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LP-0B3C-A081

 

할인권입니다. 가져가시면 글 남겨주세요.  지난번에는 누가 가져가셨는지 아닌지 알 수 가 없네요.  혹 지난 달 쿠폰도 검색해보심이...

 

12/19/2013 변호인 보러 가는데 쓰였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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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3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4 0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간만에 푹 쉬면서, 거의 매시간 책을 붙들고 앉아 읽어냈다.  원래 읽던 책은 꾸준히 읽어가면서, 새로운 책들은 아버지께서 읽으실 수 있도록 빨리 읽고 집에 두고왔다.  그렇게 읽어냈더니, 다시 독서근육이 조금 생긴 것 같다.  물론 단점이라면 이렇게 한꺼번에 몰아서 후기를 남기게 되어 내용이 조금 가물가물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들춰볼 수 없다는 것이다.

 

소개에 의하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수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우선, 여기에는 특별한 상황에서 특별하게 등장하는 포와로나 미스 마플 같은, 마치 데우스 마키나와도 같은 명탐정이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주어지는 clue라고는 종횡으로 얽힌 인간관계와 거기서 추론될 수 있는 심리적인 묘사 뿐이다.  서술이 길고 평이한 전개 때문인지는 몰라도 중간중간에 집중력이 떨어진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사건을 통해 보여지는 무서운 집착, 그리고 그 집착이 잉태한 비극이 구성장치로 쓰여진 것을 보면, 역시 크리스티는 요즘에는 보기 어려운 구상의 극치를 보여준다.  다음 순번이 기대되는 작가.  무리하게 한꺼번에 60 여권을 구매했는데,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빨리 나머지도 구하고, 다른 전집들도 구해놓아야 할텐데, 금년, 아니 당분간은 무리지 싶다.

 

 

교학사의 '교과서'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역사 쿠데타 때문에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주는 책이다.  유영익 같은 사람은 그의 긴 학문의 여정에서 과연 무엇을 보고 배운 것인지 궁금하다.  그런 쓰레기 어용학자의 글이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상대적으로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다면, 이덕일 소장의 책은 명쾌하게, 논리적으로 우리의 근대를 말한다. 

 

특히 요즘 들어 번지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해괴한 사생아, 그러니까, 역사학계의 극우세력과 군사독재추종세력과의 교접을 통해 낳은 시대의 bastard의 이야기에 대응할 수 있는 이론적 바탕을 일깨워준다. 

 

점령시기의 한국이 근대화 된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노력을 통해서 어려움 속에서도 길을 찾은 것이지 그 목적도 과정도 한국의 근대화와는 거리가 멀었던 일본의 식민지정책이 아니었음은 일본이 양성한 한국의 산업이 농업과 광업 같이 오로지 수탈을 위한 일차산업이었음에서 만천하에 드러난다. 

 

이 밖에도 긴박한 당시의 정세, 그리고 이를 오판한 고종의 우왕좌왕이, 친일세력의 발호와 맞물리는 과정, 기득권 노론세력이 앞다투어 나라를 팔고, 은전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 삼한갑족 이회영 같은 일단의 선각자들이 나라를 찾기 위해 만주로 떠나서 벌이는 사투 등, 의견이 분분함에도 불구하고 잘 연구되지 않는 구한말에서 점령시대 초기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덕일 소장의 다른 책들과 더불어 필히 구매하여 읽고 보관하고 사용할 책이다.

 

'동양학 강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마도 '조용헌 살롱'에서 이어지는, 조선일보 칼럼에 연재된 글을 모은게 아닌가 싶다. 

 

조용헌 선생의 글은 늘 흥미진진하면서도 생각할 화두를 던져주는 것 같다.  내 추측으로는 보수성향이 강한 작가인데, 그렇다 하여도 그는 건강한 보수라고 본다.  그의 글에서 중간중간 묻어나는 촌철살인의 시대비판을 보면 그렇다.  다만, 시대에 자신을 던지기 보다는 강호에서 은거하면서 한 시절을 보내는 모습이 더 짙어 그런 면이 잘 알려지지는 않을 것 같다.  한 세상을 사는데, 그처럼 책을 쓰고 강의를 하면서, 명산대천을 주유하고 강호와 강단의 고수들을 고루 사귀는 그를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불교학 박사이기도 한데, 여기서 더 나아가서 동양의 고전이나 철학을 비롯한 정통학문에서 사주명리학, 풍수, 관상 같은 강호의 방계학술에도 제법 정통한, 흔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의 책도 늘 사서 곁에 두고 보게된다.

 

'글쓰기'라는 제목에 끌려 구한 비교적 신간서적이다.  저자는 11년간 재직하던 삼성을 떠나 3년간 면벽수양과도 같은 독서를 통해 약 만 권의 책을 읽고 난후 느낀게 있어 글을 쓰고, 책이 팔리면서 강의도 하게 되는 등, 성공적으로 또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메세지는 간단하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너무 그 결과에 기대하거나, 과정에서의 완성에 집착하지 말고, 그저 쓰고, 쓰고, 또 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알게되고, 문장력도 좋아지고 내용이 깊어진다는 것.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결국 어떤 방법론이나 구체적인 사례가 아닌,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글쓰기 이론이라고 하겠다.  그런 면에서 글을 쓰고는 싶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망설이는 사람에게 큰 용기를 주는 책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editorial한 이슈.  중간중간에 틀린 문장, 끊어진 단어, 그리고 중복이 너무 많다.  같은 내용을 다른 제목으로 이야기하거나, 다른 꼭지에서 언급된 것을 또 다른 꼭지에서 이를 강조하면서 거의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쓴 부분이 너무 많아서 책의 후반부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저자의 정성이나 감수가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 부분이 두 번째 이슈인데, 간결명료한 문장을 강조하는 저자가, 정작 자신의 글은 별로 다듬지 않았다는 점, 그러니까, 중복을 피했으면 300여 페이지가 아닌 150-200여 페이지면 썼을 책의 내용이 필요없이 길어지고 장황해졌다는 것은 분명이 문제가 있다.  어떻게 보면, 독서경영이나 이슈화 된 책을 주로 쓰고 강의한 작가의 모습이, 그가 주창하는 올바른 '작가'의 모습에서 조금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같은 글과 작가가 자주 중복인용되어 저자의 콘텐츠, 아니 저자의 지식과 통찰이 조금은 얕아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정도는 읽고 용기를 받을 수 있는 책이라는 결론.

 

이렇게 하여 지난 주간에 읽은 책을 간략하게 정리하였다.  '기적의 글쓰기' 같은 경우에는 따로 리뷰를 쓰면서 깊이 해부할 생각이 있었는데, 오늘 생각하니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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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3-12-05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에는 이걸 60권이나 어떻게 읽어..했는데 네 권(!) 정도 읽으니 재밌어요. 원래 몰입이 굉장히 빠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하던 참이었거든요. tran님 크리스티를 영어로 읽어요?(60권 세트 구입하셨다기에 한번 던져봄..) 어제 책장에서 해리포터를 다시 읽으려고 꺼내왔어요. 헝거게임이랑 호빗 읽는데 아주 신나서.. 안읽은 책도 많은데 약간 개운하지가 않지만요.

transient-guest 2013-12-05 13:18   좋아요 0 | URL
연초에 엄청 세일했잖아요, 그때 샀지요. 물론 그 덕분에 앞으로는 책을 살때에도 항상 충동구매나 세일구매를 조심해야지 하고 느꼈지만요. 영문으로는 헌책방에서 눈에 띄는걸 구해서 읽어요. 확실히 영어로 쓴 작품이라서 그런지, 영문으로 읽으면 그 느낌이 다릅니다. 특히 에르큘 포와로는 벨기에 사람인데, 영어를 쓰면서도 간혹 프랑스어를 섞어쓰는 묘사가 한글로는 잘 전달되지 않더군요. 책은 그저 읽고 또 읽고 하는것이니까, 기분에 따라 좋아하는 책을 다시 읽다가 신간을 읽다가 해도 될 것 같아요.
 

 

어떻게 이렇게 좋은 노래를 여태 모르고 살았을까?  전적으로 '응답하라 1994' 덕분에 옛날을 추억하면서 새로운 옛날 노래를 알게 되었다.  그래도 국민학교-중학교 시절 꽤나 의식화 되어있던 나였고, 김광석이나 노찾사의 노래는 거의 다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기막히게 재밌는 율동과 함께 듣고 있으면 다 식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피가 다시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금은 고색창연한 '해방세상'이라는 말도, '주춧돌'이라는 말도, 전혀 촌스럽지 않게 들린다.

 

데모를 하든, 매일 술을 쳐마시든, 그럭저럭 괜찮은 학교 출신이면, 아니 대학 졸업장을 받으면 취업이 가능하던 386세대와는 달리, 아주 어릴 때 IMF를 겪고 자란 지금의 이십대에게 의식화를, 사회변혁을, 민중의식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이십대는 이십대 자신의 기준으로 필요한 것을 찾고, 그게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노래를 듣고 가끔은 조금 낭만적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과거는 언제나 추억하기 나름이기는 하지만, 대충은 좋은 쪽으로 기억된다.  이건 심리학적으로도 어느 정도 증명이 된 부분인데, 그래서 그런지 지금이 분명 그때보다는 좋을 나도, 그떄가 그립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마도 우리는 '젊음'을 그리워하는 것일게다. 

 

 

91년 지금은 희안하게도 공원으로 바뀐 모 도시의 시민회관에서 내 생애 처음으로 '가수'의 '콘서트'를 갔더랬다.  당시 정의사회구현 사제단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하시던 본당 주임신부님에게서 나온 두 장의 표를 들고 갔던 어린 나의 첫 공연관람은 그렇게 '노찾사'로 시작되었다.  

지금도 가끔 나는 굳어가는 손가락으로 기타를 튕기면서 이 노래를 부르곤 한다.  '젊기'도 전부터  '아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라는 가사를 들을 때마다 SS 나 SA에 다름아닌 백골단과 전경의, 대공수사본부, 그리고 그놈에 안기부의 무시무시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던 대학생 형 누나들의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약하디 약하면서도 어찌나 강해 보이던지...

 

 

그리고 이 분.  떠나지 말았어야 했을 사람.  수구언론과 기득권 세력의 핍박으로 잘한 것도 못한 일로 치부되었던 사람.  그 실책과 공과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우리 역사에 다시 없을, 정말로 보통사람인 그.  시대를 살아가는 자칭 그의 '추종자'들의 일치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많이 접하지만, 그래도 노무현은 그립다.  그가 상징하는 upper mobility가, 순수함이, 직구가 그립니다.  일본에 던지던 준업한 메세지가, 군부에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하던 그가 그립다.  도무지 부끄러움이라고는 눈을 씻고 또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국대 금융사단 두목 가카와, 사실상의 친위쿠데타로 국가권력을 탈취한 박근혜씨를 보면 더욱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자기는 박근혜씨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모씨.  한 당파의 수장이 될 자격이 있는지 참 모르겠다.  불복이라는 말에 벌벌 떠는 머저리당.  야당이라는 자리가 부끄럽다.  정당한 절차가, 법규가 지커지지 않았을때, 그 승부에 승복하지 않는것은 상식이다. 

 

어쩌면 이십대가 아닌, 우리가 행동의 주역이 되어야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다들 대기업에서 퇴사하고 짐싸서 시골로 내려갈 준비라도 하고서 말이다.  우리의 선배들에게 부끄럽고, 후배들을 대하면 면목이 없다.   

 

PS. 12월 19일은 영화보는 날입니다.  저는 여기서 볼 수 없지만, 한국의 그대들은 이 영화를 많이 보고 그리움도 달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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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2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그때를 돌아보는 연속극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
저도 나이를 많이 먹었네 하고 느끼곤 해요.

텔레비전을 안 모시니 볼 수는 없지만,
다들 이 이야기를 많이 하네요 @.@

transient-guest 2013-11-27 23:56   좋아요 0 | URL
사실 추억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점에 그런 부분도 있지요.ㅎㅎ 텔레비전을 안 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선택해서 조금씩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저도 어릴 땐 못 보면서 자랐어요.ㅎ

saint236 2013-11-2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사에 저 노래들이 나오던가요? 바위처럼은 학생때 참 많이 했던 노래인데..문선단하던 친구가 있어서 매일 했던 것이고, 그날이 오면도 나오나요? 전 개인적으로 노착사보다는 노래마을을 더 선호합니다. 노래마을의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줌 될 수 있다면"을 들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생각난 김에 저도 오후에 추억의 노래 페이퍼를 작성해 볼까요?

transient-guest 2013-11-28 13:38   좋아요 0 | URL
응사에서는 '바위처럼'만 나왔구요, 나머지는 제가 그리운 맘에 넣어봤습니다. 뭔가 찡하더라구요. '노래마을'은 또 처음 듣는 그룹이네요. 지금 듣고 있는데, 역시 좋습니다.ㅎㅎ 추억의 노래 페이퍼를 작성하시면 보러 갈게요.ㅎㅎ
 

집에 간김에 뒹굴고 있는 몇 권을 찾아서 내리 읽었다.  문학이나 전문서적은 좀 다르지만, 내 눈에 익숙한 일반소설이나 수필, 또는 현대문학은 조금 쉽기 읽어지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이 줄줄 읽어냈다.

 

성석제의 글은 늘 맛깔스럽다.  이런 저런 칼럼이나 어쩌다 손에 걸리는 잡문집 위주의 글을 주로 읽었는데, 항상 주변의 소박한 주제를 사용해서 재미있고도 깊은 글을 써내는 솜씨가 부럽기 그지없다.

 

음식에 얽힌 촘촘한 에피소드들로 가득한 이 책은 아마도 누나가 사놓고 정리를 게을리 한 덕분에 방 한쪽 귀퉁이에서 발견했다.  주말까지 이런 책이 집에 있는줄도 모를 정도로 친누나의 정리솜씨는 '완벽'하다.  물론 완전히 반대의 의미로 말이다.  예전에 오죽하면 내가 '청소력'을 사주었을까...

 

언젠가 성석제의 책도 모두 읽어내리라 생각한 것이 몇 년전인데, 쏟어져나오는 신간과, 꼭 읽어두어야 할 고전문학, 그리고 간간히 삶에 떠밀려 유혹처럼 읽게되는 이런 저런 정보서적에 그의 글이 설 자리는 없었나보다.  늘 그렇듯이 목록은 늘어갈 뿐이다.

 

정유정하면 '7년의 밤'이나 '28'을 떠올리는 나에게 이 책은 역시 이런 책도 있었던가 싶은 작품이다.  정유정의 책을 처음 읽는다면 아마도 그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누나의 '청소력'에 따라 주말까지 그 존재를 도무지 드러내지 않았던 책이다. 

 

솔직히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함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이는 한국의 현대문단의 고민 혹은 방만이 아닐까 싶다.  김중혁 작가도 말했거니와, 작가가 꼭 어떤 의미를 담고 글을 쓸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 권의 책을 읽고나면, 그것도 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읽고나면 최소한 무엇인가 남기고 싶은 것이 내 솔직한 마음이다. 

 

작가의 경험이 많이 녹아들어갔을 이야기는 읽는 내내 '뻐꾸기 둥지로 날아간 사나이' 그리고 '형제 복지원' 사건을 떠올리게 했고, 간간히 나는 분노했었다.  구성은 나름 탄탄하지만, 그 결말이 나로써는 도무지 공감하기는 어렵다, 솔직히.

 

곧 크리스마스와 함께 이곳의 2대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추수감사절이다.  늘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국가인구의 반은 족히 넘는 듯한 한국에서는 특히 크리스마스 같은 날은 연인의 날, 아니면 단체로 여행가는 날같지만, 이곳에서의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는 가족이 모이는 날이다.  워낙에 멀리들 떨어져 사는 탓에 이렇게 한 해를 마감하는 연휴에 휴가를 붙여 가족과 모이는 것이다.  

 

다행히 가족은 근처에 있으니 연말에는 앞서 계획한대로 러시아 문학을 중점으로 이런 저런 책을 맘껏 읽어야지 싶다.  내년에는 내년의 몫이 있을테니까, 2013년은 2013년의 몫에 따라 잘 마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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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운영하면서 고객층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얼추 사람들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것을 종종 느낀다.  다소 한가할 때에는 다들 규모에 맞춰 비슷한 비율의 한가함을 느끼고, 바빠지는 시기에는 의아할 정도로 갑자기 엄청난 숫자의 문의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우리는 자연적인 주기, 특정분야의 경기, 정치, 경제, 절기를 비롯하여 수 많은 요소들로 인해 인지하지 못하면서도 행동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독서에도 그런 대중적인 패턴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내 서재의 방문객 숫자, 내 독서빈도, 다른 서재의 독서빈도나 새로운 글이 올라오는 것을 살피면 확실히 11월은 전반적으로 책을 덜 읽게 되는 것 같다.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 아니 그 전의 Veteran's Day를 시작으로 겹치는 연휴로 이곳에서 11월은 연말을 시작하는 의미가 크다.  한국은 내가 알기로는 특별한 휴일이 없는 것이 11월이지만, 어떻게 보면 역시 한 해의 마감을 준비하는, 조금은 사이에 끼인 듯한, 가을과 겨울 사이의 모호한 정체성 때문에라도, 어디 한 군데 마음을 붙이고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낀다. 

 

더구나 한국/미국 할 것 없이 이때는 본격적으로 해가 짧아지는 시기이다.  서머타임이 해제되고 난 자연시간이 돌아오는 이 시기에는 퇴근시간도 조금 앞당겨지고, 흐린 날에는 오후 4시만 조금 넘어도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6시에 퇴근하는 스케줄이라면 대략 5시부터는 시계와 상사의 눈치를 살피게 마련이다. 

 

집에 와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데, 특별히 흥미가 가는 것은 없고, 어둡고 추워진 절기상의 feature는 나 자신마저도 움츠러들게 만들어서, 공연히 히터를 켜고, 이불을 둘러쓴 다음 TV앞에서 2-3시간 정도를 보내기 일쑤인데, 이러고나면 가뜩이나 자연광이 없어 책을 읽기가 불편한 시기에, 피곤을 핑계로 한 두 페이지 정도를 읽어내려가다가 역시나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특별히 깊은 읽기를 시도한 것도 아닌데, 참으로 더딘 독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른 책을 조금 읽다가 지겨우면 자투리로 조금씩 Berlin Diary를 읽으면서 역사속에서 흥미를 찾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명문이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책이다.  가죽으로 제본된 양장본 외에도 지금에 와서 보니 다른 헌책방에서 구한 hardcover에 책 case까지 갖춰진 본이 한 권이 더 있다. 

 

하멜표류기를 남긴 덕분에 효종이 다스리던 시기에 조선 땅에 함께 표류했던 36의 네덜란드 선원들 중 유일하게 그 이름이 남았다.  외국인을 국외로 보내지 않았던 조선의 법도상 이들은 대부분 병들어 죽거나 탈출을 꾀하다 죽었는데, 남은 15명에서 7명이 극적으로 탈출하여 당시 서방의 상관이 있었던 일본을 통해 귀국할 수 있었다고 한다. 

 

책이 쓰인 취지가 조선의 문물을 알리거나 여행기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기실 세밀한 조선의 묘사나 극적인 내용은 별로 기대할 수 없는데, 이는 어릴 때 읽었던 '하멜'에 대한 책이나 교과서의 가르침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말하자면 하멜이 조선에 상당히 호의적이었던 것으로 묘사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실제로는 하멜에게 있어 조선은 목숨을 걸로 탈출해야 했던 일종의 유형지에 다름 아니었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전제군주정의 조선에서도 '왕' 또한 '법'을 따라야 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핑계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내용에 왕은 이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법'에 의해 그럴 수 없다는 말을 하는 부분이 나온다.  즉 이때에 벌써 조선에서는 '법'의 위중함을 전제군주로서 권력의 절정에 위치한 왕까지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지젝식으로 실재와 실제하는 현실은 엄연히 차이가 있었을지언정, 패당을 지어 국가를 농단하는 요즘의 금력과 권력을 보면 확실히 2008년 부터 한국의 정치와 사회의식은 상당히 퇴보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없지만, '하멜표류기'는 엄밀히 말해, 흔하지 않은, 외국인의 눈으로 본 조선 후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차 텍스트로써의 가치가 높다 하겠다. 

 

단적으로 말해 이 책은 '재미가 없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시기에 다른 마음으로 읽어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이 쓰인 시기의 사서를 보면 느끼는 지겨움이 여기서도 느껴지는 것은 나로써 어쩔 수가 없다. 

 

시대별로 변해가는 로마인의 정신을 당시의 문장가나 유명인사의 일차 텍스트에서 추론해 나가는 저자의 연구방법과 열정은 높이 살만 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스토리'로써의 히스토리 보다는 학술적인 분석을 시도하는 서술은 확실히 재미가 덜하기는 하다.

 

리뷰가 좋은 것을 보고 산 기억이 나는데, 물론 명문도 많고, 좋은 contrast도 많이 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규정짓는 feature를 묘사하는 문장을 제외하고, 이 책의 포인트 그 자체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전적으로 나의 생각이니까, 내가 모자라서 그렇다는 취지의 댓글은 사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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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23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 <히스토리에>를 한 번 읽어 보시면, 생각을 새롭게 열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기생수>를 그린 분이 천천히 그리는 <히스토리에>도 앞으로 만화 명작 가운데 하나로 남을 작품이 되리라 생각해요.

곧 섣달이 되겠군요~

transient-guest 2013-11-23 13:42   좋아요 0 | URL
호오.. 그 시절에 기생수를 처음 보고나서 충격을 받은게 떠오르네요. 기회가 되면 구해서 봐야겠네요..ㅎ

노이에자이트 2013-11-23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에 먼저 온 네럴란드 남자인 벨테브레는 박연이라는 이름도 받고 귀화해서 살았는데 하멜과는 대조적이죠.벨테브레가 더 교양있고 점잖았다고 합니다.

transient-guest 2013-11-23 13:43   좋아요 0 | URL
그런 벨테브레도 하멜표류기에서 나름 고생을 좀 한 것처럼 묘사가 되더라구요. 하멜보다는 벨테브레가 좀더 높은 신분이었나봐요.ㅎ

saint236 2013-11-2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권 프로젝트 아직도 못마쳤네요. 자꾸 다른 책으로 외도를 하게 되니...

transient-guest 2013-11-24 14:28   좋아요 0 | URL
저도 마지막은 한 권을 남기고 못마쳤지요. 외도도 그렇고, 책 고르기도 그렇고, 더구나 읽고싶은 책은 넘치고, 어쩔수가 없지요. 어쩌면 우리는 덜 절박하던가, 아니면, '독서성공경영학'교파와는 좀 다른 성향의 사람인지도 모르겠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