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로 많이 알려진 종합격투기 또는 MMA라고 불리우는 현대의 fighting sports는 1993년이 그 원년이 된다. 그 전부터 일본에서는 슈토나 판크라스 같이 기존의 프로레슬링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던 젊은 선수들이 시작한 단체를 통해, 그리고 의외로 현대 격투무술이 발달한 브라질의 발레투도 (anything goes)의 루타 리브레 파이터 (free style fighter정도로 번역이 될 듯 하다)들의 활동이 있었왔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프로레슬러들이 주축이 된 탓인지 기존의 프로레슬링에서 승부를 미리 정하고 합을 맞추는 부분만이 배제된, 그러나 concept상 너무도 프로레슬링적인 형태의 룰을 도입했던 점의 한계나 브라질의 경우처럼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적인 한계를 볼 때 역시 현대 종합격투기의 시작은 1993년 첫 UFC대회라고 하겠다.
단 이때의 UFC와 지금의 UFC와는 오너쉽부터 룰이나 규모까지 큰 차이가 있는데, 초반 약 40회까지의 UFC대회는 이종격투기에서 종합격투기로 발전하는 단계였고, 그 이후에는 종합격투기가 완전히 정립된 후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종과 종합의 차이는 역시 스포츠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종의 경우 다른 격투기가 같은 룰에서 싸우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종합에서는 base는 다를 지라도 어느 정도 다방면에서 수련을 거친 선수들이 같은 룰에서 싸우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유도 vs 복싱의 구도에서 이종의 경우 유도가는 무조건 잡아 꽂을 시도를 하고 복서는 주먹으로 때릴 생각만 하는 것이 종합으로 와서는 각 파이터가 펀치와 킥, 유술과 레슬링을 모두 사용하되 각자의 특기에 따른 한 방을 노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태권도만이 세계최고라고 세뇌되어왔던 나에게 1993년의 UFC시합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때 시작된 붐을 타고 한 동안 케이블에서 판크라스 대회나 다른 NHB (말 그대로 무규칙 격투기를 표방하는, 하지만 사실은 복싱 글러브를 끼우고 마구 치고 받는) 대회를 방영해 주었고, 이는 우물안 개구리 같던 나의 무술인식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
그런데, 이 페이퍼를 쓴 것을 어줍잖은 무술사를 강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니까, 여기 까지만 이야기 하자. 사실 UFC 같은 것에 흥미를 갖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수에서 보면 아직도 적은 편이라고 본다. 그러니 기능성 운동으로써 종합격투기는 매우 훌륭하다는 말로 일단락 짓자. 왜냐하면 최근에 다 읽은 한 선수의 책과 함께 그간 보았던 격투가들의 책을 소개할 생각에 이 페이퍼를 쓴 것이니까.
Randy Couture. 종합격투기 커리어를 시작하기에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30대 중반 이후 데뷔한 이래 40대 중반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보인 레슬링 base의 UFC의 전 헤비급/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이종에서 종합으로 넘어오는 시기 UFC의 흥행에 큰 몫을 담당하기도 했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읽는다는 생각은 아주 조금, 하지만 그저 격투가들이 이야기하는 그 세계의 뒷얘기를 듣고 싶어 읽었던 책이다.
격투가로 성공하기까지, 그리고 성공한 후에도 여자문제가 끊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임신시킨 여친과 결혼하면서부터 엇나갔던 삶이 운동선수로써 그리고 코치로써 어느 정도 잡혔다 싶을때마다 여자문제가 걸림돌이 되었는데, UFC챔프 시절에도 드나들던 카지노의 VIP담당 매니져 때문에 그때까지 함께 한 두 번째인가 세 번째의 wife같은 여자와도 헤어지고 자기가 꾸린 team - 역시 여자문제로 두 번째인가 세 번째로 꾸렸던 - 과도 결별한 것, 무엇보다 이 마지막 여자와도 결국 헤어진 것을 보면 역시 이런 부분에 있어 단순한 방종을 넘어 깊은 심리적인 이슈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그의 인생전반의 스토리는 꽤 흥미롭고 특히 초창기 이종에서 종합으로 넘어오는 시기의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역시 비슷한 시기 UFC를 이끌었던 한 축인 인물의 자서전격인 책이다. 앞서의 Randy Couture과는 달리 매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나름 터프한 남가주의 도시인 Santa Ana에서 십대 갱에도 가입했던 화려한 전력 덕분에 Huntington Beach Bad Boy라는 닉으로도 알려져 있는 Tito Ortiz는 한 동안 porn star인 제이미 제이미슨의 남친으로 더욱 유명세를 떨쳤던 적이 있다. 지금은 헤어지고 다른 여자와 사귀는 것으로 안다.
팬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는 선수이고, 약한 상대에게는 bully같이 굴지만 강한 상대와의 시합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시합도 많이 있었지만 쇼맨쉽이 좋고 특히 캐릭터를 만들어 포장하는 실력이 좋아서 그런지 역시 4-50회에서 100회 초반까지의 UFC대회의 한 축을 담당했었다. 레슬링 실력이 일품이었던 종합격투가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허리부상 등을 이유로 UFC를 탈퇴하고 Bellator FC라는 단체로 옮겼지만 시합은 뛰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 역시 UFC를 현재의 위치에 올려놓은 당대 최고의 웰터급 챔피언이다. NCAA (전미대학교 스포츠 연맹)의 top league 레슬링 선수 출신인 Matt Hughes역시 매우 불우하고 말썽으로 가득찬 젊은 시절을 보냈다.
아이오와인가 아이다호인가 하는 중서부의 깡촌의 한 도시에서 옥수수 농사를 짓는 집에 태어난 그는 가난과 부모의 잦은 싸움, 그리고 폭력에 시달린 어린 한때를 보냈는데, 그 역시 선수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 저런 안 좋은 일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선수생활을 시작하면서 보다 좋아진 경제사정과 안정적인 삶을 꾸리게 된 그는 젊은 시절의 때를 벗고 지금은 UFC의 중역으로써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시골사람 특유의 gun loving성향, 그리고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교회 - 늦깍이 신자가 되었지만 자신의 폭력성향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 듯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냥을 다니면서 먹지도 않을 동물을 죽이고 기념촬영을 하면서 모두 신의 선물이라고 하는 건 매우 넌센스다. 물론 책은 역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이 또한 중반기 UFC의 중흥을 이끌었던, 지금은 은퇴해서 이런 저런 기념행사를 다니면서 협회의 뒷살림을 돕는 Check Liddell의 자서전이다. 이 사람은 앞서의 셋에 비해 비교적 평탄한 시기를 보냈고, 어릴 때부터 단련한 권법 가라테와 고등학교/대학교 시절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경력을 바탕으로 종합격투기에 뛰어들어 화끈한 펀치로 많은 명승부를 낸 legend급의 전 챔프다.
생긴거나 머리 스타일을 보면 무지하게 막 되어먹은 사람일 것 같지만 의외로 매우 젠틀하고 프로적인 면모를 강하게 보여주는 사람인데, 다만 여성편력은 보통이 넘는 것 같다. 술도 무지하게 좋아하기 때문에 프로선수치고는 배가 꽤 나온 편이다. 무술에서 종합격투기로 넘어가는 시절 자신의 구상이나 관점이 잘 나와있는 책이다.
P4P 최고의 파이터들 중 하나로 꼽히는 GSP가 복귀 후 가장 최근에 낸 책이다. 이미 그 전에 한번 자서전을 출간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은 그 후 8개월 정도 결장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본 시간을 가지면서 나온 것 같다.
이 사람의 젊은 시절은 매우 평범했는데, 오히려 hyper active한 부분과 다른 사람과는 다른 특이한 관점 때문에 어릴 때부터 왕따 비슷한 것을 많이 당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다가 접한 극진 가라테를 열성으로 수련하면서 왕따를 극복했고, UFC를 접한 후 무작정 MMA선수가 되기 위해 뉴욕으로 가서 입문 후 다시 캐나다에서 좋은 스승과 멘토를 만나 오늘의 자리에 이르게 된 과정을 다소 철학적인 고찰과 함께 그리고 있다. 말많던 죠니 헨드릭스 전을 끝으로 잠정 은퇴에 들어간 지금은 푹 쉬면서 하고 싶은 일을 즐기는 것 같다.
그 밖에도 이런 계통의 책을 더 읽은게 있는데, 다음 기회에 소개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