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의 신작인데, 아직까지도 번역되어 들어가진 않은 듯. 운 좋게 가끔 가는 대형서점에서 쿠폰과 멤버쉽 DC를 합쳐서 거의 60%에 무려 First Edition을 구했다. 내가 First Edition에 목을 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수집함에 있어 조금이라도 나중에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보려면 First Edition으로써, 깨끗한 카피, 그리고 Book Club Edition이 아닐 것 등이다. 아마도 경찰 출신의 고서적상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Bookman" 시리즈에서 본 것 같다.
언제나 행간, 이슈 뒤의 이슈를 짚어내서 문자화하는 능력이 탁월한 글래드웰 답게, 이번에는 수치상의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사례를 필두로 하여 다양한 사회이슈를 분석하면서 한 가지 법칙을 찾아낸다. 강점이나 장점이 아무리 효과적이고 좋은 것이라도 일정한 임계점을 지나면 바로 그 강점이나 장점을 강점/장점으로 만드는 요소들이 이들의 목적한 바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Inverted U라는 그래프상의 모형으로 보여주는데, 어느 정도의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는 모양을 대충 상상하면 되겠다. 책의 내용은 언제나 그러듯이 알차고 단숨에 읽을 수 있을만큼 열정적인 재미를 준다. 이 책을 보고 내가 가진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이유. 저자에 따르면 시동이 방패를 들어줄 정도로 무거운 갑주로 무장한 중장보병 타입의 골리앗은 일대일의 대결에서는 강했을지 모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자신과 같이 중무장을 하고, 사정권까지 들어와주어야만 활용가능한 강점이었다. 그러나 다윗은 사자와 곰을 때려죽일만큼 강력하고 정확한 돌팔매질의 명수였는데, 사정거리나 그 힘에 있어 돌팔매는 현대의 권총사격이 갖는 효과를 갖고 있었다는 것. 무엇보다도 다윗은 골리앗을 최강자로 보이게 만든 그 요소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상황과 무기를 갖추었다는 것. 상대방의 룰이 아닌, 자신만의 룰로 대결을 지배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 고고학적인 추측이 난무하는 골리앗의 거인병설은 조금은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게임이 아닌 자신만의 게임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승리의 포인트가 된다. 90년대 말 최강의 격투기 무대였던 Pride FC에서 유술의 절대강자였던 호이스 그레이시와 90분간의 명승부를 펼친 사쿠라바 카즈시의 절정기의 시합들이 바로 그러했던 것을 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포인트는 굉장한 설득력이 있다.
이 역시 같은 경로로 구매했고 역시 First Edition이다. 빌 브라이슨의 필력이나 소재발굴은 워낙에 출중한 덕에 별다른 소개가 필요 없는 책이라고 본다. 왜 아직까지 번역이 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1927년 여름에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던, 아니 최소한 미국을 뜨겁게 달구었거나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다음 50년의 판도를 다진 사건들을 종횡으로 연결하면서 풀어내고 있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각 사건과 인물들의 후기까지도 에필로그에 나열해주는 세심함까지 볼 수 있다.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뎀시와 터니의 20회전 복싱 헤비급 챔피언전, 베이드 루쓰의 60회 홈런, 세기의 스나이더 치정살인사건, 캐빈 쿨리지 대통령의 불출마선언, 알 카포네의 마지막 치세, 금주법, 아나키스트 폭탄테러, 그리고 월스트리트를 무너뜨리고 대공황을 불러일으킨 4 은행가들의 회동, etc. 이들의 사건과 주변부의 사건들을 재미있게 연결하여 썰을 풀어내는데, 455페이지 가량되는 긴 책을 읽는 내내 지겨움 한번 없이 볼 수 있었다. 내가 모르는 당시 역사나 인물상 또한 새로운 것이 많았다. 예를 들어, 린드버그가 지독한 인총차별주의자였다는 것을 이 책에서 처음으로 보았는데, 그는 열렬한 나찌와 히틀러의 추종자였고, 크리슈탈낙크 직전까지 독일로 이민가서 사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당시 미국의 항공영웅들 중 하나였던 버드소령 역시 반 사기꾼에 가까운 캐릭터였다는 것. 사실 그는 극점 항공횡단보다도 이제는 지구공동설에 관련된 음모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람이니 이 또한 세월이 무상하다고 하겠다.
두 책 모두 번역본이 나오면 꼭 구해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