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월초가 돌아와서 이렇게 쿠폰이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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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가시면 댓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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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6-0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모처럼 아침에 접속하니 이런 행운이 있네요. 잘 쓸게요.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13-06-05 02:29   좋아요 0 | URL
재밌게 보세요. ㅎㅎ
 

일을 하면서 틈틈히 온라인으로 뉴스도 보고, 소식도 찾고 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구본형씨가 돌아가신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한창 자기개발, 부동산, 멘토링 등등의 책들을 많이 읽던 시절이 있었다.  면허 취득하고 남의 밑에서 일하면서 그야말로 여러 가지 이유들로 - 경영철학, 대인관계, 인생관, 등등 - 대표가 보기 싫어서 회사를 다니는 것은 하루를 견뎌내면서 자기를 단련하는 시간처럼 살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책들은 읽고나면 다시 볼 일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어떤 저자들 - 예컨데, 예병일, 아니 공병호 같은 경우 더더욱 - 과는 철학이 맞지 않아서 쉽게 공감하지 못할때가 많았으나, 그래도 이나모리 가즈오와 구본형씨의 책은 배울 점이 많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여전히 멘토링으로 성공하여 멘토링 자체가 business가 된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두 사람 - 오늘의 주제는 구본형씨니까 - 구본형씨의 경우 어느 정도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후 마흔 셋의 나이에 무엇인가를 느낀바 있어 새로운 분야로 뛰어들었다고 보이기 때문에, 그리고 책의 내용도 상당히 중도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거부감을 덜 느끼게 했다.  또한, 그의 지도하에 태어난 젊은이들 중 일부는 2세대, 3세대 리더로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을 볼 때, 역시 그의 이른 소천은 아쉽기만 하다.  이미 49재가 가까워 오는데, 이런 뒷북이 공연히 미안하게 느껴진다.  부디 소망하신 바를 다 이루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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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3-05-30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EBS <고전읽기>를 듣고 구본형 씨와 정이 많이 들었어요. 겉핥기 식이 아니라 이 사람은 정말 제대로 무언가를 알고 사람들에게 풀어내 주려고 애쓰는구나, 싶어서 저도 모르게 점점 팬이 되더라고요. 공동 진행자였던 개그맨 이희구씨의 의견이나 해석도 존중하고 격려해 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좋았고요. 그런데 그 때가 이미 병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고 하는 후일담을 듣고 더욱 놀랐어요. 거의 돌아가시기 전까지 밝은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고전 이야기를 해 주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떠난 후에야 그렇게 아픈데도 최선을 다했던 마지막이 뭉클했습니다.

transient-guest 2013-05-30 19:58   좋아요 0 | URL
한국에 있지 않기 때문에 놓치고 사는 것도 많아요, 저는. 목소리가 참 안정적이라는 생각과, 섣불리 예측하거나 역설하는 것이 아닌 성찰에서 나온 글이란 생각을 하면서 이분의 책을 봤어요. 60세도 못 채우시고 돌아가셨으니 참 아깝네요. 물론 같은 나이의 보통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많은 일을 하셨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아~ 역시 암은 무서워요...

2013-05-30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30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 동안 잘 읽히지 않던 책이 다시 술술 읽히기 시작한다.  reading에도 슬럼프가 온다고는 하는데, 과연 지난 3-4월에 나는 슬럼프를 겪었던 것인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다만, 눈에 보이는 최근과의 차이는 스케줄인데, 4월까지는 정신없이 돌아가던 회사가 5월에는 갑자기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아니면 내가 practice하는 분야의 legal service market이 돌연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것들이 일순간 정지해버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야심차게 계획하던 몇 가지를 일단 stop시켜놓고, 내심 초조하게 business가 pickpu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3-4주간의 시간을 보내고 났더니, 그간 꽉 조여져있던 머리가 다소 풀리기라도 했는지, 지난 주말부터는 독서의 많은 부분이 보통때의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해도, 몰입도, 뭐 이런 것들 말이다.

 

지난 주중에 시작해서 warm up을 하는 자전거 위에서 틈틈히 읽은 책이다.  신경숙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처음으로 접하는 문체답지 않게 착착 마음에 감겨 와 닿는다.  이전에 김탁환이 같은 주제에 대해 쓴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과 같은 소재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소설과 신경숙의 소설과는 소재의 동일함, 일정한 timeline의 겹침외에는 그리 닮은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리진을 읽으면서 리심을 떠올린 적이 별로 없었다는 말이다.  그저, 왜 비슷한 시기에 문헌상에는 아주 조금만 남아있는, 파리에 처음으로 가본 구한말의 조선 궁녀의 이야기를 두 명의 유명한, 하지만, 꽤나 다른 대착점에 서 있는 두 작가가 풀어볼 생각을 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은 중간중간 들었다.

 

김탁환의 리심은 소설 같다.  굉장히 빠르고, 여러 플롯들이 함께 전개되어 재미있는 한 편의 극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신경숙의 리진은 차분하다.  인물과 플롯을 엮어 극화화 했다기 보다는, 리진을 중심으로, 한 명의 여자의 눈에 비친, 한 시대의 종말, 새로운 문물, 그 속에서 느끼는 고독, 한계, 이런 것들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여기에는 구한말 조선을 둘러싼 정세속에서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 political maneuvering은 별로 없다.  그저 담담한 한 여자의 이야기가 마치 그 당시 조선의 운명처럼 잔잔하게, 그리고 애잔하게 그려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탁환의 리진보다는 신경숙의 리진이 더 긴 여운을 남기는 까닭은 무엇일까?

 

 

 

 

 

 

 

 

 

 

 

 

 

 

 

표지의 느낌도 비슷하고 그림체도 비슷하지만, 그 밖의 모든 것들이 다른 김탁환의 책도 여기에 소개하고 싶다.  그의 책들도 절판된 것들이 많아서 못 구하는데, 박지원의 이야기를 다룬 압록강이 여기에 속한다.  다행스럽게도 예전에 한국책이 다수 보유되어있던 모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서 한 차례 읽은 적은 있으나, 글로 남기지는 못했기에, 기회가 되면 다시 구해서 읽어볼 책들 중 하나이다.

 

조금 slow하게 남은 5월의 한 주를 보내고, 다가오는 6월부터는 모든 것이 또다시 차차 정상궤도로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해야겠다.  이런 날도, 저런 날도, 한 초도 다시 돌려받을 수 없는 내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이다.  그저 남아있는 동안,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심신을 단련하면서, 그렇게 족적을 남김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PS 책이 술술 읽힌다고 했을때 쓰려던 이야기를 막상 글을 쓰던 순간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폴 오스커의 '달의 궁전'을 또한 읽고 있는데, 잘 읽힌다.  그전에 본 뉴욕 3부작은 막히던 부분도 있었는데 말이다.  달의 궁전은 곧 다 끝낼 듯.  그나저나 고전문학과 영어책을 더 읽어야 하겠는데, 잘 손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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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05-29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탁환 씨 소설이 참 재밌습니다.추리기법을 능숙하게 구사하기도 하고요.
<압록강 >이야긴데...이건 광해군의 밀명을 받고 후금에 항복한 강홍립 장군을 다룬 작품입니다.박지원 등 실학파가 나오는 소설은 백탑파 시리즈에 있는 <방각본 살인사건>입니다.

transient-guest 2013-05-29 23:28   좋아요 0 | URL
김탁환 소설은 저도 참 재미있게 여러 가지를 읽었어요. 그런데,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니 압록강은 제가 착각했네요. 강홍립 장군 이야기를 하시니까, 압록강 내용이 확 다시 떠오르네요..ㅎ
 
이명석의 유쾌한 일본만화 편력기
이명석 지음 / 홍디자인 / 1999년 2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처음에 득템하고서 읽은 후 어제 다시 읽어 보았다.  한 8-9년을 사이에 두고 두 번을 읽은 셈이다.  만화책을 사랑하는 저자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 대표적인 일본 만화작품 50편을 소개한 이 책에는 생각보다 내가 모르던 작품들이 더 많이 들어있는데, 한국의 그것에 비해 훨씬 깊고 넓은 일본 만화의 세계를 생각할 때,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작품들은 주로 상당한 유명세를 탄 작품들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우리가 익히 아는 드레곤 볼이나 슬램덩크, 내일의 조, 캔디 캔디 같은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요즘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반발인지, 만화, 장남감, 혹은 오락실 게임을 못 즐겼던 과거에 대한 반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만 만화책을 모아들이고 싶어진다.  사실 처음에 부모님 곁을 떠나 미국에 와서 좋았던 것이 이런 것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볼 수 있었다는 점이긴도 한데, 그럴만큼 우리 집에선 원래 자라나는 아이들의 필수 영양소인 이런 것들을 극도로 차단시켰었기 때문에, 난 지금도 게임과 만화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 슈퍼닌텐도 (슈퍼패미콤의 미국 버전)로 나온 Street Fighter 2는 얼마나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었던지, 오락실에 가서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서도 무한대로 집에서 즐기는 게임의 맛이란.  지금이야 가정용 콘솔이 게임계를 lead하고 있지만, PSX까지만 해도, 가정용 콘솔의 최대목표는 오락실의 게임을 가급적 100%에 가깝게 이식하는 것이었었다.  아! 그런데, 이것은 게임 이야기의 책이 아니지...

 

80년대의 문고판 만화들 중 상당수는 일본 작가의 작품을 제멋대로 들여와서 가상의 한국 작가를 내세워 찍어내던 것들이고, 90년대의 상당 기간동안도 정품발매보다는 해적판이 더 유행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명석이 꼽은 작품들은 그런 경로로조차 볼 수 없었던 것들이 태반인데, 그것은 그와 나의 세대차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일본 만화책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문서 내지는 reference로 손색이 없는 책이고, 심심할 때 가끔씩 꺼내어 읽으면서 만화책에 대한 이런 저런 상상을 하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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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3-05-2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에도 이런 얘기 쓰신 적 있어요. 트란님은 유년기, 혹은 십대와 제대로 이별을 못하신 걸 수도. (응?) <애도 예찬>인가, 아니, 프로이트인가? 그런 비슷한 걸 어디서 읽었었는데,,, 제대로 그 시기를 끝내지 못했을 때, 회귀심리, 반동심리, 뭐 그래서 집착하게 되는. (뭐래는지. 트란님이 정리좀 해주세요.;; 저 지금 와인 마시고 팽팽 돌고 있는 중. ㅎㅎ)

트란님 청소년 때 얘기 들으니까 좋아요. 이런 얘기, 책 얘기 중간중간에 좀 곁들여주세요. 게임이라니, 만화라니 제가 또 잠시 헷갈리고 있지만. 눈 떼굴떼굴 개구장이 같았을 것 같기도.;;

연휴가 언제까지에요? 내일도 연휴에요?

transient-guest 2013-05-27 11:19   좋아요 0 | URL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죠.ㅎㅎ 뭐 덜 자란 man-child같은거요. 저도 정확한 심리학 용어는 몰라요. 확실히 운동도 그렇고 취미도 대부분 그렇고, 혼자 노는 아이 스타일..-_-: 연휴는 월요일까지가 연휴입니다. Memorial Day라고 2차대전때 유럽에서 이긴 날이죠 아마?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이런 시간을 갖는 것 같다.  예전에 남의 일을 할 때에는 물론 여유라는 것을 갖기 어려운 때가 더 많았지만, 회사의 상태나 일의 load에 덜 구애를 받으면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했었기에, 가끔씩은 업무시간 중에 밖으로 나와서 커피를 사마시면서 오후를 보내곤 했었다.  하지만, 작년에 나의 일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일 외적인 것들, 예컨데 사무, 미팅, 관리, 재정까지 오만가지가 다 나의 손과 머리를 거쳐가게 되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카페출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뭐,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서도, 커피값 2-3불이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분명히 심리적인 압박이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이번 주말의 본격적인 여름의 휴가철을 알리는 Memorial Day주말로써 연휴기간이 된다.  빠른 사람들은 이미 어디론가 떠났을 시간인데, 딱히 갈곳은 없지만, 사무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나도 훌쩍(?) 카페로 나와서 이렇게 노트북을 켜고, 전화는 개인 손전화로 forward를 시켜놓은채, 메모장을 펴놓고, 만약(?)의 상담전화에 대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책을 읽으며 오전 한때를 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간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틈틈히 읽은 책 몇 권의 이야기를 펼쳐 보려고 한다.

 

죠니 뎁과 출연진의 연기력과 스토리, 그리고 기괴한 분위기를 적절히 연출해 낸 촬영까지, 지금 보아도 재미있는 The Ninth Gate의 원작이 되는 소설이다.  이제와서 보니 영화는 원작의 모티브와 인물들을 끌어다가 상당부분을 재구성한 일종의 파생작품이었던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영화를 보았던 경험이 - 나는 이 영화를 심심할 때마다 보곤 해서, 아마도 열 번 정도는 보았을 것이다 - 책의 재미를 방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책을 다 읽고 나서 영화를 다시 한번 보게 되었던 것을 보면, 책이나 영화나 separately 그리고 함께 2-3 시간의 즐거움을 준다고 할 수 있겠다.  The Ninth Gate가 나오던 즈음만 해도 남는 시간에 종종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의 모든 것이 그때보다는 좋아졌지만, 그 시절의 젊음과 여유가 그립다.  과거를 추억하면서, 향수를 느끼는 우리의 심리상 항상 지나간 시간은 미화되는 경향이 심하다는데, 그러면서 한때의 젊은이는 꼰대가 되어가는 것일까?

 

앞서 말했듯이 영화와 책의 차이도 상당하거니와, 결말도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면, 주로 원작을 많이 cut하고 재구성한 느낌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무엇인가 모자란다거나 부족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반대의 경우는 영화로 압축되고 변형된 모티브의 원형을 밟아가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the great 폴 오스터의 출세작이라고 하는 뉴욕 3부작을 이제서야 읽었다.  그간 김영하의 팟캐스트나 기타 책에 관련된 많은 글에서 폴 오스터의 위명을 들어왔던 바,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다만, 이 책은 1987년 경에 나왔기 때문에 이미 25년이 훌쩍 지나가버린 지금의 사고가 아닌, 그때의 무엇인가 보다 더 slow한 사고와 생활을 기본전제로 하고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추리소설의 고전을 읽을 때에도 많이 느끼는 것인데, 사실 인터넷과 온라인 database가 활성화 되어있는 지금과 그 이전의 세상은 얼마나 다른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또한 이런 비교는 이 작품 역시 일종의 추리소설의 형식을 따른 것이라고 볼 때, 일견 타당하기까지 한 듯.

 

3개의 각기 다른, 그러나 interconnect된 text들 속에서 내가 어렴풋이 보고 느낀 것은 오스터 내면세계의 현실화 내지는 작품화같다.  운동을 하면서, 조금은 정신없이 읽었기 때문에 이번 한 번에 실체를 깊이 규명하는 것은 어렵다.  그저, 무엇인가 이 작품은 오스터속의 각기 다른 단면을 캐릭터화하였다는 것.  작품에 깊이 빠져들어가면 살짝 가상광증이 올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이 때에만해도 많은 작품들이 그 전 시대의 문학, 즉 소설을 이야기를 통해 무엇인가를 말하려했던 것 같다.  아니, 그런 흔적을 보았다고나 할까?  21세기 한국문단에서 공공연히 회자되는 소설 그 자체로써의 소설보다는 좀더 고풍스러운 이런 것도 좋겠지 싶다.  그간 문학계의 현학적이거나 교조적이고, 견강부회에 대한 팬의 반발로써 이야기 그대로의 이야기도 좋고, 독자의 사고에 모든 의미를 맡겨버리는 형식도 좋지만, 역시 글은 그 깊이에 참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필히 조금 더 천천히 읽어볼 책.

 

늘상 하는 이야기지만, 책이란 것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의 경우도 그렇다.  이 책, '지중해 기행'은 몇 달전에 구매하고 바로 '모레아 기행'에 이어 읽으려고 했던 책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왜 그랬는지, 내용이 썩 잘 들어오지 않았고, 공감도 어려웠기에 내려놓았다가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의외로 쑥쑥 읽어내려가서 잠깐 짬을 내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2-3일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건성이 아니라 제법 그 의미와 당시의 지중해 일대에 면한 고대의 지역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읽으면서 많이는 아니지만, 카잔차키스의 종교관, 인생관을 보고 공감한 부분에 밑줄을 쳤는데, 책을 사무실에 두고와서 - 자리가 좀 많이 남는 사무실 공간을 개인서재로 쓰고 있다 - 옮기지는 못하겠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의 대두를 보던 그가 무솔리니를 만난 느낌에 대한 것인데, 인류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관점에는 이 넘치는 활기를 긍정했던 것.  물론 윈주에 의하면 말년에 상당부분 이를 철회했다지만, 차별과 억압이 본격화되고 조직적으로 일상화되기 전까지, 특히 가해자의 입장에 설 수 있는 사람들에게 파시즘이나 나치즘 같은 전체주의는 일견 매력적일 것이다.  무엇인가 들썩거리면서 무엇인가 돌아가는 것 같은 환상과 착각을 주는 전체주의행정이야말로 인민의 아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시간정도만 더 앉아있다가 운동을 하려 갈 생각.  새벽운동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운동을 마치고 나왔을 때, 비추는, 겨우 조금전에 떠오른 태양빛, 아니면 동이 켜우 트려는 순간의 아침공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몸의 피로도에 맞춰 스케줄을 조절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점심-오후운동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만큼은 남의 일을 할 때에도 비교적 내 의견을 고수해서 지켜왔을만큼 중요한 이슈이다.  몸을 혼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릇에 금이 가거나 그릇이 깨지면, 여기에 담긴 영혼도 - 정신과 마음? - 온전하기 어렵지 않을까?  게을러 질때면 항상 나 자신을 다잡게 하는, 나에게는 경구같은 말이다.  결론은 운동은 열심히, 규칙적으로, 그러나 몸 상태를 보아가면서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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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3-05-25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잔차키스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전집 속 책을 대할때면 느껴지는 화사함, 평화로움, 바다 이미지 그런 게 좋아요. 우연히도 전에 댓글 달 때도 카잔차키스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흙흙. 간만에 카페의 휴식에서는 어떤 책을 읽으셨나요? 티는 뭐 주문하시고요? :)

transient-guest 2013-05-25 05:42   좋아요 0 | URL
카잔차키스의 책을 읽으면 항상 정갈하고 사색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유로운 영혼을 노래했다고 하지만, 글 자체의 분위기는 그런 것 같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셨을때의 책이 아마 모레아 기행이었던 것 같네요.ㅎㅎ 카페는 Peet's Coffee였고, 간만에 모카 한잔에 과일/넛츠 스콘을 곁들였네요. 책은 리진 1권을 마저 읽고 소송을 읽으려다 운동하러 갔습니다.ㅎㅎ

노이에자이트 2013-05-2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인 여행>에서는 프랑코를 편드는 글을 써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죠.

transient-guest 2013-05-26 00:45   좋아요 0 | URL
약체국가인 그리스인으로서 강한 지도자상을 꿈꿨던 것인지, 아니면 문사 특유의 감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도 있었군요.

댈러웨이 2013-05-26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활의 작은 순간들에서 충족감을 느낄 때 인생 뭐 별거 있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훌쩍 카페로 떠나셨다니, 해피 연휴의 시작이네요. :)

코멘트 달고 싶은 게 많은 페이퍼에요. 저는 트란님이 힘주고 한 번 글 쓰시는 거 읽어보고 싶어요. 어떤 분인지 가끔은 정말 궁금해져요. 그나저나 제가 젤루 부러워하는 '새벽형 인간'이시라니.

질문. 8) 몇 시에 일어나시는 거에요? 다섯 시? 네 시??? 아니다. 동이 틀 때 정도면 여섯 시? (질문 잘해야겠다고 해놓고는 이모양이라니. 흙흙2.)

transient-guest 2013-05-26 01:25   좋아요 0 | URL
힘들지만 보람있다고 생각되는 야심찬 인생과 평범하지만, 마음은 편안할지도 모를 보통의 삶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게 우리 삶인가봅니다. 가끔 산속에 책 싸들고 들어가서 안 나오면 어떨까 싶기도 하구요.ㅎㅎ 제가 힘주고 써봐야 뭐 나올게 있나요...ㅎ 아직까지 내면에서 떠오르는 깊은 생각을 글로 형상화하는 작업은 서툰 것 같아요, 게으르기도 한 것 같구요.

새벽운동은 보통 4시에서 반 사이에 일어나서 갑니다. 해가 긴 여름만 아니면 대략 운동 끝내고 나올때에는 맑고 촉촉한 새벽공기를 맡을 수 있지요.ㅎ

transient-guest 2013-05-27 11:20   좋아요 0 | URL
맑고 촉촉한 피부까지는 모르겠어요...그건 아무래도 아침에 일찍 등산을 다녀와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