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밤에 부대찌게를 먹으면서 맥주와 소주, 그리고 무려 와인까지 한 병을 달리는 바람에 일요일 내내 피로에 쩔어있었다.  그런데 술이 엄청 취한 상태에서 갑자기 떠오른 이런 저런 생각이 있어 페이퍼를 열고 몇 자 적다가 글자가 세 개로 보이고 타이핑이 어려울만큼 손이 떨려서 생각난 토픽만 적어서 보관했는데, 어제 열어보니 무엇을 쓰려고 했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뭔가 양웬리 준장을 추억하려고 했던 것은 알겠는데, 어떤 글을 구상했었는지 정말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술이 웬수다.  아니 어쩌면 쓰지 않았던 점이 다행일 수도 있겠다.  알코올의 영향을 받으면 뭐가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Thanksgiving 주간인 이번주의 정식 휴일은 목요일부터 시작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남은 휴가를 사용해서 주말부터 또는 주중에 일찍 휴가를 시작하기 때문에 화요일인 오늘 벌써 사무실이 입주해있는 건물은 매우 한가하다.  나 역시 오전에 업무처리를 마친 후 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잉여롭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PC를 켜놓고, 책을 한 권 잡고 맥주 한 잔에 안주 한 점을 집으니 더 부러울 것이 없다.  사실 일찍 회사에서 나와서 술 한잔을 걸치고 싶은 맘이 든 것은 갑자기 내린 가을비 때문이었는데, 마트에 들러 집에 오니 적장 비는 그친 상태다.  지금이라도 다시 비가 와주면 좋으련만...


'은하영웅전설'로 가장 유명하고 '창룡전'이나 '아루스란 전기'로도 유명한 다나카 요시키의 단편이다.  예전부터 구매를 꿈꾸었는데 이번에 들어왔다.  '은하영웅전설'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게임도 아닌 무려 마이컴에 소개되었던 게임공략집을 통해서였다.  대충 1991년 겨울 정도로 기억하는데, 공략집에 담긴 애니메이션 작화의 마술사 양과 공화국의 영웅들, 그리고 라이하르트와 함께하는 제국의 영웅들 그림과 약간의 줄거리만으로도 이 작품은 머릿속 깊이 새겨졌다.  게임은 대학생이 되었을 정도에 3인가 4를 구입했으나 호환성 문제로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고, 이후 VCD로 약간을, 그리고 지금은 full copy로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있고, 책은 을유문화사의 해적판을 구해서 봤고, 최근에 드디어 정식판을 주문했다.  아참.  '일곱도시이야기'는 미니 '은하영웅전설'의 느낌을 주는데, 가까운 미래에 pole shift로 지구가 재정립된 후, 달에 이주한 이전 인류의 지배를 받다가 그들이 죽은 후, 그러나 그들이 설정해 놓은 제약 때문에 지표면을 떠날 수 없는, 일곱 개의 도시에 나뉘어 문명을 이어가고 있는 5000만 인류의 이야기라고 하겠다.  누가봐도 은영전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와 스토리 구성이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매우 금방 읽었다.  


이 사람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자유주의자라고 하고, 보수라고 말하는 수구세력에 대한 분명한 반감을 갖고 있는 이 사람.  대한민국에서 가장 한글의 매력을 잘 살리는 글쟁이라는 이 사람.  자기를 중도우파 정도로 분류하는 이 사람.  어떤 말은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으나 어떤 의견에는 절대로 찬성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사람.  이 사람의 고민이라면 아마도 양쪽에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자유주의자의 숙명이 아닐까?  한편에 속해서 다른 쪽을 비난해야 하는 이 시대의 지식인이길 거부하는 자의 숙명은 누구도 피할 수가 없는 자유의 댓가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위 좌파에서 제기하는 그에 대한 비판은 선뜻 수긍할 수 없다.  다만, 내 나름대로 그의 의견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뿐이다.  나 역시 그처럼 욕을 먹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니까.   고종석의 책은 모두 구해서 읽어보고 싶다.  다만 출판사에 기획한 바에 따른 다음 책은 복거일의 책인데, 아직 그것을 읽고 '균형잡힌' 시각을 운운할 생각이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  내 한계는 여기까지다.  복거일 같은 개새끼의 발언을 굳이 돈주고 읽어가면서 시각의 균형을 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방금 읽은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절대적으로 남자독자의 사랑을 받을 책이라고 생각되는데, 읽고나서 얻은 결론은 나도 덕후라는 점이다.  피규어나 프라모델을 모으지는 않지만, 영화와 게임 소프트를 모으는 편, 영화는 굳이 장르를 가리지 않지만 게임은 크게 대전격투와 RPG, 그리고 약간의 RTS로 분야가 좁혀져 있다.  전시할 생각도 없고,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즐기기 위함인데, 여기에 나는 책도 사들이고 있으니 정체성은 좀 모호한대로 나 역시 덕후라고 생각된다.  다양한 취미의 세계를 건드려주어 훌륭한 입문서 역할을 해줄 것 같고, 어떤 정리를 통해 자신을 진단할 수 있게 해주는 점도 맘에 들었다.  만드는 건 잘 하지 못해서 딱 이 정도 수준의 취미생활이 나에게 맞는다.  즐겁게 좀더 자부심을 갖고 덕력수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다가 자극을 받고 나도 모르게 알라딘에서 또다시 책주문을 하고야 말았다.  '진격의 거인'.  이제까지 나온 모든 것을 다 주문한 덕분에 다시 지갑이 가벼워졌다.  아직 슬램덩크 완전판이 기다리고 있는데...


왔으면 하는 비는 오지 않고 그저 비온 다음의 추위만 몰려오고 있다.  아직 업무시간상 3-4시간이 더 남이 있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는 없지만, 이런 연휴에는 딱히 새로운 업무가 발생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이번 주간에 읽으려고 가져온 다른 책을 펴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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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1-25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그랬죠?
시였나 낙서같이 그린 그림였나 ㅡ짧은 한편에
술취해 뭐라고 남긴 말을 술깨서 보니 알아 볼 수 없더라.
그러니 알아볼려면 또 술을 마셔야겠구나 ㅡ했던 ..
오래 전 건데..이..사람은 노상 취해있겠구나 ..
술 취해 알아보면 기쁜데..옆에 누가없이 혼자 면 ..
기억해 줄 다른이가 있어야 끄집어 내겠구나 하고..
같이 취함 소용없지만 ㅡ
취해서 알아보겠다고 또박 또발 쓴 글씨는
술 못 먹겠네 ㅡ였던가 ㅡ
술이 모자라 ㅡ
술을 끊는다 ㅡ던가 ..
하던 기막힌 글씨 ㅡ가 써져 있었고 말이죠.

덕분에 예전 만평스런 기억까지 끄집어내었네요..

저도 취함 이 모자란지도..^^
(꾸벅 ...깜빡 ...조는 ..모양)^^

붉은돼지 2015-11-25 11:24   좋아요 1 | URL
반성 많이하는 김영승 시인이죠..ㅎㅎㅎㅎ
반성 몇번인지는 모르겠어요 워낙 반성이 많아서 ㅎㅎㅎㅎ

다락방 2015-11-25 12:21   좋아요 1 | URL
아 나도 그 시를 아는데 어떻게 알지, 누구였지? 했는데 붉은돼지님 덕에 알았네요. 제가 김영승의 반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ㅋ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15-11-26 04:18   좋아요 1 | URL
술을 마시고 다시 생각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그장소] 2015-11-26 04:27   좋아요 0 | URL
뭘 그렇듯 생각하고 팠는지는 잊고..
그 부분에서만 ..술에 반복적 취함만
연상하고 기억하는 ㅡ^^
많은 분들이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붉은돼지 2015-11-25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은하영웅전설을 어찌할까 고민중입니다.
예전에 5권까지인가 모았다가 다 중고로 팔아버렸는데...
요즘 또 새로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ㅜㅜ

프라모델, 피규어는 정말 대부분 남자들의 로망인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조립식이라고 했죠...아카데미사에서 많이 나왔구요...손에 본드 묻혀가며 열심히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처음 만들어본....접착제 필요없는....아구가 딱딱 맞아주는... 일제 반다이는 정말 놀라운 제품이었죠
저는 특히 반다이 에반게리온이 대단하더라구요...에바도 몇 기 만들었는데...명절 같은 날 조카들 오는 날에는 통에 넣어 숨겨두기고 하고 처음에는 잘 관리했는데...결국 그 조카들이 제 에바들을 산산히 부서놓았죠...ㅜㅜ 아아아 지금생각해봐도 가슴이 아픕니다. ㅎㅎㅎㅎㅎ

transient-guest 2015-11-26 04:20   좋아요 0 | URL
은영전은 구해서 소장해야죠.ㅎㅎ 사실 지금와서 보면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뭔가 속에서 피어오르는 무엇이.ㅎㅎ 저는 손재주가 없어서 프라모델은 많이 즐기지는 않았구요, 도색 같은건 가격 때문에 꿈도 못 꾸었지요. 반다이 제품이 그렇게 좋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접착제도 필요하지 않다니 정말 충격입니다.ㅎㅎ 애들은 덕후와는 상극이에요. ㅎㅎㅎ

[그장소] 2015-11-26 04:21   좋아요 0 | URL
아이를 사 다주곤 아빠들이 더 열심이던 조립형 ㅡ
조립동생 ㅡㅋㅋㅋ

[그장소] 2015-11-2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하면 ㅡ모든게 아름다웠어 ㅡ^^
(노래 가사인데 ㅡ서태지)좋을 추억도 잘 보고 가요!
반성마니하느 아 ㅡ!!^^

transient-guest 2015-11-26 04:21   좋아요 0 | URL
우리가 아니고, 반성할 분들은 저~~기 청기와집에...ㅎ 추억은 가급적 아름답게 기억되었으면 합니다.ㅎㅎ

[그장소] 2015-11-26 04:24   좋아요 0 | URL
transient-guest 님 .^^
두말하면 입아프지만 ..알만큼 철딱서니 ㅡ있을것
같지않아서..걍 ㅡ입에 곰팡이 피도록 두고있어요.^^;
아름다운 추억 더 만들어가는 남은 11월되시고
12월도 으싸으싸 하기로해요!^^

2015-11-25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6 0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5-11-25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곱도시 이야기 완전 재미있지 않습니까? 후속편이 나와줘도 될 거 같은데 안나오네요.

transient-guest 2015-11-26 04:2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ㅎ

글샘 2015-11-25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대찌개...를 자꾸 부대찌게...라고 쓰는 남자친구에게 맞춤법을 가르쳐 줍니다.

앞으로 헷갈릴 때는... 김치찌 개새끼야... 된장찌 개새끼야... 이렇게 하랬다나요.ㅋㅋ

우리말은 이중모음이 많아서 이중모음은 맞춤법이 어렵습니다~~ ^^

[그장소] 2015-11-26 04:20   좋아요 0 | URL
오 홋 ㅡ좋은 방 ㅡ법으로 지정!

transient-guest 2015-11-26 04:22   좋아요 1 | URL
이제 찌개는 확실히 기억할 듯 합니다. ㅎㅎㅎ 띄어쓰기도 요즘은 가물가물해요.ㅎ

[그장소] 2015-11-26 04:29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요즘은 점 찍는 것도 제멋대로입니다.
가관도 가관이죠.^^
맞춤법에 너무 골몰해서 피해갈 법을 골몰하게도
합니다 .
가급적 안쓰는 걸로 ㅡ (제 머릴 줘 박으며 )

icaru 2015-11-26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주간에 읽으려고 가져온 다른 책을 펴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다...라는 마무리 문장이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ㅎ

transient-guest 2015-11-26 09:30   좋아요 0 | URL
제가 책을 좋아하고 가끔 일 대신 술을 마시며 게으름을 피운다는 등의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ㅎㅎㅎㅎㅎㅎㅎ
 

게으름을 피우다가 어느새 또 왕창 밀려 버린 나의 리뷰.  오늘은 지난 달에 주문한 책이 두 박스가 들어와준 덕분에 더욱 이 게으름과 밀린다는 것에 초조해진 한 나절이 되어버렸다.  이번 달에는 첫 주를 제외하고는 한 주에 2-3권 정도를 읽는 수준이고, 그 밖에는 이런 저런 책을 뒤적거리면서 읽다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다.  글로 남기는 것은, 특히 심도있는 후기를 쓰는건 어렵다.  읽기보다 확실히 어려운 듯.

뭔가 잘 써보려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지만, 밀리고 나면 이렇게 급하게 정리하고 잊어버리는 것 같다.  늘 그렇지만, 다음에는 더 잘해봐야지 하고 끝이다.


사회문제, 경제, 새로운 대안, 정치 같은 것들을 생각하고 말하다보면 문득 느껴지는 나의 피로감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게 된 것 같다.  생애 거의 모든 시기를 정치-사회운동을 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해온 노학자가 느끼는 절망감에서 나의 피로감의 이유를 봤다면 과장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화를 내고, 설파하고 욕을 해도 점점 더 악화되는 사회-경제-정치적 부조리를 계속 보면 때로는 냉소적으로, 또 다른 때에는 화를 내면서 그렇게 조금씩 지쳐간다.  그 피로가 쌓이면 만성적인 희망고문에 시달리는데서 오는 절망감이 마음속 깊이 들어앉게 된다.  물론 저자는 절망에서 멈추지 않고, 이것을 이겨내는 독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마치 바닥까지 치고나면 결국에는 다시 올라가는 순환을 시작하게 되는 것처럼, 지성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눈이 확 떠지는 명문이 아닌, 가슴속에 깊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게 하는 성찰의 결과를 종종 보여주는데, 선악을 떠나서 편가르기의 위험성을 이야기는 대목이 그 좋은 예가 된다. 


'분류해서 딱지를 붙이는 데에 만족하는 한 그것은 허위의 '지성'이며, 지식의 단편화와 형해화에 가담해 반지성주의에 길을 열어주는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전 세계에 펴져가는 지적 황폐의 배경에서는 이런 사정이 가로놓여 있다...지성과 교양을 옹호하는 것, 그것이 인간을 옹호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pg. 194


일부러 그렇게 테마를 잡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서경식 교수의 책에서 다음의 책으로 넘어가면서 그렇게 작은 삶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강해졌다.  늘 이야기하지는 장기적으로는 setup만 잘 하면 내가 하는 일은 사무실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살지 않아도, 매일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아도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약간 외곽으로 나가서 작은 farm이나 ranch를 만들어 좀더 slow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이것이 현실성이 있을지, 심리적으로 가능할지는 별개의 문제인데, 어쨌든 머리가 복잡하면 항상 평화로운 곳에서 그렇게 남은 생을 보내는 것이 여행을 다니고 즐기는 삷보다 더 좋다고 생각된다.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것, 나아가 가족과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가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다.  주방을 함께 쓸 수 있을 정도의 작고 가까운 공동체였으면 하는데, 그렇게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같이 모여서 저녁을 먹고 TV를 보고 술을 나누면 좋겠다.  그렇게 내 손으로 만든 것을 내 입에 넣고, 육식을 줄여갈 수 있었으면, off-grid로 태양광을 이용하여 파괴와 오염의 나선계단에서 내려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농사는 장난이 아니고, 시골은 그렇게 만만하게 달려들만큼 평화로운 곳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공동체구성은 정말 큰 일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책을 읽으면서 맘을 달래고, 꿈을 꾸는 정도로 가끔씩 자신을 위로한다.  


크리스티는 계속 정주행하고 있다.  66은 나름 신선한 재미를 주었고, 67은 그냥 반전이 신선했던 정도.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음을 몸으로, 눈으로, 손으로 느끼고 있다.  79까지 다 읽는날은 기념으로 무엇인가 해야할 듯.  66을 보면서 요즘에 유행인 극우/차별/혐오라는 구시대의 쓰레기, 국가와 민족적인 배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눈앞에 나타난 이것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덕일 소장의 '매국의 역사학...', 김탁환의 '정도전 2', Martian은 계속 조금씩 읽다가 다른 흥미가 가는 책을 잡으면 멈추고 있기에 진도가 더디다.  여기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고종석의 책, 다나카 요시키의 책을 새로 연 까닭으로 더욱 잡다하게 기웃거리느라 실상 집중해서 다 읽지 못하는 책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 열심히 읽어야 이렇게 사들이는 보람이 있겠다.  겨울에는 새로운 마케팅의 일환으로 네이버에 회사블로그를 올리고, 영문홈페이지를 개량하여 이를 바탕으로 한국어 홈페이지도 바꿀 생각이다.  가능하면 12월에 모든 예비처리를 하여 주문하고 1-2월에는 론칭이 되었으면 하는데, 내 게으름과 업무량을 생각하면 아주 어려운 스케줄이다.  맘이라도 편하게 2015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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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1-2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책이 밀릴때의 그 압박은 행복에 겨우면서도 불안스럽고 죄책감이 밀려들어서 자꾸 허둥대어지는것 같아요 ㅋ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끼여있는날엔 부담스러워서 집중하기도 힘들더라고요. 욕심을 버려야하는데도 자꾸 책 욕심은 늘어만 가는거 같아요ㅠㅠ

transient-guest 2015-11-24 09:36   좋아요 1 | URL
욕심과 시간이 문제입니다. 그런데 막상 한가롭게 살면 뭘 해도 재미없는 일상이 될 것 같아요. 바쁘니까 일 말고 다른 것이 다 재미있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ㅎㅎ 근데 너무 사들이기만하고 읽지 못한 최근이었네요.ㅎ 반성...ㅎㅎㅎ
 

가끔씩 왜 그리도 책을 많이 사들이는지, 혹은 꾸준히 읽고 있는지에 대한 우문아닌 우문을 접할 때가 있다.  나 스스로도 궁금해지곤 하는 문제인데, 사실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기억이 없다.   그냥 좋아서, 재미있어서, 간혹 무엇을 배우거나 깨닫기 위해서, 자극을 위해서 등등 수많은 단편적인 답이 떠오르는데, 정작 한 가지를 콕 찍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굳이 한 가지만 꼽을 이유도 필요도 없다.  


요즘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우경화가 일종의 유행인 듯 싶다.  2차대전 이후 지난 70년간 열심한 진보운동과 올바른 교육을 위해 싸워온 끝에 여기까지 겨우 왔건만, 다가올 4반세기는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유럽에서, 일본에서 등등 점점 더 경제적인 양극화에 대한 답을 우경화, 그리고 여기서 필연적으로 파생될 소수세력의 타자화, 박해, 그리고 전쟁을 통해 찾으려는 일단의 큰 세력 내지는 움직임을 느낀다.  이런 국제적인 흐름의 배경에는 무엇인가 있다는 것이 내 믿음인데, 깊이 들어가려면 sanity와 insanity의 경계에서 많은 자료를 보고, 듣고, 분석해야 한다.  입구에서 헤매이게 되면 필경에는 음모론자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수준의 깊이를 추구할 준비가 되지도 않았거니와, 그런 자료를 접할 기회도 없는 나로써는 그냥 이 정도가 딱이지 싶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오늘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멍청한 노인네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하겠다.  적어도 내가 노인이 되었을때 이리 저리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도 없이,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선동되어 낯부끄러운 짓을 하지는 않고 싶다.  고엽제 전우회도, 어버이연합도, 서북노년청년단이라는 것도 대다수의 구성원은 딱 그 수준이라고 본다.  지도부에 있는 것들이야 정부에서 다양한 경로로 흘러나오는 개평이라도 뜯어먹고 있겠지만, 대다수의 선량한 그러나 우매한 노인들은 머릿수를 채우고 식권을 받아갈 뿐이다.  나는 그런 추한 몰골로 살아남느니 일찌감치 세상을 떠나는 편이 낫겠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을 좀먹는 기생충같은 것들의 면면을 보면 그들이 공부가 모자라거나 독서가 부족해서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책을 읽고, 올바른 정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  언제나 죽는 그날까지 날이 시퍼렇게 날을 세운 한 자루의 검처럼 꽂꽂하게, 정신줄을 꽉 잡고 살아가련다.   그런 삶의 시작은 책읽기에 있음이다.  그렇게 책을 읽을 또 하나의 이유를 찾아냈다.  


주말에 읽은 몇 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다가 쓸데없이 말이 많아졌다.  읽은 책의 향기가 옅어지기 전에 얼른 쓰도록 하자.  오늘이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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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딸 2015-11-19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청한 노인네가 되지 않기 위해서... 공감합니다. ^^

transient-guest 2015-11-20 01:45   좋아요 0 | URL
어쩌면 모든 것은 그리로 귀결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ㅎ 깨인 정신을 위해서.

해피북 2015-11-19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재미있으니 읽고 호기심에 읽고했는데 요즘은 정확하게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관심가지고 찾아읽어야 되는거 같아요.함께 읽어요^~^

transient-guest 2015-11-20 01:46   좋아요 0 | URL
평생의 공부가 되는 독서를 하고 계시네요.ㅎ 열심히 함께 읽고 생각하면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cyrus 2015-11-19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의 책을 엉터리로 번역해놓고는 잘못 아니라는 식으로 변명하는 모 출판사처럼 말이죠. 이런 출판사는 독자를 우습게봅니다. 책이 옳고 나쁨을 판별해주는 독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독자들은 마음 편히 좋은 책을 골라 읽을 수 있으니까요. ^^

transient-guest 2015-11-20 03:08   좋아요 0 | URL
결론을 정해놓고 아무거나 가져다 들이대는 인간들은 참 한심합니다. 배울수록 더하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넘어서 화가 나요. 출판사도, 그 뒷배도 다 싸잡아 사라져야할 무덤속의 뼈다귀들 같아요. 말씀처럼 독자들의 활동도 중요하고, 출판잡지 같은 매체가 그런 부분을 좀더 다루어주었으면 합니다.

몬스터 2015-11-21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멍청하지만 , 멍청함이 수면 위로 올라오거나 , 스스로 느껴지는 날이면 잠을 잘 못자요. ㅎㅎ 매일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하는데.... 저도 매일 읽고 ( 배우도록 ) 하겠습니다.

펌킨 스파이스 계피향이 참 좋네요. ㅎㅎ

transient-guest 2015-11-22 20:0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만, 잠은 그럭저럭 자고 있습니다.ㅎㅎ 열심히 살고 행하는 가운데 깨닫게 된다고 옛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ㅎㅎ
 

다 읽지도 못하면서 흥미가 가는 책이 보이면, 그리고 돈이 생기면 자꾸만 책을 주문한 결과 오늘도 또다시 한 패키지를 받았다.  정말 자제해야지 이젠 사무실에 책을 둘 공간이 없다.  개업할때 장만한 넉넉한 IKEA장식장은 3겹으로, 층층이 모두 책을 가득하고 top에도 책으로 가득하다.  여유가 있는 공간은 그렇게 책이나 업무서류로 채워져 있는데, 일하면서 나오는 서류의 양도 꽤 많아서 정리된 케이스는 다로 박스에 모아놓았는데도 자리가 없다.  책 때문에 집을 넓혀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도 나도 사무실을 좀더 넓은 곳으로 옮겨가게 되면 방 하나 정도는 archive로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들어온 책은 다음과 같다.


'몸젠의 로마사 3'은 공부할 목적과 사료가치 때문에 구했다.  1권 이후로 이 책을 읽으면 잠이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 2권부터는 사실상 갖고 있으려고 구하게 되었는데, 11개월에 한 권 정도가 나오고 있고, 한국 출판시장의 상태를 고려할 때 언제 완간이 될 지 모르겠다.  시오노 나나미가 자주 reference한 바 있는데, 이야기 형식이 아닌 매우 dry한 문체로써, survey교과서를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래도 끝까지 사 모을 것이다.



'어슐러 르귄'의 책들은 역시 일단 구매하고 보자는 생각에 사 모으고 있다.  예전에 구매한 3부작의 2권까지를 구하고 1권이 절판되어 버린 경험을 하고 나니까, 이 작가의 국역본은 그저 가능하면 사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분들의 서재에서 보고 모아놓았다가 이번에 구한 책들.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는 보관함에서 3-4년은 있었던 것 같고, '리스본의 겨울'은 어디선가 스친 기억이 있다.  '김훈'은 '김훈'이라서 달리 말이 필요하지는 않다.  이런 어른 내지는 글쟁이가 더 많아졌으면 하고, 조갑제 같은 분은 빨리 황천하셨으면 한다.



'해저 2만리'는 영문으로 3-4개의 판본을 갖고 있고, 국역본도 이미 갖고 있지만, '작가정신'에서 나온 디럭스 판은 2007년부터 갖고 싶어 기다려왔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절판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미루지 않고 구매했다.  '마법살인'과 '늑대인간'은 Jim Butcher의 Dresden Files의 초기작품들인데, 국역본은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내용을 알고보면 적절한 르와르와 마법을 섞어서 무척 재미있게 한나절을 보낼 수있는데 말이다.  예전에 뱀파이어 헌터 D 시리즈가 잠깐 국역으로 나왔을때 구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계속 보고 있는 시리즈.  재미있다.




책과 도서관에 관한 책을 사서 읽는 것은 좋은 비교학습이 된다.  절차탁마라고 하기에는 내 수준이 너무 낮지만, 어쨌든 이런 책을 자꾸 읽으면, 때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은 책과 흥미있는 사례를 만날 확률이 더 높다.  '도서관...'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만, 주변에서 책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만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서경식 교수의 책은 소개가 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무료배송은 $50이상 구매부터 충족시킬 수 있지만, $200이상을 한번에 구매하면 $20 + 포인트가 쌓이는 구조라서 늘 여기에 딱 맞추고, 4주배송으로 10% D/C를 받으면 (사실상 sales tax면제) 가장 이상적인데, $200에 딱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구매액수는 늘 그 이상으로 결제된다.  연초에 한달에 한번만 구매하자고 다짐을 여러 번 했으나, 금년에는 실패.  보고싶은 책도 많고, 갖고싶은 책은 더 많은 것이 현실인데,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푸는 버릇이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은퇴를 하고나면 노년이 그리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위로를 하는데, 그래봐야 이렇게 사들이기 시작하면 은퇴 후 하루에 한 권씩 읽어도 갖고 있는 책을 다 읽고 죽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울해 하기 일쑤다.  

나도 이제 그만 사들여야 하는데...이 중독을 어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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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1-14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쳐나는 책에 대한 걱정과 그러면서도 `모아가겠다`단 굳은 의지가 깊이 느껴지네요 ㅎ 저두 비슷한 상황이라 자제해야겠다 생각하지만 자꾸 눈에 밟히는 책이 많아서 괴롭더라고요ㅋㅇㅋ~~

transient-guest 2015-11-14 08:51   좋아요 0 | URL
김탁환 같은 작가는 `읽어가겠다`라고 하지만, 저는 고작 `모아가겠다`가 전부입니다.ㅎㅎ 이상한 덕후 같은 생각을 하는데, 가능하면 열심히 사서 읽고 모아서 후대에 전해줘야겠다, 책이, 종이책이란 것을 더이상 구할 수 없는 시대가 올것만 같은 불안함이 있어요. 지금 서경식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보관함에 담게 됩니다.ㅎㅎ

해피북 2015-11-14 08:55   좋아요 0 | URL
서경식 교수님의 `내 서재 속 고전`에서 첫 시작을 장서의 괴로움으로 하셨죠 ㅋㅂㅋ 저도 그부분 읽으면서 슬쩍슬쩍 걱정을 하면서도 좋은 책 메모했다가 찾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ㅋ어떤 책에는 책을 구입하는것 자체가 커다란 의미라고 하던데 그렇게 작게나마 함께 위안을 해보아용^~^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4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합니다. 마침 이번 주는 이사해서 책장 정리를 하는데 끔찍하네요. 3,4일째 정리하다 보니 빡이 돌았습니다.

transient-guest 2015-11-15 08:31   좋아요 0 | URL
저도 이사를 자주 다녀서 책을 옮기느라 늘 고생합니다.ㅎㅎ 넣을때 고생하고 뺄때 고생하고, 꽂을때 고생하고, 꽂아서 정리할때 즐깁니다.ㅎㅎ

LAYLA 2015-11-14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대따는 사고 싶은 책을 다 살 수 있을만큼 돈을 버는게 꿈이었어요. 지를 수 있으실때 지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화이팅! 껄껄

transient-guest 2015-11-15 08: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지금 십대의 한을 푸느라, 키덜트 짓을 좀 하나봅니다.ㅎㅎ 그래도 이젠 철(?)이 좀 들어서 책을 주로 지르고 있습니다.ㅎㅎ 웃음소리가 호탕하군요..ㅎ

몬스터 2015-11-14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 보여요. 하나에 이렇게 빠져 들 수 있다는 것이....중독된 것은 끊어 내기 어려우니 , 이렇든 저렇든 그저 즐기시는 편이. ㅎㅎ


transient-guest 2015-11-15 08:32   좋아요 0 | URL
그저 은퇴하면 남들보다는 덜 심심하겠지 하고 위로한답니다.ㅎ

북깨비 2015-11-1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읽는 속도가 책사는 속도를 못 따라갑니다 ㅠㅠㅠ 그래도 한주 두주 길면 한달정도 참아 보다가 또 지릅니다.

transient-guest 2015-11-15 08:3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분명히 이건 책읽기와는 또다른 중독일겁니다.ㅎ

붉은돼지 2015-11-1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심한 소생은 몸젠의 로마사가 3권이 끝인 줄 알았습니다.....ㅜㅜ 그래서 아니!! 왜 `카르카고 복속`까지만 썼지? 이상하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그게 아니었군요.... 책소개를 읽어보니 완간될려면 10여년 걸리겠더군요...지금 한 권씩 살까 완간되면 살까 고민이 좀 됩니다.^^

transient-guest 2015-11-19 02:57   좋아요 0 | URL
말씀을 보니 애거서 크리스티가 70권 초입에서 끝나는 줄 알았던 기억이 나네요. 다행히 어떤 분이 79권까지 나왔음을 알려주셨기에 망정이지 72-3권을 읽고 다 끝났다고 외칠뻔했지요.ㅎㅎ 몸젠이 그리 잘 팔릴 것 같지가 않아서 기다렸다 사기엔 시간도 그렇고 절판될까봐 겁나네요. 은근히 그런 책들이 꽤 있잖아요, 중간 몇 권이 그냥 절판된 채 나머지가 나오는...ㅎ
 

이번 주간은 최근의 그 어느 주간보다도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은 한 주가 아닌 듯 싶다.  그간 몸도 아파서 덜 읽고, 이래 저래 바쁜 탓에 못 읽고 하면서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이번 주는 책 한 권을 보는 것이 어렵기 그지없다.  생각해보니 계속 조금씩 읽고는 있는데, 끝내지 못하는 자투리 독서만 이어지는 것이 까닭이다.  화성인은 이제 탈출할 곳으로 떠났고, 이덕일 소장은 여전히 매국사학세력과 일전을 펼지고 있으며, 정도전은 새로운 세상을 열 고민과 이방원의 책동으로 불안해하고 있는데, 질세라 새로이 이 그룹에 들어온 스티븐 킹은 단편모음집에 충실하게 (1) 폐쇄된 휴계소에 멈춰 있는 자동차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유인해서 잡아먹거나 (2) 차를 세워둔 채 잠시 마켓에 들어간 후 심장마비로 죽어버리고 있다.  시간이 없이 뒤적거리고만 냅두는 월스트리트 저널과 TIME, 그리고 Economist도 빼놓을 수 없다.  


조정래 선생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내 나름대로의 문자의 감옥에 갖혀서 갇혀서(틀린 맞춤법을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문서와 씨름하고 상담하고, 일처리를 하다가 집에 들어오면 그저 TV앞에 앉아 있으면 족하다.  갑자기 TV 시리즈로 나온 Limitless에 푹 빠져서 재방송을 정주행 하고, 내친김에 Grind, The Scorpions season 2를 내리 보고나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것처럼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그리고 자는거다.  여기에 운동을 겨우 끼워넣고 하루를 보내고 나니 벌써 이번 주의 목요일이다.  이번 해도 이제 다 지나가는 거다.  한 살 더 먹는다고 철이 드는 것도 아니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꼬박 꼬박 해가 저물고 생일이 지나면 그만큼 노년에 가까워진다.  모아놓은 게임과 미디어 소프트를 보면 아직 한창인데, 어느덧 덕후 아저씨가 되어버린 듯.  


그래도 충실하게 꾸준히 애거서 크리스트의 전집을 한 권씩 소화해나가고 있다.  어제 그렇게 근육운동을 하고 자전거 20분, 기계위에서 뛰다 걷가 40분을 버티면서 65권을 읽었다.    


이제는 정말 늙은 미스 마플이 친구의 부탁으로 그녀의 여동생이 살고 있는 곳으로 온다.  순전히 친구의 불길한 예감에서 비롯된 방문인데, 오자마자 음모에 휩싸이는걸 보면 미스 마플도 천상 팔자가 김전일인 듯.  언제나처럼 사건은 해결되지만, 이번에는 유달리 결말에서 찝찝한 느낌을 받았다.  사건의 해결이 언제나 신나는 활극의 종장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포와로는 중간에 죽여버렸는데, 다른 인물들도 하나씩 정리되려나 하는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고작 14권만 남은 시리즈다.  내 조바심에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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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11-13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후아저씨.. 괜찮은데요? 후훗.

transient-guest 2015-11-13 09:13   좋아요 0 | URL
배가 더 나오고 옆으로 퍼지면 변신로봇이 되는 것입니다.-_-:

2015-11-13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3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서기 2015-11-13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65권 째, 우와 대단하십니다.

transient-guest 2015-11-14 03:38   좋아요 0 | URL
2년 넘게 걸리네요. 79권까지 모두 끝내면 최소 한번은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