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이녀석의 이름은 미미.  금년으로 14살이 되는 암컷 진돗개.  우리 집안에서 태어나서 눈을 뜨기 전부터 우리 가족을 알던 녀석이다.  알고 지낸 세월이 14년이 되니까, 지금 와서 보면 어지간한 사람들, 그러니까 나이가 들어서 만난 사람들보다도 더 오래 친구로 지낸 셈이다. 

 

이제는 많이 늙고, 당뇨까지 걸러서 예전처럼 날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원체 호기심이 많고 날랜 녀석이라서 여러 번 담을 넘거나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버린 덕분에 우리 가족의 속을 참 여러 번 썩였었다.  심지어는 동네를 지나가는 고속도로가 이 녀석 때문에 마비된 적이 있다는 사실.  한창때의 일인데, 집을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어찌어찌해서 고속도로 길로 들어선 것.  다행히 어떤 눈밝은 운전자가 차를 세우고, 다른 차들을 다 세우고, 경찰을 부르고...당시 녀석을 찾고 있던 우리와 상황이 맞아떨어져서 별 탈 없이 녀석을 찾아온 적도 있다.

 

최근에는 문이 살짝 열린 틈에 성치 않은 몸을 끌고 동네마실을 갖다가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이때에도 이웃에서 눈이 안 보이고 늙은 개가 힘겹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서 자기 집 뒷뜰로 유인해서 쉬게 한 뒤 경찰을 불렀고, 경찰은 바로 동물보호소에 데려다 줬는데, 그 덕분에 다음 날 아침, 밥도 잘 먹고 인슐린 주사까지 얻어맞는 녀석을 찾아올 수 있었다.  그 뒤로는 고생한 기억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린 듯, 양양하게 회춘(?)한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다.

 

한가한 오후에 사진을 뒤적이다가 얼마 전에 찍어놓은 녀석의 사진이 있어 올려봤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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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4-02-01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된 가족이네요. ^^

transient-guest 2014-02-04 01:40   좋아요 0 | URL
20대 이후에는 이렇게 오래 누군가를 알고 지낸 경우가 별로 없는 듯 합니다. 정말 오랜 가족이고 친구에요.ㅎ
 

지난 1월 20일은 Martin Luther King Jr. Day로 연휴였다.  실제로 킹목사의 생일은 1월 15일인데 매년 그 바로 다음 주의 월요일을 공식휴일로 쉬기 때문에 한 해의 첫 연휴라고 볼 수 있다.  워싱턴과 링컨 대통령의 생일을 합쳐 만든 2월 중순의 President's Day연휴와 함께 새해 초반, 한 해를 시작하면서 살짝 밀려오는 부담이나 피로감을 덜고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고마훈 연휴들이다.  킹목사 Day연휴 때 Lake Tahoe에 가서 짧은 여행을 하다가 이곳에도 헌책방이 있을까 싶어 찾아보고 방문한 곳이다. 

 

내가 즐겨찾는 로고스나 Recyled Books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란 규모의 서점이지만 Keynote는 대형서점이 들어오지 않는 South Lake Tahoe라는, 그야말로 관광객과 리조트 직원을 빼면 인구도 얼마 되지 않는 작은 마을에서 영업하는 몇 개 안되는 서점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역시 너무 작고 지저분 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한번 와봤다 하는 정도의 기억만 남겼다.

보다시피 아주 작은 상가건물의 한 동을 서점으로 꾸며놨는데, 내부는 주인 할아버지의 책상, 그리고 아주 좁은 복도로 간신히 걸어다닐 수 있는 공간을 빼고는 책과 LP/CD로 꽉 차있었다.  이렇게 쓰고보니 나름 책을 많이 갖고 있는 곳이긴 한데, 보관상태랄까 진열상태랄까, 마치 주인 할아버지가 서점의 마지막 주인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 좀 너무한 얘기일까?  

 

 

마지막 사진의 저 유리문 책장에는 이 서점에서 가장 비싼 책들이 따로 보관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초판본이나 이런 희귀서적이겠지 싶다.  구세군과 함께 이런 곳에서는 책을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좋은 값에 희귀본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John Dunning의 북맨 시리즈가 떠올랐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책 냄새가 아닌, 씻지 않은 사람의 냄새가 심하고 환기도 잘 시키지 않는 지저분한 분위기 때문에 서점의 내부를 즐기지는 못했다.  소중한 것들을 모아놓은 공간인데, 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니 평화시장 쪽의 헌책방 밀집단지가 떠오른다.  그곳에서도 마구 쌓아놓은 책더미가 맘에 들지 않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두 권이나 사왔다.  지역을 생각하면 그리 싼 값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서점이 조금이나마 오래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래된 예전 PC를 뒤져보면 분명히 아벨서점에서 찍은 사진들도 몇 개가 나올텐데, 찾으면 그 참에 아벨서점을 추억해 볼 생각이다.  아직도 건재하게 지역사회의 리더 역할을 하고 계시는 사장님도 생각이 난다.  난 겨울의 아벨서점 내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책으로 가득찬 따뜻한 공간, 그리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까지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그냥 누구라도 붙잡고 말을 걸고 싶을 정도로 나를 들뜨게 하는 그곳이 아벨서점이다.  다음에는 꼭 다시 한번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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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밀리다 못해서 이제는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을 지경으로 읽고나서 방치한 책이 쌓였다.  그렇다고 책읽기를 멈춘 것은 아니다.  하다못해 한번 읽고 말 책이라도 읽어야 사는 나 같은 문자중독자라면 이렇게 후기를 주기적으로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듯 싶다.  생업과 운동, 가정, 잠...이런 것들에서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무엇인가를 남기자는 것인데, 재주도 없으면서 욕심은 있어서 그래도 잘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몇 번이나 쓰다가 지워버린 리뷰가 여러 편 있다.  선을 볼 때마다 점점 덜 맘에 드는 상대가 나오는 것처럼 리뷰로 여러 번 쓰면, 그때마다 점점 더 조악해지는 글이 나온다.  그렇게 버티고 미루다가 결국에는 이렇게 한꺼번에 정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여러 번 그렇게 했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그나마 읽은 책들이 대부분 마중물처럼 더 좋은 독서나 깊은 독서를 위해 퍼부은 일종의 양적 독서였다고 하면 위안이 될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말 전혀 쓸데없는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래도 좀 잘 남겨보고 싶은 맘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작년 초반의 일이다.  알라딘 US가 직영체제로 넘어가면서 잠시 한국의 가격을 그대로 적용해준다는 꼼수에 넘어가서 한창 엄청나게 많은 책을 지르고 있었다.  물론 금방 배송료의 압박 때문에 결국 이전의 현지값과 다른 점이 없다는 생각에 신간구매는 줄였지만 2-3불 대에 나오는 중고책의 유혹은 엄청 강했다.  이때 아마 민음사의 문학전집도 많이 구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마침 또 딴지일보에서 나왔던 한국형 판타지 소설의 계보를 보면서 쓸데없이 후끈 달아올라서 이리 저리 책더미를 뒤지면서 구한 책이 이 시리즈이다.  룬의 아이들로 유명한 전민희 작가의 작품을 더 구한 것과 함께 약간의 수확이라면 수확인데, 지금 보니 또 다시 나오고 있는 책인 듯 싶다.  그만큼 꾸준한 작품이라는 점이 새삼 반갑다.

 

아직 전권을 다 읽은 것이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얼개를 가졌는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3-4권에서 한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이야기의 중심은 세계나 공주가 아닌 말 그대로 'God's Knight"들이다.  특정한 성향을 부여받은 불사의 존재들인 이들은 신의 뜻에 따라 시공간을 초월하여 세상의 일에 관여하고 떄로는 파괴를 통해, 때로는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세계의 질서를 잡기 위한 모험을 한다.  분명히 톨킨과 D&D의 세계관에 영향을 받은 것 같지만, 나름대로 여기서 좀더 발전한 구성을 모색한 점이 돋보인다.  하지만, 글 자체는 역시 PC통신시절의 글을 읽는 것처럼 가벼운 것이 구어체와 현대어체를 섞어 놓았기 때문에 치밀한 맛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알라딘의 database가 가끔 아쉬울 때가 있는데, 이렇게 내가 영문번역으로 읽은 책을 따로 찾을 수 없어 번거롭지만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 하는 경우다.  어쨌든 지난 Lake Tahoe여행 이후로 다시 Vampire Hunter D에 대한 재미가 터져나와 바로 지난 주간에 두 권의 후속작들을 읽을 수 있었다.  "Fortress of the Elder God"에서는 벰파이어 일족과 일전을 벌인 잊혀진 그들의 고신을 멸하기 위한 여정에서 얽힌 D의 이야기를 "Mercenary Road"에서는 마찬가지로 5천년만에 다시 살아나 전쟁을 벌이는 아버지와 아들 벰파이어를 은행강도를 잡으러 가면서 마주치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시리즈의 초기만 해도 주인공 D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는 것이 쉽지가 않았는데, 19권에서는 말도 좀 많이 하고 중간 중간에 비짚고 나오는 그의 emotion을 보는 것이 이채로우면서도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였다.  이제 20권을 읽을 시점인데, 곧 21권이 나온다고 하니 Jim Butcher의 Dresden Files의 새로운 이야기와 함께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아시모프라는 대가의 책을 읽은 것은, 아니 구하는 것만해도 매우 즐거운 일이다.  희대의 괴짜같은 이 천재작가는 어떻게 보면 아더 클락크 같이 진지한 철학을 던지지는 않지만, 생각해보면 가능한 모든 상상을 동원하여 거의 모든 대상과 주제를 모티브로 하여 희안한 이야기를 써낸다.  운 좋게 주말의 logos방문에서 아더 클락크의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와 아시모프의 Robots of Dawn을 구했는데, 하인라인, 섀클리와 함께 내가 열심히 찾는 작가들이다.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먼 미래에는 역사를 일정한 방향으로, 정확하게는 관리자들의 시대에서 볼 때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작한다.  여기에 따라 몇 몇의 사건이나 인물들을 사라지거나 다른 삶을 살게 되지만 대국적인 관점에서 큰 전쟁이나 학살을 막으면서도 자신들의 시대가 사라지지 않을 수준의 과학기술의 발전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관리되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갖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주인공이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다 무너지는데, 이야기의 끝에 던지는 (1) 관리조작된 평화 vs (2) 자연스러운 진화라는 화두는 끝끝내 풀어지지 못했다.

 

원제를 직역하면 '여명'이 아닌 '황혼'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실제로 이야기를 보면 켈트의 지난 시절, 요정과 난쟁이, 영혼과 정령이 사람과 함께 살던, 사람의 의식속에 살아있었기에, 그들의 존재를 느끼고 살았던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는 이들, 그리고 이들을 인식하고 함께하던, 그러니까 이교도로써 박멸의 대상이 아닌 생활속에서 켈트인들과 함께 한 존재에 대한 추억을 다루고 있다.  이런 것들이 지난 800년 간의 식민통치와 정복자가 강제한 외래문화와 인종 - 그러니까 스코틀랜드계 장로교의 이주 - 때문에 이제는 아련한 기억속에서만 남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이야기라면 '황혼'이 아닐까?  역자의 후기에 나온 "여명"으로 번역된 이유는 정치적으로는 분명 맞아보인다.  그러니까, 아일랜드가 가장 어둡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 위대한 아일랜드의 문필가들은 민족중흥의 새벽을 꿈꾸었다는 이야기인데, 너무도 현대에 와서 돌아보는 정치/역사적인 관점이 아닌가 싶다.  내가 읽고 받은 느낌은 '황혼'이 분명하다.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요정과 정령들, 사람들의 의식변화와 함께 우리 곁을 떠난 이들 '도깨비'와 '성황신'은 우리의 세계관에서는 그들의 황혼을 맞이한 것일테고, 이들의 황혼과 함께 우리의 의식세계도 보다 더 기계화 되고 현대화 된 것일테니까. 

 

유일신교 - 천주교/유대교/개신교, 이슬람 같은 - 의 도래와 세계정복은 분명히 인류역사에 있어 어떤 한 phase를 보여주는데, 이들은 기존의 local신앙을 대체하거나 흡수하는 방식으로 우리 머릿속에서 오래된 존재들을 떠나보냈다.  많은 숫자의 종교건축물이 위치한 자리가 그 전 시대 신앙의 대상이 숭배되던 자리를 그대로 덮고 만들어졌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너무 깊게 들어갈 수 없는 이야기지만, 이런 것들의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한밤의 술자리는 흥겨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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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에나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전국구 공천제도, 그러니까 유권자들의 투표가 없이 공천을 통해 국회의원이 되는 제도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의 국민들, 정치꾼이 아닌 재야의 지도자나 인재를 국회에 입성시키는 취지는 그런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정당의 돈줄, 그러니까 공천권 장사를 하는 물건으로 전락한지 오래인 것이 이 전국구 공천이라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게다가 더 심한 폐해는 정권의 하수인들 더러운 일을 해준 댓가로 이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히 보수정권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통은 유신정우회가 아니었나 싶다. 

 

가카정권 하에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던 사람들이 용케도 법망을 피해 처벌을 면하더니 이제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난리다.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재처리의 달인이 김재철씨도 여기에 끼어 한 몫을 잡아 보려고 단단히 벼르는 모양이다.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책을 낼 만한 위인은 아닐진데, 출판기념회다 뭐다 사람과 돈을 끌어모아 다음 번 총선에 나간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할 말을 잃었다. 

 

국회는, 특히 양원제가 아닌 단일한 입법기구로써의 국회는 그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그런 자리의 상당수가 댓가성이 아니면 장삿속, 그것도 아니면 선심성 공천으로 채워지고 있음은 단순히 전국구 의원이라는 자리가 국민의 선택이 아닌 정당의 선택을 받았다는 문제를 넘어서는 심각한 국가위기사태가 아닐 수 없다. 

 

국회가 아니라 오물 재처리장이라도 된 것인지, 그야말로 똥과 똥파리가 가득하니 흉한 냄새가 난다.  참으로 꼴사나운 시절이다.  그렇게 모두 모여라! 모여라! 하면서 거수기 역할을 하는 댓가는 또 무엇이길래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사람들이 체면이고 나발이고 다 던지고 달려드는 것인지, 평범한 나로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업데이트: 새로운 뉴스에 의하면 김재철씨는 사천 시장 선거에 나간다고 하니, 이야기에서 좀 빗겨난 듯.  시장은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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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찾아도 이 책은 알라딘에서는 찾을 수가 없는 책이다.  Vampire Hunter D라고 한국어 번역은 한 6-7권까지만 나오다 만 것으로 나온다.  키쿠치 히데유키의 책인데, 호러 Sci-Fi로 유명한 일본의 작가로서 정말이지 많은 시리즈를 꾸준히 써온 작가이다.  이 시리즈만 해도 꽤 오래전의 책이 2005년부터 한 권씩 영어로 번역되어 발간되어 오고 있다.  이 외에도 animation,화 되었던 요수도시, 마계도시 신주쿠와 야샤키덴 시리즈 등 다수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작가이다.  내 생각에 90년대 중반에 출판붐을 타고 제마령이나 요마령 같이 무지하게 야하고 폭력적인 책이 나와서 잘 팔렸더라면 이 시리즈도 더욱 빛을 보았을텐데, 그리는 못되고 중간에 절판된 것이 아쉽다.  그 정도로 내가 보기에는 훌륭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소개하기 어려울 만큼 각 권이 끊어져 있는데, D라는 인간과 벰파이어의 중간인 주인공이 매 회마다 새로운 등장인물을 돕기 위해 다른 벰파이어를 처단하는 내용이 주 모티브인데, 희안한 중독성이 있다.  세계관은 핵전쟁 이후에 갑자기 나타난 벰파이어 종족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기에서 한참이 다시 지난 시점인데, 대략 핵전쟁 이후로 만년이 지나서 또다시 인간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황혼을 맞은 벰파이어 종족을 대신해서 세상을 지배해가는 시대이다.  약간의 중세적인 모티브에 서부시대를 섞은 프론티어가 이 시리즈의 주요무대인데, 이미 대도시는 인간의 지배가 확고해진 시점인 것 같다.  

 

얼마나 긴 시리즈인지, 17권을 끝낸 지금 18, 19, 20권이 밀려있고, 올 여름이면 21권이 나온다고 한다.  게다가 야샤키덴은 4권까지 구입해서 아직도 못 읽고 있는데 5권까지 나와있다 (원제가 마계도시 블루스라고 하는데, 영어번역제목보다는 어울린다).  여기서 또 벰파이어 헌터 시리즈의 spin-off겪인 그레이렌서 시리즈도 번역이 된 것을 보면 미국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1편을 animation화 했던 Vampire Hunter D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때인데, 그림체를 보아서는 아마도 80년대의 animation작품인 듯 싶다.  일본 animation을 거의 처음 접하던 이때의 충격은 아직까지도 생생한데, 선정성이나 폭력성을 떠난 그림의 대담함에 더욱 재미있게 감상했었다.  물론 이때만 해도 원작소설이 있는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17권은 거의 일 년을 넘게 묻어두고 있었는데, 지난 주말 2박 3일의 여행을 하면서 다 읽을 수 있었다.  늘 복잡한 머리 때문에 가끔 책이 읽히지 않을 때가 있는데, 주말에 Lake Tahoe에 위치한 리조트에 쳐박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고 먹고 경치를 감상하면서 있으니 자연스럽게 책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 권을 책상 앞에 두고서 오늘의 일과를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책도 지난 주말에 다 읽었다.  제목만 알던 크리스티의 책인데 읽은 것은 처음이다.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장치와 인간의 본성을 깊이 파헤치는 크리스티의 심리적인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자가 친구의 남자를 빼앗아 행복을 누리려 하지만, 이들의 여행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친구'의 존재, 그리고 이 '여자'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들까지, 여자의 죽음으로 이득을 얻게 되는 다수의 사람들이 모두 용의자가 되고, 거기에 덤으로 그녀의 죽음을 아랑곳하지 않는 과격한 사회주의자와 그녀가 죽음으로써 비밀이 지켜지는 어떤 사람까지 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오르는데, 이 작품의 매력은 이들을 이용한 트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이들 두 권 이전에 읽은 책들이 4-5권이 있는데, 도무지 집중해서 무엇인가를 쓸 수가 없었기에 리뷰가 밀려버렸다.  이번의 페이퍼에서 다룬 책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니만큼 다음 기회에 정리해 보아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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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2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가 어수선할 적에는
둘레에 있는 푸른 숲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마음을 차분히 식혀 보셔요.

언제나 즐겁고 아름답게
책과 만나시겠지요~

transient-guest 2014-01-23 02:36   좋아요 0 | URL
늘 좋은 공원에 가면 다음에는 여기서 책을 읽어야지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노이에자이트 2014-01-25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이 요수도시를 비디오로 보던데 저도 옆에서 조금 보았습니다만 분위기가 참 묘하더군요.괴기물이란 저런 것인가 하고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transient-guest 2014-01-26 00:13   좋아요 0 | URL
히데유키 키쿠치의 작품세계나 세계관은 참 특이합니다. 만화로 구현도 잘 된 편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