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진지하거나 좀 머리를 쓰게 되는 책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요즘은 새삼 추리소설 같은 적당히 재미있고, 고풍스러운, 그런 책들을 찾게 된다. 불행히도 가지고 있는 추리소설은 이미 완독, 재독, 아니 삼독까지 마친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쉬운 마음에 이리저리 browsing을 하면서 읽고 싶은 추리소설들을 모아놓았다. 일단 자리가 잡힐 때까지는 약간의 긴축재정을 운용하고 있기에 당장 구매할 수는 없다. 이러다가 절판되는게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그런 걱정은 나의 least priority에 해당한다, 적어도 지금에는.
보라! 이 빛나는 박스셋트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못해 찬란하기까지 하다.
지금보니 황금가지와 까치글방이 이른바 양대산맥 같은데 나로써는 셜록홈즈 전집과의 인연 때문인지 황금가지판에 더 마음이 간다. 크리스티 여사는 워낙 다작인지라 이 셋트는 첫 50권까지만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는 아직도 발간 중인 듯하다. 이외에도 읽고 싶은 것들은 넘쳐나는데, 모두 내 보관함에 고이 모셔놓았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인데, 영어판보다는 한국판으로 읽고 싶다.
끝으로 일본작가들의 기괴한 머릿속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사회적인 이슈나 사건을 다루는 미야베 미유키 스타일도 좋겠지만, 난 좀더 사건 자체에 집중한, 특히 우리보다 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 더 마음이 간다.
에도가와 란포는 익히 알려진 대로 에드거 알란 포우를 좋아한 작가가 포우의 이름을 일본 발음으로 고쳐 만든 필명인데, 포우의 어두컴컴한 정신세계, 밤을 사랑한 탐미주의적인 기질을 잘 이어받은 것 같다. 에도가와 란포 상이라는 추리소설계의 유명한 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중 몇가지는 예전에 리뷰한 작품들인데, 보다 더 많은 작품이 있겠지만 다 번역되어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신살인사건'은 정말 특이한 작품인데, 이 다카기 아카미스의 작품들은 '문신살인사건' 말고는 구하기 어려운 것 같다. 대략 두 작품정도가 더 들어와 있는데, 헌책방에서 운좋게 구하기 전에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작품들과 작가들 이상 워낙에 많은 일본작가들의 책이 번역되어 들어와 있으니만큼, 한국에서는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대략 1.5-2배로 비싸게 들여오니 워낙에도 맘먹고 한번씩 구해보곤 했었지, 근처의 반즈앤노블을 가는 기분으로 산적은 한번도 없었다. 지금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나도 사회생활 초창기에 독서를 위한 '투자자'를 구했다는 모 작가/강사처럼 나한테 '투자'할 사람을 찾아야 하나?
오늘도 사무실에 나와 앉아 있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닥쳐오는 일은 많은데, 아직까지 뭔가 새로운 전기라고는 이렇게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매일 출근하는 것 뿐이다.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도 실무경력 6년차에 600건 이상의 다양한 케이스들을 진행한 경험이 있으니까 조금씩 알려지면 괜찮겠지 하면서 버티기도 하는, 그야말로 소심남의 표준이 되어가는 것 같은 요즘이다.
이런 속을 누가 알아줄 리도 없고, 혼자서 이렇게 삭이는 것. 추리소설이나 좀 봤으면 좋겠다.
뒷뜰이 있는 집을 사면 잘 정리하고 꾸며서 런던의 도시풍으로 데코레이션을 한 뒤, 문패를 하나 붙이고 싶다. 221B Baker Str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