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이런 저런 목표들을 설정하게 되는데, 운동과 자기관리 등의 개인적인 목표는 제외하고, 결국은 사업이나 커리어에 대한 목표가 가장 흔한 것 같다.  나의 경우는 역시 사업확장인데, 일단 2016년까지는 이대로 버티고, 2017년에는 쓸만한 직원이 들어오게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금년에는 이제까지와는 달리 좀더 영업적인 면에 역량을 투자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사람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한다는 소리가 아니고, 전략적으로 사무실 웹사이트를 보강하고 블로그를 신설하며 이를 통해 이곳에서는 흔하다는 이런 저런 벤처세미나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서신을 보내서 나의 전문분야에 대한 강습을 해주고 이를 통한 업무영역확대를 꾀하자는 것이다.  하나씩 진행하고는 있는데, 생각보다 12월이 너무 바쁘게 지나가서 결국은 금년으로 일정이 밀렸다.  1월 중에는 블로그를 구성하고, 2월까지는 웹사이트 튜닝을 마무리하여 오더할 계획인데, 맘대로 될런지는 모르겠다.  그나마 책을 열심히 읽자는 생각은 변함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생각이 난 김에 새해 계획이나 세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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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06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획하는 일들이 모두 이뤄지시길 바랄께요. 너무 늦었지만 ㅎ 새해 복도 많~~이 받이세요 ㅎㅎ

transient-guest 2016-01-06 08: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우리 설날에 한번 더 받으세요.ㅎㅎ

Alicia 2016-01-0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ran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늦은 새해 인사 :D)

transient-guest 2016-01-06 09:35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알리샤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ㅎ 즐거운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드디어 영화도 보았다.  언제나 그렇다고 보는데, 영화가 책보다 더 나은 경우는 드물다.  이 경우도 영화가 꽤 괜찮기는 했지만, 책의 세밀한 묘사와 다소 느리지만, 역시 훨씬 더 차분하고 꾸준한 전개를 영화라는 매체의 시간적인 제약 때문인지, 많이 잘라낸 부분이 이미 책을 읽은 사람이 보기에는 조금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그래도 맷 데이먼의 연기는 늘 훌륭했고, 다른 조연들도 다들 이름값을 하는 배우들이라서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내가 만약에 마크 와트니처럼 혼자서 극한환경에 갑자기 남겨진 상태였다면 아마도 패닉과 안정을 거쳐 일종의 포기를 하고 그저 최후의 순간이 추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선에서 딱 주저앉았을 것 같다.  물론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이 워낙 질겨서 이런 저런 수단을 강구할지도 모르겠지만, 거기에는 엄청난 전제가 따르는데, 일단 매우 충실했고 강도가 높았을 반복훈련, 모든 것을 혼자 해낼 수 있는, 역시 훈련을 통한 지식습득, 그리고 한 가지 이상의 practical한 전문지식이 기본적으로 탑재된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자연상태에서의 인간은 정말 약한 존재인데, 가끔씩 Discovery채널에서 해주는 Survivorman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오지에 남겨지면 2-3일 안에 죽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또다른 얘기라서 반복훈련이 누락된 지식습득은 이런 갑작스러운 극한상황에서는 크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추운 것과 더운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늘 추운 것을 선택한다.  벗는 것은 한계가 있고, 더운 날씨에는 아무리 벗어도 덥기 때문이고, 추운 날씨에는 그럭저럭 옷을 껴입고 무엇인가를 덮고 있으면 따뜻해질 수 있기 때문인데, 지구에 가까운 태양계의 행성들 중 금성보다는 화성이 미래이주계획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 같다.  화성보다 훨씬 가까운 금성은, 태양과의 거리가 지구보다 조금 더 가까운 덕분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엄청나게 뜨거운 곳이니까 (여기에 비하면 단테가 묘사한 지옥은 산들바람이 부는 공원에서의 산책 같을 것이라고 아시모프가 (비슷한 소리를) 말한 것이 기억난다).  어쨌든, 미국을 선두로 한 선진국의 우주항공계획은 내가 60-70대가 되는 시점에는 사람을 화성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러와 극우의 준동이 약속이나 하는 것처럼 서로를 자극하고 보완해가는 것이 21세기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것 같은 마당에, 그나마 무엇인가 조금은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이다, 우주로 간다는 것은.  NSAS뿐 아니라 Space X를 비롯한 민간기업도 이 경쟁에 뛰어들어 초기의 열세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아직도 희망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와트니가 살아 남았던 것은 계속 무엇인가를 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희망에 가득차 있다가 절망하는 조울을 반복했더라면 그는 죽었을 것이다.  농사를 지었던 것도, 매일 하루의 일과를 만들어 처리했던 것도, 꾸준한 시도를 했던 것도 그 자체로 와트니를 살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저 그렇게 계속 움직였기 때문에 그 와중에 새로운 것을 찾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그런 행동이 모여서 그를 헤르메스호로 올려 보냈던 것이다.  물론 온 지구의 서포트와 헤르메스호 승무원들의 희생도 큰 몫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와트니가 준비되지 않았더라면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물이 넘치도록 부어질 수 있더라도 그릇이 작거나 깨져있으면 소용이 없는 것처럼, 와트니는 좋은 상황이 왔을때 이것을 잡을 수 있도록 계속 무엇인가를 했던 것이다.  매우 현실적인 자세와 함께. 


다른 나라에서는 우주항공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조 단위의 돈이 투자되고 당장 회수할 수 없더라도 펀딩이 끊기지 않는데, 정치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이 애비시대로 돌아간 듯한 병신년의 한국에서는 내수시장 따먹기, 이전투구, 계층과 세대간 뿐만 아니라 계층과 세대 안에서의 싸움으로 바쁘다.  여기에 대통령르 참칭하는 어떤 녀자는 정신을 집중하면 바위를 뚫는다는 미친 소리를 씨부리면서 나라를 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심함 이상의 비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비록 내가 이제는 한국이란 나라보다는 이곳에 더 깊은 연고를 갖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프다.  이 절망적인 상황은 우주의 기운이 천배로 다가와도 뒤엎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끔 생각한다.  내 전문분야를 키워서 맘이 맞는 사람들을 하나씩 둘씩 이곳으로 이주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하나?  그렇게 다 빠져나오면 어떻게 하지?  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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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악은 이 사람들도 누군가의 엄마이고, 아내이며 할머니라는 아주 보편적인 진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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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01-05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진짜~ 말이 안 나오네요. ㅠㅠ

transient-guest 2016-01-05 20:28   좋아요 0 | URL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습니다. 애시당초 논리적인 설명이 될 수 없는 행동이니까요.

북다이제스터 2016-01-05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가족도 일제 징용에 끌려가 죽도록 맞아 돌아가셨습니다` ㅠㅠ 라고 말하며,
개개인의 고통에 절대적 단위 척도가 있어 비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대체 이들은 어떤 사람들 일까요? 한숨만 나옵니다.

transient-guest 2016-01-05 20:30   좋아요 1 | URL
이것들을 타자화하는 것으로는 문제의 근원에 다가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보편적인 사람들의 악이라니..-_-: 물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모두 까발겨서 세상 바깥으로 내몰았으면 합니다만...

북다이제스터 2016-01-05 20:37   좋아요 0 | URL
보편적인 사람들이 아닌 특수한 소수라고 굳이 억지로 믿고 싶어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괜시리 세상 너무 서글퍼 집니다. ㅠㅠ

건조기후 2016-01-05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저 나이 먹도록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길래 저런 데 몰려다니며 정신병자같은 소리를 좀비처럼 떠들고 다니는 건지...

transient-guest 2016-01-06 02:25   좋아요 0 | URL
거의 다 얼굴을 가리고 있잖아요. 자기들도 아는거네요. 근데 하는거죠. 최소한 방관하면서 끌려가는 시늉을 하거나. 잘은 모르지만, 이런 저런 `회`를 통해 종횡으로 연결된 network와 매우 의심스러운 기관의 funding으로 만들어지는게 아닌가 합니다. 정말 나쁜거죠, 저러고 집에 가서 TV보고, 교회가서 기도하고, 애들 비비적거리고 사는게 말이죠.

재는재로 2016-01-05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아픔보다자신의조그만상처가더중요하다는인간들이네얼마나받고저렇게하는지 자식들보기미안하지도않나

transient-guest 2016-01-06 02:25   좋아요 0 | URL
일상과 활동이 완벽하게 분리되는 그야말로 유체이탈형 일반인이죠 뭐..

yureka01 2016-01-0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주 벌판에서 말달리며 일제와 싸우던 투사들이 봤다면 척살 대상이네요.안중근의사께서 봤으면 역시 정조준 대상임..독립운동도 보편적 기준이었죠.

transient-guest 2016-01-06 02:26   좋아요 0 | URL
상식이라는 말도 객관성이 떨어져요 저런 짓을 보면...

책탐 2016-01-06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시사 모바일 사이트, <단독> 새누리당, 엄마부대 배후조종 의혹 추적

transient-guest 2016-01-06 07:05   좋아요 0 | URL
새누리당보다 더 근본적으로 이들을 움직이는 세력이 있다고 추측합니다.

책탐 2016-01-06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뉴스가 나오네요..거참..

transient-guest 2016-01-06 07:06   좋아요 0 | URL
얘네들이 일베, 어버이연합 등등 셀 수도 없는 아류관변깡패단체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주말엔 사무실을 들락거리면서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쉬면서 책을 봤다.  아무래도 편하게 읽어지는 소설을 위주로 읽었는데, 금년에는 고전문학에 치중하면서, 가끔씩 머리를 식히면서 다른 책을 읽을 생각인데, 맘처럼 될지는 모르겠다.  다음 주에 잠시 늦은 휴가를 가질 생각이라서 여전히 이번 주도 맘이 급하다.  자잘한 업무를 다 끝내고 떠나야 맘이 편할 것이다.


아사다 지로는 거의 무조건 사들여 읽고 보관하는 작가다.  '칼의 노래' 이후로 그의 소설을 구해서 읽었는데, 가벼운 것은 가벼운 대로, 묵직한 책은 그 책 그대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가라서 좋아한다.  정치적으로는 약간 모호한 부분이 있는데, 딱히 우익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형적인 일본인이 아닌가 싶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향수, 후회와 동경이 적절히 버무려진 그 정도의 의식 같은데, 요즘의 한일정치색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서 딱히 정치적으로 구분하면 뭐하나 싶기도 하다.

  

평생 일만하다 뇌출혈로 죽은 한 사람,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은 아이, 그리고 청부살해대상 옆에 있다가 총을 맞고 죽은 야쿠자 두목.  이렇게 세 사람은 간단하게 극락왕생하는 대신에 과거를 바로잡기 위한 재심신청의 일환으로 잠깐이지만 다시 인간계로 내려온다.  짧은 기간동안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뒤틀린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왔지만, 복수를 하거나 정체를 밝히면 규칙위반으로 지옥으로 가야 한다.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나이는 아니지만, 가끔씩 언제 떠나도 후회가 없도록, 그리고 깨끗할 수 있도록 늘 주변을 정리하는 습관을 갖고,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너무 갑작스럽지만 않다면, 크게 후회하고 뒤돌아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기 때문에 특별히 공감하는 부분은 없었지만, 잔잔하게 감동을 주기도 하였고, 극화로써 괜찮았다고 본다.


숙부에 의해 정략혼으로 팔아넘겨질 여자, 그 여자와 결혼하려는 늙은 귀족, 그 여자를 사랑하는 낮은 신분의 젊은이, 그의 친구, 귀족의 정부, 그리고 살해된 사람들.  여기에 수도원, 캐드펠 수사를 버무려 꽤 훌륭한 한 편의 소설이 나왔다.  확실히 그리 높은 수준의 추리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12세기 혼란스럽던 영국의 시대상과 그 당시의 도덕과 법적인 배경을 장치로 하여 21세기의 내가 익숙한 것과는 다른 사고를 요구하는데, 아직까지는 살인의 동기를 파악하면 범인을 유추하기 그리 어렵지는 않다.  원래 추리소설을 심각하게 따져가면서 읽기보다는 극화로 즐기는 아마추어 팬이라서 쉬운 사건이라도 재미있게 쓰인 캐드펠 시리즈는 무척 빨리 읽게 된다.  법과 도덕, 신의 질서를 이야기하던 시절이지만, 역설적으로 '할껀' 다 하던, 어쩌면 지금보다도 더 그렇던 시절의 아이러니도 그렇지만, 해가 떨어진 시간, 대낮이라도 깊은 숲속을 돌아다니는 것이 위험한 것은 마치 늦은 밤 인적이 끊어진 골목길을 걸어 다니는 것과 같은 느낌인데, 그렇게 보면 자연에서 도시로 옮겨졌을 뿐,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그리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뭔가 두서없고, 뒤죽박죽인 듯한 작품.  굳이 분류하면 미스 마플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야기의 거의 반이 더 지나간 시점에 갑자기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것도 정확하지 않고.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모티브가 확실한 인물들로 주의를 돌려놓고, 전혀 다른 곳에서 무십하게 범인을 꺼내는 전형적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수법까지.  운동하면서 읽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재미만 놓고 보면 캐드펠과 비교되는건 어쩔 수 없다.  결국 죽음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나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추적하면 범인이다.


이건 아무래도 예전에 만화책으로 읽은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책은 분명히 이번에 구입한 것인데, 스토리가 너무 익숙하다.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 새롭지만, 기초적인 설정은 꽤 눈에 익다.  다나카 요시키가 원래 있었던 이야기들을 적절히 버무리고 패러디하여 설정하는 것을 즐기지만, 이 책은 매우 익숙하여 정말 빨리 읽어버렸다.  그래도 재미있는 19세기 영국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고, 현대적인 색체가 강하긴 해도 시대적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점에 좋은 점수을 줄 수 있겠다.


'스토너'와 '마션', 그리고 '책벌레와 메모광'은 따로 정리할 예정.  새해를 맞아 다섯 권의 책을 읽었고, 세 권을 읽고 있다.  한국어와 영어를 적절히 섞어서 읽을 것, 그리고 고전문학의 비중을 늘릴 것.  2016년 독서의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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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6-01-0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의 노래가 아니고 칼에 지다 아닙니까? ㅋㅋ 저도 너무 감명깊게 읽어서 지로의 책 찾아 읽었는데요
본인이 최고의 역작이라고 밝힌 `창공의 묘성`(맞나?)는 좀 실망스럽더라구요

transient-guest 2016-01-07 02:54   좋아요 0 | URL
칼에 지다라고 쓴다고 머리로는 생각했는데, 손은 묘하게 칼의 노래라고 썼네요.ㅎㅎ `창공의 묘성`도 봤어요. 저는 아직은 칼에 지다를 최고로 치고 싶네요.ㅎ
 

한 권을 일단 시작하면 하루에 다 읽게하는 신비한 마법의 추리소설이 아닌가 싶다.  애거서 크리스티도 초기에는 굉장한 속도로 읽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분명히 이 소설이 나를 매혹시키는 남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마도 중세, 수도원, 약간의 낭만, 지금과는 다른 법과 도덕, 그리고 정의의 개념, 이런 것들이 아닐까?  게다가 주인공인 캐드팰 (이건 사실 캐드파엘이라고, 파와 엘을 좀 빠르게 읽으면서 넘어가지만, 그렇게 번역되어야 맞다고 생각한다만) 수사는 무엇인가 신비스러운 구석이 넘치는 장년의 수도사인데, 딱 그 나이 또래의 숀 코너리+brain을 연상시킨다.  정말이지 일단 앉아서 책을 펴고 나면, 계속 그 생각만 나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깊은 추리와 허를 찌르는 결말 덕분에 이 시리즈를 계속 달리고 있다.  같은 정성이었으면 2016년이 오기 전에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완주했을 것인데.


죽을때까지 편하게 수도원에서 머무는 것을 조건으로 전재산을 기부한 사람이 하필이면 캐드팰 수사가 만든 파스(?) 같은 약 - 오직 피부에 바르고 마사지하는 용도의 - 이 들어간 음식 - 이건 또 부수도원장의 특식을 나워준 - 을 먹고 죽는다.  모티브가 분명한 사람이 있고, 용의자로 지목되는데, 무죄추정원칙보다는 일단 잡아놓고 심문하고 고문하여 자백을 받아내던 시절이라서, 캐드팰 수사는 간단하 추리 끝에 일단 용의자를 피신시키고 나름대로의 추리에 들어간다.  살해된 사람이 죽으면 이득을 보는 party가 셋, 이들 중 쉽게 용의선상에서 제외되는 party가 둘이라서 나조차도 꽤 쉽게 범인을 찾아낼 수 있었지만, 이 책의 반전은 그것이 아닌, 캐드팰 수사가 나름대로 행사한 정의에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이 시대의 수도원은 농지와 목초지, 그리고 강이 딸린 장원을 소유하고 여기에 생기는 모든 수입과 함께, 주기적으로 서는 장터에도 이런 저런 삥(?)을 뜯었던 것 같다.  물건을 하역하면서, 선적하면서, 장터를 사용하면서, 등등의 명목인데, 이를 둘러싼 마을과의 갈등에 복잡한 왕국의 정치적인 상황에 따른 상인/세작들의 암약, 그리고 이것을 오로지 사적인 이득을 위해 이용하려는 사람의 음모속에서 두 명이 연달아 살해된다.  이번에도 의혹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이자의 결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사람, 정확하게는 '칼'이 살해된다.  살짝 모호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칼'이 살해될때까지는 범은을 유추해내기 어려웠던 작품이다.  


책 표지에 보면 순서와 상관없이 읽어도 좋다고 소개하지만, 정치적인 배경이나 상황을 장치로 사용하기 때문에 순서를 그렇게 무시하면 좋지 않다고 본다.  


정민 교수가 쓴 '책벌레와 메모광'도 즐겁게 읽었는데, 조금 생각해보고 글을 남길 예정이다.  여기에 '스토너'는 아직도 글을 쓰기 힘들고, '마션'은...써야하는데, 역시 미루고 있다.  그래도 읽지 않고 미루는 것보다는 후기가 밀리는 편이 훨씬 낫다.  12/31/2015.  이번 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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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0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transient-guest 2016-01-01 17:21   좋아요 1 | URL
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