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아무리 바쁜 시기에도 비교적 한가한 편이다.  나 자신도 마음이 풀어지거니와, 이미 일을 의뢰한 고객이나 새로운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그런 편일게다.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날씨와 시즌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일을 하다보면 그런 경우를 자주 느낀다.  내 역량이 더 늘어나면 더욱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회사를 더 확장할 필요가 있겠지만, 사람관계에 능한 편이 아니라서 누군가를 고용하여 속을 썩느니 좀 적게 벌어도 이렇게 자유롭게 오가면 더 좋겠다.  오늘도 그래서 간만에 부모님 댁으로 넘어와서 개들을 보면서 메일과 전화, 그리고 notebook PC로 업무를 처리하면서 점심에 운동을 하고 집밥도 먹고 하니 맘이 푸근하다.  


최근에 검도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체력단련, 그리고 기존에 비축된 근력을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힘으로 바꾸기 위한 일환으로 합기도를 시작하였다.  사실 한국 합기도의 원류나 초기 지도자들에 얽힌 나쁜 이야기가 많고, BJJ나 MMA같이 요즘 대세를 타는 무술을 해볼 생각이었는데, 순전히 인연이 그렇게 닿은 덕분에 한국 육군 퇴역 소령이 관장으로 있는 곳에서 운동을 하게 되었다.  중기적인 목적은 이렇게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다가 도장시설을 이용해서 검도의 기본동작을 연습하다가 어느 정도 체력과 자세가 회복이 되면 검도장에 등록하는 것이다.  그래도 한때에는 우리 도장의 후기지수들 중 꽤 괜찮은 시합성적을 내던터라 그냥 가서 못난 꼴을 보이기는 싫은 것이다.  한 가지 plus라면 이분이 총을 잘 쏘는 분이라서 지역 경찰국 강사도 하고 경관 개인지도도 하기 때문에 총 한 자루만 구하면 가끔 좀 배워볼 수 있겠다는 것이다.  냉병기는 아무래도 개인단련과 수양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무인이라면 화병기를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A Game of Thrones를 읽으면서 느끼는데, George R.R. Martin은 정말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어느 판타지 보다도 훌륭한 구성과 현실세계와의 대비는 특히 이 작가의 빼어남을 보여주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예컨데 LOTR시리즈나 퍼언 연대기도 그렇고 좀더 단순한 패턴을 따른다면 Martin의 작품은 매우 냉혹한 것이 현실과 그대로이다.  정의도, 불의도, 선과 악도,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끊임없이 돌면서 정반합을 이루고 변한다.  이 정도의 통찰이 판타지 세계관에 무리없이 녹아 있는 점도 그의 비범함을 보여준다.  이곳에 살고 있으니 영어로 된 원본을 읽는데, 매우 실망스러운 한국어 판의 번역 평판을 들어보면 좀 다행인 듯.  순전한 추측이지만, 세 명 이상의 다른 사람들이 공동번역을 하고 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의 부주의함이나 편집의 불성실이 아닐까 싶다.  Bran의 Direwolf인 Summer를 어느 챕터에서는 서머로, 다른 곳에서는 여름이로 번역하는 수준이라면 거의 발번역 수준을 넘어선 것이 아닐까 한다.  paperback edition은 그리 비싸지 않기 때문에 팬으로써 한국어 판에 실망한 독자라면 영어로 도전할만하다.  무엇보다 단어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한번 잘 분위기를 타면 무리없이 계속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제 6권이 곧 나올 예정이었으나 금년 10월에는 외전격인 the World of Ice and Fire: the Untold History of Westeros and the Game of Thrones가 먼저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이미 이곳에서는 절판된 세븐킹덤의 기사 3부작도 다시 나온다고 하니 아마도 HBO 시리즈의 대히트에 힘입어 Song of Ice and Fire는 modern classic으로 등극할 것 같다.  이 시리즈를 다 읽을때까지 영문판으로 세븐킹덤의 기사 3부작이 복간되지 않으면 아마도 한국어 판을 구해서 읽을지도 모르겠다.



한창 판타지를 읽던 때는 10년도 더 넘은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Forgotten Realm세계관에 기초한 RA Salvatore의 작품을 많이 읽었었다.  비록 protagonist인 Drrizt Do Urden의 숙명은 비애 그 자체이기는 하지만 늘 헤피엔딩으로 끝나고 주요인물이 죽어버리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LOTR시리즈는 이에 비해 좀더 무거운 톤의 classic이지만, Martin의 책은 여기서 훨씬 더 발전한 형태이면서 더 나이든 독자층을 겨냥한 작품같다.  세계관을 판타지에 기반했다는 점을 빼면 동화적인 요소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읽을 책이 많아서 TV가 사라져버린다고 해도, 심심하지는 않겠지 싶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소설이 흠뻑 빠져들어가고 나니, 갑자기 중세유럽의 검술이 배우고 싶어졌다.  찾아보니 근처에서 Davenriche European Martial Arts School이라는 것이 나온다 (궁금한 사람은 http://swordfightingschool.com/About_Dav.html 에 가볼것).  롱소드, 사이드소드, 대거, 레이피어, 그리고 세이버를 배울 수 있다고 하는데, 비용이 얼마가 될런지.  합기도 도장으로 가는 길에 보면 펜싱학교도 있던데, 이런 것들을 다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책도 읽고, 운동하고, 일하고, 그렇게 삼박자를 제대로 맞출 수 있는 삶이면 좋겠는데, 딴지팟캐스트에서 말하는 시대를 잘못 태어난 르네상스인이 혹시 나일까 하는 망상도 하게 된다.


오늘 SF구장에서 SF Giants대 LA Dodgers의 3연전이 시작된다.  우리 측 선발은 범가너이고 LA는 류현진이다.  갑자기 야구를 볼까, 운동을 갈까 고민되는건 왜일까...플레이오프 진출권이 걸린 시합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대단하 야구팬도 아니면서.  아버지의 응원은 이렇다.  류현진이 던지는 7회까지는 1점 정도로 LA가 앞서다가 중간계투가 나오면서 SF가 역전승을 거두는 것.  그러면 류현진은 패전투수가 안되고, 우리는 이기고.  흠.....


지난번에 쓴 것처럼 독서속도가 많이 느려졌기 때문에 자꾸만 책이 쌓여만간다.  누군가 사들인 책의 70%정도는 읽어야 장서가의 자격이 있다고 했다.  꼭 그 기준이 아니더라도 예전처럼 적어도 한국어 책은 100%의 가독율을 유지하고 싶다.  영어책은 조금 더 미루더라도.  


TV보는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 외에는 시간을 더 낼 수 있는 묘수가 달리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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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5 0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5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8월과는 달리 9월은 독서도 일도 느리기만 하다.  이제는 개인 사무실 3년차라서 어느덧 쌓인 일도 있고, interval이 길더라도 꾸준하게 상담이나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에, 늘 할 일은 있다.  첫 해에 사무실을 열어놓고서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느냐라고 생각하면서, 버티던 시기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요즘 경기에, 그리고 업계 사정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아직까지는 무엇인가 steady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이 바쁜것도 아닌데, 책읽기가 뜸하다.  핑계라면 이번 달 들어 드디어 시작한 Song of Ice and Fire 그 첫 권 Game of Thrones읽기라고 할 수 있다.  영어로 약 6-700 페이지가 넘는 첫 권이기도 하고, 틈틈히 집에서만 읽기 때문이기도 해서 이제 겨우 한 반을 넘어서고 있다.  스토리는 드라마로 익히 알고 있는데, 그 덕분에 어느 부분에서는 읽기 싫어지는 것도 어쩔 수 가 없는데, 애정을 갖고 관심을 기울이는 캐릭터가 죽는것이 심히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다 읽고나서 할 것이고, 최근에 읽은 책만 노트해 두기로 한다.


추리소설보다는 모험소설에 가까운 이야기 같다.  우연한 기회에 살인사건을 접하고, 현장을 목격한 주인공 아가씨가 순전히 기지와 용기를 발휘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다양한 용의자와 사건사고를 이용한 트릭에 또 한번 속았으니, 역시 나는 하드코어 추리소설 팬의 자격은 아직 없는 것 같다.  


크리스티의 시대는 빅토리안 시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종종 보여지는 Brit들의 따분한 예절이나 의식구조는 흥미거리 이상 연구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이라고 사람이 할 일을 않고 지나가지는 못했을 터, 사랑에 빠지고, 권력과 돈을 탐하고, 색을 탐했을 것인데, 마치 그러면 안되는 것처럼 나오는 시대상을 본다.  아마도 공공연하게 질서가 무너진 현대의 우리들보다는 더 나은 경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금 읽고 있는 29권째는 다소 기괴한 구성이지만, 범인을 추리할 수 있는 단서는 하나 잡은 느낌이다.


오늘 팟캐스트를 들어보니 글쓰기에 대한 책이 엄청 팔렸다고 한다.  교보문고 추정 약 50%이상이었다고 하는데,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우연하게도 오늘 뽑아든 책이 마쓰모토 세이초의 글쓰기에 대한 책이 되어버렸다. 


세월호 사건과 이에 관련된 일련의 케이스들은 미결사건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표창원 교수가 했었다.  이럴때마다 난 우리에게도 마쓰모토 세이초 같은 사회파의 거장이 현재 활동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어떻게든 세월호와 관련사건을 덮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정부여당을 보면서 참으로 쓰레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자고 일어나면 터져나오는 사건사고뉴스는 그 작업의 일환일게다.  


추리소설을 쓰게 된 이유, 추리소설의 방향성, 그리고 테마를 잡기위한 평소의 좋은 습관 등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으로 세이초의 작품에 대한 또다른 inside story를 본 느낌이다.  읽을 책도 많고 일도 많지만, 언젠가 다시 그의 작품을 모두 다시 읽어보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여름의 휴식기에 들어간 미드가 새로운 시즌을 여는 9월이 다가왔다.  9월 22일을 시작으로 내가 즐겨보는 Person of Interest가 시즌 4로, Big Bang Theory가 시즌 8로, 그 밖에도 많은 작품들이 돌아온다.  NFL football과 MLB playoff까지 자칫하면 4-4분기는 TV로 시작해서 TV로 끝날 수도 있겠다.  조심 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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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09-12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드디어 휴방기가 끝나는군요. 전 쉐임리스도 기다리고 있슴당 ㅎㅎ
작가들의 글쓰기 방법론을 읽다보면.. 정말 좋아하는 작가가 정말 마음이 와닿는 글귀를 썼을 때 그게 정답같아 지더라구요. 글쓰기엔 답이 있는게 아닌데, 이를테면 챈들러의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를 읽고 있는데, 필립말로만이 진짜 탐정이고 정답처럼 느껴지는 그런 부작용이요. ㅎㅎ

마쓰모토 세이초는 어떠려나 궁금하긴 하네요!

transient-guest 2014-09-13 04:12   좋아요 0 | URL
세이초는 사실주의에 근거한 추리소설이 보다 더 많은 독자층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트릭위주로 가면 결국은 소수계층을 대상으로 하게되고, 또 사실성이 떨어지는 구성을 갖게 되는데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더라구요. 챈들러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만, 영문장이 묵직하니 힘이 느껴지네요.

2014-09-15 0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5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딴지에서 퍼온 사진입니다.  간만에 업데이트 하는 Hall of Shame에 당당히 입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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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podcast에 올라온 강신주의 감정수업 (보충수업)편을 듣고 있다.  강신주 박사가 하는 일에 대한 존경도 있고, 뱃심있게 센소리를 하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원래 사람은 젊고 경험한 것과 아는 것이 적을 때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쉽게 한다.  배우고 경험한 것이 적으니까 세상은 단순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씩 사람은 너그러워진다.  타인의 실수에도 모자람에도.  세상이 그리 단순하게 흑백으로 양단될 수 없다는 것을 배워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신주 박사는 나이도 배움도 경험도 적지 않을터인데, 어떤 이야기에 있어서는 에누리가 없이 강한 발언을 한다.  그 중에 내가 공감하는 이야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는데, 아마도 누구나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을 듯 싶다.

 

문예창작과에 대해서:

무척 신랄하게 비판을 한다.  글은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기교를 배워서 끼워 맞춘다는 뜻 같다.  기실 예전에는 작가로 등단하기 위해서 사숙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부단히도 습작을 하여 그 과정이 쌓이면 등단을 하곤했다.  조정래 선생도 그랬고, 대다수의 작가들이 다른 일을 하면서 자신의 속을 긁어들어가 글을 쓰고 버리고를 되풀이 한 끝에 전업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깊고 넓은 다각도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작가들의 글이 나왔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인지 작가가 되려면 문창과를 가야하는 것이 정설이 되어버렸다.  개인적으로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강신주 박사의 관점에 공감한다.  나 역시 문학적인 글을 그렇게 깊이 내면으로 들어가서 다양한 경험 끝에 쓰여지는 것이지 기교를 배워서 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창과가 생산할 수 있는 글쟁이는 방송작가 정도가 아닌가 싶다. 

 

문창과는 학교마다 유명한 전대의 소설가나 문학가를 데려다가 교수를 만들어주고 그 댓가로 학맥을 만들어냈다고 하면 심한 비판일까?  이제는 등단을 위해서 any 문창과가 아니라 특정 문인이 교수로 있는 특정 대학교의 문창과를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보았다. 

 

강신주 박사의 발언이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하겠지만, (그런 이유로 나는 심한 표현은 삼가는 편이다) 상당부분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문학으로써의 글쓰기는 그렇게 4년간의 교육과정을 통해 배워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루키 비판:

일종의 문학적인 포르노라고까지 말한다.  인생 경험이, 찐한 사랑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나 먹히는 정도라고.  하지만 진짜를 경험한 사람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라고.  하루키를 좋아하는 나 자신에게 비추어 생각해보면 그리 틀린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만, 그래도 일단 하루키는 좋다.  그가 들려주는 심각한체 하는 이야기도 좋고, '노르웨이의 숲'같은 이야기도 좋다.  오에 겐자부로는 인정하면서 왜 하루키는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궁금하다. 

 

희재류의 인간들이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주목받고 싶고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강신주 박사의 거침없는 발언은 그가 그만큼 이제는 어느 경지에 올라 세상의 이목을 초월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나아가서 그는 care하니까,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말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그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 발언에 대한 타당성을, 특히 하루키 비판에 대한 부분을, 따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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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4-08-2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의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런 생각이 멀리멀리 사라집니다. 때론 이 사람이 잘난체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만 남더라고요...호불호가 갈리는데 전 호에서 불호로 옮겨 가고 있는 중입니다.

transient-guest 2014-08-29 02:0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잘난체만 갖고는 지금의 성원을 얻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그런대로 인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일단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결론짓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독선적인 의견이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8-2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으면서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은 드물죠.오히려 나름대로 고집이 생기고 나이를 먹으면서 남에게서 배우려는 마음가짐도 없어집니다.걸핏하면 남을 가르치려고 하고...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을 사람들이 나서서 호통치고 잔소리 하고 그러죠...

하루키는 깊이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깊이 있는 사람들일까요? 하하하...

transient-guest 2014-08-29 02:0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나이를 먹는건 쉬운데 잘 먹는건 쉬운일이 아니겠어요.ㅎㅎ 저는 누가뭐래도 아직은 하루키가 좋습니다. 제 젊은 시절에서 missing된 무엇인가를 보게 되더라구요. 뭔가 그립고, 아련합니다.

Alicia 2014-08-28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강신주가 하루키의 글에서 어떤 점을 보고 폄하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성애 묘사하는 장면에서 강신주가 지적하는 부분이 엿보이기도 해요.
강신주가 잘난 체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어떤 뻔뻔함 때문인데, 강신주가 좀 뻔뻔해지라고 부추기는 대상들은 어떤연유로 자존감을 상실하거나 자존감이 약해진 사람들인걸 감안하면, 그 뻔뻔함도 과히 나쁘지는 않다고 봐요.

transient-guest 2014-08-29 02:0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부분에는 동의합니다. 본질을 보라는거죠, 피하지 말고. 그런데, 어떤 비유나 예를 드는 부분 또는 특정한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겠어요.
 

온라인 상에서 읽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보았다.  단순히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이야기를 '장그래'와 주변인물을 통해 그려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처음과는 좀더 복잡하고 심오하게 다가온다.  단순한 시각으로만 보면 기업만화의 한 유형으로만 볼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이 만화가, 젊은이의 대다수, 아니 어쩌면 직장인의 대다수가 '미생마'인 요즘, '완생마'가 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지금 어떤 대안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삶은 살아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틈새를 파고들어 끈질기에 달려들어 한번의 기회를 노리는 바둑판의 승부처럼 그렇게 버티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요컨대 잘 모르겠다는 것.

 

그나마 일종의 해피엔딩으로 끝낸 마지막을 보면, '장그래'들의 인생에도 그간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댓가가 따른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참 불쌍하다.  나 역시 원하는 전공을 택한 덕분에 취업과는 거리가 먼 공부만 줄창했고, 대졸과 동시에 갈 곳이 없어진 기억이 있다.  당시의 .com 붐도 나와는 관련이 없었고, 지금도 high tech이나 IP계열과는 무관하며 주식도 할 줄 모르는 나이기에 오로지 로스쿨만이 어떤 현실적인 대안이었는데, 그나마 학교를 다니면서 보니 취직이라는게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찌어찌해서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어렵사리 취직을 하여 실력을 키운 댓가로 이제서야 겨우 원하는 수준의 벌이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그것도 지금 학교를 졸업하는 사람들에 비교하면 훨씬 나은 형편이라고 하겠다.

 

아주 극소수의 학교나 학과 또는 수준의 공부를 끝낸 사람들이 아닌 이 시대 대다수의 젊은 사람들은 직장을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봉급수준을 보면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시점에서 크게 오르지 않은 정도의 월급이라도 엔지니어가 아니라면 감지덕지해야 한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정도의 대학교에서 보통의 전공을 끝낸 젊은 사람들은 예전처럼 보통의 desk job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런 그들이 모여있는 곳은 스타벅스와 식당, 그리고 이런저런 언저리 직장이다.  세 사람이 벌어서 겨우 house sharing을 support할 수 있는 정도의 봉급을 맞출 수 있는 것이 특히 이쪽 지역인데, 그렇다고 거주비용이 저렴한 지역에는 job이 없다. 

 

그런 그들에게 '장그래'처럼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온다고 얘기해줄 수 있을까? 

 

사실 한국의 경우 3D업종에서는 그나마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런 대안조차 이곳에서는 흔하지 않다.  그리고 말이 쉽지 수도권에서 desk job에 대한 꿈을 갖고 대학을 나온 사람이 3D로 발상을 전환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인생을 이만큼 살았고, 이만큼 겪은 내 정도의 나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기껏해야 편의점에서 온갖 시달림을 받으면서 알바를 하는 것보다는 3D업종이 낫지 않겠나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건 경험에서 체득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절박함의 산물이다.  기실 번듯한 직장이라는 허세를 벗겨내면 대기업 계열사에 양복을 입고 출근해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잡일을 하다가 퇴근하는 무늬만 대기업 사원보다는 건실한 3D가 더 좋아보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내 생각처럼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미생'이 나온지도 근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수 많은 '미생'들의 현실은 더 나빠진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  이를 어찌해야 할꼬...

 

오늘 새벽에 끝내기 운동을 하면서 남은 부분을 다 읽었다.

역시 소소한 재미를 주는데, 역시나 여느때처럼 중구난방으로 마구 읽어서 추리의 연결이 끊어진 덕분에 스토리의 개연성을 잃은 부분이 있다.

 

미스 마플이 또 등장하고, 익숙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논리적인 추리보다는 연상퀴즈가 떠오를 만큼 심한 반전이 있어 그저 소설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정도이다. 

 

정통 추리소설이기는 하지만, 왠지 거기에는 조금 미치지 못하는 느낌.

 

 

일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어 그럭저럭 열심히 일하는 와중에도 조금씩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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