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과 차원이 전부가 아니라는 기본적인 설정, 그리고 다차원 만큼이나 많은 신들이 존재하고 그들 위에 군림하는, 선과 악을 초월한 어떤 balance적인 주신. 선과 악의 균형을 잡기 위해, 그리고 이 모든 세상을 위해 주신이 부리는, 천사 이상의 그 존재가 바로 이 시리즈의 주인공 God's Knight들인 것이다. 단순한 상위 또는 하위 차원을 떠나 완전한 이계가 존재하고 이들 GK들은 주신의 뜻에 따라, 또는 운명에 휩쓸려 뜻하지 아니하게 다른 차원과 세계를 떠돌면서 각자의 성향에 따라 냉철한 균형을, 악귀나찰과도 같은 살인행각을, 또는 마치 중세의 방랑기사처럼 각지를 떠돌면서 약자를 돕고 악을 응징하게 된다. 이들의 모험은 각 세계에서 전설과 신화로 남게 되는데, 영원을 사는 불멸의 존재로써 그들은 어느 누구와도 지속이 가능한 사랑이나 우정을 쌓을 수 없기에 각자의 가슴속에는 원초적인 GK 이전의 기억과 함께 긴 세월속의 추억만큼이나 회한도 함께 차곡차곡 쌓여간다.
지난 1-3권의 모험 끝에 악의 정령을 퇴치한 리오 일행은 그러나 악이 최후의 순간에 뿌린 저주로 인해 이계로 빨려들어 다른 세상으로 보내진 리카를 찾는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번 4-7권에서는 일이 훨씬 더 복잡해진 상태에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게 된다.
선과 악의 싸움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균형이라고 하겠다.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고, 악이 없으면 선의 개념이란 사실상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원론은 다신교와 함께 한때에는 세상의 종교와 구성원리를 지배한 철학적인 개념이었다. 그러나 전 시대 이후, 유대교에서 발원한 유일신교가 지난 2000년 동안 세상을 지배한 결과 절대선을 표방하는 초월적인 존재로서 신의 개념에 의해 수 많던 신들과 함께 이원론은 비주류의 세계에 속하게 되었다. 하지만, 성서를 비롯한 종교경전이 너무도 인간적인 많은 의혹과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없는 것에서 보듯이, 어쩌면 이원론에 기초하여 이를 초월하는, 하지만 우리가 아닌 절대개념과는 다른 그 무엇이 조금 더 진리에 가까운 지도 모르겠다.
판타지 나부랭이를 읽고서 이 무슨 거창한 소리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상상을 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리스/로마/동양/중근동의 신화를 종합한 판타지 소설의 세계관은 나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기에 앞으로도 계속 판타지는 내 독서에 한 부분을 차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무협지와도 같이 불합리하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상의 부조리에 대한 시원한 대리만족도 물론 빼 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