. @@

transient-guest 2013-04-23 14:09   좋아요 0 | URL
만화를 테마로 잡으니까 할말이 많더라구요..ㅎㅎㅎ 사적인 독서는 강연 모음?? 셰계문학 다시읽기 보다 조금 더 부실했다고 생각됩니다. ㅎㅎㅎ ㅎㅎㅎ

blanca 2013-04-23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로맹가리의 저 책은 로맹가리의 입문서로 좋은 것 같아요. 로맹가리 자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인듯 해요. 저도 생각보다 <신의 물방울>은 별로였어요. <도서관의 주인> 재미있겠어요.

transient-guest 2013-04-23 14:10   좋아요 0 | URL
유명인이나 앞서가는 분들의 독서이야기는 참고가 되기는 하지만, 역시 다 맞지는 않나봐요. 김영하 작가는 로맹가리의 책을 다 읽고 이 책을 읽으라고 했거든요..ㅎㅎ 신의 물방울, 아니 와인 자체가 이제는 신비스럽지 않죠.. ㅎ

야클 2013-04-2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에 계시면서 이 정도의 독서량이라면 국내에 계셨으면 엄청나게 읽으셨겠어요. 저도 반성 좀 해야겠습니다. 책 한권 잡고 일주일째. -_-

transient-guest 2013-04-23 14:10   좋아요 0 | URL
사들이기는 분명 엄청 사들였겠지만, 한국에 있었으면 저도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는 못했을 것 같네요. 아무래도 외국의 근무환경이 좋고, 전 더구나 자영업자니까요..ㅎㅎㅎ 남는건 시간뿐이네요..

Shining 2013-04-2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맹 가리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사람이에요. 다양한 이력도 그렇지만 어떤 모습은 눈물나게 관대한데 어떤 모습은 어리둥절할만큼 이기적인 말을 하거든요. 하지만 매력적인 작가이자 사람인 건 분명해요. 개인적으로 저는 로맹 가리를 작화증과 허언증이 좋은 쪽으로 발현된 아주 훌륭한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전 이 책이 가리의 소설 중 가장 좋아요. 어머니에 대한 부끄러움과 환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오이디푸스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가는 가리의 마음과 그 마음을 깨끗하게 비추는 문장들이요. 특히 나는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 라는 문장. 최고예요.

transient-guest 2013-04-24 01:14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로맹 가리의 다양한 인생여정은 작가로서의 그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어린 시절부터의 그, 전쟁 후의 그, 작가로서의 그. ㅎㅎ 저는요, '나는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라는 문장이 명문이지만, 왠지 읽고 처연해지더라구요.. 저만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oren 2015-01-17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오래 전에 쓰신 글이지만 처음으로 이 글을 읽는 저 같은 사람이) 이 글을 읽으니 어느 소설가가 로맹 가리에 대해 쓴 글이 새삼 더 깊은 의미로 확 다가오는 듯하네요.
* * *
로맹 가리의 짤막한 문장의 유서는 이렇게 끝난다.
˝나는 마침내 완전히 나를 표현했다.˝

transient-guest 2015-01-18 01:00   좋아요 0 | URL
로맹 가리를 생각하면 아직도 안개속을 헤메이는 듯 한 느낌을 받습니다만, 죽음만이 온전히 자기의 소유였다고도 생각이 됩니다. 평생 자기의 정체성을 고민하지 않았나 싶은데 나중에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한 것도 그런 시도와 무관하다고 생각되지 않구요.
 

정말 간만에 만화를 이것저것 본 김에 살면서 이제까지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만화들을 모아보고 싶어졌다.  오전의 상담 몇 개를 끝내고, 이번 주중에 어느 정도 마무리 지을 일을 앞두고 있는데, 살짝 게을러 진 김에, 서재에 와서 놀면서, 그간 책 남기기에 게을렀음을 살짝 반성하고 있다.

 

합본으로 나온 것은 없는데, 아마도 예전에 '반항하지마'라는 한국 제목을 달고 이름을 모조리 한국식 음독으로 번역했던 작품을 '애장판'이라는 이름으로 원제로 풀어낸 듯.  원래 Great Teacher Onizuka라고 나왔던 작품이다.  같은 작가의 이전 작품인 '상남 이인조'의 주인공들 중 하나인 Onizuka Eikichi (이게 아마 영길로 읽히는 듯)가 5류급 대학인 유라시아 대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교사가 되어 벌이는 학교 모험담.  그 당시 일본의 심각한 문제였던 학원 왕따, 학대, 선생님 습격, 선생님의 범죄나 타락을 주인공의 근기와 깡으로 하나씩 바로잡은 학원 판타지라고 보겠다.  brain빼고는 모든 것을 갖춘 주인공의 활약은, 물론 실제로 가능할 수는 없겠지만, 매우 cool~한 대리만족을 주었었다.  주인공이 실제로 나이를 먹었다면 이제 대략 30대 중반을 넘어섰을 듯.  이건 영문판으로 모두 가지고 있는데, 나중에 세일로 한꺼번에 풀리면 구매를 고려할 것 같다.  드라마로도 나왔었는데, 이 작품은 전 세계에서 약 400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안다. 

 

20세기 소년의 작가인 우라사와 나오키의 초기작들 중 유명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나오는 작품들 중 하나.  지금은 대도숙 공도의 한국 지부장을 맡고 있는 류운 김기태님의 글에서 소개받아 구해본 책.  8-90년대 일본 여자유도의 간판스타인 다무라 료코를 모델로 해서 만든 유도 캐릭터 야와라의 일상을 유도와 함께 잘 녹여낸 작품.  유도만화라기 보다는 연애만화라는 류운님의 평도 있듯, 이 만화는 유도와 연애담을 두 개의 축으로 삼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스터 키튼' 역시 우라사와 나오키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인데, 내 개인적으로는 야와라가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더 말이 필요없는, 그 당시의 기준으로는 살짝 야한 부분까지 더해서 성인만화로 분류되어 나왔던 작품.  주로 해적판으로 구해서 본 기억이 있는데, 예전에 한국에 머무를 때, 중고로 완전판을 구입했다.  폐점한 만화방에서 풀린 물건이었는지, 책의 staple자국과 진한 담배냄새가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이 완전판을 그야말로 십 수년만에 다시 본 덕분에 스토리의 모든 전모를 알게 되었다.  후속작인 Angel Heart는 animation으로만 접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구해볼 생각이다.  주인공의 이름을 '우수한'과 '사오리'로 만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매우 80년대 스타일의 그림과 발상이 특이하다.  책도 그렇지만, 만화 역시 역사연구의 일차사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둘 다 말이 필요없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바람의 검심은 한때 세계의 많은 이들이 일본의 근대시대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고, 다소 미화된 관점까지 갖게 했을 만큼 영향력이 큰 만화였는데, 이 만화를 보면 일본인들의 숙명론이나 운명론에 입각한 인생관을 느낄때가 있다.  불교에서 차용된 이런 관점이 잘못 이용되면 2차대전의 만행이 당시의 시대에서 어쩔 수 없는 '숙명'적인 일본의 'role'이었다거나, 일본도 '피해자'라는 아스트랄함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배가본드는 실로 오랫만에 34권이 나온 듯.  영본과 한국본을 오가면서 읽었는데, 이제서야 겨우 업데이트가 된 것 같다.  사실 작가가 포기하고 안 그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무사시의 일반적인 결말은 간류지마에서 사사키 고지로오와의 한판승부가 되고, 더 길게 늘이면, 말년까지 갈 수 있으니, 과연 몇 권에서 끝이 날까 궁금.

 

주로 월간 보물섬을 통해 연재되었던 작품들인데, 어릴 때 너무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 시절 일본 만화는 다이나믹 콩콩인가 하는 출판사에서 가짜 작가를 내세워 대거표절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나름 이때는 국산 만화의 중흥기라고 본다.  월간 보물섬 외에도 어깨동무, 새소년, 소년경향, 소년중앙 같은 잡지에서 만화를 다루었고, 나중에는 르네상스를 필두로하여 순정만화 잡지가 나오기도 했었다.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축구를 주제로 한 '그라운드의 표범'도 좋았고, 권투만화나 '이겨라 벤'같은 만화도 좋았다 (다만, 풍산견이 실제로 보니, 전혀 다르게 생겼더라는 것.  그리고 투견만화의 '투견'은 참 나쁘다는 것).  다시 구해보고 싶어졌다.  이들도 그렇고, 옛날 어릴적의 잡지도 그렇고.  이러다가 오타쿠가 될지도 모르겠다.  책더쿠...-_-:

 

더 많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아서 이만 줄여야 하겠다는 생각.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른 만화 이야기를 올릴 생각이다.

 

PS. 쓰고 나서 든 생각.  깜빡했다.  내 시대 최고의 만화는 뭐니뭐니해도!

 

 

 

 

 

 

 

 

 

 

 

 

 

 

해적판과 아이큐 점프, 그리고 단행본이 함께 군웅할거를 하게 만든.  인터넷이 나오기 직전, 그리고 태동기를 평정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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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04-2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해피도 진짜 좋았어요!! 바람의검심과 베가본드는 보통 둘다 좋아하거나, 둘다 취향이 아니거나, 그렇던데 전 베가본드만 좋더라구요. 베가본드 ㅠ
엄청 좋아해서 미야모토 무사시 열권짜리 책도 막 읽고 그랬었어요 ㅎㅎ

transient-guest 2013-04-23 14:07   좋아요 0 | URL
해피는 제가 모르는 것 같구요. 검심과 배가본드는 조금 다른 듯 합니다. 한창 유행때 검도장에서 일본 선배에게 물으니 아~~빠가본드...라고 하던게 기억나네요..ㅎㅎ

Forgettable. 2013-04-24 00:19   좋아요 0 | URL
해피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테니스 만화입니당 ㅎㅎㅎ
기회 되시면 한 번 보세요!

transient-guest 2013-04-24 01:15   좋아요 0 | URL
만화에 화두가 꽂히면 위험한데, 자꾸 만화도 더 모아들이고 싶어지네요.ㅎㅎ 보통 책보다 권당 가격은 낮지만, 권수가 무시무시하니까 이게 쉽지 않은데 말이죠..

saint236 2013-04-23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개에 더해서 원피스도...

transient-guest 2013-04-23 14:08   좋아요 0 | URL
원피스는 좀 나중에 나왔죠...아직 안 봤습니다. 아무래도 어릴 때 보던 만화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연식이 좀 되었나봅니다, 제가...ㅎ

saint236 2013-04-27 11:24   좋아요 0 | URL
세인트 세이야도 좋죠...^^
 
20세기 소년 + 21세기 소년 세트 - 전24권 (묶음)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늘 책을 덜 사고, 지금 가지고 있는 녀석들을 더 보자고 다짐하건만, 그리고 자주 욕구를 억누르기는 하지만, 결국 어쩌다 한번씩은 집단구매를 저지르곤 한다.  지난 주에도 이런 충동의 결과로 추리소설 몇 권과 함께 이 합본을 사서 읽었다.  결과적으로 주머니가 조금 가벼워지기는 했지만, 더 미루지 않고,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온지 꽤 지난, 그리고 세계멸망이라는, 책의 주제라기 보다는 하나의 장치로 쓰인 이 테마역시 유행이 지나가고 있지만, 시공간이 바뀌면서 진행되는 이 만화는 그야말로 하나의 드라마였다.

 

너무도 유명한 70-80년대의 어린이 만화 플롯 - 악당이 나타나서 지구정복 혹은 멸망을 획책하는데, 극적인 위기의 순간에 영웅이 나타나서 이를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다는 - 을 이렇게 꽈배기처럼 꼬아놓고, 여기에 등장인물 하나마다 인간의 여러 모습을 하나씩 새겨놓은 이 작품은 단순히 만화가 아닌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꼭 작가의 메시지를 찾을 필요는 없겠지만, 내가 느끼는 몇 가지 포인트는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보였던 것 같다. 

 

일단, 나비효과.  1970년, 어린아이들이 저지르는 일상의 단순한 일들이 이어지고, 여기서 파생된 결과물이 '친구'의 '세계정복'.  1970년에 몇 가지 일만 일어나지 않았거나 일어났어도 '친구'는 탄생되지 않았을 것 같다. 

 

인간은 누구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약한 존재라는 점.  그러나 이런 약한 존재들이 모여 하나의 힘을 낼 때 사회를 바꾸고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점. 

 

극단적인 조작과 세뇌를 통한 민중통제는 현 시대,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  민주/독재국가, 동서양, 빈부를 막론하고 이런 조작은 어디에서든 일어나고 있다는 것.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이자 미스터리는 시공간의 연결 이상, virtual reality와 과거/현재/미래의 연결. 

 

백문이 불여일견.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았겠지만, 아직까지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구매를 고려하는 것도 좋겠다.  세일이니까.  난 이런 합본 세일을 좋아한다.  신간을 구매해서 읽을 때 느끼는 설레임도 좋지만, 모두 끝난 작품을 이렇게 한꺼번에 구해서 볼 때의 느긋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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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3-04-2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켄지....나오키는 참 대단한 작가. 그런데
이 만화의 영화판은 거의 '재앙'...이더군요.

transient-guest 2013-04-23 14:06   좋아요 0 | URL
일본애들이 보면, 만화의 드라마화는 좋은데, 영화화는 좀 약하더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